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 그만두고 나올 때, 나는 뭔가 만드는 일을 하고 싶었다. 이론가로 살기 위해서는, 당시 상황으로는 한국에 있으면 힘들다는 정도는 알았다. 그래도..

글을 쓰기는 하지만, 평론가로 살고 싶지는 않았다. 나는 뭔가 만드는 걸 하고 싶었다. '경제평론가', 그거는 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의미가 없는 건 아니지만, 나로서는 재미가 없는.

그래서 내내 뭔가 논하는 것보다, 별로 관심 없고 인기 없더라도 만드는 일을 계속 하려고 했다. 그래서 작더라도 개념을 만들고, 설명틀을 만들고, 얘기를 만들고, 이런 게 내가 하려고 하던 일이다.

조국 사태가 전환점으로 넘어갈 때, 나는 농업에 대한 고민을 하고 있었다. 주인공에 해당하는 남자 중학생 두 명을 설정하는 작업을 하고 있었다. 지난 몇 주 동안, 여기에 담임 선생님을 투입하는 일을 했고.. 그러다 보니까 중학교 2학년 여학생 두 명이 있어야 좀 더 다채롭고 이색적이며, 심지어 다크한 얘기들을 꺼낼 수 있을 것 같았다. 내가 좀 더 전위적이라면 중학교 2학년들의 섹스에 대한 얘기까지 갈텐데, 불행히도 나는 그 정도로 전위적이지는 못하다. 그 앞의 다크한 분위기에서 얘기를 세울 생각이다.

이런 얘기들을 만드는 게 윤석렬 사건이 한참 클라이막스로 올라갈 때 내가 하던 일이다. 그리고 조금 틈나면, 수영장 가고..

이 시대에, 누가 농업을 고민하겠나. 그리고 누가 가정 주부 중심으로 만들어진 농업 소비자 얘기를 10대 얘기로 전환해야 한다는 얘기를 하겠나.

조국 얘기에도 별 관심이 없었지만, 윤석렬 얘기에도 별 관심이 없는 건 마찬가지다. "이런 게 세상을 뭔가 많이 바꾸지는 않을 것이다" 기본적인 내 생각이다.

최근에 슈베르트에 관한 책들을 좀 모아서 읽었다. 내가 느낀 교훈은 하나다. 만드는 것이 삶을 행복하게 해줄 지는 몰라도, 하여간 그렇게 살았던 사람들이 있기는 했었다..

이 사건의 여파로 결국 손석희가 마이크를 놓았다. 나는 손석희를 그렇게까지 좋아하지는 않는다. 그래서 엄청난 손실이라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시대는 변하고, 새로운 영웅은 등장하기 마련이다. 큰 영웅이든, 작은 영웅이든..

그렇지만 손석희가 "소는 누가 키우냐"라고 했던 말은, 지금도 멋진 말이라고 생각한다.

한국은 여전히 소 키우는 사람들의 시대가 아니라 한우 맛집의 시대 같은 거 같다. 그 맛집의 시대도 저물어가는 것 같다..

http://www.hani.co.kr/arti/politics/polibar/924074.html?_fr=mt1&fbclid=IwAR1wKSJC9eXsyezjzu36PpYsvN-OIMh3L9KmtBcixDHhg0Tk3VvwtIk6igA

 

‘상식의 힘’ 앞에서 무너지는 보수언론·파워 논객들

성한용 선임기자의 정치 막전막후

www.hani.co.kr

 

 

 

'책에 대한 단상' 카테고리의 다른 글

코로나 바이러스, 작가들 긴급 생계지원?  (1) 2020.02.03
복닥복닥한 한 해..  (0) 2020.01.14
새로운 한 해는 또 시작되고..  (6) 2020.01.02
작은 등대..  (4) 2019.11.25
마이너의 마이너..  (1) 2019.11.24
Posted by retired
,

"인간의 대지는 아직도 싹을 심기에 충분할 만큼 비옥하다. 그러니 이 대지는 언젠가 메마르고 생기를 잃게 될 것이다. 그렇게 되면 이 대지로부터 다시는 나무가 자라지 못할 것이다"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 초반부에 나오는 구절이다. 별로 전체 맥락과는 상관 없는 얘기지만, 니체가 이런 얘기를 했을 거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던. 공교롭고 우연한 일이지만, 지금 쓰는 농업 경제학의 주제가 딱 이야기라서 신기하게 읽었다. 데리다가 니체에 대해서 쓴 책을 도서관 계단에서 너무 재밌게 읽었던 기억이 있다. 그도 니체의 이런 측면에 대해서 얘기하지는 않았던 것 같다.

