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에 대한 단상'에 해당되는 글 316건

  1. 2019.09.19 비주류의 비주류..
  2. 2019.09.17 평등한 인간..
  3. 2019.09.17 노예와 민주주의, 그리스
  4. 2019.09.16 밀, 여성의 종속..
  5. 2019.09.16 사딸라
  6. 2019.09.15 칼럼, 새만금..
  7. 2019.09.06 아름다운 문장..
  8. 2019.09.05 정치경제학 원론..
  9. 2019.09.03 눈을 더 낮게.. 2
  10. 2019.08.27 부산 보수?

내년까지는 출간 계획이 꽉 차 있다. 올해 당인리가 늦어지면서 나머지도 다 줄줄줄, 그 중 몇 권은 어쩔 수 없이 후년으로 넘어갈 것 같다.

2021년 계획은 아직 생각해본 적이 없는데, 출간이라는 게, 최소한 3년 전에는 밑구상을 해야 제 시간에 책이 나온다. 가끔 사회적으로 급한 일이 생기면 막 땅겨서 하기는 하는데, 이제는 가급적 그런 일을 안 하려고 한다. 그렇게 하기에는, 이제 나이도 많이 먹었다.

국가 전체에 대한 큰 얘기는 괴물의 탄생 때 한 번 했었고, 디버블링 때 한 번 했었다. 그 시절만 해도, 나도 거의 초창기 시절.

2021년에는 생태경제학을 주요 모티브로, 좀 큰 얘기를 한 번 하려고 한다. 아마 그런 게 좀 필요하지 않을까 싶다.

아주 사적인 일이지만.. 사람을 만나면 몇 가지를 물어본다.

1. 골프 치세요?

골프 치는 사람과 일을 하기는 하지만, 목숨 걸 일은 하지 않는다. 골프 치는 사람들의 연대가 있다면, 나는 골프 치지 않는 사람들과의 연대에 속한 사람이다. 해보니까, 골프 치는 사람들은 결국 골프 치는 사람들과 목숨을 건다. 그래서 목숨 걸어야 할 일이 생기면, 골프 치지 않는 사람들과.

2. 새만금은요?

새만금에 대한 입장을 물어본다. 개인적으로, 정말로 새만금이 중요하다고 하는 사람은 정치인을 포함해서, 거의 만난 적이 없다.

새만금은 '내릴 수 없는 배' 같은 것이다. 시작은 했는데, 세울 방법이 없이 그냥 가는.

새만금을 진짜로 찬성하는 사람에게, 술은 사지 않는다. 돈 아깝다. 농담이고, 어떤 사안을 좀 더 다각도로 보지 않는 사람들과 오랜 시간 토론할 이유가 별로 없다는. 그냥, 새만금 열심히 하세요, 그리고 일어날 것 같다.

내가 그런 자세로 물어보니까, 다른 데 가서는 뭐라고 하더라도, 내 앞에서 새만금에 대해서 전면적으로 찬성하는 사람은 거의 없었다. 심지어 새만금청에 근무하는 사람도..

"저는 홍보 작업만 해요, 다른 건 몰라요.."

이 두 가지를 물어보면, 다른 건 몰라도 생태에 대한 입장과 지식에 대해서 90% 이상은 알게 된다.

그리고 몇 가지, 조막조막한 것들이 있기는 한데, 그건 상황마다 다르다.

나처럼 생각하는 사람들은, 한국 사회에서 비주류다. 비주류 중에서도 비주류다.

냉정하게 말하면 비주류에서는 '참여연대파'가 1번 주류고, 노동파가 2번 주류다. 여성파가 신주류라고 하는 사람들도 있는데, 아직 그 정도는 아닌 것 같다.

새만금 반대하는 사람들은, 비주류에서도 비주류다. 새만금 논쟁 한참할 때, 그럼 새만금에 골프장 잔뜩 놓으면 되지 않느냐, 유시민이 했던 말이다. 뭐, 나중에 농담이라고 하기는 했는데, 그런 정서가 비주류 중에서는 주류다.

