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정 조정..

낸책, 낼책 2024. 7. 7. 21:43

2년 전에 아버지 돌아가시면서 작년까지 이런저런 일이 생겨서 책을 못 냈다. 내 삶도 늘 편안하거나 안온한 것만은 아니었다. 어쨌든 책 쓰기 시작하면서 책을 2년이나 못 낸 것은 처음이었다. 

내년 일정을 조금 조정했다. 지금 쓰는 책들과 연이어서 쓰려고 했던 젠더 경제학을 다시 한 번 더 뒤로 미루기로 했다. EU 선거와 연이어 생겨난 프랑스의 국회 해산과 총선들을 해석하기에는 나도 시간이 좀 필요하다. 이러한 변화는 미국 대선과 맞물려, 그야말로 일본을 제외한 많은 나라들의 글로벌 현상 같이 되었다. 어차피 늦은 거, 좀 더 사건들이 분명해질 때까지 시간을 갖고 기다리기로 했다. 

<호모 콰트로스>는 사실 3권으로 구상이 되었는데, 내 인기도 워낙 없고, 사정이 그렇게 만만치가 않아서 3권을 다 쓸 자신이 없었다. 영 안 팔리면 한 권 내고 치워버릴 생각도 있었다. 사실 책이 손에서 떠나고 나면 저자가 할 수 있는 일은 별로 없다. 안 되면, 그냥 안타까울 뿐이다. 

그래도 형편이 그렇게 엉망진창은 아니라서, 2권을 쓸 수 있게 되었다. 1, 2권은 사실상 붙어서 하나의 얘기이고, 3편은 조금 더 떨어져 있어서 좀 더 시간이 흐른 뒤에 쓰려고 한다. 

앞에 책들이 무난히 끝나면 겨울에는 2권을 쓰기 시작할 수 있을 것 같다. 1권 준비하면서 대략적인 약사를 정리해 놓아서, 시간이 그렇게 많이 걸릴 것 같지는 않다. 1권  때는 정말 맨땅에 헤딩 스타일이었는데, 지금은 그 정도는 아니다. 첫 장면도 생각해 놓은 게 있다. 아직 주요 설정은 시작도 안 했지만.. 시간이 약이다. 

보통 소설 쓰고 나면 일정이 만들어질 때까지 기다렸다. 몇 년에 한 번, 그렇게 했는데, 이번에는 붙여서 동거에 대한 얘기를 한 번 해보려고 한다. 청년들의 사랑 이야기다. 원래는 올 여름에 할 생각이었는데, 앞의 책들이 늦어져서 그렇게 하지는 못했고. 

동거 얘기는 꼭 한 번 해보고 싶었던 얘기라서, 한없이 뒤로 미루고 싶지는 않다. 이렇게 연달아서 소설 두 권 마무리하면, 농업 경제학하고 젠더 경제학이 남는다. 그것도 내년에는 어느 정도 가닥을 잡으려고 한다. 

일이 준비한 순서대로, 크게 늦어지지 않게 진행되면, 후년에는 드디어 이승만 얘기를 할 차례가 되었다. 둘째가 그때는 6학년이 되는데, 크게 아픈 일이 벌어지지 않으면, 부산에 좀 길게 체류를 하면서 이 작업을 하려고 한다. 기초 자료 조사해야 할 게 좀 많다. 

대충 이승만 얘기까지 쓰고 나면, 나도 환갑이다. 그 뒤에는 뭘 할지, 어떻게 살지, 아직 구체적으로 정해 놓은 것은 없다. 생각해둔 것도 없다. 그냥 그때까지는 하기로 한 것을 일정대로 하면서 조용히 살아갈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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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n.news.naver.com/mnews/article/023/0003843819?sid=104

 

난민·경제난에… 유럽 유권자, 꼰대 이미지 벗은 극우로

주류로 떠오른 유럽의 극우들 유럽 국가들에서 이른바 극우(極右)로 분류되어 온 정당들이 최근 제도권 정치의 주류에 본격적으로 들어오기 시작했다. 2022년 조르자 멜로니 총리의 이탈리아 형

n.news.naver.com

 

