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년이다. 무겁지 않은 책을 골라봤다.

 

출간 중간에 순서가 바뀌기는 했지만, 실제로 내가 제일 처음 쓴 책은 음식 책이었다. <음식국부론>, 내가 제일 자신있는 얘기로 제일 처음 집어든 주제였다. 나름 선방을 했고, 나중에 <도마 위에 오른 밥상>으로 제목이 바뀌었고, 문고판도 나왔다.

 

요즘도 음식 책을 종종 읽는다. 제이미 올리버를 으뜸으로 친다. 그게 모티브가 되어 올해 낼 농업경제학을 재구성하는 하는 중이다.

 

음식만 들여다보고 있으면 그 나라의 문화는 물론이고 경제도 보인다. 그리고 집권층이 어떤 사람인지도 보인다.

 

이해림의 <탐식 생활>은 음식 책으로만 국한해서 보자면, 가장 정직한 책이다. 그리고 '사카린' 없는 책이다. 화려하지는 않다. 그래서 믿고 볼만한 책이기도 하고.

 

레시피를 중심으로 만들어지는 많은 책 중에서는 좀 그런 책들이 많고, 특히 아이들 이유식 책 중에는 "미친 거 아냐", 그런 생각을 하게 만드는 책들도 많다. 애들 입에 사카린을 털어넣는 듯한 느낌을 받게 만드는.

 

음식은 자본주의 현상이고, 권력 현상이다. 그래서 분석할 가치가 있고, 여전히 미래적 가치가 있다.

 

이해림의 책은 그 밑재료에 관한 가장 우수한 책 중의 하나다.

 

이 시점에서 당연한 반론이, 그럼 소박한 밥상은?

 

우리는 대개 탐식생활과 소박한 밥상 사이에서 살아간다. 그리고 많은 사람들의 일상은 정크 푸드로 구성된다. 어쩔거냐? 가끔은 탐식도 필요하다. 그래야 맛을 잊지 않고, 진짜 음식을 정크 푸드 사이에서 가려낼 수 있게 된다. 그럼 돈은?

 

그건 정부에 주장할 얘기다. 우리도 탐식생활 좀 하게, 소득 좀 보장해주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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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 민주주의 책, 첫 강연은 연금관리공단에서 하게 되었다. 얼마 전에 전주 갔다왔고, 며칠 전에도 갔다왔는데, 또 가게 된다. 그리고 좀 있다 또. 

직장 민주주의는 형편 되는대로 강연 좀 할 생각이다. 정부에서 직장 민주주의 인증제를 만들지 안 말들지는 모른다. 그렇지만 좀 지나면, 내가 강연을 한 직장과 하지 않은 직장으로 나뉘게 될지도.. (원래 꿈은 야무지게 꾸는 게.)

 

여전히 나는 지금보다는 나은 세상을 꿈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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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에 관한 출간 소식을 듣자, 기분이 좀 묘했다. 메일 박스를 뒤져봤는데, <우리는 유권자다>라는 책을 만들면서 오고 간 메일이 남아있었다. 실제 만나기도 했었고. 파란이라는 아이디를 썼다. 얼마 출판사의 정혜인 대표. 정작 저자에 대해서는 잘 몰랐다.

 

나는 만난 적은 없지만 어쨌든 내 삶에 많은 영향을 끼친 영화사 아침의 대표 정승혜도 암으로 세상을 떠났다. 정승혜 곁에 있던 사람들이 지금 나와 일하는 동료들이다.

 

 

정승혜 기일에 사람들이 모여서 얘기하다가 이 책에 관한 얘기가 나왔나 보다. 그날 밤에 득달같이 나한테 이 책을 꼭 읽어봐야 한다고.. 그래서 읽었다.

 

결혼을 한 모든 사람들이 이 책을 보면 좋겠다. 그리고 나이를 먹어도 철이라는 게 도무지 들 것 같지 않은 조선식 남자들에게는 특히 좋을 것 같다.

