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akE 방송후기 14. 이름의 경제학

 

네이밍이라는 단어가 약간 재수가 없다. 그래서 이름의 경제학정도의 타이틀로 가기로 한 걸로 알고 있는데, 어쩌다 보니 원래의 네이밍의 경제학으로 방송은 나갔다. 최근 정보경제학에서는 무척 중요한 토픽으로 다루고 있는 주제인데, 우리는 상당히 가볍게 나갔다. , 원래 무지향, 무개념 방송 아니냐?

 

 

(이시유 이름이야기 대표. 개성 강한 개릭터이고, 이름도 개성 강하다..)

 

지난 5년 동안 법원에 이름 바꾸겠다고 신청한 사람이 아마 2배 정도 늘었나 보다. 법원 판결 결과가 간소화된 것도 있고, 그 동안 경쟁이 더 치열해져서 그야말로 이름이라도 바꿔보겠다는, 어떻게 보면 눈물 없이는 볼 수 없는 슬픈 사연이기도 하다.

 

이 시점에서 이시유 대표에게 들은, 그러나 유용한 팁 하나. 법원에서 첫 번째 이름을 바꿀 때에는 요즘은 쉽게 잘 받아주는데, 두 번째 바꿀 때에는, 어지간해서는 곤란하다는 것! , 이거 아닌가벼, 그랬다가는 정말 난감한 상황을 만날 수도 있다. 쇼핑하거나 성형하듯이 이름을 바꾸기가, 아직은 쉽지 않다.

 

최영일 대표가 같이 나왔는데, 재밌는 얘기를 들었다. 내 식으로 정리해보면, ‘메이커레떼루의 차이라고나 할까? 나도 잘 쓰는 개념인 포디즘 시절에는 메이커라는 말로 브랜드를 가름했는데, 그야말로 메..., 만드는 사람이 누구냐, 그런 시대였다. 그러다가 탈포디즘 시대에는 레떼루로 바뀌면서, 소비자 취향에 대해서 좀 더 적극적으로 고려하기 시작하는 변화가 왔다.

 

세계적으로 여전히 가장 비싼 브랜드는 코카콜라인데, 2~3조원 정도를 그 이름의 가치로 추정한다. 삼성도 브랜드 가치는 9위 정도는 된다는 듯싶다.

 

이름의 가치 추정에서 가장 간편한 사례는 아파트 이름이다. 무슨 캐슬을 시작으로, 무슨 힐, 뭐 그런 것들. 사례도 간명하고 가격도 평당 가격으로 빠박 나오니까 연구하기는 정말 편한 사례이기는 한데, 그게 또 그렇지만도 않다. 그 가치가 얼마나 보존될 것인가, 그런 시점을 집어넣으면 좀 더 복잡해진다. 무엇보다도 이 사례가 토건 한국의 클라이맥스에서 일시적으로 생겨난 사례라서, 이걸 분석하기가 좀 머쓱해진다. 더도 말고 딱 10년만 지나면, , 우리가 한 때는 이름만 바뀌어도 아파트 가격이 막 올라가던 그런 시절이 있었구나, 그렇게 회상할 듯싶다. 제 정신은 아닌 시대를 우리가 살았다. ‘용산 두바이라고 생난리치던 용산 뻗는 거 봐라. 미친 짓은 지속가능하지 않다.

 

 

SBS CNBC는 스튜디오가 넉넉하지 않다. 증권방송들이 앞에 생방으로 진행되고 있기 때문에, 실제 스튜디오에 들어가서 본방 시작할 때까지 5분 정도의 여유 밖에 없다. 내가 했던 많은 생방송은 약식이라도 리허설 같은 것을 하는데, 그런 건 꿈도 못 꾼다. 그저 제 자리에 제대로 착석하는 것만으로도 OK! 이유는 모르겠지만, 생방 시작하는 순간에도 거의 긴장감 없다. ‘믿거나 말거나’. 가 아니라 보거나 말거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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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ake 방송후기 13. 층간소음편

 

오늘 주제는 층간 소음이다. 70% 가까운 국민이 아파트와 빌라 등 공동주택에 살고 있으니, 여기에서 해방된 사람은 거의 없다고 해도 좋을 듯싶다. 귀농하면 이 문제에서 해결될까? 지리산 마을에 가도 정말로 계곡에 혼자 있는 집 아니면 마을에 따닥따닥 붙어 있어서, 주민들 사이의 소음 문제는 사라지지 않는다.

 

아마 이 문제를 우리나라에서 가장 오래 다루지 않았나 싶은 차상곤 주거문화개선연구소 소장과 양소영 변호사가 키맨으로 나왔다. 공학적 접근과 법률적 접근, 뭐 이렇게 구성된 셈이다.

 

 

(양소영 변호사, 세 아이의 엄마이다. 요즘 방송에서 가장 환영받는 사람 중의 한 명으로 알고 있다. 과연 말이 깔끔하고, 핵심이 정확하다.)

 

층간 소음의 원인과 해법은 비교적 단순하다. 수 년 전부터 건축비 절감으로 시공사들이 선호하는 공법이 소음에는 쥐약이다. 그러니 그렇게 하지 말라고 표준 권고안을 만들고, 그렇게 되지 않은 아파트에 대해서는 적절한 선에서 보강공사를 하도록 하면 된다.

 

건설사, 나빠요!”

