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ake 방송후기 6. 국민행복기금편

 

매일 방송을 만든다, 그것도 하나의 아이템을 정해서, 이게 쉽지 않은 일이다. 보통 특정 주제에 관해서 2~3주 시간을 가지고 조금씩 발전시키는데, 가끔 전날 주제가 결정되는 경우가 있다. , 어쩔 수 없이 비상이고, 담당팀은 날밤 까는 수밖에 없다. 12시까지 대본이 오면 읽고 자려고 했는데, 그렇지 않았다. 포기하고 그냥 잤다. 내일 일은 내일

 

 

(LG 경제연구소의 조영무 박사. 점잖고, 생각보다 소박해서 좋은 인상을 받았다. 잠시 얘기해볼 기회가 있었는데, 같이 해볼 수 있는 일이 많을 것 같은 생각이 들었다.)

 

오늘의 키맨은 한 명이다. 밤에 연락이 와서 몇 사람 연락처를 급히 알려주었는데, 하여간 무사히 섭외가 되었다. 가끔 기업경제연구소에 대해서 이런저런 얘기들이 있는데, 실상과는 좀 다른 얘기들이 많다. 아무래도 일반인들이 자주 접하기 어려운 특수한 영역이라서 그런지 환상이나 편견 같은 게 섞여 있는 것 같다. 나의 첫 직장도 기업연구소였고, 흔히 보는 경제연구소의 연구원과 내가 하는 일도 그렇게 많이 다르지 않았다.

 

 

(우리 팀의 막내라고 할 수 있는 황세진씨. 내가 오기 전에 슈퍼모델들이 진행하는 코너를 만들려는 시도가 있었는데, 성공적이지는 않았었나 보다. 요즘 새로운 시도를 해보는 중이다. 김유식 PD가 카메라를 받았는데, 예쁘게 나왔다.)

 

그 시작은 창대하였으나, 그 끝은 미미하리라!”

 

성경구절의 패로디 버전이다. 이게 국민행복기금의 정확한 현주소라고 할 수 있다. 18조 이상, 혜택 대상 300만명 이상, 이게 원 버전이었다. 이번에 발표된 걸로는 1 5천억 정도, 최대 수혜 대상 44. 이 발표를 처음 보고 내가 가졌던 생각은, 하거나 말거나. 국채를 대거 발행해서 결국은 토건 자본 쪽으로 돈을 몰아줄 것인가, 이게 내가 신경을 곤두세워서 봤던 점인데, 이래저래 논란이 되었었다. 결국 그렇게 하우스푸어의 부채를 일방적으로 탕감하지는 않는 식으로 결정이 났다.

 

그건 일단 다행인 거고.

 

그렇지만 다음 문제가 생긴다. 아주 제한적으로, 그러나 탕감이라는 이름에 걸맞게 누군가는 부채의 50%를 감면 받는다. 조건만 맞으면, 진짜하게 부채 50%가 탕감되는 것이다. 그렇지만 과연 누가 그 행운의 대상이 될 것인가?

 

누군가는 오예, 삶의 희망을 갖게 되겠지만, 최소 250만명 이상은 홧병나게 생겼다. 부채를 너무 일찍 떠 앉았거나, 너무 늦게 떠 앉았거나너무 작거나, 너무 많거나, 그래도 안 된다. 오 마이 갓! 운이 좋은 사람은 세상에 따로 있는 법?

 

(생방 시작 전에 카운트가 들어가도, 우리 팀은 별로 긴장하지 않는다. 왜인지는 모르겠다.)

 

원래 사람은 상대적 박탈감이 분노보다 더 강한 동인이 되는 법, 국민행복기금 방안 발표 하루만에 국민 불행기금이라는 이름이 나오게 되었다. 여기에 이걸 딱 한 번, 원타임으로 할 것이냐, 아니면 배드 뱅크처럼, 정크본드 관리기법을 국가가 직접 사용하는 항상 정책으로 할 거냐, 이건 쉽지 않은 딜레마이다. 경제학 교과서에 이런 복잡한 문제는 나오지 않는다.

 

내 생각은?

 

탕감 규모는 줄이고, 수치 조건으로 수혜자를 판단하는 것 보다는 지역 즉 동네에 일종의 지역위원회를 만들어서, 도와줄 사람을 위원회에서 결정하는 방식으로 하면 좋을 듯 싶었다. 어쨌든 나에게 이걸 운영해보라고 한다면, 지금과는 좀 다른 방식으로 제도를 디자인할 것 같다.

 

모랄 해저드라는 비난에 너무 쫄아서 최소화로 만드는 데 관심을 두었지만, 지역경제의 사회적 주체들과 연계시키는 방안에 대해서는 깊이 고민하지는 않은 듯 싶다.

 

하여간 부채탕감에 대해서 나는 무조건 반대하지는 않는다. 같은 이유로, 농가부채 탕감에 대한 주장을 예전부터 했었다.  서민경제라는 관점 그리고 긴급구제라는 관점에서 사안을 차분히 생각해볼 필요가 있을 듯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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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ake 방송후기 5. 주머니 속 경제

 

벌써 다섯 번째 방송후기다. 기본적인 출연진과 포맷에 대한 소개는 간략하게는 했는데, 이 방송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꼭 알아야 할 사람이 조금 더 있다. 그 중에서 제일 중요한 사람은 집중분석 takE’ 1부와 2부 사이, 잠시 쉬어가는 코너에 들어가 있는 주머니 속 경제를 끌고 나가는 사람인 이인표 대표!

 

일단 내용이 재밌다. 김학도씨와 3~4분 정도에 짧은 경제 정보를 보내주는데, 이게 생각보다 진국이다. 간단한 금융 상품 소개를 곁들인 가벼운 재테크 얘기 같아 보이지만, 생각보다 깊이가 있고, 게다가 정확하다. 원래 방송인은 아니고 광고회사 대표인데, 어떻게 하다보니 테이크팀에 합류하게 되었다고.

 

비즈니스라는 표현이 적합한데, 실제 비즈니스를 하면서 생기게 된 노하우를 가감 없이 보여주는 코너이다. 내가 가진 경제학 지식에 비추어볼 때, 거진 맞는 말이고, 다른 비슷한 코너에서 다루지 않는 깊이감이 있다. 보험상품을 다룰 때에는 사업비와 같이, 흔히 경제 상식 같은 데에서 얘기해주지 않는 얘기들을 짧게나마 다루는 걸 보고, 진짜로 감동 먹었다.

 

가벼운 코믹 터치이지만, 내용도 가볍지는 않다. 경제에 관한 얘기가 그렇듯이, 간단한 정보지만 작게는 몇 십만원, 조금 크게는 몇 백만원이 그 작은 정보에 의해서 왔다 갔다 한다. 코너를 함께 진행하는 김학도씨와 이인표 대표의 공저로, 출간에 관한 고민을 요즘 같이 해보고 있다. 이 방송에서 제일 먼저 책이 나온다면 주머니 속 경제가 아닐까 싶다.