 

(나는 인터넷에 나와있는 레시피는 거의 쓰지 않고, 요리 방송에 나오는 음식 레시피도 잘 안 쓴다. 설탕을 너무 많이 넣고, 이것저것 '사카린' 느낌의 킥을 남발하면서.. 결국 이거나 저거나 다 비슷한 맛이 나게 된다. 20대 때 인도 친구가, 니가 해주는 음식은 묘하게 음식 맛이 비슷해, 그런 얘기를 했었다. 그 때 미원이나 다시다 등 온갖 식품 첨가물을 다 끊었다.)

 

(서문 읽기를 하면서, 앞에 책에 관한 단상 같은 것들을 조금 얘기해볼까 하는 생각이 드는데, 결국 사카린일 뿐이라는 생각이.. 녹음 파일이 좀 쌓이면 중학생 특히 남학생들이 책에 익숙해질 때 좀 도움이 되었으면 하는 생각이 약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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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news.joins.com/article/23247698

 

“갑질 상사에 맞아도 버틴다”…남자도 회사 가기 싫은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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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매일 아침 일터로 향한다. 그 발걸음이 조금 더 가벼워질 수는 없을까. [사진 중앙DB]

우리는 매일 아침 일터로 향한다. 그 발걸음이 조금 더 가벼워질 수는 없을까. [사진 중앙DB]

'워라밸'이 전부가 아니다…지금 필요한 건 '직장 민주주의'
 
"나는 아무것도 아니다, 아무것도 아니다."

우석훈 신간『민주주의는 회사 문 앞에서 멈춘다』
직장 안의 군대식 문화+선후배 문화 돌아봐야

 
직장인 김 모 씨는 아침에 회사 로고가 박힌 정문을 지나면서 이 주문을 열번쯤 되뇐다. 김 씨는 회사에 들어갈 때마다 영혼이 없어지고 몸만 작동하는 것 같았다. 퇴근길에 회사 정문을 나서야만 비로소 자신으로 돌아갈 수 있었다. 하지만 그 순간은 찰나와도 같았다. 다시 회사로 돌아가면 두꺼운 갑옷 속에 자신을 숨겨야만 살아갈 수 있었다. 
 
똑같진 않더라도 직장인이라면 누구나 김 씨와 비슷한 감정을 느껴봤을 것이다. 매일 출근길이 즐거운 사람은 몇이나 될까.
아침에 출근하기 위해 지하철을 기다리고 있는 직장인들. [사진 뉴시스]

아침에 출근하기 위해 지하철을 기다리고 있는 직장인들. [사진 뉴시스]

 
'워라밸'이 전부가 아니다
최근 우리 사회에선 일과 삶의 밸런스(Work Life Balance), '워라밸'을 추구하자는 말이 유행처럼 퍼지고 있다. 냉정하게 따져보면, 일과 삶 사이에 균형을 찾자는 말은 일은 고통이고 일 외의 삶은 즐거움이라는 사실을 전제하고 있다. 즉, 고통의 시간을 조금이라도 줄여보자는 몸부림이 바로 워라밸의 실체인 것이다.

표지

표지

 
워라밸은 개인의 차원에서 수동적으로 보면 맞는 말이다. 하지만, 민주주의 관점에서 적극적으로 보면 이게 전부는 아니다. 최근 출간된 책 『민주주의는 회사 문 앞에서 멈춘다』(우석훈 지음, 한겨레출판, 1만5000원)에서 저자는 '일 자체가 덜 고통스러울 수는 없을까?'라고 질문을 던진다. 책에는 앞서 소개한 김 씨를 비롯한 생생한 사례도 여럿 소개돼 있다. 
 
전근대적인 직장이 문제다 
저자는 한국 사회에서 일이 고통스러운 이유는 일 자체가 힘들기 때문만은 아니라고 말한다. 그보단 일하는 과정에서 사람들에게 치여서 발생하는 고통이 대부분이라는 것이다. 함께 일하는 상사와 동료와의 관계, 지휘 체계와 조직 구조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는 경우가 허다하다는 설명이다.
 
