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린 존

영화 이야기 2010. 9. 5. 03:36

나는 영화에 좀 편식이 심한 편이다.

좀비나 드라큐라 나오는 B급 영화들, 어지간하면 본다.

헐리우드 영화는, 20대 때는 잘 안 봤는데, 30대 중반 넘어가면서 공부하는 마음으로 열심히 본다. security cinema로 분류되는, 그런 영화는 거진 보고, 구할 수 있으면 거진 산다.

남들한테는 오락이겠지만, 나한테는 공부인 셈이다. 물론 결론 뻔한 전쟁 영화에 마초성 짙은 20년 전 영화들, 엄청 재미없기는 한데, 그냥 참고 본다. 책도 참고 보는 것처럼, 영화도 참고 보는 셈이다.

자꾸 보다보면, 인내심은 좀 느는 것 같다.

보통은 열 번 넘게 보는데, 어떤 건 100번 넘게 본 것도 있다. 먹고 사는 거... 생각보다 힘들다.

<본 얼티마텀>은, 1편은 재밌게 봤는데, 3편은... 도저히 못 보겠다 싶어, 몇 번 시도했는데, 아직도 끝까지 제대로 못봤다. 맷 데이먼이 나온 영화 중에서는 <시리아나>는 엄청 재밌게 봤었다.

<그린 좀>은, 재밌다. 몇 개의 CIA 관련된, 예를 들면 톰 클랜시 원작을 활용한 극렬 민주당 영화의 거의 원조격이라고 할 수 있는 닥터 라이언 시리즈부터 쭉 따라와서 본 사람이라면. 색다른 CIA 버전을 느낄 수 있을 듯도 싶다.

뻥 치는 거야 정치인 다음으로 서러워할 사람들이 군인 그것도 정보계통 장교들일텐데.

이라크에 대량살상무기가 없다는 거야 이제와서는 비밀도 아니지만, 하여간 그 초반 얘기이다.

펜타곤, CIA, 양쪽의 인텔리전스 팀이 이라크에서 맞붙게 된다. 문득 궁금한 생각. 부시 집권 초기에 각 인텔리전스 팀을 조율할 자체 방첩팀을 백악관에 두겠다고 했었는데, 그게 어떻게 되었는지,

어쨌든 부시도 잘 몰랐던 것 같다.

하여간 여기서는 CIA가 이라크를 이해하는, 일종의 지한파처럼 지이라크파라고 해야 하나, 그렇게 나오고 펜타곤 쪽이 잔인무도한 팀으로 나온다. 보통은 그 반대인데, 전쟁 중에는 펜타곤이 전권을 행사하게 되는 상황으로 봐야 하나?

하여간 개뻥과 개뻥이 맞부딛히고, 결국 첨단 장비로 사용하는 특수 야전용 컴으로 결정적 단서를 찾는 것은, 구글...

그냥 보면 구글 홍보영화인 듯 싶다.

임시 파견 관계 등 뭔가 좀 앞뒤가 안 맞는 듯 싶은 장면들이 좀 있지만, 국방 영화야 그런 게 한둘이 아니고.

엄청 민주당 영화이기는 한데, 헐리우드가 좀 너무 하다 싶은 건, 잘 생기고, 쌈 잘 하고, 말 잘 하고, 그리고 엄청 정의로운 친구들이 등장한다는 점이다. 물론 너무 그렇게 대놓고 하면 좀 그렇다는 생각으로, 어설프고 덜 떨어지게 그리는 지능범들도 가끔은 있다만.

하여간 미국, 전쟁 너무 많이 한다, 쟤네들.

한국도 이라크 파병해서 건설사업 수주액도 올리고, 국익에 도움 된다고 노무현 시절 엄청 뻥 까더니, 지나보니 전부 개 뻥임이 판명되고, 결국 그 사건을 계기로 노무현 정권은 지지자들 풀풀 떠나버리고 결국 정권도 잃게 되었더라, 이런 눈물 없이 볼 수 없는 비극적 사건과 관련된 바로 그 얘기이기는 한데.