 

 

(방송 준비하며 이인표 대표, 잠시 한 컷. 사진 보자자마 첫 평이, 너무 말랐다사실, 심하게 마르기는 했다. 살쪄야 한다며, 약 먹을까 말까 고민 중인 걸로 알고 있다.)

 

이인표 대표 다음으로 중요한 사람은, 팀장. , 사실 무슨 일을 하는 사람인지 나는 아직은 잘 모르겠다. 백종우 팀장, 어쨌든 높으니까 팀장이라고 부르겠지. 하여간 형식상으로는 대빵이기는 한데, 무슨 일 하는 사람인지는 천천히 겪어보면서

 

 

(, 별로 아직은 소개할 타이밍은 아닌데, 너무 인상 좋게 사진이 한 장 나와서, 말 나온 김에 잠시 소개하고 넘어가는 백종우 팀장.)

 

아침마다 모니터로만 만나는 리포터 언니들은 아직 직접 얼굴을 보고 인사한 적은 없고, 현장 스튜디오를 끌고 나가는 FD 언니들이 있다. , 인상은 정말 좋아 보이고, 실제로도 부드러운 카리스마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아직 술 마신 모습을 보지는 못해서, 술 마신 상태에도 인상 좋을지, 그건 좀 더 지켜봐야 알 것 같다. 어쨌든 생방 현장에서 PD나 작가는 너무 멀리 있고, 진짜로 긴박한 상황에서 접하는 것은 FD 언니들.

 

작가는 4, PD 3, 이렇게 일일 방송을 돌린다. 여기에 내가 합류한지 이제 열흘 정도 되었나, 정말로 정신 없이 돌아간다. 내가 어쩌다 꼬임에 빠져서 일일 방송팀에 합류하게 되었는지, 하루에도 몇 번씩, 미쳤지, 정말, 그런 생각이 들기도 한다. 나야 게으른 거로, 그야말로 공인 받은 사람 아닌가!

 

이 타임에서 작은 에피소드. 내일은 원래 허경영 나오기로 한 날이고, 오늘 아침까지 정말로 그런 줄 알았다. 아니 허경영과 무슨 경제 얘기를 해, 난 혼자서 입이 대빨 나와서, 툴툴 거리고 있었다. ‘까였다는 표현 그대로, 경영층에서 그건 아니다는 결정이 밤새 나왔나 보다. 그리하여 내일 방송은 국민행복기금 긴급 대체! 오 마이 갓! 워낙 후다닥 발표가 나서, 나도 아주 개괄적인 것밖에 보지 못했는데! 이런 일들이 통통 생기면서 콩 볶아 먹듯이 또 하루가 간다. 하여간 30명 가까운 사람들이 이렇게 저렇게 굴러가면서 매일 아침, 경제와 관련된 생방송을 만들어낸다. 보거나 말거나, 어쨌든 우리는 우리의 진도를 나간다!

 

어쨌든 이런 형식의 경제 방송은 한국에서는 처음 시도되는 것이다.

 

그 시작은 미미하였으나, 끝은 창대하리라!

 

, 당연히 그래야지, 그런 생각을 하면서 500번대 채널, 그야말로 야구로 치면 3부 리그에서 우리는 새로운 형식 실험들을 만들어나간다.

 

(오늘 비타민편도 재밌기는 했지만, 내가 행정법원에 증인으로 나갈 일이 생겨서, 사진이 준비가 안되었다. 오늘 에피소드는 다음 기회에출연진 중에 슈퍼모델 김미우씨 소개가 아직 없었다. 화려한 사진이 아쉽다.)

 

SBS CNBC ‘집중분석 takE’ 09.10~10.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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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akE 방송 후기 4. 과잉의료편

 

나는 책을 많이 읽는 편이다. 유일하게 내 습관 중에서 모범생 비슷해 보이는 것은, 책을 많이 읽는다는 것 외에는 없을 것이다. 어쨌든 방송과 관련된 책이 있다면, 어지간하면 읽고 오려고 한다. 책을 읽지 않고 저자와 만나는 것은, 더더군다나 좀 미안한 측면이 있다. 그러나 내가 읽는 책이 다 재밌는 것은 아니다. 재미없어도 읽고, 읽기 싫어도 읽는다. 그렇지만 얼마 전부터 고민이 생겼다. 정말 가슴 속에 깊이 남는 책이 별로 없다는 것, 아무래도 나의 감수성에 문제가 생긴 게 아닐까, 그런 고민 중이다. 정말 깊은 감동이나 아니면 하기 어려운 경험을 하는 경우가 점점 줄어든다.  

 

현직의사 김현정의 <의사는 수술받지 않는다>, 그런 심드렁해진 내 마음 한 구석을 치고 가는, 확실한 무엇인가가 있는 책이다. 요즘 한국 책들은 너무 맵시가 좋다. 북 디자이너들이 전문적으로 붙어서 여러 가지를 만지고, 에디터들도 이래저래 손을 많이 본다. 그런 잘 빠진 책들만 보다가 이 책을 처음 잡은 순간, 어 뭐지? 이 학급문고 같은 고풍스러운 디자인은? 게다가 80년대 캔디풍의 일러스트는?

 

발행인, 발간인, 하여간 이런 게 전부 김현정으로 되어 있었다. 이 경우는 단 하나의 경우이다. 원고 출간이 어려워서 본인이 직접 출판사 등록을 하고 펴낸 경우. 그야말로 스캔들이라고 할 수 있다. 현직 의사로서, 약간은 돌려가며 적어내려간 양심선언? 혹은 주류의 비주류화 선언?

 

그렇게 바짝 긴장을 하면서 읽어 내려가면서 내가 잠정적으로 느낀 결론은, 이 책의 저자는 완전히 달통한 사람이거나, 아니면 잘 보호받아 아직도 소녀적 감성을 잃어버리지 않은 사람

 

이상의 오감도가 인용될 때까지만 해도 그런가 보다 했는데, 공산당 선언문 패로디가 툭툭 튀어나오고, 그야말로 장난 아니다. 설마 공산당 선언문 인용구절을 의학, 아니 의학 사회학 분야에서 보게 될 줄이야!

 

 

(이건 방송 끝나고 차 한 잔 마시면서 김학도씨가 내 카메라로 찍은 사진, 잘 나왔다.)

 

그리하여 출연자 대기실에 미리 가서 기다리고 있다가 문제의 김현정 박사를 만났다. 오 마이 갓! 순도 100% 똘끼, 이거거던! 직관적으로 내가 느낀 건, 앞으로 의학 분야 조금 더 넘어가면 과학적 성찰 분야에 한 몫을 담당할 새로운 저자가 등장했다는 사실. 본인에게 직접 물어보니, 기왕 출판사를 만들 때에는 더 출간을 할 생각이 있었다는 것.

 

하여간 새로운 가능성을 가진 저자를 만단다는 것은, 그 자체로 즐거운 일이다.