 

요 간단한 입장 하나로 정리가 될 수는 있다. 그러나 그렇게 허무하게 얘기를 끌고 가고 싶지는 않았다. 기술과 경제만으로 모든 것을 설명하는 것은 손쉽기는 하나, 늘 그렇게만 해서는 안된다는 게 내 상식이다. 유럽의 경우, 정말 오래된 건물들의 층간소음은 황당할 정도이다. 그렇지만 그 상태에서 집을 고쳐가면서 또 다들 살아간다. 서로 적절한 선에서 양보하고 또 관용하는 것, 그야말로 공자님 말씀 같은 얘기지만, 이렇게들 살아가고 있다. 우리가 갈 방향도 그 쪽이 아닌가 싶다.

 

 

(차상곤 소장, 상당히 심지가 깊은 사람이다. , 어지간히 꼬셔도 나중에 곤란하게 될 얘기는 하지 않는다. 그것도 일종의 개성이다.)

 

주간에는 40데시벨, 야간에는 30데시벨로 최근에 법적 기준이 명확해졌다. 그렇지만 법률적 도움은 쉽지 않다는 게 양소정 변호사의 얘기이다. 인과를 밝히기가 쉽지 않고, 밝히더라도 피해의 규모를 산정하기가 쉽지 않다. , 현재로서는 그렇다는 얘기지만, 환경 문제에서 아주 유명했던 공항에서의 소음 문제도 초기에는 그랬었다. 지금은 기준이 훨씬 강화되었고, 보상 방안도 훨씬 단순해졌다.

 

내가 종합적으로 느낀 건, 제일 좋은 건 이사가자 마자 떡 돌리는 것. 인사와 함께 모든 것들이 제대로 돌아갈 수 있는 준비를 하게 된다. 사실 살면서, ‘인사감사’, 이 두 가지만 잘 해도 많은 것들이 풀린다. 기업도 마찬가지이고, 국가도 마찬가지이다. 박근헤 정부도 인사를 제대로 못해서 지금 완전히 헤매고 있는 것 아닌가?

 

떡 돌릴 기회를 놓쳤다면, 자신이 직접 가서 얼굴 붉히거나 되도 않는 복수전을 벌이기 보다는 이웃사이센터라는 중재기관의 도움을 받는 게 나을 것 같다. 대뜸 기관을 중간에 끼는 게 맞느냐는 생각도 있지만, 현실적으로는 그게 더 나은 해법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나 역시 그 전에, 떡이라도 좀 돌리고, 명절 때 귤이라도 사들고 가는. 어차피 이것도 다 사람의 일이다.

 

(take 제작진, 모니터링 회의 중.)

매일 방송이 끝나면 모니터링 회의를 한다. 분위기는, 약간 좀 심각하다. 눈물을 쏙 뽑을 정도는 아니더라도, 고성 정도는 오간다. 아직 멱살 잡는 건 못 봤지만, 얼굴 붉히고 고개 푹 숙이는 건 자주 보게 된다. 생방송이라는 게 갖는 긴장감이 있어서, 방송 끝나자마자 하는 모니터링 회의는 좀 심각한 편이다. ‘전파낭비라는 얘기가 나온 적도 있는데, 이건 케이블이라서 전파 낭비까지는 아니라는 얘기가 입 밖에까지 나올 뻔하다가 분위기 보면서 참은 적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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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ake 방송후기 12. 프로야구편

 

드디어 프로야구가 시작되었다. 한 때는 나도 어지간히 극성팬이었던 것 같은데, 요즘은 그저 팀 순위 정도나 알 정도로, 그렇게 열심히 보지는 못한다. 오지환을 좋아해서, 작년에 낸 소설 주인공을 전격적으로 오지환으로 바꾼 적이 있다. 그 캐릭터는 원래는 연암 박지원으로부터 출발을 했는데, 내가 박지원에 대해서 세밀히 알고 있지 못했고, 또 그 무게감에 눌렸다. 오지원이라는 이름으로 캐릭터를 한참 잡다가 결국 리그 에러왕을 했던 오지환으로 바꾸면서 얘기가 풀려나갔다. (어제도 오지환은 두산전에서 끝내기 에러를 했다. 멋지다!)

 

양준혁과 아시아 경제의 이종길 기자가 키맨으로 나왔다. 이종길 기자는 라디오에서 몇 번 들은 것 같아서 익숙하다고 생각을 했는데, 막상 TV 방송은 처음이었다고 한다. 좀 더 많은 얘기를 할 수 있었는데, 준비한 만큼 얘기를 못해서 아쉬워했다. 양준혁은 6월쯤에 다시 한 번 나왔으면 싶은 얘기를 했다. 리턴 매치가 한 번쯤 더 있을 것 같다.

 

 

프로야구에 대해서는 여러 가지 특징과 아쉬운 점 같은 게 동시에 있다. 전두환 시절, 너무 강력한 정치적 의도를 가지고 급작스레 출범을 시키다 보니 기형적인 모습을 가지고 있는 게 사실이다. 그렇다고 지금에 와서 다 다시 정리를 하고 지역구단으로 새출발을 시키는 것도 이상하고. 경로의존성(path-dependency)가 너무 명확하게 보이는 부문 아닌가 싶다.

 

어쨌든 관중이 많이 늘어서 이제는 슬슬 손익분기점에 가까워졌고, 롯데 같은 구단은 흑자를 기록하기도 한다. 놀라운 일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팬이라고 하는, 바로 그 수요자들이 구단 운영에 대해서 아무런 목소리를 내기가 어렵다는 것은, 이것도 한국적 상황이기는 하다.

