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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우스 푸어

독서감상문 2010. 8. 3. 15:43

김재영 PD는 MBC에 속한 사람 중에서는 내가 개인적으로 가장 큰 고마움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다.

한국 방송에서 골프장 문제를 가장 처음으로, 그리고 가장 본격적으로 다루어준 사람이 바로 그이기 때문이다. 황우석 사태와 한미 FTA 등, 꽤 여러 일을 그와 같이 했는데, 그렇게 하기 훨씬 전에 골프장 문제로 한 때 같은 전선에 서 있었던 적이 있었다.

이 책에 대한 해제에 대한 부탁은 김재영 PD와 선대인 부소장한테 같이 받았는데, 무엇보다도 '하우스 푸어'라는 한국에서 제시하기 어려운 질문을 방송과 르뽀의 특징상, 디테일하게 접근할 수 있었던 게 눈에 띄었었다.

내가 해제를 썼던 책 중에서는 썩 잘 팔린 책도 있고, 결국 그냥 묻혀버린 책들도 있었다.

간혹 출판계에서는 나를 마이더스의 손이라고 부르기도 하는 것 같은데, 그렇지는 않다. 아무리 밀고 아무리 소개해도 사람들이 꿈쩍도 않는 앵무새 얘기 같은 것도 같다. (참, 앵무새, 한국에서 힘 못 쓴다...)

아마 올해와 내년, 토건과 탈토건의 두 가지 힘이 건곤일척의 맞대결을 벌이는 그런 '마지막 싸움'의 순간인 것 같다.

토건과 싸움을 벌이겠다고 마음을 먹은지, 그게 2002년부터이니, 나에게도 한 8년간 계속된 싸움이었던 것 같다.

지금 와서 돌아보면, 이제는 어느 정도 전선이 형성되었고, 한 번은 힘 싸움을 해도 괜찮을 때가 아닌가?

탈토건에서 나온 책 중에서는, 가장 높은 순위에, 그리고 가장 상위에 서게 될 책이다.

아마 당분간, 이 책을 경계로 한국에서 토건의 힘과 탈토건의 힘이 맞서게 될 것 같다.

그런 점에서 이 책은 아방가르드이고, 아방가르드에 많은 사람들의 시선이 몰리는 것,

아마 이 싸움은 지지 않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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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고 상태 혹은 교열지 상태로 책을 읽는 경우가 종종 있다. 그 때 사실 좀 떨리기는 한다. 과연 이 책의 운명은 어떻게 될까?

한국 책의 경우는 저자의 숨겨진 매력을 찾아내는 방식으로 주로 해제를 쓰는 것 같다.

외국 책의 경우는, 이 책이 한국에서 어떤 맥락에서 의미가 있는지 혹은 우리의 모습과 어떻게 다른지, 그런 소위 맥락을 찾아내는 방식으로 해제를 쓰는 것 같다.

엘렌 퍼펠 셀의 책의 경우는, 한국의 맥락으로 가지고 오는 방식 그래서 언젠가 내 책의 제목으로 쓸까 하고 생각하고 있던 <마케팅 사회>라는 해제 제목을 달아주었다. 현재, 나 하는 꼬라지로 봐서는 이런 제목의 책을 쓰기가 어려울 것 같아서 그렇게 했다.

그리고 다시 한겨레의 경제 월간지에 이 책에 대해서 글을 쓰게 되는 순간이 생겼다.

보통 해제를 쓴 책에 대해서 감상문까지 쓰는 일은 별로 생기지 않는데, 이 책의 경우는 초교지 상태에서 한 번 생각해보고 다시 이게 책으로 나왔을 때 다시 생각해보는 일이 생기게 되었다.

순간... 아,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이건 책 내용과는 직접 상관은 없는 것이지만, 내가 놓치고 있는 것이 하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한국의 대학생들에게, 당신들도 해볼 수 있다고 제시하는 모델이 몇 사람 있다.

시오노 나나미가 했던 작업이면 당신들도 할 수 있지 않느냐, 그렇게 얘기를 하는데, 아무래도 귀족 출신인 시오노 나나미는 너무 멀어보인다는 반응이다.

그래서 <노 로고>의 나오미 클라인을 종종 제시한다. 나오미 클라인만큼 유명해지기는 어려울지 몰라도, 그가 했던 작업 정도는 당신들도 할 수 있지 않느냐?

