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박 시대, 이젠 나도 힘이 빠진다

 

명박 시대 5년차, 그 동안 무슨 정신으로 살았는지, 나도 깜박깜박한다.

 

노무현 때부터 치면 10, 무슨 힘으로 버티면서 여기까지 왔는지, 진짜 까마득하다.

 

요즘은 단 하나도 새로 일정을 얹기 어려울 정도로, 그야말로 꽉 차 있다.

 

힘이 빠진 건지, 나이를 먹은 건지

 

수업 부탁이 오기는 왔는데, 마흔 살 중반에 시간강사라, 이젠 도저히 못하겠다. 그것도 열정이 있어야 하는 일인데, 이젠 그만한 열정이 남아있지가 않다.

 

나꼽살은, 생각보다 힘이 많이 드는 방송이다. 안 해보던 얘기들을 만들어내는 것도 어렵고, 매번 방송 주제를 정하고, 이것저것 틀 잡는 게, 공중파 방송 보다 훨씬 힘이 많이 든다. 경제 얘기만 가지고 여기까지 왔으면, 진짜 많이 온 거다.

 

올해만 하고 전부 내려놓는다고 생각하고 있으니, 그래도 한 해를 어떻게든 버텨낼 힘을 내는 거지, 내년에도 뭔가 해야 한다고 생각하면당장 오늘 해야 할 일도 하기 싫어진다.

 

수업도 접고, 강연도 접고, 몇 년째 그래도 나름 즐기면서 계속하던 TV의 다큐나 시사방송 기획 같이 하던 일들도 접었다. 잡지 인터뷰 부탁들도 접고.

 

물리적으로 시간이 없기도 하지만, 뭔가 생각을 더 얹을 공간이 없다는 게 더 크다.

 

뭐가 이렇게 힘이 빠지게 하는 것일까?

 

정권은 바뀔지 모르지만, 세상이 별로 좋아지지 않을 것 같다는 불안감이, 더 이상 힘을 내보고 싶지 않다고 생각하는 그 맨 밑바닥에 있는 것이 아닐까 싶다.

 

예전에, ‘방전이라는 표현들을 쓰던데, 요즘 그 말이 나에게도 딱 맞는 것 같다.

 

기쁠 일은 별로 없고, 실망할 일은 잔뜩이고, 기다릴 일은 별로 없고, 기다리지 않아도 생겨나는 좋지 않은 징후들은 잔뜩이고.

 

관성 같은 것일까? 중오도 관성이 된다, 참 무서운 말이다.

 

10년을 버텼으면, 그래도 꽤 오래 안 지치고 버틴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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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9년의 어느 여름이라고 기억된다.

이제 막 서른이 되었고, 직급은 되게 높아져서 공공기관의 3급 부장이던 어느 여름.

가끔 재수 없다는 반응이 나올 걸 뻔히 알면서도 누군가에게 삶을 환기시켜 주기 위해서, 당신이 최대한 높이 올라와도 아주 어렸던 시절의 내 위치에 오기가 어려울 거다...

그런 얘기를 하는 순간이 있다. 그 때가 딱 고맘 때즘 언저리를 경계로 한다.

미친 척하고, 신촌 어디선가 하는 토요일날 밤새 세 편 틀어주는 극장에서 영화를 본 적이 있다.

그 때 약간씩 졸면서 본 영화가,

매트릭스 1편, 오스틴 파워 2편 그리고 와일드 와일드 웨스트.

그 영화들이 내 인생에 그렇게 깊은 영향을 미치게 될지는 미처 몰랐지만, 하여간 이렇게 시대의 시리즈 영화들을 극장에서 밤새면서 보던 시절이 내게도 있었다.

그리고 곧 이어 해리포터 시리즈와 반지의 제왕 시리즈, 그리고 조금 늦게 레지던트 이블 시리즈가 시작하였다.

조금 늦게, 그러니까 내가 공직을 그만둔 다음에 국내 영화로 황산벌이 일종의 시리즈 영화로 시작하였다.

황산벌. 평양성, 여기까지는 어쨌든 나왔고, 내소성은 완전 오리무중.

