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대강 논란과 통합당의 딜레마

최근에 민주당과 통합당 지지율이 딱 붙었다. 호남을 제외한 전 지역에서 지지율이 역전되었다. 총선이 4월이었으니까, 네 달 사이에 확 뒤집힌 셈이다. 아마 지금 당장 서울시장 선거를 한다면 통합당이 될 가능성이 높다. 

이걸 20대의 보수화로 보기도 하지만, 그런 것 보다는.. 부동산으로 인한 30~40대의 이탈, 박원순 이후로 폭발한 젠더 이슈 그리고 '공정'이라는 용어를 통한 20대의 불만 같은 것이 주요인이라고 생각한다. 

민주당에 대한 불만이야 워낙 광범위해서 하나의 흐름으로 이해하기는 어렵다. 20대, 30대, 여성, 하여간 각각의 이유로 등을 돌렸고, 이제는 통합당을 지지한다고 대답하는 지경이 되었다. 

우리와는 조금 사정과 기준이 다르지만, 20대와 젠더의 불만은 유럽 식으로는 구좌파에 대한 신좌파의 불만에 조금 더 가깝다고 할 수 있다. 미테랑 집권이 오래 된 다음에 68세대의 노조 지휘부와 정치 엘리트들이 딱딱해졌다. 그걸 부패라고 분석하기도 하고. 하여간 대체적으로 그들이 구좌파에 해당한다. 

지금의 586들, 뭐 별로 집권하지 얼마 되지도 않았는데, 미테랑 14년 집권 마지막에 구좌파들이 보여준 모습과 별로 다르지는 않은 것 같다. 젠더와 생태를 축으로, 유럽에서는 대체적으로 사민주의 말기에 녹색당이 약진을 하게 된다. 지금에 와서 보면 유럽의 오래된 구좌파들과 현 집권층이 모습은 진짜로 판박이처럼 유사하다. 무능하기도 부패하기도 하고, 권력욕만 남았던 것도 그렇고. 끼리끼리, 그 모습까지. 뭐, 결국 구좌파는 망했다. 

지금의 20대와 젠더 문제를 포괄한다면, 신좌파 혹은 신신좌파의 흐름 정도로 볼 수 있다. 586보다는 낫게 하자는 거지, 그 이전의 시대로 돌아가고 싶어하지는 않는 것 같다. 

정치 지형이 우리와 유럽이 좀 다른 것은, 공산당은 아예 없고, 녹색당도 전혀 힘 못쓴다. 그렇다고 나름 사민주의를 표방하는 정의당도 새로운 대안으로 보여지지는 않고. 

극우와 덜 극우를 통합해놓은 통합당에 이런 신좌파 혹은 신신좌파의 흐름이 일단은 머무르게 된다. 케미는 아직 발생하지 않았다. 통합당도 아주 바보들만 모여 있는 것은 아니라서, 지도부도 더 젊게 만들고, 젠더 문제와 관련해서 새로운 입장도 만들려고 한다. 뭐, 쉽지는 않지만, 그게 필요하다는 것 정도는 그 사람들도 안다. 

그러기는 했는데.. 

4대강 나오자 말자, 구좌파도 아니고, 그냥 토건형 보수의 '앙시앙 레짐'의 모습으로 돌아가버린다. 봐, 4대강이 맞다고 했쟈나! 

신좌파가 정의하기가 참 애매하다. 68 이후에 생겨난 새로운 흐름을 이렇게 지칭하는 것인데, 젠더와 생태 그리고 문화주의 같은 것들을 통칭해서 이렇게 부른다. '노동자 중심주의'로 포착되지 않는 새로운 문제, 간단히 말하면 전통적인 노조 지도부가 생각하지 않았던 질문이 출발점이다. 

여러 가지 이유로, 그러다 보니까 젠더와 생태는 반드시 출발이 같을 필요는 없는데, 좀 같이 다니는 속성이 있다. 서브 컬처 중심의 문화주의 역시 이런 흐름과 같이 다닌다. 

4대강 문제는 기본적으로는 생태 이슈다. 그런데 현실적으로 2008년 촛불집회 이후로는 두 흐름이 딱 붙어 다녔다. 원래 신좌파의 속성이 그렇게 다면적이고 중층적이다. 고유의 운동 영역이 있는 것 같지만, 서로 미세하게 연대하고, 미묘하게 교감한다. 

