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성들만으로 구성되지 않은 조직
에너지관리공단 시절, 한참 많은 때에는 여성 과장을 두 명이나 데리고 있었고, 직원도 여성, 그래서 남성은 나를 제외하면 1~2명만 있던 때가 많았다.
별 특별한 이유가 있는 게 아니라, 나는 특채로 나중에 입사한 경우라서, 사람들이 다 꺼렸던 여성 과장이나 여직원들이 내가 있던 팀에 집중배치된. 내가 여성들과 같이 일을 하는 법을 처음으로 배운 건, 그 시절이었다.
프랑스의 경우는 그렇지 않지만, 우리나라에서는 여전히 경제학과에서 여성들을 보기가 어렵고, 아주 금방, 남성만으로 구성된 임시조직들이 만들어진다.
책을 낼 때는, 나의 파트너들은 대부분 여성들이다. 새로 작업하게 된 에디터 일부들을 제외하면, 오래 작업한 친구들은 대부분 아줌마이고, 아기 엄마이기도 하다.
지금도 중요한 경제와 관련된 회의에 가면, 여성들이 없거나, 아니면 정말 하위직으로만 참가하는 그런 경우가 많다.
한전 등 발전회사에서 여자 과장들이 생겨난게 얼마 되지 않는다.
‘나는 꼽사리다’를 처음 시작할 때, 여성 멤버가 있는 편이 좋으냐, 아니냐, 이런 걸로 김어준 등과 좀 고민을 한 적이 있다. 이것도 선택의 문제이기는 한데, 여성이 없는 편이 좀 더 편하고 장점이 많을 거라는 게 김어준의 생각이었다.
일리 있는 생각이기는 한데, 길게 보면 나는 여성이 있는 편이 좋을 것이라고 생각을 했다. 이유는, 별 특별한 게 아니라 남성들만으로 구성된 조직 보다는 양쪽 성이 다 참여하는 편이 좋을 거라고 생각했던, 아주 단순한 이유였다.
그게 다른 진행자보다는 나랑 선대인이 김미화 누님 쪽을 더 선호했던 이유이기도 하고.
이게 좋았던 건지 아닌지는, 시간이 조금 더 지나봐야 알겠지만, 어쨌든 남성들만으로 구성된 조직을 자꾸 흔들려는 게, 수 년째 내가 가졌던 자세이다.
아무래도 자꾸만 이질성을 만들어내는 게 더 좋을 것 같다는… 너무 균일한 그룹이나 동질적인 사람들끼리만 모이면, 남들 다 아는 것을 자기들만 모르는 바보 현상, 혹은 ‘임금님 귀는 당나귀귀’ 현상이 벌어지게 된다고 생각한다.
나도 아직은 이유는 정확히 모르지만, 어쨌든 남성만으로 구성된 조직에는 문제가 좀 생길 것이라는 나름대로의 믿음 같은 게 있다. 가능하면 그렇게 내가 움직이는 공간을 구성하지는 않으려고 한다.
타이거 픽쳐스라는 곳은, 요즘 두 달째 내가 출근하고 있는 곳을 가장 간단히 설명하면, 이준익 감독이 영화를 만드는 곳이다.
물론 이 집단은 처음부터 남성으로만 구성된 집단은 아니었다. 영화사 아침의 대표, 정승혜 대표가 이 집단을 이끄는 삼두마차의 한 축이었다. 전설적인 인물인데, 불행히도 나는 뵐 기회가 없었고, 암으로 딱 내 나이 때 돌아가셨다.
어쨌든 그 이후로, 일부 스탭들을 제외하면, 남성만으로 구성된 집단처럼 되었다.
이곳은 2년째, 위기를 겪고 있고, 특히 조연출 등 스탭들을 감독으로 데뷔시키지를 못해서, 진짜 어려움에 빠져 있다.
상황이 그러다 보니, 진짜 오래된 식구들만 사무실에 나오는데, 사실상 남자만으로 구성된 조직처럼 되어있다.
이준익 감독과 여성 출연자에 대해서는, 좀 재밌는 얘기들이 많다.
아직 나도 답은 모른다. 이건 상황에 따라서 다르고, 맥락에 따라서 다르니까, 경제학에서 얘기하듯이 최적화의 논리를 드러낼 건 아닌 듯 싶다.
어쨌든 남성만으로 이루어진 조직, 이것도 연구 대상은 연구 대상이다.
그렇다고 그걸 연구하기 위해서, 남성만으로 이루어진 조직을 찾아다니고 싶은 생각은 별로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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