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고양이, 그가 만든 세상이 새로운 봄을 맞는다.)

 

봄이 온다. 드디어 아침 온도가 영상으로 넘어간다. 살면서 이렇게 봄을 살갑게 맞았던 적이 있었던가? 나에게 물어보게 된다. 아니, 처음인 것 같다.

 

겨울이 시작되면서, 나와 같이 살던 고양이들 다섯 마리가 하루 밤 사이에 고양이별로 떠나간 적이 있었다. 가을에 태어난 새끼 고양이 모두, 봄에 태어났던 생협 그리고 영화사에서 우리가 천만이라고 불렀던 녀석, 그들이 하루 사이에 떠나갔다.

 

그러나 고양이들의 죽음 때문에 겨울이 더 길었던 것은 아니다. 겨울이 한참 시작되던 때, 우리는 열심히 대선이라고 하는 사회적 행위에 참여하였다. 그리고 졌다. 뭐가 먼저인지, 어쨌든 겨울은 너무도 길었고, 뭔가 판단을 해야하지만 판단할 수 없는 추위가 이어졌다. 우라질! 이 겨울은 걸핏하면 영하 15도롤 내려가면서, 왜 그렇게 춥던지.

 

마지막으로 바보 삼촌을 이사가는 집에서 잡은 게 크리스마스 날이었다. 그렇게 겨우겨우 데려온 녀석들이 케이지 안에서 얼어죽으면 얼마나 더 허망했겠는가. 정말로 목숨 걸고 고양이들을 돌보았다.

 

그리고 이제 봄이 되었다.

 

엄마 고양이가 편안한 모습으로 햇살을 맡고 있다.

 

내 마음에 잠시일지라도 평온이 온다.

 

 

 

 

(유독 몸이 약해 겨울을 날지 걱정되던 강북, 그래도 너무너무 밝게 이 겨울을 지냈다.)

 

강북과 한 배에서 태어난 생협이 마루 옆의 회양목 나무들 사이에서 발견되었을 때의 안타까움은 평생 잊지 못할 것 같다. 워낙 멀리에서 보니까 암컷인지 수컷인지 잘 알기가 어려운 녀석들, 나는 그의 사체를 두 손에 안고서야 그가 이었다는 사실을 알았다. 덩치나, 하는 행동이나, 그가 보여준 표정들이나, 나는 그를 보이로만 알고 있었다. 사람으로 치면 170센치나 넘는 슈퍼모델급 고양이, 그러나 녀석은 첫 영하가 되던 날의 추위를 이기지 못했다.

 

그 아니 그녀는 나에게 적극적으로 보살피지 못한 것에 대한 아쉬움을 남겨주었다. 당연히 새로 이사갈 집에 같이 갈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정말로 초겨울의 첫 추위를 이기지 못하고…. 나와 살던 녀석들이 너무 당당하게 겨울을 잘 이기는 것을 보다 보니, 개중에는 연약하거나 힘든 녀석들도 있을 것이라는 생각을 나도 못한 것 아닐까.

 

봄이 되어 기지개를 펴거나 따스한 봄햇살을 즐기는 고양이들을 보면서 먼저 떠나간 녀석의 생각이 너무너무 많이 든다. 별 일 없었으면 이 봄에 녀석도 이 세 마리 고양이 사이에 끼어서 너스레를 떨고 있었들 싶은.

 

, 그것은 언제나 아쉬움과 함께 자리잡고 있는 것이다.

 

 

(바보 삼촌, 날이 좋으니 긴장감을 내려놓고 정말로 편하게 쉰다.)

 

 

지난 겨울, 나는 아무런 판단도 내리지 않고, 아무런 중요한 결정도 내리지 않았다. 날이 춥고, 몸이 힘들고, 형편이 어려울 때, 좋은 판단을 내리기 어렵다. 영하 15, 깜깜한 밤에 고양이 화장실에서 핸펀으로 비추는 LED 불빛 아래에서 좋은 판단을 내릴 수 있을리가 있겠는가? 나는 봄이 오기를 기다렸다. 날씨가 따뜻해지고, 나나 고양이들이나 좀 더 편해지면, 그 때 판단을 해야할 듯 싶어서.

 

정의, 진실, 미학, 이렇게 길게 생각해봐야 할 개념들이 있다. 그러나 추울 때, 이런 생각을 한다는 것은 너무 가혹한 일일지도 모른다.

 

이제 봄이다. 지난 겨울을 같이 난 녀석들과 함께, 나도 슬슬 삶에 대해서 생각해보려고 한다.

 

, 너무 추웠던 겨울을 지나고 나니, 봄이 더욱 아름답게 느껴진다. 살아있다는 것, 그것 이상의 아름다움이 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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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것은 지옥이다

 

세상에 장식과 같은 것들이 있다. 내 삶 역시 장식이 아니었던가, 혹은 그런 장식들에 과도하게 매혹된 것은 아니었던가, 가끔 그런 질문을 해볼 때가 있다. 정말로 내가 원하는 것 혹은 정말로 내가 하고 싶던 얘기

 

물론 그런 것들도 결국은 또 다른 장식일지도 모른다는 순환 논리의 위험은 여전히 존재한다.

