욕이야 뭐 맨날 먹는 거니까요..

요즘 만나는 사람마다 욕 많이 먹지 않느냐고 걱정을 해준다. 그럴 때마다, "욕이야 뭐 맨날 먹는 거니까요.." 그렇게 대답을 한다.

학위 받은 다음부터 생각하면, 난 언제나 욕 먹고 살았다. 20대 때에는 재승박덕이라는 얘기를 사람들이 많이 했다. 아닌 건 아닙니다.. 총리실에 있던 시절, 아침에 하던 총리 회의에서 뒤에 배석하고 있다가, 상공회의소에서 뭐라고 하니까 총리가 그럴까요? 경제조정관을 비롯해서 국장들이 다들 얼굴만 굳어지고 아무 말 못하는 분위기였다. 총리님, 그건 안됩니다. 뒤에 있다가 일어나서 한 마디 했다. 뭐.. 난리라면 난리일 수도 있는데, 뒤에 배석한 상공회의소 사람들과 전경련 사람들이 나를 엄청 야리던 게 기억난다. 일어나기는 일어났는데, 자 이제 어쩐다.. 잠시 서 있다가 그냥 앉았다. 상공회의소 회장이 좀 어색하게 웃었던 게 기억난다. 이런 식의 꼴통 에피소드들이 좀 있다.

다들 싫은 소리 하는 걸 싫어하고 쓴 소리 하는 걸 싫어한다. 내가 본 사람 중에서, 그런 걸 잘 참는 사람은 문재인과 성남 시장 시절의 이재명, 약간은 그런 특징이 있는 것 같다. 박원순 시장은? 뭐, 되게 싫어하는 것 같았다. 참여연대 시절부터 그랬던 것 같다. 내 눈에는 그렇게 비췄다.

한국에서 실명 비판을 가장 적극적으로 한 사람은 강준만 선생이었던 것 같다. 얼굴 아는 사람한테 뭐라 하기 어렵다고, 정말 극단적으로 아무도 안 만나신다. 된장. 딱 한 번 술을 마시자고 해서 짧게 술 자리에 갔었는데, 그 때 변희재가 그 자리에 뙇! 뭐, 그 날 변희재랑 처음 술 마신 건 아니지만, 하여간 좀 그랬었다. 어쨌든 실명 비판의 대가는 극단적으로 외로운 삶, 뭐 그런 것 같다. 나는 그 정도로 실명 비판을 하지는 않는다.

그래도 늘 듣기 좋은 얘기만 하고, 칭송만 하는 건 아니다. 싫은 얘기도 한다. 그 때마다 생난리가 난다. 그런 게 오래 되다 보니까, 자연스럽게 나도 사람들 잘 안 만나고 왕창 모이는 자리 같은 데는 거의 안 간다.

그 와중에 제일 컸던 일은, 명박이 때 청와대 홍보수석인가, 하여간 신문에 쓴 내 글을 보고 지랄을 했다는 거다. 연줄연줄, 하여간 며칠 후 결국 몇 사람이 점심 먹자고 해서 나갔는데, 뭐.. 자기 목 생각해서, 좀 봐달라는 거였다. 그러죠, 뭐. 그런데 나중에 생각해보니까, 나도 그렇게 피해서는 전체적으로 방법이 없을 것 같았다. 그래서 블로그에, 한 번만 더 이딴 식으로 협박하면 무슨 일이 있었는지 다 얘기할 거다, 그렇게 올렸다. 참 고민스러운 며칠이 지났다. sbs에서 먼저 오고, mbc도 좀 있다 오고.. 그게 일종의 내부 고발 사건 같은 것이기도 한데. 완전 인질극 상황 같았다. 진짜 친한 사람들이 다칠 것만 같은.. 그렇게 뭉개면서 또 시간이 흘렀다.

정권이 몇 번이 바뀌고, 결국은 이 모양 이 꼴로, 남들 듣기 싫은 소리 하는 인생이 되었다. 그리고 원래 학자가 그렇게 사는 사람이다. 고전적인 의미에서는 그렇다. 결국 내 인생은 아주 클래식한 삶이 되었다.

"욕이야 맨날 먹는 거구요.."

이 말을 20년 가까이 입에 달고 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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