 

 

(김학도씨와 MC 임종윤. 뭐 심각한 얘기하는 실루엣이지만, 별로 그렇게 심각한 얘기는 아니다.)

 

김현정 박사는 글로 느꼈던 인상에 비해서 보다는 실제 방송에서는 미리 그어놓은 선이 많았다. , 조금 더 치고 나가도 될 듯싶은 데서 한 박자 늦추고, 적당히 세울 줄 아는 정도. 나쁘지는 않지만, 폭발적이지는 않았다. 언젠가 저 입에서 방언이 터지는 날, 그야말로 신흥 의학 종교의 교주가 될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머리를 스치고 지나갔다.

 

과잉의료 혹은 의료 쇼핑, 언젠가 한 번쯤은 의료계 내부에서도 자상의 목소리가 나올 때가 되지 않았나, 그런 생각을 평소에 했는데, 자연스럽게 그런 때가 온 셈이다. 의학계 내부에서도 뜻을 같이 한다는 지지 입장이 적지 않게 있다는 얘기를 들으면서, 어쨌든 한국도 조금씩 선진국이 되어가고 있는 것 아닌가, 그런 생각이 들었다.

 

(오늘도 백화점 사진. 생방 때 사진을 찍기는 좀 곤란해서, 별 수가 없다.)

 

박민규의 소설 <삼미 슈퍼스타즈의 마지막 팬클럽>에 보면 기가 막힌 명대사가 나온다.

 

어려운 공은 치지 않고, 잡기 어려운 공은 포기한다.”

 

우린 하면 된다는 70년대의 필승 신화에 너무 오래 사로잡혀 있었고, 뭔가 투입해서 그 문제를 해결하지 않으면 직성이 풀리지 않는 시대를 살아가고 있었다. 문득 뒤돌아보니, 세상 일이라는 것은, 특히 생명에 관한 일이라는 것은 그렇게 작전과 같은 것이 아니고, 또 전술전략적 거시기 만으로는 해소되지 않는다는 것, 그걸 생각해봐야 하지 않나 싶었다.

 

삶에는 포기도 좀 있어야 하고, 완벽은 일부러 피하는 것이 좋다. 이렇게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아지면 성숙한 사회가 되는 것이 아닌가 싶다. 의학도 마찬가지이다. 생명은 100% 관리되는 것이 아니다. 간만에 철학적 얘기를 같이 할 수 있어, 오늘은 방송 끝나고 나서는 길이 밝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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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ake 방송후기3. : ! 인강

 

오후만 있는 삶, 이게 내가 꽤 오랫동안 살아왔던 패턴이다. 보통은 아침 5시나 6시까지 원고 작업을 하는데, 어떤 날은 오전 9시 이상까지 하는 날도 있다. 보통 작업 시작하는 것은 11시나 12. 그리고 나면 오전은 없고, 오후에 슬슬 움직이기 시작한다. 오후에는 인터뷰나 자료조사 같은 것들 아니면 대외 일정 같은 걸 하는데, 그러다 보니 가능하면 아무도 안 만나려고 하고, 아무 곳에도 안 가려고 하는 습관이 생겼다.

 

 

(MC 임종윤 기자와 슈퍼모델 황세진씨. 8 30분에 생방 준비에 돌입하는데, 출연진이 많아서 분장 등 방송 준비하다 보면, 9 10분까지 좀 벅차다. 몇 마디 맞춰보지 못하고 바로 들어간다.)

 

 

그러던 내가 아침 방송에 나오기로 한 것은, 어차피 이제는 아기를 아침에도 봐야 하기 때문에, 이래저래 작업 패턴을 바꿀 필요가 생겼기 때문이기도 하다 (아침에 나가라고 가장 적극적으로 권장한 거은 아내였는데, ‘고소하다고 말했다.) 그렇지만 다음 주까지만 아침 방송이고, 4월부터는 오후 4시 시간대로 옮겨간다.

 

정의는 승리한다!

 

누군가 20대 때 내 사주를 봐주었는데, 대학교수 되는 건, 사주에 없단다. , 그런가 보다 하고 산다. 그렇지만 작은 운들은 있는 편이다. 오후방송으로 옮기게 되었다는 얘기를 듣고, 그래, 내가 살면서 소소한 운은 좀 있는 편이지, 그 생각이 들었다.

 

 

 

 

(MC 옆 자리에 슈퍼모델을 앉혀서 자리를 꽉 채우는 게 제작진이 소망이지만, 그렇게는 좀 어렵다고 한다. 황세진씨 앉아 있는 자리가, 원래 내가 앉던 자리였다. 이 오른쪽에 세 명을 앉히는 방법에 대해서 요즘 다들 연구 중이다.)

 

오늘 방송은 얼마 전 우정파괴 광고로 알려진 바로 그 인터넷 강의에 대한, 그야말로 인강편이다. 이 광고를 처음 접했을 때, 여러 사람들이 격분을 토로했는데, 나는 분노라기 보다는 착잡하면서도 복잡한 그런 심경이었다. 첫 느낌을 얘기한다면, 드디어 한국의 사교육이 갈 때까지 갔구나, 그런 걸 본 것 같았다. 주식에는 목에서 먹어라라는 말이 있다. 대충 하라는 얘기인데, 너무 끝까지 가면 반드시 다른 위험이 따른다는 얘기이다. 사교육 업체와 한국 사회의 관계가 어떻게 갈 것인가, 그런 생각을 했었다.

 

요즘 <모피아>의 다음 소설인 교육 마피아 얘기를 한참 구상 중이다. 원래는 교육청 내부의 관료들을 중심으로 이 얘기를 풀어나가는 게 작년에 세웠던 구상인데, 이 우정파괴 광고를 보면서 10대들을 주인공으로 내세우는 다른 스토리 라인으로 바꾸는 계기가 되기도 하였다. 또래 친구로 남자와 여자와 짙은 우정과 애정을 나누는 어느 고3 소녀를 주인공으로 내세울 생각이다. 실제 몇 년 전에 잘 알고 지내던 어떤 고3 소녀로 원 모델이 있다.

 

이런 고민을 하다 보니, 요즘 대학 서열화와 사교육 문제가 그 어느 때보다도 내 관심사로 올라와 있는 시기이기도 하다.

 

 

(담당 PD에게 잠시 카메라를 맡겼더니, 정말로 카메라를 찍어놓았다. , 사람의 직업적 관심이란!)

 

어제 오후 늦게까지 사교육 걱정 없는 세상에서 키맨을 섭외하려고 하였지만 결국 불발, 곽동수 교수 혼자 나오게 되었다. 원래 이 양반 진행하던 라디오 프로에 게스트로 나가면서 알게 된 사이인데, 워낙 자주 만나다가 이렇게 방송에서 만나면, 갑자기 점잖 빼면서 얘기하는 게 어색하기도 하다.

