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에 대한 단상'에 해당되는 글 353건

  1. 2020.04.08 핵핵거리는 하루.. 2
  2. 2020.04.05 편견 없이 변화를 보기..
  3. 2020.04.03 블루투스 이어셋, 9,900 원.. 2
  4. 2020.04.01 오늘 저녁은 무슨 글을 쓰나.. 2
  5. 2020.03.16 새로운 한 주의 시작 2
  6. 2020.03.05 강연에 관하여.. 2
  7. 2020.02.22 판데믹..
  8. 2020.02.19 명박이 다시 감옥에 간 날..
  9. 2020.02.18 생각의 한계..
  10. 2020.02.07 50권째 책 제목.. 1

영화 산업 보고서랑 농업 보고서랑 전력계통 보고서랑, 몇백 페이지 짜리 보고서 몇 개를 연달아 읽었더니 머리가 딩딩하다.

부탁 받은 원고료는 정말 택시 몇번 탈 돈 밖에 안 되는데, 긴급한 사정들이 있는 거라..

강연도 다 없어지고, 시간이 펑펑 남아야 하는데, 그렇지가 못하다. 바쁘다고 말하는 게 정말로 싫은데, 이상하게 바쁘다.

오늘은 너무 시간에 쫓겨서, 애들 삼겹살 구워주기로 했는데, 그렇게 할 시간이 안 되어서 그냥 치킨 시켜서 먹었다. 이렇게 정신이 없는 게 말이 되지가 않는데, 형편이 그렇네.

나이를 처먹으니까, 묻어가는 게 잘 안 된다. 무슨 특집이라는 거에 가운데 토막에 들어가게 되고, 뭔가뭔가 잔뜩 있는데, 거기 핵심을 맡아달라고 하고.. 그냥 묻어서 넘어갈 수 있는 일이 별로 없다.

30대에는 묻어가는 것도 많고, 남들 앉아 있는 뒤에 병풍도 종종 했었는데..

핵핵 거리면서 하루를 겨우 넘긴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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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로뉴스 잠시 봤더니 EU에서 튀니지에 코로나 대책 자금 지원해주는 얘기가 나왔다. 튀니지 재무부 공무원 나와서 정말 고맙다고 하고..

가능하면 아프리카 쪽 뉴스 좀 더 신경 써서 보려고 하는데, 확실히 한국에서는 좀 어려운 나라 얘기는 거의 안 나오는 듯 싶다.

세계 경제에 엄청난 변화가 올 것 같기는 하다. 금융만 보는 사람은 U자형이냐 V자형이냐, 지표 변화에만 관심을 갖는 것 같다. 그러나 더 중요한 것은 실물 경제의 구조 변화가 아닌가 싶다. 금융은 실물의 그림자 같은 것인데, 그림자만 보면 현실의 변화는 못 보게 된다. 가끔은 금융의 변화가 세상의 변화를 만들기도 하지만, 많은 경우 기술이나 사회 구조의 변화가 더 깊은 변화를 만들게 된다.

가능하면 미리 설정한 개념에 현실을 끼워넣는 일을 덜 하고 있는 그대로 지금의 변화를 보려고 한다.

'맨인블랙' 1편에 나왔던 얘기가 생각난다. 정말 중요한 얘기들은 지역 신문 같은 작은 신문에 다 나와 있다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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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화 너무 많이 와서, 결국 이어셋 주문했다. 9,900원. 피렌체의 식탁에 쓴 글은 일일 조회수 최고라는 것 같다. 이래저래 전화 엄청나게 온다. 그래도 가능하면 짧게 통화하고 끝내는 정도로 하고, 이런저런 부탁에 대해서, 애 보느라고 힘들다고 하고 만다.

공교롭게도 올해 여름은 분자생물학 공부 좀 제대로 하고, 올 겨울에는 바이러스에 대한 책 한 번 해보려고 하던 중에 코로나 19가 터졌다.

별 특별한 동기가 있는 건 아니고, 김탁환 선생의 소설 "살아야겠다" 읽고 나서.. 좀 더 스템 방식으로 얘기를 만들어볼 수는 없을까, 그런 생각이 들기 시작.

경제학이라는 학문이 묘하게 문과와 이과가 겹치는 데에 있다. 대학원은 국제금융 전공을 하게 되어서 wto가 어쩌고, 구리 시장, 텅스텐 시장, 이런 얘기만 잔뜩 하다가.. 박사 논문을 생태경제학을 가지고 쓰게 되었다. 무슨 엄청난 인생의 결심을 한 게 아니라, 이래저래 좀 쉽게 논문 쓰는 돌파구를 찾다 보니.