요즘 오바마는 뭐 하나 싶어 막 뭐라고 했더니, 나름 미국 내부 소식에 정통했다고 하는 어떤 분이, 오바마는 자기 스케쥴 대로 잘 가고 있는 거라고 하시더라... 근데 아프간은 어떻게 할려고 그러시나?

하여간 돈만 된다면 이것저것 가리지 않는 것 같아 보이는 헐리우드에도 공화당과 민주당 지지 감독들이 또 팽팽하게 나뉘어서 지네들끼리 열씸히 싸우는 거 보면, 그래도 한국보다는 낫다, 그런 생각이 들 때도 있다.

그렇게 한국 영화 욕 하다가도, 혹시 아나, 지금 어디선가 누군가 천안함 가지고 영화 만든다고 열심히 시나리오 하나 들고 펀딩 받으러 다니고 있을지? 한국 버전의 천안함, 재밌는 할텐데, 누가 목을 걸고 그걸로 영화를 찍을 수 있을까, 그런 궁금함이 생기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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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록 물고기

영화 이야기 2010. 8. 24. 14:20
1.
참 오랜만에 초록물고기를 봤다.

이 영화 얘기를 처음 들은 게, 아마 신촌에 있던 연우라는 만화가게에서 죽 때리던 시절이었던 것 같다. 같이 공부하던 친구가 영화를 전공했다. 만화가게에서 우연히 만났었는데, 초록물고기라는 영화 제작에 참여하고 있다고 하면서 영화 얘기를 조금 들었었다.

2.
원형에 관한 생각이 들었다.

<초록 물고기>는 우리에게 많은 것이 원형에 관한 얘기일 것 같다.

아직 IMF 경제위기가 오기 이전, 일산에 막 사람들이 가서 살기 시작할 때, 앞으로 다가올 미래에 대한 불안감.

문성근과 명계남이 아직 노무현을 지지하기 이전.

이창동이 장관이 되기 이전.

그리고 송강호가 아직 초짜이던 시절.

3.
<초록 물고기>는 노무현은 우리에게 무슨 의미였나 동시에 도시미학은 어떤 의미였나,

그런 것들이 아직 명확하기 이전의 한 세계를 문득 우리에게 되돌려보여주는 것 같다.

그리고 한국 영화도 역시. 90년대 후반의 영광을 보기 이전.

리얼리즘이 영화 내에서 아직은 살아있던 시절.

4.
문성근은 예나 지금이나, 참 연기 잘한다는 생각이 든다.

얼마나 많은 사람이 봤을지는 모르겠지만, 종사관 지진희가 나왔던 영화 <수>에서도 문성근 혼자서 아주 돋보였었다.

"여는 내 세상이야, 내 세상..."

5.
사람들은 <초록물고기>를 노무현 정권을 만든 영화라고 평하는 것 같다.

실제로 그 대선 직전에 TV에서 상영을 해주었는데, 명계남이 얼마나 비열한 사람인가를 보여주기 위한 적들의 음모라고 하는 설이 파다했었다만. 어떤 의미로든, 제작자들의 의도와는 상관없이 매우 정치적인 영화가 되어버린 셈이다.

그러나 동시에 재개발에 관한 영화이기도 하다.

공간을 논의하는 영화. 그래서 <짝패>로 내려오는, 일련의 재개발 영화라는 장르가 한국에는 또 하나 있다.

예를 들면, <1번가의 기적> 같은 것. 아니면 <홀리데이>...

그런 재개발 영화의 원형에 해당하기도 하는 것 같다.

<김관장, 김관장, 김관장> 같은 코메디도 <초록물고기>와 맥이 닿아있다고 하면 지나친 해석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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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깔로레아용 프랑스 경제 교과서는 좀 깊은 스토리가 있는 책이고, 앞으로도 당분간 스토리가 진행될 얘기이다.

출판사에서는 꼭 돈이 되는 책만 내는 것은 아니고, 의미가 있으면 무리를 해서라도 내기도 한다. 이번에 휴머니스트에서 출간한 <프랑스 경제사회 통합 교과서>가 그런 경우이다. 중간에 준비하는 과정에서, 돈도 꽤 많이 쓴 걸로 알고 있다.

