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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만에 애들 데리고 카페 왔다. 빵 사줬더니 입에 잔뜩 묻혔다. 코도 나오고. 큰 애한테 물티슈 주면서 입 닦고 코 풀라고 했다. 알았어. 그리고는 코 풀고 입 닦는다. 미쳐.. 시키는 말, 반만 듣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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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에 애들 어린이집 데리고 가는 건 익숙해질 만한데도 여전히 한바탕 난리다. 먹이고, 옷 입히고, 가방 챙겨주고, 그런 게 다 제대로 되기가 어렵다. 옷 뒤집어 입히기도 하고, 큰 애 둘째 애 옷 바꿔 입히기도 하고. 오늘 아침에는 외투 덥다고 안 입겠다는 큰 애랑 춥다고 입히려는 한바탕 실랑이가. 한참 지나서 생긱해보니 어린이집 옷걸이가 하난데, 잠바를 두 개 입으면 옷 걸 데기 없다고 생각한. "겨울에는 옷걸이에 옷 그냥 두 개 겹쳐서 걸면 돼." 사태가 겨우 수습. 아이는 생각이 없는 게 아니라, 소통이 미숙할 뿐이었다. 작지만 그런 일들을 매일 벌어진다. 익숙하지 않은 새로운 일들이 매일 조금씩. 학교 다닐 때 추워지면 방학이었지만, 어린이집은 방학은 없다. 그냥 매알 조금씩 커가는 것일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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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일 집에 손님 온다고 해서 장 보러 애들 데리고 큰 슈퍼에 갔다. 큰 애가 똥 마렵다고, 쫄래쫄래 둘째 손 잡고 화장실에 갔다. 화장실에 들어가자마자 둘째도 자기도 똥.. 큰 애는 아직 뒷처리를 혼자서 다 못하고, 둘째는 잡아주지 않으면 어른 변기에 빠지는.. 집에서 하던 것처럼 둘이 동시에 화장실 가겠다고 땡깡 부리는데, 나는 애들 겉옷 벗어놓은 거 잔뜩 들고서 낑낑. 형아 먼저, 둘째 설득하는 데 5분.
정세균 의장하고 다른 일로 잠시 통화할 일이 있어서 통화하는데, 잘 지내냐고 물어보신다. 저야 잘 지내지요, 씩씩하게 대답하는데, 문득 애들 둘 데리고 화장실에서 낑낑대던 생각이. 이게 잘 지내는 게 맞기는 맞는 건가? 문득 가슴이 싸해졌다. 그렇다고 엄청 고생한다고 말하기에는, 이것도 좀 뭔가 이상한 것 같고.
제발 두 아이가 대변보는 시간이 더도말고 딱 5 분만 격차가 있으면 좋겠다. 저녁에서 밤 사이, 시간은 매일 조금씩 바뀌는데, 매일 그대와, 아니 매일 똑같이. 좀 민간한 애들은 집 나오면 화장실 못 가고, 안 가던 데는 힘들어한다는데 우리 집 애들은 그런 것도 없다.
아빠, 똥..
니들은 집 밖에 나와도 별 상관 없는감? 너무 안 민감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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둘째는 아침에 새 운동화를 신었는데, 이게 발에 잘 안 들어간다. 그냥 이전 신발 신으라고 했더니 그건 낡아서 싫단다. 큰 애는 오늘부터 감기 1일이다. 약국 들러서 어린이 감기약 사주고 왔다. 긴 팔 입히고, 이래저래 밥 먹이고 하다보면 정신 없는 한 시간이 간다. 같이 일하는 미술감독 부친상 연락이 왔다. 가야 하는데.. 멀다. 어쩌지. 내일도 하루 종일 나가있어야 하는데.
애들 어린이집 보내고 데리고 오는 게 많이 편해지기는 했지만, 그래도 끝나고 나면 정신이 하나도 없다. 마트 문 열 때 개장 준비하는 게 이런 기분일까?