프랑스에 29세 극우파 총리가 나올지는 8월 7일 총선 결선투표에서 결정된다. 아직 총선의 계층 분석은 나오지는 않았는데, 얼마 전의 EU 선거에서는 20대 남성들이 유럽 전체적으로 극우파에 많이 투표한 것이 결과를 바꿨다는 분석이 일부 있었다. 미국도 20대 내에서 젠더 편차가 생겨서 트럼프 돌풍이 근원지라는 분석이 있다. 미국이나 유럽이나, 겪어보지 않은 일이라서, 아직 원인 분석 같은 것은 초기 형태다. 틱톡에서 찾기도 하고, 29세 바르델라의 스타일에서 찾기도 한다. 아직은 단편적인 분석이다. 미국이나 유럽에는 한국과 같은 형태의 젠더 갈등은 없다. 그렇지만 20% 이상 투표 편차가 생기기는 했다. 4년 전의 주요 투표에서는 이런 현상이 없었다. 아직 아무도 원인은 모르는 것 같다. 일본은 아직 이런 흐름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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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모 콰트로스>는 지난 주에 2쇄를 찍었다고 한다. 예전 같으면 아무 일도 아닐 것 같은데, 요즘 내 처지에서는 너무너무 감사하면서 진짜 한시름 놓게 되는. 수십 쇄씩 나가던 시절이 나에게도 있었지만, 이젠 다 옛날 얘기라, 1쇄 터는 것도 핵핵 거리는 경우가 많다. 할 수 없다. 그런 상황에도 이제는 좀 적응해가는 중이다. 

생각해보면, 내 인생은 수많은 사람들의 크고 작은 도움으로 어려운 시간들을 버텨낸 삶과 같다. 이번에도 정말 많은 사람들의 도움을 받았다. 2쇄 내면서 고마웠던 사람들에게 짧게라도 고맙다는 메시지를 보내는 중이다. 진심이다. 고맙다고 해서 내가 뭘 더 할 수 있는 것도 별로 없지만, 그래도 마음이라도 전하고 싶었다. 

어린이들 보면서 이제 나는 내 또래의 친구들과는 매우 다른 스타일의 삶을 살게 되었다. 이래저래 원래도 생각하는 게 좀 많이 달랐는데, 이제는 많이 다르다. 특히 두 달 전부터 어린이들 저녁 시간을 7시에서 6시로 한 시간 당겼다. 오후 간식을 그만 줘야 하는데, 배고파 해서 저녁 시간을 바꿨다. 전에는 아내랑 교대로 저녁을 했는데, 이제는 그럴 수가 없다. 특별한 일이 없으면 다섯 시 정도로 하던 일을 마무리하고, 청소기 돌리기 시작하면서 저녁 준비를 한다. 되도록 간단하게 하려고 하는데, 그게 보통 일이 아니다. 물론 매일 밥하는 건 아니다. 급하면 시키기도 하고, 여의치 않으면 나가서 먹기도 한다. 어쨌든 그 시간에 어린이들 밥을 해줘야 하니까, 이제 약속 잡기는 아주 어렵다. 

둘째가 작년부터 알레르기가 좀 심해졌고, 올봄 황사철에는 진짜 심해졌다. 어쨌든 올해는 입원하지 않고 한 해를 넘기는 게 소박한 목표다. 돼지고기랑 못 먹는 생선들이 많아졌고, 재료가 제한적이라서 할 수 있는 것도 별로 없다. 도저히 이렇게는 못하겠다, 차라리 그냥 육개장 끓이고, 이것저것 국을 왕창 끓여놓고 버티는 걸로 전략을 바꿨다. 쭈그리고 앉아서 육개장용 고기 뜯고 있는데, 진짜 이게 자식이 먹는 거니까 하지, 내가 먹으려고 이렇게까지 할까 싶은. 

