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나 드라마를 보다가는 잘 우는데, 언제부터인가 세상 돌아가는 일로 우는 일이 줄었다. 가슴이 삭막해져서 그런지, 아니면 감성이 변한 건지, 하여간 잘 울지는 않게 되었다.

 

총선을 마치고 1시쯤엔가, 개표 방송을 보다가 정말로 서럽게 울었다.

 

뭐, 이유는 잘 모르겠다.

 

어쨌든 그렇게 먹먹하게 잠이 들었고, 오전 늦게 일어나서 정신이 좀 들었더니.

 

몇 군데 전화를 하다가, 결국 김어준에게도 하게 되었다.

 

오후에 만났다.

 

용민이 얘기도 하고, 꼼수 운영할 얘기도 좀 듣고, 꼽사리 운영에 관한 얘기도 좀 나누고.

 

그 다음날 늦게, 정동영팀과 정말 늦게까지 수다를 떨었다.

 

초상집에 가서 화투치다보니, 누구 집 초상에 온 건지도 까먹었다는 얘기가 제일 기억에 남는다.

 

"내 탓이다, 내 탓이다", 그 생각이 많이 들었다.

 

 

 

 

국회의원이 되어서 빡빡하게 나올 김종훈 생각하면 머리 한 켠이 욱신욱신하다.

 

이번 총선은 내가 생각하거나 설정해놓았던 미래에 대한 생각이 많은 것을 변하게 하였다.

 

어쨌든, 좋거나 싫거나 내가 하기로 예정했던 일들은 대선까지는 그냥 하려고 한다.

 

토요일 밤, 잠시 나가서 DVD를 빌려오면서 그 옆의 패밀리 마트 사진을 한 장 찍어왔다.

 

지금 쓰는 소설에 사람들이 더 많은 에피소드를 넣기를 바랬던 공간이 바로 이 곳이다.

 

지금은 주인공이 가서 캔커피 하나 던져주고 오는 얘기로 잠시 나오는데,

 

여기를 예를 들면 비밀접선 장소나, 반전이 기획되는 곳처럼 다루면 좋겠다는 의견이 많았다.

 

아직은 특별한 생각은 없지만...

 

이렇게 사진이라도 보면 뭔가 좀 생각이 나올까 해서.

 

총선, 참으로 많은 것을 바꾸게 되었다.

 

어쩌면 바뀌지 않음으로 인해 우리의 미래가 바뀌게 된 것일지도.

 

 

대학에서 다음 학기 수업 안 하느냐고 연락이 왔다.

 

대선 때까지는, 일단은 수업하기는 어렵다고 답을 했다.

 

그 다음은?

 

내년에는 아직 아무 계획도 확정된 것이 없다. 올해까지 쓰기로 한 것들 중 혹시 해를 넘기면 그런 걸 잠시 마무리하는.

 

대학으로 다시 돌아가게 될까?

 

별로, 그럴 것 같지는 않다.

 

어쩌면 나는 너무 멀리 와 있는 것인지도 모른다.

 

명박의 등장 이후, 우리 모두의 미래 역시 너무 먼 곳에 와 있는지도 모른다.

 

 

우리의 삶은,

 

아직 어둡다.

 

아직은 더 어두운 곳에서 혹은 더 깜깜한 곳에서, 헤매고 있어야 할 것 같다.

 

밤이 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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