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아이들 보다 보면 어쩔 수 없이 핸디캡을 가지고 있는 것과 같은 상태가 된다. 당연한 얘기다. 우리나라 같이 이것저것 사정 봐주지 않는 사회에서는 좀 더 그런 것 같다. 5일제가 도입될 때에는 회사에 다니고 있었다. 진짜 좋았다. 52시간 도입이 현 정부에서 가장 장기적으로 효과를 발생시킬 정책일지도 모른다. 길게 보면 이것도 충분치는 않지만, 그래도 많은 변화를 만들어낼 것 같다. 아쉽지만, 단기적으로는 나와 상관없다. 많은 사람들이 기뻐하는 변화를 체감하면서 같이 느끼기가 이제는 쉽지 않다. 보너스, 휴가, 이런 거 없다. 연휴가 길어지면 진짜로 죽을 맛이다. 그래도 이제 그 정도 가지고 불평하거나 불만스럽다고 할 때는 지났다. 핸디캡도 오래 가지고 있으면, 어느 정도는 적응이 되는 것 같다.

 

전에는 사람하고 약속을 하고 내가 먼저 일어나야 한다고 하는 경우가 많지 않았다. 이제는 애들 보러 가야 한다고 내가 먼저 말하고 일어선다. , 그 정도야, 이제 아무 것도 아니다.

 

많은 사람들이, 진짜로 전세계에서 수많은 사람들이 글을 써서 먹고 싶어한다. 나는 이제 많은 일들을 줄이거나 없애고, 글 쓰는 일만 한다. 글은 여러 종류를 쓴다. 그게 육아 핸디캡에 적응하면서 나에게 생겨난 변화다. 옳은 일, 좋은 일도 글과 관계된 것 아니면 하기가 힘들다. 한국에는 열정적으로 무엇인가 하고 싶어하는 사람은 정말로 많고, 유명해질 수 있는 일을 하고 싶은 사람도 많다. 굳이 내가 하지 않더라도 누군가 그 자리를 메우고 할 것이라고 편하게 생각하기로 했다. 내가 아니면 안된다. 자연스럽게 이런 생각을 내려놓게 되었다. 그래도 나는 감사하면서 산다. 글만 써서 먹고 살 수 있는 것, 진짜 감사한 일이다. 그냥 사는 것도 아니다. 나는 아주 잘 사는 편이다. 나나 아내나, 괜히 돈 쓰는 것을 극단적으로 싫어하는 스타일들이라서, 진짜로 구질 맞게 입고. 대충 다닌다. 그래도 맛 있는 거 먹고, 책 사고 싶은 만큼 원없이 사고, 필요한 돈은 아낌없이 지출하면서 산다.

 

글만 쓰기로 하면서, 나는 소득이 늘었다. 먹고 사는 데 불편하지 않을 정도로 충분히 늘었다. 그래서 늘 감사하면서 산다. 핸디캡의 유용성일지도 모른다. 평소 같으면 이것도 해야 하고, 저것도 해야 하고, 신경은 분산되고, 별로 대단한 일 하는 것도 없는데 마음만 부산하다.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의 앞 장면에 시계를 들고 이리저리 뛰어다니는 토끼 얘기 나온다. 루이스 캐롤은 좀 극단적일 정도로 보수적인 사람이다. 물론 유능한 보수에 관한 얘기다. 그가 본 자본주의 사회는 시계를 들고, 멀쑥한 슈트를 차려 입고, 기껏해야 귀족의 심부름이나 하는 그런 사람들이 잘난 척 하는 사회였던 것인지도 모른다.

 

나는 이제 바쁘지 않다. 유명해졌다가 유명해지지 않은 사람, 바빴다가 바쁘지 않게 된 사람, 누군가 열심히 찾는 키퍼슨이었다가 아무도 찾지 않는 상황이 될 때 당혹스러움을 느낀 사람들을 좀 본 적이 있다. 그걸 제일 잘 극복한 사람은 아무래도 오드리 햅번일 것 같다. 아프리카 아동에 대한 구호 활동으로, 돈도 벌고 유명해진 사람이 보여줄 수 있는 노년의 극한값을 보여주었다. 그러나 많은 경우, 오드리 햅번 같이 생각하기가 쉽지 않다. 그냥 아이를 열심히 돌보면, 마음 속에 있던 무거움은 사라진다. 그리고 등에 업히는 아이의 몸무게가 묵직하게 느껴진다. 둘째는 몸무게가 많이 늘면서 드디어 폐렴 등 호흡기 질환을 이겨냈다. 아이의 몸무게마저도 고맙게 느껴질 때, 내가 누구인가, 나는 무엇을 하는가, 이런 질문들이 깨끗이 사라진다.

 

아이들은 틈틈이 아프다. 그래서 언제나 빅 챌린지 앞에 서게 된다.

 

2.