 

 

오세훈이 동대문 운동장을 부술 때, 참 아쉬웠다. 그래서 대안 모델을 찾기 위해서 달려갔던 곳이 일본 유일의 시민구단으로 불리는 히로시마 카프팀의 구장이었다. 시내에 있는 원래의 구장은 한참 리노베이션 중이었는데, 정말로 시민들에게 돌려주는 중이었다. 그리고 옮긴 구장은 조금 외곽으로 가 있는데, 그곳에서 우리는 구장을 부수고 디자인센터를 만든다는 얘기를 하기가 좀 어색했던 기억이다.

 

히로시마팀이 원래부터 시민구단이었던 것은 아니고, 동양공업, 우리에게는 마쯔다를 만드는 회사로 더 알려진 회사 구단이었다. 그런데 중간에 회사가 경영난에 봉착하니까 시민들이 주주로 참여하면서 일종의 하이브리드형 시민구단이 되었다. 정말로 그렇게 주주로 참여하는 아주머니를 만나볼 수 있었는데, 자부심이 대단했었다.

 

흠이라면, 한동안 꼴찌 순항 중이라는. 좋은 투수가 있어도 오래 붙잡고 있기가 어려운 게 애로 사항이다. 주로 인근에 있는 한신 타이거즈로 선수들이 많이 옮겨가서, 약간 이 갈고 있는 상태

 

(히로시마의 신형 마츠다 돔구장)

 

양준혁은 선수협에 관해서 약간만 얘기를 하다 말았는데, 그야말로 현재 진행 중인 아픈 얘기들. 언젠가 프로야구에 대해서 좀 더 체계적으로 발전방향 같은 것을 정리해보면 좋겠다는 생각을 몇 년 전부터 가지고 있기는 한데, 그거야 말로 그냥 생각만. 나도 몸이 무거워서, 안 하던 일을 갑자기 하기가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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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토 에세이 마무리 작업 중

 

지난 4년 동안, 참 사진을 많이 찍었다. 사진에 대해서는 아픈 추억이 있다. 고등학교 때까지는 사진을 정말 많이 찍었는데, 대학에 들어가면서 사진기를 내려놓았다, 중학교 때 사진반을 한 이후로, 한 때 사진을 너무 좋아했다가, 어른이 되면서 내려놓은, 그런 간단한 사연이다.

 

하여간 고양이들을 만나면서 다시 카메라를 집어 들었다. 아주 솔직히, 나는 기기에도 익숙하지 않고, 사진 유행에도 그렇게 밝지 않다. 그렇다고 피사체에 대한 엄청난 연구가 있느냐? 고양이들과의 이런 경험도 처음이고, 그냥 기본적인 구도 정도만 맞추고, 그 다음에 내가 힘을 쏟은 것은 초점 정도 정확게 맞추는

 

나는 그렇게 좋은 바디를 가지고 있지는 않다. 촛점도 아주 느리고, 겨우 맞춘 초점도 내가 원한 곳도 아니고. 생각보다 많은 사진을 매뉴얼 초점으로 겨우겨우 맞추었는데, 그게 꼭 맞느냐그것도 잘 모르겠다. 하여간 고양이들은 피사체로는 찍기에 그렇게 편한 존재들은 아니다. 어쨌든 그들은, 기다리라고 기다리는 존재들도 아니고, 연출한다고 연출할 수 있는 그런 게스트들은 아니다.

 

하여간 그렇게 4년을 지내다 보니, 글과 함께 사진들도 좀 모였다. 그리고 그 와중에 태어나고 죽은 고양이들, 정말로 내 눈에서 눈물을 쏙 뽑은 그런 존재들이 생겼다. 이제는 뭐가 먼저인지, 뭐가 나중인지, 나도 잘 모르겠다.

 

어쨌든 그런 얘기와 사진들이 모여서 아날로그 사랑법이라는 제목으로 출간될 예정이다. 나로서는, 그저 황송할 따름이다.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자신의 사진과 글로 출간을 하고 싶어 했었겠는가. 훨씬 잘 찍고, 훨씬 잘 쓰는 사람들이 많은데, 어설픈 나의 얘기가 이렇게 출간된다는 게, 그저 황송하고 송구할 따름이다.

 

포토 에세이가 일반 에세이보다, 여러모로 준비하는 데 힘도 들고 공도 많이 들고, 살벌하게 품도 많이 들어간다. , 그거야 생산비의 문제이고, 기본적으로 한국에서는 거의 안 팔린다. 이유야 다양하겠지만, 하여간 안 팔린다는 것은 기본적인 사실이다.

 

그래도 꼭 해보고 싶었다. 지난 5년 동안 고양이들과 매일매일 삶을 지내면서 내가 느꼈던 그 느낌들을 사람들과 공유하고 싶다는, 뭐 그 정도의 이유이다.

 

박근혜 시대, 할아버지 전성시대가 되었다.

 

뭔가 좀 다른 얘기를 해보고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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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ake 방송후기 11. 캠핑의 경제학

 

가끔 살다 보면 아주 재능이 있는, 그것도 아주 많은 사람을 만나게 된다. 오늘 방송에 나온 두 명의 키맨 중 한 명이 그렇다. <캠핑, 내 아버지의 선물>의 저자이자, 한국의 대표적 캠핑계 리더라고 할 수 있는 김현수씨는 정말 재능이 많은 사람처럼 보였다.