박사 과정에서 생물학 공부를 좀 많이 하게 되었다. 그렇다고 뭐 엄청난 걸 한 거는 아닌데, 수리 생물학과 다이나믹 시스템 모델링을 많이 보게 된.

그런 인연으로 황우석 논쟁 때 같이 하게 된.

바이러스 같은 걸 왜 보게 되었냐고 누가 물어봐서, 생태경제학 하면 자연스럽게 판데믹 모델까지는 시험에 나와서.. 그렇게 답했다.

프랑스에서는 내가 생태경제학 1호 박사는 아니다. 파리 10대학에서는 1호였다. 한국에 안 왔으면 편하게 살았을 것 같기는 하다. 논문 심사 때 심사위원장 했던 양반이 나중에 베르사이유 대학 총장이 되었다. 그 밑에서 같이 공부하던 사람들, 나름 편안하게들 살아가는 것 같았다.

나는 먹고 살려고, 정말로 개고생 했다. 정말 험악하게 살았다.

몸의 고생이라도 좀 줄이려고, 9,900 원짜리 블루투스 이어셋 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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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들은 오전에 부모님 댁에 이틀간 보냈고, 아내는 친구랑 저녁 먹으러 나갔다. 그리고 나는.. 밀린 원고 중에 뭐를 먼저 쓸지, 잠시 고심에 빠진.

인터넷 시대가 되고, 대중 매체의 시대가 더 넓게 열리면서 사람들의 언어는 더 자극적이 되었다. 그리고 미친 듯이 황당하고도 자극적인 제목들을 뽑아내기 시작했다.

그런 걸 보면서, 난 그렇게 하지 말아야겠다고 생각했다. 조롱하고 놀리는 걸 내가 싫어하지는 않는다. 그렇게 웃기는 것도 좋아한다. 그렇지만 그게 다면.. 너무 허무해질 것 같다.

하여간 그렇게 재미 없는 글을 쓴 게 10년이 넘는다. 그래도 여전히 쓴다.

가능하면 정확하게 보고, 유효성 높은 대안을 제시하려고 한다. 그게 내가 글 쓰는 이유의 거의 다다.

먹고 살기 위해서 글을 쓴다면, 그냥 먹고 사는 일을 하는 게 낫다. 최소한의 존엄성이라도 지킬 수 있을테니 말이다.

그래서 재미 없고 딱딱한 글 중에, 어느 글이 오늘 쓰기에 덜 재미 없을지 지금 심각하게 고르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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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한 주가 시작되기는 하는데.. 애들 일정따라 살면서 가끔씩 다른 거 끼워넣는 방식으로 몇 년을 살았더니, 바이러스 정국에서 시간 개념이 흐릿해졌다. 한 주가 오는지 가는지, 심지어는 겨울이 가는지, 봄이 오는지, 이런 것도 잘 모르겠다.

물론 올해 계획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지금 하고 있는 것들은 2월에 벌써 끝났어야 하는 것들이 그냥 물렁물렁한 삶 만큼이나 물컹물컹하게 밀려온 것들. 시간이 그냥 가도, 내도 잘 모르겠다.. 그렇게 헐렁헐렁하게 살아간다.

이방원이 그랬다. "이런들 어떠하리, 저런들 어떠하리", 딱 내 삶이 그렇다. 뭐, 그렇기는 한데 "백년까지 누리리라", 그딴 건 없다. 속 편하게 살기는 하는데, 그냥 속만 편하다. 그래도 속도 불편한 것 보다는 낫지 않겠냐, 그렇게 하나마나한 소리를 한다.

머리 속에 일정표가 아직 있기는 한데, 흔적만 남아 있는 듯, 아주 얇은 실 한올 걸려 있는 것 같다. 원래의 계획대로라면 지금쯤 동료들과 합숙을 하기 위한 일정을 짜고 있어야 하는데.. 그야말로 흔적만 남은.

이미 했어야 하는데 하지 못한 일 그리고 별 볼 일 없을 것 같아서 하지 않은 일, 여기에 꽉 막혀서 어디서부터 다시 들어다봐야 하는지 현기증 나는 문장들의 덩어리.. 그런 게 한 주가 시작하는 월요일, 서로 충돌을 하는데, 이것도 에너지가 별로 없어서 기억의 한 구석에서만 가벼운 충돌.