99년을 기억하는 것은, 이 때가 내 삶에서 완전 최악, 그러니까 방향상실, 어이상실, 그냥 내가 왜 사는지 모르고 시간아 가라, 내는 모른다, 그러던 시절이라서 그렇다.

에너지관리공단에 부장으로 입사한지 약 반 년쯤 지났을 그럴 때였던 것 같은데, 뭐 그 상황에서 밤새도록 세 편 틀어주는 그런 극장에서 졸리운 걸 참으면서 영화를 볼 사람이 또 있을지는 잘 모르겠다.

하여간,

그 때쯤 나는 20대 내내 탐닉하던 예술영화도 끊고, B급 영화로 줄겨보던 영화들을 옮기면서, 상업영화도 아니고 그렇다고 예술영화도 아닌, 그런 엉기적하던 영화들을 아주 좋아하고 분석하던 시절이었다.

C급 경제학자라는 별명은, 그보다는 조금 먼저 얻게 된 별명이었다.

하여간 내가 뭘 할지, 뭘 하고 싶은지 아무 것도 모르고, 그냥 헤매던 시절이었다.

해리포터 시리즈는 그즈음 시작했다.

극장에서 본 적도 있고, 못 본 적도 있는데, 어쨌든 꼬박꼬박 dd를 사면서 지내다보니 10년이 지났다. 

그 10년 동안 어린이이던 주인공들은 어른이 되었는데, 그 사이에 나에게도 많은 변화가 생겼다.

더 이상 아침이면 눈을 뜨고 출근해야 하는 상황이 아는 게 되었고,

그 사이에 결혼을 했다. 내년이면, 아마도 오랜 기다림 끝에 아이도 태어날 것 같다.

정치적인 신념은 크게 바뀐 건 없지만, 뒤에 숨어있기 보다 뭔가 앞에서 해야한다는 생각이 좀 변했다.

복장은 크게 바뀌었다.

그 시절에는 넥타이 매고 전형적인 슈트 차림이었는데,

요즘은 그냥 츄리닝 입고 다닌다.

옷에도 돈을 쓰면, 내 주변의 식구들이 편안하게 살기가 어려우니.. 그냥 추리닝 입고 다닌다.

원래도 보이는 것만으로 감사해야 할 눈, 이제는 노안이 심해져서 더 이상 엑셀이나 통계 작업은 하기가 어려워졌다.

책 보기도 힘들어졌고, 샤프를 더 이상 쓰지 않게 되었다. 샤프나 볼펜 혹은 수성펜 같은 것으로 써놓으면, 내가 읽지를 못한다.

도대체 이런 굵은 만년필을 누가 쓰나 싶은, 그런 거로 써야 겨우겨우 글씨를 읽는다.

소속도 바뀌었다.

나는 내가 뭘 차리는 건 절대로 하기 싫고...

정부기관 소속에서 영화사 소속으로, 약간의 변화가 생겼다.



이제 마지막으로 해리포터의 마지막 시리즈를 보았다.

문득, 지난 10년간이 싫든 좋든, 주마등처럼 지나간다.

그들에게도 많은 변화가 있던 것처럼, 내게도 많은 변화가 생겼다.


안녕, 해리포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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격동의 시간

 

한국의 시간은 정말 빠르다는 말에 동의하지 않을 수 없다. 명박 4년차를 마치며, 격동의 시간으로 들어간다.

 

오늘은 종편이 시작하였다. 앞으로의 변화, 너무나 뻔해 보이지만, 우리나라에서는 또 어떤 돌발 변수가 생겨날지 모르니까.

 

한미 fta 날치기 이후로 한국의 속도는 점점 더 빨라지고, 정치 일정은 물론 사회적 흐름도 급격히 변하는 중이다.

 

1년 전에 나꼼수 같은 게 생길 줄이야 누가 예상했겠나. 선대인하고 앉아서 지하 녹음실에서 경제 얘기하고 있을 줄, 바로 내 일인데도 전혀 알지를 못했다.