저자는 이 모든 이유가 대한민국의 '직장 민주주의'가 형편없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군대식 문화에 (외국에선 듣지도 보지도 못한) 선후배 문화가 결합하면서 층층의 수직 문화가 형성됐다는 것이다. 설상가상 조직폭력배들의 형님 문화까지 더해지며 현재 한국의 기업문화가 만들어졌다는 것. 이는 자본주의와도 상관없고 정상적인 현대 기업의 조직론하고 상관없고 그저 '전근대적'이라는 게 저자의 지적이다.
 
우리는 모두 직장의 피해자들
책에 따르면 직장인 박 모 씨는 몇 년 전 임신으로 부풀어 오른 배가 운전대에 닿는 상태에서도 운전하고 회사에 출근했다. 출산휴가에 들어가기 전 최대한 많은 일을 미리 해놓는 편이 복귀를 위해 좋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출산 휴가에서 다시 돌아온 일터는 싸늘했다. 자신이 원하지 않는 부서로 여러 차례 발령을 받은 박 씨는 결국 얼마 못 가 사표를 내고 말았다.
 
직장이란 군대 안에서 일차적인 피해를 보는 건 여성들이다. 군대 안에서 전투하는 건 남성들이고, 여성들은 전투를 위한 보조 요원 혹은 지원기능 정도로 인식된다. 이 때문에 유리 천장이 생겨나고 출산 육아로 인한 여성들의 경력 단절이 생겨난다.
 
그렇다면 전투병인 남성들은 엄청난 수혜자인가. 그렇지도 않다. 강압적이고 고압적인 분위기 속에서 개인을 지워야 하고, 납득되지 않는 상사를 무조건 견뎌야 한다.  
지난 10월 30일 뉴스타파는 양진호 회장이 2015년 4월 경기 성남시 분당구 위디스크 사무실에서 전직 직원을 폭행하는 모습을 담은 영상을 공개했다. [사진 뉴스타파]

지난 10월 30일 뉴스타파는 양진호 회장이 2015년 4월 경기 성남시 분당구 위디스크 사무실에서 전직 직원을 폭행하는 모습을 담은 영상을 공개했다. [사진 뉴스타파]

'물벼락 갑질'로 물의를 일으킨 조현민 전 대한항공 전무가 지난 5월 서울 강서경찰서에 피의자 신분으로 출석했다. [사진 뉴스1]

'물벼락 갑질'로 물의를 일으킨 조현민 전 대한항공 전무가 지난 5월 서울 강서경찰서에 피의자 신분으로 출석했다. [사진 뉴스1]

저자는 사회 전체로 보면 갈등 비용을 줄이고 경제의 다음 단계로 진입하기 위해서라도 직장 민주주의가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최근 '대한항공' '아시아나항공' '위디스크' '교촌치킨' 등 기업 내에서 발생한 오너 갑질은 모두 직장 민주주의가 이뤄지지 않은 폐해라는 것이다. 
 
문제를 문제라고 말하는 것부터
그렇다면 해결책은 무엇인가. 굳이 선진국에서 사례를 찾지 않아도 된다. 책에서는 한국을 대표하는 협동조합으로 자리 잡은 '서울우유', 수평적 관계를 실현한 '카카오', 직원 투표로 회사 대표를 결정하는 '여행 박사' 등을 한국에서 직장 민주주의를 실현한 긍정적 사례로 꼽았다.
 