다 아는 얘기지만 사람들이 여전히 못하는 것이 자기 호흡을 갖는 일이다. 자기 호흡을 갖고, 자기 게임을 하면 이기는 경기든 지는 경이든, 의미가 있다. 시장에 대해서 맹신하는 사람들에게 해주는 얘기가 시장의 비대칭성에 관한 얘기다. 시장이면 다 같은 게 아니다. 같은 물건을 파는 시장이라도 buyer’s marketseller’s market, 파는 사람이 주도할 것이냐, 사는 사람이 주도할 것이냐, 여기에 따라서 시장 양상은 물론이고 가격도 다르다. 극단적인 경우에는 완전경쟁과 독점으로 나뉘게 된다. 그 중간 형태에서 파는 사람 주도, 사는 사람 주도, 그 두 개가 어떻게 형성될 것인가에 따라서 시장 양상이 당연히 달라진다. 야구에서는 그걸 흐름이라고 표현하는 것 같고, 글에서는 그걸 호흡이라고 부른다. 좋은 호흡과 나쁜 호흡이 있는 것은 아닌 것 같다. 그렇지만 자기 호흡이라는 개념은 존재할 것 같다. 시에서는 음보라는 표현을 쓰는데, 좀 더 넓게 범위를 확장한 음보 같은 것이라고 볼 수도 있다.

 

글을 쓸 때 내가 가장 주안을 두는 것은 음보였다. 물론 실제 출간 과정에서 에디터들이 이리저리 손대고 나면 신경 써서 만들어 놓은 음보가 사라진다. 그래도 여전히 나는 음보를 내가 쓰는 글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로 생각한다. 운율까지 생각하는 사람들도 있는데, 나는 그 수준은 아니다. 그냥 넓게, 음보를 디자인하는 정도가 내 실력으로 할 수 있는 최대치다. 그렇지만 글의 호흡은, 이런 음보와는 조금은 다른 개념이다. 시각의 호흡 혹은 시선의 호흡이라고 할 수도 있을 것 같다. 사진이 조금 더 쉬운 예가 될 수도 있을 것 같다.

 

눈보다 넓게 보면 광각이라고 하고, 눈보다 좁게 보면 망원이라고 부른다. 눈 기준으로 60도 정도의 화각을 표준 화각이라고 부른다. 딱 눈에서 보는 것, 이렇게 얘기하지만 눈 가장자리로 보이는 것들은 자르고 얘기한다. 망원은 일반적인 화각보다 공간이 압축된다고 얘기할 수도 있다. 굉장히 간단한 것인데, 광각을 중심으로 찍을지, 망원을 중심으로 찍을지, 이 선택도 쉽지 않다. 그 정도는 미리 알 수 있지 않아? 그것도 미리 알기가 어렵다.

 

나는 무조건 망원을 먼저 집는다. 내가 쓰는 망원은 여러 가지로 불리한 렌즈다. 싼 건 아니지만 더 비싼 것에 비하면 상대적으로 저렴하다. 가격을 줄이기 위해서 이런 게 아니라 무게를 줄이기 위해서 그렇게 되었다. 그래서 해가 좋지 않으면 찍기가 어렵다. 해가 좋은 날, 무조건 망원이게 내 순서다. 해가 없으면, 표준줌, 이렇게 내려가다가 아주 특별하게 광각이 필요하다고 생각나는 날만 광각. 이렇게 자기 원칙과 순서가 형성되지 않으면 모든 렌즈를 다 들고 다니게 된다. 불가능하다. 어깨 나간다. 글은 더 그렇다. 모든 것을 다 쓸 수는 없다. 많은 것을 알아도 그걸 다 보여줄 수도, 다 쓸 수도 없다. 그러면 어떤 걸 쓰고, 어떤 것을 주로 보여줄 것인가? 그래서 단순한 압축만이 문제가 아니라 어느 정도의 포커스 활용을 할 것인가, 심도라는 개념을 접하게 된다.

 