 

힘이라는 게 워낙 작용과 반작용 같은 흐름이 있어서, 한쪽 힘이 강해지면 다른 힘도 같이 강해지기 마련이다.

 

어쨌든 명박 5년차, 많은 사람들이 예상하기는 했겠지만, 혼돈과 격동은 그 어떤 순간보다 더 클 듯 싶다.

 

살면서 가장 실망한 순간을 생각해보면, 87 12월이 그렇지 않았나 싶다. 그렇게 열렸던 대선에서 노태우가 당선되면서, 그 실망감이 보통이 아니었다. 진짜 아무 일도 하고 싶지 않았고, 그 충격이 굉장히 오래갔던 기억이 있다.

 

이번에는 과연 어떨까?

 

나는 이 공간에서 무얼하고, 어떻게 사태를 볼까, 그런 생각들을 좀 해보게 된다.

 

벌써 내년 계획을 이것저것 세워보게 되는데, 올해의 가장 큰 차이점은,

 

엉덩이 진득하게 붙이고 앉아있을 시간이 절대적으로 부족하다는 것.

 

바야흐로 격동의 시간으로 우리는 빨려 들어가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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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사구팽 그리고 순교의 마음

 

사냥이 끝나면 사냥개가 가마솥에 들어간다, 그게 참 가슴 아리지만 세상의 이치 중의 하나이다. 토사구팽, 한신이 했던 얘기이다. 그게 싫었던 사람들은 그냥 산으로 들어갔다. 원래 그렇다.

 

<닥터 지바고>에 보면, 진짜 황당한 인간, 코마로프스키가 혁명 전에도 실력자이다가 혁명 후에도 여전히 실세인 장면이 나온다. 러시아 혁명 이후에도 설탕을 들고 오는 장면, 참 그 장면이 뇌리에서 지워지지가 않는다.

 

좋은 세상이 오면 어려웠던 시절에 고통받던 사람들이, 가족들끼리도 회후하고 말년도 편하게 보내고, 그래야 할 것 같다. 그게 사람의 마음인데, 그것과 가장 비슷한 모습은 프랑스의 레지스탕스 얘기에서 좀 본 적이 있다. 소년 연락병이이었던 미테랑이 프랑스 최초의 좌파 대통령이 되었고, 그 시절에 나치와 싸웠던 사람들이 담배가게의 독점적 주인이 되었다.

 

우리에게는 그런 역사가 잘 없다. 녹두장군은 그냥 죽었고, 왜정 시대에 뭔가 한 사람들은 아주 어려워졌다.

 

중학교 시절에 단짝 친구 중에 광복이라는 친구가 있었다. 아주 잘 생겼고, 공부도 잘 했다. 외할아버지가 유명한 독립군이라서, 손자 이름을 광복이라고 하라고 그랬다는 거다.

 

다른 중학교 친구들은 대학 시절에 대부분 다시 만났는데, 끝까지 못 만난 친구가 바로 그 광복이였다. 대학에 못갔다는 얘기를 나중에 얼핏 건너 들었다.

 

유명한 독립군 영웅의 손자가 대학에 올 수 없었던 일, 그게 내 기억에 오랫동안 남았다.

 

중학교 때, 나는 약간 세상에 대해서 알았던 것 같다. 그래서 내가 어떤 흐름에서 혹은 어떤 피에서 나온 사람인지, 그 때 처음 알아봤다.

 

그 시절에 내가 알아본 거로는, 친할아버지는 왜정 때 마포서 형사였다는 것 같다. 정말 가난하게 물려준 게 없던 양반인데, 그 시절에 내가 이해하기로는 하여간 친일파라고 나는 이해했다.

 

나는 외할머니가 키워주셨다. 외할아버지는 아주 예전에 돌아갔으닊 나한테 아무 기억도 없다. 어머니가 고등학생 시절에 돌아가신 외할아버지는, 사람들의 기억을 더듬어보면, 동아일보 데스크에 계셨던 기자였던 것 같다. 하여간 친척들의 기억을 중학교 때 내가 모아본 거로는, 그렇다. 


