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녁 때 연락을 받았는데, 민주당의 정동영 의원님도 <인사이드 잡> 보신답니다.

극장에서 관람객들과 토크 같은 거 해볼 수 있도록 약간 주선해볼 생각입니다.

일단 제가 아는 데 까지는, 이대의 시네마테크에서는 좀 길게 이 영화를 가지고 갈 계획이구요.

우선은 CGV 쪽 객석을 채우는 게 우선.

이대와는 달리, CGV는 객석이 차지 않으면 바로 내려갑니다.

어느 정도 객석을 채워서, 개봉관 수를 늘리는 게 보다 많은 분들이 이 영화를 보고, 지방에까지 내려갈 수 있는 길입니다.

한국 배급사에서는, 별도의 마케팅을 하기가 어려운 상황이라는 것 같구요.

전례를 보면, 입소문으로 사람들이 조금씩 극장에 가는 것 외에는 달리 수는 없어보입니다.

개봉 첫주 주말 극장 예매율이 중요한 지표이기는 한데, 그런 것까지 기대하기는 쉽지 않아 보이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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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책 10권 준비했습니다.

우선 순위 개봉편 보시는 편, 그 다음 순위는 오늘 보시는 분,

그렇게 보내드립니다.

알아먹을 수 있는 방법으로 주소 남겨주시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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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정세균 대표와, 태어나서 가장 길게 얘기하게 되었다.

전에도 뵌 적이 몇 번 있는데, 악수와 짧은 덕담, 그 정도.

한국에서 아무런 마케팅 없는 비운의 다큐, 인사이드 잡 보시겠다고...

새만금 해수유통 얘기도 했다.

답은... 없었다.

그외에도 몇 가지 얘기가 더 있었는데, 다음 총선에서 비례대표 1번을 20대 여성에게 주는 문제는,

아마 민주당에서 긍정적으로 받을 것 같고.

20대 국회의원을 만들어내는 게, 몇 년간 내 꿈이기도 했는데, 내년에는 드디어 볼 수 있을 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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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내가 가장 힘을 기울여서 하는 일이, 외환은행 문제를 해결하는 일이다.

마침 <인사이드 잡>이 다음 주에 개봉을 하면서, 전혀 아무런 마케팅도 없는, 그래도 개봉하는 게 얼마나 고마운 일이냐는, 그런 생각을 하고 있다.

일단 개봉관 1회 상영분을 본 사람 10분에게는, 내 책을 드릴 생각이다.

(전달 방법에 대해서는, 여전히 고민 중이다. 주소를 알면, 배송하는 방법을 써볼까...)

외환은행 노조에게, 다큐를 보기를 간청하는 편지를 썼다.

금융노조와 사무노조 쪽에도, 꼭 보시기를 간청하는 편지를 쓰려고 한다.

작은 힘이라도 보태볼려고 한다.

(개봉 첫회 보신 분 중, 어떻게든 알아먹을 방법으로 연락해주시는 10분께, 제 책 중 가장 비싼 책 보내드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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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구는 이제 세 살인데, 여전히 오줌 엄청 싸댄다.

재래식 무기가 무섭다고 하더니, 진짜 무섭다.

요 몇 주간 좀 얌전하더니, 급기야 마루 바닥에다 그냥. 아, 돌겠네.

고양이 제일 많이 오줌을 싼 건, 지난 겨울에 '한국말 할 줄 알아요' 고양이 동영상을 틀었던 다음의 일이다.

눈이 나빠서 잘 보지는 못하는데, 동영상의 다른 고양이 소리를 들었더니, 우리 집에 다른 고양이가 와 있는줄 알고...

엄청 싸댔다.

발정기 아닐 때인데도, 잔뜩 긴장해서.

원래는 헤게루가 본명인데, 별칭 하나를 새로 만들어주었다.

싼나 미르달.

군나 미르달은 재밌는 경제학자이기도 하고, 노벨상도 탄 사람인데, 우리나라에서는 전혀 안 보는 듯 싶다.

스웨덴 상원의원도 하고, 전쟁 중에는 스웨덴 상공부장관도 했던 걸로 알고 있다. 현재의 스웨덴 경제의 기틀을 만든 사람 중의 한 명이다.

스웨덴 경제 연구한다고 사람들 엄청 몰려갔는데, 미르달 책은 아직 번역된 것도 없는 것 같다.

