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블.

 

천문학은 성직자와 비슷하다. 아무도 부름이 없이는 될 수 없다. 나는 그런 부름을 받았고 나에게는 2급이냐 3급이냐가 아니라 천문학자가 아니냐가 중요하다.

 

"나는 1급의 법률가보다는 2급의 천문학자가 되기를 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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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인슈타인과 아이작 라비  (4) 2009.1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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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인슈타인.

 

"나에게는 특별한 재능이 없다. 단지 남달리 호기심이 많았을 뿐이다... 중요한 것은 질문을 멈추지 않는 것이다. 호기심은 그 자체로 존재할 가치가 있는 일이다. 영원의 신비에 대해서, 그리고 실재의 놀라운 구조에 대해 생각한다면 누구나 경외심을 가지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이러한 신비의 아주 작은 부분이라도 해결하려고 매일 노력한다면 그것으로 충분하다."

 

(전기작가 칼 셀릭에게...)

 

우리는 벽과 천장이 온통 여러 가지 언어의 책으로 가득한 도서관에 들어가는 어린아이와 같다.

 

아이작 라비, 노벨상 수상자

 

나는 물리학자는 피터팬이라고 생각한다. 그들은 절대 어른으로 자라나지 않으며, 호기심을 버리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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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블, 2급의 천문학자  (3) 2009.1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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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문학 책을 얼마 전부터 읽기 시작한 것은, steady state라는 단어의 용법들을 찾아보다가 빅뱅과의 논쟁사 자체에 흥미를 느꼈기 때문이다. 기왕 보는 김에 좀 더 찾아보면 좋을 것 같아서 천문학을 좀 들여다보는 중인데, 워낙 나도 문과쟁이라서 천문학에는 잰병이다.

 

박창범의 <인간과 우주>와 사이먼 싱의 <우주의 기원 빅뱅>을 고른 것은 별 다른 이유는 없고, 서점에서 내 수준에서 읽을 수 있는 책들을 대충 집어들은 것이다.

 

어땋게 보면 프레드 호일이라는 사람에게 관심을 갖게 되었다는 것이 정확한 표현일 것이다.

 

내가 갑자기 개과천선해서, 아, 자연과 우주에 대해서 더 많이 알면 좋겠구나, 그런 것은 아니고 빅뱅과 steady state 사이에서 벌어졌던 이 호화찬란한 논쟁 자체를 더 재밌게 생각한다는... 그런 음흉하고도 음험한 이유로 책을 보니, 방정식을 제대로 들여다보려고 한 것은 아니고. 그야말로 불량 독자다.

 

생각해보니까, 칼 세이건의 코스모스를 고등학교 때 읽은 이후로 입문 수준이나마 천문학 책을 집어들은 것도 처음인 것 같다. 어설프게 물리학 공부 하면서 본 거, 양자역학 책에서 지겹도록 나온 우주기원에 대한 애기, 그리고 과학논쟁사나 인식론 같은 데서 나온 얘기들 어깃장으로 모아서 알고 있던 게 내가 알던 천문학의 전부였던 셈이다.

 

사실, 박창범 교수의 책은 나온지 10년 정도 된 거고, 그 이후에 논쟁이 어떻게 되었는지가 여전히 궁금해서 사이먼 싱의 책을 집어든 것이기는 한데. 어쨌든 여전히 '지금'과는 약간의 격차가 있기는 하다.

 

그리고 나서 다른 책을 찾느라고 책장을 뒤지다보니, 개마고원에서 나온 <그림으로 보는 우주과학사>와 기타 초보자들을 위한 유사한 책이 몇 권이 더 있었다. 사실 내 수준에서는 이 정도 수준이면 딱 아닌가?

 

(이렇게 뒤지다가 아내가 사놓은 수학사 책 한 권을 읽게 되었는데, 엉겹결에 비유클리드 기하학이 등장하는 과정을 보면서... 사실 내가 보고 싶던 내용은 수학사 책에 들어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언강생심이다. 대중을 위한 책을 보면서, 최근 천문학의 논쟁들을 좀 알면 좋겠다는, 이런 택도 없는 희망을 갖다니!

