욕이야 뭐 맨날 먹는 거니까요..

요즘 만나는 사람마다 욕 많이 먹지 않느냐고 걱정을 해준다. 그럴 때마다, "욕이야 뭐 맨날 먹는 거니까요.." 그렇게 대답을 한다.

학위 받은 다음부터 생각하면, 난 언제나 욕 먹고 살았다. 20대 때에는 재승박덕이라는 얘기를 사람들이 많이 했다. 아닌 건 아닙니다.. 총리실에 있던 시절, 아침에 하던 총리 회의에서 뒤에 배석하고 있다가, 상공회의소에서 뭐라고 하니까 총리가 그럴까요? 경제조정관을 비롯해서 국장들이 다들 얼굴만 굳어지고 아무 말 못하는 분위기였다. 총리님, 그건 안됩니다. 뒤에 있다가 일어나서 한 마디 했다. 뭐.. 난리라면 난리일 수도 있는데, 뒤에 배석한 상공회의소 사람들과 전경련 사람들이 나를 엄청 야리던 게 기억난다. 일어나기는 일어났는데, 자 이제 어쩐다.. 잠시 서 있다가 그냥 앉았다. 상공회의소 회장이 좀 어색하게 웃었던 게 기억난다. 이런 식의 꼴통 에피소드들이 좀 있다.

다들 싫은 소리 하는 걸 싫어하고 쓴 소리 하는 걸 싫어한다. 내가 본 사람 중에서, 그런 걸 잘 참는 사람은 문재인과 성남 시장 시절의 이재명, 약간은 그런 특징이 있는 것 같다. 박원순 시장은? 뭐, 되게 싫어하는 것 같았다. 참여연대 시절부터 그랬던 것 같다. 내 눈에는 그렇게 비췄다.

한국에서 실명 비판을 가장 적극적으로 한 사람은 강준만 선생이었던 것 같다. 얼굴 아는 사람한테 뭐라 하기 어렵다고, 정말 극단적으로 아무도 안 만나신다. 된장. 딱 한 번 술을 마시자고 해서 짧게 술 자리에 갔었는데, 그 때 변희재가 그 자리에 뙇! 뭐, 그 날 변희재랑 처음 술 마신 건 아니지만, 하여간 좀 그랬었다. 어쨌든 실명 비판의 대가는 극단적으로 외로운 삶, 뭐 그런 것 같다. 나는 그 정도로 실명 비판을 하지는 않는다.

그래도 늘 듣기 좋은 얘기만 하고, 칭송만 하는 건 아니다. 싫은 얘기도 한다. 그 때마다 생난리가 난다. 그런 게 오래 되다 보니까, 자연스럽게 나도 사람들 잘 안 만나고 왕창 모이는 자리 같은 데는 거의 안 간다.

그 와중에 제일 컸던 일은, 명박이 때 청와대 홍보수석인가, 하여간 신문에 쓴 내 글을 보고 지랄을 했다는 거다. 연줄연줄, 하여간 며칠 후 결국 몇 사람이 점심 먹자고 해서 나갔는데, 뭐.. 자기 목 생각해서, 좀 봐달라는 거였다. 그러죠, 뭐. 그런데 나중에 생각해보니까, 나도 그렇게 피해서는 전체적으로 방법이 없을 것 같았다. 그래서 블로그에, 한 번만 더 이딴 식으로 협박하면 무슨 일이 있었는지 다 얘기할 거다, 그렇게 올렸다. 참 고민스러운 며칠이 지났다. sbs에서 먼저 오고, mbc도 좀 있다 오고.. 그게 일종의 내부 고발 사건 같은 것이기도 한데. 완전 인질극 상황 같았다. 진짜 친한 사람들이 다칠 것만 같은.. 그렇게 뭉개면서 또 시간이 흘렀다.