대안 경제 교과서에 대한 논의가 한국에서 시작된 것은 좀 되는데, 아마 2003년, 딱 요 맘때처럼 더웠던 어느 여름날이라고 기억나는데.

사회교사모임이라는 곳에서 대안 경제 교과서에 대한 논의를 시작하게 되었다. 나 혼자서는 추스릴 수가 없었는데, 결국 한사경에서 이 일을 맡기로 했는데, 강남훈 선생이 일을 좀 끌어가셨다.

나중에 강남훈 선생이 교수노조 사무국장이 되고, 서로 바빠서 누구도 제대로 대안 교과서 집필에 관한 일을 챙길 수가 없었다.

그 와중에 역시 지금처럼 더운 여름날, 김수행 선생과 한국에 맑스경제학 전공했던 사람들이 어지간히 팔공산에 모여서 엠티를 한 적이 있었다. 보통은 이 양반이 화를 내거나 뭐라고 하는 일은 별로 없는데, 그 때는 불 같이 화를 내셨다.

요지야, 너네들 도대체 뭐하고 살고 있는 거냐, 뭐 그런 건데.

자칭타칭, 유명 교수들이 밤 12시에 전부 일어나서 벌 서듯이 한 명씩 요즘 하는 일들에 대해서 얘기하고, 김수행 선생한테 왕창 깨지고...

사실 그 나이에 혼나는 것도 익숙지 않고, 새우깡에 소주 마시면서 밤 새는 게, 와 힘들다...

하여간 그날 밤에 대안 경제 교과서에 대한 얘기가 나왔었는데, 제대로 진도가 나가지 않는다고 김수행 선생이 정말 불같이 화를 내신 적이 있었다.

(그후로도 가끔 김수행 선생이 후학들에게 섭섭함을 얘기하는 걸 듣기는 했는데, 하여간 그렇게 화를 내시는 건 처음 보았다.)

그리하여, 다시 몇 년이 흐르고. 직접 교과서를 쓸 수가 없으면, 대안 교과서라고 할 수 있는 걸 일단 번역이라도 해서, 이렇게 생겨먹은 걸로 외국에서는 공부를 하자, 그렇게 해서 이 책을 우리나라에 소개하는 작업이 시작되었다.

참 커도 너무 큰  책이고, 게다가 용어도 너무 복잡했고, 미국 용어를 그냥 번역한 우리나라 경제 용어로는 포착하기 어려운 미묘한 맥락들이 있었다.

보통 번역 책의 감수를 맡으면, 문맥이 거칠지 않은지, 복문을 해체하는 과정이 제대로 되었는지, 혹시라도 문장의 맥락이 거꾸로 번역된 것은 없는지, 그런 걸 중심으로 보는데.

이 책은, socio-professional category에 속한 수 십개의 용어를 일관되게 번역하는 것 자체가 돌아버릴 일이었다.

하여간 그런 과정을 통해서, 이 거대한 떡대가 한국의 독자 앞에 모습을 보일 수 있게 되었다.

엄청난 떡대라고 하지만, 그냥 프랑스에서는 고등학생들이 대학 가기 위해서 보는 교과서일 뿐이다.

철학의 경우도 그런 경우가 많지만, 수준은 학부생 수준을 가뿐히 넘어간다. 제대로 된 학부생 훈련 프로그램을 갖추지 못한 엉성한 경제학과 수준을 사뿐 넘어갈 정도이다.

한국 학부에서 폴라니를 제대로 가르치나? 아니면 뒤르케임을 읽게 하나? 혹은 지역경제, 우리 식으로 예를 들면 동북아 경제에 대해서 기본 메카니즘을 가르치기는 하나?

작업 중에 그런 질문이 계속 들었는데, 어쨌든 수준 차이가 너무 높게 느껴져서, 아, 우리는 어쩌면 좋을까, 그런 생각을 끊을 수가 없었다.

어쨌든 이번 주에 겨우겨우 출간을 하게 되었고, 얼마나 되는 한국의 고등학생들 손에 이 책이 '배달'될 수 있을까, 그리고 어떤 반응을 보이게 될까, 지켜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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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lice in Wonderland...

