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에 서양경제사를 홍성찬 선생한테 배웠었다. 지금도 기억나는 얘기가.. 로마 시절에 민주주의를 지키기 위해서 황제를 몰아낸 장군도, 그를 진압하려는 장군도, 다 집에 가면 노예들의 시중을 받았다는 거. 노예도 사람이라는 거 이해하지 못했던 시절. 스팔타쿠스의 반란이 일어나고서야 비로소 노예라는 것이 갖는 문제에 대해서 생각했다는 거.

그즈음 이화당 문고인가, 쿤 책에 나온 패러다임 얘기도 엄청 재밌게 봤었다.

우리는 결국 아는 질문만 던진다. 정확히 말하면 답이 있을 질문만 던진다는 거. 정말로 모르는 건 질문도 못 한다.

영국 정치 분석에서 종종 나오는 '시끄러운 소수'에 대해서 생각하다가 '시끄러운 다수'라는 개념은 왜 없을까 잠시 생각했다. 다수가 시끄러우면 그건 시끄러운 게 아니라 유행이고 트렌드겠지.. 논리적으로 성립되기 어려운 개념이다. 다수가 시끄럽다고 생각하면, 그 사회에서 같이 살기 어려운.

그런 책이 과연 성립할까, 며칠 전부터 좀 생각을 했던 것 같다. 오늘도 시간 남는 김에 이 생각을 마저 좀 더 해보려 하다가, 문득 홍성찬 선생 세계경제사 시간에 들은 노예 얘기가 생각났다.

나도 이제 50이 넘었다. 옳고 그르고, 맞다 틀리다 보다, 이게 세상이 나아지는데 도움이 될까, 아닐까, 좀 더 그런 방향으로 생각해보려고 한다. 그래도 평생을 논리적으로 살려고 했는데, 자꾸 논리적 정합성을 맞춰보려는 성향만은 어쩔 수가 없는 것 같다.

친한 친구 하나가 말도 아닌 소리를 한다. 사랑하는 친구다. 이제 와서 그 생각을 고치라고 하는 것도, 니가 아니라고 말하는 것도, 다 귀찮은 일이다. 아닌 것 같아도, 우리는 로마시대 장군처럼, 노예들에게도 어려움이 있을 거라고는 너도 나도, 다 생각지도 못하는 존재들이다.. 그런 생각을 잠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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