 

아기를 낳고 키우다 보니, 요즘 그런 생각이 근본적으로 들기 시작한다. 나는 육아를 직접 하는데, 아내랑 일을 나눠서 해도, 정말로 힘들고, 남는 시간은 정말로 없다.

 

예전에는 별로 그렇지는 않았는데, 특별히 꼭 내가 있지 않아도 되는 자리 혹은 내가 꼭 하지 않아도 되는 일을 하게 되면, 아기 보는 시간과 비교하게 된다.

 

, 그러다 보니, 정말로 내가 하고 싶은 얘기가 뭔지, 그런 생각을 더 하게 된다.

 

그냥 솔직하게 내 가슴에 손을 얹고 생각하면, 나는 아주 어릴 적부터 그리고 지금까지, 10대들의 문제에 관심이 많았다. 내가 10대일 때, 바로 그 순간부터였을 것 같다.

 

20대는 그냥 괴로워하다 지나갔다. 뭐 하는지도 모르고, 정말로 어영부영하다보니, 시험 보게 되면 시험 보고, 논문 쓰게 되면 논문 쓰고

 

내 삶을 뒤집어 엎은 일은 결국 30대 중반에나 벌어졌다.

 

니미

 

이렇게는 조또 못살겠다.

 

10대 때 하던 고민을, 결국 뒤집어엎은 게 30대 중반의 일이다. 그 때부터는, 니미예절이니, 절차니, 다 지옥에 가라고 그래!

 

넥타이를 푸른 후, 다시는 넥타이를 누군가의 강요로는 매지 않겠다고 결심했다. (, 그렇지만 몇 번은 맸다, TV 토론 같은 데 나갈 때.)

 

하여간 그때부터 지금까지, 10대에 대한 얘기들을 써보겠다고 시작을 한 건데, 생각처럼 그렇게 잘 되지는 않았다.

 

‘88만원 세대가 원래는 10대에 관한 얘기로부터 시작한 건데, 중간에 좀 타협을 해서 20대 얘기를 집어넣게 되었다. 그 책의 원래 모티브는, 아기를 낳아야 할지, 말아야 할지를, 정말 우리 모두가 고민하던 대안학교에 다니는 어느 한 여중생의 얘기로부터 시작된 것이었다.

 

그리고 또 몇 년이 지나갔다. 그 후에 꽤 많은 고등학생을 만나게 되었고, 이것저것 생각도 더 많이 해보게 되었다.

 

올해는 공교롭게, 몇 권의 책이 예정되어 있는데, 소제는 다양하지만, 대부분이 교육에 관한 얘기들이다. 결국은 10대에 대한 얘기를 하는 책들이 올해 일정이 잡혀 있다.

 

이걸 정공법으로 갈지, 아니면 예전에 그렇듯이 스치듯이 갈지, 그런 걸 대선 이후의 지난 몇 달 동안 고민을 했었다.

 

그게 참 결정하기 어렵다. 이유는 다양한데, 정공법은 실패의 확률이 100%이고, 정공법을 피해가면, 책은 성공하더라도 내 가슴에 상처가 남는다

 

, 이 번도 피해갔구나

 

물론 정공법으로, 잘 성공시키면 좋겠지만, 우리는 공지영이 아니다

 

그렇게 몇 달 동안 고민을 하다가, 문득 결정하게 되는 순간이 왔다. 

 

좌든 우든, 한국의 10대에 대해서 물어보면, 걔들은 안돼, 걔들이 뭘 하겠어, 이런 기막힌 의견의 일치를 만나게 된다.

 

이걸 요 며칠 사이에, 문득 깨달았다. 한국의 10대가 뭘 할 수 있다거나, 그런 가능성을 생각하는 사람은 좌파든 우파든, 어쨌든 지난 몇 달 사이에 보지를 못했다.

 

물론 공식적으로는 복잡하게 말들을 하지만, 실제로 가까운 사이에서 물어보면

 

걔들이 뭘 하겠어, 좌우 공통된 반응이다.

 

아주 유사한 경험을 2005년도에 한 적이 있었다.

 

‘88만원 세대의 원형을 가지고 20대 문제에 대해서 조금씩 고민하던 시절인데, 그 시절, 한국의 좌파나 우파나, 20대는 다 재수없다고 말하는 것들을 들었었다. 요즘에야 좌나 우나, 20대들의 마음 아니면 표- 를 사기 위해서 뭐라도 하는 척 하지만, 2005, 2006, 한국의 좌우 주요 인사들에게 20대에 대해서 물어보면, 정말로 가감없이, 재수없다고들 말했다.

 

그 때 이 책을 꼭 써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 , 지금 생각하면 니미

 

출판사 몇 개에서 출간불가판정을 받고 당시 나는 이미 그래도 안정되게 몇 권을 출간한 저자였다 결국 출판사를 새로 만들고야 그 책을 출간할 수 있었다.

 

매년 한 권씩은 레디앙에서 책을 출간하는 이유 중의 하나가, 그게 ‘88만원 세대를 출간해줄 출판사가 없어서 우리가 새로 만들었던 출판사라서 그렇다. 나는 경영에 관여하지는 않았지만, 하여간 그게 그렇게 만들어졌었다.

