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들 저녁 밥 해주고, 나는 그냥 나중에 먹기로 했다. 최근에 저녁 하면서 같이 안 먹은 건 오늘이 처음이다. 날이 더워서 그런지도. 그냥 의욕이 별로 안 나는. (사실 점심을 너무 늦게 먹기는 했다.)
일상성이라는 말을 참 좋아한다. 세상 일이 마음 먹은 대로 그렇게 딱딱 되는 것도 아니고, 답답한 경우가 더 많다. 뭔가 만들기 위해서는 많은 시간의 지루함을 버티고, 지지부진한 상황에서도 크게 우울해하지 않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기도. 그 모든 것들이 일상성이다. 20대부터 그 단어를 그렇게 좋아했었다. 삶의 대부분의 시간을 마이너로 살았고, 여전히 비주류로 살아간다. 버티고 버티는 게, 내가 제일 잘 하는 일이 아닌가 한다.
7시 넘어서 저녁을 먹다가 두 달 전부터 6시로 어린이들 저녁 먹는 시간을 당겼다. 중간에 간식 먹는 걸 없애기 위해서. 어린이들은 매일 저녁을 먹어야 한다. 그보다 더 직관적인 일상성이 있나 싶다. (그래도 뭔가 굉장히 잘 되는 판타지의 시간을 좀 갖고는 싶은데, 대부분은 하루하루 버티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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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4.06.10 큰 애의 첫 된장국..
- 2024.05.11 둘째의 케이크
- 2024.05.05 어린이 사진.. 2
- 2024.05.05 어린이날 2
- 2024.05.05 어린이날..
- 2024.03.27 정약용.. 2
- 2023.06.08 칼국수.. 1
- 2023.06.03 화투.. 2
- 2023.05.29 둘째와의 데이트.. 2
초등학교 6학년 큰 애가 처음 끓인 된장국. 다른 건 몰라도, 우리 두 남자 어린이들이 자기 먹고 싶은 건 자기가 해먹을 수 있는 어른으로 키우면 좋을 것 같다. 얻어먹기만 하는 인생은 재미없다. 불편하기도 하다..
둘째가 태권도장에서 한 쿠킹 클래스에서 조그만 3단 케이크를 구워왔다. 덕분에 토요일 저녁이 매우 즐거워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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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학년 때.. (거의 마지막 어린이 시절)
원래 어린이날 선물은 그냥 인터넷에서 샀다. 올해는 정신이 없던 것도 있고, 또 큰 애는 마지막 어린이날이라서 이래저래 직접 가서 사기로 했다. 그나마도 어제 저녁에 가기로 했는데, 오존이 심한 날이라서 그런지 저녁 먹고 큰 애가 움직일 형편이 아니었다. 이리하여 결국 비 오는 어린이날, 가장 사람이 밀릴 오후 시간에 쇼핑몰에 가게 되었다.
무지무지 막혔다. 계속 밀렸는데, 그 모든 길의 근원지가 쇼핑몰이었다. 신호등 몇 개를 지나서 건물 근처까지 가는데 꽤 오래 걸렸다. 그래도 기왕 나선 거라서 그냥 버텨볼 생각이었다. 이렇게 주차장에 길이 밀리면 포기하고 그냥 나가는 차도 좀 있는데, 어린이 데리고 나온 집들이라서 그런지 포기하는 차도 없었다. 좀 더 버텨보려고 했는데, 둘째가 화장실 가고 싶다고 한다. 방법이 없다.
결국 어린이들 그냥 내려서 가라고 했고, 카드도 쥐어주었다. 처음에는 어린이들끼리 자기 선물 사는 동안에 주차해서 만날 생각이었다. 뭐 그건 내 생각이고. 30분 정도 지났는데, 100미터 갔나? 그래서 처음 탔던 데로 오라고 했다. 여기까지는 다 잘 되는 것 같았다. 좀 기다려도 어린이들이 오지 않는다.
다시 전화를 했는데, 도저히 모르겠다고 한다. 일단 나도 줄에서 나와서. 그 사이에 둘째는 어딘지 몰라서 무섭다고 본다. 나중에 보니까, 자주 가는 곳이 아니라서, 어린이들은 쇼핑몰 건물 앞쪽이 아니라 뒤쪽으로 나왔다. 큰 애가 그래도 지하철 출구 번호를 불러줘서, 겨우겨우 찾았다.
세 시간 정도 그냥 아무 것도 안 하고 밀리는 길에서 운전만 한 것 같다. 그래도 어린이들은 자기 손으로 선물 사고, 카드도 긁고, 매우매우 행복해한다. 큰 애의 마지막 어린이날은 이렇게 뻐적지근하게 지나갔다.