이런 비주류의 비주류들이 할 수 있는 얘기의 극한을 가보고 싶은 것이 2021년에 하고 싶은 일이다.

최근 유럽의 흐름을 보면, EU 의회와 몇개 국가의 정책에서 이제는 비주류라고 보기만은 어렵다. 소수파의 흐름은 벗어났다.

그런 얘기들을 한 번은 정리해보고 싶어졌다.

내 주변에 참여연대파와 노동파, 겁나게 득실득실하다. 친하게는 지내지만, 그렇다고 입장이 모두 같을 수는 없다.

비주류의 비주류들도, 이 세상에 대해서 하고 싶은 말이 없는 것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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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 스튜어트 밀이 '여성의 종속'을 발간한 것은 1869년이다. (자본론 1권이 나온 것은 1867년.)

"어떤 사람은 백인으로 태어나고 어떤 사람은 흑인으로 태어나듯이, 누구는 노예로, 또 다른 누구는 자유민과 시민으로 태어났다. 일부는 귀족으로, 나머지 다수는 평민으로 이 세상에 나왔다. 봉건영주로 태어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평민이나 돈 많은 집안 자식으로 태어나는 사람도 있었다. 노예나 농노는 결코 자유인이 되는 꿈을 꾸지 못했고, 또 상전들이 허락하지 않는 한 그렇게 될 수도 없었다. 대부분의 유럽 국가들에서는 중세가 끝나고 왕권이 강화되기 시작하면서 비로소 평민들도 귀족 작위를 받을 수 있었다. 귀족 중에서도 장남은 아버지의 소유물에 대한 유일한 후계자라는 정해진 운명을 타고났는데, 아버지가 장남 외의 다른 사람에게 자유롭게 상속할 수 있게 된 것은 한참 후의 일이다. 숙련공 중에서 동업조합인 길드의 회원으로 태어난 사람 또는 기존 회원에 의해 입회가 허용된 사람만이 합법적으로 각 지역의 경계 안에서 직업 활동을 할 수 있었다. 그렇지 않으면 그 누구도 중요하다고 생각되는 직업에 종사할 수가 없었다 - 적어도 법적으로는 그랬다... 그러나 오늘날의 유럽, 특히 현대적인 발전을 이룩해낸 곳에서는 어디든지 정반대의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밀의 시대에는 인간의 평등을 둘러싸고, 소설과 동화책에서도 전면적이 벌어지고 있었다. 지금 밀이 한 얘기와 똑같은 논쟁이 '비글호 여행기'에도 나온다. 누나들에게서 "인간은 다 똑같다"는 말을 배운 다윈이, 노예제를 강력 옹호하는 비글호 선장과 엄청 싸운다. 결국 그는 그 배에서 왕따가 된다.

비글호 여행기가 아직까지 유럽에서 10대들에게 필독서가 된 이유는, 나중에 이 다윈이 진화론을 만든 다윈이 되었기 때문이 아니다. 평등에 대해서 가지고 있던 어린 시절의 소신을 굽히지 않았던 한 사람의 내적 갈등에 관한 이야기이기 때문이다.

사실 요즘 밀의 책을 연속으로 읽는 가장 큰 이유는..

밀의 책 중에서 하나를 '10대들을 위한 독서 에세이'에 포함시키고 싶은데, 과연 뭐가 제일 좋을지, 골라보기 위해서다.

100년도 전에 나온 책이기는 하지만, 경제적 불평등이 사회적 의제 1번이 된 지금, 문장들이 하나도 옛날 얘기가 아니다.

마약으로 난리난 재벌 4세들이, 이런 걸 좀 봤어야 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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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스 사람들이 집안에서 노예를 거느렸다고 해도 스스로를 자유민으로 부르는 일에 모순을 느끼지 않았던 것처럼, 근대 문명과 특별히 어울리지 못한다고 생각할 수도 없는 것이다."

