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등학교를 졸업하면서, 사진기를 더 이상 집어 들지 않았다.
본격적으로 다시 카메라를 집어들게 만든 계기가 된 사진이 있었는데, 그게 바로 이 사진이었다. 사진으로는 큰 의미는 없다. 그러나 학자로서의 나의 삶에는 이 사진 한 장이 엄청난 변화를 미쳤다.
‘히로시마 시민 병원’…
어디에나 있을 법한 그런 평범한 병원 건물이었는데, 이게 내 머리를 뻥하고 치고 갔다.
왜 이 병원 이름이 시민병원일까, 무슨 연유로 이 병원에는 이런 이름이 붙게 된 것일까, 그런 고민을 하게 되었다.
결국 이 고민이 나중에 경향신문에 연재하게 된 ‘시민운동 몇 어찌’라는 글의 첫 번째 질문을 던지게 되는 계기가 되었고, 지역경제에 대해서 조금 다른 방식으로 생각을 해보게 되는 출발점이 되었다.
다른 사람에게도 이 사진이 의미가 있을지 모르지만, 나에게는 어쩌면 학자로서의 1기와 2기를 분기할 정도로 중요한 사진이 되었다. 더 잘 찍은 사진이나 더 좋은 사진이 있을 수 있겠지만, 중요한 사진으로는, 아직은 이 사진이 나에게 제일 중요하다.
그만큼 오랜 시간 동안 이 사진을 뚫어져라고 보면서 많은 것을 생각했다.
왜 한국의 병원에는 시민이라는 이름을 붙일 수 없는 것이고, 일본의 병원에는 이 이름이 붙게 되었나? 이 질문이 나에게는 컸다.
어쨌든 이 질문에 대해서 나는 아직도 만족할만한 답을 찾지는 못했는데, 그 대신 다시 카메라를 집어 들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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