 

하여간 몇 년 동안 하다보니 주로 읽은 과학 분야의 책들이 생물학 관련된 책들이었는데, 물리학적 사유에서 나온다고 하면서, 지나치게 생물학이나 생태학 책만 읽고 있었다는 것을 깨달았다.

 

꽤 전부터 누군가 선박의 역사니, 철강의 역사니 그런 책들 필요하면 준다고 했는데, 안 그래도 책장이 좁아서 도저히 정리불가인 상태라서, 괜찮습니다... 라고 했던 게 기억이 났다.

 

기왕 얘기 나온 김에 조금만 더 생각해보면.

 

과학 다큐멘타리에는 이데올로기가 없는가 하면, 그렇지는 않다. 물론 그나마 이제는 KBS나 EBS나 다큐멘타리는 대폭 줄인다고 하니, 과학 다큐멘타리 보고 싶으면 다시 BBC나 NHK를 뒤져서보는 수밖에 없는 그런 나라로 가고 있는 셈이지만.

 

영화가 이데올로기로부터 자유롭기 어려운 것처럼, 과학 다큐멘타리도 펀딩 과정이 필요하고, 제작 승인이 필요하기 때문에, 제작자가 특별히 그런 것으로 덧칠하고 싶은 생각이 없더라도, 자연히 '우주 과학 입국' 그런 필터를 끼워서야 겨우 제작하게 된다. 순수한 천문학에 대한 관심이라는 것은 정말로

사이언티스트' 일각에서만 해당되는 일일 것이고, 과학자는 물론이고 다큐멘타리 제작자도 실제로 이데올로기 심지어는 정책 홍보로부터 자유롭지는 않은 것 같다.

 

비유를 들어보면,

 

최근에 항일투쟁과 관련된 다큐멘타리를 제작한 제작자와 좀 얘기를 할 기회가 있었다.

 

그런데 꼭 그렇게 민족주의 코드를 강하게 넣으실 필요가 있었나요?

 

안 그러면 시청률이 전혀 안 나오는데, 어떻게 해. 결국 좀 넣어주는 수밖에.

 

제작 과정에서 제작자가 알면서도 결국 흔한 상업성 코드를 집어넣게 된다. 보는 사람이 알아서 필터링해서 보면 좋겠다는 게 제작자가 설명한 취지였다.

 

천문학에 관한 국내 저술에서도 그런 여러가지 제약 조건들이 있을 것 같다.

 

박창범의 <인간과 우주>는 그런 면에서 비록 오지이기는 했고, 관심은 없었지만 한국의 천문학이 그나마 이데올로기에서 상대적으로 자유로웠던 시절의 마지막 책일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마 요즘에 이런 책을 쓴다면, 당연히 우리별 시리즈에 대한 얘기가 길게 나올 것이고, 우주를 잘 안다는 것이 국민경제에 얼마나 큰 도움이 되고, 허블 망원경이 미국 경제에 얼마나 기여를 했고, 등등의 얘기가 부록처럼 죽 따라붙을 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잠시 해봤다.

 

과학은 과학일 뿐이다라는 명제가 있다.

 

글쎄...

 

이 명제를 천문학에 대입하면, 천문학은 천문학일 뿐이다...

 

이런 시기가 한국에도 최소한 90년대 중후반까지는 있었던 것 같다. 지금도 많은 천문학자들은 여전히 배고플 것이지만, 지금도 천문학은 천문학인지, 우주과학은 우주산업이 아닌지, 그리고 그 한 가운데에는 여전히 국가가 자리잡고 있고, 또한 정치가 자리잡고 있는지.

 

어차피 뻔한 질문이지만, 그런 생각을 잠시 해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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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루에서 낮잠 자고 이불 치울려고 하는데, 그 사이에 고양, 자기 자리라고 뒹굴면서 시위를 시작했다.

 

그러다 이불 좀 억지로 치울려고 하면 도끼눈을 뜨고, 확 삐져버린다.