이 제목을 가지고 디즈니의 자본으로, 팀 버튼이 영화 한 편을 만들었다.

<이상한 나라의 인민노련>을 나도 준비하던 중이라서, 팀 버튼 영화에 맞춰서 책을 낼까, 말까 그런 고민을 좀 했다.

결국은 팀 버튼의 실패일 거라고 생각하고 영화도 안 봤는데, 온갖 혹평 속에 나온 그 영화의 DBD 가 출시된 다음에 봤다.

나의 감상은...

와, 재밌쟎아, 역시 팀 버튼 표 아냐?

상업적 실패는 그 다음의 얘기이고, 팀 버튼의 이 영화로 하고 싶었던 얘기가 뭐였을까, 부지런히 분석 들어갔다만....

분석은 다음의 얘기고, 영화를 보자마자 탁 든 생각이,

<토토루>...

이 영화는 <토토루>에 대한 오마쥬이다, 그게 내가 느낀 첫 번째 감상이다.

웃는 고양이, 그건 원래의 앨리스 얘기에 있는 모티브는 아니고, 우리 누구나 웃는 고양이라면, 바로 토토루의 고양이 버스, 그거 아냐?

팀 버튼이 앨리스에서 쓴 고양이 모티브, 그건 아시아 계열의 사람이 보면 누구나 느낄 수 있는 토토로...

웃는 고양이, 그리고 고양이 버스, 토토로 버스.

일단 고양이 얘기, 접수.

자, 그리고 토끼와 쌍둥이, 풀어야 할 코드들이 많지만, 토토로부터 얘기하고.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썩 재미있는 얘기라는 게 내 결론이고, 팀 버튼의 이 재밌는 얘기가 흥행에 실패한 과정을 찾는 게 학자로서 내가 쫓아가는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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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세상에서 가장 좋아하는 사람이 누굴까, 생각해봤는데, 여전히 잘 모르겠다.

어쨌든 가장 자랑스럽고 존경스럽게 생각하는 사람은, 일본인인 유아사 마코토이다.

작년 봄에 처음 봤는데, 그 후로 아마미아 카린은 또 볼 기회가 있었는데, 그와는 길이 엇갈려서 볼 기회가 별로 없다.

가을에 일본에 가는데, 이번에는 행선지가 히로시마라서 동경에 들르기는 어려울 것 같다.

민주당 정부가 출범하며, 그는 일본의 반빈곤 활동가들을 대표하여 정부에 참여하였다. 그 후의 얘기를 듣고 싶은데, 직접 만나서 듣는 것 외에는 별로 길이 없어 보인다.

어쨌든 그의 새 책이 나오게 되었고, 해제를 직접 부탁받는 영광스러운 일이...

지난 번 책은 너무 안 팔려서 내가 심히 민망스러웠는데, 이번 책은 훨씬 부드럽고, 유머스러워졌다. 

직접 보면  엄청 유머스럽고 경쾌한 사나이인데, 지난 번 책은 첫 책이라서 그런지 좀 무거운 느낌이 있었다.

이번 책에는 만화도 들어가 있고, 삽화들도 아주 귀엽다.

일본 반빈곤 운동, 여전히 진화 중에 있는 것 같다.

출판사에서 행사 같은 것을 좀 기획해서, 한국의 독자들에게 이 멋진 사나이를 소개할 수 있었으면 하는 생각이 있다.

(작년에 고대에서 초청 행사를 가졌었다고 하는데, 길이 엇갈려서 그 때는 만나지 못했다. 당분간, 일본에서 가장 중요한 위치에 서게 될 사나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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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한테 고통을 준 책이 '생태 요괴전'이라는 책이다. 12권으로 된 대장정 시리즈 중 5권을 차지하고 있는 책이다.

이래저래, 이 책은 귀신들린 책이기는 하다. 원 모티브나, 책을 결정적으로 쓰기로 한 그 순간이나, 다 귀신 들린 얘기들로 구성된 책이다.

그리고 겁나게 안 팔린 책이기도 해서, 7권 째인, 본 책의 하일라이트를 거의 1년이 되도록 길게 고민하게 만든 책이기도 하다.

