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는 고양이가 뭘 잘못 집어먹었는지, 두 번이나 토했다.

성묘가 되면 점점 토하는 일이 줄어든다고 하는데, 얘는 혼자 살아서 그런지, 아직도 먼지를 너무 좋아한다.

두 번 토하고 나니, 밤새 빌빌거렸다.

4월도 왔고, 간만에 산책.



고양은 사진 찍히는 걸 싫어해서, 카메라만 보면 도망간다.

다른 고양이들도 보통은 그런 것 같다.

단렌즈 써본지 참 오래되었는데, 단렌즈로 고양이 찍는 사람들 보면, 참 신비한 재주라는 생각이 든다.

어지간히 친한 경우 아니면, 그렇게 들이미는 대도 가만히 있지는 않는다.

어렸을 때에는 단렌즈로 잡히는 무감한 풍경, 그런 걸 참 좋아했었는데...

그런 걸로 고양 놀라지 않게 사진 찍는 건, 정말 상상불가다.

똑딱이 가지고 예술 사진, 역시 상상불가.

당분간은 똑딱이에 더 익숙해져 볼려고...

조리개를 더 열어보고 싶은데, 오... 여기가 한계치다.

사실 이것저것 만지다보면, 고양이는 벌써 딴 데 보고 도망간다.



고양은, 까치와 같은 새들을 좋아한다.

새가 날라가면 정신 없이 숨을 죽이고 쳐다본다.

사냥 본능?


고양에게 지어준 본명은 헤게루이지만.

가끔 철학자 같은 시선으로 세상을 볼 때가 있기는 하다.

그러나 고양은 이 이름을 별로 좋아하는 것 같지는 않다.

고양, 이 이름에만 반응을 한다.

부르면 진짜로 달려온다.

헤게루, 절대 반응 없다.


가끔 우리도 부부 싸움을 할 때가 있다.

본격적으로 싸울 태세면, 고양이 끼어들어서 굴러버린다.

웃겨버리는 데야, 싸움 형성이 아예 안 된다.

집안 공기가 차가와지면, 얘가 먼저 지랄을 한다.

웃다 보면 왜 싸울려고 했는지, 그것도 까먹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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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되는 일도 없고, 기분도 좀 적적하고, 간만에 책이나 좀 쌓아놓고 보자고.

너무 딱딱하고 비슷비슷한 책만 보다가, 진짜 간만에 읽은 심리학 책이다.

원래는 로버트 라이시의 <왜 위기는 반복되는가?>를 보려고 하다가, 라면 먹으면서 읽기는 좀 그렇고, 결정적으로 서문을 보고 나니 밑줄을 쳐야 할 것 같아서, 대신 집어든 책이다.

먼저 여기 테스트부터 잠깐 해보시고.

흰 색 유니폼이 몇 번 패스 하는가가 질문이다.




하하, 나도 고릴라 못 봤다.

최근에 너무 진화 심리학이 난리를 쳐서, 한동안 지겹다 지겨워, 이런 심리학 테스트들이 하려고 하는 얘기가 너무 뻔한 결론 아니냐... 싶었는데.

진짜 간만에 유쾌하게 읽었다.

복잡하게 들어가면 너무 이데올로기적인 결론이 되고, 인간이라는 게 얼마나 한계 투성이이고 허점 투성이인가, 그렇게 생각하면 진짜 재밌다.

그래, 고릴라를 못 보는 경우가 많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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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각기동대 stand alone complex 2편으로 알고 있는데.

이 마지막에 타치코마들이 일본으로 떨어지는 핵 미사일을 막고 산화하는 장면이 나온다.

이 때 흘러 나오는 노래를 일명 타치코마의 노래라고 부른다.

나도 두 번이나 이 장면을 책에다 넣은 적이 있다.

동경전력의 비정규직 투입을 보면서, 문득 이 장면이 다시 생각났다.

현대 있던 시절, 현대석유화학에서 벤젠 공정인가, 톨루엔 공정인가, 여기에 젊은 여성들을 투입하는 걸 보면서 정말 불 같이 화를 냈던 적이 있었다.

자기들은 위험하다고 안 들어가고...

누가 위험한 공정에 투입될 것인가, 이걸 결정해야 하는 순간이 있다.

몽땅, 비정규직 몫이고, 신참 몫인 경우가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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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드북스

독서감상문 2011. 3. 26. 18:33


서대문에 있는 레드북스에 갔다 왔다.

책 판매로 1/3, 후원회원 1/3 그리고 음료 판매 등으로 1/3,

그런 비율로 그럭저럭 꾸려나가고 있다는 것 같다.

책방을 지키는 것, 그것도 사회운동의 하나가 되는 시기이다.

이런 작은 책방에 갔다오면, 괜히 기분이 좋아진다.

힘들고 어려운 일들만 자꾸 보이는 시기, 그래도 뭔가 새로운 것이 시작되고 있다는 느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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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사 찬 오후지만, 날이 풀려서 간만에 외출을 했다.

