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감상문'에 해당되는 글 123건

  1. 2010.03.07 김석준, 부산을 걷다 5
  2. 2010.03.04 김용철, 삼성을 생각한다 7
  3. 2010.03.03 지금은 독서 중... 9
  4. 2010.03.01 손낙구 출판 기념회 4
  5. 2010.02.28 심상정 출판 기념회 4
  6. 2010.02.10 진보의 재탄생, 노회찬 인터뷰집 5
  7. 2010.02.05 윤난실 인터뷰집 2
  8. 2009.12.22 행복 경제 디자인 7
  9. 2009.12.07 칼레의 시민 혹은 이계안 3부작 14
  10. 2009.12.02 윤계섭 2 15

 

김석준과 진짜로 얘기를 해본 것은 딱 한 번이다. 부산항 뒷골목에서 곱창구이를 놓고 부산에 관한 얘기를 해볼 기회가 있었다.

 

김석준 주위에는 재주꾼들이 많이 있었다.

 

지금 레디앙에 만화를 연재하는 이창우 화백이 그렇고, 사진작가 화덕헌이 있다.

 

화덕헌의 사진을 한 번 보고 싶은 생각이 있었는데, 때마침 김석준이 글을 쓰고, 화덕헌이 사진을 찍은, 그리고 부산의 구석구석에 관한 책이 나왔다.

 

부산에 관한 사진첩은 몇 번 본 적이 있었고, 지금은 도서관에 기증을 했지만, 부산 피난 시절의 모습을 담은 사진첩도 가지고 잇었던 적이 있었다.

 

책은 얇다만, 사진의 무게감이 가볍지 않게 느껴진다.

 

부산에 가면, 나는 늘 먹을 것이 고민이다.

 

맛있다고들 하는데, 전라도 쪽에 가면 그래도 맛있게 먹는데, 솔직히 부산이나 제주도에 가면, 난 영 입맛이 나지는 않는다.

 

일단 음식이 너무 짜다. 마치 독일에 와 있는 것 같다. 독일 음식들도 엄청 짠데, 부산도 거기 못지 않다.

 

입맛은, 나도 영낙없이 서울것이다.

 

<세 도시 경제 이야기>를 준비하면서, 맨 마지막으로 들어온 것이 부산이다.

 

내가 생각하고 고민하는 것들을 화덕헌의 사진을 따라서 음미하면서, 가만히 눈을 감고 있으면 이 아직은 낯선 도시의 미래 혹은 가지 않은 길이 보이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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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영화 <인사이더>가 있다. 담배회사에서 담배 맛을 좋게 하기 위해서 인체에 유해한 물질을 담배 안에 섞은 사건인데, 이 사건을 sixty minutes라는 프로그램에 올리기 위해서 PD와 퇴직 부사장이 겪게 되는 일들을 중심으로 펼쳐진다. 알 파치노가 좌파 성향의 PD로 나오고, 러셀 크로우가 천식인 딸을 위해서 의료보험을 포기할 수 없어 고등학교 과학교사가 되는 전직 부사장으로 나온다. 아마 내 인생에 작지 않은 영향을 끼친 영화로 남을 것 같다.

 

이 영화가 슬펐던 것은, 그렇게 오랫동안 사회가 만든 PD와 과학자가, 이 사건을 끝으로 방송을 떠나거나 과학 연구로 돌아오지 못하게 되었다는 점이다.

 

<공공의 적 2>에, 마지막 쯤에 검찰총장에게 서울검찰청장이 자기 자리를 걸고, 수사를 보장하는 장면이 나온다.

 

출국하려는 범죄자의 출국을 막기 위해서 했던 대사 하나가 꽤 오래 기억에 남는다.

 

"왜 검사들이 나쁜 자들보다 늘 24시간 늦는 겁니까?"

 

김용철 사건이 났을 때, 좀 조용해지면 <인 사이더> 혹은 비슷한 내용으로 내부고발자 사건들에 대해서, 그 중 경제적 의미를 가지고 있는 사건들에 대해서 한 번 정리해보고 싶다는 생각을 한 적이 있다.

 

그러나 나는 너무 바빴다.

 

왜 우리는 늘 한 발 늦고, 늘 뒤통수를 맞는 것일까?

 

이 질문은, 답하기가 쉽지 않다.

 

2.

여행에서 돌아온 이후에 제일 먼저 한 일이 김용철의 <삼성을 생각한다>를 교보에서 산 일이다. 밀린 일들이 많았고, 공식적 일정이 많았지만, 어쨌든 나로서는 다른 일들을 제치고 이 책을 먼저 읽었다.

 

아마 이 책을 당분간은 10권 이상은 살 것 같다.

 

이상은의 앨범들을 선물로 오랫동안 사용했었는데, 그런 내가 주로 사용하는 선물 리스트에 이 책이 맨 앞을 차지할 것 같다.

 

3.

삼성에서 법무팀을 꾸리고 현직 검사를 영입했다는 소식을, 나는 현대에 있던 시절에 들었다.

 

김용철이 있던 시절, 나는 현대에 있었고, 그만큼 핵심 자료들을 다루고 있지는 않았지만, 역시 민감한 사안들을 다루고 있었다. 나는 99년에 현대에서 나왔다.

 

IMF 경제위기와 국민의 정부 출범, 그 한가운데에서 나도 참 못볼 꼴 많이 보았다.

 

워낙 돈단위가 큰 재경 쪽에는 모피아라는 이름으로 그 이름이라도 붙어있지만, 양상은 돈 단위, 즉 '오더'만 달랐지, 김용철이 우리에게 보여준 그 법조계의 모습과 크게 다르지 않다.

 

큰 도둑, 작은 도둑이 따로 있을까...

 

나는 우리나라에 김용철 같은 인사이더들이 더 많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4.