무엇보다 문제의식을 정립하는 것에서 출발해야 한다. 저자는 지금 우리가 다니는 회사의 이름에 '민주주의'를 붙여보라고 말한다. 예를 들면 '중앙일보 민주주의'처럼 말이다. 그러면 생각하게 된다. '중앙일보 민주주의'는 어떠한가. 이는 문제를 인지하고 지향점을 세우는 과정이다. 이것만으로도 엄청난 차이가 있다. 
직장인들에게 꿈의 회사로 꼽히는 구글 [사진 중앙DB]

직장인들에게 꿈의 회사로 꼽히는 구글 [사진 중앙DB]

 

저자는 "직장 민주주의가 지금 우리에게는 정의나 인권의 문제만은 아니다. 집단적인 바보짓을 줄여서 돈과 시간의 낭비 그리고 조직의 실패를 줄여야 다음 길이 열린다"고 말했다. 이어 "경제적으로도 더는 질서정연한 바보짓을 유지할 여유가 없다. 질서정연하고 스마트하게 바보짓 하는 시대, 지금 우리는 이 길에서 빠져나와야 한다"고 역설한다.

 
정아람 기자 aa@joongang.co.kr


[출처: 중앙일보] “갑질 상사에 맞아도 버틴다”…남자도 회사 가기 싫은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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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은 책이나 읽으려고 하는 책들 서문만 소리내서 읽어보는 일을 해볼고 한다. 너무 책을 안 읽어서..

 

서문이 뭔데? 그걸로 돼? 책에서 작가가 가장 공들여서 쓰고, 가장 많이 고치는 글이 서문이다. 거기에 인삿말 위주로 쓰는 사람도 있고, 가장 하고 싶은 메시지 위주로 쓰는 사람도 있다. 테크닉을 발휘하기도 한다. 하여간 독자들이 가장 먼저 읽는 글이라서, 가장 중요하다는 것은 말 할 필요가 없다.

 

번역가 박산호의 에세이집은 나름의 매력이 있다. 혼자 일하는 사람, 그들의 애환가 즐거움, 그런 것들이..

 

아마 두 번 정도 점프를 더 하면 그의 인생의 클라이막스로 갈 것 같다. 책과 함께, 지켜보는 설래임이 있다. 박산호, 파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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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도 너무 책을 안 읽어서, 억지로라도 좀 읽어보기 위한 발광을.

 

'재해에 관한 전력 네트워크'라는 책은 눈물 나는 책이다. 동일본 대지진 이후 일본은 곤경에 처했다. 어쩌면 좋을까, 그런 일련의 책들이 와세다 리포트라는 형태의 문고판으로 나왔다.

 

우리는 고려대학교 출판부에서 하여간 출간은 했다.

 

애보면서 나도 책을 너무 안 읽어서 그야말로 고육지책으로, 녹음이라도 좀 해보기로. 진짜 발버둥을 치는 중이다.

 

서문 읽는데, 눈물 날 뻔 했다.. 우리는? 뭘 알아야 면장을 해먹을 거 아닌가 싶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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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 개구리가 건방증 있어?

건방증? 건망증이겠지. 얘기는 이렇다. 애들 보는 책 중에 개구리가 올챙이 적 시절을 모른다는 얘기가 나온다. 옆에서 "개구리가 건망증이 있나봐", 요렇게 한 마디. 그 얘기를 일곱 살 큰 애가 한 거다.

그나저나 건방증.. 이게 한국 엘리트 남성들의 고질병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문득. 높은 관지만 가면 엄청 건방증 심해지고, 운좋게 돈 좀 벌었다 싶으면 건방증 중증으로 가고.

나도 예전에 건방증이었을까? 스스로 돌아보게 된다. 분명 건방증 시절이 있었을 꺼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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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0월부터 강연을 없애는 중이었다. 내년에는 강연 계획이 없었다. 애들 보면서 강연 일정 소화하는 것도 무리고, 그렇게까지 힘들게 살 필요는 없을 것 같았다.

직장 민주주의 책은, 결점이 없는 책이다. 난이도 조절에 실패하거나, 구조를 너무 무리하게 짰거나, 아니면 너무 안이하게 주제에 접근했거나.. 지나고 보면 크고 작은 결점들이 책에서 보인다. 직장 민주주의 책은 더 잘 쓰기가 어렵다고 생각한다. 물론 더 좋게 만들 수는 있겠지만, 내 실력으로는 여기까지가 거의 극한치다. 그리고 게임이론을 비롯해서 지나치게 어려워보이는 2장을 완전히 들어내서, 몇 페이지로 결론만 요약했다.