나오미는 캐나다 출신인데, 미국에서 주로 활동하는 것 같다. 요런 경로로 활동한 사람 중에서 가장 대표적인 사람이 홀링이 아닐까... 그러나 홀링은 세계를 움직인 천재이다. 캐나다에 살면서 미국에서 활동한 또 다른 사람으로는 폴라니도 생각해볼 수 있다. 부인이 혁명의 전사였기 때문에 폴라니는 미국 대학교수로 발령나서 입국하려던 순간, 그의 부인의 입국이 거부되었다. 보통의 경우라면, 남편이 먼저 미국에 입국해서 대학에 자리를 잡고, 어떻게든 부인이 들어올 수 있게 한다고 할 것 같은데...

폴라니는 입국이 거절당한 부인을 두고 혼자 입국하는 대신에, 캐나다로 갔고, 교수 자리를 포기 했다. 그래서 한 번도 정식 교수가 된 적이 없이, 계절학기에서 짧은 특강 정도만 진행하면서 캐나다에서 살았다.

유사한 모델로 요즘은 호주의 켄버라에서 연구하는 사람들 중에서 좀 찾아볼 수 있을 것 같다.

어쨌든 미국이라는 큰 시장에서 활동하는 저자로, 나오미 클라인을 거론했다면, 이번에는 순수 미국인 모델로 엘렌 러펠 셀을 볼 수 있을 것 같다. Cheap price라는 책이 이번에 나온 책이고, 그녀를 유명하게 만들었던, 진짜 '살 떨리는' 그 책이 바로 <비만 유전자>.

엘렌 퍼셀 셀과 나오미 클라인이라는 두 가지 이름을 동시에 놓고 생각해본다면...

아, 한 명 한 명으로는 잘 보이지 않는 연결점이 나온다.

이 두 사람은 21세기에 새로 등장한 저자 모델이라는 생각이...

20세기에 나왔던 책들은, 그것이 유럽이든 미국이든, 거대 이론 위에 세워진 경우가 많은데, 이 두 사람은 거대 이론 위에 자신의 책을 세우지 않고, 관찰기에 가깝도록, 그리고 생활 밀접형 주제를 성공적으로 다룬 사람들이다.

물론 시장에서 성공했고, 상업적으로도 성공했는데, 그렇다고 이 사람들의 책을 놓고 상업적이라고 비난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제약회사, 식품회사, 이런 곳을 다루면 아주 길게 송사에 휘말리는 경우가 많은데, 그래서 잘 접근하지 않는 주제들에 대해서 용감하게 직설법으로 접근하는 데 성공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 두 저자의 공통점은 여성이라는 점이다.

생활에서부터 나오는 시각을, 기업이나 자본이나 그런 시각이 아니라, 또 다른 주체인 소비자 혹은 생활인이라는 관점에서 다룬 책이 그렇게 많지는 않지만,

다른 시각이 하나 등장했다는 생각이, 머리를 팡 하고 때리고 지나간다.

이 정도 모델이면, 한국에서도 해볼 수 있는 것 아닌가? cheap price는 책 내용도 중요하지만, 우리에게는 저자가 주는 의미가 더 많을지도 모르겠다. 저자를 더 살펴볼 필요가 있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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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기출문제집에서 가장 유명해진 사람은, 아마도 봉은사 사태의 명진 스님일 것이다.

그거 보면, 북 하우스에서 사람들 찝어내는 제주 하나만큼은 정말 대단하다고 할 수 있다. 아니, 불교계의 대표 선수 한 분을 딱 집었는데, 그게 그렇게 통박 수준을 넘어 대박 수준으로 간담...

날고 기는 제주가 모두에게 하나쯤은 있다고 하는데, 인생기출문제집에 원고를 줄 때, 그런 기똥찬 일이 기다리고 있을 거라고는 미처 생각하지 못했었다.

아직 보지는 못했지만, 인생기출문제짐 2가 그 사이에 새로 만들어져서 나온다고 한다.

좋은 일이라고 생각한다.

조선 분들은 '조선 넘'들에게, 너무 관심이 없었다. 조선 넘이 과연 뭐를 하겠나, 그런 생각들이 있는 것 같지만, 우리나라 사람들 중에서 잘 보고 배워야 할, 그런 좋은 분들은 많이 계시다.

하여간 2권까지 나왔으니, 아마도 주기적으로 업데이트 되면서, 일종의 한국 명사의 자기고백서 시리즈처럼 될 것 같은데...

양식상, 뒷쪽으로 갈수록 점점 원고 쓰기가 어려워질 것 같기는 하다. 처음에야 아무 거나 써도 됐는데, 기출문제가 누적되기 시작하니, 문제은행식으로 할 수도 없고, 새로 출제하는 출제위원이 고심이란, ㅋㅋㅋ...

잠깐 저자를 보니, 만화가 최규석이 눈에 띄고, 노홍철이 눈에 띈다. 노홍철? 설마 무한도전 노홍철? 우와, 대박이다...