 

사교육, 그 중에서도 인터넷 강의, 상황이 여기까지 오게 된 데에 대해서, 정말로 마음이 착잡할 뿐이다. 전세계 어디에서도 사교육 업체가 이렇게까지 증시에 상장하게 된 사례가 있는지 모르겠다. 정말로 특수한 사례는 특수한 사례이다. 할 것이냐, 말 것이냐, 한다면 어떻게 할 것이냐, 이런 얘기들이 꼬리를 물면서 한 시간 반이 정말로 후딱 갔다. 토크쇼의 좋은 점은, 뭔가 결론을 내기 위한 압박을 받을 필요가 없다는 점이고, 단점은, 오늘도 당장은 답이 없다는 것을 서로 알게 되는 것.

 

사교육이나 인터넷 강의에 대한 내 기본입장은 이렇다. 이 모양의 상품이 30년 혹은 50년 후에도 여전히 지속가능한 모습으로 남아있을 것인가? 그럴 리는 없다고 생각한다. 그 전에 인강이 없어지거나 아니면 우리 나라가 망했거나.

 

인강 권하는 사회, 어쨌든 2013년 신학기는 그렇게 한국에서 시작되었다. 이미 시작되었다. 입맛이 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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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씨를 뿌린다, 내꿈나라

 

대선 이후, 여기저기 어기적거리는 소리가 보통 아니다. 뭐, 당연한 일일지도 모른다. 그렇게 많은 사람들이 소망하던 것들이 이렇게 되었으니 말이다. 나도 나와 관련된 많은 일들을 정리하고, 신변을 단촐하게 해놓았다. 약속도 없고, 계획도 없고.

 

정치권은 어렵고, 시민단체는 더 어렵다. 그리고 그 사이에서 양쪽을 연결시키는 역할을 자임했던 시민단체, 내가 꿈꾸는 나라는 더 어렵다.

 

우여곡절 끝에, 이 단체의 공동대표를 맡기로 했고, 오늘 총회를 했다. 특별히 뭐 내가 대단한 것을 생각했거나 결심해서 그런 건 아니고, 조국 선생이 내려놓은 자리를 누군가 맡아야 하니까, 여전히 땜빵 인생인 셈이다.

 

하여튼  나도 얼마 전부터는, 꼭 내가 하고 싶은 것이나 하고자 하는 일만 할 수는 없는 처지가 되었다.

 

 

 

(김혜애 소장과는 그렇게 많은 일들을 같이 하면서도, 정작 소주 잔 한 번 정식으로 기울여본 적이 없다. 어쨌든 또 한 해를 같이!)

 

올해 무슨 일을 할 수 있겠냐 싶기는 하지만, 지방선거와 관련된 준비에 관해서는 나도 조금은 손을 보태려고 한다. 그렇다고 뭐 거창한 그런 일은 아니고, 기초의원으로 출마하려는 사람들이 있으면, 조금씩 도우면서, 뭐 그 정도.

 

하여간 누군가는 씨를 뿌려야, 언젠가 또 추수가 가능하지 않겠나 싶다. 총회라고 하지만 정말 몇 사람 안 왔고, 몸은 없고 대가리만 있는 조직답게, 그야말로 대가리들만. 선배들만 있는 조직과도 같다.

 

"내가 하리, 이 나이에?"

 

언젠가 누군가 추수를 할 수 있게 하기 위해서, 오늘도 씨앗을 뿌린다. 삶은 멈추는 법이 없는 것처럼, 어쨌든 조금씩은 뭔가를 얹어야 할 것이다.

 

 

 

 

(생각해보니, 내가 조국 선생한테 받은 건 거의 없고, 해준 것만 많은 듯 싶어서 갑자기 억울한 생각이. 다음에는 소주라도 한 잔 찰지게 사달라고 해야겠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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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akE, 방송 후기 2. 김학도와 슈퍼모델들

 

 

(오늘도 어쩔 수 없이 백화점 사진이다. 생방 중에 사진 찍기는, 영 형편이 어렵다.)

 

주변 사람들과 몇 달 전부터 경제 방송의 새로운 포맷에 대해서 조심스럽게 논의를 하고 있었다. 경제 방송이라는 게, 내용도 내용이지만, 전달이 아주 어렵다. 지금의 경제 방송은 그야말로 남성 엘리트 중심이고, 아무도 신경 쓰지 않지만 자기들끼리 덩더쿵 덩더쿵, 북치고 장고치고, 그러는 경우가 거의 대부분이다. , 시청률 거의 나오지 않고, 볼 사람만 보는 방송이라서 그래도 아무도 신경 쓰지 않는다.

 

좀 험악하게 얘기하면, ‘남성판 섹스 앤 더 시티인 셈인데, 아무도 신경 쓰지 않고, 전달력도 떨어진다는 게 다를 것 같다. 사라 제시커 파커는 빅 데이터 분석에서 후원 저녁모임으로 가장 많은 모금이 될 것 같다고 컴퓨터가 꼽아준 인사였고, 실제로 오바마 캠프에서는 그녀를 주빈으로 한 후원 모임을 했다. 돈만 많이 걷힌 게 아니라, 진짜로 오바마는 대역전극을 거두면서 대통령이 되었다. 엘리트 남성들이 모여서 거의 그 수준의 덩더쿵 덩더쿵 얘기를 하지만, 아무도 보지 않고, 영향력도 별로 없다는 거, 이게 한국의 경제 방송의 현실이다.

 

그 고립감에서 벗어나기 위해서 좀 강도 높은 토크쇼 형식이나 예능 포맷을 전폭적으로 도입한 그런 경제 방송에 대한 기획 시도는 몇 년 전부터 간간이 있었다. 그리고 몇 번은 정말로 정기 개편 때 편성 직전까지 가기도 했지만, 여러 가지 정치적 이유 혹은 현실적 이유로 공중파 내에서 전격적으로 다른 포맷의 경제 방송이 론칭되지는 못했다. 대선이 끝나고 다시 경제 방송을 만들어보자는 얘기가 나즈막하게 진행되기는 했는데, 대선 이후의 어수선한 분위기에서 전격적으로 새로운 방송을 론칭하기는 힘에 부쳤다.

 

SBS CNBC의 집중분석 takE의 기획 과정에 내가 직접 참여하지는 않았지만, 어쩌면 이 시대가 원하는 보편적 정서 같은 게 있던 것인지, 나나 내 주변 사람들이 구상하던 경제 방송과 거의 근사한 모습의 포맷을 가지고 있다.

 

이 방송에서 MC만큼 중요한 역할을 하는 사람은 김학도씨다. 옆에서 한동안 지켜본 바로는, 일단 머리가 비상하고, 순발력이 아주 좋다. 김미화 선배랑 1년 넘게 방송을 하면서 느낀 것은, 경제방송에서 일단 인지도가 높은 사람이 같이 있으면, 접근성이 아주 좋아진다. 근데 경제 이슈라는 게, 별 거 아니지만 일단 밑밥으로 먼저 알고 있어야 하는 사항이 좀 많고, 개별 이슈들은 쓸 데 업이 용어가 어렵고 특수 사례가 많다. 게다가 엄청나게 높은 사례를 하느냐, 그런 것도 아니고. 들이는 품은 많고, 나오는 건 별로 없고, 그야말로 비경제적 방송의 대표 사례가 경제 방송이다. 사실 경제적으로만 따진다면, 경제 방송은 안 하는 게 경제적인 것 아닌가 싶을 정도다.