공직 생활 동안에는, 나는 삼성과는 내내 불편한 관계에 있었다.

 

너무 보여지는 이미지 사업들만 하고, 실제로 필요한 기술투자는 잘 안한다는 게 내가 가지고 있던 불만이었다.

 

삼성전자의 몇 가지 내부 설비와 현대자동차의 에너지 맵 같은 데에 불만이 있었고, 이걸 제대로 좀 해보고 싶었는데...

 

내 접근은 곧잘 차단되고는 했다.

 

한 번은, 큰 맘 먹고 타워팰리스의 몇 가지 시설 문제에 대해서 살펴볼려고 했는데...

 

내 상관 중의 한 명이 여기의 아주 큰 평수 아파트의 분양을 받았다고.

 

아 놔, 더러버서.

 

대한항공과 아시아나와도 한바탕 한 적이 있었다.

 

내가 아는 것들은.

 

이제 그만둔지 7년이 지나는 데에도, 그 수많은 마피아 집단들이 여전히 잘 먹고 잘 살고 있는 것을 보면서.

 

늘 마음이 편치는 않다.

 

5.

아마 삼성이나 검찰 혹은 법원에서 김용철의 책을 본다면, 일부는 아주 눈쌀이 찌뿌려지겠지만.

 

몇 가지 기술적인 얘기들, 예를 들면, 자수하면 감면한다는 방식을 경제범죄에 적극적으로 활용했던 것 외에는, 대체적으로 풍문으로 떠돌던 것들을, 김용철이 실제로 그러하다고 확인해준 것에 가깝다.

 

분식회계와 관련해서는 엔론 사태를 생각해보면 금방 알 수 있을 것 같다.

 

김용철의 글은, 대체적으로 편안하게 읽히는 편이다. 그동안 맘 고생을 많이 했을텐데, 이렇게 차분하게 써내려갈 수 있다니, 놀랍기마저 하다.

 

6.

앞으로 삼성이 변하게 될까?

 

언제 부터인가... 내 기억으로는 IMF 경제위기가 지나고 2~3년 이후의 일이라고 생각된다. 삼성은 어느 순간부터인가, 한국에서 '공포'의 대상이 되었다.

 

70~80년대에 간첩을 조심하는 것만큼이나 국민들은 삼성을 조심하게 되었다.

 

이게 영, 나라 꼴이 아니다.

 

지난 2~3년 동안, 한국에서 내재화된 공포는 삼성과 조선일보인 셈이다.

 

이 두 가지를, 아마 국민들의 절반 정도는 무서워하거나 가끔은 그 무서움을 뛰어넘어 혐오하거나, 그렇게 살아가는 것 같다.

 

이게 제대로 된 나라 꼬라지가 아니다.

 

삼성과 조선일보를 비교하면.

 

삼성처럼 강력한 조직 문화 속에서도 내부 고발자가 나왔다. 조선일보에는, 아직은 없다.

 

그만큼 독특한 기업 내의 조직문화를 가지고 있고, 삼성 이상으로 균질적이며, 구조본보다 더 뭔가를 잘 한다고 한 번쯤 생각해볼 수 있지 않을까?

 

육해공군, 경찰, 검찰, 어떤 식으로든 내부 고발자가 나왔다.

 

금융과 관련해서는 이런저런 경로로 얘기들이 많이 흘러나와서, 더 이상 한국은행이 어떤 식으로 통제되고 있고, 주요 의사결정이 어떻게 이루어지는지는, 이제 비밀도 아닌 상황이다. 정작 한국은행 당사자들만, 얘기하면 큰 일 난다고 쉬쉬.

 

7.

김용철의 책은, 참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해준다. 아마 우리 모두에게 조금씩은 자신과 자신의 삶 혹은 주변에 관한 것들을 생각하게 해볼 것 같다.

 

큰 비리와 작은 비리, 큰 결탁과 작은 결탁.

 

과연 나는 얼마나 자유로울까?

 

혹은 우리는 얼마나 자유로울까?

 

8.

전직 공무원들이 로펌 고문으로 가는 것은, 요즘도 흔한 관행처럼 되었다. 도덕심이 꽤 높은 사람이라고 생각한 사람들도 이런 데에 대해서는 별로 부담감을 느끼는 것 같지 않다.

 

크고 작은 비리 혹은 그와 연결될 것들이, 아직 이 사회에 너무 많고, 명박 정부 이후로 오히려 '매관매직'이 횡행하는 것을 가끔 목격하고는 한다.

 

참 안 보고 싶은데, 자꾸만 보인다.

 

가슴이 여전히 무겁지만.

 

'진실을 찾아 떠나는 여행'이라는 말을 얼마 전부터 종종 생각했는데, 이 표현이야말로 김용철에게 아주 적합한 표현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냥 국제적 기준으로만 말하자면.

 

삼성에 노조가 생기고, 분식회계가 정리되어야, 이 모든 일들이 한 번쯤은 정리되었다고 할 수 있을 것 같다.

 

글로벌 스탠다드라는 말, 참 귀에 못이 박힐 정도로 들었는데.

 

삼성도 이제는 이 정도의 국제 기준 정도는 지켜야 할 때가 온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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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어야 할 책이 요즘 너무 밀려있다.

 

신나게 놀았더니, 책이 왕창 밀린 데다가, 한동안 처리하지 못한 일들을 처리하려고 하니, 그야말로 책을 읽을 짬이 안난다.

 

이거 도대체 뭐하는 짓인지 잘 모르겠다.

 

연구소가 이사를 갔는데, 드디어 내 방이 생겼다는 것 같다. 아직 내 자리에 가보지도 못했다.

 

한동안 집에 처박혀 있었는데, 다시 출근 형식을 해볼까, 고민 중이다.