큰 애가 부탁이 있다고.. 소머리국밥을 해달라고 한다. 돌아비리. 그냥 사다주기로 했다. 인터넷으로 바로 주문. (원래는 이 다음에는 소고기 무국을 끓일 생각이었다.) 

아내는 점점 더 바빠진다. 출장도 갈 수 있을 때 가라고 했다. 심지어 조찬도 있다. 며칠 전에 어린이들 아침 준비하면서, 아침 준다고 했더니.. 아침 밥 먹으로 간단다. 예전에도 그런 생각이 들었는데, 조찬모임이라는 게 있는 건 내가 알기로 한국 밖에. 정말 열심히들 산다. 

이렇게 살면서 이제는 시민단체 모임 같은 데 나가기가 아주 어려워졌다. 그래도 전에는 가끔씩 나가서 이것저것 말도 좀 보태고 그랬는데.. 오래된 시민단체 사람들은 주말에 많이 모인다. 주중에도 애들 봐야 하지만, 주말에는 정말로 얄짤 없다. 

애들 어릴 때에는 작업실을 낼까 하는 생각도 있었지만, 지금 같아서는 택도 없다. 게다가 내 책 파는 규모에서는 작업실 비용이 나오지가 않는다. 내가 쓰는 돈이라도 아주 훌쭉하게 사는 게 맞다. 고정성 경비는 최소한으로 줄이고. 차도 아내가 타던 10년 넘은 모닝으로. (모닝을 타면서 정말 내 인생관도 많이 변했다. 나의 유일한 경쟁력이다.)

한국은 네트워크 사회라고 하는데, 나는 이제 그런 네트워크 완전 바깥에 있다. 

유튜브를 해야 한다고 그러는 사람들이 많았는데, 애들 보면서 하기에는 품이 너무 많이 들어간다. 그리고 난 그렇게 부지런한 스타일도 아니다. 예전에 모두를 왕따 놓는 학생에 대한 얘기가 있었는데, 내가 딱 그렇게 산다. 왕따 된 게 아니라, 왕따 놓은 거라고! 

<호모 콰트로스> 2쇄 찍고 나서, 진짜로 마음 속에 내가 감사해야 할 사람들에 대한 생각이 들었다. 정말로 많은 사람들이 도와주었다. 추천사 써주신 분들에게 감사 인사를 했고, 예전에 추천사 쓴 사람들에게도 도와주셔서 고맙다고 다시 인사하는 중이다. 

원래 얘기는 3권으로 되어 있는데, 쫄아서 1권이라고 달지도 못했다. 망하면 결국 2권을 쓰지 못하니까, 1권이라고 쓰려면 어지간한 자신감과 배포가 있어야 한다. 나는 그 두 개 다 없다. 요즘은 기세가 유행이다. 기세도 없다. 

내가 할 수 있는 건 내가 원고를 잡고 있을 때, 할 수 있는 최선을 다 하는 정도다. 그 외에는 내가 할 수 있는 게 없다. 요즘 나랑 작업하는 곳들이 대부분 작은 출판사들이다. 규모로 때려 박고, 기세로 밀고 나가고, 그딴 건 나에게 없다. 그 대신 조금 더 섬세하게 하려고 노력하는 중이다. 30대 때에는 섬세함, 그런 생각을 아예 못했다. 그냥 직진이었다. 이제는 좀 섬세하게 하려고 생각 중이다. 물론 생각만 그렇다. 섬세하다는 게 뭔지, 아직은 잘 모르겠다. 

그래도 내가 가진 강점이 한 가지는 있다. 다른 사람은 모르겠지만, 나는 책 쓰는 과정이 괴롭거나 그렇지는 않다. 비교적 즐겁게 하는 편이다. 조정래 선생은 글감옥이라는 표현도 썼는데, 뭐 그렇지는 않다. 사실 행복한 일이다. 책 써서 세 끼 밥 먹고 사는데 크게 불편함이 없는 삶, 중세 이후로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이 상황을 꿈꿔왔겠나. 강사 시절에 한 달에 누가 100만 원만 주면 평생 연구만 하고 싶다는 사람들이 좀 있었다. 어떻게 하다 보니까 내가 그 상황이 된 건데, 감사하지 않을 수가 없다. 