 

그 때 생각만 하면, 니미

 

노무현 시절, 원래는 10대에 대한 연구로부터 시작한 게 연장되어서 20대로 넘어갔다가, 그 때난 지옥을 짧게 보았다. 20, , 이게 지옥이겠구나, 그런 생각을 했었다.

 

그래도 그 지옥은, 희망이 아주 안 보이지는 않았다. 책 후반부에 스쿠루지 영감을 투입한 건, 그래도 희망마저 없지는 않은 지옥이라는 생각 때문에서였다.

 

노무현 시절, 그 때부터 20대의 지옥이 확실히 열렸다는 게 내가 본 풍경이었다.

 

박근혜 시대, 다시 한 번 생각을 해보았는데, 10대들의 삶, 지금부터는 정말로 지옥의 완성이 될 것 같다.

 

그래서 그 지옥도를 그려볼려고, 몇 달 전부터 생각 중이다.

 

그러나 정말로 할지 말지, 오늘까지는 계속해서 모색 중이었다.

 

오늘 딱 맘 먹었다.

 

내가 생각한, 그래도 괜찮은 사람들이, 10대들이 뭘하냐, 걔네는 그냥 게임 중독이고, 게임 속 계급 분할 속에서 이미 순치된 것 아니냐

 

고딴 식으로들 말하는 거라

 

그리고 10대들의 내적 고민 정도를 얘기해야지, 10대들이 학교를 뛰쳐나오는 얘기를 하면, 상업성 없다, 고렇게들 얘기하시는 거라

 

지옥을 본 것 같다.

 

10대들의 삶도 기본적으로는 지옥이지만, 그걸 정면으로 건드리는 건 재미없거나 곤란하다고 말하는 어른들을 보면서, 정말로 지옥을 보는 것 같은 느낌이었다.

 

그래서 올해의 메인 작업으로, 할까 말까, 여전히 고민하던 작업

 

하기로 마음을 먹었고, ‘이것은 지옥이다라는 작업용 가제를 붙이기로 했다.

 

10대가 무엇인가, 뭐라도 할 수 있을까?

 

좋은 사회를 만들고자 하던 사람들이, 그 얘기는 재미없으니 딴 얘기 하자, 그게 바로 지옥이다.

 

정말로 무서운 지옥을 우리가 보고 있다.

 

그런 생각이 들었다.

 

동화에서 소설까지, 올해 내가 해보려고 하던 시도들은 10대들의 삶을 직접적이든 간접적이든, 그것을 은유하는 것들이다.

 

이제 봄이다.

 

조금만 더 쉬고, 이제 슬슬 움직이려고 생각 중이다.

 

올해 나의 키워드는, 이것은 지옥이다

 

그리고 이 얘기는 10대와 교육에 관한 얘기에 관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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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시대를 맞은 내 느낌이 딱 요렇다...

 

요거, 연습해보려고 한다.

 

(근데 이사오고 나서, 카포가 보이지 않는다... Gb 키라서, 카포 없이는 연주 불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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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금 전에 박근혜가 대통령으로서 임기를 시작했다.

 

기분을 가만히 생각해보니, 아스라하다. 이게 생시인가, 아닌가 싶기도 하고.

 

5년간, 뭐하고 지낼가, 그런 생각이 먼저 들었다. 앞으로의 시간, 계획해놓은 것이 하나도 없다.

 

즐겁다거나 고통스럽다거나, 하고 싶다거나 하고 싶지 않다거나, 그 어떤 감정도 움직이지 않는다.

 

니미...

 

망했다는 생각 뿐.

 

짧은 감정의 공간 사이로, 전두환과 노태우 시기를 버텼던 시절이 생각이 났다.

 

그 시절에는, 시를 썼었다, 아주 열심히.

 

내가 시를 쓰지 못하게 된 건, 현대에 들어간 다음부터이다. 거짓말처럼, 더 이상 시를 쓸 수 없게 되었다. 그 후로 억지로 몇 번 시를 써볼려고 했었는데, 시는 나오지 않았다.

 

박근혜가 대통령이 되는 바로 그 시간,

 

전두환 때 시를 쓰던 것처럼, 시를 쓰고 싶다는 생각이 갸날프게 머리를 스치고 갔다.

 

전두환과 노태우의 시기, 그 군사 정권을 나는 시를 쓰면서 버텼다.

 

그 시절 쓰던 시가, 다시 쓰고 싶어졌다.

 

살아있는 사람, 미칠 수는 없는 것 아닌가.

 

뭐라고 쓰고, 뭐라도 만드는 수밖에.

 

박근혜의 인수위를 보고, 대충 감잡았고, 그가 내건 인사들을 보고, 조금 더 감 잡았다.

 

박근혜의 임기가, 1시간 전에 시작되었다.

 

그리고 오랬돈 잃어버렸던 시를 쓰고 싶다는 마음이,

 

막 돌아왔다...

 

행복한 마음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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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수위 국정과제.pd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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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bbs3.agora.media.daum.net/gaia/do/petition/read?bbsId=P001&articleId=133492#commentFrame

 

 

마음 아픈 일이지만,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이 별로 없다...

 

 

노회찬의 3.1절 특별사면을 청원하는 100만인 서명을 제안합니다.

