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호 기자를 정말 오랜만에 만난 건, 노무현 탄핵 집회에 나갔다가 서소문 회관 앞인가, 거기서 피켓 들고 있던 때였다. X 파일은 그 뒤의 시간이었다. 대학교 4학년 때였나, 농성 중에 농성장에서 만나고 정말로 오랜만에 만났던 거였다.
상호랑 같은 고등학교를 다닌 건 아니었다. 그냥 같은 동네라서 도서관에서 자주 보던 사이였다. 아주 친했다고 하기는 어려울지 몰라도, 꽤 친한 친구였다. 한열이가 최루탄 맞고 쓰러지던 집회에, 상호나 나나 둘 다 같은 스크럼 안에 들어가 있었고, 인생에 잊지 못할 최초의 기억이 생긴 순간들을 공유한다.
상호의 책은 정말 예전에 취재후기가 출간된 걸 읽은 적이 있었다. 뭐 친구끼리는… 그렇게 책을 챙겨서 보기가 쉽지가 않다. 아무래도 저자에 대한 신비감 같은 게 전혀 없으니까, 일부러 챙겨서 보지 않으면 잘 읽게 되지가 않는다.
‘이상호 기자 X파일’은, 크게 보면 세 부분으로 나눌 수 있다.
1. 이상호 선배 기자들에 관한 얘기.
그들이 어떻게 X파일에 대한 보도를 막으려고 했는가.
2. 파일 입수에서 방송 제작까지, 방송 제작에 관한 얘기.
3. MBC 동료 기자들 사이에서 왕따가 되어가던 순간의 심경.
어지간히 신경 굵은 사람이 아니라면, 중간에 한 번쯤은 자신의 처지 혹은 과거의 경험을 돌아보면서, 눈시울을 흘리만한 대목들이 몇 번 있다. 그러나 실제 눈물을 터뜨릴만큼 감성 터치를 하지는 않았고, 약간은 드라이한 느낌이다.
사건은 비교적 간단한 건데, 결국 X 파일의 원문이 묻히는 과정, 부제에 ‘진실’이라고 얘기한 그 혹은 그것이 절대로 스스로는 말할 수 없는 상황.
유사한 얘기로, 영화 <인사이더> 생각이 났다.
여기에서는 갖은 고초를 겪지만 결국 <식스티미닛>에 사건의 전모를 담은 방송이 결국 방송을 탄다. 이상호 X파일은, 여전히 진행 중이다. 어떻게 X파일이 감추어지게 되었는지는 알 수 있게 되었는데, 여전히 그 원본 그대로의 파일은 우리 손에 배달되지 못했다.
상하로 씌어진 공포 소설의 상편이 이번에 나온 책이라면, 우린 아직도 하편을 기다리고 있어야 하는 상황이다.
이상호의 X파일에 왜 X파일이 없어?
문득 예전 조선일보에 부록으로 끼어주었던 녹음 테이프, 12.12 그날 사령부의 육성 녹음이 담긴 그 테이프 생각이 났다. 참 재밌게 들었었는데.
그렇게 보면 우리의 진실은 여전히 진행 중이다.
그래도 지금이니까 이나마, 이 파일을 둘러싸고 어떤 사건들이 벌어졌는지 책이라도 나오는 거지, 지금 식으로 더 진행되면 나중에는 이것도 불가능해지는 그런 시대로 가게 되는 걸까?
그런 생각이 들면서, 마음은 아주 답답해졌다.
스릴러 구조로 보면, 일종의 메타 텍스트 구조를 가지고 있는 셈인데, 정말로 공포스러운 것은…
이게 소설이 아니라는 거.
그리고 여전히 진행 중인 사건이라는 거.
중간에 한미 재계위원회에 대한 얘기가 나온다.
X파일을 처음 이상호에게 얘기해주는 사나이의 대화 속에, 그 때 이 기관에서 한미 fta를 추진하고 있다는 얘기가 나온다. 이건 보너스.
우연히 진실이 자기 주머니에 들어왔을 때, 우리는 어떤 행위를 하게 될까?
주머니의 것을 길에다 버릴까, 장롱 속에 깊숙히 숨겨놓을까, 아니면 이상호처럼 그걸 밝히려고 할까?
감추려는 사람이야, 늘 같은 일을 할 것이고, 그 위의 사람들도 결국 매수될 것이고.
진실을 열 것인가, 감출 것인가, 그 결단만이 실존에 대한 질문처럼 남게 되는 것일까?
그런 질문이 마지막에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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