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래 오늘 아침에 서울시 교육청 특강이 있었는데, 코로나 바이러스로 취소되었다. 한동안 성공회대학교에 나갔었는데, 조희연 선생 부탁으로. 얼마 전에 만났는데, 성공회대에 자리 못 만들어줘서 미안하다고.. 그런 얘기 하실 필요 없다고 했다. 처음부터 그런 생각 한 적 한 번도 없었다. 작년에 대학에서 제안이 왔는데, 큰 관심 없다고 시큰둥하게 말했다. 집에서 멀기도 하고, 또 이 나이에 교수 해서 무슨 부귀영화를 볼 일이 있다고..

내년 연말에 처음으로 10대들을 위한 경제에 관한 책을 쓴다. 거기까지는 일단 죽어라고 읽고, 쓰고, 틈틈히 관련된 사람들 만나고..

보통 내가 쓰는 책이 처음 마음 먹은 다음부터 평균 3년 정도 걸리는 것 같다. 10년 넘은 농업 경제학 같은 책은, 정말 예외적인 경우고 3년이 지나도 책 나온 시점에, 너무 시대보다 이르다는 얘기들을 듣는 경우가 많다. 이른 게 아니라 다른 거 아닌가 싶다. 익숙한 사물을 다르게 보는 데 익숙해진 삶일지도 모른다.

인터뷰 작가 지승호 통해서 월간 전원생활이라는 잡지에서 인터뷰 부탁이 왔다. 이래저래 평균적으로 두 달에 한 번은 매체 인터뷰를 하는 것 같다. 뭐, 상당수가 메이저와는 상관이 없는, 전문 잡지, 예를 들면 에너지 경제 관련된, 뭐 그런. 코너 솔류션이라는 말이 있다. 나는 많은 사람들의 관심과 트렌드와는 전혀 상관 없는 코너 솔류션 문제에 더 관심이 많았던 건지도 모른다. 좋게 얘기하면 아방 가르드, 정확히 얘기하면 비주류의 비주류.

평생을 비주류의 비주류로 살다가 가면, 정말 말년은 아무 것도 하지 않고 조용히 지낼 수 있을 것 같다. 문득 오태양이 처음 나에게 찾아왔던 시절이 생각났다. 청년당 만든다고.. 그것도 이젠 10년 좀 안되는 시절이고, 몇 달 전에 다시 당한다고 집 앞에 찾아왔던 적이 있었다. 그가 만든 당이 미래당이다. 바른미래당 창당식에서 이거 아니라고 외치다가 끌려나간 사나이가 바로 오태양이다.

문득 오늘 아침에 오태양을 생각하면서, 나는 비주류의 비주류라도 따뜻하게 살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오태양은 정말 추운 곳에서만 살았던 것 같다.

추운 곳에 지내는 비주류의 비주류들을 위해서, 오늘은 잠시 기도.. 그들에게 평온함과 넉넉함이 깃들길.

'책에 대한 단상' 카테고리의 다른 글

생각의 한계..  (0) 2020.02.18
50권째 책 제목..  (1) 2020.02.07
책 쓰는 날을 절반으로..  (1) 2020.02.04
코로나 바이러스, 작가들 긴급 생계지원?  (1) 2020.02.03
복닥복닥한 한 해..  (0) 2020.01.14
Posted by retired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