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업 경제학은 중학교 2학년인 아들에게 쓰는 편지 형식의 책이다. 3월 중반부터 크리스마스까지 매주 한 통씩 쓰게 되는데, 방학 때 좀 줄이고 하면 대략 40개 내외의 편지가 될 것 같다. 여기에 8장보다 좀 줄여서 장 구조를 갖추게 되고, 장마다 시작하는 글 하나씩 들어가니까, 이래저래 50개 미만의 절로 만들어지는 책 구조를 갖게 된다.

첫 번째 편지를 막 끝내고, 내가 지금 중요한 일을 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88만원 세대' 쓰면서, 십만 부는 간다는 느낌을 받았다. 실제로는 몇 배 더 팔렸다. 그 보다 더 강렬한 느낌을 받았다. 책 사정은 그 때보다 훨씬 나쁘지만, 그 때도 사회과학 상황이 좋다고 하던 때는 아니었다. 요즘 농업에 대한 관심이 정말 바닥이지만, 그 시절, 20대나 세대에 관한 문제에 대한 관심은 아예 없었다. 물론 결과는 내봐야 아는 거지만, 만드는 사람 입장에서 갖게 되는 느낌 같은 게 있다.

책이라는 게 그렇다. 매번 최선을 다하지만, '케미'를 만드는 것은 그냥 만들어지는 것은 아니다. 그게 뭔지 실체도 불분명하다. 역사적으로 그런 게 성공한 대표적인 책이라면 나는 '빨간 머리 앤'을 들 수밖에 없을 것 같다. 캐나다 어느 한 변의 프린스 에드워드 섬의 한 여성이 쓴 글이 그렇게 세계적인 히트를 치게 될 줄 누가 알았겠느냐. 내가 이 얘기에 대해서 들여다보게 된 건, 아일랜드, 스코틀랜드 등 반지의 제왕의 상징들을 찾아보다가 북구 신화와는 또 다른 계열의 기괴한 상징들에 대해서 찾아보게 되면서였다. 마침 그 시절, 마법 학교 호그와트에서 벌어진 해리포트도 세계적인 히트를 치던 중이었다. 이런 얘기들을 따라가다보니까 나도 아일랜드 환상이 가득한 몽고매리 여사의 얘기들을 다시 들여다보게 되었다.

프랑스 사람에게 아일랜드 등 소위 켈트 상징은 좀 각별한 의미를 갖는다. 빨간 머리, 대놓고 켈트족의 환상을 거론하는 얘기인데, 어린 시절 앤의 얘기는 이런 켈트풍 상징으로 가득하다. 런던과는 좀 경계감이 있는 상징인데, 프랑스로 대표되는 또 다른 대륙에서는 "엄머, 이건 내 얘기야", 그렇게 먹어주고 들어간. 여기에 스코틀랜드의 소위 '네오스토이시즘', 신금욕파가 가졌던 매우 별란 서구 근대사의 사상적 전통을 만나게 된다.

요즘 욕 더럽게 많이 먹는 꿀벌의 우화의 맨더빌이나 공리주의의 벤담, 이 사람들이 매우 독특하다. 이 사람들하고 사상적으로 직접 연결되는 게 멘더빌-아담 스미스, 벤담- 존 스튜어트 밀, 그렇게 나온다. 동시대 사람들이고, 다들 정말 친했다. 거기서 아담 스미스의 <국부론>이 나왔고, 존 스튜어트 밀에게서 여성들의 인권과 권리 그리고 참정권에 대한 주장이 나온다. 19세기에 여성에 대해서 교육을 해야한다는 가장 적극적인 얘기들을 스코트랜드의 전통이라고들 한다. 신금욕주의의 또 다른 정신적 다리이기도 한다. 물론, 여기에 관심 갖는 사람은 잘 없다.

이런 게 '빨간 머리 앤'에 다 모여있다. 비슷한 흐름의 또 다른 축으로는 당연히 '오만과 편견'인데, 지독할 정도로 지적인 스노비즘을 추구한 런던의 전통과, 뭔가 이교도적이면서도 환상적 그리고 어디선가 엘프가 튀어나올 것 같은 낭만의 전통에 서 있는 '빨간 머리 앤'이 기묘하게 대척점을 이룬다.

뒤에 성공한 얘기의 성공사례를 분석하는 것만큼 허탈한 얘기도 없지만, 나는 켈트 전통과 스코틀랜드의 근대철학의 흐름 같은 게 만든 환상적 공간, 그런 게 빨간 머리 앤을 뒷받침하는 철학적 배경이라고 보았다.

처음 책을 쓰면서 내가 제일 많이 참고한 것은 움베르트 에코와 '빨간 머리 앤'이었다. 그리고 보조적으로 프랑크 허버트와 아이작 아시모프를 보았고. 앤 얘기의 4권은 편지와 일기로 이루어져 있다.

지금도 수많은 로맨스 코미디가 만들어지지만, 앤의 얘기는 캐나다에서 본 세상 그리고 거기에 들어가 있는 수많은 켈트적 상징과 환상 그리고 여성들만이 갖게 된 복잡한 의식 그런 게 일종의 케미를 만들게 된다. 그래서 세익스피어의 골 때리게 웃긴, 그렇지만 런던 중심의 서사와는 좀 결이 다른 게 만들어진 거 아닌가 싶다.