뭔가 지금 일정과 많이 벗어났다는 희미한 기억만. 일정은 먼 곳으로 갔지만, 바이러스는 아주 가까운 곳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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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주에서 강연 부탁이 왔는데, 돈이 느무 적다. 사장이 잘 아는 사람이다. 너무 적다고 했더니, 직원들이 십시일반으로 조금 더 모아본다고 해서, 그건 좀 아닐 것 같다고 말했다. 별로 안 가고 싶은데, 그냥 가기로 했다. 요번달 다음달 강연이 다 연기되었다. 바이러스 때문에 애들하고 지지고 볶는 와중에 강연까지 갔으면 더 난감할 뻔했다.

요 며칠 강연 에이전시에서 몇번 연락이 왔었다. 처음부터 그랬지만 지금도 강연은 안 하는 게 원칙이다. fta 문제나 농업 같은 경우는 시민운동의 연장으로 하는 거라서, 시골구석까지 다 찾아가면서 했다. 그렇지만 운동 차원에서 하는 거 아니면, 강연은 기본적으로는 안 한다.

요즘도 가끔 강연을 하기는 하는데, 신세진 사람에게 부탁이 오거나, 직장 민주주의처럼 사회적 운동 차원으로 얘기하는 경우 아니면 도서관에서 부탁오는 경우, 요 정도만 최소한으로 한다.

그러다보니까 에이전트 통해서 강연을 하거나 그럴 일은 없다. 강연 많이 하는 사람은 그렇게 하기도 하고, 매니저가 있는 경우도 봤다. 그거야 열심히 사는 사람들이 하는 일이고. 난 그렇게 열심히 살아본 적이 없다.

유료 강연도 안 한다. 책을 돈 받고 파는데, 강연까지 유료로 하는 건 좀 그렇다.

이래저래 가리는 게 많다. 대표적으로 안 하는 게, 기업에서 하는 연수교육. 이게 돈을 많이 준다고 많이들 하는데, 그렇게까지 열심히 살고 싶지는 않다. 이렇게까지 해서 먹고 살아야 할 정도가 되면, 책을 그만 쓰겠다는 게 처음 책 쓰면서 했던 결심이다.

딱 내가 하고 싶은 얘기는 책을 통해서만 하고, 그 외에는 일절 안 한다가 처음의 결심이었는데.. 뭐, 가끔 신세진 사람들이 부탁하면 어쩔 수 없고, 그 정도 선에서만 한다.

10년 넘게 그렇게 했는데, 세 끼 밥 입에 들어가는데 크게 어려움은 없다. 저금도 좀 하고. 짧은 기간을 제외하면 2년치 생활비 정도는 가지고 살아간다. 가끔 후배들 만나면 술 사줄 정도는 된다.

이것도 안 한다, 저것도 안 한다, 엄청 까탈스럽게 원칙을 정해놓고 책을 쓰기 시작했다. 돈이 다가 아니다. 유명해지는 것도 다가 아니다. 좋은 게 좋은 거, 한번 그러기 시작하면, 나는 누구, 여기는 어디, 그런 난감한 상황을 만나게 될 것 같다.

내가 개인적으로 원하는 것은 딱 하나다. 지옥에 가지 않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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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데믹..

책에 대한 단상 2020. 2. 22. 12:27

몇 년 전에 판데믹 문제를 한 번 다루려고 한 적이 있었는데, 그야말로 여력이 나지 않아서 손을 놓았었다. 분자 생물학 공부를 예전에 듬성듬성 했었는데, 그 때 좀 제대로 해놓을 걸, 그런 후회가 나중에 들기도. 여러 가지 이유로 올해는 진 교과서들을 다시 한 번 볼 생각이 있다. 필요한 문제에 접근할 때, 공대나 의대에서 쓰는 교과서들을 먼저 보고 접근하는 게, 사실 제일 빠르다. 의외로 너무 어렵다고 생각했던 게 간호학.. 심심해서 학부 때 간호학 공부를 했는데, 학교 시험지 보고 정말 깜놀. 너무 세밀하게 각주에서 문제들이 나와서, 아니 이걸 다 외우란 말이었어? 통으로 외워야 한댄다. 인간 제록스라고 부르면서 웃었던 기억이. 시험 보려면 이런 게 어려울텐데, 그냥 읽기만 하는 건, 정말로 읽기만. 경제학은 외우는 게 거의 없다. 외울 필요도 없고. 한 번 풀어보고 테크닉을 이해하는 정도로만 해도 박사 과정까지 아무 문제 없는 게 경제학인데, 공대 과목들 죽어라고 외우는 거 보고, 우와.. 경악하던 시절이 문득 생각.