발전경제학 한참 날라다닐 때, 스웨덴의 군나 미르달, 미국의 아버트 허쉬만, 프랑스의 베르나르 로지에, 그런 할아버지들의 전성 시대가 있었다.

바로 그 뒤를 이어, 쿠르그만과 리피에츠, 아, 진짜 아름답던 시절이었다.

장하준 선생이 군나 미르달 상 탈 때, 솔직히 엄청 부러웠다.

아, 좋겠다.

미르달의 제자들에게 인정받는 건, 장하준이 발전경제학 적통이라는 의미이다.

언젠가 다시 발전경제학 패러다임이 유행하는 시기가 오면, 장하준은 노벨경제학상 대기 순위 1번쯤 된다, 나이를 좀 더 먹으면.

고양에게 우리말 별칭도 하나 붙여주었다.

쌑지.

이거 뭐, 팥지도 아니고, 왜 이렇게 싸대나, 쌑지.

싼나 미르달양,

소리 지르고 있을 때 잘 들어보면,

쌑지, 쌑지!

내 이름은 쌑지, 그 지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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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부할 때는 고양, 내 방에 못 들어오게 한다.

나도 집중을 좀 해야 하니까...

그러면 문 밖에서 방문을 북북 긁는다.

참다 참다, 결국은 열어주면, 뾰로로.

꼭 내 의자 위에 올라와서 10분씩 지랄을 하다가 간다.

지랄할 때, 고양은 꼭 지킬 박사와 하이드 씨를 보는 것 같다.

ISO 수치를 높여서, 형광들 불 빛 아래 잡아본 하이드 고양이.

보통 10분을 이 지랄을 하고는 평정을 찾고는 다시 지킬 고양이로 돌아간다.

세 달쯤 되었을 때, 처음 우리 집에 와서 며칠을 싱크대 밑에서 혼자 숨어 지냈다.

드디어 넘이 긴장을 풀고 싱크대 밑에서 나왔을 때,

부엌 식탁 의자에서 저 하이드 고양이의 모습을 처음 봤다.

혼자 보고 있으면, 억만금을 줘도 아깝지 않을 정도로, 배꼽이 빠지는 모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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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사능 정국을 맞이하여, 핵잠수함에서의 방사능 유출 사건을 다룬 <K-19>을 같이 보게 되었다.

얼마 전 국보법 위반으로 한바탕 해프닝이 벌어졌던 '자본주의 연구회' 신입회원 모집 플랑이 있어서 잠깐.

 


목련이 흐드러지게 피어올랐다.

처음 해 본 행사라서, 몇 분이나 오실지 도무지 감을 잡을 수가 없었는데, 대체적으로 40분 정도.

자녀 두 분과 같이 오신 내외가 있었고, 회사원들이 생각보다 많이.

SK에서 오신 분이 김밥을 맞춰주셔서, 팝콘 대신 김밥과 함께.

원래 예약한 강의실은 행정 착오로 중복 예약이 되어, 급히 다른 방을 찾느라고 예정 시간보다 좀 늦게 시작하였고.

장비 맞추고, 자리 배열하느라고, 8시 반은 되서야 겨우 시작.

 


영화 <K-19>은, 초창기 키아누 리브스가 나왔던 <푹풍 속으로> 아주 유명해진 여성 감독이다.

헐리우드의 민주당 계열 영화 중 잠수함 영화가 좀 있다.

극우파라기 보다는 좀 희한하고도 그로테스크한 소설가, 톰 클랜시를 원작으로 하는 잭 라이언 시리즈가 <붉은 10월>에서 시작했다. 그리고 <패트리어트 게임>, <긴급 위험>, 최종본인 <섬 어브 올 피어즈>까지 가는데, 그 시작이 바로 <붉은 10월>이었다. 핵 잠수함이 소련으로부터 망명하는 얘기이고, 여기에서부터 CIA 분석관으로 근무하던 잭 라이언이 영화 세상에 등장하게 된다.

5년 후에 나온 <크림슨 타이드>는 백인 마초풍의 함장과 흑인 엘리트의 부함장 사이의 갈등을 그린, 평화파와 강경파 사이의 조직론에 관한 얘기.

이 두 영화의 사이에 낀 게 2001년에 나온 <K-19>.