 

(카메라가 없어서 핸펀 카메라로 찍어보는데, 와... 이거 뒹굴뒹굴하는 고양, 도저히 속도를 못 따라간다.)

 

고양, 여기 좀 봐, 치즈...

 

치즈는 안 해도 가끔 쳐다보기는 한다.

 

(마당에 있는 쓰지 않는 개집을 치울까 했는데, 그새 날씨가 추워졌는지 5개월 된 마당 고양이 새끼들이 개집 안의 이불 위에서 나를 물끄러미 쳐다본다. 마음이 아파져서, 그것도 못 치우겠다.)

 

(일본 갈 때 고양이 데리고 가는 방법을 고민 중인데, 오사카 가는 배는 고양이를 못 태운댄다. 시모노세키까지 가는 배도 같은 배라서 못 태운댄다. 우와, 고양 땜에 일본 열도를 헤매고 다니게 생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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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CD는 그렇게 많은 편은 아니다. 유학 시절, 도니가 너무 음서서, 중간에 모아두었던 CD와 비디오들 전부 팔고 위기를 넘긴 적이 있었다. (카를로스 산타나 라이브 비디오를, 그 때 팔았다... 어차피 PAL이라서 한국에서는 못 볼 것이었다만.)

 

LP는 중학교 때부터 모으기 시작했는데, 그냥 가지고 있어서 이제는 꽤 된다. 그래봐야 오리지날이라고 부르는 원판은 몇 장 안되고, 그나마도 결혼 하고나서 중고로 산 것들이다.

 

청계천에서 샀던 빽판도 좀 있는데, 라이브 인 재팬이라고 부르던 딥 퍼플, 에릭 클랩턴 실황공연, 월, 뭐 그런 것들이다. 지금 들어보면, 소리는 괜찮은데, 영 문제 많아서 바늘 상할까 봐 잘 못 올린다.

 

그래도 소주 한 잔 마시고 얼떨떨해지면, 꼭 그런 게 듣고 싶어지기는 한다. 고등학교 때, 짜장면 집에서 단무지 놓고 소주 참 많이도 마셨다. 고등학교 때 담배는 안 피웠는데, 술은 엄청 처먹었다. 2학년 후반부터 술 마시는데 재미붙여서, 고3 내내 틈만 나면 술 마시고, 마루에 있던 장롱에 진열되어 있던 아버지가 평생 모은 양주들, 틈틈히 꺼내마셨다. 그 때부터 시작해서 대학교 2학년 중순이 될 때까지, 그러니까 딱 3년만에 아버지의 평생 애장품이라고 하는 양주를, 결국 다 마셔버리고 말았다. (3년이나 간 건, 정말 티 안나게 살짝살짝 꺼내마셨던 것인데, 결국은 다 마셔버리고야 말았다.)

 

__________

 

용산에 얼마 전에 LP 가계가 엄청 많이 생겼다. 이게 얼마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하여간 3,000원, 4,000원 주고 중고 LP 사는 재미가, 아, 쏠쏠하다. 김건모 1집, 2집, 강수지, 이런 거 집어들면서, 이게 과연 3,000원의 가치 밖에 없을까?

 

내 LP 중에는 아마 200장 정도 될까, 안 뜯은 게 것들이 있다. 산울림 초기 앨범 거의 대부분, 안 뜯은 LP로 가지고 있다. 아까워서 못 뜯는다. 원래는 아이가 크면, 13살 생일 선물로 주겠다고 모으기 시작한 미봉인 버전인데, 아직 아이도 못 낳았다. 내년에는 기필코...

 

그러나 아마 박물관으로 가게 될 것 같다. 오리지날이라는 원판에 비해서 국내 가수들 판은 예전에도, 그리고 지금도 여전히 헐값 대우를 받지만, 그런 건 구경도 하기 어려운 시기가 내가 살아있는 동안에 오기는 할 것 같다.

 

_____________

 

자, 요번에 산 LP 몇 장 소개해보자.

 

 

 

김국환 앨범을 산 건 처음이다. <타타타>라는 노래 때문에 나도 산건데, 다른 사람도 그렇게 사는지, 이건 조금 비싸서 4,000원이었다. 타타타, 가사는 정말 명곡이다.

