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에 대한 단상'에 해당되는 글 316건

  1. 2019.07.05 재밌는 거..
  2. 2019.07.02 소소한 즐거움
  3. 2019.07.02 원트낫 래크낫 1
  4. 2019.07.01 원고 절제..
  5. 2019.06.25 무짜증 인생 2
  6. 2019.06.18 50권 끝나면.. 5
  7. 2019.06.05 행복.. 3
  8. 2019.06.04 아이고, 마음 약해진다..
  9. 2019.06.04 경도와 위도
  10. 2019.05.27 장타.. 1

옛 동료와 간만에 점심을 먹었다. 정치에는 전혀 관심이 없냐고 물어본다.

"재미가 없어서요."

전에는 보람이 있으면 재미가 없어도 참고 일을 했다. 뭐, 돈은 별로 생각 안 했다. 지금도 돈 생각은 크게 하지 않는다. 그렇지만 50이 되면서 나도 크게 변했다. 그 변화에 대한 얘기를 50대 에세이로 한 번 정리를 했다. 보람이고 나발이고, 이제 재미 없는 일은 하기 싫다.

물론 세상에 재미만 있는 일은 없다. 아무리 재밌는 일도 재미 없는 순간들을 좀 참기는 해야 한다. 그렇지만 대체로 재미 없고 잠시만 재미 있는 일을, 재밌는 거야, 그렇게 나를 속일 수는 없다. 잠깐만 재미 없는 일하고, 잠깐만 재밌는 일하고, 뭘 고르겠냐? 아무리 재밌는 것만 골라도, 가끔은 재미 없는 순간을 참아야 한다. 그렇지만 늘 재미 없다가 잠깐만 재밌는 거, 50도 넘은 내 삶을 그렇게 보내고 싶지는 않다. 돈도 별로 신경 안 쓰는데, 재미도 없으면 뭐하러 그걸 하겠나 싶다. 보람이고 나발이고.

사람마다 좋아하는 게 다르고, 원하는 게 다르다. 나는 남들 앞에 서는 게 싫고, 경쟁해서 이겨야 하는 것도 싫고, 누구한테 이래라 저래라 하는 게 아주 딱 질색이다. 원래 그렇다. 많은 사람을 겪어보니까 나는 참 싫어하는 일을 좋아, 아니 아주 좋아하는 사람들도 있는 것 같다. 정치는 그런 사람들이 하는 게 맞을 것 같다. 방송도 그렇다. 카메라 앞에 서고 마이크 잡는 걸 체질적으로 좋아하는 사람들이 있는 것 같다. 방송은 그런 사람들이 하는 것 같다. 나는 싫은데 누군가 해야 한다니까, 억지로 참고 했다.

명박, 근혜, 그 시절은 너무 괴로웠다. 뭘 해도 힘들고, 뭘 해도 재미가 없었다. 그래서 나도 새로운 정권을 위해서 도울 만큼 도왔다. 지나간 일이다. 그리고 그런 황당한 시기는 사실 다시 안 오면 좋겠다. 다들 좀 이상하게 살았다.

좋은 세상은 뭘까? 글쎄, 그 정확한 모습은 나도 잘 모르겠다. 그렇지만 많은 사람들이 자기 재밌는 거 하고 살 수 있는 구조가 구현된 사회 아닐까 싶다. 그리고 그래도 자기 사는 데 별 문제 없다고 느끼는 사회 아닐까? 충성하는 사람들 줄 세우고, 그런 사람들이 뭔가 공을 세우고, 이건 좀 아니다 싶다. 즉.. 현재 한국의 모습은 아직은 가야할 길이 먼 사회이기는 한.

먼 곳에 있는 목표와 현실의 가치를 조화시킬 수 있는 방법은 별로 없다. 그냥 애 보면서, 조금이라도 재미 있는 일 조금씩 하는 것, 이 외에 내가 더 할 수 있는 건 없다.