 

옆에 쌓여있는 책을 보다가, 잠시 한심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제는 심상정 출판기념회에 갔다오느라고 하루가 가고. 오늘도 나와는 별로 상관은 없는 약속이 하루 종일이다. 내일도.

 

김용철, 삼성을 생각한다.

 

절반 정도 보았는데, 생각보다 재밌다. 김용철 변호사가 맘 먹고 편안하게 자기 얘기를 풀어간 것인데, 와... 글을 잘 쓴다. 느낌은... 옛날에 김형욱이 쓴 책을 읽은 적이 있었는데, 박정희의 독재를 고발한. 그 책으로 김형욱은 결국 죽었다만. 하여간 그 책의 앞부분과 묘하게 느낌과 어투가 비슷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조지 프리드만. 제목이 길다. 100년 후 태양의 제국 시대가 온다. 뭐 볼 게 있나 싶으면서 집어들었는데, 상당히 재밌다. 참 대단하다. 100년 후를 생각해본다는 게. 우리는 당장 명박과 함께 보낼 3년 후의 모습도 생각하기 어려운데. 재생가능에너지에 대해서는 나도 아직 생각이 잘 정리되지 않았고, 최근의 원자력 열풍 역시 어떻게 생각해야 하는지, 정리 중이기는 한데.

 

Wendy Lewis. Events that shaped Australia.

 

시드니 방문한 김에 호주사를 몇 권 사올려고 했었는데, 도대체 호주사가 없어서 가장 비슷하게 생긴 책을 하나 집어들었다.

 

50개 정도의 1770년부터의 50개 정도의 사건으로 호주가 걸어온 길을 보여주는 책이다. 차분히 정독을 하고 싶은데, 그럴 시간이 잘 안나서, 아쉬운 대로 몇 개를 빼서 먼저 읽는 중이다.

 

호주 원주민에 대해서 재밌는 것들이 좀 있다. 원주민에게 투표권을 준 것은 1967년의 일이라고 한다. 우리에게는 없는 문제이기는 하지만. 궤적에 관해서 생각해볼 기회가 되었다.

 

한국사에 대해서도 주요 근현대사 사건 50개 정도를 꼽으면 어떻게될까, 이런 생각이 들었다.

 

뉴라이트 계열에서 50개 뽑아보고, 좌파에서 50개를 뽑아보고, 각각 어떤 사건이 중요하다고 생각하는지 비교를 해보면 재밌을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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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서 저자들이 출판기념회를 여는 것은 흔한 일은 아니다.

 

중이 제 머리 못 깎는다고... 자기가 책 내고, 자기가 출판기념회를 하는 건, 엄청 남사스러운 일이기도 하다.

 

손낙구 출판기념회는 단병호 선생이 발의를 하신 걸로 알고 있다...

 

최장집 선생과 단병호 선생이, 이 책이 그냥 묻혀서는 안된다고...

 

하여간 나도 갈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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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어나서 출판 기념회라는 데에는 한 번도 가본 적이 없다.

 

몇 가지 이유가 있는데, 하여간 하지도 않고, 가지도 않는다가 원래 원칙이기는 하다만.

 

최근에 안 간 것은, 가고 싶었는데, 민주노동당 문성현 대표 것은 시간이 다른 토론회하고 딱 겹쳤고, 이계안 이사장, 노회찬 의원 것은, 노니라고...

 

가면 돈 내는 게 부담스럽기는 하지만, 어쨌든.

 

2일의 심상정 출판기념회와 10일의 손낙구 선배의 출판 기념회는 가기로 했다.

 

이런 행사에 갈 때면, 늘 옷차림이 신경쓰인다...

 

그냥 팍 추리닝 입고 가면 좋겠다만.

 

추리닝 입고 다닌다고 하도 지랄 질들을 하셔서, 추리닝도 위아래로 맞춰서 누가 뭐라고 하면, 그래도 맞춤 추리닝이라고 확 지랄을 할까 싶지만.

 

그냥 두 행사 다 의상을 통일하기로 했다.

 

슈트 정장에 운동화 신고 가기로 했다. 내가 양보할 수 있는 마지막 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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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보냐, 좌파냐, 개념을 놓고 설왕설래인데, 어지간해서는 나는 진보라는 표현은 안 쓴다만...

 

상황이 상황이라, 울며 겨자먹기처럼, 나도 진보라는 단어를 조금씩 쓰기 시작한다.

 

진보신당이, 원래 이름은 진보신당을 만들기 위한 '연석회의'로 되어 있는 걸로 알고 있다. 당이 아니라 연석회의가 원래 이름이고, 임시 모지방이었지만, 그냥 그렇게 하나의 이름이 되어버리는 셈이다.

 

노회찬 인터뷰집에 대한 부탁은, 아주 늦게 왔는데, 이미 이계안 인터뷰집을 상당 부분 진행해서, 인터뷰의 절반 정도를 했던 시점이었던 걸로 기억한다.

 

두 개를 같이 하는게 이상해서, 이 책에는 글을 하나 쓰는 걸로 가름하기로 했다.

 

직접 구경한 것은 김어준 인터뷰를 할 때에는 옆에서 좀 구경할 기회가 있었다.

 

노회찬을 위해서는 별도로 두 권의 책을 준비 중인데, <이상한 나라의 인민노련>은, 작업 속도가 늦어져서 하반기로 미루어놨으니, 연말에 한 권, 내년 연초에 한 권, 그렇게 나오게 될 것 같다.

 

두번째 책은, 인터뷰집으로 하는 게 편하지 않겠냐는 얘기도 일부 있기는 한데, 같은 주제에 대해서 노회찬과 내가 하나씩 글을 쓰는 형식, 아니면 짧게 인터뷰를 하고, 그냥 내가 알아서 쭉 정리하는 방법... 사실은 그냥 일반 독자들에게 내가 질문지를 보내고, 그 질문에 대해서 내가 상상하는 것을 정리해보는 법, 이 쪽을 더 선호하기는 한다.