조국(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노회찬 후원회장)

 

1. ‘삼성 X파일1997년 대선을 앞두고 삼성 그룹 회장 비서실장, 중앙일보 회장이 특정 후보에게 불법적으로 자금을 지원하고 검찰 고위간부에게 떡값을 제공하자고 공모하는 대화를 당시 국가안전기획부의 비밀조직이 불법적으로 도청한 파일입니다. 이러한 불법을 범한 관련자들은 공소시효가 경료되어 처벌될 수 없었습니다. 그러나 삼성 X파일떡값 검사부분을 국회에서 보도자료로 배포하고 인터넷 홈페이지에 게재한 노회찬 의원은 대법원에서 유죄판결이 확정되어 의원직을 상실하였습니다. 반면 떡값 검사들은 모두 불기소처분되었고, 이들에 대한 수사를 지휘한 황교안 당시 서울중앙지검 2차장은 이번에 법무부장관 후보가 되었습니다. .

 

2. 대법원은 삼성 X파일떡값 검사관련 사항을 보도자료로 만들어 기자들에게 배포한 것은 면책특권의 대상이 된다고 보았지만, 이를 인터넷 홈페이지에 게재하는 것은 그렇지 않으며 처벌되어야 한다고 판단했습니다. 국회의원이 같은 내용의 자료를 기자에게 배포하고 언론이 보도하면 처벌되지 않지만, 자신의 홈페이지에 직접 게재하면 처벌된다는 것입니다. 국회의원이 인터넷 홈페이지에 보도자료를 게재하면 그 내용이 국회라는 장소 밖으로 전파되는 것은 물론이지만, 국회 출입기자에게 배포하더라도 시간적 차이만 있을 뿐 국회 밖으로 전파되는바 실제 효과는 대동소이합니다.

 

대법원 판결은 정보화 시대 국회의원의 면책특권을 협소하게 파악하여 국민의 대표기관의 의정활동을 제약하고 있습니다. 면책특권이 제도화될 당시 입법자는 인터넷이라는 가상공간을 상상할 수도 없었습니다. 이후 한국 사회는 급속한 정보화혁명을 이루어냈고, 그 결과 인터넷은 사회구성원 대다수의 일상 및 국회의원의 의정활동과 불가분의 관계를 맺고 있습니다. 실제 대부분의 의정활동이 국회방송과 인터넷 의사중계시스템을 통하여 실시간으로 공개되고 있습니다. 요컨대, 국회의원이 국회 출입 기자에서 보도자료를 배포하는 것은 물론, 이를 인터넷 홈페이지에 올리는 것도 면책특권의 범위 안에 들어가며 따라서 법원은 공소기각의 판결을 내렸어야 했습니다.

 

설사 삼성 X파일의 인터넷 홈페이지 게재가 면책특권의 범위에 들어있지 않는다고 하더라도, 이 행위는 형법 제20조 정당행위에 해당하여 위법성이 조각되어야 합니다. 재벌기업이 검찰 고위간부에 정기적으로 떡값을 제공하며 관리해왔다는 점은 재벌과 검찰의 유착, 검찰의 직무상 공정성과 염결성(廉潔性)의 위기이라는 중대한 사회문제를 확인시키는 것으로 중대한 공공의 이익과 관련되어 공중의 정당한 관심과 여론의 형성을 요구할 만한 중요성을 가지고 있습니다. 따라서 검찰 고위간부라는 공적 인물의 인격권 침해는 감수되어야 합니다. 그리고 검찰은 삼성 X파일사건의 본질을 도청으로 보면서 그 외의 사안에 대해서는 수사를 계속적으로 해태 또는 방기하였던바, 이러한 상황에서 검찰을 감시하고 통제하는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소속 국회의원이 떡값 검사의 명단을 공개한 것은 검찰 수사를 촉구함과 동시에 특별검사제를 도입하기 위해 선택한 불가피한 방편이었습니다.

 

3. 그러나 대법원은 이러한 견해를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노회찬 의원은 의원직을 상실했습니다. 그랬더니 바로 노 의원 지역구인 서울 노원병 재보궐선거에 누가 나가야 하는가 하는 논의가 전개되고 있습니다. 이릅니다. 예의에도 맞지 않습니다. 우린 이렇게 노회찬을 포기해야 합니까? 저는 그러지 못하겠습니다. 이념과 정파를 떠나 이만한 정치인 쉽지 않습니다. 노회찬에게는 마지막 한 번의 기회가 있습니다. 얼마 남지 않은 3.1절 특별사면에서 노회찬이 사면복권된다면, 노회찬은 4월 24일 재보궐선거에 출마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삼성 X 파일판결에 대한 유권자의 심판을 받을 수 있습니다. 삼성 X파일보도로 유죄판결을 받았던 월간조선 김연광 편집국장이 지난 달 특별사면·복권되었다는 점도 상기시키고 싶습니다.

 

박근혜 대통령 당선자는 대선 기간 동안 검찰개혁, 경제민주화, 그리고 사회통합을 하겠다고 공언했습니다. 박 당선자가 자신의 진정성을 간단히 보여 줄 수 있는 방법은 바로 대통령 취임 직후 노회찬을 사면복권시키는 것입니다. 삼성 X파일은 재벌, 정치계, 검찰 등이 어떻게 서로 유착하여 공통의 이익을 추구하는지를 보여주었으며, 그 동맹세력과 싸우다 피해자가 된 사람이 바로 노회찬이기 때문입니다. 또한 박근혜 대통령이 노회찬을 이번에 사면복권시킨다면 진보와 보수를 막론하고 다수의 국민으로부터 박수를 받을 것입니다.