이러고 눈을 내렸더니 마쓰모토 하지메가 눈에 들어온다.

설이 분분하기는 한데, 내가 직접 인터뷰해본 경험으로는, 일본 대학생보다 오히려 한국 대학생들에게 더 인기가 좋은 인사이다. 일본 할아버지들한테는, 생각보다 설설 분분하더라... 는. 아마미아 카린은, 일본 할아버지들에게서 좌우 넘어서 초절정 인기인 점을, 어느 정도는 확인했다만...

가볍게 읽을 수 있지만, 의미 마저 가볍지 않은 책들, 그런 게 많아지는 것은 좋은 일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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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사와 프레시안이 작년의 <괴짜 사회학>에 이어, 두 번째로 국내 독자들을 위한 간담회를 열었다.

이번 간담회는, 일단 규모에서 사람들의 관심을 자아냈다, 1,000명...

과연 찰까, 넘칠까, 차지 않을까...

이런 양적 사유라는 게 웃기기는 하지만, 나는 경제학자니까...

넘치지는 않았다. 그건 하나의 팩트.




시작하기 전에 뒤를 돌아다보면서, 잠시 한 번 스케치 한 거니, 이 정도 분위기가 강연 시작 5분 전 분위기였다고 보면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다.



그리고 시작...

다들 지켜보고, 또한 이것도 촬영된다는 상황에서 사진 찍는 건, 넘사스러워서 안하고...

분위기는 나쁘지 않았다.

___

몇 가지의 사연이 있는데, 나는 전기라는 형식에 대해서 여전히 관심이 있다.

여유가 좀 있으면, 정주영 전기를 써보고 싶고, 명박의 전기도 써보고 싶다, 공은 공대로, 과는 과대로.

평전 같은 복잡한 방식이 아니라, 당대를 봤던 사람이 느꼈던 감성을 그대로 전해주고 싶은데,

얼마 전부터, 지금은 아니고 10년쯤 지나면, 김용철 변호사의 전기를 한 번 쓰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거의 짬이 없었는데, 진짜 2분 정도 여유가 났을 때, 한 번 찍어봤는데...

(역시 똑딱이로는, 이 이상이 한계다...)

(김용철 변호사, 참, 잘난 사람인데, 그 분위기를 이렇게 밖에 못 살리나... 옆에 앉은 패널로서, 보여주지 않는 모습을 보여준 그 순간을 못잡아내는 이 허탈함이란... 괜히 카메라 탓만 한다. 겨우 3장 찍었는데, 그나마 나은 게 이거.. 다음 질문을 기다리는 김용철 변호사의 모습, 상당히 분위기 있었고, 그걸 잡아보고 싶었는데, 그럴 기능이 나에게는 없다... 에고고...)

___

.....

____

정의를 생각하는 5만 독자가 있는 한국,

이 게임에서 우리가 지지는 않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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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마이클 샌델의 <정의란 무엇인가?>는 요즘 신드롬이라고 해도 좋을 정도로, 진짜 잘 팔리는 책이다.

내가 확인해본 바로는, 한 달 남짓한 시기에 5만부 가량 팔렸으니, 와... 그야말로 신드롬이다.

한국에는 그런 책이 별로 없었는데, 정상적인 시민이라면, 이 정도 책은 읽어줘야...

아무리 생각해도 '명박 현상'과 떼어놓고 생각하기는 어려울 것 같다.

강의로 생각하면 재밌는 강의지만, 일반적으로 한국에서 사람들이 재밌게 읽는 책과는 좀 결이 다른데, 신드롬이 아닐 수 없다.

하버드 대학이라는 이름 탓이라고 분석하는 사람도 있지만, 하버드 대학의 교수들이 쓴 딱딱한 다른 책들은 다 그냥 처 박힌다.

마케팅 때문이라고도 하는데, 마케팅으로도 책을 띄우는 데에는 한계가 있다. 이건 그 한계 바깥의 일이니까, 신드롬이라고 불러야 할 것 같다.

2.
'정의'라는 단어를 나도 한 번도 안 쓰는 것은 아니지만, 사실 정의를 중심에 놓고 분석을 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

마이클 샌델이라는 사람이 있었고, 롤스에 대해서 다른 식으로 반박을 했다는 사실은 알고 있었지만, 나의 독서는 롤스에서 끝났고, 그의 맥스민 원칙을 이해하는 데에서 더 나아가지는 않았다.

보통 '정의'라는 질문은, 우파들의 질문이고, 또한 지극히 미국식 질문이기도 한 셈이다.