 

어쨌든 가능하면, 논의 수준을 일반 국민과 일반 독자들의 저잣거리 용어로 낮추는 것, 그게 올해 내가 생각하는 책들의 방향이다. 더 저열하지만 더 진득진득하고, 경상도 아저씨들한테, 봐요, 이렇쟎아요, 하고 디밀 수 있는 그런 문체와 문장들을 고민하는 중이다.

 

부산이나 대구 같은 데에서 정말 아저씨들하고 얘기를 하면, 진짜 끈적끈적하고.

 

됐고,

 

난, 박근혜 그냥 밀랑께...

 

됐고,

 

낸 한나라당이다.

 

이 끈적끈적한 아저씨들에게 더 끈적끈적하게 들러붙는 것, 그런 게 요즘 고민이다.

 

노회찬 인터뷰집을 보면서, 드라이하고, 쿨하지만, 새침떼기 느낌이 들었다.

 

'논객'이라는 말이 좀 그렇다.

 

'취객'과 같은 끈적끈적한 느낌을 어떻게 살릴 수 있을지, 그런 고민이 좀 생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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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디앙에서 윤난실 인터뷰집이 나오는데, 추천사 부탁을 받았다.

 

특이한 것은, 보통은 작가나 전문 인터뷰어들이 정치인을 인터뷰하게 되는데, 이 책은 역으로 되어있다.

 

윤난실이 다른 사람을 만나는 형식.

 

윤난실이 만난 사람은 다음과 같다...

 

김상봉 진중권 오관영 박병규 한재각 홍세화 정태인 박래군 이범 손호철

 

그야말로 스타 총출동이다.

 

원고를 받자마자 제일 먼저 읽은 게 오관영 선배 인터뷰였다. 나머지 사람들이야, 어떻게 지내는지 대충 알고 있는데, 한 때는 등을 맞대고 지냈던 오관영 선배는 몇 달 전에 지나는 길에 잠깐 인사한 걸 제외하면, 도대체 어떻게 사는지 소식도 잘 몰라서.

 

그리고 진중권 인터뷰를 봤다.

 

진중권의 요즘 소식, 내년 게획, 필리핀행 등.

 

이런 스타들이야, 무슨 생각하고 무슨 일을 하고 있는지, 워낙에 공개가 된 것들이라서 새삼스러울 것은 없어보이기도 하지만, 어쨌든 가장 최근의 인터뷰라 신문에는 없는 얘기들이 많아서, 읽는데 소소한 재미가 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광주라는 질문이 빠지지 않는다.

 

당신은 광주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는가?

 

전혀 다른 버전으로 광주에 대한 나름의 생각이 나온다.

 

내가 이해하는 한에서는, 어쨌든 이것은 역으로 된 인터뷰집인데, 정치인이 사회활동의 스타들을 만나서 인터뷰하고, 그걸 지역의 질문거리로 다시 모아내는 이런 형식은 처음인 것 같다.

 

재밌는 시도이다.

 

출판사는 레디앙이고, 설 조금 지나면 시중에서 볼 수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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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경제학이라는 학문은 워낙 민감해서 나도 어지간해서는 언급하지 않으려고 하는 편이다. 매릴랜드 대학인가, 하여간 행복경제 전공하는 어느 교수가 오바마 당선과 함께 진보센타의 간부로 가게 되었다는 얘기를 들었던 것도 벌써 1년 가깝게 되는데, 그 이후에 새로운 테제가 나왔다는 얘기는 아직 듣지 못했다. 어쨌든 '행복'을 계량적으로 접근해서 지수를 뽑아내는 것을 주제로 하는 경제학이 최소한 10년 전부터 등장해서 활동 중인 것으로 알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행복경제학 공부한 사람이나 전공하는 사람들이 조금씩 늘고는 있다. 가끔 코멘트 해달라는 부탁을 받기는 하는데, 나도 행복의 계량기법에 관해서 심각하게 생각해본 적이 별로 없어서, 잘 모른다고 하고 도망간다.

 

<행복경제 디자인>이라는 책은, 행복 경제학과는 아무런 상관은 없는 책이다.

 

이 책은 얼마 전에 한국사회경제학회가 참여하는 공동학술대회에 구경하러 갔다가 그냥 나오기가 미안해서 사들고 온 책이다. 학회비 안 내기 시작한지도 꽤 되는데, 그 동안에 나도 멜 주소가 여러 번 바뀌어서 학회비 내라는 얘기를 안한다. 어차피 자주 나가지도 않는 학회인데, 그냥 모르겠다... 고 뭉개는 중인데, 그렇다고 마음에 미안함 마저도 없어지는 것은 아니라서.

 

이 책은 대구에서 석학강연 시리즈로 진행된 여섯 개의 강연을 책으로 모은 것이다.

 

이정우, 김윤상. 김유선, 김수행, 장상환, 이병천, 이렇게 6명의 강연이 모여있다. 이 정도면, 한국 진보의 state of art라고 할만하다 (좌파의 state of art는 아니고.)

 

김윤상 교수를 제외하면 나머지 분들은 평소에 어떤 얘기를 주로 하는지 잘 아는 편이고. 김윤상은 개인적으로는 잘 모르지만, 역시 도시계획학 분야에서 도시공학적 접근을 하지 않는 시각에 대해서는 익숙한 것들이고.

 

김수행 선생과는 지승호의 김수행 인터뷰 작업 중에 대담자로 같이 만난 적이 있어서 최근의 생각에 대해서는 비교적 소상하게 들을 기회가 있었고. 이병천 선생과는 폴라니 학회를 만드는 것과 관련해서 이것저것 건네들을 기회가 있었고.