중학교 시절, 나의 선조들에 대한 얘기들을 이리저리 맞춰보니, 친가나 외가나, 영락없는 친일파 집안에서 내가 태어난 거다.

 

그래서 어머니한테 여쭤봤다.

 

우리 외할아버지가 친일파 맞지요?

 

어머니 대답은, 정말 엉뚱했다.

 

친일파가 아니라, 일본 사람들도 할아버지를 존경해서, 집에 와서 유상 유상, 그렇게 불렀다.

 

친일파 맞네

 

근데 왜 이렇게 집안은 가난해, 양가가 다 친일파 집안인데?

 

그게 중학교 2학년 때쯤, 내가 세상에 대해서 처음 생각해본 시절에 내린 결론이다.

 

양가 다 친일파이지만, 해방과 6.25를 거치면서 쫄딱 망한 집안.

 

하여간 내가 독립군 후손이거나, 아니면 그 시절에 뭔가 하려고 했던 집안 내력이 아니라는 것은, 너무도 명확해 보였다.

 

지금 와서 생각해보면, 이 야릇한 아버지의 집안에서 4년제 대학을 처음 간 게 나였고, 여기서 나온 첫 번째 빨갱이이기도 하다. 내가 아는 한도에서 양가 통틀어서 여전히 조선일보를 안 보는 유일한 사람도 나이고, 명박에게 투표하지 않은 사람도 아마 어른들 중에서는 유일할 것 같다.

 

아마 내가 사실상 이 집안의 장남이고 장손이 아니었다면, 이 지독할 정도의 친일파 집안, 그리고 보수적인 집안에서 최소한도의 나를 지키지도 못했을 것 같다. 보수적인 집안이라서, 유달리 장남의 권한이 강하다.

 

하여간 이런 삶을 살다 보니, 왜정 시대, 그리고 그 후의 삶에 대해서는 좀 민감하게 되었다.

 

토사구팽, 그게 한국이 만든 전통이다.

 

힘들게 새 세상을 만들면 고생한 사람이 최소한의 대가를 받는 게 인지상정, 당연한 것이다.

 

그러나 우리는 그렇게 역사를 만들지 않았다.

 

그런 점에서는 여전히 나는 레닌이 만들고자 했던 민중들의 공화국에 대한 미련이 남아있다. 현실 속에서는 실패하기는 했지만, 그런 꿈들을 꾸어본 적이 있기는 했다.

 

명박과 함께, 진짜 지난 4년간 아주 이상한 시대를 만났다.

 

그 이상함의 강도가 너무 깊어서, 그걸 물려야 한다는 사람들이 한국에 생겼다. 그것도 아주 많이 생겼다.

 

그렇다면 그 사람들이 행복해질 것인가?

 

근데, 그게 안 그럴 것 같다.

 

노무현 때 인수위원회 보면서, 이 정부는 망할 것 같다고 생각하면서 공직 생활을 그만둔 적이 있다.

 

박원순의 서울시를 보면서, 그 때보다 더하다는 느낌을 받았다.

 

이 싸움을 1년은 더 해서, 정권을 바꾸어야 한다.

 

그 다음의 시기가 과연 우리가 바랬던 좋은 세상이 될 것이냐,

 

그런 고민과 함께 과연 지금 고통 받는 사람들이 그 시절에는 행복을 누릴 것인가?

 

그렇지는 않을 것 같다.

 

친일파들이 살아남은 역사가, 지금 명박과 싸워서 정권을 바꿔도, 조금은 다른 식으로 계속 될 것이라는 느낌을 받았다.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은 그 격차를 줄이는 정도.

 

그래서 요즘 갑자기 토사구팽이라는 생각을 떠올리게 되었다.

 

세상 좋게 만드는 것,

 

그것은 자신의 삶을 풍족하게 만들기 위함이 아니다.

 

Martyr, 문득 순교자라는 단어가 떠올랐다.

 

명박과의 싸움, 여전히 순교자가 되는 마음으로 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것은 숭고해서가 아니라, 돌아올 것들에 대한 이해를 끊기 위함이다.