농업경제학 첫 번째 편지를 마치고, 낭만의 시대에 대한 좀 더 현실적인 블랙유머를 다루는 법에 대한 생각이 좀 들었다. 나는 실패한 인생이다. 뭔가 좀 더 아는 게 많다고, 그 실패가 가려지거나 없어지는 것은 아니다. 인생으로는 실패했을지 몰라도, 그렇다고 험악하고 힘들게 살 필요까지 있나 싶다. 그 주변부적 의식이 켈트 전통에 있고, 몽고메리 여사에게 있었던 것 같다.

첫 편지를 쓰고 나서 나도 알았다. 내가 속세적 관점의 인생으로서는 실패한 인생이라는 것을. 그걸 내가 담담하게 받아들여야 두 번째 편지를 쓸 수 있을 것 같다.

내 인생에 가장 영향을 미친 영화 대사 하나를 고르자면..

대부 2편에 마이클의 둘째 형인 프레도가 엄마 장래식에서 했던 대사다.

"I'm smarter than you."

망설이던 마이클이 결국 이 말 한 마디로 형을 죽이게 된다. 그 가족을 끝까지 따라다니는 동족 살해의 비극을 잉태시킨 한 마디이다. 한국 남자, 아니 한국의 엘리트 남성들이 가장 마음 속으로 하고 싶은 한 마디가 이게 아닐까 싶다. "난 너보다 똑똑해."

이 얘기로 한국을 가장 처절하게 읽은 사람이 강준만 선생이라고 생각한다. 수없는, I'm smarter than you들.

이 충동을 내려놓기는 어렵다. 망한 인생이라는 것을 인정해도, 그래도 사실은 내가 쟤보다 더 똑똑해, 이런 바보 같은 전통 속에서 살아간다.

이제 나는, 그런 생각도 좀 내려놓을 수 있게 된 것 같다.

몽고매리 여사가 앤의 첫 권을 마무리하는 여정에서, 무슨 생각을 했을까? 오늘 그 생각이 문득 들었다.

Posted by retired
,

신임 총리..

잠시 생각을 2019. 11. 29. 12:12

김진표가 총리가 될 것은 지난 주에는 알았다. 사정이 좀 복잡하기는 한데, 아주 어려워질 것이라는 의견 정도만 얘기했다.

한겨레 21에서 이진경 선생과 대담을 한 적이 있다. 서초동 집회에서 충분한 의견을 보여주어야 앞으로 경제개혁 등 원하는 개혁을 할 수 있는 거 아니겠냐는 얘기에, 나는 그냥 말끝을 흐렸다. 그렇게 되기가 어려울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확실한 것은 문재인 정부가 1기, 2기로 나뉘게 될 것이고, 그게 총리의 성향으로 나뉘게 될 것은 이제는 명확해 보인다. 더 좋은 방향 그리고 개혁의 방향이 되지는 않을 것 같다.

경제가 어떻게 될 것인지를 지금 예상하기는 쉽지 않다. 그렇지만 구체제가 더 힘을 받을 것이고, '올드 보이'들이 좀 더 전면에 나설 것 같다. 시대가 뒤로 가는 걸 처음 본 것은 아니다.

'잠시 생각을' 카테고리의 다른 글

지나간 것은 지나간 대로..  (1) 2020.01.05
최악의 한 해를 보내며..  (13) 2020.01.01
해석이 좀 너무하다 싶다..  (0) 2019.11.03
시멘트의 시절이 돌아온다..  (2) 2019.11.01
반일 보수?  (0) 2019.11.01
Posted by retired
,

Posted by retired
,

작은 등대

나는 누구인가, 어떻게 살 것인가, 이 질문을 중학교 때 처음 했던 것 같다. 누군지는 여전히 잘 모르겠고, 마흔이 넘어가면서 그 질문을 이제는 안 하게 된 것 같다. 어떻게 살 것인가, 매번 대답이 바뀌기는 했는데, 지금은 "살살 산다"라는 아주 손쉬운 대답을 가지게 되었다. 건강도 메롱이고, 예전처럼 밤 새고 뭔가 할 힘도 없다. 숨쉬는 것보다만 열심히, 그렇게 살살 산다.

지금은 아니지만 환갑 한참 지나서 언젠가 내가 생각한대로 살았다는 생각이 들 때면 '작은 등대'라는 이름의 에세이집 하나는 쓰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그냥 배도 잘 지나다니지 않는 작은 해변가에 서 있는 fire tower, 그런 삶을 살면 괜찮은 것 같다는 생각은 든다. 엄청나게 큰 세상의 진리나 불변의 진리, 그딴 건 난 잘 모른다. 누군가와 상담을 하고 고민에 대답을 해줄 그런 것도 아니다. 당장 내 삶도 예기치 않은 일들을 만나, 허걱, 당황하고 어쩔 줄 모르고 있다. 누구에게 이래라 저래라, 그렇게 말할 처지가 아니다.