물론 just라는, 아리스토텔레스의 <니코마코스 윤리학>에서 유래한 개념은 나도 종종 쓰고, 무엇보다도 <자본론> 1권의 1장 1절이 이 개념으로부터 출발한다.

그러나 justice라고 이름을 붙이면, 약간 맥락이 복잡해진다.

3.
그러나 이런 맥락을 생각하지 않고 읽더라도 책은 충분히 재미있다. 정치철학 수업은, 나도 들은 적이 한 번도 없었는데,

아, 정치철학에서는 이렇게 수업을 하고, 필자들을 이렇게 나열하는구나...

4.
읽으면서 매리 더글라스의 "How institutions think?"라는 책이 떠올랐다. 제도학파 혹은 인지심리학적 제도학파의 한 길을 열게 만든 계기가 된 인류학 책인데, 박사 후반기에 그 책을 읽으면서 뭔가 생각하는 방식이 다른 새로운 형태의 질문에 대답해보기 위해서 노력했던 그 시절의 생각이 얼핏 떠올랐다.

약간 다른 사례이지만, 조난자들이 동료를 잡아먹는 사례가, 이 책에도 같이 나와있다. 매번, 머리를 터지게 만드는 종류의 질문이다. 

지난 겨울, 호주에 갔다가 <Rabbit-Proof Fence>라는 영화를 본 적이 있다. 실화였고, aborigin이라고 부르는 문제에 대해서, 정말 태어나서 처음으로 이런 게 있는 줄 알았던... 나는 그 때 이렇게 정부에 의한 원주민 납치 사례가 오랫동안 공공연히 있었다는 걸 처음 알았는데, 그 문제가 영미권에서는 종종 논쟁 거리가 되었었군...

기타 재밌고 생각해볼 사례들이 꽤 있다.

5.
남들 다 읽는 책이 하나 등장하면, 기분 나빠서 안 읽는다고 하는 사람들이 있다.

나도 대개는 그런 경우이고, 뭔가 유행할 때 괜히 심통이 나서 안 읽을 때가 많다.

마이클 샌델의 <정의란 무엇인가?>도 최소한 한국에서는, 남들 다 읽는 책이 된 셈이지만, 이 책은 읽어두면 도움이 될 것 같다, 누구에게나.

칸트를 읽은 적이 너무 오래 되어서 기억이 잘 안 나는 사람, 존 스튜아트 밀을 읽을려고만 했는데 정작 읽지는 못했던 사람, 그리고 롤스는 교과서에서 정식화된 설명만 보고 정작 롤스를 읽지는 못했던 사람,

만약 지금 그렇다면 특별한 계기가 없으면 죽을 때까지 이런 책을 손에 잡기가 어려울 것 같다.

그럴 때에는, 학부 수준의 강의를 재구성한 <정의란 무엇인가?>를 통해서, 약간 고급스러운 논란 속으로 들어가보는 것도 나쁘지는 않을 것 같다.

무엇보다도, 명박 시대라는 이 정국에서, 정의는 정말 최소한의 질문이지만, 그 최소한의 질문도 황당하게 전개되는 이 상황에서,

봐, 하버드에서도 이런 고민하쟎아, 그렇게 기준을 세우기에는 딱인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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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제가 아니라 짧은 추천사를 쓴 건 올해 두 번째인 것 같다. 어지간해서 추천사는 안 쓰는데...

나오미 클라인의 <노 로고> 추천사를 썼고, 그 다음의 책이 <하우스 푸어>이다.

나오미 클라인 책에 추천사를 쓰는 것은, 전작에서도 관련된 인연이 있기도 했지만, 무엇보다도 지금의 대학생들에게 롤 모델로 제시하고 싶은 여성이라서 그렇다. 물론 그렇게 제시하기에는 이제는 너무 유명인사가 되어버렸지만, 어쨌든 나오미 클라인은 현장에서 박박 기면서 자료를 모으고, 취재하는 방식으로는 정말 존경할만한 사람이다. 그리고 그 정도는 한국 대학생들도 해볼 수 있지 않느냐, 그래서 어디선가 '롤 모델'에 대해서 얘기할 수 있는 기회가 있으면, 기꺼이 나오미 클라인에 대한 얘기를 하는 편이다.

<하우스 푸어>라는 책은, 김광수 경제연구소에서 내는 책인데, 저자가 PD 수첩의 김재영 PD이다.

나와는 꽤 많은 방송을 만들었던 적이 있고.

김광수 경제연구소는 소장님은 아직 면식이 없지만, 부소장은 선대인 부소장과는 종종 만날 기회가 있어서.