심도가 너무 낮으면, 글이 얄팍해져서 읽기가 괴롭다. 쓴 사람이 눈에 보이고, 그 과정이 아름답지 않아 보이면 글을 읽기가 어렵다. 심도가 너무 깊으면, 글을 읽기가 무섭다. 너무 많은 것이 드러난다. 그리고 작가의 영혼이 무겁게 담겨있는 것처럼, 그 무게감을 이겨내기가 어렵다. 책을 들기가 무섭다. 아이러니한 것은, 극단적으로 얄팍하게 한 책들 중에 썩 잘 팔리는 것이 많다는 점이기도 하고, 극단적으로 무겁게 한 책들이 상을 많이 판다는 것이다. 파는 게 목적이면 얄팍하게, 상 타는 게 목적이면 무겁게, 가장 기본적인 원칙이다. 물론 진짜로 이 원칙대로 움직이면, ‘빠가난다. 모든 얄팍한 책이 잘 팔리는 것이 아니라, 계측하기 어려운 특정 조건 내에 들어간 책만 그렇다. 그 조건은 계측도 어렵지만, 반복도 어렵다. 얄팍하게 쓰고 팔리지도 않으면, 영혼에 깊은 상처를 받는다. 무섭게 쓰고 상도 못 받으면? 그게 대부분의 작가 지망생 혹은 초창기의 작가일 것 같다. 삶은 팍팍해도, 크게 상처 받지는 않는다. 결국은 많은 경우, 그 중간 어딘가를 타점으로 잡게 마련이다. 많은 타자들이 그렇게 한다. 직구 타이밍에 속도를 맞춰 치다가 슬라이더 같으면 한 손을 놓으면서 배트 스피트를 확 떨어뜨린다. 그러면 슬라이더도 어느 정도는 대처할 수 있다. 그러다 뚝 떨어지는 커브나 너클볼 들어오면? 방법 없다. 다음 볼! 투수 던져!

 

3.

아이를 보기 시작하면서 나는 호흡을 전부 다시 조정을 했다. 이건 선택이 여지가 없는, 상황에 맞춘 것이라고 보는 게 맞을 것 같다.

 

거의 10년 정도 쓰던 신문 등 매체의 정기적인 기고를 먼저 없앴다. 그리고 고정적으로 나가게 되는 방송도 없앴다. 내 시선을 붙잡아 놓는, 모든 주기적이고 정기적인 것들을 없앴다. 좋든 싫든, 때가 되면 뭔가 내용을 채우려고 준비를 해야 하는 것, 이런 걸 다 없앴다. 강연도 많이 없앴다. 도서관 강연을 없애기가 좀 그래서, 중간에 봉합적인 타협을 했다. 한 달에 한 개그것도 사실 많다.

 

내가 없앤 것들이 글을 쓰는 사람들이 궁극적으로 가지고 싶어하는 소득원이다. 일반적으로 애들을 보기 위해서 몸이 묶이고, 고정적인 소득원이 사라지면 부수입과 관련된 행동을 늘리려고 하게 된다. 당연한 일이다. 호흡이라는 게 없으면, 무조건 이렇게 하는 게 그래도 이 팍팍한 세상을 살아가는 법이다.

 

50대 에세이에 나에게는 의미가 있는 문자들이 몇 개 있다. “그래도 나를 믿는 수밖에 없다”… 세상에서 제일 믿기지 않는 게 사실 자기 아닌가? 나도 내가 믿기지 않는다. 그렇지만 호흡을 만들기 위해서는, 나를 믿는 수밖에 없다. 나도 잘 믿지기 않는 나를 믿고, 시간상의 모든 고정적인 것들을 없앴다.

 

5년 이상의 긴 시간은 나도 잘 모르겠다. 그래서 시간 스팬의 한 쪽 극한값을 이번 정권으로 잡았다. 내 호흛은 지금부터 이번 정권 끝, 그러니까 다음 정권이 결정되기 전까지로 잡혔다. 너무 긴 시간에 관한 것은 지금 하지 않지만, 그렇다고 일단위 혹은 주간이나 월단위, 그런 일은 안 한다. 호흡이 헝클어져서 그렇다.

 

책은 3년 보통은 3년 주기인 것 같다. 물론 그보다 짧거나 더 길기도 하지만, 보통은 그 정도 주기가 되는 것 같다. 그렇다고 3년에 한 권만 준비하는 것은 아니다. 그러면 진짜로 도인이 된다. 3년 주기를 기본으로 설계하고, 1년에 4권을 기준으로 일정을 짠다. 물론 4권 내는 것은 어렵다. 그래도 그렇게 해 놓아야 이건 진짜 어렵다”, 요런 것들을 뺄 수 있다. 영화도 보통은 3년 주기라고 볼 수 있다. 더 짧은 것들도 가끔은 있는데, 평균적으로는 그 정도 된다.

 

3년을 한 턴으로, 텍스트에 관련된 것만, 내가 하는 모든 일들을 재조정했다. 그 조정을 하던 기간이 <오늘 한푼 벌면, 내일 두푼 나가고>, 요 에세이집이었다. 나도 그냥 앉아서 책상에서 도면 그리듯이 생각한 게 아니라, 내가 살았던 삶과 전혀 다른 스타일의 현실에 관한 글을 쓰면서 호흡을 조정했다. 그 때 애 키우는 것은 뭐고, 삶은 무엇인지, 진짜 그런 생각을 많이 했다. 그리고 진짜로 내 호흡을 변화시켰다.