통합당은 구좌파도 아니고 그냥 구세력이다. 신좌파랑 화학적으로 결합하기에는 좀 어렵다. 물론 잘 결합하는 일본 사례도 있다. 자민당 내에서 별의별 흐름이 다 있고, 그 안에는 나름 자기들 버전의 좌파 블록도 있다. 

통합당이 홍수를 맞아 4대강 얘기하는 기분은 잘 알겠는데, 그렇게 토건을 축으로 하는 구세력임을 공공연하게 보여서, 문화적으로 좋을 건 없다. 신좌파 혹은 신신좌파에 대해서, 한국의 보수들도 고민을 좀 해야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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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가 와도 너무 많이 온다.

요즘 안 쓰는 안방에 빨래 걸어놓고 제습기 돌리는데, 물이 어마무시하게 나온다. 누가 한국을 물 부족 국가라고 하는가. 아열대 기후가 되고, 건기와 우기로 나뉘게 될 것 같다.

큰 애 방학이라서 집에 같이 있는데, 심심하다고 그런다. 틈틈이 이것저것 간식거리 해주는데, 간식만으로는 채워지지 않는 프로그램의 아쉬움이.. 그렇다고 계속 같이 앉아서 놀아주기에는, 나도 할 일이 태산 같이 밀린.

대통령의 부동산에 관한 언급이 있었는데, 망했다는 생각이 문득. "지금 잘 되고 있어", 그렇게 생각하는 것 같다.

문득 임진왜란 때 생각이 났다. 전쟁이 나겠냐, 안 나겠냐.. 안 난다고들 대답했다. 전쟁은 났다.

그렇다고 딱히 선조 때의 신하들이 무능하거나 간신배들만 가득 찼던 것도 아니다. 조선조 최고 학자들과 최고 신하들이 공교롭게도 줄줄이 배출된 것도 그 시기다. 그냥, 망할 때가 되어서 망한 건가?

몇 년 전까지 선조 때 조선이 망하지 않아서 결국 우리나라가 망한 거다, 그런 얘기들이 많았다. 뭐, 꼭 그렇게까지 생각할 필요가, 그랬다.

이번 정부의 인사와 부동산을 보면서, 선조 때 생각이 났다. 그게 꼭 간신들 때문에 망했나, 망할 때가 되니까 망한 거지..

통합당이 지지율 넘어서는 순간인데, "모든 것은 잘 되고 있다", 그런 기조가 더욱 강한 것 같다. 그런 사람들이, 아마 무병장수하기는 할 것 같다. 마음 줄도 굵고, 당황하는 법도 없다. 속도 잘 안 타는 스타일들인 것 같다, 자기만 승진하면.

이 와중에도 쭉쭉 잘 승진하는 사람들 보면, 정말 "재주가 기가 막힙니다!", 이런 소리를 하지 않을 수가 없다. 재주가 하늘을 찌른다, 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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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영민 등 사퇴. 음..

김조원은 처음부터 너무 황당한 인사라고 생각했다. 한 번은 대형 사고 분명히 칠 거라고 생각했던..

그만 두는 것도 기술 아닌가 싶다. 노영민 사퇴는 좀 뜬굼 없다. 잘 하고 있다는 건 아니지만, 그만 둘 사람들은 따로 있는데..

줄사퇴는 줄사퇴인데, 이렇게 황당한 사퇴는 또 처음 보는 것 같다.

사퇴에도 절도가 필요한데, 절도도 너무 없다. 그만 두면 그만 두는 거지, 순서대로 조금씩 바꾸겠다는 반응도 황당하고.

결국 그만 둘 사람들은 그만두게 된다. 순리는 보이지 않고, 억지만 보인다. 안타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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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오늘, 정의로운 사람이 악으로 변해가는 과정에 대해서 고민하고 있었다.

이것저것 공공성이라는 말만 붙이고, 사실은 공공 택지를 그냥 민간에게 넘기는 과정을 어쩌면 저렇게 입에 침도 안 바르고 말할 수 있을까 싶다. 공공택지 조성 과정에 대한 재검토가 있어야 한다는 얘기들이 좀 있었는데, 그딴 거 몰라.