 

4. 이에 법학자로, 노회찬 후원회장으로, 그리고 더 중요하게는 대한민국 주권자의 일원으로 노회찬의 3.1절 특별사면을 청원하는 100만인 서명을 제안합니다. 많은 동참 부탁드립니다.

 

5. 그리고 벌금형을 추가하는 통신비밀보호법 개정안을 제출한 여야 의원 152명도 이 문제에 대하여 공개적 입장을 표명해주시길 희망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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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르트르와 유전학

 

아기를 옆에 놓고 노트북으로 글을 쓴다는 생각은, 뭐 멋지기는 했는데, 불가능했다. 아기는 은색으로 번쩍번쩍 빛나는 노트북으로 명렬하게 달려왔고, 노트북에 마우스 대신 달린 터치 패드에 손가락을 바로 올려놓았다. 뭐 하는 건지는 몰라도, 어떻게 노는지는 바로 알아차렸다. 하긴, 컴 옆에서 같이 놀자고 자판 위로 올라서는 건 야옹구도 마찬가지였다.

 

결국 그래서 아기와 함께 있으면서 할 수 있는 게 독서 외에는 별 게 없을 듯싶다. 포기했다. 나는 책을 많이 읽는 편이기는 하지만, 오랫동안 계통 없이 읽었다. 그냥 손에 잡히는 대로, 시간 보내는 방식으로 읽었다. 아무 것도 안 읽을 수는 없고, 그렇다고 뭐 대단한 것을 책에서 기대하는 게 없던 몇 년 간이라서, 혹시라도 뭐라도 건지면 다행이고, 아니면 말고그렇게라도 읽는 게 낫기는 하지만, 진짜 성실한 독서는 아니었다. 내가 공부하던 시절에, 지금처럼 책을 읽지는 않았었다.

 

좀 고민을 하다가, 사르트르를 다시 읽기로 마음을 먹었다. , 그렇다고 새삼스래 불어 원전을 다시 구해서 예전처럼 정색을 하고 책을 읽기는 이제 눈이 침침해서 어렵고, 그냥 한국에 나온 책들 중심으로 볼 생각이다. ‘존재와 무같은 것은 예전에 읽었지만, 워낙 건성건성 읽어서 별로 기억나는 것도 없고. 차분하게 다시 보면 이제는 재밌을 것 같다.

 

사르트르가, 나는 고등학생 시절부터 이유 없이 좋았다. 결국 프랑스로 유학을 가게 된 선택의 배경에는 사르트르가 전혀 없지는 않다. 그렇지만 그렇게 동경했던 것 치고는 죽어라고 사르트르를 읽지는 않았다. 프로이드는 아주 열심히 읽었다. 니체는 전작을 다 읽지는 못했지만, 어쨌든 나름 재밌게 읽었다.

 

실존이라는 용어를 아직도 쓰는 사람이 있는지 모르겠다. Etre etant 같은 개념을 비교하고,  neant은 뭐냐 혹은 neant absoulu는 뭘까, 헤겔에서 아도르노까지, 아주 재밌게 읽던 시절이 나에게도 있었다. 그러나 그런 거에 비하면, 정색을 하고 사르트르를 읽지는 않았다는 것을 40대 중반을 넘기면서 문득 느끼게 되었다.

 

철학 사조라는 게, 결국은 돌고 돌까? 그건 잘 모르겠다. 내가 한참 공부를 할 때, 사르트르는 벌써 한 물 갔고, 알뛰세도 한 물 가던 시절이었다. DEA라고 부르는, 우리 말로는 전기 박사라고 번역되는 그런 과정의 졸업 논문에서 알뛰세를 별 큰 생각 없이 한 줄 인용했다가, 논문 심사 때 아주 애먹은 적이 있었다. 지금 생각해봐도 내가 그렇게 크게 잘못 쓴 것 같지는 않지만, 나는 10년 전 유행을 맥락 없이 꺼낸 격이 되었다.

 

그래도 생각해보니, 실존이라는 용어를 나는 지금까지 좋아하고 있었던 것 같다. 이유는, 그야말로 없다.

 

, 얄팍하게 다음 소설 작업에서 실존이라는 용어를 조금은 더 적극적으로 쓸 생각이 있고, 겸사겸사 다시 한 번 읽어두자, 그런 생각이 아주 없는 건 아니다. 그러나 결론적으로, 그런 생각을 내가 지금 다시 하게 된 게, 결국은 사르트르 영향 아니겠는가? 까뮈는, 그렇게까지 좋아하지는 않는다.

 

이와 함께 또 한 가지 생각을 한 게, 대학에서 청강 형식으로 다시 수업을 듣기로 한 것이다. 이번 학기부터 될지, 다음 학기부터 될지, 유전학 수업을 들으려고 한다. 나에게 사르트르나, 최근의 유전학 이론이나, 사실 마찬가지 의미를 갖는다. 어차피 내가 잘 모르는 것에 대해서 조금 더 잘 알려고 하는 것이다. , 특별히 나에게 당장 도움을 주지는 않는다. 그러나 아기 돌보면서 해볼 수 있는 작은 휴식? 아니면 일탈?