잠수함이라는 좁은 공간에서 나온 조직론과 관련된 영화로 주로 해석이 되었는데, 여기서는 전임 함장이 부함장이 되고, 당서열 높은 새로운 장교가 함장이 되어, 전직 함장과 신임 함장의 두 개의 명령 라인이 그려내는 갈등이 주요 내용이다.

쿠데타와 친위 쿠데타가 벌어지는 것은 <크림슨 타이드>와 <K-19>이 유사하고.

그러나 진짜로 <K-19>과 짝을 이루는 영화는 2000년에 나온 <D-13>이라는, 쿠바 위기를 다룬 영화이다. 그리고 바로 그 직전의 상황을 보기 위해서는 <굿 쉐퍼드>, 이렇게 세 편의 영화가 사실상 같은 시기를 서로 다른 눈으로 다른 영화들이다.

후르시쵸프와 케네디의 시대... <굿 쉐퍼드>는 쿠바 위기 이전에 케네디가 쿠바 침공을 시도하는 때에 관한 얘기이다.

여기에 대한 멍군 격으로, <K-19>은 후르시쵸프가 미국 본토로 바로 날릴 수 있는 대륙간 탄도 미사일을 탑재한 핵잠수함을 확보하려다 발생한 사건에 관한 얘기.

그리고 <D-13>은 이도저도 생각대로 안된 후르시쵸프가 쿠바에 직접 핵 미사일을 반입하면서 생겨난, 인류 최고의 위기였던 1962년의 쿠바 해상봉쇄 사건을 다룬 것.

전통적 잠수함 영화 계열이 하나 있고, 후루시쵸프-케네디의 핵 미사일을 둘러싼 시소 게임이 또 하나 있는 셈이다.

참고로, 젊은 시절 즉 스탈리그라드 전투를 직접 지휘하던 후르시초프의 얘기는, <에너미 앳 더 게이츠>라는, 유럽 합작 영화가 잘 보여준다.

(당시의 어느 병사가, <D-13>에서 후루시쵸프가 케네디에게 보낸 비밀 메신저로 설정되어 있다.)

대체적으로 영화는 민주당이 생각하는 핵은 안돼, 그런 평화 버전에 여성의 눈으로 본 살벌한 원자로가 주요 모티브로 끼어들면서, 나름대로는 원자로 영화의 길을 걷고 있다고 할 수 있다.

<닥터 스트레인지 러브>로부터 시작되는, 냉전 시대의 핵 미사일 발사에 관한 얘기들은 또 나름대로의 자기 역사를 가지고.

한국에서는 잠수함 영화로 <유령>을 만든 적이 있는데, 얘는 좀.

그냥 한국 버전의 쇼비니즘 영화 정도로 분류할 수 있을 것 같다.

하여간 구 소련 시대의 냉전에서, 핵 잠수함에서 원자로 누출이 생기면 어떻게 될까, 그런 질문을 영화는 정면으로 제기한다.

원자로를 가장 많이 보여주는 영화이기도 하다.

누가 원자로에 들어갈 것인가, 이런 질문에서 reactor officer들이 들어가야 하는 거 아니냐, 그런 기계적인 답대로 진행된다만...

영화에서는 결국 함장인 해리슨 포드까지 원자로에 들어가게 된다.

소련의 부패...

원래는 원자로 앞에 비치되어 있어야 할 방호복은 재고가 없고, 화학 방재를 위한, 영화에서는 rain coat라고 표현되는, 그런 걸 그냥 입고 들어간다. 원자로 근무자들은, 그런 사실을 모르고...

10분간, 이게 최대한의 안전 시간이라고 설정되어 있지만, 사실은 방호복이 제대로 된 게 아니라서, 일단 들어가서 냉각수 용접 작업을 한 사람은 죽을 수 밖에 없다는 게 설정이다.

사건이 나고 바로 현장에 투입된 7명은 며칠 내로 사망하고, 그 후에도 20명이 더 사망하게 된다.

평소에 이 영화를 보면, 조직론의 관점에서 보거나, 냉전 시대의 소련 내부의 분위기라는 눈으로 보거나, 아니면 핵 미사일을 둘러싼 '공격이 최고의 수비이다'는, 미국 극우파들의 핵 우산의 눈으로 보게 되지만.