 

토사구팽, 그것은 오래 전부터 세상의 진리와 같다. 인간이 그걸 바꾸기는 어렵다.

 

다만 우리는 순교자 같은 마음으로, 현세를 조금이라도 개선하기 위해서 노력할 뿐이다.

 

요즘 김어준을 옆에서 보면,

 

놀기 좋아하고 발랄한 것 좋아하는 그가,

 

문득 순교자 같은 생각을 본인이 하고 있지 않나, 그런 느낌을 받았다.

 

인간이 처리할 수 없는 일정을 살인적으로 강행하는 그를 보면서,

 

토사구팽이라는 단어, 그리고 martyr이라는 단어가 떠올랐다.


(대구 콘서트 이후 잠시 쓰러졌다는 그를 보면서, 이것저것 생각이 많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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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큐 <보라>의 GV 부탁을 받았는데,

요즘은 때려 죽여도 더 이상 뭔가 얹을 시간이 안 난다. 나도 꼭 보고 싶은 다큐인데, 보러 갈 시간이나 될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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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쁘다고 말하고 싶지는 않지만

 

바쁘다고 말하는 걸 정말 싫어하고, 또 진짜로 가능하면 아침에 눈을 떴을 때, 해야 할 일이 없는 상태를 유지하고 싶은데, 이게 쉽지가 않다.

 

요즘은, 진짜로 정신을 못 차릴 정도로 바쁘다.

 

어지간한 인터뷰는 그래도 조금씩 짬을 내서 하는데, 그것도 쉽지가 않다. 인터뷰로 못할 정도로 바쁘지는 않았는데, 요즘은 좀 그렇다.

 

꼽사리는 생각보다 시간을 꽤 잡아 먹는다. 생각해보니, 이게 공중파에 비해서 진입장벽이 아주 높은 형식이라서, 자리를 잡을 때까지는 시간 많이 먹을 것 같다.

 

벌써 진행자 한 명이 시작도 못해보고 교체되고, 김미화씨로 교체되었다. 어제 처음 회의를 가졌고, 바뀐 팀으로 내일 저녁 처음 녹음을 해본다.

 

준비한지 한 달 가까이 되었는데, 아직도 포맷이 잘 안 잡혔다.

 

힘들 거라고는 생각했는데, 생각보다 더 힘들다.

 

그리고 시간은 더 많이 들고.

 

결국 김미화씨까지 투입하는 특단의 조치.

 

동생들, 니들 이제 죽었다고 봐, 한 두번 한 것도 아니면서 그걸 하나 제대로 못해서 나까지 움직이게 해?

 

원래는 KBS, 성기영의 경제 투데이, MBC 손에 잡히는 경제, YTN 생생경제, 최소한 이런 데보다는 재밌게 해볼 수 있을 거라고 가볍게 생각한 거였는데.

 

그럼, 개콘이랑 경쟁하는 거냐고, 자꾸 그렇게들 물어본다.

 

무슨 실력으로.

 

어쨌든 두 세번 녹음을 해보고, 어느 정도 자리를 잡았다고 생각할 때, 한꺼번에 공개하기로 했다.

 

이게 서버 비용이 또 만만치가 않다.

 

이래저래, 고민이다.

 

실패하면 실패하는 데로 고민, 성공하면 성공하는 대로 서버비를 어떻게 마련해야 하나, 뭐 그런 고민들이.

 

다음 일은 다음에.

 

가뜩이나 정신 산만한데, 한미 FTA 비준까지 얹혀서, 진짜 정신 없다.

 

원래도 만만챦게 복잡한 내용인데, 상황 자체가 하루가 다르게 급변하니, 진짜 죽을 맛이다.

 

그래도 도와주는 사람들이 생각보다 많아서, 그런대로 버티기는 하는데.

 

진짜로 바쁘다는 말이 입에서 툭 튀어나올 정도로, 요즘은 바쁘다.

 

내일은 일본 신문 한 곳하고 만나기로 했는데, 진짜 미룰 수만 있다면 미루고 싶은 심정이다.