 

그러다보니 이 책에서 내가 잘 모르던 얘기를 비교적 소상하게 볼 기회가 된 것은 이정우 선생의 경우이다. 이정우... 노무현 초기에 정책에 관한 평가에서 빼놓고 넘어갈 수 없는 인물이다.

 

1년 전인가, 사회평론에서 부탁받은 글에서, 한 절을 노무현 시절의 정책실장들에 대해서 비교하는 글을 쓴 적이 있다. 잡지사에서는 비판이 너무 민감한 내용이라고 수위조절을 좀 해주면 좋겠다고 했었고, 나는 기분이 팍 나빠져서, 절 하나를 통으로 빼버리고 엄한 얘기들로 다시 보내준 적이 있었다. 스노비즘에 관한 글이 다소 맥 빠진 글이 되어버린 것은, 하일라이트에 대한 노무현 정부의 정책실장에 대한 비교가 빠져서 그렇다.

 

노무현 초기 시절의 이정우-정태인 라인을 어떻게 평가하느냐, 이게 사실 한 번쯤은 짚고 넘어가야 할 것이라고 생각하기는 했는데...

 

정태인 선배와는 몇 번 얘기한 적이 있다. 류종일 선배와는, 당시에 환경운동연합에서 주관을 해서 토론회를 기획하기는 했었는데, 그가 중국에 안식년을 급하게 떠나게 되어서 일정상, 그 기간에 대해서 어떻게 평가할지에 대한 기회가 없어졌다.

 

만약 토론회에서 만났다면 물어보고 싶은 몇 가지 얘기들이 이정우의 강연에 거의 대부분이 들어가 있는 것 같다.

 

아, 그랬구나...

 

나도 궁금하던 것들 그리고 지금에 와서는 과연 노무현 정부의 초대 정책실장이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지를 살펴볼 기회가 되었다.

 

이명박 정부가 들어오면서 청와대에서 정책실장이라는 자리를 없앴다. 그러다보니 정책의 프레임을 끌고 가는 핵심이 누구인지 알 수가 없게 되었다. 이게 정부에 도움이 되는 것인지, 아닌지는 여전히 잘 모르겠다. 첫 정부가 출범할 때, 곽승준이 그 비슷한 역할을 했었는데, 자산이 100억원이 넘는다는 사실과 농지투기에 대한 건 등으로 그가 계속 흔들리다가, 결국 촛불집회 때 청와대에서 나오고 이후로는 외곽 단체에서 계속해서 집권세력과 파열음을 내고 있는 것 같다. 아마 참여정부 시절처럼 청와대 정책실장이라는 자리가 계속 있었다면, 지금의 곽승준이 예전의 이정우의 자리에 있었을 것 같은데.

 

김수행이나 장상환이나 평소에 목소리를 일반인들이 잘 접하기 어려운 사람들의 세계관이나 현 시점에서 한국을 보는 눈, 그런 것들도 도움이 될 것 같다.

 

진보의 스타학자라면, 최고의 스타학자들을 모아놓은 책이기는 한데...

 

별로 팔릴 것 같지는 않다. 예를 들면, 내가 출판사를 직접 만든다고 하더라도 이분들의 글을 원고로 받아서 출판하기가 쉽지 않을 정도로, 배분으로 치면 맨 상위의 배분들이고, 원고 빨리빨리 안 쓰기로도 또 유명한 분들이기는 한데.

 

이 정도를 모아놓았는데도, 책은 어지간히도 안 팔리는 모양이다.

 

이게 강연이라는 형식 때문에 그런 것인지, 아니면 진보의 정책이라는 게 워낙 안 팔리는 아이템이라서 그런지... 질문 거리가 하나 더 생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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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계안이라는 사람이 <누가 칼레의 시민이 될 것인가?>라는 책을 썼다. 이 책 얘기 전에, 나와 이계안의 관계를 밝히는 게 이해에 도움이 될 것 같다.

 

가끔 얘기하는데, 우석훈이라는 인생은 이계안과 오영호 작품이라는 사실. 이계안은 현대자동차 사장이었던 그 이계안을 얘기하고, 오영호는 지금 한국무역협회 부회장인 그 오영호를 말한다. 내가 말하는 법, 생각하는 법, 일하는 법 심지어는 숨쉬는 법까지, 이 두 사람한테 배운 셈이고, 취향과 감성 혹은 지키고자 하는 가치들까지 상당 부분을 이 두 사람에게서 배운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쉽게 얘기하면, 우석훈이라는 인생을 키운 것은 좌파는 결코 아니고, 우파 중의 우파라고 할 수 있는 인물들이, 당신은 커서 자랑스러운 우파의 기수가 되라고, 그야말로 공들여서 한국의 우파로 키워놨더니...

 

아, 미안해요, 아시다시피 전 원래 빨갱이쟎아요?

 

이렇게 된 셈이다.

 

오영호와의 관계부터 얘기하자. 오영호는 전형적인 관료이고, 관료 사회에서 잔뼈가 굵은 사람이다. 내가 총리실에서 일하게 된 것 그리고 청와대와 깊은 관계를 가지고 한국 사회의 이곳저곳에 일종의 기획자로서 관여하게 된 것은 국장 시절의 오영호의 보좌관으로서 일했던 것이다. 정부가 어떻게 작동하고, 관료 조직이 어떤 곳이고, 또 그 안에서 정말 의사결정을 하게 되는 장치가 어떤 것인지, 구석구석 나를 안내하고 살아가는 법을 알려준 것은 오영호 국장이었다. 그는 나를 전문협상가로 키우고 싶어했고, 국내 산업정책과 통상 협상을 동시에 할 수 있는 전문가로 양성하고 싶어했다. 살면서 먹고 사는 데에 대한 생각을 크게 하지는 않았는데, 몇 년 전 정말로 통장에 10만원 밖에 남지 않아서 대략 난감하던 위기에 부딪힌 적이 있었다. 그 때 우리 집에 쌀을 보내준 사람이 오영호였다. <88만원 세대>를 한참 쓰고 있던 시절, 나는 정말로 도니가 매말라붙은 상태였는데, 그 때 딱 한 번 오영호의 후원을 받아서 살림을 꾸려나갔던 시절이 있다.