나이를 먹고 나니까 누군가의 얘기를 들어주는 건 잘 하게 되었다. 뭐, 나도 그리 잘 사는 편은 아니라서 이래라 저래라, 아예 그런 얘기를 하지 않는다. 그대신 술 사다주고, 밥 해주고, 안주 해주고, 그런 건 잘 한다. 20대 때에는 아주 많은 사람들과 만났고, 30대에는 정말로 많은 사람들을 만났다. 요즘은 아주 적은 사람들을 만난다. 다들 속상하고 뭔가 잘 안 풀려서 답답해하는 사람들이기는 한데, 나는 그냥 들어주기만 한다. 여행 갈 때면 운전만.

아주 먼 데는 잘 모르겠다. 그렇지만 내 주변에는 가난한 사람이 없게 하자, 이럴 주제도, 형편도 아니다. 그렇지만 내 주변에 우울증은 없게 하자, 이런 작은 소망 같은 게 있다. 30대 초반에는 나도 삶이 아주 힘들었다. '명랑'을 모토로 살아간 뒤, 우울증과는 좀 거리가 먼 삶이 되었다. 유머 넘치는, 그런 건 아니다. 그래도 억지로 우스개 소리도 좀 할 수 있는 마음의 여유 정도는 가지고 산다. 시민단체 활동가들의 삶이 아주 힘들다. 먹고 살기 어렵고, 뭔가 잘 안 풀린다. 문재인 정권 이후로 부쩍 힘들어하는 활동가들이 많다. 내가 해줄 수 있는 건 가끔 밥 먹고, 술 마시고, 시간 여유 되면 여행 같이 가고. 그런 정도는 내가 할 수 있을 것 같다.

별 이유는 없다. 최씨 부자처럼 주변에 가난한 사람이 없게 하라, 뭐 그런 건 못해도, 일상 생활의 내 주변에 우울증은 없게 하자, 그 정도는 좀 해볼려고 한다.

20대에는 나도 진리로 세상을 밝힌다, 그런 말을 믿었던 것 같다. 그런 걸 내가 할 수 없다는 것은 40대 중반에 알 게 된 것 같다. 진리는 모른다, 진심만 안다. 그렇지만 그 진심이 자기를 피곤하게 하고, 남들을 무겁게 만든다. 이제는 진리도 잘 모르겠고, 진심도 잘 모르겠다. 그러나 서로 웃고 지내면서 사는 삶이 어떤 건지는 좀 알 것 같다. 그런 거라도 좀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일장공성만골고라는 말이 있다. 한 명의 장수가 이름을 드높이기 위해서는 만 개의 해골이 뒹군다는 얘기다. 아이 무셔라! 나도 그런 세계에서 살았다. 염병, 지금 와서 돌아보니, 지 살기 위해서 남들을 돌아볼 줄 모르는 미성숙들이다. 예전에 아주 이름 높은 종교계의 지도자들하고 몇 년간 일을 같이 하던 적이 있었다. 그 양반들에게는 좀 미안한 얘기지만, 수 십년씩 면벽 수도 하고, 에 또 뭐 그런 전설들을 잔뜩 달고 살던 양반들을 가까이에서 보니까, 대부분 애정 결핍증들이시라. 잠시만 연락 안 하고, 눈에 안 보이면 안절부절이신. 많은 사람들의 삶과 영혼을 살피시다보니 정작 본인들은 극도로 심한 애정결핍증들이신.

성숙이라는 게 뭔가 싶다. 주변에 우울증 걸리지 않게 조금씩 살피고 그런 거 아닌가 싶다. 이런 삶이 멋진 건 아니고, 티나는 것도 아니다. 그렇게 살아봐야 잘 살았다고 할 사람은 아무도 없다. 그렇지만 인간이라면, 그 정도는 하고 살아야 하는 거 아닌가 싶다. 그리고 그런 건 큰 돈이 들어가는 일도 아니다. 엄청나게 비싼 데에 가거나, 죽어라고 상다리가 휘도록 음식을 해야만 서로 즐거울 수 있는 것도 아니다. 딱 하나의 조건만 만족시키면 컵라면 하나 먹으면서도 서로 즐거울 수 있다. 얘가 나에게 뭔가 도움을 받으려고 하는 거 아닌가, 그런 마음만 없애면 서로 편해지는 것 같다.

많은 사람들이 뭔가 이루고 나면 다음 목표, 그 다음 목표, 그리고 진짜 하고 싶었던 거, 멈출 줄을 모른다. 박원순 보면서 그런 생각이 좀 들었다. 아주 유명해지기 전부터 알았다. 그렇게 멈춰 서고 주위를 돌아보면서 살았으면 아마 더 멀리 갔을지도 모르겠다. 좀 미안한 얘기지만, 끝없이 세상을 더 나은 곳으로 만들기 위한 과도한 노력도 결국은 감옥을 만드는 것 같다. 비워야 보인다고들 말하지만, 개인을 위해서건 사회를 위해서건, 달리기만 하고 비울 줄은 모르는 사람이 너무 많다. 그런 사람들 눈에 주변에 마음이 춥고 아픈 사람들이 보이겠는가? 삶은 너무 기능적인 것이 아니다. 예수님이 "너희는 서로 사랑하라", 괜히 그런 말을 했겠는가? 몇몇 목사들 입에서 나오는 증오의 말들, 아주 혐오 지대루다.

