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서 내가 좋아하는 경제학자들이 몇 명이 있는데, 그 중에서 인격적으로 가장 존경하는 양반이 이정전 선생이다.

음...

환경경제학회에서 논문 발표할 때 사회를 맡아주셨는데. 난 이 양반도 재웠다.

데이타 발표하는데, 전원 자고, 사회보시는 분도 자는데, 땀 삐질삐질, 대략난감...

죽는 줄 알았다.

김수행 선생 등, 당시 논문 발표할 때마다 원로 경제학자들 전원 재운 기록을...

정년 은퇴하고 마땅히 해야 할 일이 없어하시는 것 같아서, 프레시안 칼럼이라도 좀 써보시라고, 그렇게 다리를 놓아드린 적이 있다.

그 칼럼들 가지고 레디앙에서 칼럼집이라도 내보시면 어떠냐고, 그렇게 출간 준비를 할 때, 기왕 할 거면 제대로 좀 해보자고, 그렇게 쓴 책이 이 책이다.

본인은 틈만 나면 자기가 맑시스트라고 우기는데, 우리는 한 번도, 에이 그럴 리가...

그랬다.

많은 학자들이 자식 얘기만 나오면 좀 황당한 교육을 시키거나 지나치게 집착하는 경향이 있는데, 이 양반은 정말 평소에 하던 얘기와 자식 교육이 같았다.

자식에게 공부하라고 엄청 쪼거나 그러지는 않으셨고, 세속의 영광을 구하지 않는 것이 평소 소신이었다.

아들이 결국 라면집을 하게 되었을 때, 우리 모두...

아, 정말 인격자다, 놀랐었다.

살아서 동상을 세우지 마라, 그런 이청준의 <당신들의 천국>에 나온 그 말을, 실제로 실천하는 그런 양반으로 알고 있다.

재미로만 따지면, 나는 장하준 책보다 더 재밌게 읽었고, 아, 리카도가 이런 말도 했구나, 배우는 것도 많았다.

대통령에게 보내는 공개 편지로, 현 정부에서는 편한 일이 없게 되었고.

얼마 전에 있던 경남권 공항 토론회에서, 1조원 들여서 김해공항 고치는 게 답이다, 그런 얘기로 경상도에서 엄청 욕 먹기도 했다.

공항은 무슨 개뿔...

나는 정부 연구용역 등 프로젝트는 안 하는데, 그게 이 양반한테 배운 거다.

이정전도 그 정도는 지켰는데, 하물며...

2008년 글로벌 금융 위기 이후 우리가 가야 할 방향, 이정전식 해법에 관한 책인데, 생각보다 재밌다. 가끔은 전율이 느껴질 정도로, 솔직하다 못해 강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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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태지평연구소 부소장인 박진섭은, 아마 일반인들은 촛불집회가 한참일 때 열렸던 공개 토론회에서 마이크를 잡고 한동안, 이래서는 더는 못간다는 요지의 얘기를 했던 시민단체 측 발언자로 얼굴은 기억할 수 있을 것 같다.

우리끼리는, 맹출신으로 불린다. 내가 얘기하는 개도맹(개구리, 도롱뇽, 맹꽁이)의 맹이 아니라 진짜 사노맹.

조국 교수 등 우리 주변의 맹출신들이 좀 있는데, 그런 사람 중에 한 명이다.

강동송파 지역 운동을 거쳐 환경운동 중앙으로 왔고, 정책실장을 오래 했다.

한 때 맹 서열 7위였다나, 그리고 당시 기관지 편집국장.

본격적으로 환경에 관한 책을 쓰기 시작한 것은, 한반도 대운하에 이어서, 내가 기억하는 것은 이번의 두 번째이다.

처음 초고가 나한테 왔을 때에는, 생명평화의 DMZ, 이런 제목을 달고 와서, 이걸로는 도저히 안 된다...

하여 우여곡절 끝에 요렇게 생긴 책이 나왔다.

우리나라에서는 DMZ 문제를 가장 오랫동안 붙잡고 들여다 본 사람 중의 한 명이다.

나와는 등을 대고 생태운동을 같이 하는, 가장 오래된 동료 중의 한 명이기도 하고.

노무현 정부 시절, 한 겨울을 광화문 앞 열린 광장에서 농성하면서 길바닥에서 지낸 적이 있었고, 그 때 이후로 마음이 짠해서 그에게 마음에 빚진 것 같은 마음을 안고 살아가기도 한다.