거기다가 공실 매입도 민간에 그냥 열어주고. 죽은 뉴타운도 다시 살려내겠다는 알뜰함까지.

이놈도 토건, 저놈도 토건, 핑게만 있으면 그냥 건설사 주머니에 돈 넣어주느라 정신이 없다.

k 방역이니, 디지털 뉴딜, 그린 뉴딜, 이런 건 폼만 잡고, 결국 이헌재식 한국형 뉴딜의 원형으로 복귀. 그냥 토건으로 경제 회생.

 

http://www.hani.co.kr/arti/economy/property/956375.html?_fr=mt1&fbclid=IwAR0aqZuFKEYRKO2RJ-klkkMsH7wx8o2kJT4T_X12zua8LVF8OzOFU_MKnOU

 

[속보] 태릉골프장·용산캠프킴 등 서울에 13만2천호 추가 공급

정부 5번째 서울 및 수도권 공급대책 발표

www.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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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거의 루틴 같이, 하루에 몇 개, 당분간 강연 어렵다고 양해를 구하는 일을 한다. 그 대신에 옥상달빛 등 비슷비슷하지만 조금씩 다른 그런 음악들을 많이 듣는다. 일부러 듣는다. 드라마 ‘청일전자 미쓰리’를 아주 재밌게 봤었다. Ost도 좋았다. 거기서 옥상달빛 노래를 처음 제대로 들었다.

며칠 들었더니 사실 좀 거기서 거기 같아서 지겹기는 하다. 윤도현과 같이 한 노래나 윤상 노래를 다시 부른, 그래도 좀 더 상업성이 있던 사람들과 같이 한 노래들은 아주 들을 만했다. 뭐, 윤도현 노래를 그렇게 좋아하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열심히 듣던 시절도 있었다.

비슷비슷한 홍대 스타일 여성 보컬들의 힘 뺀, 아니 힘 빠지는 노래들만 들었더니 어제 밤에는 갑자기.. 디트리히 피셔-디스카우의 ‘백조의 노래’ 등. 베르디 등 오페라에 들어간 피셔-디스카우도 몇 곡 들었는데, 엄청 좋았다.

최근에 새롭게 즐겨 듣는 노래는, 에디뜨 피아프의 “non, je ne regretted rien”.. 영화 ‘인셉션’에 기가 막히게 나오기는 했는데, 그 보다는 영화 ‘에디뜨 피아프’의 그 눈물 겨운 콘서트를 보고 난 여파가 더 큰 것 같다.

통합당에서 임차인 얘기하는 것도 좀 웃기기는 했는데, 서울시 부시장했다는 민주당 국회의원의 반박도 아닌 반박은 좀 더 웃겼다. 전세를 옹호하고 싶은 생각은 없지만, 전세나 은행 이자나.. 좀, 그렇다.

문득 진보 말고 좌파는 이런 전세 논쟁에서 뭐라고 얘기해야 하나, 그런 생각이 들었다. 전세.. 이 듣도 보도 못한 제도에 대해서 ‘선각자’들이 뭐라고 했을 리는 만무하고.

‘갭투자’라는 듣도 보도 못한 얘기들이 나왔을 때 뭐라고 했어야 했는데, 그때 입 다물고 있다가 지금 뭐라고 하기가 참 어려울 것 같다는 생각이 문득.

‘기득권’이라는 얘기도 오후에 잠시 다시 생각해보게 되었다. 기득권이라.. 이게 뭘까? 자본으로 분석할 때에는 기득권 개념은 쉽다. 자본가.. 그리고 여기에 복무하면서 월급 받는 중간계급, 교사나 군인, 성직자들이 1차 세계대전 분석에서는 주로 중간계급으로 나온다.

로자 룩셈부르크가 죽을 때, 전쟁에 대한 노동자 계급의 입장과 같은 것이 중요한 논쟁이 되었다. 중간계급은 국가와 민족을 중심으로 생각하면서 독일의 전쟁에 대해서 찬성했던 것 같다. 노동자들도.. 상당히 찬성을. 로자는 오히려 소수파가 되어서 전쟁에 반대했다. 그리고 길거리에서 칼에 맞아 죽은.. 그 시체도 황당하게 버려버린.