나와 김광수 경제연구소와 경제 인식이 완전히 같지는 않지만, 약간씩 다른 버전 속에서 대체적으로 몇 년 동안 부동산 공급론자들과 맞섰던, 같은 쪽에 오래 서 왔던 곳이다.

대체로 보면, 김헌동 교수, 선낙구 선배, 선대인 부소장, 그리고 이제는 세종대로 간 김수현 교수가 비슷비슷한 지점에 서 있지만, 약간씩 입장들이 다르다.

김헌동 교수가 건설사 자체의 문제에서 출발했다면, 손낙구 선배는 그야말로 집없는 서민들의 정치적 입장에서 출발했고, 김광수 연구소는 조금은 더 거시경제적인 시각에서, 그리고 김수현 교수가 주거복지 혹은 도시빈민의 문제에서 출발한 셈이다. 나는 생태 문제에서 출발했기 때문에, 대체적인 분석이 비슷비슷하지만, 결론이 조금씩 차이가 있는.

고층빌딩 문제에서 약간 차이가 나고, 그린벨트와 보금자리 주택에서는 좀 많이 차이가 나고.

어쨌든 대체적으로 한국에서는 이렇게 한 진이 되어서 주공토공 시절을 헤쳐왔고... 사실상 우리는 늘 이 싸움에서 졌다.

노무현 때도 졌고, 명박 때도 졌고.

노무현 시절에 청와대에 들어갔던 인사 중에서는, 자신에게 문제가 있었다고 얘기했던 사람은 김수현 교수가 유일했던 것 같다...

한 때, 그래 너 청와대에서 나오기만 해봐라, 단단히 벼르고 있었지만, 막상 청와대에서 나오면서 "우리가 잘못 생각했던 것이 있었다"고 하는데, 또 뭐라고 면박을 하기에 마음이 약해져서...

이런 일련의 흐름에서 공통점이 하나 있다.

PD수첩의 김재영 PD가 PD수첩에서 방영되었던 내용에 살을 붙이고, 더 보강조사해서 책으로 내게 된 '하우스 푸어' 현상이다.

쉽게 말하면, 과도하게 빚 내서 인플레이션을 기대하며 집 샀던 사람들...

사회계층 분석하면, 대략 7억원 이상의 아파트를 가지고 있으면 중산층으로 분류하기는 하지만, 실제 이 사람들의 삶을 보면, 진짜 개털, 게다가 자산 실사 해보면 마이너스인 상태.

보통은 이 사람들이 뉴타운 지지하고, 집값 상승을 기대하면서 명박을 대통령으로 만든 주력군이라고 하는데, 아주 틀린 말도 아니지만, 그렇다고 꼭 맞는 말도 아닌 것 같다.

어쨌든 앞으로 펼쳐진 명박 경제와 함께, 그야말로 '하우스 푸어'들의 눈에서 피눈물이 나게 생겼다.

이 사람들에게 어떤 전망을 제시할 것인가, 이게 우리들끼리는 "풀어야 할 숙제" 같은 것이기는 한데, 나도 뾰족한 방법은 없다.

그렇다고 아파트 폭탄 돌리기를 계속 할 수도 없는 거고, 언젠가는 멈춰야 할 그 아파트 인플레이션에서 재수 없게 꼭지 잡은 사람들.

그 얘기에 추천사를 쓰면서, 가슴이 좀 답답해지는 생각이 들었다.

작년까지만 해도, "명박 찍으면 집값 올라간다고 생각한 사람들 눈에서 피눈물이 한 번 나야"라고 생각했는데, 막상 삶의 문제로 돌아오면, 이 사람들은 그런 투기꾼 보다도 선량한 피해자에 더 가깝다.

5년 동안 죽어라고 누르고 있었지만, 이제 명박의 관치금융도 더 이상 이자율을 누르고 있을 수는 없는 상황이 왔다.

워킹 푸어에 뒤이은, 하우스 푸어, 그야말로 '푸어맨스 무디 블루스' 시리즈 앞에서, 선택지가 그렇게 많지는 않아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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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사에서 마케팅이라기 보다는 독자 팬 서비스 차원에서 <정의란 무엇인가?>란 책의 간담회를 연다.

작년에 할 때에는 준비모임이 따로 없었는데, 아무래도 오래는 작심하고 대규모로 한 거라서 그런지 예비모임이라는 것이 있었다.

박경철 선생은 방송에서 꽤 자주 뵈었고, 금태섭 변호사도 예전 그 양반 하던 라디오에서 뵈었고,

김용철 변호사는 처음...

김용철 변호사가 최근에 겪은 고초에 대해서 좀 얘기를 들었는데, 아마 대담회 때 본인이 직접 얘기하실 것 같다.