어린이날이다. 어린이도 어린이 노릇하기 어려운 세상이다. 우리 집 어린이들도 크고 작은 어려움들이 많다. 어린이들 태어나고 처음으로 오늘 어린이들에게 편지를 썼다. 생각보다 어린이용 편지 쓰기가 어렵다. 단어도 잘 골라야 하고, 잔소리가 안 되게 하는 것도 어렵다. 어린이날 편지인데. 캑캑. 어제는 큰 애가 몸이 안 좋아서 쇼핑몰 못 갔다. 둘째가 빨리 가자고 한다. 잠시만 쉬었다 가자고 했다.
4학년이 된 둘째가 정약용을 몰라서, 집안에 온통 비상이 걸렸다. 책을 너무 안 읽었다.
둘째는 태어나면서부터 호흡기가 안 좋았다. 작년까지 해마다 입원을 했다. 응급실에도 자주 갔다. 학교 갔다가 아파서 조퇴한 건 셀 수도 없고, 이래저래 학교 안 간 건 한 해에 한 달은 넘을 것 같다.
이래저래 누워있던 시간이 길었고, 집에 있는 시간도 많았다. 이제 아픈 건 좀 덜 하기는 한데.. 책을 너무 안 읽어서, 교양이 너무 없다.
이제 4학년인데, 정약용을 모르고 있다는 것에 여러 사람이 충격 받았다.
오늘은 우리 집 어린이들 수영강습 두 번째다. 오늘까지는 오고 가는 거 다 해주고, 다음 주부터는 오는 건 시내 버스 타고 오기로 했다. 버스 정류장까지 알려줬다.
여기까지는 다 좋았다. 오늘은 아내가 행사가 있어서 늦게 오는 날이다. 수영장 근처에서 차 세워놓은 김에 저녁까지 먹고 오려고 했었는데.. 지갑을 두고 왔다. 핸펀으로 결제해도 되기는 하는데, 작은 집에서는 될지 안 될지 자신이 없다. 결국 일단 회군.
자, 어디 갈까? 밖에서 먹을 때, 의견을 합치는 게 제일 어렵다. 이런 사소한 곳에서 자신의 의견이 묵살되는 느낌을 주고 싶지는 않다. 오늘은 둘의 의견이 갈렸다. 큰 애는 해장국집 가고 싶다고 하고, 둘째는 동네 분식집 가고 싶다고 한다. 둘 다 괜찮은데, 동네 분식집은 차 대기가 어려워서 주말 저녁 아니면 가기 힘들다. 결국 내가 의견을 내서 칼국수집 가기로 했다. 은근히 비싼 데다.
주문도 만만치 않다. 나는 그냥 콩국수 시켰는데, 어린이들은 전을 먹고 싶다고 했다. 이런 데 전이 비싼데.. 눈물을 머금고, 고기 전 작은 접시 하나 시켰다. 큰 애는 만두 먹고 싶다고 했다. 칼국수에 만두 같이 나오는 걸 시켰는데, 만두 하나에 천 원 꼴이다.
그래서 먹는데, 우와. 나는 전 하나 먹었는데, 둘이서 쟁탈전이다. 하나 더 집어간 둘째가 미안한지, 한 입 먹다가 내려놓고 나한테 양보한댄다. 그냥 먹으라고 했다. 정말로 둘이서 칼국수 한 그릇씩 코 박고 먹어서, 싹 먹었다. 둘째는 국물까지 다 마시려고 해서, 염분 너무 많다고 그만 먹으라고 했다. 아내도 이거 한 그릇 다 못 먹는다. 이럴 거면 차라리 고기 뷔페 게 나을 것 같다는 생각을 뒤늦게. 수영하고 났더니, 엄청나게들 먹는다.
둘째가 여러가지로 스트레스 받는 게 많아서, 최대한 즐겁게 해주려고 하고 있는데.. 등골이 휜다. 잔뜩 먹더니 들어오자마자 둘 다 피곤하다고 일찌감치 잠 들었다. 나도 같이 좀 잤다.
딸 키우면 좀 더 아기자기한 게 있을지 모르겠지만, 아들들은 정말 동물적이라는 생각이 문득. 그렇다고 아무 생각이 없는 건 아니고, 은근히 취향도 있고, 선호도 있다. 그리고 생각보다는 섬세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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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전에 큰 애가 화투를 가르쳐 달라고 했다. 좀 난감한 부탁이다. 카드는 거의 한 적이 없고, 화투도 어렸을 때 할머니랑 민화투 치고, 고등학교 때 고스톱 쳐본 게 거의 다 일 정도. 화투장 이름 정도도 이제 까먹은 게 더 많고, 숫자도 잘 모른다.