하여간 별 거 없는 것 같아도 이렇게 한 시간 보내고 나면 정신이 하나도 없다. 남들은 노는 줄 안다. 가사 노동이 원래 gdp 계산에서 빠지기는 한다. 그래도 내가 하는 일을 도우미한테 부탁하면 돈 옴팡지게 든다. 그러면 gdp 계산에 들어간다. 많은 사람이 이렇게 하면 경제가 성장한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아빠들이 애들 어린이집 보내는 나라가 1인당 국민소득 8만 달러, 9만 달러 간 나라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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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배 모녀와 저녁 먹었다. 둘째가 똥 마렵단다. 화장실이 차 있다. 다른 층으로 가서 응가. 그리고 왔더니 큰 애가 배가 아프지는 않은데, 살살. 이번에도 화장실이 차 있어서 다시 다른 층 화장실로. 그리고 나니까 30분이 지났고, 집에 올 시간. 간만에 잠실에 갔는데, 진짜 밥만 먹고, 도 아니고 화장실만 들락날락. 그래도 기저귀 가방 들고 다니지 않는 게 어디냐 싶은... 시간은 흐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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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들 어린이집 보내고 돌아와보니 밥 먹이고 난 책상에 이것저것. 우리 집은 현재 스코어, 큰 문제 없다. 아내가 천식이 시작되었지만, 그래도 이번은 입원할 정도는 아니고 몇 달 치료받으면 된단다. 아내가 힘이 드니까 오전, 오후로 내가 좀 더 부지런을 떨면 이번 가을도 아무 일도 없는듯, 겨울을 맞을 수 있다. 나이 50에 이런 삶을 사는 친구는 없다. 그래도 이건 내가 맞이한 내 삶이다. 문득 행복이라는 단어가 생각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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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 전에 애들 책 읽어 준다. 애들이 둘이라서 아내랑 나랑 한 명씩 붙잡고. 둘째는 다섯 살, 공룡대백과사전을 들고왔다. 오늘부터 첫 페이지부터 읽기 시작했다. 아파토사우르스는 브라키오사우르스와 함께 대표적인 거대 초식공룡이다. 커서 아파토라는 이름이 있는줄 알았는데, 카네기 발굴단이 이미 발견된 공룡을 다시 발견해서, 헷갈리게 했다고 그런 이름이 붙었단다.
공룡대백과사전 다 읽고 나면, 고래 사전 그리고 물고기 사전.. 이렇게 한 바퀴 돌고나면, 간단한 한글은 읽게 되는 것 같다. 따로 한글을 가르치지는 않는데, 자기들 좋아하는 애들 보는 백과사전 읽다 보면, 큰 글자인 동물 이름들 보면서 조금씩.
그나저나 내년이면 둘째도 영어 유치원 가는 나이가 된다. 도대체 이 나이에 영어를 가르쳐서 뭘 어쩌겠다고 하는 건지, 도통 이해는 안 된다. 뭐가 좀 너무 이상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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밖에는 엄청나게 비가 오는 중이다. 애들은 진짜로 뒹굴뒹굴, 자기들이 알아서 논다. 물론 틈틈이 "내끄야, 내끄야, 내가 먼저 했어", 장난감 들고 싸운다. 요즘은 둘째가 야물딱, 그냥 형한테 막 뺏기지 않는다. 그래서.. 싸움이 점점 더 격렬해지고 있다. 오늘도 아침부터 싸우다가 둘 다 손들고 벌 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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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집에 레고 스타워즈의 시대가 왔다. 스타워즈, 참 좋아했었는데, 그 시절에는 극장에서 보지는 못했다. 소설책으로 엄청 재밌게 봤던. <라스트 제다이>, 루크 스카이워커는 어디론가 사라지고 김어준이 나온다는 얘기는 엄청 웃겼었다. 진짜 보니까, 입 딱, 그 멋진 루크 대신 진짜로 김어준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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