정권이 몇 번이 바뀌고, 결국은 이 모양 이 꼴로, 남들 듣기 싫은 소리 하는 인생이 되었다. 그리고 원래 학자가 그렇게 사는 사람이다. 고전적인 의미에서는 그렇다. 결국 내 인생은 아주 클래식한 삶이 되었다.

"욕이야 맨날 먹는 거구요.."

이 말을 20년 가까이 입에 달고 산다.

'책에 대한 단상' 카테고리의 다른 글

망년회 준비를 하며..  (1) 2019.11.15
마이크를 사다..  (0) 2019.11.06
배가 나오면 성숙..  (2) 2019.10.25
정책 현안 분석은 그만할까 싶은..  (0) 2019.10.23
샘터 폐간 ㅠㅠ.  (0) 2019.10.22
Posted by retired
,

배 나온 다음에 내 삶도 많이 변한 것 같다. 나도 배에 왕자가 있던 시절이 있었는데.. 다 옛날 일이다. 배 나온 다음에 살살 살고, 천천히 산다. 인상 써봐야 암 걸릴 일 밖에 없다. 암보험은 커녕 실손보험도 없다.

좋은 점은, 성숙하기 위해서 조금은 더 노력한다는 점. 배도 나왔는데, 성질까지 더러워서야 써먹을 데가 없을 것 같은.

2년 계획으로, 배는 좀 뺄 생각이다. 맞는 바지가 없어지면 경제 생활에 너무 큰 타격이 간다. 아직은 기성복 그냥 사입으면 되는데.. 방어선이라도 좀 쳐야할 것 같은. 그래도 한참 살쪘을 때보다는 - 큰 애 학교 들어가기 직전 - 4 킬로 정도 뺐다. 2년에 걸쳐 6 킬로 정도 더 빼서 현대 다니던 시절 몸무게 정도는..

뭐, 큰 목표는 없다. 둘째 등하교 그만 시켜도 될 정도 나이에 살찌기 이전 상태로 돌아가는 정도.

성숙한 인생으로 삶을 마무리하는 것, 그게 목표라면 목표다. 욕망과 분노로 가득찬 한 인생을 살았다고 회상하기는 싫다..

'책에 대한 단상' 카테고리의 다른 글

마이크를 사다..  (0) 2019.11.06
욕이야 뭐, 맨날 먹는 건데요..  (1) 2019.10.31
정책 현안 분석은 그만할까 싶은..  (0) 2019.10.23
샘터 폐간 ㅠㅠ.  (0) 2019.10.22
글과 감정..  (0) 2019.10.17
Posted by retired
,

전기차나 농업에 관한 데이타들 잠깐 흝어보면서, 아직도 내가 이런 걸 보고, 최근 자료들을 다시 봐야하나, 그런 생각이 문득 들었다.

정부가 하는 일이 맞다, 이렇게 생각하고 살면 세상이 편하다. 그리고 많은 사람들이 가는 방향에 서서, "이 길이 갈 길이다", 이렇게 얘기하면 출세하고 성공한다.

근데 나는 그게 옛날부터 편치가 않았다. 이게 아닌 게 너무 뻔한데, 다들 왜 이렇게 휩쓸려 가는가? 생태학 공부하면 이런 성향이 더욱 강해지게 되는 것 같다.

정책에 관한 건, 이젠 그만 보고, 그만 얘기하고 싶다.

"광야에 외치는 사나이"로 한 평생을 살았는데, 그만 하고 싶다.

왜 너는 우리랑 생각이 달라? 아주 지랄들을 한다.

'88만원 세대' 처음 준비하면서 20대 얘기를 한다고 할 때, 그거 재밌겠다고 해보라고 하는 사람은 한 명도 없었다. 쓸 데 없이 게으르고 나태한 청년들 얘기를 뭐하러 분석하고 자빠졌냐가 대부분의 반응이었다.

어쩌다 보니까 지금 칼럼을 몇 개 쓰는데..