2년 전에 대학을 그만두었다. 많은 사람들이 말렸는데, 아버지 돌아가시고, 어린이들 보고, 도저히 병행할 수가 없었다. 이러다가 50대도 그냥 다 가겠다는 위기감이 들어서, 그만두었다. 뭔가 성과를 내고, 뭔가 달성하고, 더 높은 데로 가는 그런 삶은 이제는 내게 없다. 

그냥 내가 생각했던 것을 정리해서, 누군가 읽을 수 있게 하고, 그러는 일에서 행복을 느끼면서 살아가도 충분히 행복한 삶이다. 조마조마하면서 책을 냈다가, 1쇄 털면 잠시 행복해지고. 누군가 대박이라는 표현을 쓰지만, 사실 그런 생각이 머리에서 사라진 지도 좀 된다. 이미 남들이 평생 경험해보지 못할 정도의 대박이 몇 번이나 있었다. 충분히 행운도 누릴 만큼 누렸다. 

그래서 나의 목표도 대체적으로 소박하다. 1쇄를 다 털면.. 오죽하면 일본 드라마 제목이 <중쇄를 찍자>였겠나. 

요즘은 워낙 사회과학 시장이 죽어서 그런 얘기 안 하지만, 내가 가장 영광스럽게 생각하던 별명이 “한국에서 처음 등장한 사회과학 전업작가”라는 말이었다. 실제로 내 전에도 없었고, 뒤에도 없는 것 같다. 하도 궁금해서 한국의 사회과학 독자를 이런저런 방식으로 추정해봤는데, 한 만 명 정도 되는 것 같았다. 사회과학 책이 만 권 팔리면 어지간한 독자들은 다 샀다는 계산이었다. 지금은 그 정도도 안 되는 것 같다. 그런 작은 시장에서 버티다 보면 결국 남는 것은 부드러움이다. 힘으로는 제 정신으로 버티기가 어려워서, 부드러워지지 않을 수가 없다. 

그래도 ‘고마움’은 사실 잘 탑재가 안 되었다. 말로는 고맙다고는 하는데, 정말 마음 속 깊은 곳에서 감사함이 나오느냐? 아주 솔직히, 그렇게 고마움도 탑재될 정도로 내가 성숙한 인간은 못되었다. <호모 콰트로스> 2쇄 찍으면서, 정말로 마음 속 깊은 곳에서 고맙다는 생각이 드는 걸 느꼈다. 임찬규 10승 하는 얘기 같은 걸지도. 

앞으로는 정말 감사하면서 살아야겠다는 생각이, 가슴을 툭 치고 절절한 감정으로 나왔다. 나도 사람들 도울 일 있으면 더 많이 돕도록해야겠다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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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부터 도서관 경제학 책 작업 시작한다. 코로나 전에 준비하던 책이었는데. 이래저래 많이 늦어졌다. 그 동안에 정권도 바뀌었고, 정말 황당한 시대가 펼쳐졌다. MB가 제일 무식할 거라고 생각했었는데, 그와는 비교도 되지 않는 어마무시한 사람이 대통령으로 왔다. 책과 도서관을 안 좋아하는 정도가 아니라 증오하는 사람이 대통령인 시대.. 한동안 인문학이 유행이던 시기가 있기도 했는데, 한국에 대체 그런 시기가 있었나 싶게 시대는 책과 아주 먼 곳으로 갔다. 도서관이 예능 방송 주제였던 시기가 한국에도 있었다. 

도대체 도서관이라는 건 뭐냐, 이런 걸 자본주의의 탄생이라는 시점에서 살펴보려는 게 이 책의 목표다. 도서관이 도대체 무엇이냐? 