(기가 막힌 사연이...)

몇 가지 얼핏 드는 생각들이 있어서 약간의 단상을 적어보면...

1.
작년 건대에서 했던 조합에도 그렇고, 이번 조합에도 그렇고, 여성이 없다.

진짜 F4 컨셉인가? 그런 건 아닌 것 같고, 여성 저자가 적어서 그런가, 생각해봤는데, 고미숙 등 인기 저자가 없는 건 아닌 것 같고. 어쨌든 여성이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2.
요즘 강연의 특징이 대형화되는 추세가 좀 있는 것 같다.

이유는 정확히 모르겠는데, 최근에 내가 본 강연회나 대담회 같은 게, 작고 소박하게 한다는 것은, 예를 들면 50명, 이렇게 한 것은 그 절반도 못 채우는데, 오히려 100명 이상 혹은 1,000명, 그렇게 스케일감 있게 하는 것은 오히려 성황리에 잘 된다.

박경철 선생한테 들었는데, 어떤 지방대학의 강연회에서는 2,000명도 온 적이 있다는 것이다.

작년까지 내가 기억하는 바로는, 장하준 강연회 때 500명이 왔던 게 가장 큰 것이었다. 역시 장하준의 힘, 그랬었는데, 박경철 선생 2,000명 얘기를 듣고는 입이 딱 벌어졌다.

이번 대담회도 종로5가에서 하는데, 1,000명이 좌석 규모인데, 신청자만 벌써 500명이 넘었다는 것 같다. 일단 신청을 받기는 하는데, 현장으로 그냥 오는 사람들도 다 입장을 시키겠다고 하는 것 같고, 최근의 흐름으로 봐서는 1,000명짜리 대형 방에서도 미리 가지 않으면 서서 듣거나 아니면 입장이 어려운 경우가 생길 것 같다.

작년에는 700명 정도 오셨다고 하는 것 같은데, 그 때는 자리가 부족하지는 않았지만, 올해는 부족한 일이 벌어질 것 같다.

불과 1년 사이인데, 점점 대형화되는 추세가 있고, 이상하게 규모가 큰 것들은 잘 되는데, '소박 버전'이 오히려 잘 안된다.

현재 내가 생각해본 가설로는...

집회가 불가능해지고, 광장이 사실상 막히다 보니까, 집회로 갈 힘들이 실내에서 하는 강연회 같은 데로 몰리는 것 같다. 어쨌든 참석했던 사람들의 말을 들어보면...

이렇게 모인다는 게 기쁘다고 말하는 사람들을 종종 보게 된다.

명박을 좋아하지 않는 우리 편이, 이 정도 규모는 되는구나, 그런 걸 확인하고 싶다는 욕구가 좀 생긴 게 아닐까 싶다. 사실 대중집회는 사람이 많이 모이면 재미도 있고, 괜히 뿌듯하기도 한데, 같은 내용이라도 사람 별로 없이 파리 날리면 영 재미없다...

그런 집회 대용품으로 대형 강연회를 사람들이 이해하는 거 아닌가 싶다는 생각이...

(검증하기는 어려운 가설이다.)

이 정도 되면, 원래는 TV에서 하거나 중계를 해주기도 하는데, 지금 한국 TV가 이래저래 다 막히다보니, 어쩔 수 없이 강당으로 가게 된다.

지금 한국에서는 강당이 광장 대용, 그리고 TV 대용인 셈이다.

3.
괜히 도와주고 싶은 마음이 들거나, 아무 것도 하지 않으면 어쩐지 미안한 마음이 드는 사람이 있다.

최근의 김용철 변호사의 경우가 그렇다.

나는 그를 처음 봤는데, 엄청 재밌고, 유쾌한 사람이었다. 원래 유쾌한 건지, 아니면 최근에 살아가는 또 다른 재미를 찾은 건지...

한국에서 양심선언했던, 소위 인사이더들의 불행이 늘 마음에 아팠다만, 김용철 변호사가 행복해져야 우리 모두의 미래가 밝아진다는 그런 생각이 잠시, 머리를 빡 때리고 지나갔다.

"시민들이 당신 옆에 항상 있을 지어다..."

제발 좀 그런 해피엔딩의 역사가 있었으면 좋겠고, 살아서 그런 걸 한 번이라도 보고 싶다.

(아직 김용철 변호사 책 안 사신 분들은, 그걸로 어쩌면 천당에 들어갈 문이 열릴지도 모른다는 생각으로, 좀...)

(전기라는 형식에 꽤 관심이 있는데, 10년쯤 후에 김용철 변호사의 전기를 써보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잠시.)