나라고 뭐 별 다르겠는가, 가끔 그런 생각을 한다. 지난 몇 년간, 정치를 하라거나 행정을 하라거나, 엄청나게 많은 사람들이 나에게 뭔가 하라는 얘기들을 했다. 그냥 웃기만 했다. "지금 인생에 가장 행복한 순간들을 보내고 있어요", 내가 답 대신 했던 말이다. 실제로 그렇기도 했다. 둘째가 더 이상 폐렴으로 입원하지 않게 된 첫 번째 봄 이후로, 내 삶에 근심이 사라졌다. 뭐, 속상한 일이 전혀 없는 건 아니지만 아기가 아파서 병원에 입원하는 거랑 비교하면 그런 건 고생 축에도 안 든다.

큰 등대나 겁나게 울트라 모던한 네비게이션 같은 건 나 말고도 할 사람 많다. 여의도의 선술집에서 소주 한 잔 마시다 보면, 세상 구할 사람들이 그 작은 술집에도 아주 차고 넘친다. 그들의 열의만 다 모아도 통일은 벌써 몇 번이 되고도 남았을 것 같다. 학회나 심포지엄 가면 세상의 모든 학문은 다 거기서 해결될 것 같다. 위대하신 석학들께서 불철주야 정부의 지원을 받으면서 학문을 갈고 닦으시는데, 나까지 숟가락 하나 얹을 건 아닌 것 같다. 몇 년 전에 한 대학에서 자리를 마련해준다고 한 적이 있었다. 안 갔다. 집에서 너무 멀다. 40대까지는 제자가 없는 게 좀 허전하기도 했는데, 그 이후로는 그런 마음도 사라졌다. 한국에 스승은 차고도 넘치는데, 나까지 스승을 한다고 해봐야 세상의 혼돈만 더 늘일 것 같다.

꼭 하고 싶은 말이 있으면, 열심히 준비해서 책을 쓰면 된다. 가끔 그래도 그런 얘기를 직접 행정으로 구현하거나 방송에서 널리 알리면 좋지 않겠느냐고 말하는 사람들도 있다. 고마운 말이기는 한데, 그렇게 넓게 알린다고 해서 세상이 그만큼 빨리 좋아하는 것도 아니다. 그냥 욕심일 뿐이다.

인류학에서 노마드에 대해서 볼 때는 참 재밌게 봤었다. 그게 들레쥬 손에 들어가서 다시 나왔을 때, 난 좀 이상하다고 생각했다. 그냥 감성이 나와는 좀 다른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난 한 군데에 정착해서, 오고가는 사람들 국밥이나 한 그릇씩 말아주는, 그런 삶이 더 감성에 잘 맞는 것 같다. 나이를 먹으면서 난 더 농경적 삶을 살게 된 것 같다. 그리고 그것도 더 극단적으로 움직임을 줄여서, 등대처럼 아예 붙박이로, 그렇게 살아갈까 싶다.

그래서 언젠가 나이를 좀 더 처먹고, 스스로를 돌아볼 때 작은 등대처럼 살게 되었다고 느껴지면, 그 때는 그 제목으로 에세이집 한 권쯤 쓰고 싶다. 주변에 우울증 환자 가득한 삶을 살면, 공부고 연구고, 그게 다 뭔 소용인겨? 아부꾼들만 잔뜩 옆에 늘어서 있는 삶, 그런 걸 하려고 운동을 시작한 것도 아니지 않은가?

후기 자본주의를 넘어서 말기 자본주의로 간다. 우울증 치료약을 몇 년째 먹던 사람들이 계속 자살을 한다. 글로벌 제약 회사의 음모나 국가 돌봄 시스템의 미비를 탓하는 것은 쉬운 일이지만, 그런다고 문제가 풀릴 것 같지는 않다. 이게 약 먹고 되는 문제가 아닌 것 같다.

멀리, 넓게도 아니다. 그저 내가 살아가는 일상에서 아주 작게, 불을 비추는 등대 같은 삶을 살아갈까 한다. 주위 사람들이 우울증으로 힘든 데도 자기만 달려나가는 삶, 그런 건 재미 없는 것 같다.

'책에 대한 단상' 카테고리의 다른 글

소는 누가 키우나..  (4) 2020.01.12
새로운 한 해는 또 시작되고..  (6) 2020.01.02
마이너의 마이너..  (1) 2019.11.24
작은 얘기 하나..  (0) 2019.11.22
망년회 준비를 하며..  (1) 2019.11.15
Posted by retired
,

마이너의 마이너.

대학 시절에도 그랬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어쨌든 생태학을 공부한 다음에 나는 늘상 마이너의 마이너 감성으로 산 것 같다. 운동권 내에서도 환경은 마이너고, 거기서도 생태 이런 건 다시 더 마이너로 몰린다.

대학을 중퇴하고 공장에 활동가로 들어갔던, 내가 본 최고의 조직가이자 이재영과 친구로 지내던 시절, 참 유쾌하기도 하고 맘이 편했다. 굳이 내가 노조와 만나거나 그러지 않아도 좋았다. 그런 건 이재영이 했다. 이재영이 떠난 후, 나도 노동운동과 하던 일들을 자연스럽게 정리하게 되었다.

