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해가 간다. 최악의 한해를 그냥 멍하니, 겨우겨우 버틴 것 같다. 올해 해야 하는 망년회는 두 개다. 내 삶에서, 내가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행사는 망년회.. 하다보니, 그렇게 되었다. 연초에 신년 모임도 안 했던, 결국 망년회 때 처음 보게 되는 상황이. 매달 보던 사람들인데, 망년회에 가서야. 또 하나는 늘상 우리 집에 술 마시러 오는 양반들. 해 가기 전에 한 번은 불러야. 하나 더 해야 하는데, 최악의 한 해를 보내는 중이라, 여력이 안 난다.

2005년에 책 내고, 아무리 힘들어도 2~3권씩은 냈는데, 결국 올해는 책이 한 권도 안 나오는 한 해가 될 것 같다. 되는 대로 살아간다. 삶에는 꼭 맞춰야 하는 것도, 꼭 지켜야 하는 것도 없다. 양심만을 지키면 된다.

돌아보면, 정말 올해는 어떻게 한 해를 버텼는지, 잘 기억도 나지 않는다. 좋은 일은 없고, 나쁜 일과 지랄맞은 일 사이에서 진동했던 한 해인 것 같다. 그냥 버텼다. 나쁜 일은 피할 수가 없었고, 지랄맞은 일은 예상을 하지 못했다.

좋은 일은? 득도는 아니더라도, 해탈에 조금은 더 가까와진 것 같다. 그리고 천당에 조금 더 가까이 간 것 같은. 티는 안 나도, 남들은 많이 도왔다. 어차피 나는 망한 인생, 남들이라도 좀 돕자는 가벼운 생각으로.

엉망으로 버텼던 한 해, 드디어 가나보다..

'책에 대한 단상' 카테고리의 다른 글

마이너의 마이너..  (1) 2019.11.24
작은 얘기 하나..  (0) 2019.11.22
마이크를 사다..  (0) 2019.11.06
욕이야 뭐, 맨날 먹는 건데요..  (1) 2019.10.31
배가 나오면 성숙..  (2) 2019.10.25
Posted by retired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