분자 생물학 공부해야 하는 김에, 판데믹 얘기를 한 번 다루어볼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이것도 생태학에 수학이 도입되면서 수리 생태학으로 넘어가는 시점쯤.. 생물학도 시스템 다이나믹스 같은 수리 생물학 기법이 한참 도입되면서 판데믹 모델들도 몇 개 봤던 기억이.

한 가지 편했던 건, 경제학에서 시스템 다이나믹스 다루는 방식이나 생물학에서 다루는 방식이 크게 다른 건 아니라서, 겹으로 더 공부해야 하는 건 아니라는.

판데믹도 스템의 한 분야로 다룰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문득. 올해 일정표를 보니까 정말 성냥개비 한 개 찔러넣을 공간이 없다. 애들 보면서 뭐가 이렇게 일정이 빡빡한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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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박이 다시 감옥에 가는 걸 보면서 나도 만감이 교차한다. 40살에 명박이 대통령이 되었다. 그리고 5년이 지났다. 다시 근혜, 이러고 나니 40대가 이 황당한 것들하고 지나갔다.

그 동안에 나도 분노 이빠이.. 나의 40대를 돌리도. 나는 분노했고, 또 분노했다.

그러던 중에 이런 생각이 들었다. 다음에 정권이 바뀌어도 나는 여전히 분노하고, 또 다른 분노할 것을 찾고 있지나 않을까? 40대는 그렇게 갔지만, 50대도 그렇게 보내고 싶지는 않았다.

민주당을 도와주기 시작할 때, 그 때 민주당 지지율이 13%였다. 나는 내가 할만큼 충분히 했다고 생각했고, 대선이 끝나는 날, 후보에게 마지막 보고서를 보내주고 손을 떼었다. 10년을 분노만 하면서 보냈다. 그렇게 나머지 인생을 살고 싶지 않았다.

그 후로 나는 고쳐야 할 것, 만들어야 할 것, 이런 것들에 대해서 주로 생각한다. 인기는 없다. 가슴에 불을 붙이는 분노의 언어가 힘은 좋다. 그렇지만 그런 힘, 그런 인기, 필요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방송을 그만둔 몇 가지 이유가 있는데, 우리는 여전히 분노의 언어 속에서 살고 있다는 점이다. 그렇지 않은 건, 별 인기 없다. 그렇다고 하나마나한 소리만 하고 싶지도 않고.

여성들의 가사 노동에 대한 경제적 보상, 10대 청년들에 대한 농업 교육과 귀농 지원 프로그램, 이런 것들이 요즘 내가 많은 시간을 보내면서 작업하는 것들이다. 대부분 별 관심 없는 분야다. 직장 민주주의도 엄청 관심 없어하고, 조금 잘 난 것 같은 사람들은 내가 전혀 비현실적인 얘기를 한다고 엄청 적개심을 보인다.

그렇지만 이런 건 분노에 대한 얘기가 아니라, 뭔가 만들어야 할 것 혹은 좀 더 사랑해야 할 것에 대한 얘기다.

저 놈 죽여라, 이 놈 잡아라, 물론 필요한 일이기도 하다. 명박은 결국 감옥에 가야 하는.. 그런 사람들에게 뭐라 그럴 생각은 없다.

언젠가 정말 여유가 되면 '문빠를 위한 변명', 그런 책을 써 볼 생각은 있다. 그러나 1~2년 내의 일은 아니다.

분노가 사람의 몸을 움직이는 시기가 있다. 나도 그랬다. 그렇지만 이제는 그렇게 살고 싶지는 않다. 평생 분노하고, 죽을 때까지도 분노하면서 "최선을 다 해 살았다", 이런 허망한 얘기를 하고 싶지는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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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에 서양경제사를 홍성찬 선생한테 배웠었다. 지금도 기억나는 얘기가.. 로마 시절에 민주주의를 지키기 위해서 황제를 몰아낸 장군도, 그를 진압하려는 장군도, 다 집에 가면 노예들의 시중을 받았다는 거. 노예도 사람이라는 거 이해하지 못했던 시절. 스팔타쿠스의 반란이 일어나고서야 비로소 노예라는 것이 갖는 문제에 대해서 생각했다는 거.

그즈음 이화당 문고인가, 쿤 책에 나온 패러다임 얘기도 엄청 재밌게 봤었다.

우리는 결국 아는 질문만 던진다. 정확히 말하면 답이 있을 질문만 던진다는 거. 정말로 모르는 건 질문도 못 한다.