민주주의 얘기하는 사람들 사이에서도 생태는 역시 마이너이고 장식품이다. 그래도 필요하니까 만나고 상의도 했다. 그렇지만 마이너라는 위치가 변하지는 않는다.

친구들 중에서는 이제 생태 얘기는 그만하고, 금융이나 거시경제 얘기를 더 하라고 말하는 사람들이 있다. 뭐, 믿거나 말거나, 워낙 사람이 없어서 wto 협상은 물론이고 apec 협상에도 관여하던 시절이 있었다. 그래도 그 길을 내 삶이라고 생각하지는 않았다.

새만금에 이어서 4대강 때 맨 앞에 서 있었다. 뭐, 4대강은 큰 싸움이었지만, 그런 걸로 사회가 변한 것 같지는 않다. 자기들 이익에 맞을 때만 생태.. 크게 실망하거나 그러지는 않는다. 워낙 평생 그런 걸 보면서 살았다.

농업 얘기는 생태 분야에서도 또 찬밥이다. 특별히 그런 걸 자기 일로 생각하는 활동가도 별로 없다. 활동가들 몇 명과 같이 일을 했는데, 너무 힘들다 보니까 결국에는 다들 유학 갔다. 지금은 캐나다에서 딸 기우면서 사는 친구가 내가 단체 상근 시절에 내 옆자리에 앉아 있던 친구다.

처음 책 쓸 때에도 내 포지션을 '마이너의 마이너'로 잡았다. 무슨 엄청난 대형 작가로서의 뭘 한다, 그런 생각 자체가 없다. 그리고 나에게 별로 어울리지도 않는다. 다만 내가 쓰는 주제는 내가 처음이고, 그 뒤에도 아무도 안 쓸 가능성이 무척 높다는 정도는 생각했다. 한 번 하고 지나가는 거라서, 신경을 좀 써야한다는 정도는 생각했다.

남들 다 다루는 주제는 안 했다. 나 말고도 하는 사람 많은 거, 굳이 내가 할 필요가 없다. 인기 있는 주제도 안 했다. 나 같은 마이너의 마이너가 한 목소리 더한다고 해서 티도 나지 않을 게 뻔했다.

마이너의 마이너로 위치를 잡으면 장점이 많다. 트렌드 따라갈 필요도 없고, 남들 눈치 볼 이유도 없다. 메가 트렌드니, 그딴 서로 알지도 못하면서 하는 말들 신경 쓸 필요도 없다. 글을 읽을 사람들의 시대 감성 정도 이해하려고 노력하면 그걸로 족하다.

최근에도 이거 해봐라, 저거 해봐라, 그렇게 얘기하는 사람들이 가끔 있다. 고마운 얘기이기는 한데, 나는 둘째 초등학교 2학년 끝날 때까지, 지금의 루틴을 바꿀 생각이 전혀 없다. 생각이 없는 게 아니라, 그걸 바꾸면 아내가 일을 그만두던지, 뭔 수를 내던지 좀 복잡한 일이 벌어진다. 그렇게까지 해야 할 중요한 일은 없다.

마이너의 마이너라고 해서 하는 일을 대충하지는 않는다. 최근에 더 그렇다. 책을 거의 안 보고, 책 소개하는 방송 같은 것도 거의 다 없어졌다. 그리고 나도 방송에는 정말 최소한으로만 나간다. 다들 방송에 나가서 더 유명해지는 길만이 책을 파는 방법이라고 했다. 그 얘기 듣고, 약간의 고정 같은 것도 다 그만두었다. 책을 팔기 위해서 방송을 해야한다면 본말이 전도된 일이다. 그렇게까지 책을 쓸 이유가 없다. 내가 타고 태어난 소명이 책 쓰는 것도 아니고, 책을 쓰기 위해서 공부한 것도 아니고. 나중에 더 나이를 먹으면 어떨지 몰라도, 지금도 책 안 쓰면 지금보다 더 편하게 먹고 살 수 있다. 누군가는 해야하는 중요한 일이라고 생각하니까 책을 쓰는 거다.

농업 경제학 준비하면서 주제도 미리 골라놓고, 스토리 보드도 따로 디자인하면서,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은 다 하려고 한다. 메이저 인생들은 대충 살아도 된다. 그래도 어떻게 좀 묻어가고, 도와주는 귀인들이 있다.

마이너의 마이너는 목을 내밀고 개활지를 걸어가는 것과 같은 삶이다. 최선을 다 해도 마지막 순간에 누가 슬쩍 밀어버리는 삶과 같다. 억울하지 않느냐고? 그것도 습관이 되면 괜찮다. 무시와 핍박, 반칙, 이런 게 일상이라서 크게 화나지도 않는다.

빨간색 모닝 타고 길에 나서면 에쿠스 같은 조폭차들이나 벤츠 형님, bmw 아저씨들, 별의별 희한한 방법으로 끼어든다. 괜찮다. 워낙 그렇게 산다.

그래도 마이너의 마이너로 사는 이유는? 천당 가고 싶어서 그렇다. 나쁜 일을 하고 싶어도 끼워주지를 않으니, 할 수가 없다. 그래도 세상에 더 많은 기여를 하게 되니까 천당에 갈 확률이 높아진다.