 

어쨌든 그냥 수업을 듣자고 하기는 좀 어려운 거라서, 다음 학기에는 대학원 수업을 하나 해주기로 했고, 이번 학기에는 학부생 특강 같은 걸 좀 하기로 했다. 당분간은 생물학과 근처에서 논다. 최고로 좋은 건, 이대 어린이집에 아기를 보낼 수 있게 되는 것. 어차피 한 살 이전에는 불가능하고.

 

어린이집에 아기 맡기고, 도서관에도 좀 가고, 청강도 좀 하고, 그럴 수 있으면 더 바랄 게 없겠다.

 

쮜리히 연방공과 대학에 갔을 때, 제일 놀랐던 게 학교 초입에 있는, 아주 정갈하게 생긴 작은 건물이었다. 그곳에서 일하는 교직원이나 학생들이 학교에 들어서면서 아기를 맡길 수 있게 되어있던 것. 통유리로 된 건물이었는데, 밖에서 봐도 정말 잘 만들어졌었다. 내가 보육에 대해서 처음 진지하게 고민했던 게 바로 그 순간이었다. 뭐야 이거!

 

요즘 같아서는 하루에 한 시간 컴을 만지기도 어렵다. 게다가 워낙 힘이 좋은 남자아이랑 하루종일 버티다 보면, 밤이 되기 전에 아내랑 나는 떡이 되어서, 도저히 아무 것도 못하겠다, 그런 상태가 된다.

 

목표를 버리고 그냥 마음 가는 대로 지내보려고 한다.

 

전복을 꿈꾸지 못하는 삶, 그렇게 노예처럼 내 의식을 가두고 싶지는 않다. 가장 강렬하게 전복을 바랬던 사람, 내가 이해하기로는 그게 사르트르이다. 그리고 지금 전복 따위는 없다, 그런 얘기를 가장 강하게 하고 싶어하는 사람들이 뒷배로 삼는 이론적 배경이 유전학이다. 묘하게, 그렇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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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업 다큐, 정말로 해보고 싶다

 

1.

연출을 왜 안 하느냐는 질문을 종종 받는다.

 

기획에 참가하는 일은 종종 한다. 내가 방송에서 주로 하는 일이 출연이나 진행이 아니라 기획이었다. 숨은 기획자로 남는 게 좋아서 숨어서 일하지만, 그런 게 참 재밌었다. 영화에서도 기획을 한다. 제작까지 하게 될지는, 아직은 잘 모르겠다. 어쨌든 제작에 대한 제안이 온 적이 있기는 하다. 그러나 올해 아기 키우면서 영화 제작을 할 수 있을까? 어렵다고 본다.

 

영화 연출은 안 한다. 그게 영화사 나가면서 아내와 했던 첫 번째 약속이다. 아내는 내가 영화 연출을 한다고 하면서 밖으로 돌아다니면, 오래 못 살 거라고 생각한 것 같다. 물론 그렇게 이유를 대지는 않았지만, 내 성격상, 한다고 하면 정말로 목숨 걸고 하기 때문에, 단명할 거라고 생각한 것 같다.

 

내가 안 한다고 한 이유는, 난 그렇게 부지런하지 않기 때문이다. 나처럼 12시가 되어야 일어나고, 또 긴장이 걸리지 않았을 떄에나 머리가 움직이는 사람과는 도저히 맞춰볼 여지가 얺는 종류의 일이다. 그래서 연출은 안 한다. 여러 사람 피 말리게 하는 악덕 감독이 될 이유는 없다.

 

2.

시나리오 버전의 모피아는 여러 가지로 애착이 많이 가는 스토리였다. 만약 내가 직접 연출을 한다고 하면, 15억 미만으로 만들 수 있게, 그렇게 얘기를 구성했었다. 그리고 내가 직접 한다고 했으면, 소품 형태로 펀딩도 받았을 것 같다. 그러나 그렇게 하지 못했다. 난 연출은 안할 거니까

 

그래서 그걸 다시 소설 버전으로 바꾸는 작업을 작년 3월부터 시작을 했다. 솔직히 말하면가슴에서 피눈물 났었다. 그러나 안 되는 걸 어찌하랴! 그게 현실인걸. 그걸 받아들이고, 시나리오에 버전의 원래 주인공들을 전면 교체하고, 새롭게 스토리 라인을 만들어내는 작업을 했다.

 

그러나 아쉬움이 머리 속에서 사라지지 않을 거 아니냐? 나이를 먹었다고 해도, 아직은 40대 중반이다. 막혔다고 돌아가기에는, 아직은 피가 뜨겁다.

 

3.

그래서 최종 버전으로 구상한 풀 셋트가 소설 모피아의 이론적 기반이 되는 화폐경제학이론서, 그리고 그 책에 같이 딸려서 배포할 금융 다큐, 이렇게 한 셋트를 디자인했다.

 

다큐를 연출할 감독도 구했고, 싼 가격이지만 같이 할 의향이 있는 촬영감독도 어느 정도는 섭외가 되었다. 돈은, 출판사에서 일부를 대고, 나는 제작자로 참여해서 다큐 한 편을 만들어낼 준비를 했다.