경제사는 홍성찬 선생한테 배웠고, 한국 경제사는 김용섭 선생한테 배웠다. 학부 때는 경제사 전공할 생각도 있었는데, 도저히 여건이 그렇게 되지가 않았다. 주경철 선배와는 유학 시절, 도서관에서 커피 마시고 틈틈이 술 마시던.. 짧은 기간이지만, 아주 진하게.

그 시절에 홍성찬 선생이, 그리스 장군들의 노예 이야기를 인상 깊게 들었었다. 공화정을 위해서 민주주의를 지키는 혁명을 한 사람들 그 누구도 자기네 집에서의 노예가 문제가 된다는 생각을 한 사람이 없다는..

이 얘기가 어디서 나온 건지 늘 궁금했는데.. 존 스튜어트 밀의 '여성의 종속'에 나온다. 그리스 시절의 노예를 당연히 여기던 민주주의자들처럼, 여성에게 불리한 법이 당연하다고 느끼는 남자들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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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다수 사람들이 보편적으로 공유하고 있는 생각을 공격하고 그와 상반되는 주장을 편다는 것은 상당히 어려운 일이다. 예외적으로 탁월한 능력을 지녔고 거기에다 특별한 행운까지 더해지면 모르겠지만, 그렇지 않다면 사람들의 관심을 끄는 것조차 힘들다."

존 스튜어트 밀의 '여성의 종속' 머릿말에 나오는 말이다. 남과 다른 얘기를 하는 게, 사실 힘들다. 나는 '특별한 행운'을 몇 번 가졌던 운 좋은 경우다. 그러나 매번 특별한 행운을 만날 수는 없다. 그건 정말 몇 년에 한 번 오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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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딸라

책에 대한 단상 2019. 9. 16. 16:59

추석이랑 추천사 등 고만고만한 글들에 밀려서 첫 페이지만 보고 내려놓았던 존 스튜어트 밀의 '여성의 종속'을 다시 집어들었다. 뭐, 특별히 꼭 이 책을 봐야 할 이유는 없는데, 지금 마침 읽을 때 안 보면 이번 생에는 다시 못 볼 것 같은 느낌으 들었다. 그래도 이 정도 책은 한 번 읽는 것이 최소한의 성의 아닌가 싶기도 하고.

강연이나 원고 청탁 같은 거, 힘들다고 하는 것도 사실 힘들다. 다 물리치지는 못하고, 신세진 사람이나 꼭 필요하다고 생각되는 거 정도, 약간씩 한다. 애 보고, 아내 뒷바라지 하는 게, 사실 요즘 나이 본업인 셈이다. 나머지는 되면 되고, 말면 말고. 맘 편하게 산다.

요 몇 달 사이에 연구원장 해달라는 부탁이 두 개 정도 왔는데, 둘째 초등학교 2학년 졸업할 때까지는 아무 것도 못 한다. 출근은 커녕, 밥 한 번 정도는 같이 먹어야 하는 동료들하고도 얼굴 한 번 못 본다.

별 아무 것도 하는 거 없는데, 뭐 해달라는 부탁은 엄청나게 온다. 사실 내가 먹고 사는 거에 엄청나게 의미를 두고 살지 않으니까 그렇지, 애들 보는 일만 하는 데도 원고 청탁 같은 게 오는 건, 사실 고마운 일이다. 나는 그냥 귀찮아서 대충 튕겨내지만, 그것도 꼭 필요한 사람들이 얼마나 많겠나, 그런 생각도 가끔.

나는 내 인생에 무엇을 바랄까? 사실 바라는 것 아무 것도 없다. 둘째가 아파서 폐렴으로 입원할 때, 그런 생각들 다 내려놓았다. 아니, 내려놓은 게 아니라, 그렇게 하지 않으면 다른 방법이 없었다. 세삼 뭔가 하고 싶다고 생각할 것도 아니고.