폼나게 살고 남들 눈에 멋지게 보이기에는 메이저의 길 만한 게 없다. 그러나 천국 가기에는 마이너의 마이너가 훨씬 확률이 높다. 그게 안 되어도, 해탈은 몰라도 득도 정도는 할 수 있을 것 같다. 인생이 고행이라, 굳이 도 닦지 않아도..

'책에 대한 단상' 카테고리의 다른 글

새로운 한 해는 또 시작되고..  (6) 2020.01.02
작은 등대..  (4) 2019.11.25
작은 얘기 하나..  (0) 2019.11.22
망년회 준비를 하며..  (1) 2019.11.15
마이크를 사다..  (0) 2019.11.06
Posted by retired
,

농업 경제학의 50개 테마는 정했고, 그걸 실어나를 스토리 보드를 만들었다. 중학교 2학년과 아빠가, 뭔가 순탄하게 한다는 것 자체가 별로 현실적이지는 않고. 그 안에 갈등과 함께 자연의 흐름 속에서 뭔가 해소되는 그런 상황을 설정했다. 안에는 더 많은 대꼬보꼬, 오르락 내리락 할텐데, 어쨌든 전체적인 얘기는 이 안에..

스토리 보드 – 농업 경제학

1. 등교 정지, 사건의 시작
2. 몸을 쓰는 삶 – 생태계와 조화 그리고 균형
3. 땅 고르기 - 20세기, 풍요의 시대
4. 첫 수확 – 감자꽃
5. 장마, 움직이기가 싫다
6. 아빠는 너무 올드해 – 이제 텃밭은 싫어
7. 추수, 가끔 생기는 기적 – 호박
8. 초대 받지는 않았으나 – 농부의 성찬 같은 마음으로

Posted by retired
,

내년에 작은 얘기 하나 쉬어가면서 만들어보기로 했다. 생각해보니까, 내가 지금까지 쓰거나 만든 얘기들은 해야만 하는 것인 경우가 전부였다. 누군가는 이 얘기를 해야 하니까. 이러다 환갑 될 때까지 내가 하고 싶은 얘기는 한 번도 못할 것 같다는 생각이 문득. 미루고 미루던 귀신 얘기를 내년 봄에는 해야겠다고, 이걸로 내년 일정 끝. 이젠 진짜 송곳 하나 찔러넣을 틈도 없다. 생태요괴전 쓰면서 다음에는 진짜 요괴 얘기 한다고 했는데, 그러고도 10년이 지났다. 이제 재밌는 거, 하고 싶은 거를 하고 살아야겠다는 생각이 문득.

'책에 대한 단상' 카테고리의 다른 글

작은 등대..  (4) 2019.11.25
마이너의 마이너..  (1) 2019.11.24
망년회 준비를 하며..  (1) 2019.11.15
마이크를 사다..  (0) 2019.11.06
욕이야 뭐, 맨날 먹는 건데요..  (1) 2019.10.31
Posted by retired
,

38번째 책을 시작하며..

36번째 책은 직장 민주주의였고, 37번째 책은 당인리, 지금 출판사에 가 있다. 38번째 책은 농업경제학, 굉장히 오래된 책이다. '88만원 세대' 디자인할 때 거의 같이 시작했는데, 이래저래 형편이 맞지 않아 지금까지 밀렸다. 처음에는 국민투표로 시작된 스위스 농정이 사실상 결론이었는데, 책이 늦어지면서 이래저래 여기저기 소개하고 되었고, 한 때는 가장 최신 이론으로 통하기도. 그 시기도 지났다. 영국의 defra 소개하던 얘기가, 광우병 집회 때에는 한참 유행하기도 했고. 이것도 지난 얘기다. Csa 소개하던 시기도 있었고. 이건 여전히 살아있는 주제. 노무현 정부, 6헥타르 정책을 막아서면서 농지제도연석회의라는 시민단체 연대회의의 사무국장을 하게 된 일이 있었다. 아, 진짜 옛날 일이다. 시민단체에 상근 활동하던 시절이 나에게도.. 다 옛날의 일이다. 이제는 세상도 많이 변했다. 그리고 농업은 진짜로 더 어려워졌다. 몇 년 전 같으면 wto 개도국 지위 포기 선언을 이렇게 간단하게는 못하는데, 이제는 아무 일도 아니다.

책은 어느 순간인가 세보지 않다가, 작년 가을에 어느 주말, 심심해서 한번 세보기 시작했다. 아마 50권까지는 갈 것 같다. 별 특별한 의미는 없는데, 괜히 50이라는 숫자가 뭔가 딱 떨어지는 것 같은. 별 이유 같지도 않은 이유다.

한국에서 낼 수 있는 책 중에서, 농업경제학 정도 되면 난이도 특급이다. 농업은 책으로는 어렵다. 한국에서는 더더욱 그렇다. 청와대 농업비서관이 막 임명되고, 축하인사차 통화를 한 적이 있었다. 농업 책 난다고 했더니, 자료 도움은 주겠다고 하는데.. 그렇게 자료 도움 받아봐야 나중에 피차 곤란한 처지가 될 것 같아서, 말이라도 고맙다고 했다. 어차피 최근에 분석한 사람이 별로 없어서, 봐야 큰 도움 안 될 것 같다.