 

태어나서 지금까지 누군가에게 경제적 도움을 받은 것은 딱 한 번, 오영호로부터였다.

 

그가 마지막으로 그러면 교수라도 하라고 그랬을 때... 남 도움은 안 받는다고 거절했다.

 

나는 자존심이 강해서 남의 도움은 받지 않으려고 하지만, 오영호에게는 한 번 도움을 받았다. 그래서 내가 그를 은인이라고 생각하고, 그 고마움은 잊지 않으려고 생각하는 것이다.

 

이계안은...

 

나를 사회로 끌어낸 사람이다.

 

96년도 가을학기에 연세대학교에서 시간강사로 앞날에 대한 두려움 속에서 시간을 떼우던 시절이 있었다. 전부 얘기하면 긴 스토리이지만, 간략하면, 이계안이 현대환경연구원이라는 조그만 조직을 현대그룹 내에 만들었고, 시간강사에서 공채 박사 1호로 현대그룹에 들어가면서 나의 사회생활이라는 것이 시작된 것이다. 공무원 사회라면 있기 어려운 일이지만, 이계안 전무시절이었고, 나는 과장시절이었는데, 1년 정도 지난 다음에 나는 이계안에게 직접 지시를 받고 움직이게 되었다.

 

그 당시 나에게 일을 시키던 사람은 공식 조직과는 별도로, 현대경제사회연구원 원장, 상무, 현대엔지니어링 사장, 기타 등등 사장, 그런 몇 사람이 있었다. 왕회장에게 직접 지시를 받지는 않았지만, 어쨌든 나에게 일을 시킨 사람들은 상당수 왕회장 지시라고 하면서 일을 시켰다.

 

현대 시절은 즐거움과 슬픔이 동시에 있던 시절이었는데, 이계안과 일을 하던 것은 즐거움에 속한 것이었고, 학계의 동료들과의 관계는 슬픔에 속한 것들이었다.

 

아마 IMF 경제위기가 없었다면 훨씬 더 즐거운 시절이었을지도 모르지만, IMF 경제위기 한 가운데에서 나도 종합기획실의 약자였던 종기실의 지시를 받아, 이것저것 구조조정 작업에 같이 참여하면서 정말 못할 일도 많이 했다. 짜르는 게 기분 좋은 일은 아니지만, 이 작업에 나도 참여를 했었다.

 

나중에 이계안은 현대자동차 CEO로 갔는데, 그 당시 나에게 그룹이 제시한 것은 3가지 선택이었다.

 

이계안을 따라 현대자동차로 가는 것, 현대건설 기획실로 옮기는 것, 그 두 가지 전부 싫다고 하였다. 그리고 마지막 남은 선택이 지금은 현정은이 끌고가고 있는 대북기획단으로 옮기는 것.

 

그들은 연구원을 계속 둘 생각은 없었던 것 같았다.

 

괴로운 시기였는데, 마침 정부기관에서 특채를 해주는 덕분에, 부장으로 승진하면서 사람들이 '철밥통'이라고 부르는 공기업 팀장으로 옮기게 되었다.

 

이게 대체적으로 내가 "너무 오래 회사에 있었다"는 말을 남기고 사직서를 낼 때까지 살아온 인생의 경로이다.

 

가끔 요즘 대학생들과 격의없는 얘기를 할 때...

 

삼성 과장이 되는 삶이 그렇게 좋으냐고 물어볼 때가 있다. 아마 지금 대학생이 평생을 회사에서 진급한다고 하더라도 내가 있던 위치까지 진급하기가 쉽지가 않을 것이다.

 

모든 사람들에게 개별적 조언을 해주기가 어렵지만, 지금이 어렵더라도 삼성 과정말고도 재밌는 삶이 한국에서 가능할 것이라고 생각하는 편이다. 이 실험은 몇 명이 학생들과 지금도 계속해보고 있는 중이다.

 

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

 

이계안은 여러가지로 재밌는 사람이다. 물론 옛날 사람이라서 좀 답답하기도 하고, 여전히 왕자병 중증이기도 하다. 자수성가한 사람들이 대체적으로 왕자병 중증들이기는 한데, 지독할 정도로 가난한 집안 출신이었던 이계안에게도 그런 왕자병이 있다.

 

게다가 완전 교수님이다... 나한테도 한 시간 동안 강의를 해야 직성이 풀리는. 옛날부터 그랬다. 계동 현대본사에서 지나가는 길에 마주치면 점심이나 먹자고, 도시락 하나 사주면서 전날 청와대 사람들과 싸우면서 울화통이 터진 얘기 등등, 대단한 강의를 하고 나야 직성이 풀리는.

 

지금도 생각하면 이계안한테 정말 고마웠던 한 가지가 있다.

 

IMF 경제위기 한 가운데에서 나는 현대그룹 과장이라는 신분과는 별도로 참여사회연구소에서 재발개혁을 담당하는 연구위원이기도 했는데, 그 때 나는 현대그룹을 담당하고 있었다. 박변이라고 우리가 불렀던 박원순 변호사가 지금처럼 유명해지기 전이고, 장하성 교수가 막 소액주주 운동을 하면서 유명해지던 시절, 그 때의 연구그룹에 나도 끼어있었다. 환경운동연합과 일을 하기 전에 나는 참여연대와 먼저 일을 하고 있었다. 당시 참여사회연구소도 운영비가 부족했었는데, 조정래 선생이 가지고 있던 물건들을 팔아서 연구비를 대주고 있던 시절이었다. 그런 인연으로 인해서, 어지간해서 조정래 선생에게 비판해야 할 일이 있을 때에도 한 번은 더 생각해보게 되기는 한다.