좀 있으면 애들 올 시간이다. 오늘은 애들 데리고 '사딸라' 먹으러 갈 생각이다. 뭐, 먹어서 그렇게 좋은 건 아니지만, 그래도 뭔가 하고 놀 게 별 게 없다. 다들 열심히 사는 것 같은데, 나는 그냥 적당히 살려고 한다. 그래도 죽어라고 뭔가 한다고 하면서 허부적거리는 것 보다는 나은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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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칼럼 끝냈다. 하다 보니까 기명 칼럼으로 세 개를 쓰는데, 한 달 내내 칼럼 주기가 계속 돌아오는 것 같다.

칼럼에 대한 고민은, 새만금에 대한 고민과 같다.

새만금 얘기가 결국 내가 회사를 그만두게 된 1차 계기 같은 것이다. 총리실 있던 시절, 몇 층 아래에서 새만금 기획단이 있었다. 당시 새만금에 대한 사회적 논의를 총리였던 이한동이 하기로, 그렇게 정리가.

새만금 기획단에서 가끔 윗층에 있던 나한테 와서 이것저것 자료도 물어보고 자문도 하고 가고는 했다. 그리고 또 한참 생태경제연구회 시절, 연구 주관을 하지는 못해도, BC 분석 같은 거는 연구원들하고 직접 했었다.

뭐, 수많은 우여곡절이 있었다.

그래도 나는 내 이름으로 뭔 얘기를 할 수가 없었다. 이렇게 나머지 인생을 사는 건 아닌 듯 싶었다. 또, 마침 상사로, 김진표가 왔다. 김진표랑 몇 달 일했는데, 이런 걸 위해서 내가 입 다물고 사는 건 아닌 듯 싶었다.

결국 파견 기간을 연장하지 않았고, 공단으로 돌아가 조용해지는 시간을 기다려서 결국 사직서 내고 나왔다.

아예 총리실에 짱박으라던 사람들도 많았고, 당시 4급 특채 얘기가 좀 나오기는 했었다. 모 부처에서는 나랑 얘기도 하지 않고 4급 특채를 열었는데, 나는 안 갔다. 왜 안 냐고 전화 와서, 왜 내느냐고, 나는 어리벙벙. 후일담이지만, 그 때 그 자리에 간 양반이 뭐가 그렇게 스트레스 받았는지, 몇 년 못 가고 암으로..

지금도 여전히 새만금은 오리 무중, 아무도 이게 어떻게 될 것인지 정확히 모른다.

새만금 얘기 해봐야, 상처만 받고, 올드하다는 느낌만 준다. 아무도 관심 없다.

그래도 이 얘기를 해야 할 거냐, 말 거냐.. 그런 현실적 판단 앞에 서게 된다.

나에게 칼럼은 그런 새만금 얘기 같은 것이다. 물의를 무릎쓰고 그 얘기를 할 거냐, 그냥 좋은 게 좋은 거라고, 이번 판은 쉬어가자, 잠시 덮고 갈 거냐..

정치인들은 한 번 떠들고 지나가면 그만인 경우가 많다. 뭐, 그걸 욕하는 것도 좀 그렇다.

그렇지만 나 같은 사람은 한 두 가지 주제를 잡으면, 평생을 한다. 그래서 마음의 갈등이 더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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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논조는 주로 사물의 성질에 의존하는 진정한 자연법칙인 부의 생산 법칙과, 어떤 조건에 지배되고 인간의 의지에 의존하는 부의 분배의 방식들을 올바르게 구별함으로써 생긴 것이다."

존 스튜어트 밀의 자서전 중에 나오는 구절이다. 이 얘기가 내 박사 논문의 핵심 테제 중의 하나이고, 경제학자로서 내 출발점 같은 얘기이기도 하다. 그런 이유로 나는 좀 윌리암슨 등 당시의 신제도학파와는 좀 다른 방식으로 제도 문제에 접근하게 되었다. 그 얘기가 계속 연결되어서 '조직의 재발견'과 '직장 민주주의'에 대한 기초 연구 같은 게 되었다.