이런 원형과 같은 중간계급에 대한 몇 가지 얘기들을 전제로 전세에 대해서 생각해보면? 답이 나올 리 없다. 뭐라고 말해도 상황 논리에 가까운 것이 될 것이다.

순수한 논리로 생각해보면 아예 답이 없고..

나는 기득권인가, 그렇게 질문하는 게 더 빠르다. 뭐.. 권력과 아주 먼 곳에 있다고 하더라도, 먹고 살만하다. 조금 먹어서 그렇지, 먹는 게 아예 없지는 않다. 영화 “꾼”에 보면 아주 기가 막힌 표현이 나온다. “뭐, 나도 좀 먹고.” 아예 안 먹은 것은 아니다. 악착 같이 살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크게 보면 기득권 아니냐고 하면.. 뭐, 그렇겠지.

강남의 그린벨트 열면 큰 일 난다고 하더니, 태릉의 골프장은 대뜸 이거 좀 열자고 한다. 이런이런.. 강준만 선생이 뭐라고 한 마디 하셨다. 그린 벨트도 다 같은 그린 벨트가 아니다. 그런가 보네.

옛날 도서관에서 학교에 늦게 와서 자리 못 잡으면 ‘메뚜기’라고 불렀다. 아무 자리나 가서 앉다가 자리 주인이 오면, 또 빈 자리로 가는. 나는 그게 그렇게 싫었다. 그래서 아침 일찍 학교 오거나, 아니면 아예 도서관에 안 가거나. 그냥 성격 탓이다.

요즘 국토부가 하는 거 보면, 전형적인 메뚜기 전략이다. 아무 거나 한다고 하다가, 주인이 와서 뭐라고 하면 또 딴 데 가서, 원래 이거 하려고 했어.. 그러다 또 다른 주인 오면, 또 아무 데나 간다. 그리고 거기에 자리 편다. 이번에는 태릉으로 갔다. 여긴 주인 없지?

이게, 메뚜기가 아니라 완전히 깡패다. 힘 있으면 밀리고, 태릉 주민들은 힘 없어 보이니까, 니들이 좀 참아!

한국의 임대 주택 정책은 완전 개판이다. 기본 계획 자체가 없다시피 한 것도 문제지만.. 몇 년 지나면 분양해 버리기 때문에, 이게 총량이 늘지가 않는다. 이것저것 많이 하는 것 같지만, 재건축, 재개발에 끼워넣는 악세서리이거나, 조건부, 임시부 임대 주택이 많다.

시간이 좀 걸려도, 사회적 주택을 어떻게 할 것인가, 최소한 주택 총량의 30% 정도는 가지고 가겠다, 뭐 이런 종합적 논의가 필요한 시점이 아닌가 싶다.

나 같으면 그렇게 하겠다. 국민의 2/3는 시장에서 죽이 되든 밥이 되든, 하여간 여기서 살겠다고 하고, 국민의 1/3 가량은 사회적 주택에서, 뭘라요, 그냥 이렇게 살래요, 이렇게 가는 게 장기적 해법이 아닌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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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정수도 이전에 대해서, 나는 원칙적으로 찬성이다. 2002년에도 찬성했고, 지금도 찬성이다.

독일 본에 짧지 않은 기간, 그것도 여러번 지냈다. 실제로 본에서 직장 생활을 할 뻔한 적도 있었다. 내가 공직을 그만두지 않았으면, 아마 그런 데에서 일했을 것 같다.

교통부와 법무부만 빼고 독일 정부가 베를린으로 옮겨가던 시기를 본 적이 있다. 그렇게까지 혼동스럽지 않았다. 정부는 옮겨갔지만, 베토벤 하우스도 그대로 남고, 니체가 다녔다는 본 대학도 남았다.

그렇지만 행정수도 이전이 서울의 부동산 대책이 될 거라거나, 아니면 최소한 서울의 거주 인구가 줄어들 것이라고 생각한 적은 없다. 행정을 그렇게 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옮겨간 정부 부지를 공원으로 바꾸거나 비워두면 어쨌든 압력은 준다. 그런데 그렇게들 안 했다. 그 자리에 아파트가 들어오면, 오히려 사람들이 더 많이 들어오게 된다. 결국에는 찬다.

한전 부지가 우여곡절 끝에 현대차에 팔렸다.