이 책을 쓰기로 한 원 모티브는 동경에서 있었던 어느 날 사건에서 벌어진 사건이다. 정확히는 꿈 얘기이다.

1권인 <88만원 세대>가 일본에서 출간된 이후에 일본에 이런저런 이유로 가게 될 일이 좀 있었는데, 그 중의 어느 날.
나를 아주 힘들게 했던 어떤 사람이 꿈에 나타났고,

나는 꿈에서 아주 힘들었다.

그러다가, 너는 가짜야, 그렇게 말했더니,

그 사람이 낙엽으로 부수어져서 사라졌다...

그런 얘기다만. 어차피 꿈의 얘기고.

약간 디테일을 기억하면, 날 힘들게 했던 여인이 자신의 '쌍둥이 동생'이라고 해서 나타났던 게 그 꿈의 내용이고,

내가 진실이라고 말한 것은, 그런 쌍둥이 동생이 있을리가 없다..,

뭐, 그런 자다말다, 그런 꿈 속의 얘기들이다.

어쨌든 즐겁든, 즐거지 않던, 나는 그런 꿈의 얘기들을 좋아하고, 말은 과학의 세계라고 하지만, 나는 여전히 요괴들과 같이 살아가고 있는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그 때 한 번 해봤다.

내 주변에 귀신들이 살까?

하여간 마흔이 넘어가려던 그 시점에, 어쩌면 아주 어린 시절에 봤던 그런 귀신들이 다시 나에게 돌아오고 있는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잠깐 한 적이 있었다.

자, 그건 일본판 요괴들에 관한 얘기고...

<여고괴담>은, 내가 한국 사람이라서 참 좋았던 영화 시리즈이다. 그 끔찍한 얘기들이, 서양 얘기나 기껏해야 일본식 요괴 얘기나 들으면서 살아야 했던 내 10대와 20대의 기억을 넘어, 우리도 그런 얘기 정도 있어...

하는 그런 시리즈가 되었다.

<생태요괴전>을 준비하면서, <여고괴담> 시리즈를 전부 한 번 제대로 보고 싶었는데, 이미 너무 늦어서 DVD도 구할 수가 없었고... 사려고 해도 살 수 없는 상황이었다.

하여간 어쨌든 여기서 빌리고 저기서 빌려서, 볼 수 있는 만큼은 봤다만...

전체 시리즈를 다 보고 나니, 가장 기억에 남는 게 3편, 여우계단 이야기이다.

박한별이라는, 정말 좋은 배우가 될 것 같은 그런 느낌을 주었던 배우가 나왔던 영화이고.

그는 요즘 뭐 하나?

여교괴담은 수 없는 여배우들이 데뷔한 무데가 되기도 하였지만, 전체를 다 놓고 보니, 영화 내에서는 박한별의 느낌이 제일 좋았다.

여우계단은, 무용, 다이어트, 그리고 경쟁이라는 키워드를 가지고 있다.

물론 여고괴담 시리즈는 전부 다, 대학 입시라는 큰 틀, 그리고 사랑이라는 키워드를 가지고 있기는 하다.

귀신이 되어, 자신을 죽게 만든 바로 그 친구를 여우계단에서 만났을 때, 과연 어떤 선택을 할까?

박한별은, 그 친구의 허리를 졸라 죽음으로 이루게 하는 선택을 했다.

날, 다시는 기다리게 하지 마...

사회과학이나 인문과학이 그 시대를 버리고 있던 시절,

여고괴담을 보면, 지난 10년이 어땠는지, 한 번쯤 생각해보는 계기가 된다,

(이 시리즈가 6편이 나온다고 한다. 한국에서 리얼리티를 말한다면, 여고괴담 외에는 없지 않을까, 그런 생각이 가끔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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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우스 푸어

독서감상문 2010. 8. 3. 15:43

김재영 PD는 MBC에 속한 사람 중에서는 내가 개인적으로 가장 큰 고마움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다.