최근 환경운동연합 출신, 녹색연합 출신 등, 소위 활동가들이 본격적으로 책을 내기 시작한다.

현장에서 알게 된이 진짜 많은 실무형 책인데, 어린이들에게는 어떻게 다가갈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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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디앙이 요즘 상당히 어려운 걸로 알고 있다.

<88만원 세대>와 목수정 책이 수입의 거의 대부분이었는데, 두 책 다 나온지 좀 되어서 작년부터 매출액 급감.

'이상한 나라의 인민노련'을 좀 빨리 내달라고 하는데, 작년에 책을 하나도 못 내서 올해 이것저것 처리하느라고 출간 일정이 잘 나오지가 않는다.

연내에는 낼 수 있도록 하겠다고 했는데, 당분간 레디앙은 비상 경영인가 보다.

레디앙이 상대적으로 좀 여유가 있을 때, 4대강 르뽀에 좀 돈을 대서 준비한 책이 이 책이다.

이번 달 얼루어에 나온 이상엽 작가의 사진과 르뽀가 책이 되어 나왔다.

새만금이나 한반도 대운하 혹은 4대강과 관련해서, 현장에서 만든 책들이 정말 안 팔렸다.

가장 최근에 나온 김정욱 교수의 <나는 반대한다>는, 출판기념회까지 했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신통치 않은 걸로 알고 있다.

이런 책들이 구조적으로 겪는 어려움운,

활동가들이나 관련된 사람들은, 나는 이미 알고 있어, 이래서 안 보고.

실제로 이런 책들을 보기를 희망한 독자들은,

찬성편은 이미 찬성하니까 안 보고,

반대편은, 역시 이미 반대이니까 새삼 볼 필요 없고.

이렇게 굳이 보아야 할 필요를 잘 못 만들어내는 어려움에 부딪히게 된다.

어떻게 보면 선거와 비슷하다.

후보가 누군지와 상관없이 이미 어느 정당을 지지하기로 한 사람들은, 유세장에 나오지도 않고, 그럴 필요도 없이 이미 결정되어 있고.

남은 건 부동층 혹은 일본식 무당파.

책에 사진을 많이 쓰기는 최병성 목사의 <강은 살아있다>의 경우도 마찬가지인데, 사실 그 책도 힘은 별로 못 썼다.

이상엽 작가의 사진의 힘이 어느 정도 될지, 그걸 지켜보는 게 이번에는 포인트이다.

4대강 사업은, 정말로 사람의 정서와 미감을 시험대에 들게 한다.

이게 아름다워 보이는 사람과, 폐부 어딘가가 찔린 것처럼 느껴지는 사람, 그런 두 종류의 사람들이 2010년 한국에서 공존하는 중이다.

자신의 고유한 미각이, 시험대에 오르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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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되는 일도 없고, 기분도 좀 적적하고, 간만에 책이나 좀 쌓아놓고 보자고.

너무 딱딱하고 비슷비슷한 책만 보다가, 진짜 간만에 읽은 심리학 책이다.

원래는 로버트 라이시의 <왜 위기는 반복되는가?>를 보려고 하다가, 라면 먹으면서 읽기는 좀 그렇고, 결정적으로 서문을 보고 나니 밑줄을 쳐야 할 것 같아서, 대신 집어든 책이다.

먼저 여기 테스트부터 잠깐 해보시고.

흰 색 유니폼이 몇 번 패스 하는가가 질문이다.




하하, 나도 고릴라 못 봤다.

최근에 너무 진화 심리학이 난리를 쳐서, 한동안 지겹다 지겨워, 이런 심리학 테스트들이 하려고 하는 얘기가 너무 뻔한 결론 아니냐... 싶었는데.

진짜 간만에 유쾌하게 읽었다.

복잡하게 들어가면 너무 이데올로기적인 결론이 되고, 인간이라는 게 얼마나 한계 투성이이고 허점 투성이인가, 그렇게 생각하면 진짜 재밌다.

그래, 고릴라를 못 보는 경우가 많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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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드북스

독서감상문 2011. 3. 26. 18:33


서대문에 있는 레드북스에 갔다 왔다.

