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 르뽀 문학이 있나 하는 사람들도 있지만, 어쨌든 르뽀 작가라고 하는 사람들은 존재하고, 잘 팔리는지, 그렇지 않은지는 몰라도 꾸준히 책을 내고 있다.
송구하지만, 그들 중 내가 기억하는 이름은 김순천 하나 밖에 없다. 비정규직 문제를 다룬 <부숴진 미래>는 아주 재밌게 읽었고, 또 그 당시의 작업 과정을 약간 곁눈질 할 기회가 있었다.
인터뷰라는 것은, 참으로 골 아픈 작업이다. 나는 사람을 만날 때, 내가 필요한 정보 중심으로 축약해서 이해하는 편인데, 이건 약식이다.
정식으로 인터뷰를 하는 사람들이 몇 명 있는데, 그 중 김순천이 만나는 사람들은 그의 글들이 왜 르뽀라는 장르로 포함되는지를 명확히 보여주듯이, 특징적이지만 정말로 이 시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이다.
그가 이번에는 10대들에게 눈을 돌렸다.
3년이 걸렸다고 하는데, 정말로 3년이 걸렸을 정도로, 인터뷰 하나 하나가 정성이 들어갔고, 나 같으면 도저히 하지 못할, 세밀한 묘사로 자신의 대상을 어루만지는 그녀 특유의 정서가 눈에 띈다. (내가 그렇게 잘 못하니까, 그런 부분이 더 자세히 보였다.)
한국의 10대, 그것을 날 것 그대로, 죽 펼쳐서, 자 이게 현실이야, 그렇게 그녀에게 한국은 캔버스이고, 10대들의 말을 모아서 넓적한 풍광을 그리고 있었다.
그 풍광이 밝은가, 어두운가, 그것은 읽는 사람의 마음에 달린 것 같다. 무엇인가를 고쳐보고 싶은 사람에게는 현실이 이렇다고 하는 그 날것을 보는 것 자체가 출발점이 될 수 있기에 밝음일 것이다. 아무 것도 하고 싶지 않은 사람에게는 그리고 아무 것도 변화시키고 싶지 않은 사람이기에, 봐, 10대들의 현실이 이렇게 어두울 뿐이라니까!
어쨌든 김순천이 고른 스펙트럼은 그야말로 다양한다. 타워팰리스에 살고 있는 상위 2~3%에 든다는 고등학생부터, 의상디자이너가 되고 싶은 친구, 하이닉스에 가고 싶어하는 기능과정, 지방에서 재수하는 친구, 그리고 맞다맞다 도저히 못 맞겠다 싶어 중학교를 자퇴한 친구.
이것은 현실이다.
그리고 그 인터뷰 뒤에 빼곡하게 채워넣은 코멘트들도 상당히 재미있다.
그 중에 가장 인상깊은 던 것은 강남 정신병원의 의사가 자신이 진단한 강남 학생들의 정신상태였다.
강남의 평범한 학생들은 대개 강박증, 우울증은 기본이고, 정신분열증 증세를 보이는 학생들이 아주 많았고. 현실이 그럴 것 같았지만, 정신과 의사 아니면, 그리고 정말로 학교에서 진단해 본 사람들 아니면 해주기 어려운 얘기인데, 이 귀한 얘기들이 여기에 실려 있다.
강남의 엄마들은, 지독할 정도로 참견을 많이 하거나, 지독할 정도로 관심을 안 가지고 있는, 두 부류로 나뉘어서, 자식들의 정신 건강이 더욱 나빠질 수 밖에 없다고, 의사 선생님이 말씀하신다.
김순천, 이 꼼꼼하면서도 자상한, 그러면서도 베가본드 같은 느낌이 드는, 한국의 밑바닥을 뒤지고 다니는 이 시대의 르뽀 작가, 그의 다음 발걸음은 어디로 향할까?
(르뽀작가협회의 교육 프로그램에 연락하면, 그녀가 해주는 르뽀 작가가 되는 기본 교육 같은 것을 받을 수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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