“미오기전” 읽다가 초등학교 때 학교 도서관 열쇠를 맡게 되면서 책의 세계에 들어오게 된 에피소드가 나온다. 초등학교 2학년 때 이 되바라지고, 국민교육헌장도 안 외워서 매일 교문 앞에서 벌서던 시건방진 학생을 어떻게 해야할지 고민하던 담임 선생님이 교실 한 칸을 비워서 만들어놓은 도서관 열쇠를 나에게 맡겼던 적이 있었다. 그때 나도 책을 어마무시하게 읽었다. 모든 학생이 도서관 열쇠를 가지고 있을 수 있는 행운을 가진 건 아니다. 그 이후로 백일장에 학교 대표로 나가는 시절이 시작되었다. 움베르트 에코 책에 보면, 어린시절 전국 어린이 글짓기 대회에서 파시스트를 옹호하는 영악한 글로 우승한 사연이 나온다. 나도 “공산당이 싫어요”, 그런 글로 상도 타고, 아마 국정원에서 내는 문집에 글도 실렸던 적이 있다. 

그렇지만 실제로 문학반 생활을 하지는 않았다. 중학교 때는 사진반, 고등학교 때는 전산반. 그런 걸 했다. 나중에 커서 보니까 사진반 생활했던 게 일상에서는 가장 도움이 되었다. 사진을 너무너무 좋아했는데, 이러다가는 아무 것도 못할 것 같아서 대학교 들어가면서 사진은 끊었다. 

도서관학에 대해서 진지하게 생각한 것은 컴퓨터 자연언어 공부할 때였다. 자연언어가 뭐야? 그랬더니 그게 도서관학과 교수들이 써놓은 글들이 많았다. 아, 이게 이렇게 연결되는군. 이거 미래 학문인데, 그런 감동이. 초기에 DB 공부할 때에도 문헌정보학 계열 자료들을 많이 봤었다. 이게 외워서 하는 게 아니냐. 역시 감동. 

작년에 한 번도 제대로 끝까지 본 적이 없던 <티파니에서 아침을>, 끝까지 다 봤다. 몰랐는데, 오드리 햅번이 애인하고 한 번도 해보지 않은 걸 하자고 하면서 한 게 보석집 가는 거랑 시립 도서관 가는 것. 오, 여기도 도서관이 나오네. 

도서관은 자연스러운 것이냐? 그렇지는 않다. 그 어느 시대에도 힘이 넘치고 인기가 있는 건 아니었다. 그야말로 선각자 같은 사람들이 힘을 모으고 모아서 만든 게 도서관이다. 그런 점에서는 자본주의 현상이기도 하다. 그 얘기를 해보고 싶었다. 

윤석열 같은 대통령 한 번만 더 나오면 우리나라 도서관 절반은 문을 닫거나 빈사 상태가 될 것이다. 원래 도서관은 인기 없다. 그래도 누군가 필요할 거라고 생각해서 만들고 운영하는 것이다. 

윤석열 때만 아니라면 사실 이런 얘기는 누구나 다 하는 얘기라서, 하나마나한 잔소리 같은 얘기일텐데, 윤석열의 시대, 이런 단순한 얘기도 목숨 걸고 해야하는 얘기가 되었다. 참 내, 진짜 어이가 없어서. 

사실 우리는 도서관을 스스로 만든 나라가 아니라, 다른 나라에서 다들 하니까 보고 따라서 만든 나라다. 민주주의가 배워서 하는 것처럼, 도서관도 배워서 한 거다. 그래서 도서관의 역사가 약하고, 그냥 별도로 있는 기관 정도로 생각하는 경향이 강하다. 그래서 도서관을 개떡으로 아는 정권이 들어서게 된 거 아닌가 싶다. 