사람들은 재밌는 일의 가치를 종종 무시한다. 그렇지만 우리의 다음 단계의 출발점은 바로 여기가 아닐까 싶다. 근혜와 함께, 증오와 저주로 만들던 시대는 끝이 났다. 뭔가 사랑하고, 뭔가 즐겁고 그래서 뭔가 재밌는, 그렇게 뭔가 만드는 시대가 다음 단계일 것 같다. 욕만 하는 거, 덜 재미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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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말부터 밀린 작은 글들 네 개를 연타로 썼다. 원고료 받고 써주는 글도 있고, 그냥 아는 후배 도와주느라고 쓴 글도 있고. 뭐, 이번에 쓴 글 원고료 다 모으면 애들 태권도 도장 한 달치 정도 되는 것 같다. 이거야 원.

올해 처음으로 섬의 날 기념일이 생긴다는 것 같다. 총선 공약에 도서 지역의 연안여객 공영제를 억지로 밀어넣은 기억이 나는데.. 이게 대선 공약까지 살아서 가고, 뭐 아직 죽은 의제는 아닌가 보다.

학술행사를 한다고 어떻게든 발표를 좀 해달라는데, 딱 애들 방학 때다. 여객선 공영제 문제 본지 너무 오래 되기도 하고, 시간도 어렵다. 나도 며칠만 좀 들여다볼 수 있으면 자료 업데이트 해서 해주고 싶은데, 물리적으로도 그렇고 도저히 무리다.

세월호와 관련한 '내릴 수 없는 배'에서 연안 여객 현황과 공영제 문제를 좀 정리했었는데, 아마도 자료로는 그 정도가 우리나라에서는 거의 전부인 것 같다. 돌고 돌아, 결국 나한테 부탁이 오는데.. 안타깝기는 하지만, 나도 여력이 없다. 나도 한참 배에 대해서 연구하던 시절이 있었고, 해양연구원이 서울 근처에 있던 시절, 친한 연구원들 통해서 이리저리 좀 줏어듣기도 하고.

그 바람에 오세훈이 서울에 크루즈 들여온다고 할 때, 웃기지 마라.. 결국 선봉에 서게 되었다. 양화대교가 지금 저 꼬라지가 되는데, 나도 아주 관계가 없지는 않은. 크루즈 산업에 대한 보고서도 좀 쓰고 싶고, 특히 공영제 필요한 예산 계산 같은 것도 다시 해주고 싶기는 한데.. 애 보는 아빠가 하기에는 좀 벅차다.

나는 돈 안되는 연구도 좀 하고, 돈 안되는 글도 쓴다. 요즘은 그런 사람이 거의 없는 것 같다. 골프장 경제성 평가도 내가 해놓은 게 거의 마지막인 것 같고.

그냥 혼자 생각해보면, 돈 안되는 연구를 하는 사람이 많은 나라가 선진국이다. 관심 있거나 궁금하면 그냥 하면 되는데, 미래에 대한 불안 그리고 성공에 대한 강박증 같은 게 학자들의 호기심을 다 죽이는 것 같다. 옆에서 보면 정부에서 과제 주는 데에 쪼르르, 나래비를 서 있고, 조금만 그런 게 아니거나 공무원이 싫어할 얘기 같으면 근처에도 안 가려고 한다.

목포의 김대중 기념관 근처에서 섬의 날 행사가 열린다는데, 학술행사에 도저히 못 간다고 답하고 나서 마음이 무거웠다. 그럼 누구한테 부탁할까요? 글쎄요.. 예전에는 남 박사가 그런 거 좀 관심 가지고 있었는데, 요즘에도 보는지는 잘 모르겠네요.