 

꼭 해보고 싶었다.

 

초저예산 다큐지만, 내용과 품질만큼은 최상급인 그런 한국판 인사이드잡에 대한 구상을 마쳤고, 소설과 함께 그렇게 풀 세트를 한국 사회에 던지는 게 내가 했던 구상이었다.

 

그 때 아기가 태어났다.

 

자연분만을 늘 생각했지만, 아기 목이 걸려서 결국에는 수술을 해서 낳았다. 그 즈음에 모든 것이 섰고, 나는 기획자나 제작자가 아니라, 아빠라는 사회적 신분을 가지게 되었다.

 

소설 모피아가 뜬굼없이 덜렁 한 권이 나오고, 그 책과 매칭되는 이론서 없이 혼자 나오게 된 데에는, 아기의 탄생이 결정적 기여를 했다.

 

뭐가 더 중요한가, 그 철학적 질문 앞에서, 나는 그냥 아빠의 삶을 선택했다.

 

지금 와서 하는 얘기지만, 그렇게 태어난 아기의 100일 즈음에 대선 캠페인에 나서게 된 것이었다.

 

4.

올해도 예전부터 준비하고 있던 몇 권의 책이 나간다.

 

대선 마지막 해를 맞아서 세워놓고 있던 경제 대장정 시리즈의 마지막 권들을 올해는 다시 론칭하려고 한다.

 

욕심을 내려고 하면 끝이 없겠지만 올해는 세워놓았던 이 시리즈를 다시 론칭하는 것으로 만족하려고 한다.

 

이 시리즈는 9, 문화경제학의 실패 이후 세워놓고 있는 중이다. 10권은 농업경제학이다. 농업

 

어쨌든 세워놓고 있는 시리즈를 다시 출발할 때, 나도 비범한 각오가 필요하지 않겠나?

 

문화경제학의 실패를 놓고, 참 고민 많이 했다. 그렇게 중요한 얘기인데, 이렇게 무참하게 만드는 건, 나한테 문제가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뭐가 문제일까? 솔직히 이 답을 잘 못 찾았다. 돈도 많이 들였고, 시간도 많이 들였고, 정성도 많이 들였다. 근데 왜? 그 답을 못 찾았다.

 

그 다음 권이 농업이라서 부담이 너무 컸다. 간단하게 말하면, 문화 경제학도 그렇게 참패인데, 농업 경제학은 얼마나 참패할 것인가, 십중팔구! 그 부담감을 떨치지를 못했다.

 

어쩌면 그게 무서워서 내가 도망간 것인지도 모른다.

 

나꼽살 방송 내내, 농업도 정말로 밀만큼 밀었다. 모니터링해준 사람들의 조언에 의하면, 부동산이나 보험에 비해서, 별 반향 없다는 것

 

아주 객관적으로, 불가능한 벽 앞에 서 있는 것과 같다. 그래서 마지막으로 한 번 더 고민을 해본다.

 

5.

모피아는 운이 좋아서, 드라마라도 제작의 길에 들어섰고, 영화도 제작 검토 중인 단계에 들어섰다.

 

농업의 경우는, 그렇게 소 뒷걸음질 치다가 뭔가 걸릴 확률이 사실상 0%이다. 그거야 원래 잘 알고 있는 거고

 

그래서 한 번쯤은 기획한 적이 있던, 농업 다큐를 이번 기회에 만들어서 책과 같이 배포하는

 

그걸 진짜로 해볼까, 다시 고민을 시작했다.

 

예전에 화폐 경제학 때 기획했던 것과 마찬가지 방식으로

 

스토리 보드는 생각해둔 게 약간은 있고, 최소한 한국에서의 농업은 이래야 한다그런 방향은 보여줄 수 있을 것 같고, 책을 죽어라고 보지 않는 사람도 한 시간 반 동안 동영상만 보면서 간편하게 소비할 수 있게 만들어줄 수는 있을 것 같다.

 

여기까지는 생각이 부드럽게 진행되는데

 

아내 복직 이후, 아기 등에 엎고 다큐 제작자로 내가 움직일 수 있는가그런 현실적인 고민에 다시 부딪히게 되었다.

 

마음 속의 에너지는 해야 한다는 게 강한데, 현실은 그렇지가 않다.

 

1월 말, 어쨌든 마음을 먹어야 올해 계획을 세울 수 있는데, 아기 옆에 놓고 아무런 계획도 세우기가 어렵다.

 

곰곰이 생각해보면, 농업 다큐는 정말로 한 번 만들어보고 싶기는 하다.

 

나한테 제작 의뢰가 왔던 영화도, 기본적으로는 농업 영화였다.

