큰 애가 그린 인체 해부도. 아이들의 상상력이란... 가끔 놀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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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내가 해야 할 급한 일이 생겼다. 아내랑 교대로 애들하고 시간을 좀 보내기로. 오전에는 아내가 애들 데리고 교보문고 갔다왔다. 오후에는, 이리저리 생각하다가 서오릉 산책길을 가기로 했다. 둘째는 오늘 태어나서 가장 많이 걸었다. 큰 애도 나중에는 발이 아프다고 했다. 들어간 돈은, 내 입장료만 천 원. 애들은 무료. 맷돼지 나온다는 표지판 덕분에 아이들은 무서워하면서도 재밌게 걸을 수 있었다. 한 두개만 재밌는 게 있어도 아이들은 지겨워하지 않는다. 그 재밌는 게 어른들 눈으로 생각하는 것과 다른 게 문제. 보석 같이 찬란한 나이들이다. 나이를 먹으면서 이 시절이 잊혀지고 지워진다는 게 안타까울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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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오전에 원혜영 의원하고 한참 통화를 했다. 기분이 확 좋아졌다. 사람들은 원혜영이 어떤 사람인지 잘 모른다. 하여간 겁나게 웃기는 사람이다. 그 해석이 약간 해석을 해야 웃기는 웃음이기는 하지만, 어쨌든 내가 아는 한국인 중에서는 원혜영만큼 통쾌한 웃음을 주는 사람은 없다.

그 웃음의 여운이 하루 종일 갔다. 블로그에 '지랄한다 싶었다'라는 제목의 폴더를 새로 만들었다. 요즘 내가 애들 키우다 보니, 너무 언어 순화해서, 고운 말 바른 말만 쓰고 있었던 것인지도 모른다. 나도 뭔가 바른생활 증후군 같은 데 빠져 있었던 것 아닌가 싶다.

나꼽살 등, 방송도 너무 많이 했다. 자꾸 언어순화하고, 바른 말 고운 말 그러나 답답한 말, 이런 말만 하고 있었다. 정신 건강에 안 좋다.

하여... 매일은 아니더라도, 며칠에 한 번씩은 '지랄한다 싶었다' 폴더에 짧은 글들을 좀 써보려고 한다.

성인들의 얘기라는 게 우리에게 너무 없다. '밥 잘 사주는 예쁜 누나', 이게 어른들의 얘기는 아니다. 어른들의 얘기가 너무 없으니까, 나이 처먹고 나면 결국 퇴행 현상들이 벌어지는 거 아닌가 싶다.

프랑스의 스탠딩 코메디를 참 재밌게 봤던 기억이 있다. 이게 좀 어른들 얘기다. 반드시 섹스 코드만 들어가는 것은 아니다. 정치 얘기만 하는 것도 아니다. 다 맞다고 하는데, 그게 과연 그래? 이 얘기를 정색을 하고 하면 재미 없다. 찰지게 욕을 좀 섞어야...

우리가 요즘 하는 유머라는 게 뻔하다. 순실이 욕 아니면 박근혜 욕. 순실의 시대가 끝나고 나니, 유머가 아예 사라져버렸다. 준표는 순실이 따라갈려면 멀었다. 맨날 한국당 욕만 하는 게, 이게 질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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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진짜로 공포를 느꼈던 것은 한 번인 것 같다. 동구가 무너지고 동독의 유명한 경제학자들이 택시 운전수가 되었다는 짧은 신문 기사.

그게 내 인생이 될 가능성이 높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 때 바게트 만드는 학교를 다닐까 생각했다. 제대로 하려면 담배를 끊어야 한단다. 그건 곤란하지. 그래서 보석 세공을 배울까 했다. 이 눈으로는 택도 없다는. 마지막으로 고미술 복원을 배울까 했다. 내 무딘 손가락으로는 역시 입학시험도 통과 못 할...