어쨌든 아무도 관심 안 가질 거를 계속 하다보면, 비록 작은 분야지만 우리나라 최초, 우리나라의 최고 분석, 그런 별 영광스럽지는 않아도 의미는 있는 타이틀을 가지게 된다. 그것도 소소한 즐거움이기는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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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에 8월부터 글을 쓰기로 했다. 그렇게 했으면 좋겠다고 해서, 그냥 그렇게 하자고 했다. 둘째 병원에 입원하던 시절에는 칼럼이고 뭐고, 신경 쓸 겨를이 없었다. 지금도 부담스러운 것은 마찬가지인데, 하자는데 굳이 싫다고까지 할 건 아니라서.

방송과 글이 있으면 대부분의 사람은 방송을 택할 것 같은데, 나는 글을 택하는 편이다. 특히 요즘은 더 그렇다. 둘째 입원하면서 삶을 다시 한 번 돌아봤는데, 그 때 방송은 접기로 했다. 남 앞에 서는 걸 별로 안 좋아하기도 하고, 방송은 신경이 너무 많이 쓰인다. 얼굴 알려지는 것도 불편하기도 하고. 사람마다 생각이 다르고 취향이 다른 것 같다. 나는 혼자 있는 걸 더 좋아하고, 누가 날 모르는 게 더 좋다.

방송에 나가서 인기를 만들어야 책을 팔 수 있다고 많은 사람들이 조언해줬다. 그렇게 할 거면.. 책을 안 쓰고 만다. 사람들이 기가 차 했고, 세상 물정 모르고, 요즘의 트렌드를 모른다고 했다. 그거 그렇게 잘 알았으면, 원래 다니던 데 그냥 얌전히 붙어 있다가 본부장도 하고, 에 또.. 그렇게 한평생 잘 처묵고 살았을 거다.

둘째가 아프면서 내 삶에는 전체적인 구조조정이 한 번 있었다. 50대 에세이 쓰면서 정말 정리 많이 했다. 우선순위도 바뀌고. 나는 좀 더 솔직하고, 단순하고, 그리고 덜 인기 있는 방식으로 살기로 했다. 그게 오래 가는 방식이기도 하고, 더 튼튼한 방식이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책 낼 때마다 독자 티타임을 만들기로 했다. 뭐, 많은 사람들이 오는 건 아니지만, 나도 좀 얘기를 듣고.

세상을 위해서 많은 기여를 할 수도 없고, 그렇게 할 생각도 없다. 그렇지만 애들 보면서도 할 수 있는 작은 일들은 좀 있을 수 있다. 나는 그거를 하면 된다. 못하면? 뭐, 할 수 없고.

60년대 후반부터 시작해서 경제 인류학 같은 데에서 want not. lack not이라는 표현이 유행한 적이 있다. 나는 그 말이 좋았다. 그래서 화폐 경제학 가지고 박사 논문 쓰려고 준비하다, 결국 논문 과정 1년 뒤로 미루고 그 얘기로 박사 논문 썼다. 원래 가치론 공부하려고 유학간 건데, 이래저래 유학 간 이유가 바뀌게 되었다.

요즘 내 생각이 그렇다. 개인이 want not, 이건 별 의미가 없다. wishiful thinking이든 want not이든, 미국식으로 분류하면 self help.. 소위 미국식 자기계발인데, 스스로 자기를 돕는다는 selp help, 좀 처절하다. 국가나 공동체는 못 믿어..

뭐, 한국은 그보다 더 한 상태이기는 하다. 가족 말고는 암 것도 못 믿어.

그래서 한국은 문명적으로나 문화적으로나, 무지막지 하게 많은 것을 원하도록 설계되어 있다. 나는 이게 좀 불편했다. 대충 하면 안 돼?

"난 딱히 원하는 게 없다"고 몇 년 전부터 말하기 시작했다. 주변에서 실성한 사람 보는 것처럼 하거나, 뭔가 거짓말을 한다고 느끼는 것 같았다. 제발 어디가서 그런 얘기 좀 하지 말라고 부탁하는 사람도 많았다. 굳이 재수 없게 보이기 싫어서 그냥 입을 다물었는데..

want not은 내 전기 박사 논문(프랑스 학제가 좀 독특하다)과 후기 박사 논문 두 개를 관통하는 주제다. 한 때 세계적인 콜로키움들의 주제이기도 하고, 철학 책들도 이 얘기를 많이 다루었고.