 

책으로만 본다면, 일단 이 책은 기획이 좋았다. 시공사에 대해서 이런저런 말이 많기는 하지만, 얄미울 정도로 기획을 잘 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이 책이 그렇다. 그리고 사진이 아주 좋고, 사진보다 사진 보다도 배치와 레이아웃 같은, 편집이 아주 좋았다. 블로그의 필명인 김대리로 불리기를 더 편하게 생각하는 김현수씨가 직접 찍은 사진이라고 한다. 사진에 약간의 어깨 힘이 들어간 느낌은 있지만, 그래도 간만에 재밌게 사진을 볼 수 있었다.

 

외국계 보험사 직원이지만, 8년째 캠핑을 계속하고 있는 분이고, 캠핑 밴드의 보컬이라는 것 같다. 주로 김광석 노래를 부른다고 한다. 앞으로 이 양반이 어떤 삶을 살아갈지, 또 만나게 될 일이 있을지, 그런 미래의 일은 잘 모른다. 어쨌든 간만에 재능있는 사람을 만났다.

 

 

(오늘의 키맨 김현수씨와 오익근 교수)

 

최근의 캠핑 현상에 대한 몇 가지 분석과 장비들의 가격에 이르기까지, 자질구레한 얘기들을 좀 나누었는데, 결론적으로 우리가 가지게 된 생각.

 

일단은 셋트로 대여하는 게 정답이다…”

 

캠핑을 하는 게 선진국인가, 아니면 선진국이 되어가니까 캠핑이 늘어나는가, 그런 꼬리를 무는 질문이 있지만, 어쨌든 우리도 이제는 선진국과 문화적으로 유사한 모습을 가지는 게 늘어나는 듯 싶다. 문화 전반적인 활동에서 ‘fair’라고 쓰고 공정이라고 번역하는 게 요즘 유행이다. 좋은 일이기는 한데, 캠핑에서도 공정 캠핑이라는 게 유행한다는 얘기는 오늘 처음 들었다. , 그럴만도 하다.

 

 

(오늘의 메인 작가, 차은주. 잠시 쉬다가, 한 컷.)

 

방송후기 열 번이 넘었는데, 아직도 작가 얘기는 한 번도 못했다. 집중분석 take는 연출 3, 작가 4팀이 돌아간다. 아직 초반이라서 작가 한 명 한 명에 대한 파악이 아직 다 끝나지는 않았다. 어쨌든 제일 먼저 이해한 작가가 바로 차은주, 육식은 못하는데, 비건류의 채식주의는 아니고 입맛이 맞지 않아서 못한다고어린 시절에 가난했었냐고 물어본 적이 있는데, 그렇다고 웃으면서 대답을 하였다. 어쨌든 메인 작가 중에서는 가장 감성적인 느낌이 촉촉한 양반이다. 또 나와 가장 많은 시간을 같이 보내기도 하고,

 

연출 3, 작가 4팀이 돌아가는 take팀은 스튜디오 진행 스탭까지 합치면 60명이 넘는 대부대이다. SBS CNBC에서 가장 제작비가 많이 들어가는 방송이기도 하고. 아직은 방송이 제 자리를 못 잡아서, 이런저런 형식과 진행에 걸친 실험을 해보는 중이다. 어쨌든 세상에 없던 경제방송을 만들어보자, 그런 게 모토이다. 아직 자리를 제대로 잡지 못해 진행상 실수가 많다. , 이렇게 실수가 많은 경제 방송은 일찍이 없었다, 아직은 그렇게 농담하면서 지낸다.

 

방송 끝나고 나오면서 생각해봤는데, 우리가 김미우씨의 가능성을 충분히 활용하고 있나, 그런 생각이 들었다. 멋진 양반인데, 언제 저 포텐을 폭발시킬 수 있을까, 그런 고민이 머리 한 구석에 지끈지끈하다. Tourism voyage의 구분, 그래서 처음으로 관광부라는 게 생기던 순간의 얘기를 색다른 시선에서 얘기했다. 무거운 얘기는 안 하려고 하는데, 캠핑 얘기가 너무 가벼울 듯 싶어서, 일부러 무거운 얘기를 보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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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akE 방송후기 10. 신용카드편

 

(오늘은 새벽에 사진 작업 하다가 SD 카드를 컴에 꼽아놓고 왔다. 내가 이런 짓 잘 한다. 그래서 오늘은 사진이 없다. 카드 100개를 모아놓은 클리어 파일, 진귀한 광경이었는데, 아쉽다.)

 

집중분석 takE, 어쩌다 내가 이 팀에 합류하게 되어서 아침마다 방송을 하고 있는지, 그 기원도 벌써 까마득하다. 내가 왜 여기 앉아있는지, 왜 나는 후기를 매일 쓰고 있는지, 그 처음의 동기도 이제 모호하다. 패턴화된 삶이란 이런 것일지도 모른다. 매일 방송, 그것도 매일하는 생방송은 싫든 좋든 패턴을 만든다. 처음 시작할 때, 사실 큰 생각을 했거나, 이런 걸 해야한다고 생각한 건 별 거 없다. 솔직히 내가 매일 아침에 일어나서 나올 수 있나, 그런 게 더 걱정이었고, 요즘도 그게 제일 어려운 점이다.

