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한테만 의미 있는 사진 

 

 

 

 

며칠 동안 엄마 고양이가 보이지 않았다. 고양이가 보이지 않기 시작하면, 여러 가지 생각을 해보게 된다. 마당에 그냥 사는 것 같지만, 녀석들이 집을 떠나야 할 이유나 사고가 날 가능성은 많다. 집에 사는 고양이들이 요즘은 10년 넘게 살지만, 길고양이들의 수명은 보통 2.5년에서 3년 정도 된다. 두 번의 겨울을 넘기면, 나름 길게 산 것이고, 세 번의 겨울을 넘기기는 쉽지가 않다는 게 통계다.

 

고양이들이 사라질 때에는 사람들이 구질구질하게 헤어짐에 많은 시간을 보내는 것과는 달리, 어느 날 갑자기 보이지 않는다. 올 봄에 아빠 고양이가 한참 멋진 폼을 가지고 있었는데, 녀석이 그렇게 어느 날 떠났다. 많은 고양이들이 그렇게 마음에 묻히고 떠나간다. 그게 싫으면 아예 돌보지 않으면 되지만, 그래도 기왕의 인연이라고 생각하고 마음을 주고, 또 그렇게 서로 관계를 가지게 된다.

 

엄마 고양이는 아기 낳은지 얼마 되지 않지만, 벌써 또 새끼를 가지고 있다. 고양이들이 너무 많으면, 엄마들이 자기가 살던 데를 아기들에게 두고 떠나기도 한다. 새끼도 낳기 전에 떠나는 것은 아직 못봤지만, 어쨌든 좁은 지역에 너무 많은 고양이가 있으면 종종 떠난다. 그러지 말라고 밥을 많이 주기는 하지만, 그건 내 생각일 뿐이고.

 

하여간 며칠 엄마 고양이가 보이지 않는 동안에 별의별 생각을 다 했다. 엄마 없이 바보 삼촌과 두 아기들만 밥을 먹는 게 며칠 째 되면서, 엄마 없는 삶에 대한 생각을 생각해보고. 길에서의 삶이라는 것은 그렇게 만나고, 또 그렇게 헤어지는 것과 같다.

 

그렇게 생각하고 영화사에 갔다가 집에 들어오는데, 역시 엄마 고양이가 없었다. 뒷뜰과 여기저기를 살펴보고 오늘도 없군, 그렇게 생각하면서 마당에 길게 난 잡초들을 자르는 일을 한참을 했다. 올 여름까지는 그래도 이렇게 덤불이 되도록 방치하지는 않았는데, 아기가 태어나고 정신 없는 한참이 지나가면서, 풀까지 뽑아줄 여유는 없었다. 마침 검둥이가 나무 밑에 있어서 빗자루로 한 번 쫓아내고녀석, 내가 쫓아내도 전혀 겁 먹지는 않는다. 두 팔이 다 떨릴 때까지 한참 풀을 자르고 그냥 집으로 들어가려고 하는데, 담벼락 밑에 엄마 고양이가 편하게 쉬고 있었다. 몇 번이고 다시 보는데, 엄마 고양이 맞다.

 

얼마나 반가웠던지!

 

가슴을 누르고 있던 게 다 내려가는 듯 싶었다.

 

그 순간에 찍은 게 이 사진이다. 보통 쓰는 캐스퍼 보다는 한급 떨어지는 슈퍼줌을 가지고 있었는데, 슈퍼줌 200미리로.

 

무심한 듯 바라보는 엄마 고양이에게 애틋함을 느끼는 것은 나밖에 없는데, 사실 그런 내 감정은 잘 표현되지 않는다. 사람들에게는 별 의미가 없겠고, 나에게만 의미가 있는 사진이 되어버렸다.

 

살다 보면 크고 작은 애틋함들이 생긴다. 그게 반드시 사람에게만 느껴지는 감정은 아니다. 그런 감정을 가슴에 많이 담으면 더 행복해질까? 애틋함, 간절함 같은 것들이 인간적인 감정이고, 삶을 풍성하게 해주는 것은 분명하겠지만, 그게 더 행복하게 해주는 것인지는 잘 모르겠다.

 

그렇다고 이 모든 것들이 통제 가능한 영역에 있을 때에만 편하다고 느낀다면, 그건 너무 삭막하다. 그렇게 모든 것을 통제 가능한 상황에 놓는다고 하더라도, 컴의 하드디스크 같은 게 한번에 날라가거나, 그렇게 통제할 수 없는 상황이라는 것은 발생하고야 만다.

 

익숙한 것들과 때때로 이별하고, 원치 않는 일들이 매 순간 생겨나는 것, 그게 삶이다.

 

삶은 배반과 통제불가능 그리고 가끔 만나게 되는 안도 그런 것들로 채워지는 것 아닌가?

 

그 속에서 무언가 기다리고 조그맣게라도 뭔가가 만들어보는 게 재밌지, 거대한 성을 세워놓고 그 안에서 군림하고 있을 때에만 평온을 느끼는 것, 그런 건 좀 아닌 듯 싶다. 손에나 가득 쥔 것, 그런 건 언젠가 결국 사라지게 된다.

 

나한테만 의미 있는 것, 그게 큰 돈이 들거나 크게 정성이 많이 드는 것은 아니다. 꿈을 크게 가지라고 하는 말, 아무리 생각해도 그건 영 이상하다. 마음을 주는 것들이 커지는 것, 그게 삶을 풍성하게 해주고 감성 넘치게 해주는 것 같다. 물론 감성으로 찬다고 해서, 매 순간 웃음만 나오는 것은 아니다.

 

애절함이 그 한 가운데를 흐르고 있다.

 

 

(내가 지네 엄마를 못 찾아서 애타고 있는 사이, 바보 삼촌은 태연덕스럽게 아기들 데리고 밥 먹거나, 이렇게 풀 뜯어먹고 있다. 하긴, 지 입장에서는 엄마 멀쩡이 잘 있는데, 내가 왜 애태우고 있는지, 의아하기도 하겠다. 녀석의 천진하면서도 너털스러운 삶은, 나도 참 배우고 싶다.)

 

 

 

Posted by retir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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