 

여기에 김미우씨, 황세진씨, 두 명의 슈퍼모델이 번갈아 참여하면서 일반인과 전문가 사이의 다리 역할을 한다. 시간이 지나면 다리 역할 외에 독특한 영역이 생길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하지만, 아직 우리는 시작한지 얼마 되지 않아 팀웍에 의한 제 3의 힘을 만들어낼 정도까지는 아니다.

 

하여간 이 정도로 진행팀을 모은 상태라면, 뭔가 해도 할 수 있지 않을까, 그런 걸 기대해도 좋을 듯 싶다. 짧게 두 사람을 만나면서 느낀 건, 두 사람 모두 대단한 잠재력을 가지고 있어서, 언젠가는 한국을 뒤흔들 정도의 폭발력을 가질 것 같다. 이제 막 세상에서 자신이 설 자리를 만들고, 높게 날 준비를 하고 있는 젊은 힘을 근거리에서 지켜볼 수 있는 것은, 그야말로 기쁜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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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여간 내가 가장 늦게 합류하면서 기본 포맷이 잡히기는 했는데, 아직도 우리는 시행착오 중이고, 각자의 캐릭터를 만들어나가는 중이다. 그러다 보니, 여전히 좌충우돌, 실험 중. 요즘 우리의 가장 큰 고민 중의 하나는 자리 부족이다. 내가 끼어들면서 게스트가 두 명이 나오면 자리가 부족해서 우리의 슈퍼모델이 나오지 못하는 경우가 벌어진다. 찬반 토론이 있는 방송을 기획하면, 뭔가 순간순간 난감한 경우가

 

오늘 북핵 방송의 경우가 그랬다. 동국대 북한학과의 김용현 교수와 탈북 북한장교인 장세율 대표, 키맨이 두 명이 되면서 슈퍼 모델이 앉을 자리가 없어서 결국 다시 아저씨들끼리 앉아서 덩더쿵 하는 아저씨 방송이!

 

(장세율 대표. 북한군 장교 출신. 털털하고 재밌는 분이었고, 가끔 빵 터지는 개그를…)

 

마침 공공 전산망 마비가 있던 다음 날이라, 타이밍 한 번 기막혔다. 1부에서는 핵폭탄이 갖는 파괴력에 대해서 조금은 과장스러울 정도로, 정말 무서운 거다, 그리고 2부에서는 현실적인 해법에 대해서, 다시 땅 위의 얘기로.

 

북핵이라는 민감 만땅의 주제를 다루면서 너무 한 극단으로 갈 것에 대해서 걱정을 좀 했었는데, 실제 그렇게 가지는 않았고, 출연진들이 적당한 선을 타면서 토크 자체는 말끔하게 끝났다. 물론 그게 장점이면서도 동시에 단점이기도 하다. 무난하다는 건, 재미 없다는 것! 좀 격할 지라도 자신들이 가지고 있는 얘기를 끝까지 끌어내야 할텐데, 그건 이제 좀 격렬하고 다소 거칠어진다. 물론 그 편이 재미는 있다.

 

토크가 있고, 토크쇼가 있다. 오늘은 토크에 가까웠고, 쇼는 아니었다. 그러나 수많은 사람들의 목숨과 국가 혹은 세계의 장래가 걸린 핵폭탄에 관한 얘기를 쇼로 접근하는 것, 이건 사실 내 양심에 걸리는 일이다. 하여간 두고두고 이런 고민이 계속될 수밖에 없을 듯싶다.

(sbs cnbc 9:10~10:40, 생방송. 4월부터는 오후 4시 방송으로 옮겨갈 예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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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중분석 takE, 방송 후기 첫 번째

 

 

(, 어색한 백화점 사진. 여러 사람이 찍다 보면, 어쩔 수 없다. 안진걸 팀장과는 그렇게 오랫동안 알던 사이인데, 사진은 정말 처음인 듯싶다.)

 

작년 12월 초인가, 하여간 대선 치루고, 아기 100일 막 지나서 정신 하나도 없을 때, 어떤 케이블 TV에서 방송 기획안을 받았던 기억이다. 솔직히 대선이 어떻게 될지도 잘 몰랐고, 올해는 어떻게 살아야 할지, 아무런 생각이 없던 순간이었다. 너무너무 바빴고, 당시에는 내가 사실상 기획을 맡고 있던 경제 팟캐스트, ‘나는 꼽사리다의 미래에 대해서 고민하는 것만으로도 정신이 없었다.

 

대선이 끝나고 제일 먼저 한 일은 히로시마에 가기로 되어 있던 계획을 취소한 것이었다. 뭘 해야할 지는 모르겠지만, 어쨌든 그냥 외국에 가는 건 좀 아닌 듯 싶었다. 이기든 지든, 한동안 일본에서 지내려고 했었는데, 그건 좀 아니라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지난 겨울, 나는 6개월 즈음의 아기를 돌보고 지내는 일 외에는 한 게 없다. 별 계획도 없었고, 그렇다고 특별히 하고 싶은 것도 없었다. 시간은 주룩주룩 잘도 지나가는데, 시간만큼 아기도 광속으로 자라났다.

 

(아기가 처음 침대를 집고 일어선 날, 녀석도 엄청 속으로는 자랑스러워하고 있는 듯 싶다.)

 

, 참 또 한 게 있었다. 4마리의 고양이를 돌보는 일, 특히 마당에 있는 고양이 3마리를 돌보는 것은 정말로 뼈골이 빠지도록 힘든 일이었다.

 

 

 

지난 집 마당에서 같이 살던 고양이 식구들을 겨우겨우 데리고 왔는데, 새로 이사온 집에 적응하기 위해서 현재 케이즈에서 돌보는 중이다. 영하 15도로 내려간 밤, 마당에서 고양이들 화장실 청소하고 있으면, 문득 삶이란 왜 이렇게 고통스러운 것인가, 그런 생각이 안 들 수가 없다. 그 지겹도록 춥던 밤도 지나고 이제는 봄이 되었다.

 

몇 가지 우여곡절이 있었는데, 어쨌든 결국은 김유식 부장의 꼬임에 빠져서 집중분석 takE’ 팀에 합류하게 되었다. 원래도 아침에는 안 일어나고, 아침에 하는 일은 아무 것도 안 한다. 그렇게 지난 몇 년 간을 살았다. 1주일에 한 번이면 된다고 해서, 나도 10년 동안 회사 출근하던 시절이 있었는데, 설마 한 번도 못 나겠냐 싶어서 그냥 한다고 했다. 그랬더니 선술집에서 정종 한 잔 , 한 잔 보다는 많이 하더니, 매일 나오면 좋겠다고

 

몇 가지 옵션 중에서 선택을 하게 되었는데, 하여간 보는 사람은 그렇게 많지 않더라도, 나름대로는 재밌게 해볼 수 있는 포맷을 가지고 있는 이 곳에서 나도 작은 실험들을 해보기로 마음을 먹었다. 늘 누님이라고 부르는 김미화씨와 1년 넘게 방송을 하다가, 이번에는 김학도씨와 같이 하게 되었다. 모델과는 방송은 해본 적이 없는데, 슈퍼모델 두 명과 번걸아가면서, 일반인들이 궁금해할 만한 것들을 짚어보게 되었다. 그리고 임종윤 기자가 MC를 맡는데, 생각보다 편안한 진행이라, 간만에 오래 전에 즐겁게 입던 슈트를 꺼내 입는 기분이었다.