책 반응은 별로다. 보통은 이러면 그냥 내려놓고 다음 책 일정으로 넘어간다. 그래도 이 주제는 이렇게 하면 안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생각하는 제일 큰 문제는, 일단 내가 인기가 바닥이라는 점. 애 보면서 방송에도 안 나가고, 딱히 노출될 만한 일을 하는 게 없다. 국민연대 공동대표하던 시절처럼 시민운동 맨 앞에 서 있는 것도 아니고.

되는대로 지방에서 몇 군데 강연 일정을 잡았다. 부산이나 광주 같은 데는 강연장 채우기가 어렵다는 이유로 강연도 못 잡았다. 부산대에서 대형 강의실 꽉꽉 채우던 시절도 있었지만, 애 둘 보는 아빠가 그런 옛날 생각 해봐야 별로 정신건강에 좋은 일도 아니고.

나는 강연은 정말 최소한만 하고, 그것도 되게 까다롭게 고른다. 기업 강의는 안 하고, 특히 직원 교육용 강의는 절대 안 한다. 그런 데는 '긍정적 마인드' 같은 강의가 더 어울린다. 괜히 이것저것 비판하는 얘기를 그런 데 가서 해봐야, 서로 불편하기만 하다.

이번에는 기업 강의도 하기로 했다. 주제가 그렇다.

아직 날짜는 안 정해졌는데, 여성정책연구원에서 하기로 했고, 연금관리공단 노조에서 하기로 했다. 무리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되는대로. 그래도 많이 가면 갈수록 뭔가 변화가 생길 거라고는 생각한다. 삼성계열사에서도 강연 부탁 들어온 게 하나 있다. 할 생각이다.

시민운동 하던 시절에는 정말 바닥에서 돌아다니는 일을 많이 했었다. 풀뿌리 민주주의 운동의 일환으로, 지역에서 조그만 단체 생길 때 창립 기념 특강, 이런 것도 많이 했다. 강의료 받는 것 보다 술 사주는 돈이 더 많이 들어간.. 나는 그런 일에는 아주 익숙하다.

본격적인 직장 민주주의 책은 우리나라에서는 처음 나왔다. 생활 경제, 생활 민주주의, 최근에 이런 생각을 가지고 책을 계속 써오고 있었다. 이번에는 좀 전환점을 만들 수 있을 것 같다.

날은 춥다. 그리고 해는 저물고 갈 길은 먼, 그런 나그네 심정은 아니다. 낙수물은 차고, 장부가 길을 떠나면 돌아오지 않으리, 그런 형가의 심정도 아니다. 초봄에 씨 뿌리는 농부의 심정에 더 가깝다.

당분간은 좀 돌아다니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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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고 긴 크리스마스가 끝났다. 이제 설거지 시작하면 연휴도 끝.

어제 저녁에 식구들 전부 명동성당에 가서 한참 싸돌아다니고, 이것저것 먹고 왔다.

오늘은 오전에 아이들하고 목욕탕에서 옥터넛 놀이하고, 그 김에 목욕까지.

점심 먹기 전에는 애들 태어나고는 정말 처음으로 악보집도 좀 만들고, 기타도 약간.

오후에는 큰 애 데리고 처음으로 극장에서 점박이2를 보고 오는 쾌거를. 극장만 가면 어두워서 무섭다고, 결국 데리고 나왔어야 했는데, 오늘은 눈도 떼지 않고 끝까지 봤다. 팝콘 먹어가면서.

저녁은 겁나 맛있게 먹고, 애들 둘과 격투를 30분이나. 놀만큼 놀았다.

그러면 기분이 아주 좋은가? 그렇지는 않다.