학위를 받기는 받겠는데, 먹고 살기는 힘들겠다고 거진 포기한 상태. 그 때 진짜로 무서웠었다. 어차피 굶어죽을 거, 하고 싶은 거나 하자고 자포자기 상태로, 전혀 돈 되지 않을 분야로 박사논문을 썼다. 후회는 없다.

그리하여 많은 것을 포기하고, 굶어죽어도 좋다고 생각.

그 시절의 나를 지금 돌아보면, 병신 육갑하네... 잘 처먹고 잘 놀고 살았다. 50이 되었다. 자칫하면 똥돼지로 50을 보내게 생겼다는 두려움에 만보기를 켜고, 이틀째 꼬박꼬박 만보 채워서 걷는 중이다.

굶어죽기는 커녕, 자꾸 배에 살이 붙어서 고민스럽게 되었다. 전혀 쓸 데 없는 공포를 가지고 몇 년간 시름시름, 센티멘탈 블루스.

그래서 난 20대에 낭만이나 아름다운 추억과 기억, 그런 게 거의 하나도 없다. 병신이지... 안해도 되는 걱정을 너무 많이 하면서 살았다. 그걸 내려놓고 나니, 결혼을 하게 되었다. 그리고 그냥 아저씨가 되었다. 디룩디룩, 살이 붙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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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와서 하는 얘기지만, 나는 멘토라는 말이 그렇게 싫었다. 평등한 인간들이 뭐가 그리 잘났다고 누구는 멘토고 누구는 멘티냐. 지랄한다 싶었다. 허울좋은 껍데기만 남은 도제 시절의 관습일 뿐이다. 삶 앞에 인간은 다 평등하다. 멘토라고 나섰던 사람들의 일부는 나도 좀 안다. 자기 삶이 풍전등화인데, 무슨 멘토라고 썰래발을. 어휴 무셔라. 그저 인생 앞에 최소한의 예의라도 서로 지키면서 살면 그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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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정부 취임 1주년이다. 그새 1년이 흘렀나? 시간 참 빠르다. 참 많은 일이 있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사기꾼 중의 사기꾼, 사기꾼의 제왕처럼만 느껴지던 mb가 감옥에 갔다. 오 예,

경제는 과연 어떨까? 기본적으로 경제는 방향과 규모, 두 가지를 보고 판단하게 된다. 사실 나는 좀 더 드라마틱한 변화를 기대하기는 했는데, 그 정도까지는 아닌 것 같다. 아직은 판단 유보. 마치 장마 때 두 개의 전선이 지루한 대치를 하면서 길게 비가 내리는 것처럼, 지금은 어느 쪽 힘이 더 센 것인지 판단하기가 어렵다.

바람이 바뀌는 순간이 올까? 올 수도 있고, 안 올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어쨌든 아직은 좀 더 지켜봐야 할 때인 것 같다. 국회가 어렵다고는 하지만, 사실 국회 의결 없이도 할 수 있는 일이 꽤 있다. 그리고 그런 것들이 지금 제대로 진행된다고 보기는 어렵다.

경제... 한 때 경제대통령, 유능한 경제정당, 경제만을, 요런 수식어들이 사용되던 적이 있었다. 지금은 사회적으로 경제에 그렇게 신경 쓰는 때는 아닌 것 같다. 나는 경제가 전부라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그렇지만 지금처럼 경제가 논의 한 쪽 구석에 처박혀 있는 것은, 좀 아니라고 생각한다.

정치논의는 공격력이 강하다. 공성의 시대에 필요한 덕목이다. 경제는, 그 때 그 때 티가 나지는 않지만, 사람들의 체감성이 높다. 경제가 좋아졌느냐, 아니냐... 몇 년 지나면 이게 진짜 흐름이 된다. 수성의 시대에 필요한 덕목이다. 먹고 살기 나아졌다, 그것보다 좋은 수성의 정치는 없다. 별의별 말, 다 필요없고, 살만하다... 그 말이 사람들 입에서 나오면 수성의 거의 대부분은 완성된다.