 

하여간 세상에 비밀은 없는 법... 누군가 일러주었고, 그게 종합기획실 실장인 이계안에까지 갔다. 그래서 종기실장실로 불려갔다.

 

나는 퇴직을 각오하고 있었다.

 

한 10분 정도 얘기했던 것 같다.

 

누가 하더라도 할텐데, 그래도 니가 담당하는 게 낫겠지.

 

그리고 그 자리에서 이계안이 참여연대 후원회원인가 아니면 회원인가, 하여간 자신도 참여하겠다고 그렇게 얘기를 하고 그 상황이 마무리되었다.

 

학회 발표만 하고, 게을러서 등재를 안했던 논문 중의 하나인 YS 시절의 산업정책 비판이라는 논문이 그렇게 해서 만들어진 논문이었다.

 

__________________________

 

이제 그 이계안이 나도 모르는 사이에 좌파 쪽으로 훨씬 더 많이 와 있었다. 자연스럽게 토론을 하거나 논의할 기회가 많아졌고, 만날 일도 많아졌다.

 

이계안은 지난 1년 동안 보스톤의 하버드에 연구원으로 가 있었다. 그 동안에 부쩍 생각이 늘어났고, 하고 싶은 얘기도 많아졌다.

 

후일담이지만, 이계안이 있던 연구 프로그램이 나쁘지는 않은 것이라서, 그 후속 자리로 나를 추천해주었었다. 아마 진중권이 별 이유없이 학교에서 밀려나는 일과 같은 일련의 일만 벌어지지 않았으면, 나도 올 가을에는 그냥 보스톤에서 띵가띵가 놀면서 한국의 여러가지 문제들을 좀 멀리서 바라보는 척만 하면서... 아이를 낳기 위해서 아내와 쉬면서 그렇게 지냈을 것 같다.

 

그러나 그 사건이 나에게는 너무 충격적인 것이라서, 보스톤행을 포기하고, 명박 시대, 내가 문제를 풀지는 못하더라도 고통받는 사람들과 한 가운데에서 같이 고통을 받겠다고 결심을 하게 되는 계기가 되었다.

 

<누가 칼레의 시민이 될 것인가?>라는 책은, 내가 이계안에게 써보라고 한 책이다. 물론 책 구성이나 문장에 대해서 내가 관여한 바는 없고, 제목에 대해서도 '칼레의 시민'은 표절이니까 패로디 형태로 구성해야 한다는 조언을 해준 것이 다이다.

 

보나마나 재미없는 얘기들을 잔뜩 늘어놓았을 것이 뻔해서 중간에 원고를 잘 안 봤는데, 출간되고 보니, 생각보다는 재밌는 얘기들도 많고, 그동안 무슨 고민을 했었는지, 약간 개선되기는 한 것 같다. 천하의 이계안의 글이 도대체 왜 이 모양이야라는 생각만 하지 않고 보면, 전직 CEO치고는 그런대로 읽을 만한 책이다.

 

내가 정말로 이계안을 위해서 준비해 준 프로그램은, 어쩌면 이 책과 쌍둥이 책이 될지도 모르는 인터뷰집이다. 인터뷰집으로 할지, 대담집으로 할지, 아니면 주제를 정하고 찬반 격론의 형태로 할지 고민을 하다가 최종적으로 인터뷰집으로 결정된 책이 있다.

 

(원래 전문 인터뷰어 지승호에게 부탁을 했었는데, 돌고 돌아 결국 내 손으로 돌아오게 되었다.)

 

칼레의 시민은 이계안이 자신을 드러내서 보인 책이고, 내가 만드는 책은 우석훈이 한국 독자들에게 이계안을 드러내기 위한 책, 그렇게 두 가지 버전으로 같은 사람의 두 면을 보이게 되는 셈이다.

 

지난 2달 동안 매주 두 번씩 한나절 동안이나 이계안을 만나면서 궁금했던 것들을 많이 끌어냈다. 이 책은, 아직 내 손에서 주무르고 있는 중이고, 인터뷰 작업도 아직 한 번이 더 남기는 했는데, 메카톤급 비밀들이 담겨있기도 하다.

 

원래는 이계안의 인생을 사는 팁을 모티브로 해서, 한국 우파들에게 해주고 싶은 얘기들이라는 방향을 잡고 있었는데, 현대 그룹의 비사에서 최근에 이르기까지. 그야말로 정보집으로서도 꽤 재밌는 얘기들이 들어가게 될 것이다.

 

출간 과정에서 어느 정도 수위를 조절할 것인지, 나에게도 어려운 질문이기는 한데, 예를 들면 명박의 도곡동 땅에 대하여 이계안이 이해하고 있는 진실... 이런 것들이 있다.

 

명박 정부가 출범하자마자 경제라인이 최강라인이라고 불렀는데, 나도 어느 정도는 알고 있었지만, 하여간 그 뒤의 숨겨진 얘기들... (그러나 보좌진들이, 이 얘기는 인간적으로 너무 잔인한 얘기라서, 조금 수위를 낮추었으면 좋겠다고 하는데, 나도 그럴 생각이기는 하다. 그러나 진실... 그 진실은 때때로 너무 잔인한 것이다.)

 

<이계안, 돈을 말하다>라는 제목을 달고 있는 인터뷰집은 아마 1월말 정도 시중에서 구할 수 있을 것 같다.