"난 별로 원하는 게 없어", 생각보다 이거 족보 있는 얘기다. 이걸 사람들에게 얘기하면서 내가 알게 된 건.. 엄청난 욕망이 있거나 아니면 있어야 한다는 강박 속에서 우리가 살아간다는 것이다. 뭐, 그 강박이라도 내려놓으면 삶을 살아가야 하는 강력한 에너지가 사라진다는 두려움에 떠는 것 같다.

사실 말만 그렇게 하고, 나도 그냥 대부분의 시간을 그냥 죽지 않기 위해서 바둥대면서 살았던 것 같다. 승진 욕심은 별로 없어도, 뭘 하려면 더 많은 권한이 필요하고.. 뒤돌아보면 그 얘기가 그 얘기다.

노회찬 책에 글 하나를 쓰면서, 정말 친구를 몇 명이나 마음 속에 묻는 건가, 그런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내 삶도 다시 돌아보게 되었다. 의미 있는 삶이라는 게 뭔가?

하여간 이런 마음들을 좀 담아서 경향신문 칼럼 대문을 만들어야 하는데, 아직은 딱히 이거다 싶은 게 없다. 좀 재수 없지만, 원트낫래크낫 이렇게 써보고 싶기도 하고. 의미는 있지만, 글자 배열이 왕재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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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원고가 너무 많이 들어온다. 나는 카피 라이터 같은 비싼 원고를 쓰는 사람이 아니라서, 어차피 나한테 오는 원고의 원고료는 살벌하게 박하다. 그래서 잘 안 쓰는데, 이렇게 알고 저렇게 알고, 모른 척하기가 좀 그런 원고들이 대부분이다.

그래도 너무 많다. 밀리지 않으려고 부지런히 털어내는 데도 와서 쌓이는 속도가 더 빠르다. 노회찬 책에 들어가는 원고, 안 써줄 수 없고. 386비판 책 해제, 안 써줄 수 없고. 경향신문에서 부탁하는 원고, 이것도 안 써줄 수 없고. 털어도 털어도 와서 쌓이는 속도가 더 빠르다.

물론 이런 글들 원고료가 좀 넉넉하면 편하고 즐거운 마음으로 쓸텐데, 전혀 그런 건 아니고. 속 마음으로는 내가 그냥 그 돈 드릴테니, 저한테 글 써달라고 하지 마세요 ㅠㅠ.

오늘부터 애들이 태권도장에 다니기 시작한다. 여름방학 때 큰 애를 데리고 있으려고 했는데, 그래도 깡자로 데리고 있는 건 너무 무리하다는 게 아내의 판단이다. 도장에서 차로 집근처까지 - 물론 그래도 꽤 멀다 - 오니까, 어린이집과 학교를 두 번씩 돌아다니는 부담은 좀 줄게 된다. 태권도 도장이 둘이 30만 원이다. 지금까지 구청에서 하는 발레 교실에 갔었는데, 거기는 한 달에 3만5천 원..

애 둘 태권도장 보내는 30만 원 근처에 가는 원고료는 없다. 내 노동의 가치가 태권도장 비용도 안 되나? 그런 생각하면 그냥 아무 것도 안 쓰고 싶다. 그래도 미안하다고 생각하는 데는 좀 낫다. 너 말고도 글 쓰고 싶다고 하는 사람 줄 섰어.. 이런 마음인 데가 더 많은 것 같다. 내참. 그럼 뭐하러 부탁은 했슈? 그런 말이 입 끝까지 나오려다가, 아참, 나는 약자지.