문재인 1년을 맞아, 잠시 생각해보면...

경제가 별로 변한 것은 없기는 한데, 이건 시간 때문에 발생한 현상은 아닌 것 같다. 경제 논의가, 너무 후순위의 후순위로 밀려있다. 그리고 밀실 행정 쪽으로 훨씬 더 많이 간 것 같다. 좀 더 열어놓고, 많이, 더 자주 논의하는 쪽이 길게 가는 변화에는 더 유리한 것 같다. 지금은 그 쪽으로 가고 있지는 않은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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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호 이제야 바로 섰다. 만감이 교차한다. 나는 저 세월호를 학생들이 출발했던 인천항으로 가지고 가서 추모관으로 했으면 좋겠다. 스웨덴은 침몰한 전함 바사호를 그렇게 기념관으로 쓴다. 요코하마항에도 연습선 니폰마루가 퇴역 후 시민들의 박물관처럼 쓴다. 어려운 게 아니라, 세월호를 빨리 잊어버리자고 하는 힘이 너무 강해서 이 지경이 된 거라고 생각한다. 세월호 선실 하나하나를 학생들 기억의 방처럼 꾸며주면 좋겠다는 소망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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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동안 네이버에 쓰던 불로그 이름이 여기는 등대였다. 등대라는 단어가, 참 좋았다. 요즘은 GPS로 운항을 하니까 등대는 사실 있으나 마나 한 것 같다. 그렇지만 오랫동안 항해에서 등대는 굉장히 중요한 기능을 했다.

 

등대는 불을 밝히기는 하는데, 자기를 보라고 빛을 보내는 것은 아니다. 자기를 통해서 길을 찾으라고 하는 것, 등대 그 자체는 별 존재는 아니다. 나는 그런 게 굉장히 멋지다고 생각했다. 의미? 등대의 의미를 무시하는 항해사는 없다.

 

원래 나는 기동력 좋게 움직이거나 엄청나게 많은 사람을 알고 지내는, 그런 스타일은 아니다. 가만히 있는 것을 좋아하고, 아무 것도 하지 않는 것을 좋아한다. 별로 부지런하지 않다. 그리고 같은 일을 계속하는 것, 반복적인 것을 죽도록 싫어한다. 익숙한 것을 싫어하고, 해봤던 것을 또 하는 것을 싫어한다. 어려운 것을 하는 것보다 쉬운 것을 좋아하기는 하지만, 그것보다는 반복을 더 싫어한다. 너무 어려서 프로이드를 읽어서 그런지, 반복과 죽음의 본능이라는 생각이 마음 깊이 박혀 있나 보다. 뭔가를 계속해서 반복하고 있을 때, 나는 죽어간다는 느낌을 받는다. 그러다 보니, 엄청나게 많은 자료를 축적하는 방식으로 살지는 않았다. 새로운 것과 최고, 나는 최고의 길을 아주 어렸을 때부터 버리고, 새로운 것의 길을 선택한 것 같다.

 

하는 일이나 쓰는 글의 범위 같은 게 계속 바뀌기는 하지만, 내 삶이라는 게 거기서 거기다. 그냥 어디 한 구석에 짱 박혀서 어디다 쓸지는 모르지만 하여간, 뭔가 새로운 혹은 새롭다고 내가 생각하는 것 을 줄구장창 만들고 있는 일, 그 정도 일을 하면서 살아간다. 아마 앞으로도 그럴 것 같다.