 

, 이 와중에 돼지의 왕’, 극장 가기로 한 게 있고, 일요일은 청춘 콘서트로 대구 가는 게 잡혀있는 것 같다.

 

진짜, 돌겠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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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돼지의 왕>은 올 가을의 최고 핫 아이템이다.

이게, 은근 중독성 있다. 보통 GV에 갈 때는 밖에서 기다리다가 영화 끝나면 들어가고는 했는데,

이번에는 한 번 더 볼 생각이다.

여러가지 면에서, 이번 시즌 최고 핫 아이템이라고 할 수 있다.


<고양이의 춤>은 시사회에 초대를 받기는 했는데, 다른 일정들이 겹쳐서 못 봤다.

다른 사람은 모르겠는데, 나는 꼭 볼려고 마음먹고 있는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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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위터 이후, 블로그는 어떻게 운영할 것인가?

 

이 블로그는, 말 그대로 임시연습장이다.

 

언제까지 할지 잘 몰라서 임시이기도 하고, 또 진짜로 가끔은 초고들을 여기서 써보기도 한다.

 

여기에 속보에 대한 약간의 논평성 성격을 가진 글들을 좀 쓰기도 했고.

 

트위터는 안 했는데, 한미 fta 날치구 국면을 맞아, 이것저것 가릴 처지가 아니다.

 

하여간 그러고 나니, 블로그 운영에 대해서는 한 번쯤 생각해봐야 할 것 같아서, 잠시 생각해봤다.

 

책과 관련된 얘기들은 어차피 크게 바뀔 건 없으니, 사람들과 같이 상의해본다는 느낌으로 중요한 순간들에 대한 단상들 중심으로 계속 운영을 하고.

 

여기에 간간히 올렸던 에세이들은 발표하지 않았던 것들과 묶어서 12월경에 에세이집으로 나오게 된다. ‘마흔살을 모티브로 1년 정도 썼던 것들인데, 마흔살을 모티브로 쓰는 건 일단 끝났다.

 

가끔씩 소일하면서 쓰는 것들은 뭔가 주제가 있어야 쓰게 되는데, 1년 정도 마흔살이라는 주제를 썼었다.

 

이젠 이건 할만큼 했고, 또 나도 지겹고.

 

위로나 이런 주제는, 닭살 돋는 주제라서 한 번도 생각해본 적이 없었는데

 

명박 시대를 살아가는 생활인에 대한 위로, 그런 비슷한 글들을 요즘 써보고 싶어졌다.

 

나도 힘든데, 다른 사람들은 얼마나 힘들겠냐, 제 정신이면.

 

이런 걸 어떻게 무겁지 않고, 가볍게 그리고 밝게 써볼 수 있나, 그런 질문들이 좀 있다.

 

블로그에서는 댓글 거의 안 달았는데,

 

앞으로 대선 때까지, 즉 명박 치하에서는 위로를 키워드로 하는 글에는 나도 나름대로 위로성 댓글이나 상담성 댓글을 달아볼까 한다.

 

어쨌든 이렇게라도 서로 격려하고 지지하며 남은 시간들을 버텨야 할 것 같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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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치지 않기 위하여

 

사람은 살다 보면 지치게 된다. 지치지 않는다고 겉으로는 말해도, 인간이라는 것은 지치게 되어있다.

 

나이를 먹어가면, 누적된 피로감은 더 하다.

 

그러나 지금 대학교에서 학생들을 보면, 그들만큼 지쳐 있는 사람은 없는 것 같다. 눈에 피로가 하나 가득이다.

 

그리고 편의점에 가면, 더 지친 영혼들을 만나게 된다. 새벽에 편의점에 잠시 들를 때마다 이 고단한 영혼을 만나게 된다. 마음이 천근만근이 된다.

 

그러나 이 중에서 더욱 지치게 만다는 것은, 절대로 지치지 않을듯한 우리들의 명박, 우리는 지금 명박 4년차를 지나고 있다.

 

여러 가지 모임과 집단들이, 사실 나만 보고 움직이는 상황에서, 별로 지친 티를 내지 않으려고 하지만 지친다, 지쳐, 그런 느낌을 받는 것은 나도 마찬가지이다.