'남들은 모르지.. > 농업 경제학' 카테고리의 다른 글

열한 번째 편지를 쓰며..  (1) 2020.01.20
영혼이라도 갈아넣는..  (1) 2020.01.18
농민신문 기고문..  (5) 2020.01.03
농산물 유통 보고서..  (6) 2019.12.06
농업 경제학, 두 번째 편지..  (2) 2019.11.29
Posted by retired
,

'낸글' 카테고리의 다른 글

바이러스에 관한 글..  (1) 2020.03.30
성숙 자본주의에 대하여..  (6) 2020.02.09
밀실행정..  (1) 2019.12.25
영화 <블랙머니>를 보고..  (0) 2019.11.10
서울경제 인터뷰..  (0) 2019.11.04
Posted by retired
,

시인 최영미 인터뷰 읽다가 문득 옛날 생각 나서. 그 시절 사진 뒤적거리다가 조국 선배 사진이 왕창 나왔다. 그 후로 그와 참 많은 일을 같이 했었다. 죽음 같은 사선을 같이 등대고 지난 것도 몇 번이고. 저 때는 나도 7년 전, 40대 중반이었다.

문득 옛날 사진 보다 보니까, 사는 게 뭔가 싶다. 나는 더 뒤로 왔고, 많은 사람들은 더 앞으로 갔다. 그리고 너무 멀리 가버린 사람들도 있는 것 같고. 다시 저렇게 모이기는 어려울 것 같다..

 

'잠시 생각을' 카테고리의 다른 글

정의당 국민 선거인단 모집..  (0) 2020.01.17
유치원 3법 국회 통과..  (0) 2020.01.13
최악의 한 해를 보내며..  (13) 2020.01.01
신임 총리..  (2) 2019.11.29
해석이 좀 너무하다 싶다..  (0) 2019.11.03
Posted by retired
,
Posted by retired
,

직장 민주주의 책은 3쇄 간다고 연락이 왔다. 부수로는 별 의미는 없는데, 그저 아직 죽지는 않았다는 정도. 그래도 다른 사람들이 너무 힘들다고 해서, 힘든 티도 못 낸다.

내일은 '차이나는 클라스' 녹화가 있다. 할까 말까, 잠시 고민을 하기는 했었다. 하거나 말거나, 사실 별 차이는 없는 것 같다. 그래도 누군가를 위해서, 이렇게 가는 게 맞는 것 같다, 그런 한 마디를 보태는 정도의 생각으로.

나이를 먹으니까 몸만 너무 무거워지고, 실속은 없고. 한 발 떼기가 너무 힘들어진다. 천천히 가더라도 어디론가, 그리고 조금이라도 미래를 위한 방향으로 가고 싶다. 맘만 그렇고, 한 발 떼기가 너무너무 힘들다.

처음 글 쓰기 시작하면서 'C급 경제학자'라고 포지션을 잡았는데, 지금 생각해도 그게 잘 한 것 같다. 어차피 메이저와는 거리가 멀고, 본장에서 뭔가 한다는 긴장감과는 거리가 먼. 남들 신경 쓰지 않아서 좋은 점도 있다. 어차피 C급이라, 차분히 뭔가 만드는 길이 나다운 것 같아서 좋기는 하다.

화려한 것을 좋아하는 성격이라면 지금 나처럼 사는 게 참 답답할텐데.. 성격상 원래 화려한 것을 즐기지는 않는다. 어수선하고 번잡스러운 것을 좋아하지도 않고. 작년에 밀려온 책까지, 올해는 다섯 권이 계획이었는데, 그렇게 하기는 어려울 것 같다. 작년 말에 농업 경제학 마무리를 못해서 2월까지는 갈 것 같다. 그리고 청소년 독서 에세이 한 권 쓰고, 젠더 경제학까지가 올해 할 수 있는 현실이 아닐까 싶다. 되는 대로..

도서관 책은 필라델피아에서 책 머리를 쓰려고 하는데, 올해도 필라델피아 갈 여력이 안 생길 것 같다. 그래서 다시 내년으로..

