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정수도 이전에 대해서, 나는 원칙적으로 찬성이다. 2002년에도 찬성했고, 지금도 찬성이다.

독일 본에 짧지 않은 기간, 그것도 여러번 지냈다. 실제로 본에서 직장 생활을 할 뻔한 적도 있었다. 내가 공직을 그만두지 않았으면, 아마 그런 데에서 일했을 것 같다.

교통부와 법무부만 빼고 독일 정부가 베를린으로 옮겨가던 시기를 본 적이 있다. 그렇게까지 혼동스럽지 않았다. 정부는 옮겨갔지만, 베토벤 하우스도 그대로 남고, 니체가 다녔다는 본 대학도 남았다.

그렇지만 행정수도 이전이 서울의 부동산 대책이 될 거라거나, 아니면 최소한 서울의 거주 인구가 줄어들 것이라고 생각한 적은 없다. 행정을 그렇게 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옮겨간 정부 부지를 공원으로 바꾸거나 비워두면 어쨌든 압력은 준다. 그런데 그렇게들 안 했다. 그 자리에 아파트가 들어오면, 오히려 사람들이 더 많이 들어오게 된다. 결국에는 찬다.

한전 부지가 우여곡절 끝에 현대차에 팔렸다.

한전은 한전법을 고쳐서라도 여기에 직접 아파트를 지어서 매각하려고 했다. 한전 이익은 극대화다. 이걸 많은 사람들이 반대해서 한전법을 고칠 수가 없었다.

초창기 시장 시절, 박원순은 고층 빌딩을 좀 짓고 싶어했다. 그리고 잠실 부지랑 엮어서 어마어마한 마이스 개발사업을 하면서 호텔도 많이 짓고 싶어했다.

그 시절에 그와 엄청 싸웠다. 이것도 안 된다, 저것도 안 된다..

마지막에 마이스 사업은 나에게도 더 이상 막을 힘도 없었고, 서울에 그걸 막을 힘이 남아있지도 않았고.

그 흐름 속에서 삼성이냐 현대냐, 초고층 빌딩을 짓는 걸로 하고 서울시는 그렇게 판을 벌렸다.

결국 현대차가 사갔고, 그걸 몇 배로 큰 오피스와 연구시설로 바꾸기로..

한전이 나가면서 서울시의 개발 압력이 줄어들었을까? 더 커지면 커지지, 줄어들지 않는다.

지금은 더 하다.

강남의 서울시 시설들이 빠지면 그건 얄짤 없이 아파트 부지로 활용된다. 그럼 강북에 뭐가 생길까? 그건 형태만 그렇고, 개발압력은 강남으로 더 간다. sh 사옥이나 인력개발원 등, 전부 아파트 때려넣자는 분위기다.

서울은 서울대로 상주 인력과 상주 자금이 더 커진다. 공원으로 두거나, 전시회나 그런 문화 시설로 바꾸는 방법 외에는 없다.

그렇게 주장하는 사람은 거의 없을 것이다. 그렇지만 사람을 줄이려면 그 방법 밖에는 없다.

혁신도시 방법은..

이건 케이어스다. 잘 돌아가는 혁신 도시, 그나마 주말에 유령도시가 되지 않는 혁신 도시, 손에 꼽는다.

그래서 원칙적으로 나는 행정수도 이전에는 찬성이지만..

지금의 이전 방식은 토건 사업이라고 본다. 집도 짓고 싶고, 지방에 도시도 만들고 싶고..

그렇게 보상금 등 뿌려진 돈들은 다시 강남으로 온다. 아무 일도 안 벌어지고, 그냥 토건만 하고, 돈만 더 커진다.

나는 행정수도 이전도 찬성이고, 서울 집값 잡는 것도 찬성이다.

그렇지만 행정수도 이전으로 집값 잡는다는 것은, 지금 방식으로는 전혀 성립하지 않는 주장이다.

그 효과가 발생하기 위한 거의 유일한 경우는, 이전 부지를 사회적 공공주택으로 전환하는..

서울로 출퇴근하는 사람들이 다시 이곳으로 이사한다면..

명목상 서울시 등록 인구는 늘어나지만, 상주 인구는 마찬가지인 상태에서 교통 수요는 줄어든다.

좀 생산적인 방식으로 수도 이전을 고민하지 않는다면, 토건은 토건대로 하고, 집값 안정 효과는 전혀 발생하지 않는다.

서울대 이전은?

나도 서울대 과밀화 반대지만, 경제적 효과로는 하나마나한 얘기다. 아무 거나 막 던지는 말과 같다. 게다가 이미 법인화가 되어서 할 정책적 수단도 없다.

집값 안정화 대책으로 행정수도 이전 던지는 것은, 그냥 아무 거나 막 던지는 것과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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