한전은 한전법을 고쳐서라도 여기에 직접 아파트를 지어서 매각하려고 했다. 한전 이익은 극대화다. 이걸 많은 사람들이 반대해서 한전법을 고칠 수가 없었다.

초창기 시장 시절, 박원순은 고층 빌딩을 좀 짓고 싶어했다. 그리고 잠실 부지랑 엮어서 어마어마한 마이스 개발사업을 하면서 호텔도 많이 짓고 싶어했다.

그 시절에 그와 엄청 싸웠다. 이것도 안 된다, 저것도 안 된다..

마지막에 마이스 사업은 나에게도 더 이상 막을 힘도 없었고, 서울에 그걸 막을 힘이 남아있지도 않았고.

그 흐름 속에서 삼성이냐 현대냐, 초고층 빌딩을 짓는 걸로 하고 서울시는 그렇게 판을 벌렸다.

결국 현대차가 사갔고, 그걸 몇 배로 큰 오피스와 연구시설로 바꾸기로..

한전이 나가면서 서울시의 개발 압력이 줄어들었을까? 더 커지면 커지지, 줄어들지 않는다.

지금은 더 하다.

강남의 서울시 시설들이 빠지면 그건 얄짤 없이 아파트 부지로 활용된다. 그럼 강북에 뭐가 생길까? 그건 형태만 그렇고, 개발압력은 강남으로 더 간다. sh 사옥이나 인력개발원 등, 전부 아파트 때려넣자는 분위기다.

서울은 서울대로 상주 인력과 상주 자금이 더 커진다. 공원으로 두거나, 전시회나 그런 문화 시설로 바꾸는 방법 외에는 없다.

그렇게 주장하는 사람은 거의 없을 것이다. 그렇지만 사람을 줄이려면 그 방법 밖에는 없다.

혁신도시 방법은..

이건 케이어스다. 잘 돌아가는 혁신 도시, 그나마 주말에 유령도시가 되지 않는 혁신 도시, 손에 꼽는다.

그래서 원칙적으로 나는 행정수도 이전에는 찬성이지만..

지금의 이전 방식은 토건 사업이라고 본다. 집도 짓고 싶고, 지방에 도시도 만들고 싶고..

그렇게 보상금 등 뿌려진 돈들은 다시 강남으로 온다. 아무 일도 안 벌어지고, 그냥 토건만 하고, 돈만 더 커진다.

나는 행정수도 이전도 찬성이고, 서울 집값 잡는 것도 찬성이다.

그렇지만 행정수도 이전으로 집값 잡는다는 것은, 지금 방식으로는 전혀 성립하지 않는 주장이다.

그 효과가 발생하기 위한 거의 유일한 경우는, 이전 부지를 사회적 공공주택으로 전환하는..

서울로 출퇴근하는 사람들이 다시 이곳으로 이사한다면..

명목상 서울시 등록 인구는 늘어나지만, 상주 인구는 마찬가지인 상태에서 교통 수요는 줄어든다.

좀 생산적인 방식으로 수도 이전을 고민하지 않는다면, 토건은 토건대로 하고, 집값 안정 효과는 전혀 발생하지 않는다.

서울대 이전은?

나도 서울대 과밀화 반대지만, 경제적 효과로는 하나마나한 얘기다. 아무 거나 막 던지는 말과 같다. 게다가 이미 법인화가 되어서 할 정책적 수단도 없다.

집값 안정화 대책으로 행정수도 이전 던지는 것은, 그냥 아무 거나 막 던지는 것과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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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적률 논쟁이 서게 되었던 이유..

용적률 높이고 고밀도로 가자는 게 2000년대 초반 새누리당의 단골 메뉴였다. 천만 도시 정도가 아니라 이천만 도시도 만들어서 중국 도시들과 경쟁하자고도 하였다.

도시 밀도가 높아지면 교통 등 수많은 문제가 생겨나기는 하는데..

이 논쟁을 세운 것은 결국은 지하수 특히 지하대수층과 고층 빌딩 사이의 상관관계에 대한 논쟁이었다. 뭐, 지하수에 문제가 생긴다고 해도 사람들 눈 하나 깜짝하지 않겠지만, 싱크홀이 생긴다고 하면 얘기가 다르다.