 

그렇지만 경제학자로 살아온 내 삶에 비추어, 가끔은 학자의 눈으로, 가끔은 7달된 아기의 늙은 아빠의 눈으로, 얘기를 하는 건 나쁘지 않을 거라는 생각이 든다. 경제학자로서의 삶만이 아니라 경제적 삶에서, 나는 다른 사람과 다른 부분들이 적지 않다. 주변에서는 왜 그러고 사느냐고 말이 많았지만, , 어쨌든 살아보니 입에 세 끼 밥 들어가는 데 큰 지장 없다. 내가 가지고 있는 삶의 원칙들 그런 얘기를 좀 거칠게 풀어내보는 것도 나쁘지 않겠다 싶었다. 어차피 우리는 장기공황으로 지금 가고 있는 것 아닌가? 2000년대 초중반의 고도성장에 뒤이은 풍요의 시대는 끝났다. '신빈곤'이라고 가끔 내가 표현하는, 가난의 시대로 우리가 가는 중이다. 내가 아는 것들을 조금 더 작고 잘잘하게 쪼개서 얘기해보면 어떨까, 요즘 그런 생각을 더 많이 한다.

 

집중분석 takE '무지향성'이다. 별 지향은 없다. 좌우 지향도 없고, 상하지향도 없다. 그리고 특별히 결론을 내리고자 생각하는 방향도 없다. 언제 어느 쪽으로 튈지 모른다. 우리가 '키맨'이라고 부르는 게스트의 성향에 따라서 방향이 천차만별이다. 옆에 매일 앉아있는 김학도씨와 나의 그날그날 기분에 따라서도 많이 영향을 받는다. 이상하게 신나는 날, 이상하게 축 가라앉은 날, 그런 것들이 영향을 미칠 정도로, 정말 무지향성이다.

 

그렇지만, 스피커의 세계에서 무지향 스피커는 정말 비싸다. 일반 스피커 보다 동그라미 하나는 더 붙은. 어디 앉아서도 잘 들을 수 있는, 방향을 타지 않는 스피커는 비싼 스피커의 대명사이기도 하다. (물론 우리는 내 삶이 그렇듯이, '마이너의 마이너', 3부 리그, 500번대 채널에서 열심히 무지향성을 지향하고 있다.)

 

'신개념 토크쇼'를 로고로 내걸고 있지만, 가끔 회식할 때 우리끼리 농담하듯이 '무개념' 토크쇼에 가깝다. 경제의 많은 개념과 테제들이 생각보다 이념적인 게 많다. 무가치하고 중립적인 것처럼 보이는 문장들도, 잘 분석해보면 엄청나게 이념적이거나 선입관 가득한 개념인 경우가 많다. '시장 경제'라는 말 자체가 그렇지 않은가? 그런 선입관이나 편견에 비추어보면, 우리가 하는 얘기는 무개념에 가깝다. 좌우당간, 해야 해, 말아야 해?

 

카드 얘기 같은 게 자칫하면 한쪽 이념으로 흐를 수 있고, 잘못하면 다들 알고 있는 얘기를 정보라는 명목으로 그냥 반복하고, 우리 너무 똑똑한가 봐, 이렇게 가기 쉬운 주제였다. 결론적으로, 나도 느끼는 바가 있을 정도로 여신금융협회의 박성업 부장이 얘기를 잘 해주셨다. 개별 카드사가 아니라 협회 차원에서 최근 어떤 생각을 하고, 어떤 고민을 가지고 있는지, 이렇게 차분하게 들어본 것은 나도 처음일 정도이다. (이건 직접 한 번 방송을 보시는 게 나을 듯 싶다. 차분히 보면 느껴지는 게 있을 그런 내용이다.)

 

최성찬 카드 컨설턴트는, 소위 카드 디자인을 해주는 사람이다. 자신이 만난 고객의 10 9은 신용카드로 인한 과소비 성향으로 고생하고 있다는 얘기를 해주었다. 그렇다. 우리는 그렇게 이성적이거나 냉철한 경제적 동물이 아니다. 이걸 인정하는 게 건전한 소비생활의 출발점이다. 최성찬 컨설턴트는 자신의 고객들에게 직불카드 중심으로 디자인하고, 통신비 등 고정비 중심으로 카드를 디자인한다고 한다. 그런 영업 비밀을 막 알려줘도 되나 싶게, 간단하지만 옳은 얘기였다.

 

카드는 경제라기 보다는 문화다, 개인들에게는. 문화의 영역, 여기에 대한 고민은 경제에 대한 고민과는 다르다. 문화의 복잡성, 이것의 섬세함을 다루어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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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ake 방송후기 9. 부동산종합대책편

 

이번 시즌에 뭔가 방송을 할지 말지, 몇 달을 고민을 했었다. 중간에 우여곡절이 많았는데, 결국 SBS CNBC 한 켠에서 정말 조그맣게 시즌을 맡게 되었다. 요즘 방송 개편 중이다. 벌써 끝난 데도 있고, 아직 진행 중인 데도 있다. 아침 방송을 하나 하고, YTN 라디오에서 주간논평을 하나 맡았다. 몇 군데 더 있기는 했는데, 이 이상 하는 건 무리라서 그냥 고사했다. 지금 하는 집중분석 takE는 안 해본 실험이라서, 일단 재밌기는 하다. 다만 매일 아침 나오는 게, 이게 영!