그렇기는 한데..

밀의 자서전에는 이게 그의 아내의 통찰에서 온 것이라는.. 논리학 때에는 아니고, 정치경제학 원론부터 아내랑 같이 작업을 했단다.

처음 이 책을 읽을 때부터, 밀은 그냥 고전학파의 막내가 아니라, 그 어떤 경제학자와도 다르다는 생각을 했었다. 그 전에도 이런 사람이 없고, 그 뒤에도 이런 사람이 없었다는..

옛날 용어로 하면, 환원론이냐 비환원론이냐.. 그 중간 다리 어디에선가, 하여간 아주 독특한 인식론이라는 생각을 했었다.

하여간 존 스튜어트 밀이 자서전에서, 자기는 원래 그렇게 생각하지 않았는데, 아내와 책 작업을 하면서 이런 생각을 가지게 되었다고 하는 걸..

50이 넘어서 읽으면서, 참 내가 덤벙덤벙, 까막눈으로 살았다는 생각이 문득.

"그러나 이 책을 이전의 학술적이라고 자부한 모든 경제학서와 뚜렷이 다르게 하고 이러한 모든 경제학에서 반감을 품은 사람들에게 호감을 가지게 한 전체적 논조는 주로 그녀의 영향으로 이루어진 것이다."

좀 더 나이를 먹으면 내 생각도 바뀔지도 모르겠다. 위의 문장은, 평생 내가 읽은 책에서 나온 가장 아름다운 문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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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 스튜어트 밀의 Principles of political economy는 20대 중반에 울면서 읽었던 책이다. 논문 준비 막 하는 중인데, 선생이 이 책을 읽고 자기에게 설명해달라고 해서..

그 시절에도 이 책은 구하기가 어려웠다. 원본은 못 구하고 대빠시하게 전부 복사를 해서 읽는데.. 생시몽과의 논쟁 과정에 대한 얘기가 엄청 많이 나오는데, 이런. 생시몽을 아나? 그냥 공상적 사회주의, 그런 교과서적인 몇 구절만 아는데.

밀의 아버지인 제임스 밀과 맬더스 사이의 인생 후반에 걸친 거대한 논쟁도 어려운데, 밀과 생시몽의 논쟁 같은 것을 알 턱이..

생시몽의 얘기는 그냥 불어로 바로 써 있어서 원전은 영어와 불어를 교차로 오가는. 생시몽을 몰라서가 아니라 불어를 몰라서 더더욱 보기 힘든 책이었을 것 같다는.

겨우겨우 구해서 복사를 했는데, 이런.. 너무 두꺼운 거라. 진짜 울면서 읽었다.

이렇게 왕창 두꺼운 책들 욹면서 읽고 났더니, 그 다음에는 선생이 미방을 풀라고 했다. 너 살아가야 할 시대에는 자기 때랑 달라서 수학 못하면 살아가기가 어려울 거라고. 맨날 눈으로만 결과식을 봤던 성장 모델들, 그 때도 울면서 풀었다.

지나 보니까 그 때 읽은 원전들과 수학들이 살면서 두고두고 도움을 준 것이 사실이기는 한 것 같다.

책에 인용할 일이 있어서 밀이 정치경제학 원론은 도서관에서 몇 번 빌렸다. 절판이었다.

할 일이 없어서 그 책이나 다시 한 번 읽어볼까 했더니.. 4권으로 나누어져서 번역되어 있는데, 1권이 절판이다. 이런 된장.

존 스튜어트 밀의 책을 읽는 사람은 많은데, 정치경제학 원론을 읽는 사람은 몇 사람 못 봤다. 예전에 김수행 선생이 힘들게 읽었다는 얘기를 하셨던 기억 정도.

장 밥티스트 세이의 큰 책 두 권도 그 시절 읽었는데, 박사 논문 쓸 때 요기진 도움을 받았다.