 

보통의 경우는, 책이 어느 정도 자리를 잡으면 신문에 글을 쓰고, 방송에 나가게 된다. 자연스러운 현상이고, 나도 그렇게 하라고 많이 얘기했었다. 일반적인 경우는, 그 정도는 해도 글을 쓰는데 크게 영향을 받지 않는다. 나도 그 정도로 생각했다. 그렇지만 애 보면서 그렇게 하기는 어렵다. 그래서 내가 뭘 크게 알아서 호흡을 조정한 것이 아니라, 방법이 없어서 호흡을 조정한 것이라고 보는 게 맞을 것 같다. 그런데 막상 많은 것을 바꾸고 보니까, 그게 아니었다는 것을 뒤늦게 알았다. 주기적인 것들이 어떤 영향을 미치고 있었는지, 너무 뒤늦게 알게 된 것인지도 모른다. 지금이라도 알게 된 게 다행일지도 모른다.

 

책을 내 식으로 정의하면, ‘3년짜리 글쓰기라고 할 수 있다. 글에는 정말 여러 종류가 있지만, 3년에 걸쳐서 긴 글을 하나 쓰는 게 책이다. 물론 더 길 수도, 더 짧아질 수도 있다. 그러나 매일 쓰는 글과는 다르고, 1주일에 한 번 쓰는 것과도 다르다. 고전적으로는 매주 신문에 연재하는 소설이 20세기 중후반에는 아주 중요한 매체이기도 했다. 특수한 경우다. 그렇게 연재된 글 중에는 대만일보에 연재되었다고 하는 <군협지>가 내 인생에 가장 많은 영향을 준 것 같다.

 

책으로 먹고 사는 사람이 되는 것을 간결하게 정리하면, 3년짜리 호흡을 가진 사람이 되는 것이라고 할 수 있을 것 같다. 신문을 보고, TV를 보고, 여행을 가고, 모든 사람이 어느 정도는 동일하게 하는 일이다. 그렇지만 호흡이 다르면, 같은 것도 다르게 느껴진다. 당연히 용도도 달라지게 된다. 모든 텍스트는 그 텍스트만이 호흡이 있는데, 책에도 책만의 호흡이 있다.

 

이 호흡이 안 맞으면, 책 쓰는 일은 맞지 않는 사람일 것이다. 물론 정말 기똥차게 잘난 사람들은 그딴 거 다 필요 없는 경우도 있다. 그 말도 맞다. 그렇지만 난 이런 게 다 필요한, 그냥 평범한 사람이다. 아니, 평범한 애 아빠다. 책은, 기교를 파는 게 아니고, 기술을 파는 게 아니라, 내용을 파는 일이다. 그리고 그 내용이 만들어지는데, 평균적으로 3년 정도가 필요한 것 같다. 그래서 3년짜리 상품을 만드는 일과 같다. 물론 출시를 3년마다 하지는 않는다.

 

내용을 만드는 데에는 절대 시간 같은 것도 필요할 뿐더러, 그 흐름이 맞아야 한다. 그게 맞든 틀리든, 3년에서 5년 주기로 세상을 보는 게 작가의 일이다. 지금 시작하면 3년 후에 제품이 만들어진다. 3년 후에 유효할 질문, 그 호흡이 책에서는 제1의 덕목일지도 모른다. 매일, 1 주일, 한 달, 그런 주기와 속도로 뛰는 것과는 전혀 다른 일이다. , 우선은 호흡의 일이다. 3년 후를 생각하는 것이 머리에 탑재되는 것, 그게 책 호흡의 기본이다. 피디들의 눈과 기자들의 눈과 같으면, 절대로 작가가 될 수 없다. 어차피 내용을 만드는 게, 다 거기서 거기 아냐? 그렇지 않다. 피디나 기자는 시간이 가면 월급이 나오지만, 저자나 작가에게는 그런 게 없다. 전혀 다른 호흡을 가지고, 피디나 기자와는 전혀 다른 메커니즘으로 생각하지 않으면 안된다. 물론 잘 난 넘은 그딴 거 필요없다. 그러나 나는 그런 급의 잘난 넘이 아니라는 것은, 내 인생 50년에 걸쳐서 증명했다. 지금 새삼 위험한 가설을 끌어들여, 나는 다르다고 생각할 것은 아니다.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그래도 마지막 순간에는 나를 믿는다, 그 정도 밖에 없다.

 

호흡이 책에서 가지는 역할, 나도 그런 건 몰랐다. 알 필요도 없었던 지도 모른다. 그러나 같은 일을 길게 하면서, 일정 수준 이상의 품질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매뉴얼이 필요한 순간이 온다. 나는 책 낸지 10년이 지나서야 겨우 매뉴얼이라는 것을 정리해보기 시작했다. 내가 좀 느리고, 둔하기는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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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들하고 이러고 논다. 남자 애들이라서, 좀 과격하다... 이렇게 노는 데에도 이젠 많이 익숙해졌다.) 

 

1.