 

보통은 생활 밀착형 경제 주제를 다루는데, 정부에서 긴급 발표가 나면 여기서도 긴급 편성을 한다. 일단 밤새서 새로 만들고, 원래 있던 건, 다음 기회에

 

1시 정도까지 대본이 오면 읽고 자려고 했었는데, 역시 그 때까지는 안 왔다. 80분 정도, 그것도 생방으로 진행되는 거라 기본 구성은 대본으로 만든다. 그러나 대본에 내가 할 얘기는 안 써있다. 무슨 얘기를 할지, 보통 전날 생각을 정하는데, 오늘 같은 날은, 부동산이야 워낙 뻔한 거니까, 그래도 미리 생각을 정했다.

 

우석훈의 색다른 시선은 전날 밤에 주로 정하는데, 아침에 운전하고 가면서 바꾸는 경우도 있고, 그 자리에 있다가 바꾸기도 한다. 오늘 같은 경우는 하다가 바꾼 경우이다. 원래는 감가상각이라는 주제를 준비했었는데, 실제로는 비정규직에 관한 얘기를 하게 되었다.

 

 

집 살거냐, 말거냐, 이게 오늘의 주제라고 할 수 있다. 함영진 부동산 114 리서치 센터장이 나왔고, 그냥 시사평론가로 부르는 게 더 편한 최영일 대표가 나왔다. 부동산 114는 몇 년 전인가, 대표와 토론을 한 적이 있었는데, 나름 상당히 감명받은 적이 있었다.

 

정부에서는 정말 애간장이 타게 집 사세요할 거고, 정말 대상인 생애주택구입자는 아직은 아니라고 할 거고솔직히 나에게 물어보면, ‘입지가 최고 조건이라고 하겠다. 원래도 그렇지만 요즘의 한국 부동산의 제일 큰 변수는 입지가 아닌가 싶다. 그야말로 건별로 다르다.

 

정부의 마음이야 이해를 하겠지만, 일단 시기가 미묘하다. 보금자리주택을 안 하겠다는 건, 지난 대선 과정과 인수위에서도 어느 정도 흘러나온 얘기라서 별로 놀랄 일은 아니었다. 현재의 가격 하락을 끌고 온 게 보금자리주택, “이 웬수라는 게 업자들의 시각이다. 반대로 경실련의 이헌동 본부장은 MB가 유일하게 잘 한 게 보금자리주택이라는 입장이다. 여기에는 복잡한 논쟁이 있는데, 결과적으로 나는 보금자리주택 축소 혹은 폐지에 대해서 반대하지는 않는다. 그린벨트를 풀어서 서민주택이라는 명분으로, 일단 짓고 보자가 과연 맞느냐, 이게 DJ 시절부터 10년을 넘게 끌어온 오래된 논쟁이기도 했다.

 

그런데 그러고 나니까 이번에는 수직증축 리모델링이라는 게 문제가 된다. 이거는 일반 분양을 늘리는 거니까, 금방 아파트 공급 줄인다고 해놓고, 이건 또 뭐야, 이런 질문에 부딪히게 된다. 부동산 공급을 줄여서 가격을 올린다고 해놓고, 전면적으로 공급을 늘리게 되는 수직중측을 끼워넣으니까, 사회정의의 문제와는 별도로, 도대체 이건 무엇인가, 이런 질문에 부딪히게 된다.

 

따지고 보면, 손학규가 분당 보궐에 나올 때, 덥썩 수직증축 받아준다고 했을 때부터, 이게 문제가 되었다. 결국 MB, 이건 안한다고 정리를 했다. 새누리당이나 민주당 문제가 아니라, 모든 국회의원은 수직증축 리모델링을 찬성한다. 자기집을 남의 돈 가지고 고치겠다는, 상당히 이상한 제도이기는 한데, ‘남의 돈좋아하는 게 사람의 본성 아닐까 싶기도 하다. 어쨌든 이건 국회 통과가 좀 어려워 보인다. 사실 좀 이상한 것이기도 하고, 여기서 뚫리면 이제는 별동신축이라는, 또 다른 괴물이 튀어나온다. 2~3층 올리는 수직증축 먹고 떨어질 그럴 토건 아저씨들이 아니다.

 

이번의 부동산 종합대책은, 예고한 것에 비하면 사실 별 거 없다. 몇 년 전부터 줄기차게 요구하던 DTI, LTV, 이번에도 크게 손을 못봤고, 다주택자 양도소득세 중과세 폐지도 검토라서, 일단 꼬리부터 내리고 들어오는 모양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게 양날의 칼이다. 잘되면 서승환식 토건이 자리잡히는 건데, 별 효과 없으면 당분간 답 없음, 깊은 침체다.

 

나는 실패할 가능성이 높다고 본다. 현재의 비정규직 시스템에서 연소득 6천 미만의 20~30대가 덜컥, 나는 집을 사겠음이라고 결정하기가 쉽지 않다. 소득만의 문제가 아니라 stability, 안정성이 경제 행위에 영향을 많이 미치는데, 부부 정규직, 이건 수치도 잘 파악되지 않는 복합 변수가 아닌가.