아직도 인과관계가 제대로 입증되지 않은 걸로 알고 있지만, 송파구에 고밀도 건설이 진행되면서 한동안 싱크홀 공포에 휩싸였던..

이런 과정을 거쳐 지금 서울의 고도 제한이 하나의 제도로 정착되었다.

도시와 지하수, 이 논쟁이 다시 수면 위로 올라오게 될 것 같다. 지하대수층의 오염에 관한 얘기들도 같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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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원순 시장 문상 다녀왔다. 마침 강기갑 의원이 앞자리에 있었다.

문상에서 울거나 그러지는 않으려고 했는데.. 나오는 길에 기자들 인터뷰가 있어서, 이것저것 대답하다 보니까 진짜 울 뻔했다. 산다는 게 뭔지.

박원순과 제일 즐거웠던 순간이 문득 머리에 떠올랐다. 아주 예전에 목포에서 환경 활동가들 단합대회 할 때였던 것 같다. 왕창 모여서 놀던 날. 서주원 총장이 "씨발 낚지 먹으러 가자", 그러던 목소리가 아직도 귀에 남는다. 세발 낚지를 그렇게들 불렀다. 밤새 술 먹고 정말 즐겁게 놀았었다. 그때 박원순에게서 '어드보카시'라는 단어를 처음 들었다. 어드보카시 운동의 미래는 무엇인가, 그런 고민을 많이 하던 것 같았다. 뭐, 난 그런 어려운 건 모르겠고, 그냥 머리 박고 술이나 마셨다.

아름다운 재단 시절에 김치찌게 데이인지, 그런 행사 때 회원들 모아놓고 김치찌게 끓였던 기억도 문득 났다.

이래저래 놀기도 많이 놀았는데..

다 허망한 일이다. 한 세상 사는데, 뭔 무거운 짐을 그렇게 지고, 자기 고민도 얘기할 그런 주변머리 하나 없이 살았는지.

평생 영웅처럼 살다가, 죄인처럼 떠나는 삶이 참 허무하게 느껴졌다.

 

5분 

 

박원순 시장 문상 다녀왔다. 마침 강기갑 의원이 앞자리에 있었다.

문상에서 울거나 그러지는 않으려고 했는데.. 나오는 길에 기자들 인터뷰가 있어서, 이것저것 대답하다 보니까 진짜 울 뻔했다. 산다는 게 뭔지.

박원순과 제일 즐거웠던 순간이 문득 머리에 떠올랐다. 아주 예전에 목포에서 환경 활동가들 단합대회 할 때였던 것 같다. 왕창 모여서 놀던 날. 서주원 총장이 "씨발 낚지 먹으러 가자", 그러던 목소리가 아직도 귀에 남는다. 세발 낚지를 그렇게들 불렀다. 밤새 술 먹고 정말 즐겁게 놀았었다. 그때 박원순에게서 '어드보카시'라는 단어를 처음 들었다. 어드보카시 운동의 미래는 무엇인가, 그런 고민을 많이 하던 것 같았다. 뭐, 난 그런 어려운 건 모르겠고, 그냥 머리 박고 술이나 마셨다.

아름다운 재단 시절에 낌치찌게 데이인지, 그런 행사 때 회원들 모아놓고 김치찌게 끓였던 기억도 문득 났다.

이래저래 놀기도 많이 놀았는데..

다 허망한 일이다. 한 세상 사는데, 뭔 무거운 짐을 그렇게 지고, 자기 고민도 얘기할 그런 주변머리 하나 없이 살았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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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들 키우면 좋은 점이, 아무리 험하거나 허탈하거나 그런 일이 생겨도 어쨌든 겉으로는 그런 감정을 오래 가지고 있을 수가 없다는 것.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둘째가 모기 퇴치기부터 확인한다. 모기 세 마리.. 춤을 추면서 방방 마다 돌아다니면서 모기 잡았다고 한다. 아무래도 모기는 인간에게 친근한 곤충이 되기는 어려울 것 같다. 그 죽음이 저렇게 어린 사람에게도 크나큰 기쁨이 되다니. 사람이 파리로 변화는 영화는 있었는데, 모기가 주인공인 영화는 아직 잘 모르겠다. 파리의 죽음이 저렇게까지 사람에게 기쁨을 주지는 않는 것 같다.