농업 경제학 정리하겠다고 책 모으고, 자료 정리하는 거 보면서 아내가 존경스럽다고 했다. 이게 난이도 상중상이라서 그렇다. 돌이켜보면, 어쩌다 우리가 이렇게 되었나, 한심스럽기도 하다. 예전에 청와대에 농업 비서관 자리 만들면서, 이젠 좀 나아질 거라고들 했었다. 나아지기는 개뿔. 아무 것도 안 변했다.

지난 총선에 농업 관련된 공약 정리는 신정훈하고 했다. 둘째 태어나고 얼마 안 되었을 때, 박근혜 힘 한참 좋을 때, 신정훈하고 여의도 포장마차에서 몇 번 술을 마셨던 적이 있었다. 그 때 같이 있었던 사람이 그 시절 한참 자주 만나던 원혜영 그리고 아직 유명해지기 전 진선미 누님, 뭐 그런. 신정훈하고 한동안 농업 얘기 많이 했었다. 그런 그가 청와대 농업 비서관이 되었는데, 된장. 행정관까지 그 라인들, 선거가 너무 바빴다. 사요나라.

농업 한참 할 때 참 수많은 사람들이 파트너로 일하고 떠나고는 했다. 인생이란 게 참 묘하다. 노무현 시절, 6헥타르 정책 비판할 때, 정부측 파트너로 나온 양반이 있다. 한참 논쟁하는 사이였는데, 그러다가 자주 보니까 정이 들었다. 지금 농촌경제연구원 원장이다.

가장 마음 아픈 것은, 식품안전기본법 만들면서 같이 작업했던 박상표 수의사. 벌써 떠났다. 또 다른 파트너가 송기호 변호사, 그도 참 파란만장한 삶을 산다.

이런 10년 넘는 기간 동안에 보고 경험한 그런 얘기를 하려고 책을 쓰기 시작하는 것은 아니다. 이런 실패의 역사가, 지금 와서 뭔 의미가 있겠나.

그래서 책 제목을 '최소한의 농업'이라고 잡았다. 정말 미니넘, 인간적으로 이 정도는 좀 알아야 하지 않겠나 싶은 얘기만 정리하려고. 대상은 중학교 2학년. 2년에 걸쳐서 어디다 대고 던져야 하나, 분석하고 분석해서 나온 결론이다.

그래도 다음 세대, 잠재력이 가장 높은 사람들에게 얘기를 거는 편이, 어려워도 나을 것 같다. 한국의 분기점은 중학교 2학년이다. 개인적으로나 집단적으로나.

노무현 시대, 진보 인사들이 하던 말이 "핸드폰 팔아 쌀 사먹으면 된다"였다. 솔직히 외국의 좌파 엘리트 집단 중에서 그렇게 생각하는 사람들은 거의 못 본 것 같다. 어렵기는 하지만 중요하기는 하다, 그 정도가 일반적인 입장이다. 문재인 시대, 뭐가 좀 바뀌었을까? 그래도 그 때는 그런 얘기라도 했다. 뉘기? 뭐라캤나! 아예 관심이 없다.

그야말로 나는 몸부림을 치는 중이다. 논리적으로는 이런 난이도 높고 험악한 주제는 피해가는 게 답인데, 그렇게 피한 게 15년이 지났다. 나도 더는 피할 데가 없다. 전에는 "먹고 살기가 힘들어서", 이런 비겁한 변명도 댔었다. 지금은 딱히 이거 안 팔리면 삶이 곤란해지는, 뭐 그런 건 아니다. 잘 되면 좋겠지만, 별 반응 없어도, 한두 번 망한 것도 아니고, 이렇게 털고 나갈 형편은 된다.

처음 책 쓰기 시작하면서 나 혼자 정한 모토가 "어깨에 힘 빼기"였다. 여기에 '명랑' 하나를 더 더하고, 그 힘으로 10년 넘게 버텼다. 이번 얘기는 그렇게 즐거운 얘기도 아니고, 가벼운 얘기도 아니다. 여기에 최선을 다 해서 유머를 넣으려고 한다. 생태계의 시선이, 보는 각도에 따라서 굉장히 유머러스할 수도 있다. 물론 그래봐야 내가 하는 유머라서 별 거는 없겠지만, 그래도 최선을 다 해보려고 한다.

내가 살면서 본 가장 큰 유머는 YS가 했다.

"박근혜, 그거 그냥 칠푼이라. 복잡하게 생각할 것 없대이."

팔푼이에서 한 푼 뺀 칠푼이, YS식 진심이다. 그가 그 얘기를 할 때, 우리는 뭔 말인지 못 알아들었다. 그러나 그 유머는 진실이었다. 나도 그런 얘기를 해보고 싶다.

Posted by retired
,

아주 치밀하게 정리된 주제는 아니지만, 축산과 어업까지 포함해서 대략적인 50개 정도의 주제를 뽑아보았습니다.

하나당 A4 2장 정도의 편지를 쓰면, 기본적인 책 한 권 분량이 됩니다.

꼭 50개에 맞춰야 하는 건 아니라서, 하다 보면 몇 개가 더 추가될 거고, 자신 없거나 완성도 떨어지는 것들 몇 개 추리면 대충 이 정도 선에서 마무리하게 되지 않을까 싶은 생각을.