 

 

(슈퍼모델 김미우, 같이 할 수 있는 것들을 요즘 더 다양하게 시도해보는 중이지만, 아직은 여전히 서로 어색해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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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akE 방송후기 8. 내 남자의 자동차

 

평균적으로, 나는 하루에 두 권 밑으로 독서량을 떨어뜨리지는 않는다. 96년에 처음 직장이라는 데를 나가게 되었는데, 이 때 내 상사가 나중에 현대자동차 CEO가 된 이계안 전무였다. 아니, 이 양반이 무지막지하게 책을 읽어대는 거라, 하루에 2권 밑으로 읽었다가는 이계안한테도 밀리겠다는, 정말 무서운 생각이 들어 죽어라고 책을 읽었다. 아무 책이나 읽고, 정 안되면 만화책이라도 읽었다. 그러나 아기 태어나고는 진짜 1주일에 두 권 읽기도 벅차다. , 내가 살면서 이렇게 책을 안 읽은 적이 있었나, 무서운 생각이 들 정도다. 읽고 싶은 책이 그러니까 더 머리에서 떠오르지만, 책 집어 들기가 너무 어렵다.

 

신동헌의 <그 남자의 자동차>는 나보다 아기가 엄청나게 좋아했다. 책 날개도 알록달록하고, 책도 빨간 색이라서, “햐아!’ 탄성을 지르면서 아기가 결국 책 날개를 뺏어갔다. 잠시만 한눈을 팔면 손에 들고 꾸기던 책 날개를 순식간에 입에 넣기에, 아기의 공격을 피하면서 책을 읽기가 너무 어려웠다. 순간 <그 아이의 자동차>라는 제목이 생각이 났다.

 

 

 

책은 상당히 재미있고, 귀담아 들을 얘기도 많았다. 단점이라면, 뒷부분으로 가면서 책을 마감하는 순간, 꼰대틱한, 이래라 저래라, 요런 투로 급변초반의 발칙함이 끝까지 이어졌으면 좋았을 것 같다는 약간의 아쉬움이 들었다.

 

 

(오늘의 키맨, 장진택과 낸시 랭)

 

슈퍼카에 대한 얘기, 약간은 허무할 수밖에 없다. 내 차도 아니고, 니 차도 아니고, 그냥 서로 구경하거나 잠깐 몰아본 경험으로 얘기하는 게, 약간은 덧없다. 그렇지만 그걸 타고 몰고, 랩타임까지 재면서 하는 방송도 허무한 것은 마찬가지이다. 그 빈 공간을 자동차에 대한 다양한 얘기로 채우려고 한 셈인데, 잘 되었는지는 잘 모르겠다.

 

원래 대본에는 20대의 운전면허 감소 등 사회적으로 민감한 얘기들도 있었는데, 시간관계상 생략. 늘 생략된 것은 아쉬운 법이다.

 

낸시 랭과는 몇 년 전인가, 박경철 방송에서 만난 적이 있었다. 그 때 참 좋은 기억을 가졌었는데, 시간은 쏜 살과 같이 달리는 법!

 

나는 이 팀에 합류한지 얼마 안되지만, 그래도 조금씩 손발이 맞기 시작한 것 같기는 한다. 아마 오늘부터 초연출이 더 투입되다는 것 같다. 500번대 채널에서 이런 시도를 하고 있다는 게, 그저 신기할 뿐이다.

 

샤넬 가방 중에서 유일하게 내가 이름을 기억하는 게 2.55이다. 55 2월에 만들어져서 그 이름을 가지고 있는 걸로 알고 있다. 당시에 여성들의 의상으로는 차를 운전하기는커녕, 누군가의 도움을 받지 않고 차를 타기도 어려운 시절이었다. 샤넬은 과감하게 그들에게 바지를 입히고, 코르셋을 벗을 수 있게 옷을 디자인했다. 지방시는 그 코르셋을 다시 입혔다. 그래서 샤넬 정신과 지방시 정신은 정반대에 있을 듯 싶다. 샤넬백 2.55는 처음으로 어깨 끈을 달고 나온 가방이다. 여성들이 손을 쓸 수 있는 자유를 주게 된. 물론 요즘 팔리는 2.55 600만원 정도 하는데, 이게 혼수 품목으로 들어가게 되면서, 가격 결정이 아주 복잡해졌다.

 

우연하게 유사한 숫자를 가진 205, 이건 뿌조 자동차의 이름이다. 요즘은 아마 208까지 나왔을 것이다. 자동차 역사에서 T형 포드 다음으로 중요하다는 게 내 생각이다. 이 차는 83년에 등장하면서 세컨 카 혁명을 이끌었다. 작고, 날씬하고, 주차하기 편하고, 잔 고장 없고이 때 여성들이 공간의 자유를 얻었다.

 

샤넬 2.55와 뿌조 205, 명품이 예술로 승화되는 과정에 그냥 기술만 있는 게 아니라 시대 정신이 그 뒤에 깔려 있는 것 아닌가? BMW, 아우디, 메르세데스-벤츠, 모두 나름대로의 정신을 가지고 있다.

 

갑자기, 나는 무슨 정신을 가지고 오늘 하루를 보내고 있는가, 그런 시껍한 생각이 뇌리를 스치고 지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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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akE 방송 후기 7. 프렌디편

 

아무래도 오늘 방송에서 내가 느낀 가장 큰 소감을 한 마디로 요약하자면, ", 최광기!"가 아닐 수 없다. 전날 두 명의 키맨 중 한 명이 최광기인 걸 알았는데, 얼마나 반갑던지. 이 얘기를 쓸까 말까 잠시 고민을 했었는데, 방송 내용이야 보면 되는 거고, 화면으로 보이지 않는 것들을 좀 기록해보자는 게 원래의 내 의도 아니었던가. 그리하여, 방송사 고위층들이 보면 좀 안 좋아하실지도 모르겠지만, 그냥 쓰기로 마음을 먹었다. 방송에 익숙한 페미니스트 한 명이 아빠 얘기하는데 나오면 좋을 것 같다, 이게 섭외 의도였던 걸로 안다.