책 판매로 1/3, 후원회원 1/3 그리고 음료 판매 등으로 1/3,

그런 비율로 그럭저럭 꾸려나가고 있다는 것 같다.

책방을 지키는 것, 그것도 사회운동의 하나가 되는 시기이다.

이런 작은 책방에 갔다오면, 괜히 기분이 좋아진다.

힘들고 어려운 일들만 자꾸 보이는 시기, 그래도 뭔가 새로운 것이 시작되고 있다는 느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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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신주...

독서감상문 2011. 3. 19. 15:02
한국 철학자의 글을 이렇게 재밌게 읽었던 것이 얼마만이던가. 박동환 선생의 책을 정말 재밌게 읽었었는데, 절판된지 오래인지, 이제는 흔적도 찾아보기가 어렵다.

동아일보 칼럼은 잘 안 보는데, 강신주 덕분에 정말 재밌는 몇 시간을 보냈다.

당장은 어렵지만, 간만에 한 사람 책을 쭉 쌓아놓고 읽는, 그런 재미진 일을 할 생각이다.

좋은 철학자가 동시대에 같이 살아간다는 게, 얼마나 고맙고 즐거운 일인가, 그런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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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전에 일부 아파트가 1/6 가격으로 간다고 한 적이 있다.

사람들은 난리를 쳤지만, 실제 사례를 본 얘기였다. 내 생각에는, 그 이하로 더 내려갈 데가 있다. 고점 대비해보면, 수치는 금방 나온다.

동경 신도시 사례와 요코하마 사례 놓고, 같은 비율로 계산해보면 견적서 금방 나온다.

하여간 이건 각자 알아서 할 일이고.

이원재의 <아파트 쇼크>는, 성실함의 미덕 같은 것을 가지고 있는 책이다.

건설회사 출신이고, 경영학 전공이다. 이쯤 되면 업자라는 얘기가 금방 튀어나올 법한데, 실제로 업자 맞다. 그러나 업자라도 성실하게 자료를 들여다보면서 분석하면, 학자들이 하는 얘기나 혹은 기자들이 하는 얘기와 결론 자체가 크게 다를 이유가 없다.

나는 업자들은 지금의 이 현상을 어떻게 보고 있는가, 그리고 그들은 어떤 자료를 주로 보는가, 그런 게 궁금해서 이 책을 읽었다.

엄청나게 성실한 사람인 것 같고, 존경심마저 들었다.

본인 스스로도, 지금이라도 집값이 올라갔으면 자기도 좋겠다고 적고 있다.

그러나 여러가지 증거가, 그렇게 되기가 어렵다는 게 저자의 진단이다.

<하우스 푸어>는 현직 PD의 눈으로 본 사건이고, <아파트 쇼크>는 업자의 눈으로 본 사건.

다른 눈을 통해서 같은 사건을 들여다보는 것은 나름대로는 재미도 있고, 박진감도 넘친다.

우리나라 부동산 가치 총액이 주가 총액의 3배가 된다는 사실은 이 책에서 나도 처음 배웠다. 아, 그런 걸 사용하는 수가 있었구나...

간만에 읽은, 썩 재미있는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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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교육 걱정없는 세상의 회원이 이제 1,200명 정도 된다고 한다. 이게 굴러갈까 싶었는데, 그래도 최초의 안정화 과정은 넘어간 것 같아서 다행이다.

다음주엔가, 안산으로 MT도 간다는데, 잠시라도 좀 여유를 내서 가볼까 하는 중이다만... 오후에 일정에 없던 간담회가 급하게 하나 생겨서 어떻게 될지 모르겠다.

원래 출판 기념회에는 거의 안 가는데, 이거야 일반 출판기념회랑 좀 달라서 다녀왔고. 책 한 권을 사서, 앉은 자리에서 읽었다.

저녁 때, 이제는 진보신당의 정책위의장이 된 이재영과 사무총장이 된 한석호와 소주 한 잔 할 기회가 생겼다.

지난 주에, 이재영과 교육 정책에 관한 얘기들을 꽤 길게 했었다.

그리하여...

이 책이 내 손에서 이재영 손으로 넘어갔고, 이재영도 책 잡으면 바로 읽는 편이라서, 아마 다음 주에는 또 다음 사람 손으로 넘어갈 것 같다.