여기에 편지를 받게 설정 되는 중학교 2학년 아들과의 스토리 보드를 만들면서 순서를 잡게 될 거고, 게임 중독인 아들과 갈등하는 감정선을 설계하계 될 것 같습니다.

30대 주부를 대상으로 하는 것과 게임 중독인 중학생 남성을 대상으로 하는 것을 놓고 마지막까지 생각해봤는데요.

무난하게 해서 무난하게 망하는 것 보다는, 품도 들고 위험도도 높지만, 10대 얘기를 이번에 전면화시키는 것이 좋을 것 같다는.

출판사랑 상의했는데, 출판사 쪽 생각도 같은 것 같구요..

실제 작업에 들어가기 전, 한 달 정도는 더 넣고 빼고 작업을 계속할 생각입니다.

1. 몸을 움직이는 것
2. 자연과 생태
3. 가위 가격 현상
4. 자본주의와 농업
5. 6.25와 농지 제도
6. 근교 농업
7. 감자
8. 6헥타르 정책
9. 식품 안전
10. 종 다양성과 논 생태계
11. 부부 농업과 가족농
12. 소농과 유기농
13. 토마토
14. 커피와 토양 유실
15. 평양성 전투와 서산대사
16. 주식과 동아시아에서의 쌀
17. 멕시코와 GMO 옥수수
18. 스위스의 국민 투표
19. 광우병과 영국 농업
20. 밀밭으로 가득한 지평선
21. 도시락에서 학교급식까지
22. 급식 넘어, 마음의 점
23. 가락 시장과 중앙형 유통
24. 여왕의 부재 지주 사건
25. 농업 기업
26. 미국의 뉴딜과 팜빌
27. 캘리포니아 오렌지
28. 항구에 버려지는 곡물들
29. 아파트형 농업
30. 로봇 농업과 인공지능의 미래
31. 농협
32. 협동과 생협과 연간 계약
33. 시민지원 농업 (CSD)
34. 코를 믿지 마라, 조향의 세게
35. 도시화와 도시화율
36. 김밥, 삼각김밥, 중국산 찐쌀
37. 덴마크왕과 낙농업의 나라
38. 제이미 올리버와 영국의 10대
39. 농업과 농촌의 차이, 토건의 시대
40. 공정 무역
41. 공장식 축산
42. 꽃등심과 달걀 – 탄소 발자국
43. 과일방
44. 지속가능한 어업
45. 연어는 왜?
46. 범고래 이야기
47. 우주 식단은?
48. 바람이 안 분다
49. 빵 굽는 남자
50. 초대받지는 않았으나..

'남들은 모르지.. > 농업 경제학' 카테고리의 다른 글

스토리 보드, 농업 경제학..  (0) 2019.11.24
38번째 책을 시작하며..  (0) 2019.11.19
계몽의 시대 이후  (0) 2019.11.13
머리 복잡한 밤..  (1) 2019.11.12
농업 경제학, 카페 개설..  (0) 2019.11.10
Posted by retired
,

한 해가 간다. 최악의 한해를 그냥 멍하니, 겨우겨우 버틴 것 같다. 올해 해야 하는 망년회는 두 개다. 내 삶에서, 내가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행사는 망년회.. 하다보니, 그렇게 되었다. 연초에 신년 모임도 안 했던, 결국 망년회 때 처음 보게 되는 상황이. 매달 보던 사람들인데, 망년회에 가서야. 또 하나는 늘상 우리 집에 술 마시러 오는 양반들. 해 가기 전에 한 번은 불러야. 하나 더 해야 하는데, 최악의 한 해를 보내는 중이라, 여력이 안 난다.

2005년에 책 내고, 아무리 힘들어도 2~3권씩은 냈는데, 결국 올해는 책이 한 권도 안 나오는 한 해가 될 것 같다. 되는 대로 살아간다. 삶에는 꼭 맞춰야 하는 것도, 꼭 지켜야 하는 것도 없다. 양심만을 지키면 된다.

돌아보면, 정말 올해는 어떻게 한 해를 버텼는지, 잘 기억도 나지 않는다. 좋은 일은 없고, 나쁜 일과 지랄맞은 일 사이에서 진동했던 한 해인 것 같다. 그냥 버텼다. 나쁜 일은 피할 수가 없었고, 지랄맞은 일은 예상을 하지 못했다.

좋은 일은? 득도는 아니더라도, 해탈에 조금은 더 가까와진 것 같다. 그리고 천당에 조금 더 가까이 간 것 같은. 티는 안 나도, 남들은 많이 도왔다. 어차피 나는 망한 인생, 남들이라도 좀 돕자는 가벼운 생각으로.

엉망으로 버텼던 한 해, 드디어 가나보다..

'책에 대한 단상' 카테고리의 다른 글

마이너의 마이너..  (1) 2019.11.24
작은 얘기 하나..  (0) 2019.11.22
마이크를 사다..  (0) 2019.11.06
욕이야 뭐, 맨날 먹는 건데요..  (1) 2019.10.31
배가 나오면 성숙..  (2) 2019.10.25
Posted by retired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