몇 달에 한 번씩 필자 개편하는 순간이 온다. 이상한 정책 얘기하는 정부 쫓아다니면서 "이거 아니다"고 잔소리하는 걸로 남은 인생을 마감하고 싶지는 않다.

정책 현황 들여다보는 건, 이제 그만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누군가 또 다음 사람이 나타나겠지..

'책에 대한 단상' 카테고리의 다른 글

욕이야 뭐, 맨날 먹는 건데요..  (1) 2019.10.31
배가 나오면 성숙..  (2) 2019.10.25
샘터 폐간 ㅠㅠ.  (0) 2019.10.22
글과 감정..  (0) 2019.10.17
둘째는 감기, 아내는 천식..  (0) 2019.10.15
Posted by retired
,

샘터가 폐간한단다. 어, 언제 썼더라? 찾아보니까 2008년 12월호, '나를 움직인 한 마디'라는 제목의 글을 썼었다. 시인 김수영에 관한 글을 썼다.

마음이 허하다. 시대가 바뀌기는 하지만, 그래도 말 그대로 '샘터'처럼 언제나 존재할 것 같던 잡지.

그래도 내가 샘터에 글을 썼었다는 자부심만은 평생 갈 것 같다. (아직 살 길이 있다면 뭐라도 하고 싶다.)

'책에 대한 단상' 카테고리의 다른 글

배가 나오면 성숙..  (2) 2019.10.25
정책 현안 분석은 그만할까 싶은..  (0) 2019.10.23
글과 감정..  (0) 2019.10.17
둘째는 감기, 아내는 천식..  (0) 2019.10.15
보자보자, 보자기..  (0) 2019.10.11
Posted by retired
,

신문에 글을 쓰는 몇 단계가 있다. 문제와 만나고, 생각해보고, 자료를 구하고, 분석을 하고.. 그리고 최종적으로 글을 쓸지 말지를 판단하고. 내가 쓰는 대부분의 글은, 쓰고 싶지 않은 글이다. 일단 쓰면 한동안 편안한 삶은 깨진다. 그래서 대부분의 글이 이 마지막 단계에서 아웃된다.

서울시장 시절의 이명박과 뉴타운을 가지고 대차게 붙었었다. 결국 명예훼손으로 약식 기소하고, 벌금형으로 끝났다. 대법원까지 가자는 사람들도 있었는데.. 내 주변의 의리 별로 없는 인간들 믿고 대법원까지 가기는 너무 부담스럽기도 하고. 건강도 심각해서, 아무 일도 하면 안 되는 상황이기도 했고.

하여간 명박과 벌금형 정도로 끝나기는 했는데, 그가 대통령이 되고, 우와.

내 책은 출판사가 모여 있지 않고, 여기저기 분산되어있다. 큰 데도 있고, 작은 데도 있고. 원래도 좀 나뉘어 있었는데, 그 시절에 어쩔 수 없이 분산시켰다. 죽는 줄 알았다.

그래도 박근혜 때는 상대적으로 좀 나았다. 믿거나 말거나인데, 당대표 시절, 박근혜가 내가 쓰는 글은 좀 읽는다는 얘기를 그 쪽 사람에게 건네들은 적이 있었다. 통상 기능을 외교부에서 떼어서 산업부로 옮겨야 한다는 게 그 시절 내 주장이었다. 박근혜가 대통령이 되고 했던 첫 번째의 개혁 조치가 그것이었다. 그래도 이것저것 힘들기는 했지만, 명박 시절보다는 나았다.

지금도 쓰기로 했던 대부분의 글이, 쓸지 말지를 검토하는 단계에서 버려진다. 애 보는 아빠 입장에서는 너무 큰 논쟁을 벌였다가는 따라갈 여력이 안 된다.

하여간 이 단계까지 넘어가서 결국 쓰기로 마음을 먹었다고 하면.

그 다음에는 감정을 만드는 일이 어렵다. 이건 여전히 어렵다.