사실 도서관은 원래는 보수 쪽 주제다. 돈 많이 번 사람들 혹은 나라를 정말로 잘 만들어보려고 하는 사람들이 묵숨 걸고 만들고 지키는 게 도서관이다. 박정희 기념관 만든다면 반대하겠지만, 박정희 도서관 만든다고 하면 반대할 생각 없다. 이승만 도서관도 마찬가지다. 이름이야 뭐든, 도서관은 다양하게 많을수록 좋다. 보수도 다 사람 살아가는 모습 중의 하나라서, 도서관을 소중히 여기고 지키는 보수, 이런 게 원래 보수의 모습이다. 그런 점에서 윤석열은 보수도 아니다. 

도서관이 정치 한 가운데로 밀려들어오게 되는 순간이 올지도 모르겠다. 원래 정치는 핍박받고 소외된 곳에서 시작되는 것이다. 지금은 도서관이 지켜야 하는 기관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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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식 중..

책에 대한 단상 2024. 6. 21. 09:01

문헌정보학 관련된 책 몇 권 주문했다. 하이고 비싸다. 책값 걱정하지 않고 살고 싶은데, 이 나이가 되고도 아직 그런 상태에는 도달하지 못했다. 한참 내 책들이 잘 팔릴 때에는 출판사에 부탁해서 자료들을 샀던 시절도 있었다. 지금 같아서는 그렇게 했다가는 겁나게 욕 처먹을 것 같다. 아직은 써야겠다고 생각하는 책을 낼 수 있다는 정도로 만족해야 하는. 

이번 주에 저출생 책 마무리를 해서, 이번 주는 밀린 소일이나 하면서 쉬기로 했다. 사실 그렇게 하는 중이다. 마루에서 쓰던 스피커 유닛 하나가 눌려서 망가진 게 있다. 수리는 되기는 하는데, 서비스 센터가 과천에 있다. 우와. 멀기도 멀지만, 어떤 수를 써도 대표적으로 막히는 데를 몇 군데 통과해야 한다. 그냥 티맵 따라갔더니, 88로 이리저리 돌린다. 교차로가 몇 킬로가 밀려 있다. 이렇게 해서는 도저히 끝이 안 날 것 같아서, 그냥 아는 길로. 몇 년만에 남태령 고개를 넘어갔다. 유닛 교체야 오래 걸리지 않는 일이지만, 그래도 며칠 기다려야 한다는 것 같다. 한 번 더 가야 한다. 이게 과연 쉬는 건지, 그런 생각이 잠시 들었다. 

도서관 얘기의 기본을 정리한 것은 벌써 몇 년 전이지만, 그 사이에 상황이 많이 바뀌었다. 책 안 좋아하는 정권이 들어왔고, 도서관 푸대접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주말까지는 보내고 일 시작하려고 했는데, 그래도 자료를 구하는 건 미리 좀 해놓아야 할 것 같았다. 

나는 왜 책을 쓸까? 지키고 보호하고, 그럴 존재들에 관한 얘기를 하고 싶어했다. 약한 사람, 무시당하는 존재, 그런 얘기들이 더 마음을 움직였다. 잘난 사람, 성공한 사람, 어마무시한 사람, 그런 존재들은 나 말고도 얘기하고 싶어하는 사람들이 많다. 

어려운 곳은 사람들이 별로 신경을 쓰고 싶어하지 않는다. 즐거움만 너무 찾는 사람들은 힘든 얘기들을 피하고 싶어한다. 괜히 우울해진다고 하는 사람도 보았다. 맞는 말이기는 한데, 그래도 나는 그런 얘기들이 더 마음을 움직였다. 성공 사례는 사실 정신적인 에너지가 덜 든다. 유쾌하고 즐겁고, 때로는 짜릿하기도 하다. 어려운 사람들 얘기는 에너지가 더 많이 들어간다. 정서적으로 그걸 감내하기 위해서는 더 많은 힘이 들어간다. 심호흡도 몇 배는 더 많이 해야 하고. 

유행이 있다. 시기마다 사람들 눈이 더 많이 가는 곳이 있고, 더 많이 보고 싶어하는 스타일들이 있다. 