나에게 50이라는 나이는 좀 특별했던 것 같다. 별로 의미는 없지만 장식품처럼 최연소라는 것들이 내게 붙어 다녔다. 이제 두 아이를 키우면서, 나는 뒤늦은’, 이런 것들이 붙어 다니기 시작한다. 별 의미는 없지만, 그런 변화가 한꺼번에 닥친 것이 50이라는 나이였다.

 

이제는 얘기를 해도 될 것 같다. 국회의장이 된 정세균이라는 사나이는, 아무래도 지난 몇 년 간의 내 삶을 생각할 때 떼어놓을 수 없을 것 같다. 진짜로 죽을 고생을 같이 했다. 그가 우리 집 앞에 있는 소주 집에 온 적이 있다. 정권 교체를 위해서 최선을 다하고, 안되면, 같이 세계일주 하자고 했다. 나보다는 그가 더 절박했었던 것 같다. 오세훈과의 선거 때, 정세균은 여러 번의 위기가 있었는데, 그 때 진짜로 정치 인생 끝날 뻔 했다. 그 선거를 이겼다. 오세훈의 정치 인생이 오리무중에 빠지게 되었다. 그 때쯤 둘째가 폐병으로 연거푸 병원에 입원하게 되었다. 정세균은 그 선거에 이기면서 국회의장이 되었다. 나는? 웃으면서 내가 하던 일을 내려놓을 수 있게 되었다.

 

한참 난리가 났던, 왜 부인까지 대동하고 해외출장을 갔느냐고 하던 그 미국행바로 전날 정세균이 집 앞 빵집으로 왔다. 왜 왔을까? 아직도 잘 모르겠다. 어쩌면 내가 혹시 그에게 하고 싶은 부탁이 있는지 들으러 온 것일 수도 있다. 나는 그에게 바게트를 사고, “의장님, 여기 바게트 정말 맛있습니다”, 그렇게만 말했다. 그 후에, 이거 해봐라, 저거 해봐라, 건너 건너 한동안 연락 엄청 왔다. 나는 그냥 못 들은 척 했다. 그 때는 진짜, 마음의 동요가 전혀 없었다.

 

딱 한 번, 진짜로 싱숭생숭했던 적이 있었다. 지방 공기업에서 사장 제안이 왔었다. 워낙 해보고 싶었던 일이라서, 진짜로 싱숭생숭 했었다. 아마 내 인생에, 공직으로 내가 해보고 싶다고 마음이 흔들렸던 마지막 순간일 것 같다. 1주일을 고민하다가, 결국 내려놓았다.

 

애나 보자

 

그 뒤로는 제안까지는 아니고, 내가 어떻게 생각하는지, 소위 떠보는 전화들은 가끔 있었다. 그냥, 택도 아닌 소리는 하지도 말라고 했다. 가장 최근은, 몇 주 전인 것 같다. 그냥 단박에 거절하기에는 좀 미안했다. 워낙 오래된 관계라. 혼자서 위스키 반 병 마셨다. 나중에 후회하지 않을까, 이런 생각을 한 것은 아니다. 뭐라고 말해야, 이 오래된 사이에 상처를 주지 않을 수 있을까, 그런 생각을 더 했다.

 

2.

둘째가 병원에 입원하면서 애를 돌보기로 생각하면서 집에 돌아와보니, 상황은 좀 처참했다. 통장 잔고는 바닥을 보이며 간당간당했고, 둘째가 아프면서 퇴사한 아내는 우울증 직전이었던 것 같다. 그 시절, 나만 힘든 게 아니라 내 동료들도 다 힘들었다.

 

그 때부터 2, 나는 아무 것도 하지 않는 일을 아주 열심히 했다. 사람들의 눈으로 보면, 진짜로 아무 것도 아닌 일만 했다. “, 병신이야?”, 요런 소리를 자주 들었다. 그래도 그냥 묵묵히 병신 짓만 했다.

 

그 끝이 보이기 시작할 때, 50대 에세이를 써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성공 신화와 실패담, 우리는 그 두 가지 얘기에 익숙하다. 나는 두 개 다 재미없었다. 삶은, 성공도 아니고 실패도 아니다. 그냥 사는 거다.

 

시간이 흘렀다. 나는 그냥 내가 서 있는 자리에서 꼼짝도 하지 않고 가만히 있었다. 이래저래, 언론에 정기적으로 기고하는 것들을 정리했다. 임시로 정리하는 것이 아니라, 아주 특별하게 필요한 경우가 아니면 정기적으로 글 쓰는 것은 하지 않을 생각이다. 방송도 정리했다. 별 거 아닌 고정도 있었고, 좀 더 심각하게 내 쇼를 만드는 것에 대한 얘기도 약간은 있었는데, 그냥 다 아니라고 했다. 언론이든 방송이든, 고정적으로 하는 것은 안 하기로 마음을 먹었다. 이유는 별 게 아니라, 정신 사나워서 그렇다. 가만히 있어야 생각이 난다.