감정 라인 설계가 어려워서 몇 달째 못 쓰는 글이, 국공립 어린이집과 초등학교의 스쿨버스 문제. 이건 감정을 일목요연하게 만들기가 어렵다. 그래서 매번 쓴다고 하면서 몇 달째 계속 뒤로 뒤로, 미루기만 하는 중이다.

그리고 마지막 순간에, 톤다운을 결정한다.

30대 때에는 최종 단계에서 톤업을 하는 경우가 많았는데, 요즘은 주로 톤다운을 한다.

사고나는 것보다는 무난한 걸 선호하게 된. 나이 먹어서 그렇다. 싸우는 것도 귀찮고, 시비 붙는 것도 귀찮다.

노무현 때에는 글을 쓰면, 청와대의 누군가 후배라고 하면서 연락을 하던지. 오해하신 것 같은데, 설명을 좀 드리고 싶다고 그런 식으로 연락이 왔었다. 지금 정부는? 다짜고짜, 기관장급들이 전화해서 "야, 밥 사줄께, 나와라." 뭐, 친한 사람이기는 한데, 그래도 내가 누구한테 밥 얻어먹는 게 고마울 나이는 지난 것 같은데. 안 그래도 배 나온 다음에 정식적 충격을 받아서, 죽어라고 수영장 다니는 처지에, 밥 사준다면 고마워할리가.

하여간 감정을 어떻게 처리할지가 아직도 잘 몰라서 비비적 거리는 글 하나, 보나마나 또 몇 아저씨한테 밥 먹자고 연락올 게 뻔한 글 하나.. 두 개를 놓고 이리저리 저울질 하는 중이다.

그냥 정부가 하는 일에, 어련히 알아서 잘 하겠냐, 이런 글들 쓰면 인생 편하고 좀 좋아?

며칠 전에 청와대 경제수석이 발표한 거 봤는데, 사실 가관이다. 그 중에 너무 이상한 게 있어서 이번에는 써야겠다고 생각은 했는데..

쓰기가 싫다.

예전 청와대 정책실장, 뭐라고 하는 글 한 번 썼더니 이 양반 팍 삐져서 ㅠㅠ. 미안하기는 한데, 내가 하는 일이 그런 건데 뭐.

글에 감정을 너무 잘 만들면, 감정 상하는 일이 생긴다. 어렵다.

'책에 대한 단상' 카테고리의 다른 글

정책 현안 분석은 그만할까 싶은..  (0) 2019.10.23
샘터 폐간 ㅠㅠ.  (0) 2019.10.22
둘째는 감기, 아내는 천식..  (0) 2019.10.15
보자보자, 보자기..  (0) 2019.10.11
칼럼 마무리 중..  (2) 2019.10.10
Posted by retired
,

둘째는 감기가 심해져서 편도선염이 되었다. 항생제 먹는 중이다. 열이 많이 올라서 어제 오후에 어린이집에서 데리고 온 다음에 오늘은 집에서 쉰다. 아내는 천식이 갑자기 심해져서 회사 못 갔다. 큰 애 가졌을 때 천식으로 병원에 입원한 적도 있다. 그러면 나는? 망했다.

살다 보면 흐름이 좋을 때도 있고, 나쁠 때도 있다. 나이를 처먹고 나니, 이제는 평균적 사고 같은 게 더 많아진 것 같다. 원래 경제학자가 왼발은 얼음물에 넣고 오른발은 뜨거운 물에 넣고, 평균적으로 딱 좋군, 그런다는 거 아니냐. 힘든 때 생각하면 정말 다시는 돌아가고 싶지 않은 기억들도 많지만, 그래도 대체적으로 내 삶은 순탄했다고 생각하려고 한다. 순탄? 남들과 다른 선택을 매번 하면서 사는데, 순탄할 리가 없다. 그냥, 세 끼 입에 밥이 들어가는데 크게 어렵지 않았다는 것 정도로, 그냥 행복하다고 생각하면서 산다.