어려운 것에 대한 얘기는 유행과는 반대 방향인 경우가 많다. 별로 보고 싶어하지 않고, 때로는 피하고 싶은 것들이라서, 유행 반대 방향에 놓이게 된다. 좋은 점은, 유행이 따로 없다는.. 어차피 사람들은 관심 없으니까. 

이렇게 사람들 별로 관심 안 가는 것들을 오랫동안 다루다 보면, 돈이 제일 중요할 것 같지만, 사실 돈은 아무 것도 아니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물론 통장이 완전 텅텅 비면 좀 다르겠지만, 그런 바닥권만 아니라면 그 이상 돈이 많거나 혹은 잔고가 좀 줄거나, 그런 게 크게 영향을 미치지는 않는다. 

제일 중요한 것은 정서적 안정이 아닐까 싶다. 좀 무덤덤해야 하고, 감정이 너무 크게 움직이지는 않아야 한다. 감정이 너무 움직이면, 다 때려치고 싶다는 생각이 제일 먼저 들게 된다. 뭘 한다고 해서 엄청나게 좋아지지는 않지만, 아무 것도 안 한다고 해서 상황이 나아지는 않는다. 아주 약간의 일에 보람을 느끼는, 그런 덤덤한 정서적 안정을 유지하는 게 생각보다 중요한 일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도서관 무시하는 건 mb가 좀 그랬는데, 윤석열은 거기에 비할 것도 아니다. 하여간 무척이나 희한한 집단이 길 가다가 어마무시한 몇 억짜리 수표가 잔뜩 든 지갑을 주운 것 같은 세상이 되었다. 책은 별로 안 읽어도 그래도 도서관은 중요하다는 얘기 정도는 하는데.. 이 아저씨는 영화도 거의 안 본 것 같다. 영화 <티파니에서 아침을>, 오드리 햅번의 첫 데이트가 보석 가계와 시립 도서관, 두 군데였다. 두 사람의 꿈을 하나씩 이루어보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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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주에 그야말로 젖 먹던 힘까지 다 꺼내서 썼다. 달리 방법이 없었다. 왼쪽 눈에 실핏줄이 터졌다. 눈이 시큰시큰한데, 그냥 안약 넣으면서 버텼다. 

그리고는 이런저런 밀린 일들이나 처리하면서 일주일을 그냥 쉴 생각이었는데, 써야할 글이 하나 밀려서, 어제 오후까지 마무리했다. 그리고는 자기 시작했는데.. 

열 한 시간을 내리 잤다. 나는 피로가 밀리면, 하루 넘게 자기도 한다. 자고 밥 먹고, 또 자고, 그러기도 한다. 그런 거 치면, 열 한 시간은 약과다. 

새벽에 일어났더니, 우리 집 어린이들이 이미 다 일어나 있다. 어린이들은 일찍 자는 대신, 엄청 일찍 일어난다. 아침 밥 해줄 시간이다. 주섬주섬, 이것저것 챙겨서 어린이들 아침 밥 줬다. 늘 이렇게 아침을 주는 건 아니다. 내가 자고 있으면, 아무 것도 해줄 수가 없다. 깨어 있으면 뭐라도 만들어주려고 한다. 아침밥 안 주면, 그냥 자기들끼리 콘프레이크 먹는데.. 그때마다 마음이 좀 아프다. 2주 전에 아내가 해외출장 갈 때부터 아침밥을 매일 해주기 시작해서, 이제 3주째 된다. 생활은 그 동안 매우 불규칙했는데, 새벽 여섯 시쯤 일어나 있는 것만 유일하게 규칙적이었던 셈이다. 그 전에 일어나기도 했고, 밥 해주고 자기도 했고. 언제까지 아침을 이렇게 해줄 수 있을지는 모르겠다. 하여간 그 기간 동안에 술을 거의 안 마셨고, 아침에 밥을 못 할 정도로 때려마신 적이 없었다. 이렇게 길게 술 때려먹지 않은 적이 거의 없을 정도다. 

