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이거 픽쳐스에 출근을 시작한지, 어느덧 4달이 되어간다.

물론 월급도 없고, 아무 것도 없다.

영화사가 원래 그렇다.

촬영 들어가기 전, 영화 기획단계에서는 아무 것도 없다.

물론 나는 안해보던 일이니까, 배우는 것은 많다.

돈 내고 배우라고 해도 돈 낼만큼, 많이 배운다.

이준익, 정말 배울 게 많은 사람이다.

그냥 하는 말은 아니다.

이준익은 최근 고전 중이다.

은퇴를 선언하고, 계속 쉬는 중이다.

그의 복귀작을 준비하고, 장기 계획도 세우고, 그런 게 우리가 하는 일이다.

가까운 거리에서 지켜본 걸로는, 그는 지금 슬럼프에 빠져 있고, 우리 모두 슬럼프를 겪는 중이다.

연패 중인 팀은 점수를 리드하고 있어도 불안하고, 에러가 한 번이라도 생기면...

분위기 확 가라앉고, 결국 진다.

LG가 이런 게임이 아주 많다.

지금 우리가, 딱 그렇다.

4달 동안 지켜본 바로는, 당분간 금방 영화촬영에 들어가기가 어려울 듯 싶다.

지난 달까지만 해도, 나도 빨리 들어가야 한다는 입장이었는데, 요 며칠 사이에 생각이 좀 바뀌었다.

기왕 쉬는 김에, 장기계획도 좀 세우고,

정말 무엇을 할 것인가, 그런 것을 탑재해서,

'이준익 2기'라는 새로운 것을 열 정도로 해야 한다...

고 생각이 바뀌었다.

물론 이게, 타이거 픽쳐스에 속한 사람들에게는, 고통을 더욱 크게 만든다.

빚내서 살고 있는 사람들... 영화라는 데가 현재로서는 그렇다.

이준익 2기라는 건 뭘까?

이건 며칠 전부터 내가 가지게 된 새로운 질문이다.

다른 얘기? 다른 철학? 다른 시선?

이제 사극은 그만하고 현대극?

몇 가지 질문들을 던져보면서, 이준익이라는 상품을 어떻게 파는 게 좋을지,

이건 경제학자인 내 입장으로서 해보는 질문이다.

이런 질문 앞에서는, 나는 전공으로 돌아와, 일종의 프로모터 같은 방식으로 생각을 한다.

좋은 건지, 아닌 건지 모르겠지만, 나는 자꾸 체계화시키고 프레임을 짜는 걸 좋아한다.

가끔은 있지도 않은 걸 가지고 자꾸 뭘 설계하려고 해서 문제이기도 하지만...

이건 내 개인적인 특성이기는 한데,

난 내가 맨 앞에 혼자 서 있는 걸 싫어하고, 누군가가 앞에 있고, 그걸 도울 때가 더 편하다.

나꼽살에서도, 선대인을 앞에 내세우고, 나는 보조 역할을 하려고 하는 게,

내가 원래 그렇게 살아왔다.

하여간 지금 이준익이라는 상품이 내 손에 있다.

이걸 어떻게 팔아야 하나, 그런 질문들을 요즘 던져본다.

얼마 전에 자빠진 오토바이 얘기, 그걸 다시 한 번 원점에서 재검토를 해보려고 한다.

지금 이준익이 가장 좋아하는 것은, 오토바이이다.

오토바이와 생태, 그걸 연결하는 작업을 한 번 해보려고 한다.

오토바이는 이준익이 무의식 속에서도 가장 좋아하는 건,

생태는 이준익이 한 번도 얘기해보지 않은 것.

아내가 임신 중이 아니라면 벌써 같이 지리산에 내려가서, 오토바이 시인 이원규와 많은 얘기들을 나누었을 것 같은데, 지금 나는 그렇게 움직일 수 있는 형편이 아니다.

하여간 나도...

새로운 질문 앞에 간만에 서보게 되었다.

짜릿한 경험이기는 하다.

Posted by retired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