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 전 가을, 아내는 우울증이었다. 생일날, 울었다. 애들 둘한테만 매달려 있으니까 미치는 것 같다고 했다. 둘째는 입원을 거듭하는, 호흡기 환자.아내 생일 선물 대신, 어린이집 등원을 맡기로 했다. 그리고 몇 달 뒤, 애들 어린이집 하원도 일단은 내가 맡았다. 나는 내 일들을 대부분 정리했다. 아내는 취업 준비를 시작했다.
몇 달 걸렸지만, 결국 아내는 취업했다. 그리고 나는 열심히 애들 어린이집 등하원을.
둘째는 폐렴으로부터 나왔고, 올 여름에는 키도 많이 크고, 살도 많이 붙었다. 다음 주에는 식구들 전부 데리고 일본에 여행 간다. 둘째가 아파서 같이 외국에는 한 번도 못갔다.
그 3년 동안, 나는... 살이 쪘다. 망했다.
아내는 요즘 하는 일이 잘 된다. 행복하다고 한다. 큰 돈 버는 건 아닌데, 그럭저럭 우리 집 생활비 정도는 번다. 둘째 아프기 전에 다니던 회사에서는 차장이었다. 우리 집 생활비 보다 한참 많이 벌었다. 그래도 지금이 더 좋다고 한다.
나는 돈을 벌어야 할 이유가 원래도 별로 없는데, 이래저래 없어졌다. 50대 에세이 쓸 때만 해도 한 달에 100만원은 벌어오라고 그랬는데, 이젠 그것도 아니다.
둘째 안 아프고, 아내도 행복해하니까, 이젠 진짜 별 걱정 없다.
페미니즘, 그런 어려운 얘기는 잘 모른다. 그냥, 아내가 행복해야 모두가 행복할 거라는 교과서 같은 생각을 했다.
그럼 내가 하고 싶은 건? 원래 하고 싶은 게 별로 없는 인생이다.
아내가 뭘 해주면 내가 편해지겠냐고 물었다. 별로, 특별히 없다고 했다.
그랬더니 아내가 언젠가 태권도 5단도 따겠다고 선언을 했다.
하라고 했다.
아내의 인생에서 태권도를 빼면 절반이 사라진다. 태권도 4단이고, 태권도 사범도 했어도 소용없다. 애 둘 돌보다 울었다.
아내가 태권도 5단 따는 거 뒷바라지 하는 게 내 50대의 과업일까? 그래도 상관 없다. 그저 자랑스러울 뿐이다.
몇 년간은 아내가 편한대로 다 도와줄 생각이다. 그래야 길게, 묻어갈 수가 있다. 나도 좀 편하게 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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