시국이 시국이라, 이 영화를 원자로 누출 사건으로 보게 될 줄은, 정말 몰랐다.

보통 사람들이 최고의 장면으로 꼽는 건,

어느 수병이 애완용으로 기르던 쥐가 방사능 누출로 죽어가는 장면, 긴 샷은 아니지만 정말 섬세하게 처리되어 있다.

___________________________

시작이 늦어져서 영화가 너무 늦게 끝나서, 예정되었던 간담회는 못했다.

시간이 있는 사람들은 짧게 차 한 잔 할 시간은 되었는데, 하고 싶은 얘기들을 다 할 수는 없었고.

그 때 그 때 상황 봐서, 매달 영화 같이 봤으면 좋겠다고 하신 분들이 좀 있었는데...

맘 편하게 볼 수 있는 곳은 하자 센터 정도인데, 여긴 영등포라서 좀 너무 먼 것 같은 느낌이 좀 있고.

형식은 여전히 좀 고민스럽다.

인권위원회에서 영화 보기 프로그램을 운영한 적이 있었는데,

그 때는 내가 마이크를 들고, 이 장면은 어떤 의미이고, 이 장면은 어떻게 봐야 하고, 그렇게 떠들면서 본 적도 있기는 한데.

영화 자체에 몰입하는 데에는 방해스럽다는 느낌을 받았고. 또 영화가 다양한 해석의 여지가 있는데, 그렇게 누군가가 해석을 하는 게 꼭 좋은 거냐는 생각도 좀 있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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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이가 부부로 지내지는 않는 걸로 알고 있는데.

어쨌든 이렇게 두 넘이 지난 여름부터 마당에서 살고 있는 고양이 중, 부부로 같이 지내는 넘들이다.

같은 배에서 나온 형제들인 경우에, 조금 크면 다 떨어져서 지내기 때문에 같이 다니는 고양이를 보기는 어렵다.

간만에 낮잠을 즐기고 있는 넘들.

길냥이들의 평균 수명이 2년 반에서 3년 정도 된다고 들었는데, 길지 않은 그 삶 속에서 이렇게 같이 지내는 모습이, 진짜 푸근하게 마음을 풀어준다.

지난 겨울을 같이 나고 난 다음에 만나는 봄볕, 그래서 더 다정하게 느껴진 것인지도 모른다.

사람들에게는 빈처라고 한다면, 고양이에게는 겨울처 혹은 겨울 남편?

혹독한 겨울을 같이 나고, 드디어 찾아온 봄볕을 만껏 누리며 오수를 즐기는 고양이 부부.

저들은 얼마나 더 저들에게 주어진 시간 속에서 행복을 누릴 수 있을까?

행복, 그 순간은 짧더라도, 같이 지낸 시간은 영원과도 같을지도 모른다.

우울증이 사회적 질환처럼 번져가는 요즘 같은 시기,

우리는 더 많은 행복과 더 많은 즐거움을 찾아서, 삶 속에 챙겨넣어야 할 것 같다.

다행인 것은, 돈이 줄 수 있는 행복은, 같이 하면서 느낄 수 있는 행복에 비하면 아무 것도 아니라는 사실.

우리의 삶이 아무리 어렵다고 해도, 겨울을 꼼짝없이 밖에서 나야 하는 고양이 부부보다 더 어려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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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평양성>과 <신기전>은 메시지도 그렇고 스타일도 그렇고, 정반대에 서 있는 영화이다.

카메라 워크와 빛을 사용하는 방법, 그런 소소한 스타일도 극단적으로 반대이다.

김유진 감독의 영화는 <와일드 카드>를 아주 재밌게 봤던 기억이 있다.

진짜 김유진 감독의 생각이 어떤지는 잘 모르겠지만, <신기전>은 계산에 의한 영화이고, <평양성>은 너무 계산 없는 영화이기도 하다.

(<평양성>과 관련된 제작 상의 뒷얘기들은, DVD 발매 다 끝나고, 이제 곧 제작에 들어갈 <화차>까지 어느 정도 지나가면 조용하게 할 기회가 있을 것 같다.)

<신기전>을 보면서 떠올렸던 영화는, 철저하게 계산에 의해서 만들어진 <대부 3편>. 1, 2편의 재밌는 요소와 시퀀스 배치를 계산해서, 딱 그렇게 만들었다고 한다.