세이 전공하면 정부 지원금 받게 해줄 수 있다는 말에 잠시 솔깃하기는 했었는데..

사실 세이 얘기가 너무너무 재밌어서, 평생 세이만 연구하면서 살아가라고 해도 할 자신은 있었다. 글이 엄청 유쾌한 사람이다. (한국에서는 욕 디지게 처먹는 사람이기는 하지만.) 생각의 발상이, 기절초풍이다.

출간으로 처음은 아니지만, 책을 쓴 순서로 첫 책인 '음식국부론'의 모티브는 순전히 세이에게서 나왔다. 아일랜드와 감자 얘기를 엄청 재밌게 읽었었다. 그의 스승으로 알려진 아담 스미스는 음식 얘기는 거의 없지만, 세이는 이런 얘기들을 엄청 중요한 소재로 잘 써먹었다.

모르긴 몰라도 한국 사람 중에 세이 원전 읽은 건 나 말고는 없을 것 같다 (그걸 누가 읽어, 이 바쁜 세상에.)

혼자서 상상해보면..

아마 그 때 세이 전공한다고 나섰으면, 국적을 바꾸기는 했어야 할 것 같다. 그 대신 프랑스 정부의 따뜻한 지원을 받으면서 평생 잘 처먹고 살..

죽기 전에 다시 읽고 싶은 책들이 좀 있기는 한데.. 이게 여전히 구하기가 어렵다.

좀 과장해서 말하면, 내가 바라는 조국 대한민국은, 학설사 공부해도 굶어죽지 않는 나라..

그렇지만 아직은 요원하다.

어쨌든 20대 중반에 교과서에만 짧게 실리고 거의 아무도 읽지 않는 원전들을 1년 가까이 죽어라고 읽던 시절이 있었다. 원전에 따라 붙는 2차 텍스트들이 10권 가까이..

그 시절에는 정말 독서가 괴로웠다. 울면서 읽었다.

세상은 좋아졌다고 하는데, 공부하는 여건은 더 안 좋아졌다.

인터넷에 뭐가 다 있다고 하는데, 그 시절에도 내가 보고 싶은 것들은 인터넷 같은 데에는 없다. 도서관에도 거의 없고.

유튜브에 뭐가뭐가 다 있다는 데, 뭐 내가 보고 싶은 게 없는 건 여전하고.

하여간 그 시절에는 원전 많이 읽은 소장파로 소문이 나서, 그냥 프랑스에 눌러 앉았으면 밥은 먹고 살 것 같았다는.

존 스튜어트 밀, 다시 한 번 읽어보려고 찾다가..

자서전이나 봐야겠다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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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대 에세이는, 뭐 그닥 팔리지는 않았다. 중간에 사연들이 좀 있었는데.. 그렇지만 어떻게 살 것인가, 그런 생각은 그 때 많이 정리되었다.

뭐, 그렇지만 아직도 가끔 심통도 내고 짜증도 낸다. 화 안 내고 사는 단계는, 조금 더 먼 곳에 있는 듯 싶다.

지금 농촌경제연구원장이 꽤 알고 지내던 사람이다. 농업경제학 책 작업 시작하면서 도움을 좀 받고 싶기는 한데, 여러 사람 번거롭게 안 하는 게 내 스타일이다.

높은 사람들 자꾸 보면 가까이 하고 싶고, 또 그렇게 살고 싶어지는 게 인지상정이다. 그렇기는 하지만, 자주 안 보면, 또 그런 맘도 없어진다.

살면서 별의별 인간을 다 보기는 했다. 그렇지만 나 같이 사는 사람은 나 말고는 못 본 것 같다.

최근의 몇 개의 연구 주제가 새로 생겼다. 다 지방에 좀 체류하면서 해야 하는 연구들인데, 꼼짝할 수가 없다. 에이. 포기. 빠른 포기, 나이스 샷!