떠난 사람은 떠난 사람이라도 남은 사람들에게도 이런저런 충격이 없지는 않다. 녹색당의 이유진이 서울시 부시장을 하기로 한 걸로 알고 있는데, 시작하자마자 그만두게 되나? 부산시에서 보니까 별정직들은 권한대행이 재계약하는 방식으로 하던 일 계속하는 것 같던데.

상가집에서 아버지가 관속에 누워있는 동안 자식들이 재산 다툼한다는 얘기를 들은 적이 있다. 지금 딱 그 모양이다. 죽은지 24시간도 지나기 전에 그린벨트는 물론이고, 재건축, 재개발, 서명도 받을 준비하고 그러는 것 같다. 층고제한도 다 풀자고 하고. 그럴 거면 세종시는 뭐하러 만들고, 혁신도시는 뭐하러 만들었나 싶다. 참 아이러니 하다. 세종시 만들어서 세종시에서 국회의원까지 한 이해찬이 이런 거 풀자는 데 맨 앞 줄이니 말이다.

돌아보면 말년의 박원순과 그렇게 좋은 관계는 아니었다. 박원순은 맨날 뭐 한다고 발표하고, 나는 그건 좀 이상하다, 그렇게 반박하고. 그런 세월이 가락시영 종상향 때부터 10년 간이다. 개인적으로야 다툴 일이 거의 없지만, 정책으로 들어가면 얘기가 좀 다르다. 편안하게 소주 한 잔 마신 게 벌써 몇 년 전으로 올라간다.

자살에 관한 것.. 참 어려운 일이다.

노회찬이 떠난지 2년인데, 그 사이에 김종철 선생과 박원순, 참 상가집도 정신 없이 들락날락하는 것 같다. 다 내가 30대, 한국에 정열을 바치던 시절에 같이 일하던 사람들이다. 김종철 선생은 그때도 유명하셨지만, 노회찬 국회의원 되기 전, 박원순, 참여연대 아직 뜨기 전, 그 시절의 일이다.

두 사람은 자살하고, 한 사람은 실족사.

백선엽 장군은 100세를 채우고 돌아가셨다는데, 100세는 커녕, 남들 같으면 총리 한 번 노려보시라, 장관은 한 번 하셔야지, 딱 그럴 나이에 벌써들 떠나가신.

한 시대가 접어간다는 생각이 든다.

나는 이제 구세대에 속한 사람이다. 나와 같이 일하던 사람들이 이래저래 벌써들 죽었고, 그런 사람에 대한 연민과 안타까움이 말없이 크다.

정의당에서 젊은 국회의원들이 뭐라고 했다.

정서적으로나 문화적으로나 잘 안 맞는다. 며칠 있다가 해도 되는 얘기를 지금 하나 싶은 게 나의 정서다.

그렇지만 내가 30대 초중반이던 시절 생각해보면..

그 사람들이 살아갈 동료들이나 그들이 펼칠 시대는 또 다른 시대다. 그들은 자신들의 문제를 풀어야 하고, 그들의 담론을 내놓게 된다. 그런 거 아닌가 싶다.

그래서 강렬하게 충돌한다. 박원순 생의 마지막은 그런 강렬한 것이다. 구 시대와 새로운 시대가 충돌하는 것.

어쨌든 우리는 새로운 시대로 조금씩 간다. 그게 좋은 건지 나쁜 건지, 그걸 지금 판단하기는 어렵다. 그러나 다른 건 확실하다.

박원순 문상 가기로 했는데, 같이 가기로 한 양반이 아직 연락을 안 한다. 기다리고 있는 중이다.

시대가 변하고, 흐름도 변하는 것 같다. 박원순의 강렬한 리더십도 안 통하는 세대가 왔다. 그들에게는 그들 시대의 과제가 있다. 마치 우리에게 우리 시대의 과제가 있었던 것처럼.

박원순에게 마음의 빚을 지지 않은 새로운 사람들의 등장, 그런 거 아니겠나 싶다.

그렇지만 나는 주말에도 아내와 같이 애들 봐야 한다. 나에게 남은 일상적인 삶은 여전히 존재한다. 모기 퇴치기는 퇴출을 면하려면 오늘도 모기를 잡아야 한다. 그런 궁상이 삶의 본질이다. 삶은 누구에게나, 궁상덩어리다. 

Posted by retir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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