내가 하는 일들은 여전히 지지부진, 혹독한 시간을 버티고 있다. 잘 되는 일과 잘 되지 않는 일들이 섞여 있는데, 그래서 그럭저럭 버티기는 한다. 버티기는 하지만, 마음이 마냥 좋은 것만은 아니다.

문재인 정부는, 잘 못한다. 그리고 왜 못하는지도 잘 모르는 것 같다. 뭐라도 좀 적어서 보내보라는 주문들이 약간 있기는 한데, 그렇다고 내가 뭘 엄청나게 아는 것도 아니고.

태안 발전소 사건은 나에게 충격과 그리고 골치아픔을 남겨주었다. 다음 달에 발전소 한 번 가볼까 말까, 그렇게 일정을 생각하고 있던 중이었다.

지금에라도 다음에 사고 날 것 같다고 생각되는 것들을 쭉 짚어서 어디에 쓸까? 그러나 나는 시간이 그렇게까지 되지는 않는다. 마음이 그냥 답답하다.

연구소 같은 거라도 하나 만들자고 후배들이 나를 달달 볶는다. 그러나 여력이 안 된다, 도니도..

나이 50, 깃발 들기 딱 좋은 나이이기는 한데, 뭣 모르고 깃발 들었다가 "죽기 딱 좋은 날이네", 이런 꼬라지를 만나게 될 것 같다.

딱히 시원하게 되는 일은 없는데, 뭔가 꽈배기 꼬이듯이 배배 꼬여들어가는 듯한 이 느낌적인 느낌은 뭘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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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지의 제왕에 나오는 김리. 그는 북부 난쟁이의 대표였다..)

 

몇 해 전에 아내와 파리에 좀 길게 가 있었던 적이 있었다. 그 때 시트콤을 잠시 봤는데, 난쟁이 아줌마가 사랑의 요정으로 나오는 얘기였다. 앞뒤를 다 보지는 못했는데, 뿌듯하고 감동이 있는 그런 얘기였다.

 

인구 비례로 장애인이 태어나고, 그 중에는 난쟁이도 있고, 또 다양한 종류의 장애가 있다고 알고 있다. 한국의 tv에서 난쟁이를 본 기억이 거의 없다.

 

헐리우드 영화에도 난쟁이들은 자주 나온다. <반지의 제왕>에는 주인공급이고, <해리포터>에는 요정 도비를 비롯해서 또 수많은 직군의 난쟁이들이 나온다. 당연히 호그와트의 선생님 중에도 등장한다.

 

최근의 한국 영화나 드라마에서 난쟁이를 본 기억이 거의 없다. 헐리우드나 영국 영화에서도 난쟁이들이 이 정도로 존재하지 않게 묘사되지는 않는다. 이건 왜 그런 것일까?

 

한국 사회가 어떤 사회인가, 가장 상징적으로 내가 생각하는 게 난쟁이와 꼽추라고 불리는 척추 질환자. 70년대로 형성되는 어린 시절의 기억에는 꼽추들이 동네에 있었던 기억이 난다. 시장에서 짐을 나르는 아저씨가 그랬다. 시장 귀퉁이에서 순대 사먹는 걸 좋아했었는데, 막일 하는 아저씨 한 명이 꼽추였다. “아줌마, 얘 간도 좀 많이 주세요.” 뭐 좀 더 주라고 한 마디씩 거들어주고 가고는 했다.

 

그럼 유신 시대의 한국 사회가 전두환 군사정권을 거치고 다시 민주화 정권을 거치면서 꼽추 같은 장애는 아예 극복을 하게 된 것일까? 더 이상 한국에는 난쟁이는 태어나지 않는 것일까? 그럴 리는 없다.

 

프랑스에서 난쟁이 아줌마가 요정으로 나와 주인공이 되는 시트콤을 보면서, 선진국과 그렇지 않은 사회의 차이에 대한 생각을 했다. 그리고 우리가 얼마나 폐쇄적이며, 그야말로 선남선녀를 지향하는 국가인지도.