하나의 문제가 생기면 거기에 집중하고, 그리고 다음 문제가 생기면 또 거기에 집중하고. 그렇게 사는 게 맞다고 생각하고 살았다. 그런데 그게.. 그러면 내 인생은? 문제 해결하려고 내가 태어났나? 좋든 싫든, 하나만 보고 뛰는 것은 좀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문제는 언제나 생긴다. 문제를 푸는 게 사는 목적의 전부는 아닌 것 같다.

힘든 거.. 힘든 거로 치면 나도 속상한 일이 적지 않다. 하여간 제대로 되는 일이 별로 없다. 예전 같으면 다 갈아엎거나, 이렇게는 아니라고 난리를 한 번쯤 쳤을 것 같은데.. 요즘은 그냥 참는다. 능력의 한계라는 것을 깨끗이 인정하고. 그 상태에서도라도 뭔가 개선하기 위해서 나름 최선을 다 한다. 그리고는 그만이다.

'책에 대한 단상' 카테고리의 다른 글

샘터 폐간 ㅠㅠ.  (0) 2019.10.22
글과 감정..  (0) 2019.10.17
보자보자, 보자기..  (0) 2019.10.11
칼럼 마무리 중..  (2) 2019.10.10
초등학생들의 눈을 설명하기..  (0) 2019.10.08
Posted by retired
,

오늘 왜 이렇게 힘든가 했더니, 점심 때 한 시간 꽉 채워서 수영한. 종로 할머니들, 수영 너무 잘 하고, 체력도 너무 좋다. 할머니들한테 부대껴서 힘들다고, 어디 말도 못 하고.

지난 주에 큰 애가 감기로 많이 아파서 학교 못 갔다. 여전히 콜록콜록. 애가 감기라서 몸이 너무 힘들다고 했더니, 이것들이 애가 감기인데 왜 니가 힘드냐고. 야, 그러니까 니들이 어디 가서 개저씨 소리 듣지..

그래도 '무짜증 인생'이라는 개념을 생각한 이후로, 화 내는 일도 많이 줄어들었고. 기분 나빠서 전화 들었다가, 그냥 보고 싶어서 전화했다고 웃으면서 인사하는 센스까지. 한바탕 할려고 전화한 건데.

예전 농담으로 가만히 있으니까 가마니인 줄 알고, 보자보자 하니까 보재기인 줄 알아! 그래, 보자기 좋다. 보자기로 남은 인생 산들, 뭐가 어떻겠냐. 코도 좀 베가고, 귀도 좀 베가면 어떻겠냐. 나는 천국 가면 된다, 잠깐 좀 참고.

그래도 아침에 일어나서 세 끼 입에 밥 들어갈 걱정하지 않고 사는 것에 감사한다.

아내가 하고 싶은 일 못해서 답답하지 않느냐고 물어본다. 하고 싶은 일, 없다. 진짜로 없다.

득도는 아직 택도 없지만, 요따구로 조금만 더 살면, 천국에는 갈 것 같다. 그럼 된 거 아닌가 싶다.

'책에 대한 단상' 카테고리의 다른 글

글과 감정..  (0) 2019.10.17
둘째는 감기, 아내는 천식..  (0) 2019.10.15
칼럼 마무리 중..  (2) 2019.10.10
초등학생들의 눈을 설명하기..  (0) 2019.10.08
글 두 개를 준비하며..  (0) 2019.10.05
Posted by retired
,

빛의 속도로 원고들 털어내서 이제 주말까지 해야하는 원고가 세 개 남았다. 하나는 원래 있던 파워포인트에 여섯 컷 정도 더 만들면 되는 거라, 내용이 어려워서 그렇지 힘들 일은 아니고.

남은 두 개가 좀 어렵다.

하나는 영어로 번역해서 외국에 나가는 영자 잡지.. 분량은 많지는 않은데, 외국 사람들이 주로 보게 될 거라서, 좀 신경 써야 하는.