더 몸을 낮추고 싶은 것은, 그래야 눈의 위치가 더 낮아지기 때문이다. 그렇게 산 학자는 아직 잘 못 본 것 같다. 위에 가는 거, 사실 별 재미 없다. 그 위치를 유지하기 위해서 어깨싸움도 해야하고 아웅다웅. 재미 한 개도 없다.

더 낮추면 더 재밌는 것, 의미 있는 것, 이런 게 눈에 들어올 것 같다. 내 삶이 꼭 보람 있을 필요는 없지만, 재미는 좀 있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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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 애 개학 첫 등교날, 교과서 가방이 어마무시하게 무거웠다. 게다가 둘째 어린이집에서는 오늘 현장학습 가는 날, 어린이 합창 보러 간단다. 맞춰 가야하는 시간이 있는 날. 아내는 큰 맘 먹고 걸어서 큰 애 학교까지 데려다 주려고 했지만.. 아침에 어찌어찌 하다보니 늦어져서, 결국 전부 데려다 주는 셔틀을 한 번 운행.

겨울방학까지 이와 비슷한 패턴으로 살게 되고, 겨울방학이 되면 잠시.. 죽어난다.

책을 쓸 때, 그 배경이 되는 지역을 몇 번이고 방문하고, 간 데 또 가고, 또 가고 그러면서 느낌을 잡아간다. 그냥 텍스트만 가지고 있으면, 감정이 만들어지지가 않는다.

10대에 대한 책 두 권을 준비하면서, 작년, 올해, 어지간한 고등학교 강연 요청은 다 간 게.. 그래도 좀 옆에서 보고, 질문도 받고, 질문도 해 보고, 그러면 나중에 감정에 좀 도움이 될 것 같아서.

원래는 올 겨울방학은 부산에 한 달 정도 큰 애 데리고 가서 지내려고 했다. 그런데 여름방학 지내보니까, 이게 택도 없는 얘기다. 나 혼자 큰 애 데리고 부산에서? 우와. 택도 없다.

최근에 김해 등 부산 근처에서 오는 부탁이면, 어지간하면 다 가려고 하는 게.. 몰아서 가기 어려우면 토막토막, 작게라도 가보려고. 부산에서 살기는 어렵지만, 그래도 집중적으로 가면 점점 더 공간이 눈에 돌아온다.

"니 책은 누가 사주는지 아냐?"

어떤 고매하신 분께서, 요렇게 댓글을 다셨다. 잠시 댓글을 보다가, 순간 깨달음이 왔다.

나중에는 어떻게 될지 모른다. 지금까지 누가 사라고 책 쓴 적은 없다. 필요하다고 생각하고, 마음이 움직인 것에 대해서 생각을 정리한 것이다. 좀 더 많은 사람이 보면 좋겠다는, 당연한 그런 작은 희망 정도가 있지만..

생각해보니까, 팔리기 위해서 책 쓴 적이 없다는..

앞으로도 그럴려고 한다. 언젠가는 나도 팔렸으면 좋겠다고 생각하면서 팔리기 좋은 책을 쓸 날이 올지도 모르겠지만.

아마 그 날이 오면, 책 쓰는 일은 작파할 것 같다. 약간의 존심이다. 의미가 있어서 쓰는 거지, 팔기 위해서 쓰는 거라면, 책 쓸 필요 없다.

지금까지도 그랬지만, 그 정도 자세는 앞으로도 지킬 것 같다.

하여간 올해부터 내년까지, 부산 근처에 가능하면 자주 가려고 한다.

김필 등이 부른 '굳세어라 금순아'를 들으면서. 난 잘 이해하기 어려운 감성이라는 생각이 듣기는 했다. 그래도 수십 번 들었다.

부산 보수들의 감성을 좀 이해해보려고 노력하는 중이다.

서울 보수는 좀 알 것 같다. 서울 빽구두 아저씨들에 대한 기억 같은 게 좀 있다. 그렇지만 부산의 보수들은, 정말로 잘 모르겠다.

모르면 알 때까지, 최소한 느낌이 올 때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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