마침 먹이 먹으러 고양이들이 모여 있었다. 이렇게 둘은 부부로 알고 있는데, 볕 좋은 오후에 같이 밥 먹는 중.

지난 겨울 나느라고 진짜 고생들 했다.



남 밥 잘 먹는데, 우리 집 고양, 심통을 막 부려서... 드럽다, 드러, 이런 볼쌍 사나운 장면이.


세상의 고양이들은 다 예쁘다.

텃세에 밀려 떠나기 전에 잠시 물끄러미.

저 눈빛을 사랑하지 않기도 어렵다.

(결국 돌아와서 싹싹 비웠고, 저녁에는 생선구이 남은 것도 특식으로 나갔다.)


겨우내 집에 있다가 올해 처음으로 바깥 외출.

밥 먹는 부부 고양이에게 심통 내고, 된소리 얻어먹은 후.

못써, 사이 좋게 지내야지.


오늘 따라 심통이 장난 아니다.

아직 풀이 덜 나서 그런가?

 

집에 들어온 다음에도 여전히 심통.

오늘 콘셉은 심통 고양이, 새 봄 외출은 완전 심기불편.

고양 모시고 살기 힘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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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신주...

독서감상문 2011. 3. 19. 15:02
한국 철학자의 글을 이렇게 재밌게 읽었던 것이 얼마만이던가. 박동환 선생의 책을 정말 재밌게 읽었었는데, 절판된지 오래인지, 이제는 흔적도 찾아보기가 어렵다.

동아일보 칼럼은 잘 안 보는데, 강신주 덕분에 정말 재밌는 몇 시간을 보냈다.

당장은 어렵지만, 간만에 한 사람 책을 쭉 쌓아놓고 읽는, 그런 재미진 일을 할 생각이다.

좋은 철학자가 동시대에 같이 살아간다는 게, 얼마나 고맙고 즐거운 일인가, 그런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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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있는 존재,

우리 집 고양구다.

중학교 때 사진반을 했었는데, 정말 한 장 정도는 잘 찍어보고 싶었다...

무슨 수를 써도 똑딱이로, 내 실력으로는 이 이상 예쁘게 해볼 수가 없다.

미안, 고양...

넌 이보다 훨 이뻐.

너무 예쁜 데, 그 자태를 표현할 수가 없어서...

좀 좋은 카메라를 쓰고 싶은데,

나는 한 명씩, 만원짜리 책을 사고, 거기에서 약간의 돈을 받아서 살아가는 학자다.

내 책을 사주는 독자보다 좋은 카메라를 쥐는 걸,

나는 도저히 양심상 못 하겠다.

똑딱이로 찍은 우리 야옹구,

이쁘게 봐주시면 고맙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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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히 급한 일이 생기지 않으면,

가서 볼 생각이다...




<당신과 나의 전쟁 : 특별상영> 1차

- 일시 : 3월 22일, 19시

- 장소 : 두리반

- 작품 : <당신과 나의 전쟁>, 감독 태준식, 80분

           <낙인>, 감독 태준식, 15분 (쌍용 자동차 노동자들의 현재를 다룬 단편 - 최초 공개)

- GV : 태준식 감독, 쌍용 자동차 해고 노동자

(관람료는 따로 없고, DVD나 사주시면 고맙겠다고 하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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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지 클루니가 소형 어선 선장으로 나왔던 '퍼펙트 스톰'은 참 재밌게 본 영화이다. 재난 영화로 분류되는데, 아기자기하고 배를 타는 사람들의 개개인의 삶의 행적 같은 게 잘 나와서 애잔함이 더 컸던 영화다.

DVD를 가지고 있는데, 결정적인 장면이 뻑이 나서. (DVD 잘 재생 안되면 정말 속 쓰리다. 딱 위의 요 장면 바로 앞에서 서버린다.)

정두언이 요즘 맘 단단하게 먹었는지, 막 엇나가기 시작한다.

대통령을 '그 사람'이라고 부르는데, 다른 건 모르겠지만 배포 하나만큼은.

어쨌든 그가 시중에서 사람들이 부르는 현재의 고물가 상황을 포함한 한국 경제를 표현하는, '퍼펙트 스톰'이라는 말을 썼다.

영화의 '퍼펙트 스톰'이 되기 위해서는 기상조건 등 자연적 조건도 있어야지만, 갈등하는 사람들 사이의 화해도 있어야 한다.

참치도 많이 잡혀야 하고, 그래서 간만에 빚 좀 갚나 싶었는데, 얼음 제빙기가 고장나버리고.

그래서 위험한 폭풍우가 있다는 걸 알면서도 최단 시간에 항구로 돌아가기 위해서 폭풍우 지역을 통과해야 하고. 그 과정에 갈등 중인 선원들이 화해하면서 서로를 이해하게 되는 풋풋함이 있어야 한다.

이래서 항구로 돌아가기만 하면 모두가 행복할 수 있는 그 조건이 되면, 완벽한 폭풍우가 된다.

생각해보니...

소름끼치도록 무섭다, 한국 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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