남은 하나는 경향신문 칼럼인데, 이게 좀. 지난 번에는 조국 건에 관해서 상부구조, 하부구조를 썼는데, 나름 대박이었나보다. 연락 엄청나게 왔다. 조국 뉴스가, 너무 많고, 좀 이상하기는 하다. 그렇지만 재미 있기는 하다. 워낙 다이나막하게 전개되니까. 이 상황에서 조국 얘기 아닌 걸 쓰면.. 그래도 조국 얘기만 하고 있을 수가 없다. 그래도 안 되는 거고.

칼럼은 이게 늘 딜레마다. 그 때 그 때 벌어지는 일들에 대한 적당한 코멘트들이 휘발성이 높다. 그런데.. 코멘트만 할 거면 글을 뭐하러 써? 신문사 원고료 보면, 원고료로서 의미는 정말 없다. 이게 맞다, 저게 맞다, 그런 얘기 할 거면 그냥 안 쓰는 게 장땡이다. 뭔가 하지 않은 것, 생각해보지 않은 것에 대해서 얘기를 하기 위해서 글을 쓰는 건데. 그런 건 또 그냥 묻혀버릴 위험성이 높다. 그래서 매번 갈등하게 된다.

이 생각이 너무 길어지면, 좋은 글은 커녕, 마감 맞추는 것도 버겁다. 뭘 할 건지는, 빠르고 신속하게 결정하는 편이 낫다. 그래야 글을 구상하고 자료를 찾는데 조금이라도 시간을 더 쓸 수 있다.

원래는 사립학교와 스쿨버스에 관한 얘기를 쓸까 했다. 그런데 이게 아무래도 좀 한가해보인다. 한가한 얘기는 아닌데, 구속영장 나온다 안 나온다, 이러는 와중에 좀 한가해보이는 측면이 있다. 패스.

또 하나 생각해둔 건, 재벌개혁에 관한 얘기인데.. 책에서 다루었던 얘기이기는 하다. 완전 씬삥은 아니지만, 매체에서 다룬 적은 없던 주제. 그런데 이것도 묻힐 가능성이 높다. 요즘 재벌개혁에 대해서 누가 관심이 있겠나.

이래저래 소소한 고민 중이다..

'책에 대한 단상' 카테고리의 다른 글

둘째는 감기, 아내는 천식..  (0) 2019.10.15
보자보자, 보자기..  (0) 2019.10.11
초등학생들의 눈을 설명하기..  (0) 2019.10.08
글 두 개를 준비하며..  (0) 2019.10.05
수영장에서..  (0) 2019.10.04
Posted by retired
,

"한 초등학교 교사는 트위터를 통해서 학급에서 실시한 ‘자신의 눈에 대해 설명해보자’라는 활동에서 여자아이들은 ‘눈이 작다’, ‘쌍꺼풀이 없다’ 등으로 적은 반면, 남자아이들은 ‘0.3이다’라고 적었다는 결과를 공유한 적이 있다. 누가 누구의 눈으로 누구를 바라보는지가 태어난 지 10년 남짓 된 모든 아이들에게 이미 너무나 뚜렷하게 내면화된 것이다. "

탈코르셋에 나오는 구절. 진짜 소름끼칠 정도로 현실적인 얘기다..

'책에 대한 단상' 카테고리의 다른 글

보자보자, 보자기..  (0) 2019.10.11
칼럼 마무리 중..  (2) 2019.10.10
글 두 개를 준비하며..  (0) 2019.10.05
수영장에서..  (0) 2019.10.04
강연 줄이기..  (0) 2019.10.04
Posted by retired
,

써주기로 한 글 두 개가 거의 동시에 마감이 다가온다. 단행본에 들어가는 글 하나, 영어로 번역되어서 나가는 잡지에 하나. 들어가는 품에 비하면 이런 글들이 큰 의미는 없지만, 그래도 아직도 이런 시도를 하는 것 자체가 눈물 겨운 일이라.. 매번 쓸 수는 없어도 가끔은 이런 글을 쓴다. 예전 당대비평에 글 쓰면서 사실상 내가 한국 사회에 데뷔한 셈이라. 생각해보니까 그 때가 30대 중반이었던 것 같다.