그 얘기를 들을 때마다, 아니 1, 2편에는 소피아 코폴라가 안 나왔쟎아, 도대체 무슨 계산을 했다는 거지?

<신기전>은 쇼비니즘, 신무기, 기타 등등, 그런 흥행의 요소를 적나라하게 계산한 영화인 셈이다. 반면 <평양성>은, 계산이 없어도 좀 너무 없었던.

겉으로 드러난 얘기로만 보면, '신무기 가지고 나라 지키는 거 아니다' vs '신무기가 꼭 필요하다', 이런 국가를 지키는 두 가지 방법에 관한 서로 다른 견해에 관한 얘기이다.

고구려는 신무기를 가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나당 연합군으로부터 스스로를 지키지 못했다.

반면, 세종은 신기전을 가지고, 잘 살고 부강한 나라를 만들고, 명나라도 깨갱 시켰다는 가슴 훈훈하고 풋풋한 얘기.

그거야 눈을 가지고 영화를 보면 누구나 알 수 있는 얘기이고.

과연 그게 다인가, 그런 뭔가 감독에게 뒤통수 맞은 듯한 찝찝한 마음이.

아니, 김유진 감독 정도 되면 그 정도는 충분히 알 수 있을만한 사람이쟎아?

요게 당분간 풀어보고 싶은 미스테리 퍼즐인데, 한동안 25억에서 30억 기준으로 오던 영화 기본 펀딩이, 요 <신기전> 나오던 기점을 경계로, 팍팍 줄기 시작해서 요즘은 15억원에서 걸린다.

잘 하면 터질 수도 있는 영화인데, 어쩌면 그냥 힘 못 쓰고 죽을지도 모르는.

물론 70억에서 100억 넘어가는 영화들이 지금도 제작되기는 하지만, 몇 년 전에 25억 정도를 모을 수 있었던 영화라면, 요즘은 15억 기준이 된다.

그 10억만큼? 영화 스탭들 코피 터지는 거고, 제작 기간 2달짜리 영화로 생계를 꾸려가야 하니, 메뚜기 전략을 쓸 수 밖에 없다.

영화 <신기전>을 보면서, 뭐 이렇게 속 보이는 신무기형 쇼비니즘 영화를 만들었을까, 그런 생각이 팍 드는 게 아니라 충무로와 제작사 사이의 관계,

그리고 빠르면 올해, 아니면 내년부터 선 보이게 될, 미국 영화사 직접 제작 시스템, 그런 게 더 눈에 들어왔다.

한국 감독, 한국 배우, 사무실 장소 충무로, 이런 건 그대로인데, 돈을 대는 제작사 측이 그냥 미국 영화사인 낯 선 시스템.

멕시코가 수 년 전에 이미 걸어간 그 길을 우리도 차곡차곡 밟아가는 중인데.

그 전환점에서 뭘 선택할 수 있었을까, 그런 생각이 영화 <신기전>과 <평양성>을 비교하면서 생겨난 찝찝한 마음의 한 구석에 깔려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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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틴 기어의 귀향(1982년)>이라는 실화를 다룬 프랑스 영화가 있다.

아쉽게도 난 못 봤다. 프랑스의 국민 배우라고 할만한 제랄드 데파뜌 버전이다.

이 영화를 리차드 기어 버전으로 다시 만든 영화가 <서머스비>이다.

다른 사람 취향에는 어떨지 모르겠지만, 난 진짜 재밌었다.

남편 바꿔치기라는 포맷인데, 돌아온 가짜 남편이 원래 남편보다 훨씬 좋거나 다정한 사람이라는 그런 모티브이다.

리들리 스콧의 <로빈 후드>는 전혀 아무런 정보 없이 그냥 봤는데, 이번에는 러셀 크로우 버전의 '서버스비'인 셈이다.

로빈과 마리안의, 아주 익숙한 풋풋한 틴 에이지형 로맨스가 '마틴 기어의 귀향'의 포맷을 만나면서, 40대 중년의 가슴 설레는 불륜 버전으로 바뀌었다.

정서적으로 불안한 사이코 드라마이기도 하고, 가정생활 백서의 느낌을 주기도 하고, 철 들지 않는 아저씨들의 얘기이기도 하다.