 

얼떨결에 그리고 어정쩡하게 방송을 시작한지 벌써 1주일이 후딱 지나갔다.

 

핸드폰 가격편이었는데, 참여연대의 안진걸 팀장이 게스트로 나왔다.

 

, 진걸! 예전에 문정동 살 때 같은 동네에 살았던 관계로, 정말 친하게 지냈던 후배다. 아끼고 총애하던 후배, 녀석을 보니 야, 얘도 이렇게 늙었구나 싶었다. 남 나이 먹어가는 걸 보면서 정작 내가 나이 먹는 걸 까먹었다고나 할까.

 

생방송 끝나고 나오면서 안진걸 팀장, 언제 또 이렇게 볼까 싶어서, 잠시 사진 한 장.

 

기억이라는 것은 지나가고, 뭐라도 단상을 적어두지 않으면, 그 아무리 화려하거나 멋진 기억이라도 잠시 분말처럼 흩어져, 영원한 우주 너머로 사라지게 마련이다.

 

순간, 사진도 좀 찍어두고, 그날 그날, 약간식이라도 단상을 적어두는 게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지금까지도 안진걸이 나에게 뭘 해준 건 별로 없지만, 그를 만나고 나면 뭔가 해보고 싶어지는 생각이 늘상 들던! 그와 그렇게 지냈던 시간이 벌써 10년도 넘는다.

 

그리하여 좌충우돌, 우왕좌왕, 집중분석 takE의 방송 후기를 적어보기로 마음을 먹었다.

 

(sbs cnbc 9:10~10:40, 생방송. 4월부터는 오후 4시 방송으로 옮겨갈 예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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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 03/19주간경향 1017호
지난 대선에 우리는 많은 것을 걸어놓고 있었다. 그 중의 하나가 금융 민주화였고, 그 핵심은 외환은행 사태 해결이라고 이해하고 있었다. 공식적으로 발표한 것은 아니지만, 안철수 진영과 문재인 진영 모두 외환은행에 대한 적절한 해법을 모색하고 있던 것으로 알고 있다. 만시지탄이다. 뭐, 대선과 함께 해법이 모호해진 것이 어찌 외환은행뿐이랴!

하여간 독자들을 위해서 간단하게 사건을 정리하면, 론스타가 외환은행을 하나금융지주로부터 매입하면서 길고긴 사태가 일단락되는 듯해 보였다. 그리고 노사정 합의를 통해서 하나금융지주는 향후 5년간 외환은행의 독립경영을 보장한다는 약속을 했다. 그리고 한·미 FTA 협상을 통해서 유명해진 ISD라는 이름투자자-국가소송이 벨기에 법인을 통하여 진행되는 중이다. 여기까지가 대선 전 상황이었다.

이 상황에서 하나금융지주가 갑자기 외환은행의 나머지 주식에 대해서 공개매수 대신 ‘주식교환 승인’이라는 결정을 내리기로 하면서 일이 급해지기 시작했다. 그들이 최종적으로 노리는 것은 외한은행의 주식상장 폐지로 보인다. 5년간 독립경영 보장이라는 약속을 대선이 끝나자마자 뒤집는 일을 하는 것이다.

여기에 몇 가지 쟁점이 생겼다. 아직 론스타가 금융자본인가, 산업자본인가, 해묵은 논쟁에서 외환은행 주주들이 갖는 법적 권리가 한 가지 쟁점이다. 여기에 전성인 교수가 새롭게 제기한 문제, 그게 바로 하나고 문제이다. 하나금융지주의 자회사인 하나은행이 대주주 특수관계인 하나고에 거액의 은행 자산을 무상양도해 은행법을 위반했다는 것이다(제35조의 2 8항). 쉽게 말하면, 뒤로 돈을 몰래 빼돌리는 불법을 한 하나지주는 현행법상 건전성을 위반했으니 외환은행을 보유할 자격이 안 된다는 것이다. 말은 되는데, 언제 우리나라의 금융위원회나 금융감독원이 법대로 제대로 결정을 내린 적이 있나 생각해보면, 그냥 답답할 뿐이다.

여기에 또 하나 쟁점이 생긴 것이 바로 한국은행과 국민연금 등 소위 공적 자금의 주식 보유권에 대한 사회적 역할이다. 외환은행이 이런 황당한 꼴을 겪고 있을 때, 한국은행과 국민연금이 과연 사회적 목소리를 내는 게 맞느냐, 아니면 기계적으로 투자 수익률만을 계산하는 게 맞느냐, 이런 문제에 봉착했다. 국민연금도 하나금융지주에서는 소액주주의 역할을 하고 있는데, 아무 소리도 없는 침묵, 이건 박근혜 정부가 내건 정책 방향과는 다르다. 한국에서 금융 민주화란 과연 무엇인가, 이 질문의 거의 모든 것이 외환은행 사태에 걸려 있다. 여기에 김승유라는 독특한 인물과 하나고라는 교육기관까지 연계되면, 도대체 이게 국민소득 2만 달러가 넘었다는 한국에서 벌어질 수 있는 일인가, 아연실색하게 된다. 금융의 공공성을 고민하는 시민사회에게 외환은행 문제를 어떻게 볼 것인가, 이 질문이 하나 던져진 것이고, 동시에 막 출범한 박근혜 정부도 금융 민주화란 무엇인가, 역시 곤란한 질문 하나를 받아들게 되었다.

좋은 점은 박근혜 정부도 국민연금 등 공적 자금의 주주로서의 사회적 역할을 강화하겠다고 생각한다는 점이다. 나쁜 점은 론스타 매각 당시 청와대 행정관이 바로 박근혜 정부의 경제금융비서관이 되었다는 사실이다. 외환은행 사태, 박근혜 정부의 금융정책이 맞게 된 첫 번째 대형사건이 되어버렸다.

우석훈 <타이거 픽쳐스 자문·경제학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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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 햇살, 새로운 방송을 시작한다

 

 

참 해가 좋은 날이었다. 절대로 끝날 것 같지 않은 겨울, 그 긴 겨울 동안 아무 것도 안 했다. 아기 돌보고, 마당 고양이들 똥 치워주고, 캔 따면 하루가 간다. 선거 이후의 삶은 진지하게 생각해본 적이 없어서, 정말로 뭘 해야 할지를 몰랐다. 내가 결심한 것은 딱 하나, 선거에 진 이후의 5년은 꼬질꼬질한 모습으로 그냥 사람들과 온 몸으로 견디기로. 그게 무슨 의미가 있을까 싶지만, 외국으로 가서 또 폼 나는 뭔가를 하거나 그러지는 않겠다는, 정말 소극적인 의미의 결심이다.