 

먹고 사는 게 어느 정도 해결된 이후에 생각에 좀 변화가 왔다. 물론 해결이라고 해봐야 남들에게는 에게, 그 정도, 그 수준을 넘지는 못한다. 하여간 어느 날 미쳤다고 갑자기 나는 이제 벤츠 타야겠어”, 그런 황당한 생각만 하지 않으면 세 끼 밥 먹고 사는 데 큰 어려움은 없다. 그러다 보니까 누가 큰 돈 번다고 얘기해봐야, “너나 열심히 버세요”, 면박 주기 일쑤다. “너는 돈 안 필요해?”, 이렇게 물으면 , 안 필요해요”, 요렇게 대답한다. 진짜 황당한 사람이 그런 얘기를 하면, “너보다는 돈 많아요”, 요띠구로 면박을 주기도 한다.

 

돈을 엄청나게 더 버는 일에 매력을 느껴본 적도 없고, 앞으로도 그럴 것 같다. 성 아우구투스가 인간을 움직이는 세 가지 동기로, , 명예, 성욕 (libido libidinal)이라고 말했다. 나에게는 돈도 별로고, 명예도 별로다. 그렇다고 갑자기 사랑에 빠질 것 같지도 않고,

 

그러다 보니 내가 사는 모습이, 내용은 몰라도 모양새는 크게 변동이 없다. 사는 집에 그냥 살고, 먹던 거 먹고, 입던 거 입고, 애들 보는 거 계속 보고. 40대까지는 중대한 커브틀기, 이런 게 가끔은 있었던 것 같은데 50이 되니까 그런 것도 없다.

 

속으로는 생각도 조금씩 바뀌고, 쓰는 글 스타일도 바뀌지만, 크게 보면 30대 중반에 저자로 데부한 이후로, 거기서 거기인 삶을 사는 중이다.

 

소소한 변화들은 있다. 신문에 칼럼 쓰는 일은 그만하기로 했고, 방송도 고정적으로 뭔가 해야 하는 일은 안 하기로 했다. 무의미해서가 아니라 아픈 아이 키우면서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라서 그렇다. 그리고 일간 혹은 주간으로 변하는 그 사이클을 애 보면서 내가 따라갈 수가 없다. 나는 그보다는 긴 사이클, 2~3년 혹은 5년 이상 걸리는 일들을 주로 한다. 지금 막 내 손에 있는 것들은 빨라야 3년 후 세상에 빛을 볼 수 있는 것들이 많다.

 

그렇게 시간을 비운 대신, 힘 닿는 대로 현장에 가보고, 실무자들 인터뷰 하는 일들을 조금 더 늘렸다. 나는 여전히 책과 자료만 보는 데스크일만 하는 것보다는 직접 현장에 가는 걸 더 선호한다.

 

이렇게 뻔하디 뻔한 삶을 살다 보니까, 본의 아니게 고정점 같은 게 되었다. 세상은 변한다. 끊임없이 변한다. 그러나 변하지 않는 것도 가끔 있어서 나쁠 것 같지는 않다. 작년부터 정부에서 학계까지 ‘4차 산업혁명이라고 난리들을 친다. 그래야 껍닥을 달아야 정부에서 돈을 준다. 나는 지랄 염병을 한다고 한 마디 한다. 포디즘도 제대로 이해못하는 아저씨들이, 어디서 어디로, 뭐가 변하는 것인지도 모르고 진짜 염병들을 하신다. 이렇게 안 변하고 있는 사람도 필요할 것 같다.

 

30대 때 썼던 여기는 등대라는 표현이 얼마 전에 다시 생각이 났다. 좋은 의미든 나쁜 의미든, 변하지 않고 버티고 있는 것이 기준점 역할을 하기는 한다. 사명감으로 삶을 살지는 않는다. 그러나 생각보다 많은 사람들이 좋은 의미든 나쁜 의미든, 나를 준거점으로 삼는 것 같다. 어떻게 하다 보니 그렇게 된 것일지도 모른다.

 

등대, 등대의 의미에 대해서 잠시 생각해보게 된다. 우리는 요즘 너무 간단한 기준으로 세상이 좋아졌는지, 그렇지 않은지, 쉽게 판단하려고 한다. 그렇지만 가끔은 되돌아보면서, 이게 맞는지 아닌지, 생각해보고 싶어질 때도 있다. 사람은 그렇게 단순한 존재는 아니다.