4.
작년 조합에는 진중권, 홍기빈 등 밝은 '젊은 오빠' 스타일들이 좀 있었는데,

올해 조합은 영락없는 아저씨 필의 중년 조합이다.

(왠지 강연회 보다는 삼겹살 구워놓은 소주집이 어울릴 듯한... 독일의 맥주 축제처럼, 우리나라도 거대한 삼겹살 축제 같은 거 한 번 하면 안될까? 오랫동안 민중의 술은, 역시 소주였다...)

하여 분위기가 너무 칙칙해지지 않게 하기 위해서, 중간에 캔맥주 마시는 시간과 커피 마시는 시간도 갖기도 했고...

어지간해서 강연 때 기타치는 짓은 잘 안 하는데, 이번에는 분위기가 너무 어두워지지 않게 하기 위해서, 나도 기타를 치기로 했고, 김민웅 선생도 기타 치시기로 했다.

(작년 멤버들은, 김규항이 드럼치고, 홍기빈이 베이스 치고, 진장군이 키보드치고, 나는 대충 기타 반주나, 그렇게 2012년 대선 때 치어업할 밴드 만들기로 얘기를 했었는데, 진장군이 외국으로 가는 등, 다들 정신없어져서 그 후로는 한 번도 못 모였다... 사실은, 김민웅 선생이 본인이 보컬을 하시겠다고 주장을 하셨는데, 그거 때문에 못 모인 거 아닌가 하는, ㅋㅋ... 보컬 하고 싶다는 사람이 많을 것 같지만, 진짜 카수는 홍기빈이 진짜 카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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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TV 드라마가 끝내준다.

샤니와 얽힌 빵 주인들의 이야기는, 나는 맨날 듣고도, 어느 빵이 어느 빵이고, 헷갈린다. 삼립빵과 샤니의, 그 야사에서만 맴돌던 지겨운 얘기가 요즘 메인 드라마 중에 하나이다. 시청률, 10% 미만...

급기야 6.25를 그린 <전우>까지 등장했다. 도대체 어떤 마음을 먹고 이런 걸 만들었는지, 어제 보고야 말았다. 결론적으로... 급 술마시고 싶어져서 아내와 술 한 탕.

<문화와 예술의 경제학>이라는 책 작업 때문에 드라마 시청률의 추이까지 몇 년째 계속 살피고 있는데.

20대가 본방 시청률에서 사라진 건 벌써 3~4년 된 사건이라서 이제는 사건 축에도 끼지 못하는데, 급기야 아줌마들까지도 드라마를 떠나기 시작한 정말 조선 역사에서는 처음 생긴 희한한 일들이 벌어지는 중이다.

보통 30~40대 여성들, 흔히 아줌마로 분류하는 요 계층이 드라마 본방의 주력군이고, 광고 시장은 물론 주연 배우 캐스팅까지 전부 좌지우지하는, 자칭 타칭 한국 드라마의 주인들이다. 요 사람들 마음에 들어야 드라마 시장이라는 데에 내올 수 있는데, 드라마는 많이 보지만 또한 영화 시청률은 아주 낮은. 아주 까다로운 분류군이다.

베토벤 바이러스에 그렇게 기똥찬 성과를 올렸던 김명민이나 심지어 우리의 '종사관 나으리'까지, 드라마에서는 완전 날라다니지만 극장판으로만 옮기면 완전 깨빡 나는 이유가, 드라마는 보지만 극장에는 가지 않는, 아주 독특한 시청자 집단으로 설명하면 쉽게 설명이 된다. 한 마디로, TV 내에서는 막강 파워그룹이고, 여기는 또 '무한도전'의 지지층하고도 좀 특색이 다른 것 같다.

하여간 이 불패의 주력군이, 요즘 드라마를 떠나고 있는, 정말 초유의 일이 벌어지는 중이다.

그 빈자리를 대신 매우는 게 40~50대 아저씨들인데, 그렇다고 이 사람들이 더 많이 보는 건 아니고, 그냥 보던 만큼 보는데 아줌마들이 빠져 나가니까 아저씨들만 남은 거 아니냐... 그게 10% 밑으로 돌고 있는 험블한 시청률이 말해주는 것 아닌가, 그렇게들 추정을 하는 것 같다.

한 마리도, 한나라당 주력층들만 요즘 TV에 남아서 <전우>라는 대형 스펙타클 전투 드라마를 지켜보고 계신다는.

뭐, 정치력 무기력증도 만들고, 이래저래 종편 편성으로 방송사들 망한다는 알리바이를 만들기 위해서는, 사람들이 TV 많이 봐서 좋을 거 없다는 게 한나라당 프로그램인 셈인데.