영국 정치 분석에서 종종 나오는 '시끄러운 소수'에 대해서 생각하다가 '시끄러운 다수'라는 개념은 왜 없을까 잠시 생각했다. 다수가 시끄러우면 그건 시끄러운 게 아니라 유행이고 트렌드겠지.. 논리적으로 성립되기 어려운 개념이다. 다수가 시끄럽다고 생각하면, 그 사회에서 같이 살기 어려운.

그런 책이 과연 성립할까, 며칠 전부터 좀 생각을 했던 것 같다. 오늘도 시간 남는 김에 이 생각을 마저 좀 더 해보려 하다가, 문득 홍성찬 선생 세계경제사 시간에 들은 노예 얘기가 생각났다.

나도 이제 50이 넘었다. 옳고 그르고, 맞다 틀리다 보다, 이게 세상이 나아지는데 도움이 될까, 아닐까, 좀 더 그런 방향으로 생각해보려고 한다. 그래도 평생을 논리적으로 살려고 했는데, 자꾸 논리적 정합성을 맞춰보려는 성향만은 어쩔 수가 없는 것 같다.

친한 친구 하나가 말도 아닌 소리를 한다. 사랑하는 친구다. 이제 와서 그 생각을 고치라고 하는 것도, 니가 아니라고 말하는 것도, 다 귀찮은 일이다. 아닌 것 같아도, 우리는 로마시대 장군처럼, 노예들에게도 어려움이 있을 거라고는 너도 나도, 다 생각지도 못하는 존재들이다.. 그런 생각을 잠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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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떻게 하다 보니까 어느덧 50권을 바라보게 되었다. 처음부터 그렇게 생각한 건 아니고, 12권을 경제 대장정이라고 이름붙이고 시작했는.. 이래저래 그건 마무리하지 못하고, 되는 대로 쓰는 중이다. 지금 쓰는 농업 경제학이 원래의 계획대로라면 10번째 책이였다. 9번인 문화 경제학 내고 시리즈가 섰다. 그 시리즈 끝내면 내려고 생각했던 코멘터리 북은 무기 연기..

50번째 책이 13번에 배치될 계획이었던 코멘터리 북으로 할 생각이다. 작년에 길게 붙잡고 있던 37번은 출판사에서 한참 마무리 중이고, 38번인 농엄 경제학도 다음달 초면 초고는 될 것 같다. 실제로 50번까지 아직 비어있는 책이 몇 권 없다.

'비주류의 비주류를 위하여', 일단은 이게 내가 잡은 50권째 책의 제목이다. 생태 문제로 글을 쓰기 시작하기는 했는데, 그 문제만 내가 다룬 건 아니다. 은유적인 의미에서, 인간 그 중에서도 한국의 주류가 아닌 곳에 있는 많은 문제들을 다루었다.

일단 무엇보다, 비주류의 비주류라는 말이 나의 정체성에 가장 잘 맞는다. 그렇게 된 여러 경로가 있지만, 결국은 그렇게 살았다. 그게 내가 마음이 제일 편하다.

2005년부터 시작이니까 대충 18년 정도 지나게 될 것 같다. 20년 약간 안 되는 기간 동안에 벌어진 일들을 나도 한 번은 정리하고 싶어졌다. 대부분 단 권 단 권으로 나왔지만, 책과 책 사이의 관계와 연결 같은 것들이 설계 시점부터 어느 정도는 존재한다. 그 중에 성공한 책도 있고 망한 책도 있지만, 망했다고 해서 링크의 역할도 없는 건 아니다. 한 번쯤은 전체 체계에 대해서 애기를 하고 싶은 생각이 있다. 나중에라도 하나씩 읽을 사람들을 위해서 조금은 친절한 가이드 북 같은 것이 될지도 모르고.

내가 걸어간 길을 또 걸어올 사람이 있을까? 그건 모르겠다. 그렇지만 모두 조금만 성공하면 주류의 세계로 가려고 하는 한국에서, 그냥 비주류로 사는 삶이 나쁘지는 않은 것 같다.

한국에는 비주류가 아주 많다. 그리고 그보다 더 많은 사람이 비주류의 비주류다. 그렇지만 의식은 모두 주류다. 그야말로 주류지향 사회..

성공하면 다음 성공을 위하여!

나는 그렇게 별로 재밌지가 않았다. 한국에는 비주류라고 말도 못 꺼내는 더한 비주류들이 많다.

그런 얘기들이 나는 늘 재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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