한국 방송에서 골프장 문제를 가장 처음으로, 그리고 가장 본격적으로 다루어준 사람이 바로 그이기 때문이다. 황우석 사태와 한미 FTA 등, 꽤 여러 일을 그와 같이 했는데, 그렇게 하기 훨씬 전에 골프장 문제로 한 때 같은 전선에 서 있었던 적이 있었다.

이 책에 대한 해제에 대한 부탁은 김재영 PD와 선대인 부소장한테 같이 받았는데, 무엇보다도 '하우스 푸어'라는 한국에서 제시하기 어려운 질문을 방송과 르뽀의 특징상, 디테일하게 접근할 수 있었던 게 눈에 띄었었다.

내가 해제를 썼던 책 중에서는 썩 잘 팔린 책도 있고, 결국 그냥 묻혀버린 책들도 있었다.

간혹 출판계에서는 나를 마이더스의 손이라고 부르기도 하는 것 같은데, 그렇지는 않다. 아무리 밀고 아무리 소개해도 사람들이 꿈쩍도 않는 앵무새 얘기 같은 것도 같다. (참, 앵무새, 한국에서 힘 못 쓴다...)

아마 올해와 내년, 토건과 탈토건의 두 가지 힘이 건곤일척의 맞대결을 벌이는 그런 '마지막 싸움'의 순간인 것 같다.

토건과 싸움을 벌이겠다고 마음을 먹은지, 그게 2002년부터이니, 나에게도 한 8년간 계속된 싸움이었던 것 같다.

지금 와서 돌아보면, 이제는 어느 정도 전선이 형성되었고, 한 번은 힘 싸움을 해도 괜찮을 때가 아닌가?

탈토건에서 나온 책 중에서는, 가장 높은 순위에, 그리고 가장 상위에 서게 될 책이다.

아마 당분간, 이 책을 경계로 한국에서 토건의 힘과 탈토건의 힘이 맞서게 될 것 같다.

그런 점에서 이 책은 아방가르드이고, 아방가르드에 많은 사람들의 시선이 몰리는 것,

아마 이 싸움은 지지 않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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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윤 감독의 <어느날 그 길에서>를 포함한 DVD 셋트가 발매되었다. 나는 보자마자 샀다.

아까워서 아직 뜯지도 못하고 있다.

DVD 박스는, 언제나 로망을 준다.

어제 반이다에서 만들었던 <개청춘>을 동숭아트센타에서 봤다. 처음 티저를 받아들었을 때, 이게 과연 상업극장에 올라갈까, 참 안타까웠었다.

그 한동안의 무거운 마음을 털고 오는 자리가 되었다.

<개청춘>을 비롯해서 <미얀마> 등 20대 감독들이 만든 장편 다큐들이 있고, 단편도 몇 편 있다. 그리고 찾아보면, 그런 작품이 인디 영화에서도 몇 편 더 있을 것이다.

이런 걸 보아서 DVD 셋트로 나오면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문득 머리를 빡 하고 때리고 지나간다.

박스본은, 언제나 로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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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고 상태 혹은 교열지 상태로 책을 읽는 경우가 종종 있다. 그 때 사실 좀 떨리기는 한다. 과연 이 책의 운명은 어떻게 될까?

한국 책의 경우는 저자의 숨겨진 매력을 찾아내는 방식으로 주로 해제를 쓰는 것 같다.

외국 책의 경우는, 이 책이 한국에서 어떤 맥락에서 의미가 있는지 혹은 우리의 모습과 어떻게 다른지, 그런 소위 맥락을 찾아내는 방식으로 해제를 쓰는 것 같다.

엘렌 퍼펠 셀의 책의 경우는, 한국의 맥락으로 가지고 오는 방식 그래서 언젠가 내 책의 제목으로 쓸까 하고 생각하고 있던 <마케팅 사회>라는 해제 제목을 달아주었다. 현재, 나 하는 꼬라지로 봐서는 이런 제목의 책을 쓰기가 어려울 것 같아서 그렇게 했다.

그리고 다시 한겨레의 경제 월간지에 이 책에 대해서 글을 쓰게 되는 순간이 생겼다.