 

그래도 김국환의 최고 히트작은, 은하철도 999이다. 기차가 어둠을... 지금 생각해도 가슴이 뭉클해진다.

 

(만화에 대해서는 평이 분분하다. 프랑스에서 이 만화를 열심히 봤는데, 은하철도 999, 노래 부르면서 주제가 부르는 가수가 죽어난다. galaxie express neuf cents quatre-vingt dix-neuf, 프랑스의 80진법 때문에 999할려면 아주 바쁘다.)

 

김국환의 <타타타>는 지금 들어도 몽롱해지기는 하지만, 앨범 전체로는, 음 손발이 오그라드는 느낌이라고나 할까? 트로트를 아주 안 듣지는 않는데, 아마 열 곡 정도? 변형된 트로트 필, 정말 손발이 오그라드는 것 같았다.

 

그래도 나는 그곳에서부터 나왔다. 지금도 농촌에 가면, 생전 듣지도 못하던 트로트들을 아주 신나게 들을 수 있고, 그거 느낌 안난다고 인상쓰고 있다가는 할아버지들하고 척지기 딱 좋다.

 

하지만 여전히 적응 잘 안되기는 한다.

 

김국환, 요즘은 밥은 먹고 사나? TV의 체험 프로그램 같은 데에서 열심히 일하던 거 몇 년 전에 본 것 같은데.

 

 

김수철 앨범이 여러 장 있는데, 나는 유독 이 3집을 좋아했다. 대학교 때 한 장 샀고, 몇 년 전에 또 한 장을 샀는데, 이건 안 뜯은 LP이다. 아마 뜯을 것 같지 않아서, 뜯은 게 걸려서 또 샀다. 3천발, 정말 해도 너무너무한 헐값이다.

 

그 때가 내 삶에서 가장 혼동스럽던 대학교 2학년 때 나와서 그런 건지, 아니면 내 취향이 당시의 김수철 음악과 잘 맞아서 그런 건지. 하여간 이 판에 나온 소리들이 내 소리의 기준이 되었고, 그리고 20년이 되어서 다시 들어봤는데, 음... 여전히 그러한가보다.

 

가사는, 지금 들으면 유치뽕이기는 한데, 어쩌면 나의 유치뽕 감성은 김수철에서 온 것인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문득.

 

가만히 놓고 가사들을 분석해보면, 스토커 버전들이거나, 꿈에 나올까 무섭게 "사랑해요!". 아, 정말 무서운 가사들인데.

 

누군가 날 가슴 속에 묻어놓고, 그건 사랑이예요!

 

우와, 호러 버전이다.

 

그 시절 가사가, 다 남자들의 스토커 버전이기는 하지만, 김수철도 3집 때에는 그런 게 아주 심했다.

 

오랜 고생을 끝내고, 몇 년 전에 다시 복귀한 걸 보기는 했지만, 밥이나 먹고 살까? 영 걱정스러운 아저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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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한국에서 에드워드 기번의 <로마제국 쇠망사>가 이렇게 안 팔리고, 사람들이 잘 안 읽는지, 영원한 미스테리 같다.

 

언제 같이 이 책을 읽고, 왜 한국 사람들은 기번을 읽지 않는가, 머리 맞대고 그 설명을 좀 찾아보면 좋겠다.

 

이 책은 무수히 많은 얘기들의 원형 중의 원형이고,수많은 원형을 만들고, 그 원형은 다시 또 파생되어 또 다른 세계의 원형이 되었다.

 

왜 이 책이 이렇게 주목을 받지 못할까? 미스테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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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윤형의 <뉴 라이트 사용후기>는, 책을 2/3 정도 읽었다가 들고 다니느라고 책을 잃어버렸다. 재밌게 읽은 책인데, 다 읽으면 쓴다고 하는 게 책을 다시 사지 못해서 어영부영 시간만 지나가 버렸다. 마침 <히로히토와 맥아더 정권>이라는 책을 아주 재밌게 읽어서, 두 가지 얘기를 엮어서 현대사에 대한 글을 한 번 쓰려고 생각하다가, 그냥 시간만 하릴없이 지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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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아사 마코토의 <반빈곤>이라는 책의 해제를 다는 중이다.

