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박 시대, 이젠 나도 힘이 빠진다

 

명박 시대 5년차, 그 동안 무슨 정신으로 살았는지, 나도 깜박깜박한다.

 

노무현 때부터 치면 10, 무슨 힘으로 버티면서 여기까지 왔는지, 진짜 까마득하다.

 

요즘은 단 하나도 새로 일정을 얹기 어려울 정도로, 그야말로 꽉 차 있다.

 

힘이 빠진 건지, 나이를 먹은 건지

 

수업 부탁이 오기는 왔는데, 마흔 살 중반에 시간강사라, 이젠 도저히 못하겠다. 그것도 열정이 있어야 하는 일인데, 이젠 그만한 열정이 남아있지가 않다.

 

나꼽살은, 생각보다 힘이 많이 드는 방송이다. 안 해보던 얘기들을 만들어내는 것도 어렵고, 매번 방송 주제를 정하고, 이것저것 틀 잡는 게, 공중파 방송 보다 훨씬 힘이 많이 든다. 경제 얘기만 가지고 여기까지 왔으면, 진짜 많이 온 거다.

 

올해만 하고 전부 내려놓는다고 생각하고 있으니, 그래도 한 해를 어떻게든 버텨낼 힘을 내는 거지, 내년에도 뭔가 해야 한다고 생각하면당장 오늘 해야 할 일도 하기 싫어진다.

 

수업도 접고, 강연도 접고, 몇 년째 그래도 나름 즐기면서 계속하던 TV의 다큐나 시사방송 기획 같이 하던 일들도 접었다. 잡지 인터뷰 부탁들도 접고.

 

물리적으로 시간이 없기도 하지만, 뭔가 생각을 더 얹을 공간이 없다는 게 더 크다.

 

뭐가 이렇게 힘이 빠지게 하는 것일까?

 

정권은 바뀔지 모르지만, 세상이 별로 좋아지지 않을 것 같다는 불안감이, 더 이상 힘을 내보고 싶지 않다고 생각하는 그 맨 밑바닥에 있는 것이 아닐까 싶다.

 

예전에, ‘방전이라는 표현들을 쓰던데, 요즘 그 말이 나에게도 딱 맞는 것 같다.

 

기쁠 일은 별로 없고, 실망할 일은 잔뜩이고, 기다릴 일은 별로 없고, 기다리지 않아도 생겨나는 좋지 않은 징후들은 잔뜩이고.

 

관성 같은 것일까? 중오도 관성이 된다, 참 무서운 말이다.

 

10년을 버텼으면, 그래도 꽤 오래 안 지치고 버틴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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