 

강연은 한 달에 하나만 하기로 했다. 그것도 끊고 싶은데저자로서의 숙명 같은 거라고, 그 정도는 받아들이기로 했다.

 

너는 돈 안 필요해? 가끔 사람들이 물어본다. 물론 필요하다. 2년 전에, 내 차를 치웠다. 생각보다 차가 돈이 많이 들어간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애들 보는 거, 가만히 생각하는 거, 이것 외에는 모든 일들을 없앴다.

 

2년 동안, 나는 숨만 쉬고, 가끔 술만 마시고 살았다. 그랬더니?

 

올 봄에 드디어 2년치 생활비가 모였다. 삶의 긴 터널 하나를 빠져나온 느낌이다. 그 즈음, 몇 년간 내려놓고 있던 카메라를 다시 들었다.

 

몇 년 동안, 내 생각은 너무 무채색이 되어버렸다. 예전에는 흑백사진도 좋아했고, 가끔 일부러 흑백으로 찍기도 했다. 이제 나는 흑백사진이 싫다. 화려하지는 않더라도 색감이 있고, 생동감 있는 칼라가 더 좋다. 비루하고 처량한 것들을 오히려 더 그냥 드러낸다고 하더라도, 원색 그 느낌을 더 좋아하게 되었다. 흑백, 아니다.

 

중간에 대학 교수 얘기도 좀 있었다. 나는 내키지 않았다. 도대체 내가 누구를 가르친단 말이냐? 이제는 후배도 귀찮고, 제자도 귀찮다. 나는 아무도 가르치고 싶지 않다. 그냥 내 얘기를 조곤조곤 할 뿐이다.

 

생각하는 것, 글 쓰는 것, 딱 이 두 가지만 내 인생에 남겨놓았다. 나머지는, 하면 좋은 것들이겠지만, 나는 할 수 없는 것이거나 하고 싶지 않은 것들이다. 그리고 너무 복잡하게 이것저것 펼쳐놓으면, 생각이 번잡스러워진다.

 

이 변화를 겪으면서 내가 했던 생각들이 50대 에세이의 내용이 되었다. 지내 놓고 쓴 것이 아니라, 쓰면서 지내고, 지내면서 쓰고. , 모든 삶은 그 자체로 다 자기의 현장이다. 어디 현장이 따로 있는 것은 아닌 것 같다. 그걸 잘 몰랐다.

 

3.

50대 에세이는, 아마 나에게 가장 많은 영향을 미친 책이 될 것 같다. 남에게? 혹은 세상에? 그런 어려운 건 잘 모르겠다. 글을 쓰면서 생겨난 변화가 있다.

 

나만 혼자 잘 살아서 무슨 재민겨?”

 

책과 글에 대해서, 좀 더 많은 생각을 할 기회가 되었다. 그리고 글을 쓰는 사람들의 삶에 대해서 진짜로 진지하게 생각해보게 되었다.

 

해결책이 나올지는 모르겠지만, 내년도 책 두 권을 책에 관한 책으로 정했다. 책의 미래는 잘 모르겠고, 책의 경제학 정도 될 것 같다. 어떻게 하면 글을 쓰는 사람들이 지금처럼, 형편무인지경의 삶에서는 좀 벗어날 수 있을지, 그런 고민을 좀 해보려고 한다.

 

두 말하면 잔소리다. 말만 지식경제라는 표현을 쓰지, 진짜 한국, 지식에 대한 기본이 안 된 나라다. 잘 하면 될 거 아니냐? 이런 건, 사실 좀 개소리다. 평균, 전체, 변화율, 변곡점, 이런 거 생각해보면, 너나 잘 해라는 말 보다 더 무책임한 얘기다.

 

너무 희망적인 자세를 가지고 세상을 살려고 하지는 않는다. 그러나 이유 없이 비관적이 되거나, 독설적으로 생각하지는 않으려고 한다. 문제는 원래 풀라고 있는 것이다, 그렇게 건방 떨면서 살던 시절이 나에게도 있었다. 풀 수 있는 문제가 있고, 풀 수 없는 문제가 있다. 우리가 부딪히는 많은 문제들은, 사실은 풀 수 있는 문제들이다.

 

한국에서 글 쓰는 사람들이 지금보다는 나은 삶을 살았으면 좋겠다는 작은 소망이 생겼다. 방법이 없을 것 같지는 않다. 나의 다음 번 질문이다. 50대 에세이를 쓰면서 생겨난 작은 변화이기도 하다.