영화에서 유일하게 철 든 사람은 할아버지 두 명.

프레임은, 남편이 바뀌다는 썸머스비 포맷인데, 영화를 끌고 나가는 모티브는 마그나 카르텔이다.

실제로 마그나 카르텔이 재정되는 순간이 바로 존 왕 때이니까, 어떻게 해서 영국에서 입헌군주제의 제도적 틀이 생기게 되었나, 그 순간을 다룬 셈이다.

그리고 그 마그나 카르텔의 첫 초고를 만든 사람이 바로 로빈 후드의 아버지였더라, 요런 전설 같은 얘기이다.

리들리 스콧은 가끔 좌파 감독으로 분류되기도 하는데, 영화만을 놓고 볼 때는 진짜 그런지는 잘 모르겠다.

<에일리언>에서 마지막으로 에일리언이 가득 찬 행성을 파괴하는 핵 미사일 그리고 언제나 상존할 수 있는 '우리 안의 외부자' 즉 전염성 강한 공산주의라는 사상, 이 두 가지의 모티브를 가지고 지독할 정도로 냉전 시대에 소련을 연상시키는 상업적 감독일 뿐이라는 신랄한 평들이 좀 있다.

<블랙 호크 다운>은, 클린턴 시절의 첫 군사적 외교, 그리고 실패, 이 과정을 그린 건데.

미국의 평과는 달리, 나는 좀 배운 게 많았던 영화였다.

<로빈 후드>는 정치적으로 해석하면 얼마든지 그렇게 해석할 수 있는 요소들이 있기는 하지만, 나는 그냥 홈 로멘스 시트콤을 영화로 바꾼 것, 그런 말랑말랑하고 근쩍근쩍한 느낌을 더 많이 받았다.

결혼 7일만에 십자군으로 떠난 남편 그리고 그의 칼을 들고 다시 돌아온 어느 병사.

이를 대하는 아내의 심경이 재밌었다.

1215년 마그나 카르타를 통해서 영국이 민주주의의 역사를 걸었다, 요건 좀 지나치게 과장된 해석이라는 생각이 있지만.

어쨌든 로빈 후드가 활약하던 시기가 바로 그 시기이니, "자, 왕이여, 자유를 달라"는 로빈 후드의 대사가 아주 개뻥은 아닐 수도 있다.

분위기는 장중하지만, 만약에 나한테 이 영화 장르를 잡아보라면, 로맨스 코메디 정도로.

영화 <미스터 빈의 홀리데이>에서 연결되는, 프랑스 국왕이 석굴 먹는 장면에서, 배꼽을 뱄다.

미스터 빈이 샹젤리제에 있는 레스토랑에 들어가서 석굴을 먹던 장면과 연결되서, 굴을 먹느냐 먹지 않느냐로 영국 사람과 프랑스 사람을 구분할 수 있다는.

영화에서는 사이코 패스처럼 그려지는 고프리에게, 프랑스 국왕이 생굴을 까주면서 자기 피까지 살짝 묻혀서, 먹어...

존 왕과 같은 유모에게 자라난 고프리가 어떤 사연으로 프랑스 국왕에게 협조하게 되는지는, 영화 내에서는 잘 이해하지 못했다. 그냥 애가 원래 좀 맛탱이가 살짝 간, 그 정도로 그린 것 같다.

자기 피까지 발라서, 배신자인지, 이중 첩자인지 알 수 없는 복합적인 상황에서 굴을 먹여보는 프랑스 국왕도, 살짝 맛탱이 간 인간으로 그려진다.

싫은 거 알지만, 먹어, 그럼 믿을께.

고프리가 고뇌에 찬 표정으로, 프랑스에 협조할 자신의 심경을 보여주는 장면으로 피 묻은 석굴 신이 사용되는데, 난 자꾸 미스터 빈이 굴 먹던 장면이 생각나서, ㅋㅋㅋ.

생굴먹는 영국인의 괴로움은 미스터 빈이 더 훨씬 실감나게 그렸다.

좀 괴로웠을 것이다.

그나저나 엄청 길다. 140분. 큰 맘 먹고 봐야 하는.

이거 보고 나서 아쉬워서 보너스 트랙의 deleted scene까지 다 봤는데, deleted scene이 더 재밌다고 느꼈던 드문 영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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