이번 주말을 보내면서, 머리도 더 숙이고 몸도 더 낮추고, 그렇게 살기로 크게 마음을 먹었다. 이것저것 속상한 일이 좀 생기기는 하는데, 짜증 낸다고 풀릴 일도 아니고, 뭐라고 한다고 나아질 것 같지도 않다. 그냥, 속 한 번 상할 때마다 머리를 더 한 번 숙이기로. 내가 잘 못했다, 내가 죽일 놈이다.. 그래, 내가 잘 못했네.

인상 쓰고, 성질 내봐야, 그래 나만 손해다.

확 열이 받으려고 하는 순간에 마음이 편해진 건, 예전에도 많이 얘기한 고장난 시계에 대한 비유다. 약간 틀리는 시계는, 사실 하루에 한 번도 맞는 일이 없다. 고장난 시계는, 하루에 한 번은 정확히 맞는다. 언제 맞는 줄 몰라서 그렇지.. 고장난 시계처럼 지내는 것, 나쁘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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틈틈이 꽤 많은 글을 이미 써줬고, 적지 않은 글들을 미안하지만, 이번에는 힘들겠다고 사양했다. 그래도 요 며칠 내에 써줘야 할 글이 두 개나 남은 걸 보고, 확 짜증이 생겼다. 저녁은 아내가 해서 겨우겨우 먹고, 이것저것 좀 치우는데 둘째가 갑자기 등뒤로 타고 넘어서 확.. 에고, 큰 애인 줄 알았는데, 둘째다. 그야말로 짜증은 내어서 무엇하랴. 성화는 부려서 무엇하려. 뭐라고 한 마디 하려다가, 그냥 웃고 만다.

화는 잘 안내지만, 그 대신 요즘은 짜증을 좀 낸다. 다 인격 부족이다. 책상에 가만히 앉아서, '무짜증 인생'이란 생각을 잠시 했다.

내 삶에 더 이룰 만한 뭔가가 있는 것 같지도 않고, 무슨 엄청난 일을 하고 싶지도 않다. 뭐, 마냥 놀고만 지낼 수는 없으니까 이것저것 고만고만한 일들을 조금은 하기는 할 것 같다. 그리고 이런 상황들을 화내지 않고 잘 지낼 것 같기는 하다. 그렇다고 짜증까지 안 나는 건 아니다만.

'무짜증 인생'을 한 번 구현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남들 편하게 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내가 편하기 위해서다. 남한테 티는 잘 안 내려고 하지만, 그래도 짜증이 아예 안 나는 것도 아니다.

아직 내 수준에, 해탈은 어렵지만, 무짜증 정도는 해볼 수 있지 않을까 싶은 생각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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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는 세 권을 낼 예정인데, 한 권은 12월에 붙어서 내년으로 넘어갈지도 모르겠다. 하반기는 농업경제학과 10대를 위한 독서 에세이, 그렇게 두 권을 쓸 계획이다.

내년에도 목표는 세 권이다. 소설책 한 권, 젠더 경제학 그리고 역시 내년 안에 나올지 아니면 살짝 해를 넘길지 아리아리 하지만, 도서관의 경제.

50권까지는 하여간 책을 계속 쓸 생각인데, 마지막 50권째는 코멘터리 북이라서 그걸 빼고 나면.. 아직 확정되지 않아서 비는 게 딱 여섯 권이다. 남은 권수가 얼마 없어서, 좀 신중하게 고르려고 한다.

내가 요괴 나오는 공포 얘기를 워낙 좋아한다. 오죽하면 학생들을 위한 생태경제학을 '생태 요괴전'으로 했겠나. 가능할지는 모르겠지만, 아파트에 사는 귀신 얘기는 꼭 한 번 해보고 싶다. 2년 전에 아프리카 퇴마사 얘기로 한 번 틀을 잡으려고 하다가, 정신 없어서 내려놓은 적이 있다. 아직은 잘 모르겠다.