이 사람들이 놓치고 있는게, 한국 아줌마들이 외국의 여성들과는 달리, 엄청난 고학력이라서 그나마 드라마로라도 붙잡고 있어야지, TV도 재미없다고 하면 어쩌면 한나라당이 가장 무서워하는, 주부들마저도 손에 책을 잡는...

그런 무시무시한 일이 벌어질까?

PD 수첩이 창간 20주년을 맞아서 지승호가 인터뷰를 통해서 책을 펴냈다.

내가 쓴 글도 약간 들어가 있기는 한데, 드라마 <전우>를 틀어놓고 이 책을 뒤적뒤적 하다가, 도저히 <전우> 같은 것은 못 보겠다고 드라마를 끈 한국 드라마의 주력군이 바로 이렇게 생긴, TV 방송이 만들어지는 과정과 우여곡절을 쓴 책을 짚을까, 안 짚을까, 그런 게 궁금해졌다.

한국은 지금 분기점에 있다.

하여간 드라마 <전우>와 책으로 된 <PD 수첩>이 동시에 나왔는데, 한나라당은 이 황당한 일련의 드라마로 TV를 뒤엎으려고 하는 순간, 예기치 않은 역작용에 의해서 영구집권은 사실상 물건너갈지도 모르겠다, 그런 생각이 머리를 빡 때리고 지나갔다.

(그런 점에서는 월드컵 열기를 좁은 창으로 유도한 SBS가 역사에서는 '구국의 공신'이라고 기록될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잠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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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세대를 위한 새 인문학 사전>이라는 책을 집어든 것은, 순전히 도대체 원어가 무엇이었는데, 우리나라 번역어가 이렇게 생기게 되었을까, 그 질문에 답하기 위해서였다.

원 제목은, Idea that matters: Key concepts for the 21st century이다.

중요한 개념들, 21세기를 위한, 뭐 그 정도의 뜻인데, 저자인 그레일링이 철학자라서 제목을 그렇게 붙였나?

하여간 어차피 잡은 건데, 잡은 김에 쭉 읽었다.

전문가한테는 별 도움이 되지 않겠지만, 세상에는 전문가만 있는 것은 아니니까.

사전 유형의 개념 정리책들이 원래 그렇듯이, 이 책은 사전 형식을 가지고 있지만, 그렇다고 사전처럼 필요한 항목만 빼서 읽으면 아주 재미없을 것 같다.

저자의 권위를 믿고, 이런 개념들이 요즘 중요하다고 하는 것이군, 그렇게 맨 앞에 선 철학자가 생각하는 중요한 주제를 분류하고, 골라내는 것을 본다고 하면, 그럼 맨 앞에 선 사람들이 요즘 생각하는 것을 어느 정도 엿볼 수 있을 것 같다.

내용은 평이하지만, 그가 골라낸 개념 그리고 그가 중요하다고 생각한 개념들을 가만히 보고 있으면, 확실히 2010년, 세상은 막 밀레니엄이 시작한다고 하던 그 10년 전과는 좀 바뀌었다는 것을 느끼게 된다.

공부의 세계에서도 가끔 트렌드를 살피는 것도 중요할 것 같기는 하다.

그야말로 따끈한 이번 시즌 머스트 해브 아이템 (핫 아이템은 아니다...)

고전을 보고는 싶은데 골 아프기에는 좀 사는 게 빈한한 상황, 생각은 좀 하고 싶은데, 골 패기에는 체력이 좀 딸리는 사람, 약간 "최근에 영국에서는 말이야"하고 잘난 척을 한 번 때리고 싶은데 소재가 빈안한 사람, 그런 사람들이 보면 좋을 것 같다.

트렌드는 트렌드일 뿐이야라고 정색을 하고 '인본주의'를 생각하시는 분에게는, 경기들만큼 천박한 책으로 비추어질 수도 있으니, 최신 유행에 심약하신 분은 피하시기 바란다.

책을 딱 덮고 나서 생각을 해보니, 이 책의 진짜 기능은 지식의 기초 체력 테스트 같은 게 아닐까 싶다.

반나절에 읽었다면, 대학생 상식 수준.

하루가 걸렸다면, 10대 문학도 수준.

1주일이 걸렸다면, 이제 그림 없는 책에 어느 정도 익숙해지려고 하는 중학생 수준.,

꼼꼼히 읽으면서 한 달 가량 걸렸다면, 세상의 모든 것을 다 흡수할 정도로 순발력과 상상력을 가지고 있는 초등 5학년 수준,

그런 기초체력 테스트용 책으로는 딱일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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