요즘은 되는 일이 별로 없다. 예전에 이렇게 어려울 때면 뭔가 움직이면서 돌파구를 찾기도 했는데, 지금은 그러지 않는다. 급변의 시기, 과거적 방식으로 회귀하는 건 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아직 하지 않은 일들의 순서와 강도 혹은 방법을 바꾸는 일들이다. 시대가 변했다는 건 알겠는데, 뭘 해야 의미 있는 일들을 할 수 있을지는 아직 잘 모르겠다. 

누구랑 할지, 무엇을 할지, 어떻게 할지, 천천히 생각을 해보려고 한다. 몇 년 전만 해도 이런 시간이 오면 술을 엄청 때려먹었다. 그리고 술의 힘을 빌어, 푹 잤다. 여러 사람들을 만나고, 여러 사람들과 얘기를 하고, 또 여러 사람과 술을 마셨다. 이제는 피로하면 술이 없어도 푹 잔다. 나이를 먹으니까 생겨난 변화다. 몸의 피로가, 술의 도움 업이도 그냥 뻗을 수 있게 만든다. 

내가 이해할 수 있는 차이는 딱 하나다. 술이 떡이 되어서 자고 일어나면 아침밥을 할 여력이 안 된다. 아마 육체적인 이유라기 보다는 정신적인 이유인 것 같다. 힘들어서 술 먹고 일어났는데, 아침밥 준비할 정서적인 준비까지는. 그냥 피곤해서 자고 일어나면, 아침 밥도 하고, 설거지도 하고. 

며칠 째 저녁 먹자마자 잤더니, 아내랑 길게 얘기한 게 벌써 며칠 되는 것 같다. 아내가 감자를 왕창 삶아서 뭔가 하려고 했던 것 같은데, 감자 껍질을 안 벗겼다. 쭈구리고 앉아서 으깨지다 만 감자껍질을 벗겼다. 감자껍질에 붙은 감자살을 버리기 아까와서 먹는다, 부슬부슬, 맛있게 삶아졌다. 햇감자다. 아, 노지 감자가 이제 나올 시기겠다. 

20대부터 술 때려 마시면서 살았다. 많은 결정을 술과 함께 내렸다. 이제 처음으로 술 안 때려먹는 삶을 살기 시작한다. 별 거는 아니고, 게다가 돈이 드는 일도 아니지만, 뭔가 새로운 삶을 살기 시작한 것 같은 약간 노곤하면서도 상쾌함이 느껴진다. (그래도 가끔은 친한 사람들과 술 때려먹는 일이 아주 없지는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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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오기전" 읽고 있다. 절반 정도 읽었다. 한침 낄낄 대다가, 갑자기 마음이 숭고해졌다. 삶의 무게란. 

지난 일주일, 저녁에 조금씩 자면서 거의 밤 새워서 저출생 책 마무리했다. 어제 저녁도 안 먹고, 그냥 자버렸다. 큰 애 방에서 잤다. 밤중에 큰 애가 자기 자야되니까 비키라고 했다. 너무 졸려서, 그냥 옆에서 자라고 했다. 큰 애도 별 수 없이 그냥 옆에서 낑겨서 잤다. 어린이 침대에서 같이 잤다. 

무려 아홉 시간 넘게 자고, 새벽에 일어났다. 이것저것 주섬주섬, 새벽에 저녁 밥을 먹고. 그리고 "미오기전" 읽기 시작했다. 이 속도면 몇 시간만 더 읽으면 다 볼 것 같은데. 밖은 이미 환해졌다. 

저녁 때 설거지를 안 해놓고 자서, 설거지가 밀려 있는 게 생각났다. 지금 설거지를 해야, 어린이들 아침 밥을 해줄 수 있다. 별 대단한 건 아니지만, 3주째 매일 아침밥을 해줬다. 그냥 해주고 싶어서. 

나는 활자중독은 아닌 것 같다. 일상을 해칠 정도로 책을 읽거나 글을 읽지는 않는다. 때가 되면 그냥 하던 일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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