2005년에 처음 책을 쓰기 시작할 때는, 나도 여기까지 오게 될 줄은 몰랐다. 하여간 비가 오든 눈이 오든, 꾸역꾸역 하다 보니, 이 지경까지.

일부러 맞춘 건 아닌데, 지금 여섯 살인 둘째가 초등학교 들어가서 2학년 때까지면 딱 4년이다. 지금 속도로 하면, 얼추 그 때쯤 50권이 끝난다. 둘째 초등학교 3학년부터는 학교 데려다 주는 건 그만 하려고 한다. 저녁 밥이나..

남은 권수가 별 수가 없어서, 앞으로 다룰 주제는 좀 생각해서 정하려고 한다. 꼭 해야하는 거 아니면 별로 할 생각이 없다. 다른 사람도 쓸 수 있는 것을 굳이 내가 쓰려고 고생할 이유도 별로 없는 것 같고.

50권 다 쓰고 나면 뭐하고 살지, 아직은 생각해놓은 게 전혀 없다. 미리 생각할 필요는 없을 것 같다. 인생이란 게 미리 생각한다고 해서 그렇게 되는 것도 아니고. 노년의 삶의 대해서 정한 원칙, 딱 하나 밖에 없다. 공직은 안 한다.. 귀찮다.

공동체에 대한 기여는, 책 50 권 쓴 걸로 어느 정도 다 하는 거라고 생각한다. 그 정도 하면, 진짜 할만큼 한 거 아니겠나 싶다.

사고 싶은 거 아무리 돌아봐도, 이제 센서 단자가 붙었다 말았다 하는 카메라 정도. 별로 사고 싶은 것도 없다.

그냥 아내가 벌어오는 돈으로 생활비 딱 맞추는 정도의 삶이면 충분하지 않을까 싶다. 돈 많이 쓰는 삶, 별로 재미 없다. 화려하지도 않고, 호사스럽지도 않고.

텃밭 한다고 옆집 사서 다 밀어버리고 진짜 텃밭 하는 사람을 안다. 텃밭이 재밌다고 그 옆의 집을 하나 더 샀다. 그래서 집 두 채 크기의 텃밭을 한다.

그 인생, 하나도 행복해보이지 않는다. 그 재산 물려받고 싶어서 그 자식들이 처절하게 이상한 짓 하는 거 몇 번 보고 나니까.. 저게 뭔 짓이여.

30대 때에는 나중에 나이 먹으면 우리 밀 키워서 그걸로 소주 내리는 일을 해보고 싶다고 생각한 적이 있었다. 술까지 만들면, 아예 바로 뒤질 것 같다. 곰곰 생각하다가 포기했다.

그 이후로는 뭔가 해보고 싶은 일이 내 인생에 생기지가 않았다.

목표를 세우고, 그걸 성취하는 것.. 그거, 별로 재미 없다. 그냥 되는 대로 살고, 안 되면 마는 것, 그 안의 잔재미, 그거면 충분할 것 같다.

그저, 뱃살이나 좀 빠졌으면 하는 작은 소망이 있을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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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

책에 대한 단상 2019. 6. 5. 16:14

오전에 목동에서 엄마들하고 수다 떨다가 집에 돌아오는데.. 문득 요즘 내가 심히 행복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뭐, 속상할 거나 신경 쓰이는 일이 아주 없는 건 아니지만, 인생에서 그런 거야 상수에 해당하는 거고. 별로 고통스러운 일도 없고, 특별히 안 되는 일도 없다. 그리고 재미 없는 일은, 안 하면 그만이다.

뭐, 더 가지고 싶은 것도 없고, 꼭 되고 싶은 것도 없고. 애들 보면서 그냥 소소하게 할 수 있는 일들 조금씩 하면..