경제학계에서 주로 했던 농담 중의 하나가.. 30대에 중요한 작업을 하고, 죽지 않고 끝까지 버티는 게 노벨경제학상을 받는 길. 사실 보통은 그렇다. 할아버지가 되어서 상을 타지만, 주요 업적은 그 시기에 나온다.

가지 않은 길에 대한 아쉬움은 살면서도 가끔 떠오르기는 한다. 그런 미련이 점점 더 사라지는 것이 나이 먹는 일이기도 한 것 같다.

어제 잠깐 여의도에 갔다가, 아마도 유시민은 출마하기로 마음을 먹은 것 같다는 얘기를 들었다. 뭐, 결국 본인 밖에는 모를 일이지만. 하여간 보해에서 나오는 술 모델에 유시민 얼굴이 박히면서 그렇게들 해석하는 모양이다.

글쎄..

내가 아는 유시민은 출마하지는 않을 것 같다. 출마도 하려고 마음을 먹으면서 그가 하는 행동들을 해석하면, 너무 좀스러운 인간처럼 그려진다. 나는 안 한다에 한 표.

여의도에는 대통령 선거 끝나자마자 다음 대통령에 대한 얘기가 시작되고, 총선 끝나자마자 다음 총선 얘기를 한다. 상대적으로 시장이나 도지사 같은 얘기는 양념 정도로.

1년 넘게 임종석에 대한 얘기가 어마무시하게 많더니, 요즘은 유시민 얘기가 많은 것 같다. 미래에 대한 바램과 현실에 대한 혐오, 그런 게 적당히 합쳐져서 이런 수많은 루머들을 만드는 게 아닌가 싶다.

'반지의 제왕'에 나오는 오탕크의 돌은 미래를 보여준다. 그런데 이게 살짝살짝 틀린다. 그래서 그것만 보고 있던 사람들이 결국은 미쳐간다. 여의도의 분위기도 약간 그런 오탕크의 돌이랑 비슷하다는 생각을 몇 번 했다. 수많은 사람들이 모여서 미래를 예측하고, 적당한 하마평을 하지만.. 지나 보니까, 그런 얘기가 딱 들어맞았던 적이 별로 없다.

가끔 안철수에 대해서는 그런 아쉬움 같은 게 남는다. 2012년 대선 할 때에는 안철수는 본 적이 없었다. 그 뒤에는 좀 자주 봤다. 교보에서 강연할 때, 안철수 부부가 왔던 적이. 사실 좀 당황하기는 했다.

그가 오탕크의 돌을 너무 많이 보던 정치인, 그런 느낌이었다. 지금은 국회의원이 된 이태규와 잠시 일을 같이 한 적이 있었다. 안철수의 오탕크는 이태규였을까? 모를 일이다. 하여간 그가 그렇게 짧은 시간에 많은 변신을 하면서 국회의원이 될 줄은 나도 몰랐다.

한국 사회를 정리하는 글 두 개를 구상하면서, 잠시 최근에 만나본 사람들이 해준 얘기들을 회상해보았다. 다음 대통령은 뉘귀? (그거 알면 우리가 이렇게들 살까 싶다..)

'책에 대한 단상' 카테고리의 다른 글

칼럼 마무리 중..  (2) 2019.10.10
초등학생들의 눈을 설명하기..  (0) 2019.10.08
수영장에서..  (0) 2019.10.04
강연 줄이기..  (0) 2019.10.04
10년 전 일기를 꺼내며..  (0) 2019.10.03
Posted by retired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