머리 좋은 사람들이 열심히 뛴다. 생각해보니, 어느덧 나도 나이를 먹었고, "굽은 나무가 선산을 지킨다", 이런 삶에 더 가까워진 것 같다. 좋은 일이다. 오라는 데도 없고, 가고 싶은 데도 없고. 이렇게 조금씩 마무리 짓다보면, 나도 환갑이 올 것 같다. 진중권이 유시민에게 나이 얘기하는 데, 그건 좀 그렇다. 어차피 조만간 다 환갑줄인데..

나는.. 그냥 당분간 쓰던 책이나 잘 마무리하는 게, 내 능력상 최대치인 듯싶다. 누가 미워하는 것도 귀찮고, 일일이 쫓아다니면서 이거다 저거다 하는 것도 여력 안 되고.

'책에 대한 단상' 카테고리의 다른 글

복닥복닥한 한 해..  (0) 2020.01.14
소는 누가 키우나..  (4) 2020.01.12
작은 등대..  (4) 2019.11.25
마이너의 마이너..  (1) 2019.11.24
작은 얘기 하나..  (0) 2019.11.22
Posted by retired
,

최악의 한 해를 그냥 머리 푹 처박고 그냥그냥 버티는 중입니다. 내년에는 좀 나아질까, 기약이 없지만, 버티다 보면.. 2005년에 첫 책 낸 이후로 책을 한 권도 못 낸 첫 번째 해이기도 하구요.

그래도 버티는 건, 이미 많은 욕심을 버렸고, 되는 대로, 안 되면 말고.. 명랑도 잃으면 다 잃는 거라는 생각이.

올해를 뒤돌아보며 가장 열받은 건, 역시 드라마 '스토브 리그' 볼려고 대기하고 있는데, 방송사 자기들 송년회를 대신 방송한 거. 다음 날 뭉쳐야 찬다 볼까 싶은데, 연말 특선이라고 안시성 틀어준 거.

나머지 소소한 일들이야, 그냥 속으로 삼키면 되는 일들이라.

내년에는 그래도 간만에 추수를 하는 한 해가 되기를 희망합니다. 몇 년째 씨만 뿌리고 살아가는..

'잠시 생각을' 카테고리의 다른 글

유치원 3법 국회 통과..  (0) 2020.01.13
지나간 것은 지나간 대로..  (1) 2020.01.05
신임 총리..  (2) 2019.11.29
해석이 좀 너무하다 싶다..  (0) 2019.11.03
시멘트의 시절이 돌아온다..  (2) 2019.11.01
Posted by retired
,

밀실행정..

낸글 2019. 12. 25. 18:00

선진국의 되면 정책의 내용이 아니라 그 과정이 변하게 되는 것 같다. 아직 우리는 그런 변화를 만들지 못하고 있는..

 

 

구중궁궐 밀실행정, 촛불 정부도 바뀐게 없다 - 오마이뉴스

[똑경제-우석훈] 문재인 정부 후반기, 성공적인 경제정책을 위하여

www.ohmynews.com

 

'낸글' 카테고리의 다른 글

성숙 자본주의에 대하여..  (6) 2020.02.09
경향신문, 3만 달러 시대의 정치는..  (8) 2020.01.05
영화 <블랙머니>를 보고..  (0) 2019.11.10
서울경제 인터뷰..  (0) 2019.11.04
최소한의 '재벌' 개혁  (0) 2019.10.13
Posted by retired
,

'농산물 유통체계의 국제비교분석과 유통정책 개선방향'이라는 이름의 2017년 보고서를 읽고 있는 중이다. 하이고. 얼핏 살펴보려고 하다가 너무 재밌어서 하던 일 다 착파하고 읽고 있다. 이게, 소설이나 영화 보다가 피가 끓어야 하는데, 보고서 요약문 보면서 피가 끓기 시작하니.. 나도 참 특이 체질인 것 같다. 어지간한 영화 보다는 보고서가 더 재밌다..

Posted by retired
,

 

큰 애가 어린이 삼국지 보다가 적어놓은 군령장. 혼자 보기 아깝다..

'아이들 메모' 카테고리의 다른 글

코로나 바이러스 주말..  (4) 2020.02.09
일곱 살 둘째를 위한 칼국수..  (0) 2020.02.01
아들과 라면을..  (0) 2019.10.10
간장 종지..  (6) 2019.09.29
동네 한 바퀴..  (0) 2019.09.29
Posted by retired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