 

별 생각이 없는 상황에서 갑작스럽게 맞게 된 한가한 시간들, 정말로 아무 것도 안 했다. 물론 밀린 책 원고 일정 등, 해야 할 일이 아주 없는 것은 아니지만, 아기와 같이 있으면서 정말로 아무 것도 할 수가 없었다. 그냥 뒤로 미루었다. 삶이란 때때로 그렇게 아무 것도 정해지지 않는 상황에서 정처 없이 떠서 그냥 버티기만 하는 시기도 있는 것이다.

 

봄 햇살이 방을 가득 채우고, 야옹구는 간만에 햇살을 받으며 뿌듯하게 뒹굴고 있다. 내가 다른 건 모르겠지만, 고양이 몇 마리에게는 행복을 만들어준 것인지도 모른다. 그 행복이 완벽한 것이라는 자신도 없지만, 세상에 완벽한 것, 영원한 것, 그런 게 있겠는가?

 

 

케이지 안에서 지난 겨울을 버틴 마당 고양이들도 봄 햇살을 만끽한다. 꽃이 피려면 아직 좀 더 기다려야겠지만, 공기의 흐름은 이제 완연히 봄이다.

 

봄이 되면 뭔가 방송을 하나 하기 위해서 아는 사람들에게 좀 부탁을 했다. 지상파, 케이블, 종편 등 우여곡절 사연들이 그 와중에 좀 생겨났는데, 최종적으로 SBS 자회사에서 하는 CNBC라는, 그닥 많은 사람들이 보지 않는 아침 경제방송을 하기로 마음을 먹었다. 아무도 신경 쓰지 않는 외곽에 있는 작은 방송이기는 한데, 그 대신 사람들이 크게 신경을 쓰지 않기 때문에 실험적인 시도를 해보기에는 나쁘지 않다. 김학도 등과 같이 진행을 하게 된다. 원래는 밤새서 작업을 하기 때문에 아침에는 아무 것도 안 하지만, 아기가 태어난 다음에는 너무 늦게까지 작업을 할 수는 없다. 어차피 아침에 일어나야 하는 거, 그냥 하기로 했다. 나도 이제 나이를 먹어서, 같이 진행하는 사람들 중에서는 가장 나이가 많다. 그야말로 형님들 나이 먹고, 배 나오고, 머리 나가는 거 보다가 정작 내 나이를 먹고 있는 건 잊어버린 듯 싶다.

 

아들이 15세가 되면 나는 환갑이 된다. 그야말로 늙은 아빠! 아기 보기가 힘에 붙여서 얼마 전부터 다시 수영을 하기 시작했다. 아무리 밤을 새도 지치는 법이 없던 그 시절은 이제 나에게 다시 오지 않으리라!

 

 

봄 햇살이 화사한데, 엄마 고양이가 몸단장을 시작했다. 이제 케이지에서는 꺼내주어도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과, 길 잃고 중간에 사고 나면 어쩌나, 그런 갈등 속에 있다. 열어주는 대신에, 고양이 모래를 완전히 새 걸로 갈아주고, 케이지도 할 수 있는 한, 바닥 청소를 새로 해주었다. 나는 이렇게까지 다정하거나 다감한 사람은 아니다. 투박하고, 무심하고, 별 생각 없는! 전형적인 그런 남성 인텔리들이 가지고 있는 고약한 버릇을 다 가지고 20대를 보냈다. 그러나 고양이들 앞에서는 그런 게 안 통한다. 그냥 이런 게 사람 사는 거 아닌가 싶다.

 

겨울을 지나면서, ‘내가 꿈꾸는 나라라는 시민단체의 공동대표가 되었다. 조국 선생이 물러나면서 나를 대신 밀어 넣은, 그야말로 땜빵 인생이다. 아기 키우면서 엄청나게 뭘 할 수는 없지만, 그냥 자리 지키는 것만으로도 도움이 되는, 그런 정도는 할 수 있을 듯싶다. 월요일 오후마다 사람들과 커피를 마시면서 조그마한 커피 모임이 하나 생겼는데, 내꿈나라와 연결시켜, 그들도 보람 있으면서도 재미있는 일을 할 수 있는 물적 기반을 좀 만들어보려고 한다. 방송 시작하면, 별 수 없이 묶여 지내야 하기 때문에, 넘길 건 넘기고, 포기할 건 포기하고, 정리할 건 정리하고, 그렇게 간단하게나마 매듭을 짓는 중이다. 원래는 봄이 되면 지방을 돌아다니면서 커피 모임을 전국적으로 좀 키워볼 생각도 있었지만, 그렇게 돌아다니기는 좀 어렵게 되었다.

 

대선 이후 3달간의 휴식 아닌 휴식을 정리하고, 이제 나도 슬슬 움직이기 시작한다. 꼬질꼬질하지만, 비굴하게 살지는 않을 생각이다. 남루하지만, 추레하지는 않은, 빈티나지만 비겁하지는 않은, 그런 삶을 살아야 한다.

 

나와 살아가는 고양이들은 전부 길고양이들이다. 야옹구는 생후 4개월 때 죽어가던 고양이가 나와 인연을 맺고 살아간다. 그들에게 배운 것이, 가진 것 없어도 당당하게 살아가는 삶이다. 그들을 돌보면서, 꼬질꼬질한 삶을 받아들일 용기가 비로소 생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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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5년을 지내기 위하여

 

 

(정말로 간만에 스냅샷. 지난 여름 이후, 정확히 말하면 아기 태어난 이후, 스냡샷은 처음인 것 같다. 처음으로 아기를 유모차에태우고 외출을 했다. 날이 추워서, 유모차는 아직 못 태웠었다.) 

 

삶에 대해서 누군들 미리 생각하고 살겠나? 나는 생각이 많은 편이고, 이것저것 계획을 많이 세운다. 물론 계획을 세운 대로 늘 사는 것은 아니다. 그렇지만 빼곡하게 계획을 세우고, 그런 다음 다시 계획을 수정하는 게 내가 살아온 방식이다.

 

그렇지만 아무런 계획을 세우지 않고 움직인 경우가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학위를 마치고 돌아올 때, 계획과는 달리 먼저 돌아오게 되었다. 그리고 공직을 그만둘 때, 그 때도 별 계획이 없었다. 많은 계획 사이에, 사실은 아무 것도 없는 단절 같은 게, 의도하지 않았더라도 생겨난 셈이다.

 

이번 겨울이 그랬다. 대선 이후에 무엇을 할지 생각해본 적이 없었다. 그냥 아무 것도 하지 않는다, 그 이상은 한 번도 생각해본 적이 없었다. 대선에서 박근혜가 이길 가능성은 높다고 생각했지만, 그 시절을 어떻게 살아야 할지, 아니면 어떻게 보낼지, 그런 것도 생각해본 적이 없다.