 

나만 혼자 편한 거, 별로 재밌는 일은 아니다. 그렇게 보람 있는 일도 아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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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낙 비싸서 칠공자라는 별칭으로 불리는 칼차이즈 렌즈. 요즘은 가격이 한참 내려왔는데, 내가 살 때만해도 200만원 한참 넘어갔던. 24미리에서 70미리까지, 표준줌인데, 조리개값이 고정으로 2.8이다. 실상활에서 24미리 구간을 많이 쓰게 되는데, 조리개값이 좀 애매하다. 나는 70미리 구간을 자주 쓴다. 그러면 2.8의 조리개값도 상당한 힘을 발휘한다. 뭔가 아련하고, 비현실적인 사진들을 종종 뽑아준다. 그렇지만 막상 인물사진으로 쓰기에는, 여전히 좀 부족. 엄청나게 무겁다. 그래서 잘 안 들고 다니게 된다. 그래도 대구경 렌즈라, 가끔은 무게값을 한다. 아마 이 렌즈를 버리지는 않을 것 같다...

큰 애는 요즘 사진 찍고 노는 재미를 조금은 알아가는 것 같다. 좋은 취미라고 생각한다...

 

2)

둘째의 눈으로 본 세상. 요즘은 많은 사람들에게 사진은 일상이 되었다. 핸펀 사진도 좋은 사진이다. 그래도 굳이 카메라를 쓰면, 귀찮은 것들 속에서 모르는 것들이 얻어 걸리기 때문일 것이다. 렌즈를 고르고, 사진 찍기 전에 미리 많은 것을 설정하고 시작한다. 특히 애들하고 사진 찍을 때에는, 무턱대고 들어가면 거의 한 장도 제대로 못 찍는다. 잠시도 가만히 있지 않는다. 그렇게 설정해놓고 애들 뒤를 잠시 따르다 보면, 아이들 시선으로 잠시 세상을 보게 된다. 앵글만 낮춘다고 아이의 시선이 되는 것은 아닌 듯 싶다. 세상도 마찬가지다. 내 시선으로 보는 세상이 아닌 것들, 카메라를 들고 잠시 다른 것에 대한 의미를 생각해보게 된다...

 

 

3)

데이지. 양평. 나는 눈이 나빠서 그런지, 접사를 아주 좋아한다. 평생 내 눈으로는 느껴보지도 못한 다른 세계가 열린다. 접사는, 그 사진이 그 사진이라는 게 단점이다. 자주 보면, 질린다. 그 속에서 어떻게 좀 특이점을 만들까, 이런 소소한 재미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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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대 에세이, 마지막 글은 '어른들의 얘기'라는, 반전은 있지만 밋밋한 제목을 잡았다. 책 마지막에서 김 빠지거나 우울한 얘기가 될 것 같아, 썩 내키지 않는 제목이었다. 어른들 얘기, 아무도 안 좋아해. 나부터도. 마지막 절을 쓰려고 하는데, 이런 생각이 머리에 떠올랐다. "누가 50대를 가르칠 것인가?". 순간 일단은 이 방향이 맞다는 생각이 들었다. 특히 한국의 50대 남자, 책도 안 봐, 극장도 안 가, 영화도 잘 안봐, 드라마도 뜨문뜨문 취향대로만 봐... 아무도 못 가르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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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대 에세이, 마지막 글 하나를 더 추가할 생각인데. 다시 쭉 고치면서 읽어봤는데, 이게 워낙 서로 연동되는 방식이라 이제는 찔러놓을 공간이 없다. 찔러넣을 거리도 없고. 가장 최근의 내 생각을 제목으로 정리해봤는데... '매운 놈, 달달한 놈, 웃기는 놈', 요 정도 되지 않을까 싶다. 궁국의 경지는 웃기는 놈인데, 살아서 거기에 갈 수 있을 것 같지는 않다. 잘 웃는 사람은 주변에서 종종 봤는데, 웃기는 사람을 본 것은 정말 너무 오래 전인 것 같다. 이재영이 그렇게 사람을 잘 웃겼었다. 글쎄, 웃기는 사람을 누구를 봤을까? 정찬우가 고등학교 친구인데, 웃기기는 잘 웃겼다. 이제 공황장애라니... 참. 건강한 웃음이라는 게, 너무 힘든 얘기인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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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것저것 지표 맞춰보고 흐름들 모아보니까... 내년 이맘 때면 경제 지표들이 굉장히 나쁘게 나올 것 같다. 그리고 이 흐름을 급하게 전환시킬 방법도 별로 보이지 않는다. 우째스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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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애들한테 이것저것 가르치는 건 잘 한다고 생각했었다. 어제부터 큰 애한테 줄넘기 가르치기 시작하는데, 와... 어렵다. 줄 돌리는 게 그렇게 어려운 일인 줄 처음 알았다. 나는 어떻게 줄넘기를 배웠지? 생각도 안 난다. 큰 애 줄넘기 가르치면서 옆에서 줄넘기 하다가 나만 캑캑캑. 아고고, 힘들다. 이걸 어떻게 가르쳐야 하나, 답이 안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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놀고 있네...