살면서 딱히 행복하다고 느낀 적이 그렇게 많지는 않지만, 요즘은 행복하다고 생각하면서 산다. 불안한 게, 아예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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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월에는 큰 애 초등학교 방학이다. 방학 때 그냥 내가 데리고 있기로 해서, 7월에는 정말로 아무 일정이나 약속도 안 잡는 중이다. 무안 공무원 노조에서 강연해달라고 부탁 왔다. 이래저래 힘들 것 같은데, 단체협약에서 7월 강연에 자체적으로 강사 모실 수 있게 따낸 거란다. 아이고, 마음 약해진다. 최근에는 시민단체와 노조 강연만 조금씩 하는데, 사실 이런 게 돈으로는 큰 의미는 없지만.. 그래도 내가 하는 정말 최소한의 사회 운동이라는 점에서. 맘 약해져서 간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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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긴장한 며칠을 보냈더니, 저녁 먹고 나서 바로 뻗어서 잤다. 꿈이.. 배 위에서 경도 재고, 위도 재는 꿈이다. 위도를 재기 위해서 정확한 시계가 필요했고, 그래서 영국 왕실에서 배 위에서 쓸 수 있는 정확한 시계에 현상금을 내걸고.. 뭐, 그런 유명한 얘기인데. 이런 걸 꿈에서 꾸다니..

꿈이 무의식이고, 자신의 욕망을.. 그런 눈으로 보면 내 꿈은 대개는 개꿈이다. 삼각돛을 설명하는 게 꿈에서 나오기도 한다.

곰곰 생각해보니, 부다페스트의 크루즈 사고가 꿈에서 나온 것 같기도 하고..

부다페스트에서 배를 빌려서 한 바퀴 돌면서 밥을 먹고 내린 적이 있기는 하다. un 행사였다. 배를 빌린 건 일본의 네도라는 정부기관이었고. 뭐, 꿈이 내 의식과 아주 무관한 건 아닌 듯 싶기도 하고.

그렇다고 위도를 재는 시계 얘기까지 꿈에서 꿀 거야. 하긴, 며칠 전에 읽은 마션에서도 화성에서 수천 킬로 이동을 하면서 경도를 재는 얘기가 자세하게 나오기는 했다. 위도는 화성의 달을 통해서 쟀고, 육분의 얘기가 엄청 길게. 그리고 그보다 더 자세하게 경도를 재는 얘기가.

꿈에서 dish washer의 역사적 맥락이나 세탁기 얘기 같은 것이 나오는 사람이나 얼마나 있는지 잘 모르겠다.

꿈에서 깨자마자 히로시마 처음 갔을 때 생각이 났다.

어쩌면 지구적 시민으로서의 나의 각성은 un 협상가 시절이 아니라 히로시마에서 처음 생겨난 것인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내년에 쓰기로 한 책 중에서 메인에 해당하는 책이, 그 때 히로시마에서 받은 충격을 모티브로 한. 잘 잊혀지지 않는 기억이 하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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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타..

책에 대한 단상 2019. 5. 27. 14:23

글에는 장타가 있고, 단타가 있다. 문장 길이 문제가 아니라, 한 무더기의 길이에 관한 것이다. 몇 년 동안 단타 위주로 글을 썼더니, 장타로 하려니까 이제 오히려 어색하다. 소설 '마션' 읽는 중이다. 장타, 그것도 1인칭 시점의 장타가 연거푸 나오는데, 매우 호쾌하다. 딱 내 스타일이다. 나는 원래 장타로 글을 썼는데, 먹고 살려니 별 수 없이 단타 위주로.. 그게 사실 글이 느는 건 아니다. 트렌드에 그냥 맞추는 거지. 한국 경제에 대해서 장타로 한 번 써야 할 순간이 몇 년 내로 올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정치 평론이 글로 치면 극단적 단타다. 재미는 있는데, 오래 가지 않는다. 그러고 싶어하시지는 않았지만 결국 정운영 선생이 단타만 치다 일생을.. 그 이후로 경제학자 중에서 경제 평론가로 불리고 싶어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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