 

해제에는 일본과 미국을 비교하는 작업을 해보는 중인데, 그 중 이미 번역된 레베카 솔닛과 유아사 마코토를 비교하는 일이 중심 선을 형성하고 있다.

 

최근에 일본과 관련해서 하고 싶던 얘기는 대부분 유아사의 해제에 넣었다. 나는 일본 전문가가 아니라서, 아마 별도로 일본에 관한 책을 쓰게 될 것 같지는 않고, 내가 아는 내용도 책 한 권 분량이 되지는 않는다.

 

일본 정책과 관련해서 몇 개는 한겨레 칼럼에 시리즈로 정리해볼 생각이기는 하다. 하여간 정말로 중요한, 그리고 경천동질할 내용들은...

 

어쩌면 한국 언론에 스트레이트 기사로 한 줄짜리도 안 나오냐. 일본에서는 완전 난리인지, 연일 지인들한테 이거 말 되냐, 안 되냐, 얘기 좀 해달라고 멜이 날라드는데. 지독한 인간들이다. 지독하게 못되었든지, 지독하게 게으르던지, 아니면 정말로 언론통제가 있던지.

 

한겨레, 경향, 니들도 다 나빠!

 

어째 이럴 수가 있냐.

 

아마 오늘 내가 해제를 출판사에 건네면, 빠르면 요번 달 내에 유아사 마코토의 책이 나올 것 같다.

 

한국인이 보기에 편한 방식은 아니고, 마이크로 영역의 내용을 중심으로 구성되어 있고, 무엇보다 유아사가 누군지 모르면 읽기가 쉬운 책은 아니다. 한국 책들은 어쩔 수 없이 너무 흥미위주로 흐르고 있어서 별로 그렇지 않은 일본 책들은 너무 무겁다고 한 번에 던져버릴 것 같다.

 

어쨌든 유아사 마코토의 책과 레베카 솔닛의 <어둠 속의 희망>을 동시에 가져다 놓고 읽으면, 아... 하는 깨달음이 있고, 내가 혹은 우리가 무엇을 해야할 것인가에 대한 느낌이 좀 올 것 같다.

 

다른 사람에게도 그럴까? 어지간하면 그럴 것 같은데, 요즘 같아서는 좀 자신은 없다만... 어차피 큰 돈 드는 것도 아니니, 이 두 권의 책을  동시에 놓고, 책 표지에 두 손을 올려놓고, 가만히 마음의 소리를 들으면. 뭔가 올지도 모르겠다.

 

하여간 나에게는 뭔가 왔다. 아, 그렇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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쿡 티브 때문에 어지간해서는 볼 것 같지 않은 지난 10년 동안의 한국 영화들을 섭렵하는 중이다. 어쨌거나... 참 좋은 시절이었다.

 

영화의 성공과는 상관없이, 소재도 다양하고, 주제도 생각보다는 다양해보였다.

 

이제 그 시절도 끝나간다고 생각하면, 마음 한구석이 좀 아련하기는 하다.

 

그야말로 있을 때 잘해...

 

DVD 시장은 완전히 죽은 듯. 나오는 게 없다. 미국의 주요 메이저사가 한국에서 대부분 철수했다고 하더니, 정말로 그런가보다. 해리포터는 극장에서 아차 하다 놓쳤는데, DVD 출시가 안된다. 이미 샀던 옛날 거만 계속 묶어서 패키지로 팔고, 정작 혼혈왕자는 출시될 시간을 훨 넘겨서 안 나온다.

 

야, 이제 정말 한국은 망했구나!

 

이제 간단한 영화도 DVD로 구하려면 일본 가서 사야하는, 그 암흑 시대가 다시 오겠구나, 싶다.

 

하여간 극장에서 상여할 때에는 정말 볼 것 같지 않은 영화들도 10년 지나서 다시 보니, 소록소록 하고, 맛도 새롭다.