잠시 생각을 2018. 5. 18. 15:25

놀고 있는 것과 서민이라는 말의 공통점이 있는 것 같다. 내가 서민이라고 할 때는 당당한데, 누가 서민이냐고 하면 열받는다. 우리 서민은 어감이 좋은 말인데, 당신들 서민, 이러면 조씨 일가 꼴 난다. 내가 논다고 할 때는 당당한데, 누가 놀고 있느냐고 하면... 눈에서 레이저 광선 나간다. 나는 오늘도 당당하게 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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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하게 나는 전복이 그렇게 맛있다는 생각이 잘 안 들었다. 그래서 꼭 먹어야 한다는 생각도 별로 없었다. 그냥 있으면 먹는. 생각해보면, 비싼 음식 중에 내가 꼭 먹고 싶은 음식도 별로 없다. 제일 좋아하는 음식... 수제비. 진짜 좋아하는 음식. 들깨 수제비. 그거 말고? 김치 수제비.

음식에 대해서 내가 갖는 생각은 딱 두 가지다. 남 괴롭히지 않고 내가 먹고 싶은 것은 내가 해먹는 게 낫다. 그리고 '줄 서는' 맛집에는 안 간다. 흔히 말하는 맛집이라고 하는 곳은, 남들하고 어쩔 수 없이 가는 경우 아니면 안간다. 입이, 요사스러운 것이다. 그렇다고 진정으로 내가 맛타박을 안하는 경지냐? 그렇지도 않다. 재료를 너무 따지지는 않으려고 하지만, 맛만 있으면 된다, 요런 입장은 싫어하는 정도가 아니라 경멸한다.

요 생각들을 정리해서 쓴 책이 '음식국부론'이었다. 순서로는, 사실 이게 처음에 쓴 책 원고였다. 이걸 쓰면서 실력이 약간 붙었다. 그리고 그 다음에 쓴 책이 '아픈 아이들의 세대'였다. 편집 과정에서, 뒤의 책이 앞의 책을 추월해서 먼저 나왔다. 그렇지만 아직까지도 내 책이 문고판으로 나왔던 것은 '음식국부론'이 유일하다.

'촌놈들의 제국주의'는 일본에서 문고판 제의가 왔었다. 그 시절에, 나는 아직 그런 책을 낼 실력과 덩치가 안된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뒤로 미루었다.

전복 얘기를 보면서, 맛에 대해서 잠시 생각해봤다. 정말 싸다고 하는데, 그래도 나는 전복을 사다가 요리할 생각이 들지는 않았다...

 

http://view.asiae.co.kr/news/view.htm?idxno=2018051809051042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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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가, 참 기묘한 것이다. 변하는 데 시간이 걸린다. 그래서 지금의 변화가 더 좋은 곳으로 나가기 위한 기다림인지, 더 나빠지기 위한 변곡점에 서 있는지, 판단하기가 어렵다. 사람들이 싫어하는 미분이 필요한 이유이기도 하고.

몇 가지는 알 수 있다.

1) 현 정부는, 지방에서 그리고 사소한 영역에서, 토건 경제가 강화되는 중이다.

2) 산업은 내깔려두고 있다. 이건 인기 없는 분야이기는 하지만, 가장 확실하게 장기 성과를 낼 수 있는 곳이다. 그리고 꼭 필요하다. '4차 산업혁명'이라는 주술만 외우고, 정작 필요한 고민은 그냥 내깔려두고 있다.

- 세월호 구간에는 다시 중고 배가 들어온다. 조선 산업은 바닥을 헤매고 있다. 배 사가는 사람은 없다고 하면서, 다시 온 국민이 지켜보는 바로 그 구간에는 중고 배가 들어온다. 산업 분야에 뭔가 조정을 한 흔적이 전혀 보이지 않는다. 그럴 노력을 한 것 같지도 않고.

3) 경제, 선거 때는 입으로만 경제를 한 것 같은데, 그나마 이제는 입으로도 안한다.

- 매우 빠른 속도로, 밀실 행정으로 복귀하는 것 같다.

4) 주52시간 근무와 최저임금 인상은 단기적으로는 엇갈린 방향으로 움직인다. 52시간 효과가 최저임금 단기 효과를 상쇄할 가능성이 있다. 나 같으면 이 분야에 단기적인 힘을 집중시킬 것 같다. 아직은 주 52시간 근무가 체감적으로 나타날 시기는 아니다. 그래서 더 준비하고 효과를 극대화시키면 긍정적 효과가 크게 나타날 수 있을 것 같다.

5) 티끌 모아 태산이라고 했다.

- 경제 관료와 언론은 태산만 바라 보고 있다. 티끌은 누가 모으나. 바닥의 행정 기구와 논의 구조가 붕괴되는 게, 내 눈에도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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