보통 해제를 쓴 책에 대해서 감상문까지 쓰는 일은 별로 생기지 않는데, 이 책의 경우는 초교지 상태에서 한 번 생각해보고 다시 이게 책으로 나왔을 때 다시 생각해보는 일이 생기게 되었다.

순간... 아,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이건 책 내용과는 직접 상관은 없는 것이지만, 내가 놓치고 있는 것이 하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한국의 대학생들에게, 당신들도 해볼 수 있다고 제시하는 모델이 몇 사람 있다.

시오노 나나미가 했던 작업이면 당신들도 할 수 있지 않느냐, 그렇게 얘기를 하는데, 아무래도 귀족 출신인 시오노 나나미는 너무 멀어보인다는 반응이다.

그래서 <노 로고>의 나오미 클라인을 종종 제시한다. 나오미 클라인만큼 유명해지기는 어려울지 몰라도, 그가 했던 작업 정도는 당신들도 할 수 있지 않느냐?

나오미는 캐나다 출신인데, 미국에서 주로 활동하는 것 같다. 요런 경로로 활동한 사람 중에서 가장 대표적인 사람이 홀링이 아닐까... 그러나 홀링은 세계를 움직인 천재이다. 캐나다에 살면서 미국에서 활동한 또 다른 사람으로는 폴라니도 생각해볼 수 있다. 부인이 혁명의 전사였기 때문에 폴라니는 미국 대학교수로 발령나서 입국하려던 순간, 그의 부인의 입국이 거부되었다. 보통의 경우라면, 남편이 먼저 미국에 입국해서 대학에 자리를 잡고, 어떻게든 부인이 들어올 수 있게 한다고 할 것 같은데...

폴라니는 입국이 거절당한 부인을 두고 혼자 입국하는 대신에, 캐나다로 갔고, 교수 자리를 포기 했다. 그래서 한 번도 정식 교수가 된 적이 없이, 계절학기에서 짧은 특강 정도만 진행하면서 캐나다에서 살았다.

유사한 모델로 요즘은 호주의 켄버라에서 연구하는 사람들 중에서 좀 찾아볼 수 있을 것 같다.

어쨌든 미국이라는 큰 시장에서 활동하는 저자로, 나오미 클라인을 거론했다면, 이번에는 순수 미국인 모델로 엘렌 러펠 셀을 볼 수 있을 것 같다. Cheap price라는 책이 이번에 나온 책이고, 그녀를 유명하게 만들었던, 진짜 '살 떨리는' 그 책이 바로 <비만 유전자>.

엘렌 퍼셀 셀과 나오미 클라인이라는 두 가지 이름을 동시에 놓고 생각해본다면...

아, 한 명 한 명으로는 잘 보이지 않는 연결점이 나온다.

이 두 사람은 21세기에 새로 등장한 저자 모델이라는 생각이...

20세기에 나왔던 책들은, 그것이 유럽이든 미국이든, 거대 이론 위에 세워진 경우가 많은데, 이 두 사람은 거대 이론 위에 자신의 책을 세우지 않고, 관찰기에 가깝도록, 그리고 생활 밀접형 주제를 성공적으로 다룬 사람들이다.

물론 시장에서 성공했고, 상업적으로도 성공했는데, 그렇다고 이 사람들의 책을 놓고 상업적이라고 비난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제약회사, 식품회사, 이런 곳을 다루면 아주 길게 송사에 휘말리는 경우가 많은데, 그래서 잘 접근하지 않는 주제들에 대해서 용감하게 직설법으로 접근하는 데 성공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 두 저자의 공통점은 여성이라는 점이다.

생활에서부터 나오는 시각을, 기업이나 자본이나 그런 시각이 아니라, 또 다른 주체인 소비자 혹은 생활인이라는 관점에서 다룬 책이 그렇게 많지는 않지만,

다른 시각이 하나 등장했다는 생각이, 머리를 팡 하고 때리고 지나간다.

이 정도 모델이면, 한국에서도 해볼 수 있는 것 아닌가? cheap price는 책 내용도 중요하지만, 우리에게는 저자가 주는 의미가 더 많을지도 모르겠다. 저자를 더 살펴볼 필요가 있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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