 

예전에 아내가 질색해서 별로 말도 못했던 <친구>도 새로 봤다. 뭐, 이걸 볼 수 있다는 게 그냥 고마울 뿐이고, 그냥 재밌을 뿐이다.

 

팬덤이라고 하면, 좀 쑥스러울 나이이지만, 그래도 팬질만큼 재밌는 것도 없다. 류승완의 영화 짝패는 DVD, ost 다 샀고, 이건 100번도 넘게 봐서 그야말로 본전 완전 뽑은 드물게 성공한 DVD였다.

 

팬은 원래 뒤에서 눈치 보지 않게 응원하면서, 하여간 나오는 족족 사주는 게 진정한 팬이다... 라는 작은 믿음이 있다.

 

이상은 CD는 이래저래 선물용으로 50개 정도는 사주지 않았나 싶고, 장기하는 팬은 아니더라도 외국에서 손님들 올 때마다, 요즘 한국에서는 이게 유행이야... 하면서 하나씩 사서 주었다.

 

그래도 직접 만나지는 않는다. 내가 생각하는 팬으로서의 에티켓이다. 그저 열심히 사주고, 열심히 선물로 돌리는 게, 진정한 팬의 완성!

 

별로 성실하게 사는 편은 아니지만, 팬질만큼은 성실하게 하려는 편이다.

 

그리하여...

 

이상은이나 류승완이나, 한 번도 본 적이 없다. 얼굴을 알고, 직접 인사하면, 팬으로서의 격이 떨어진다는, 그런 이상한 믿음을.

 

얼마 전에 정태춘 근처에 있다가 누가 인사시켜준다고 해서, 허겁지겁 도망갔다. 한 달에 한 두번은 정태춘 CD를 걸어놓고, 새로 살았던 80년대, 내가 살았던 90년대, 그런 센티멘탈 블루스 놀이 같은 것도 한다.

 

한 때... 희한하게 연애인들 많이 만날 기회가 생겨서, 멋도 모르고 인사시켜주는 대로 다 인사하고 살았던 적이 있었다. 된장... 돌아보니 그 시절이 화려해 보이기는 했어도, 내 인생에서 가장 어렵던 시기였다.

 

팬은 팬답게, 열심히 사주고, 먼 발치에서 보는 것만으로도 가슴이 콩당콩당.

 

그래야 팬이라는 믿음을.

 

(아, 그래도 류현진 왼손, 그 손이라도 한 번 잡아보면 소원이 없겠다! 카스트로도 극찬한 류현진!)

 

하여간 이런 이유로 류승완을 만날 자리 같은 게 있으면 일부러 피하기도 하고 그랬다.

 

(나는 아직도 선덕여왕의 칠숙을 오왕재로만 알고 있다. 내가 왕재여, 왕재!, 바로 그 오왕재 말이다.)

 

 

하여간 그랬던 류승완인데.

 

이번 학기의 생태인류학 수업에서 류승완, 장정일, 이런 사람들을 텍스트로 좀 다루는 일이 생긴 관계로, 학생들의 희망을 받아 생태인류학 공개특강 같은 것을 한 번 하기로 했다. 물론 류승완은 자기 영화가 이런 수업에서 이런 희한한 맥락의 텍스트로 사용되는 줄 알면 기겁을 할지도 모르겠지만. 내 맘이다.

 

9월 29일 오후 3시부터 5시까지 연세대학교에서 할 예정인데, 이 시간에 대형강의실을 구하기가 어려워서 장소는 아직 미정이다. 오실 분은 오셔도 된다.

 

아마 입구 쪽에 플랭카드도 하나 걸어놓을 생각이니.

 

혹시 올 분은 <아라한 장풍대작전>과 <짝패>를 보고 오시면 고맙겠다. <다찌마와 리>도 생태적 맥락에서 해석을 해볼까 시도를 했는데, 내 능력으로는 불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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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우스 시즌 3가 지난 주에 끝났다. 그리고 이번 주에 딴 거 한다.

 

아, 슬프다. 저녁 때마다 뭘 하란 말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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