 

지난 대선 마지막 전날, 문재인 후보가 서울에서 부산까지, KTX를 타고 내려가면서 마지막 유세를 했는데, 어쩌다 보니 나도 엉겹결에 부산까지 내려갔다. 그 때 대구까지 나와 같이 내려가면서 사회를 봤던 사람이 바로 최광기였다. 그냥 쉽게 설명하면, 한국의 집회는 최광기가 사회를 보는 집회와 그렇지 않은 집회로 나뉜다고 하기도 했던 바로 그 최광기. KTX 옆 자리 앉아서 내려가다가 대구역 유세에서 그는 바로 서울로 올라갔다. 그 때 헤어지고 도통 술 한 잔 못하고 있다가 이렇게 방송에서 만난. 사는 게 과연 뭔가 싶다. 나는 그 후 100일 막 넘은 아기 돌보느라, 정말 정신없이 시간이 지나갔다. 우린 왜들 이러고 사나, 그런 생각이 잠시 들었다.

 

 

(방송 전 담소 중. MC, 슈퍼모델 김미우씨 그리고 최광기)

 

오늘의 주제는 프렌디, friend+daddy의 합성어이다. 그리하여 또 다른 키맨은 아빠 놀이학교의 권오진 교장 선생님, 징그러울 정도로 살갑게 사람을 대하신다. 지리산에서 너무 익숙하게 보았던 사람들의 느낌이 살짝 드는. 왠지 꽁지 머리를 하고 있어야 어울릴 듯 싶은. 흔한 마초와는 정반대의 캐릭터.

 

하여간 아빠들의 방송인데, 김학도씨는 아기 3, MC는 중학교 1학년, 나는 7개월 된 아기, 그렇게 아빠들이 아기 키우는 얘기를 중심으로 얘기하는 날이었다. 김학도씨는 대표적인 모범 아빠이다. 그야말로 아빠들의 토크인 셈이다.

 

 

권오진 아빠학교 교장 선생님이 해주신 말씀 중에서 특히 기억에 남는 것은 하루에 잠시 통화를 하는 방식으로라도, 아이들과의 연 날리기 놀이를 계속 하라는 것이었다. 연줄은 가늘어도 좋지만 끊어지면 안 된다. 아무래도 아빠가 일정한 역할을 해주면 어린이들에게 좋은 거 아니겠나 싶다.

 

최광기가 한 얘기는 가슴을 뜨끔하게 했다. 똑 같은 일을 엄마가 하면 그 정도는 해야지, 그러다가 아빠가 하면, 우와! 이거 억울해서 살겠냐?

 

나도 아기 키우다 보니, 요즘 사는 게 벅차다. 국가가 특별히 더 해주는 게 없고, 엄마들은 이제 본격적으로 경제활동에 참여하다 보니, 친정 어머니가 하거나 남편이 하거나, 선택지는 아주 좁다. 아빠들이 육아에 참여하고, 조금 더 적극적으로 역할을 하는 것은 당연한 일일 것이다. 그래서 오늘의 색다른 시선의 제목은 궁극의 트렌드로 잡았다. 이건 한 번 왔다가 가는 단기 트렌드가 아니라 다시는 뒤로 가지 않을, 그야말로 궁극의 트렌드가 아니겠는가 싶다.

 

 

방송 중에는 너무 옆길로 빠지는 것 같아 얘기는 못했지만, 사실 두 가지 좀 씁쓸한 느낌이 들었다. 프렌디라고 얘기는 하지만, 실제로 아빠가 육아에서 역할을 할 수 있는 것은 결국 사교육이 본격적으로 시작되기 직전까지라는 게, 현재 한국의 현황인 것 같다. 나는 아기를 사교육으로 보낼 생각은 없지만, 그거야 나나 그렇게 생각하는 거고, 그런 사람이 얼마나 될까? 왜곡된 지금의 사교육 열풍이 얼마나 갈까, 그리고 그 속에서 아빠의 역할은?

 

또 한 가지 씁슬한 것은, 김학도씨나 나나, 상대적으로 시간이 많은 사람들이다. 물론 바쁘기로 마음을 먹으면 나도 정신 사나울 정도로 바쁘게 돌아다닐 수도 있지만, 아기만 보겠다고 마음을 먹으면 지금처럼 대부분의 시간을 아기 돌보는 데에 쓸 수 있을 정도로. 어느 아빤들 아기와 같이 시간을 보내고 싶지 않겠는가. 그야말로 저녁이 있는 삶을 너머 점심이 있는 삶에 관한 이야기이다. 쮜리히에 처음 방문했을 때, 공장에서 노동자들이 점심 시간에 대거 쏟아져 나오는 것을 보고 놀란 적이 있다. 아빠들이 집에 가서 점심 먹으러많은 사람들이 집에서 점심 먹는 삶이 있다는 것을 그 때 처음보고 엄청 놀랐던 적이 있다.

 

지금 우리가 사는 게 사는 게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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