 

나도 진기한 경험을 하기는 했는데, 한국의 많은 비밀을 알고 있는 사람이 밤에는 그걸 원고로 쓰고, 나는 인터뷰에서 "그딴 두리뭉실한 얘기로는 아무도 알아듣지 못한다"고 저잣거리의 용어로 얘기하라, 그리고 있는 그대로 얘기하라고 욱박지르면서.

 

나중에 인터뷰집이 나오게 되면, CEO의 젊잖은 표현으로 두루뭉실하게 표현된 것들이, 내 책에서는 어떻게 직설법으로 바뀌었는지, 그걸 비교해보는 재미가 있기는 할 것 같다.

 

그외에 경제정책에 관해서만 그의 경제정책을 자문하는 전문가 그룹과 내는, 약간은 딱딱하고 기술적인 분석이 주로 되는 그런 책이 한 권 더 준비되고 있는 것으로 안다.

 

이렇게 해서 3권이 나름대로는 '이계안 3부작'인 셈이다.

 

이계안 주변에서 기술적 자문을 해주는 학자 중에서 아마 일반인이 이름들어도 알만한 사람이 나하고 최재천 선생이 있을 것이다. 최재천 선생하고 내가 이렇게 자주 볼 일이 있을지는 올해가 시작하기 전까지는 알지 못했었다.

 

연세대학교에서 했던 경제 콜로키움에 최재천 선생을 초청하면서도 그와 이렇게 자주 볼 일이 있을까 싶었는데, 여기서 보고 저기서 보고, 그야말로 인연이 있는 사람이 또 따로 있구나라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올해 마흔 한살이 되면서 정말 많은 것들을 정리했다. 내가 후원하는 정치인들의 리스트도 싹 정리를 해서, 정말로 탈토건이라는 정치에 걸맞는 사람들만 도움을 주기로 확 좁혔다.

 

노회찬, 심상정, 이계안, 천정배, 이 네 사람이 그동안 살았던 인생의 도리상 도와주지 않을 수 없는 사람을이고, 다음 단계의 정치인이 등장하기 전까지, 초록정치연대의 정책실장이었던 내가 녹색정치인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다.

 

노회찬을 위해서는 별도로 두 권의 책을 준비하고 있었다.

 

천정배와는 올해 공저로 만화책 한 권을 같이 쓰자고 했었는데, 미디어법 사태가 터지고 나나 천정배나 몹시 바빠지면서, 당분간은 뭔가 돕기가 쉽지 않다.

 

심상정은 도와주고는 싶은데, 적절하게 도울 수 있는 방법을 아직도 잘 찾지 못하고 있다.

 

그리고 이계안은, 책 한권을 내는데 자문을 해주고, 인터뷰집 한 권을 만들어주는 걸로 일단은 오랫동안 가지고 있던 마음의 빚을 갚은 셈이다.

 

노회찬도 인터뷰집에 대한 부탁이 있었는데, 이계안 쪽이 먼저였고, 그래서 그의 부탁을 들어주지는 못했다.

 

<칼레의 시민>이라는 책을 내가 진중권의 <교수대 위의 까치>가 끝나고 다시 화장실로 가지고 들어간 것은, 그 원고를 미리 못 읽어서가 아니라 가끔은 아주 시간을 많이 들여서 곰곰히 읽어보고 싶은 책도 있기 때문이다. 이 책과 <이계안, 돈을 말하다>라는 인터뷰집을 두 권의 하이퍼링크된 텍스트로 만들어보는 실험, 이것도 약간은 진기한 실험이기는 하다.

 

칼레의 시민은, 나에게는 지금의 삶과 예전에 현대그룹 과장으로 일하던 시절의 삶이 오버랩되면서 나에게도 "나는 누군인가?"라는 질문처럼 다가오기도 한다.

 

하여간 이계안, 정치는 지독하게도 못하지만, 그렇다고 그의 삶이 날탕이었던 것은 아니다.

 

(그가 어떤 사람인지, 왜 내가 그가 지독한 사람이라고 생각하는지, 나도 전혀 몰랐던 젊은 날의 비사들, 그게 요즘 대학생들에게 어떻게 하나의 기준처럼 제시될 수 있는지, 내 머리가 터질 지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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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계섭 2

독서감상문 2009. 12. 2. 23:33

 

윤계섭의 <한국 경제의 자살을 막아라>라는 책은, 물경 3일씩이나 고민을 했는데, 결국 사기로 했다.

 

우리 편 것은 사서 읽고, 상대편 것은 빌려서 읽는 것, 좋은 자세는 아닌 것 같았다.

 

어쨌든 한국 경제에 대해서 가장 깊고 자세하게 아는 사람이 공들여서 쓴 것인데, 별로 땡기지 않는다고 살지 말지, 건방지게 고민한 것에 대해서...

 

사실 깊이 반성했다.

 

왜 내가 이런 생각을 했을까, 산책을 하면서 곰곰 생각해봤는데, 그 생각 자체가 창피한 것이었다.

 

책에 줄 긋는 습관이 있다. 내가 싫어하는 사람들 혹은 읽고 싶지 않은 책을 읽을 때에는, 줄을 치면서 노트도 꼬박꼬박 하면서 읽는다. 줄도 치지 않으면, 도저히 괴로워서 읽히지가 않아서 그렇다.

 

다른 것은, 틀린 것이 아니다.

 

나와 다르다고 해서, 틀린 것은 결코 아니다.

 

이 기본에 관한 생각을, 잠시 잊고 있었다. 창피한 짓을 저지른 것이다.

 

미안한 생각에, 저자의 다른 책이 있으면 같이 사서 볼려고 했는데, 안타깝게도 이것 한 권 밖에는 없다.

 

서울대 경영학과 교수라면, 책 같은 거 내지 않아도 즐겁게 잘 살 수 있는 길이 충분히 있는데도, 용기를 내서 책을 낸 것인데, 그걸 타박했다는 내 자신이 한없이 부끄러워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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