 

외모차별을 하지 말자고 하지만, 말 그대로 예쁜 것들만 좋아하는 좀 지나치게 표준형 사회다. 거기에서 벗어나는 사람들은 진짜 아무 것도 하지 못하게, 그렇게 빡빡하다.

 

그 한 극단에서 난쟁이와 꼽추에 대한 생각을 가끔 한다. 그들은 한국에서 어떻게 지내고 있을까?

 

길거리에서 꼽추 보신 분 있으신가? 나는 못 본지 좀 된다. 그러면 없는 건가?

 

길거리나 지하철에서 혹시 최근에 난쟁이 보신 분 있으신가? 나는 없다.

 

없는 게 아니라, 약간 다르다는 이유만으로 돌아다니기도 어려운 게 한국 사회가 아닐까 싶다. 1인당 gdp 1만 달러 넘어갈 때에도 그랬고, 2만 달러 넘어갈 때도 그랬다. 그리고 이제 막 gdp 3만 달러 넘어간다는 데 여전히 한국은 그렇다.

 

어떻게 보면 21세기 한국인은 냉정한 걸 넘어서 참 잔인한 사람들인지도 모른다. 다른 것을 못난 것이라고 하면서 아예 곁을 내주지 않으려고 한다.

 

길거리에 존재하지 않는 난쟁이, 이 문제는 많은 것들의 뿌리에 해당하는 의식일지도 모른다. 임대주택 자녀들이 같은 학교에 들어오지 못하게 아예 사유지라고 길을 차단하는 부모들, 이게 전혀 다른 문제일까?

 

왕한테 예쁨 받는 것들, 여기 다 모였구나?”

 

사도세자 유아인이 영화 <사도>에서 했던 대사다. 크리스마스, tv 어디를 봐도 예쁨 받는 것들만 나온다.

 

예수님의 탄생, 그가 예쁨 받는 예쁜 것들을 위해서 이 땅에 오셨겠는가? 그가 십자가에서 세상 모든 짐을 다 지고 하늘로 떠날 때, 왕한테 예쁨 받는 것들을 위해서 그 모든 짐을 지고 가셨겠는가?

 

크리스마스, 한국에 존재하지 아니 존재하지 못하는 난쟁이와 꼽추, 그렇게 예쁨받지 못하는 것들을 위해서 잠시 머리를 숙인다.

 

우리가 선진국이 되는 것은, 그들이 당당하고 자신 있게 길거리로 나와서 쇼핑도 하고, 식당도 가고, 그런 순간이다. ‘노키즈존이 정말 역겨운 것은, ‘키즈이하로는 전부 출입금지의 함의를 가지고 있어서 그렇다. 그런 식당에 난쟁이, 꼽추, 환영 받겠는가?

 

크리스마스다.

 

한국의 모든 예쁨 받지 못하는 사람들을 위해서 나는 잠시 머리를 숙인다. 그런 날이 오기를 위해서, 잠시 기도한다.

 

우리에게는 많은 문제가 있다. 정권의 문제, 경제 문제, 교육 문제, 사회 통합의 문제.. 그러나 가끔 그렇게 여나 야나 문제 축에 끼어주지도 않는 진짜 문제에 대해서 생각해보게 된다.

 

예수가 말구유에서 태어난 날이다.

 

장애인 아이를 두고 힘들어하는 이 땅의 모든 부모들을 위해서도, 잠시 기도..

 

난쟁이 아줌마가 tv 시트콤의 주인공이 되는 날, 그날이 우리가 진짜 선진국이 되는 날이다. 대치동의 엄마, 아빠가 주인공인 나라에서, 다른 시대로 한 번 더 넘어가야 한다.

 

그 날은 올 것이라는 희망을 아직도 버린 적은 없다.

 

(명동 성당, 크리스마스 이브, 아이들과 함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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