나도 잘 모르는데 가르쳐줄 수가 있나.. 기본적인 것만 알려주었다. 다음에 좀 더 알려주기로 하고.
생각해보면, 나도 인생을 참 단조롭게 산 것 같다. 골프는 그야말로 골프 채도 집어본 적이 없고, 스키도 타 본 적 없다. 너무 일찍부터 환경에 대한 이론들을 공부해서 그런지, 그런 것들은 정말로 안 했다.
‘잡기’라고 부르면서 좀 배워둬야 한다는 것을 안 한 데에는 아버지 영향이 컸다. 아버지는 바둑만 두셨다. 노년에는 인터넷 바둑과 tv 조선, 거의 두 가지만 하시는 것 같았다. 바둑을 좀 배우다가, 아버지가 매일 기원에만 계셔서, 바둑을 그만두었다. 그리고는 안 했다. 비슷한 이유로 당구도 안 쳤다. 술 마시기 전에 친구들 당구장 가면 나는 당구장 아래층에 있는 만화가계에 갔다. 그 시절에는 만화책 보면서 짜장면 먹는 게 그렇게 부러웠었다. 만화책 몇 권 볼 정도의 돈은 있었는데, 짜장면 시켜 먹을 돈은 없었다. 돈 생기면 전부 책을 샀으니, 만화책 볼 돈이라도 주머니에 있는 게 다행이었다. 맥주 마실 형편은 아니었고, 감자탕에 물 계속 부어서 끓여가면서 소주는 많이 마셨다. 생각해보면, 나는 평생 술만 마신 것 같다.
한 달 전에 둘째가 여러가지로 너무 힘들어해서 결국 닌텐도를 사줬다. 큰 애랑 둘째랑 갖고 싶다는 게임 하나씩 사주고.. 몇 주 후에 닌텐도 스포츠는 그냥 사줬다. 둘째가 이래저래 힘든 시절을 겪는 게 아니었다면 게임기는 안 사줬을 것 같은데.. 그렇게라도 즐거운 시간을 갖는 게 좀 더 나을 거라고 생각을 했다.
희로애락에서 ‘락’에 해당하는 일은 사실 술 말고는 거의 한 게 없다. 음악을 듣기는 하는데, 원래 음악 전공하려다가 여러가지 사건이 겹쳐서 결국 경제학을 전공하게 된 거라서.. 그냥 순수하게 취미로만 듣는 것은 아닌 것 같고.
돌아보면 나는 술만 마시고 살아온 것 같다. 좋아도 마시고, 슬퍼도 마시고. 힘들어도 마시고, 안 힘들어도 마시고. 요즘은 술 마시는 빈도는 확 줄었는데, 양이 줄지는 않았다. 한 번 마시면 날 잡고 확 달리는. 그렇게 마시지 않을 날은 아예 입에도 안 댄다. 마시다 말면 짜증나!
아버지 살아계실 때 약속을 한 게 있다. 아버지 기일은 챙겨드리는데, 제사상은 차리가 어렵고, 드시고 싶은 걸 놓아드리겠다고. 아버지는 과자랑 주스 애기를 하셨다. 어머니는 초코렛과 연유를 얘기하셨고. 노년에 아버지가 제일 좋아하셨던 음식은 찹쌀 도너츠와 카스텔라였던 걸로 기억한다.
화투 가르쳐 달라는 큰 애 보면서 잠시 아버지 생각이 났다. 저녁 때 동네 기원에 아버지 모시러 가던 게 처음에는 그렇게까지 싫지 않았는데, 몇 달째 되니까 그게 그렇게 실어졌었다. “한 판만”, 그렇게 하면서 몇 판을 두셨다. 나는 기다리다 결국 혼자 집에 왔었다. 그리고 바둑 끊던 어린 시절의 기억들이 잠시.
그렇게 바둑을 안 좋아했는데, 내 주변에는 바둑 죽어라고 두는 사람들이 참 많기도 했었다. 그것도 인연인가 보다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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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체휴일, 둘째랑 마포 농수산물시장 갔다왔다. 조개도 사고, 새우도 사고, 절임류도 이것저것 좀 집고.
둘째는 떡볶이는 안 먹는 대신 어묵은 잘 먹는다. 다섯 개 먹는다는 걸 달래서, 겨우 세 개만 먹기로. 쥐포 먹고 싶어서 쥐포도 샀는데, 집에 와서 집에 쥐로 많다고 아내한테 혼났다.
둘째랑 수산 시장 와서 이것저것 사는 일을 종종 한다. 오는 길이 많이 막히기는 하지만, 그래도 휴일을 그냥 보낼 수는 없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