 

거기에 그냥 있기 때문에 의미가 있는 존재, 우리는 과연 등대가 될 수 있을까? , 쾌속정이나 구축함 혹은 항공모함 같은 배가 되고 싶은 사람들은 많다. 그러나 등대 같은 삶을 살고 싶은 사람은 별로 없는 것 같다. 나는 등대처럼 사는 것도 나쁘지 않다고 생각한다. 굳이 배가 되어, 스스로 주인공이 되지 않아도 좋다. 삶은, 그 나름대로 의미가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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봐야 할 영화, 봐야 할 시나리오, 봐야 할 소설, 봐야 할 평전, 요렇게 급하게 봐야할 것들이 있다. 급하게 써야할 것들을 처리하고 나니, 급하게 봐야 할 것들이. 뭘 먼저 할지 우선 순위를 못 정하고 있다. 우선 술이나 한 잔 마시고 싶은데... 인생에 우선 순위가 뭐가 있겠나. 상대 입학한 이후로, 그리고 회사가 첫 직장이 된 이후로, 내 머리에도 회사 경영의 논리들이 단단히 박혀 있다. 50이 넘으니, 이런 얘기들이 전부 다 덜떨어진 조현민 같은 것들이라는 생각이. 그저 레토릭일 뿐이다. 우선 순위, 인생에 그딴 거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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짧은 글은 논리나 감정, 한 가지만 가지고 쓸 수 있다. 그렇지만 책은 논리만 가지고는 못 쓴다. 그리고 교과서나 참고서 아니면 그렇게 논리만 가지고는 읽기가 너무 힘들다. 논리를 세우고, 근거를 만드는 설계는 시간이 필요한 일이다. 열심히 하면 할 수 있다. 그러나 감정을 만드는 일은, 이건 설명하기가 어렵다. 노력한다고 해도 안되고, 억지로 끌어내려고 해도 안된다. 억지로 만든 감정은, 잠시만 시간이 지나도 사라져버린다.

그래서 책을 쓰는 것은, 일시적으로 미친 놈이 되는 것과 같다. 많은 창작 작업과 마찬가지다. 그 감정 속으로 들어가는 것, 그게 제일 힘든 일인 것 같다.

그렇기 때문에 실제 만드는 작업을 동시에 두 개를 할 수는 없다. 논리적으로 맞추고 줄기를 세우는 것은 기계적인 작업이다. 이건 할 수 있다. 그러나 써나가는 것을 동시에 할 수는 없다. 두 개의 감정이 섞이면, 이제 슬슬 사람이 미치게 된다. 그래서 나는 실제로 쓰는 작업을 동시에 하지는 않는다.

(구상과 조사 같은 것은 몇 개를 병행해서 하더라도, 크게 겹치지는 않는다.)

감정을 만들지 않으면, 설명하거나 설득하려고 하는 경향이 생긴다. 이것 자체가 문제가 있는 건 아니다. 그러나 시대가 변해서, 독자들이 설명하는 방식을 더 이상 받아들이려고 하지 않는다. 여기서 근본적인 딜레마가 생겨난다.

설명하지 않고도 설명하는 법, 무슨 파르메니데스의 역설 같은 느낌이다. 10년 전에는, 이렇게까지 감정을 많이 동원하지 않아도 괜찮았던 것 같다. 그러나 지금은, 전체적인 어법과 이해하는 방식이 바뀌었다. 논리만 가지고 책을 세울 수가 없다.

감정, 많은 학자나 전문가들에게는 익숙하지 않은 일이다. 나에게도 여전히 익숙하지 않은 일이다. 주제 자체가 그렇다. 그래도 하는 데까지는 해보려고 한다. 다른 방법이 없다...

(그러다보니, 엉뚱하게 다른 실력이 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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