 

지난 겨울, 고양이들 돌보고, 아기와 좌충우돌, 그냥 그렇게 시간이 갔다. 너무 추웠던 겨울, 아무 것도 하지 않았고, 아무런 결정도 내리지 않았다. 이렇게 긴 시간, 아무 것도 하지 않았던 것은 정말로 내 삶에서 처음이 아니었을까 싶었을 정도로, 정말 아무 것도 하지 않았다.

 

 

 

정말로 춥던 겨울이 지나고 찬란하고 영광스러운 봄이 오면 얼마나 좋겠는가? 그러나 추운 겨울이 지나기는 했지만, 봄이 되면 박근혜 정부가 움직이기 시작하고, 그가 임명한 장관들이 활개를 치게 된다. 그렇다고 봄이 오지 않는 것이 좋은가? 누가 뭐라고 하든, 봄은 돌아오고, 또 우리의 삶은 다시 시작된다.

 

봄이 되면서 간단한 몇 가지 결정을 내렸다. 아침 경제방송에 참가하기로 해서, 아침에는 아무 것도 하지 않던 오랫동안의 습관을 버리고 아침 방송을 한다. 별로 보는 사람이 없을 듯 싶은 한 구석에서 진행되는 일이기는 하지만, 나름대로는 열심히 해보려고 한다. 누군가는 떠들고 있어야 할 듯 싶어서.

 

새로운 책을 기획하거나 준비하고 있는 건 없다. 작년까지 마치려고 했으나 미처 끝내지 못한 책들이 몇 권 있다. 올해 안에 농업경제학을 출간할 생각이고, 두 개의 정권에 걸쳐서 마치려고 했던 경제 대장정 시리즈는 결국 세 개의 정권에 걸쳐서 12권이 나오게 되었다. 일단 시작한 것들은 마치는 수밖에.

 

'모피아'로 시작한 공무원 시리즈는 3권까지 갈지는 모르겠다. 다음 얘기인 교육 마피아는 기본 설정은 어느 정도 정리가 되었고, 올해 상반기 내에 내 손에서 떠나보내는 게 목표이다. 여기까지는 일단 나오기는 할 것 같은데, 토건족 얘기는 소설로 형상화시킬 수 있을지, 아직은 별로 자신이 없다. 나쁜 놈들은 확실히 나쁜 놈들이기는 한데, 너무 소소한 일상적 얘기에 가까워질 위험이 있다 아직은 잘 판단을 못하겠다.

 

바보 삼촌을 모티브로 한 동화책은 여전히 구상 중이다. 원래의 계획 대로라면 대선 끝나고 한가한 동안에 기본 내용은 정리한다, 뭐 그런 것이었지만... 아무 것도 하지 않고 내려놓고 지냈던 지난 겨울이 딱 그 기간이다. 당분간은, 모르겠다. 일단 동화책들이나 좀 더 열심히 읽어보고.

 

 

 

 

(지난 번 집은 마당이 아주 넓었지만, 새로 이사한 집에는 요만한 텃밭이 뭔가 해볼 수 있는 땅의 전부이다. 앞으로 5, 이곳에서 새로운 삶을 꾸려가려고 한다.)

 

앞으로 5, 어떻게 될지는 모르지만, 내가 가장 열심히 살았던 시절, 결국 이명박과 박근혜의 시대가 열리게 되었다는 것이 가장 아쉽다. 어쨌든 이명박 5년을 뒤로 하고, 또 다른 박근혜 5년을 참고 버텨야 할 생각을 하면, 정말로 아찔하다. 꼬질꼬질할 것이 분명한 시절, 나도 그냥 꼬질꼬질하게 살아가기로 마음을 먹었다.

 

이 시기에 힘든 사람들이 얼마나 많겠는가? 내가 그들보다 더 힘들다고 말하기는 어려울 듯 싶다. 매일매일을 살아가야 하는 사람들의 운명, 그것이 개선되기 어려울 것이라는 점이 마음 아프다. 그러나 어쩌겠는가. 이것도 한 시대의 선택이고, 이것이 바로 구조인 것을.

 

홉스가 '만인에 의한 만인의 전쟁'이라는 말을 했다. 지금 우리가 사는 시대가 그렇다. 그나마 정정당당하게 게임을 해볼 수 있다면 덜 억울하기라도 할텐데, 지금의 룰은 그렇지 않다. 그러면 아예, 미안해, 우리는 귀족이야, 이렇게 얘기를 한다면 또 다른 보상방식에 대해서 생각해볼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입으로는 자신의 능력에 따라, 자신의 일은 알아서 하자, 그러면서도 결국은 너무 많은 것들이 출생에 의해서 결정되어버린 시대를 살고 있다.

 

본격적으로 '양반'들이 한국의 지도자로 공고하게 자리를 잡을 5, 박근혜가 장관이라고 집어든 자들이 대부분 그런 자들 아닌가. 노무현 시대가 좋았던 것 중 제일 큰 것은 상고 출신들에게도 희망이 생겼다는 것 아닌가? 박근혜 시대, 상고생들의 시대는 언감생심, 육사의 시대가 돌아왔다. 그뿐이랴? 땅투기는 기본이고, 온갖 양아치 짓은 전부 하던 사람들이 충일한 안보관이라는 이유 하나만으로 고관대직에 오르는 시대! 그것이 우리가 보게 될 앞으로 5년의 밑그림이란 말인가!

 

새로 이사한 집에는 작은 텃밭이 있다. 아무 것도 없다. 그 위에 뭘 심을지, 아직 생각해둔 것도 별로 없다. 체리와 앵두 한 그루씩을 심겠다는 것 외에는 아무 생각이 없다. 그러나 이제 봄의 기운이 오르기 시작한다. 앞으로 5, 아무 것도 하지 않고 그냥 시간을 보낼 수는 없다. 내가 할 수 있는 작은 일들을 천천히 그리고 조금씩 찾아보려고 한다. 시대, 가만히 생각해보면 우리가 살았던 시대가 찬란하게 아름답다고 말할 수 있는 시간이 한 번이라도 있었던가! 우리는 늘 가슴이 아팠고, 늘 무엇인가 안타까왔고, 그리고 늘 졌다.

 

앞으로 5년을 버티기 위해서, 이제 겨우 눈이 녹고 막 맨살이 드러난 작은 텃밭을 한참을 들여다보았다. 내 삶의 모습이 저 맨땅과 많이 달라 보이지 않는다. 그러나 시간은 또 지날 것이고, 우리는 그 5년을 또 버텨낼 것이다. 이제 새로운 삶을 일구어보려고 한다. 언제고 명랑한 마음을 잃었던 적이 있었던가? 그리고 뭔가 다 잘 되기 때문에 명랑하려고 했던 것인가? 죽을 수는 없는 노릇 아니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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