재밌는 책이다. 사교육에 대해서 한 번도 진지하게 생각해보지 않은 아빠들한테, 이렇게 생각하는 사람들도 있다는 걸 확인하는 면에서 꼭 한 번 보라고 말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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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인에서 올해의 책 선정 부탁을 받았다. 작년에는 진중권의 <교수대 위의 까치>를 골랐었다.

올해 한국에서 올해의 책이라면 외국인 저자로는 마이클 샌델, 국내 저자라면 장하준을 고를 수밖에 없을텐데, 주문이 좀 특별했다. 알라딘과 같이 하기 때문에 대중적이고 알려진 책은 소개가 될 것이니, 좀 묻힌 책이나 가려진 책 중에서 골라달라는 것이다.

고민을 좀 했는데, 송기호의 <맛있는 식품법 혁명>을 골랐다. 아마 판매량으로는 올해의 책급이 아니기는 한데, 중요도로 치면 이 책을 고르지 않을 수가 없다.

이게 송기호의 3번째 책으로 알고 있다. 앞의 두 권은 고전을 면치 못했는데, 딱딱한 변호사체라고 할 수 밖에 없는, 그렇게 법조문에서 금방 튀어나온 판례집 같거나 통상 문서를 읽는 듯한 느낌이었다.

이번에는 좀 다르다. 문체가 부드러워지기도 하고, 어떤 면에서는 단호해지기도 했다.

모티브가 된 데라우치 식품위생법은, 사실 좀 충격적이었다. 나도 송기호 변호사와 비슷한 작업을 해본 적이 있었는데, 박정희까지 올라가고 말았다만. 조선 초대 총독인 데라우치가 1911년 만들었던 이 법령 체계가 후에 어떠한 영향을 미쳤는지, 좀 충격적이었다.

프로이드가 '공공위생'에 관해서 꽤 길게 분석한 적이 있다. 제국이 식민지에 들어가면서 일종의 제국학으로 썼던 학문이 바로 이거라는 건데, 이걸 통해서 제국의 국민들이 제국주의 신민들에 대해서 형성된 무의식에 관한 내용이었다.

딱 그 얘기를 연상시키는 공공위생학, 한국인은 불결하다는 신화... 총독부에서 그렇게 만든 셈이다. 위생에 대한, 신경질적인 반응은 그 때 형성된 셈이다.

영양사와 조리사와의 알력관계도 상당히 재밌었다. 아, 그렇구나... 조리사에 대해서는 나도 따로 덧붙이고 싶은 얘기들이 있는데, 이런 건 현재 낸녀 상반기에 작업할 '농업 경제학'으로 전부 미루어놓고 있는 상황이다.

사카린 소주에 대한 얘기는, 푸하하... 송기호식 유머의 절정판이다. 물론 나도 소주를 마시기는 한다만, 도대체 사람이 어떻게 이런 걸 마실 수 있나, 그런 정도만 생각해 봤었다. 술이 생태계에서 일탈했을 때 생겨나는 탈주라고나 할까...

식품, 생태, 이런 주제가 나도 다시는 쓰고 싶지 않은 주제이다. 참, 넘어서기 어려운 벽 앞에 서 있다는 그런 느낌을 받을 때가 종종 있다. 어렵게 쓰면 너무 어렵다고 하고, 쉽게 쓰면 쉽다 하고, 그 묘한 균형을 잡기가 어렵다. 무엇보다, "난 다 알고 있어"라고 하는 벽은, 넘어설 수 없는 벽이다.

나는 좌절했고, 어차피 안 팔릴 거라면, 그냥 강공이다... '농업 경제학'을 끝으로, 생명과 식품에 대한 얘기는 종료하는 게 지금의 계획이다.

이런 생각을 하면서 송기호의 책을 넘겨나가는데, 솔직히 그가 느꼈을 답답함을 생각하면서 누워서 뒹굴뒹굴 책 읽다가 눈물 한 방울이 찔끔 났다.

송기호, 촛불 집회 정국의 한 가운데에서 100분 토론에서 번역상의 오류를 잡아냈던, 바로 그 영웅 아니던가. 그도 이렇게 힘들게 한 발 한 발 나가는 중이다.

언젠가, 송기호와 함께라면 지지 않을 것 같다, 그런 글을 쓴 적이 있었다. 아직도 그렇게 생각하는지 나에게 물어보았다. 글쎄, 이길 거라는 자신은 없지만, 허망하게 지지는 않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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