 

, 아직도 1년이나 더 남았쟎아, 이런 썩을.

 

지난 몇 년 동안, 엄청 뭘 한 것 같은 느낌이 있기는 했는데, 돌아서 생각해보면 참 부질없는 짓이고, 사실 나아진 것은 거의 없다.

 

내가 남들보다 덜 지친 것은, 어쩌면 먹고 사는 것에 대한 고통을 덜 느꼈기 때문이라는, 그런 단순한 이유 때문인지도 모른다.

 

지난 4, 개인적으로는 참 절제된(!) 소비 패턴을 가지고 있었다. DJ 시절에, 앨범을 사고, 스피커를 사고, 기타 등등, 그거에 비하면 이번 정부에서는 산 물건이 진짜 별로 없다.

 

내가 입는 옷들은 DJ 정부와 노무현 정부 때 산 것들이 대부분, 그냥 헤지면 헤진 대로, 떨어지면 떨어진 대로 버틴다. 이 정권에서 내가 가장 많이 산 것은 운동화 정도? 참 많이도 돌아다녔다. , 구두도 이번 정권에서는 한 켤레도 안 샀다.

 

언제 생활비가 없을지 모르고, 어떤 일을 겪을지 모르니, 조금만 내구재에 가까운 것들은 대부분 노무현 정부 때 샀던 것들.

 

그래도 지치지 않는 건 아니다.

 

요즘 입고 다니는 가을 자켓은 총리실 시절에 입던 것이다. , 이것도 정권 2번을 거치고, 10년 되었다.

 

우리 집에서 유일하게 새것을 가지고 끊임없이 소비를 해대는 것은 고양구.

 

쥐 좀 잡으려고 들였는데, 쥐는 안 잡고, 오줌만 싸댄다. 결국 세스코 불렀다, 견디다 못해.

 

그래도 지치지 않으려고 즐거운 공상을 하고, 가벼운 상상들을 자꾸 한다.

 

아직 가보지 않은 도시의 꿈 같은 산책길을 상상하기도 하고, 경제가 지금과는 좀 다른 모습으로 전개되는 그런 사회를 상상해보기도 하고, 가끔은 한나라당이 없어진 한국의 모습을 상상해보기도 하고.

 

상상을 멈추면, 너무너무 지치게 된다.

 

지치지 않기 위해서는 공상하고 상상하고, 자꾸 사람들과 수다를 떨고, 또 보지 않던 그림들을 보고 가끔은 전시회에도 가고.

 

음악회는 안 간다. 너무 관제 음악회처럼 바뀌어서, KBS 관현악단 같은 음악회에 갔다가는 더 심난하게 되고, 세상이 왜 이렇게 되었을까, 그런 생각을 너무 많이 하게 된다.

 

명박 2년차까지는 그래도 KBS 관현악단 정기공연 같은 것은 꼬박꼬박 챙겨서 갔었는데, 그들도 너무 나를 지치게 한다. KBS에 속한 모든 것들은, 즐거운 상상을 방해한다.

 

미술은 정부가 그만큼 장악하지는 못한 것 같다. 그래서 가끔 상상력을 지독하게 자극하는 그림들을 만나게 된다.

 

그림이 평온하게 해준다는 생각을 못했는데, 별로 돈이 되지 않는 그림을 그린 젊은 화가들의 몸부림과 이 시대를 지치게 살아가는 사람들의 몸부림이 묘하게 겹치면서,

 

가끔은 즐거운 상상을 하게 된다.

 

지치지 않기 위해서는, 큰 돈 들지 않는 것 중에서, 상상력을 자극할 수 있는 모든 것을 해야 한다.

 

안 그러면 명박의 숨소리를 사방에서 발견하면서, 이유도 없이 자아가 붕괴하게 된다.

 

나 혼자 지치지 않는 게 무슨 소용이람, 그런 생각도 하지 말아야 한다.

 

, 흰 종이를 들어 상상을 하자.

 

명박 없는 세상을.

