몇 달 전에 쓰던 턴테이블이 고장 나서 데논 40만원짜리를 새로 샀다.

 

장정일 선배한테 그 얘기를 했더니, 하이엔드를 부정하는 거냐, 거부하는 거냐?

 

그양반, 고마 화가 단단히 나삐따...

 

물론 나도 좋은 턴테이블 하나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좀 하지만, 턴테이블이 비싸지면 카트리지가 너무 비싸서, 소모품 감당하기가 힘들어서... 나중에 정말 할 일 없으면.

 

그런 이유도 있고, 좋은 턴테이블은 커버가 없는데, 턴테이블 위에 고양이가 올라가서 발 핥고 있는 걸 보고 있으면, 비싼 걸 사겠다는 생각이 싹 사라진다.

 

마루에서 쓰는 스피커는 결혼할 때, 그야말로 결혼을 기념해서 새로 장만한 스피커이지만, 복각이다. 와트퍼피 짝퉁...

 

나중에 여유가 되면 와트퍼프 7 정도 있으면 좋겠다고, 상상이야 내 맘이다.

 

30대 초중반에는 나도 스피커 잠 많이 샀었다. JBL을 거쳐, 모니터 오디오 시절, 그러다가 국산으로 와서 몇 년간 돌다가, 국산 스피커 붐이 끝나면서 이제는 와트퍼피나 다인으로 가야지, 하다가 딱 결혼을 했다.

 

싼 것, 비싼 것, 이렇게 스피커만 다섯 조가 있다.

 

앰프는 한참 많을 때 다섯 조가 있었는데, 진공관은 벌써 나갔고, 지금은 인티 하나, 맛탱이 가서 블록 파워에서 그냥 싱글로 돌아온 거 한 조. 국산 앰프를 썼더니, 몇 년이 지나니 볼륨부터 시작해서 하나씩 맛탱이가 가기 시작하는데, 고치기도 귀찮아서 그냥 계속 하나씩 망가지는 중이다.

 

결혼 하고 나서 새로 산 건 데논 턴테이블이 유일한데, 그렇다고 새로 뭔가 나오면 가끔은 샵으로 뛰어가서 구경하는 짓은, 여전히 한다.

 

물론 마음 속에 그려보는 환강의 마지막 셋트는, 언제나 계속 업글 중이다만.

 

마루의 복각 와트퍼피에 올라간 고양이를 보고 나면, 그런 생각이 싹 사라진다. 스피커 그릴을 지지대로 밝고 올라가는데, 몇 번에 한 번씩은 그릴이 마루에 떨어져있다.

 

와트퍼피 위에 기운차게 올라가서 포효하는 고양이를 보면, 이게 복각이니 참고 넘어가지, 진짜였으면 속 꽤나 썩었을 것 같다는 생각을 해본다.

 

앰프, 스피커, TV, 턴테이블, 전부 그냥 고양이 놀이터일 뿐이다. 진공관 앰프가 하나 있었는데, 진공관 틀었다가는 고양이 구워먹을 일 생길 것 같아서, 그냥 놀리고 있다가 결국은 맛탱이가 갔다.

 

B&W signature diamnond 모델로 40년 기념판이 나온 걸 봤다. B&W는, 소리에 비해서 너무 비싸서 별로 관심이 없었는데, 조지 루카스가 모니터용으로 사용한다고 해서 조금 관심을 가지고 들어본 적이 있다.

 

이 모델은 B&W 중에서 중간급 정도인데, 얄쌍하고 예쁘기는 정말 예쁘다만...

 

고양이가 위로 올라갔다간, 영 파이다.

 

지금 방에서 쓰는 스피커는 민성 톨보이이다. 참 옛날에 내가 이런 것도 샀었군... 팔려고 해도 살 사람도 없겠지만, 지금은 그냥 몇 년째 계속 쓴다. 내가 생각해도 좀 한심한 소리이기는 하지만, 쿡트비의 영화나 보고 DVD 정도 보는데, 아무 하자 없다.

 

이넘은 그릴이 튼튼해서, 고양이가 위로 올라가도 아무 끄덕없다. 너무 튼튼해서, 잘 빠지지도 않고, 빠지면 도로 끼우기도 어렵다.

 

하이엔드와는 아주 거리가 멀지만, 하이 터프하기는 하다. water proof가 아니라 고양이 proo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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