 

하여간 현실과, 하고 싶은 것 그리고 해야 하는 것 사이에서 1월말이 지나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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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news.hankooki.com/lpage/opinion/201301/h2013012720384024370.htm

 

[아침을 열며/1월 28일] 박근혜 경제가 성공하기 위해서는


  • 우석훈 타이거픽쳐스 자문·경제학 박사
입력시간 : 2013.01.27 20:38:40
대략 3.6% 정도의 차이로 박근혜 후보는 지난 대선에서 승리하였다. 이 결과에 대해 다양한 여러 가지 해석과 분석들이 있을 수 있지만, 경제학자로서 나는 진보 쪽이 완패한 것이라고 생각한다. 가난한 사람들과 여성들이 박근혜 후보에게 표를 던졌다. 가난한 사람들이 자신들 편이라고 생각하지 않는 진보, 이건 진 것이다. 어떤 지표를 보더라도 남성들에 비하여 열악한 경제적 위치에 있는 여성들이 지지하지 않는 진보, 이건 문제가 있는 것이다. 그 수치의 크기가 문제가 아니라 방향성 자체가 그 동안 우리들이 얼마나 오만했고, 우리들만의 세계에 갇혀 산 것인가, 그걸 보여주는 것이 아니겠는가? 70년대 학번들, 그들이 50대다. 80년대 학번들, 그들이 40대를 구성한다. 40대~50대 남성 엘리트 중심의 운동 정서와 문화, 그것이 한국의 가난한 사람들과 여성들에게 비토당한 것, 이것이 내가 이해하는 이번 대선이다.

자, 그렇다면 앞으로 5년, 한국의 진보는 무엇을 할 것인가? 어려운 질문이다. 그러나 한 가지 확실한 것은, 박근혜의 실패를 바라보며, 그의 실패 위에서 자신의 기회를 찾고자 하는 것은 치졸한 전략이라는 점이다. 그가 최소한 경제정책에서 성공하고, 지금보다 더 살기 좋은 5년을 만들 수 있기를 기원하는 것이 옳다. 그리고 그보다 더 나은 세상을 준비하고 기획하는 게 맞는다고 본다. 만약 박근혜 경제가 실패한다면, 흔히 중남미 경제라는 투박한 이름으로 불렀던, 그런 경제 상하층이 완전히 단절된 사회로 갈 위험이 있다. 그건 우리 모두의 실패이다. 그렇게 가면 안될 듯싶다.

IMF 경제위기를 DJ가 극복하던 1999년 상황을 생각해보자. 당시에 한국은 힘들었지만, 세계적으로는 상황이 좋았다. 그래서 우리의 문제만 어느 정도 정비하면 곧바로 경제를 자기 궤도로 되돌릴 수 있었다. 그러나 지금은 글로벌 경제가 위기다. 여기에 더해서 대기업 중심의 수출경제를 IMF 이후에도 끌고 오면서 생겨난 구조왜곡의 문제가 겹쳐진다. 우리는 우리대로 힘들고, 세계는 그들대로 힘들다. 이 2중의 문제를 풀어야 하는 게, 지금 한국 경제가 당면한 문제다. 우리로서는 절체절명의 위기를 맞고 있다. 누가 대통령이 되었더라도, 쉽지 않은 조건이라는 점은 서로 인정하면 좋겠다. 내가 하면 다르다? 경제는 기본적으로는 심리나 이념의 영역이 아니라 과학의 영역이다. 누가 해도 어려운 건 어려운 거다.

보수신문에서 당선 이후 제일 먼저 한 얘기가 공약을 버리라는 것이었다. 같은 논리로, 지방토호들과 한 토건 약속들에 대해서 다시 한 번 고민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토건, 모피아, 교육 마피아, 이들에게 포위당하지 않는다면 일단은 절반의 성공이다. 진보든 보수든, 앞선 정부들이 이렇게 실패했다. 뻔히 이상한 것인 줄 알면서도 정치적 이유로, 현실적 이유로, 앞선 대통령들이 꼼짝 못하고 당하는 과정을 우리 모두 다 지켜보지 않았는가? 소수 관료 집단을 위해서 다수가 희생하는 것, 그게 한국 경제의 딜레마였다. 그 문제를 풀면, 이미 절반의 성공이라고 할 수 있다. 전임자들은 못했다.

임기 5년간 평균 성장률 2% 정도를 달성하면 성공이고, 3%에 갈 수 있으면 대성공이라고 생각한다. 국내외 위기를 헤쳐 나가면서 그 정도 하기 위해서는 비밀스러운 특권과 공공연한 전관예우 등, 한국 경제가 만들어낸 기형적 구조들을 해소할 때 비로소 가능하다. 경제도 기본적으로는 시스템의 문제이고, 시스템의 가장 근본 요소는 의사결정을 어떻게 내릴 것인가의 문제이다.

대선을 치르면서 가장 감탄한 것은, 천막당사 이후로 새누리당이 정말로 당의 구조와 체질을 바꾸었다는 것을 알게 된 일이다. 관료화와 전문화, 그걸 이룬 공으로 박근혜 대통령이 존재할 수 있다는 게 내 생각이다. 한국 경제, 예전에 천막당사 이끌고 새누리당 개혁하던 만큼만 하면 박근혜 경제도 성공할 수 있다. 선택적 복지냐, 보편적 복지냐, 이런 건 오히려 부차적인 질문일 수도 있다. 아직 시간이 많고, 고민할 공간도 열려있다. 좌클릭이냐, 선택적 복지냐, 그런 게 중요한 게 아니라 천막당사 시절의 참신함을 대통령으로서 얼마나 회복하느냐, 그게 박근혜 경제의 성공 여부를 보는 나의 시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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