 

그리고 잠시 지친 영혼을 쉴 수 있게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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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구는 겨울을 제일 좋아한다.

겨울이 되면 느무느무 추운 침대에서 나와 그래도 우리 집에서 제일 덜 추운 방에 식구들이 전부 모여든다. 이불 깔고 생활하는데, 고양구는 이불에서 나올 줄을 모른다.



그냥 두면, 지가 알아서 이불을 파고 들어가서 요러구 있는다.

자기가 이 집의 진짜 주인이고, 니들은 다 머슴이야, 이런 걸 의심해본 적이 없는 눈치다.

오늘은 국회 가능라고 급하게 스웨터를 집어있고 나갔는데...

아, 자는 동안에 오줌을 쌌다.

내가 이러고 살아야 하나 싶은 생각이 들 때가 가끔 있다.


한미 FTA 문제로 급하게 집을 나서는데, 마당 고양이 일가가 쪼르르 달려나온다.

어이,

배고픈데,

밥 좀 주고 가지 그래.



왼쪽이 아빠 고양이, 오른 쪽이 엄마 고양이, 가운데가 아기 고양이.

이렇게 일가를 이루는 고양이가 또 있는지 모르겠다.

어쨌든 내가 고양이 몇 마리, 그것도 가정을 이루고 같이 지내는 고양이 한 가족을 잠시라도 기쁘게 해줄 수 있다고 생각하면,

가끔 태어난 게 고맙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조금 더 가서 찍어보고는 싶은데, 이보다 가까이 가면 놀라서 도망간다.)



이 고양이 일가를 보면서, 애뜻함과 애잔함이라는 양가적 감정을 같이 느낀다.

길고양이는 얼마나 살지도 모르고, 언제 사고가 나서 한 마리가 사라질지도 모른다.

가끔 밥을 주면, 아빠 고양이가 없거나, 새끼 고양이가 없거나, 그렇게 두 마리만 있거나.

혹은 아빠 고양이만 있거나, 그럴 때가 있다.

그럴 때면 나머지 고양이들이 다 잘 있나, 그런 걱정이 든다.

그러다가 가끔 이렇게 세 마리가 다 있으면,

아직 이 가정에는 별 일이 없군...

그렇게 또 하루를 안도하면서 지낸다.


겨울을 이 집에서 날지, 아니면 겨울이 오기 전에 이사를 갈지, 아직 결정을 하지 못했다.

겨울을 날 거면, 그래도 봄 되기 전까지라도 이 고양이 가족의 행복한 모습을 지켜주고 싶어서,

어떻게 개집이라도 놔줘야 하나,

뭔가 텐트를 치고 이불을 넣어주면 되나,

그런 걱정을 조금씩 하기 시작했다.


겨울을 나면, 이 가족은 또 헤어지게 될 거고,

새로운 새끼들이 태어나고 새로운 가족이 생겨나게 될 것이다.

그래도 내가 돌보고 있는 한, 겨울에 추워서 얼어죽는 건 좀 피할 수 있게 해주고 싶다.


이 상황이 아주 자연스러운 것은 아니라는 걸 알지만,

사람의 마음이 그렇지가 않다.

3년 전에, 길에서 죽어가던 세 달짜리 고양이 한 마리와 같이 살기 시작했는데,

이제는 나한테 딸려서,

밥은 좀 줄 건가, 그러고 있는 고양이들이 좀 많아졌다.

얘네들 말고도 내가 밥을 주는 고양이들이 2~3마리 더 있다.


이렇게 일가를 이룬 녀석들만큼 대놓고 친한 척은 못해도,

길가다 골목길에서 만나면 도망가지 않고 아는 척 정도는 해준다.


삶이 뭔지는 아직 잘 모르겠고,

행복이라는 것도 불안한 균형이라고는 생각하지만,

그래도 햇살이 아주 따스하던 가을 오후,

국회에 나가던 바쁜 걸음을 잠시 멈추고 고양이 일가에게 밥을 주면서,

삶을 잠시 생각해봤다.


첫 눈 올 때, 저 고양이들을 볼 수 있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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