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들 키우면 좋은 점이, 아무리 험하거나 허탈하거나 그런 일이 생겨도 어쨌든 겉으로는 그런 감정을 오래 가지고 있을 수가 없다는 것.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둘째가 모기 퇴치기부터 확인한다. 모기 세 마리.. 춤을 추면서 방방 마다 돌아다니면서 모기 잡았다고 한다. 아무래도 모기는 인간에게 친근한 곤충이 되기는 어려울 것 같다. 그 죽음이 저렇게 어린 사람에게도 크나큰 기쁨이 되다니. 사람이 파리로 변화는 영화는 있었는데, 모기가 주인공인 영화는 아직 잘 모르겠다. 파리의 죽음이 저렇게까지 사람에게 기쁨을 주지는 않는 것 같다.

떠난 사람은 떠난 사람이라도 남은 사람들에게도 이런저런 충격이 없지는 않다. 녹색당의 이유진이 서울시 부시장을 하기로 한 걸로 알고 있는데, 시작하자마자 그만두게 되나? 부산시에서 보니까 별정직들은 권한대행이 재계약하는 방식으로 하던 일 계속하는 것 같던데.

상가집에서 아버지가 관속에 누워있는 동안 자식들이 재산 다툼한다는 얘기를 들은 적이 있다. 지금 딱 그 모양이다. 죽은지 24시간도 지나기 전에 그린벨트는 물론이고, 재건축, 재개발, 서명도 받을 준비하고 그러는 것 같다. 층고제한도 다 풀자고 하고. 그럴 거면 세종시는 뭐하러 만들고, 혁신도시는 뭐하러 만들었나 싶다. 참 아이러니 하다. 세종시 만들어서 세종시에서 국회의원까지 한 이해찬이 이런 거 풀자는 데 맨 앞 줄이니 말이다.

돌아보면 말년의 박원순과 그렇게 좋은 관계는 아니었다. 박원순은 맨날 뭐 한다고 발표하고, 나는 그건 좀 이상하다, 그렇게 반박하고. 그런 세월이 가락시영 종상향 때부터 10년 간이다. 개인적으로야 다툴 일이 거의 없지만, 정책으로 들어가면 얘기가 좀 다르다. 편안하게 소주 한 잔 마신 게 벌써 몇 년 전으로 올라간다.

자살에 관한 것.. 참 어려운 일이다.

노회찬이 떠난지 2년인데, 그 사이에 김종철 선생과 박원순, 참 상가집도 정신 없이 들락날락하는 것 같다. 다 내가 30대, 한국에 정열을 바치던 시절에 같이 일하던 사람들이다. 김종철 선생은 그때도 유명하셨지만, 노회찬 국회의원 되기 전, 박원순, 참여연대 아직 뜨기 전, 그 시절의 일이다.

두 사람은 자살하고, 한 사람은 실족사.

백선엽 장군은 100세를 채우고 돌아가셨다는데, 100세는 커녕, 남들 같으면 총리 한 번 노려보시라, 장관은 한 번 하셔야지, 딱 그럴 나이에 벌써들 떠나가신.

한 시대가 접어간다는 생각이 든다.

나는 이제 구세대에 속한 사람이다. 나와 같이 일하던 사람들이 이래저래 벌써들 죽었고, 그런 사람에 대한 연민과 안타까움이 말없이 크다.

정의당에서 젊은 국회의원들이 뭐라고 했다.

정서적으로나 문화적으로나 잘 안 맞는다. 며칠 있다가 해도 되는 얘기를 지금 하나 싶은 게 나의 정서다.

그렇지만 내가 30대 초중반이던 시절 생각해보면..

그 사람들이 살아갈 동료들이나 그들이 펼칠 시대는 또 다른 시대다. 그들은 자신들의 문제를 풀어야 하고, 그들의 담론을 내놓게 된다. 그런 거 아닌가 싶다.

그래서 강렬하게 충돌한다. 박원순 생의 마지막은 그런 강렬한 것이다. 구 시대와 새로운 시대가 충돌하는 것.

어쨌든 우리는 새로운 시대로 조금씩 간다. 그게 좋은 건지 나쁜 건지, 그걸 지금 판단하기는 어렵다. 그러나 다른 건 확실하다.

박원순 문상 가기로 했는데, 같이 가기로 한 양반이 아직 연락을 안 한다. 기다리고 있는 중이다.

시대가 변하고, 흐름도 변하는 것 같다. 박원순의 강렬한 리더십도 안 통하는 세대가 왔다. 그들에게는 그들 시대의 과제가 있다. 마치 우리에게 우리 시대의 과제가 있었던 것처럼.

박원순에게 마음의 빚을 지지 않은 새로운 사람들의 등장, 그런 거 아니겠나 싶다.

그렇지만 나는 주말에도 아내와 같이 애들 봐야 한다. 나에게 남은 일상적인 삶은 여전히 존재한다. 모기 퇴치기는 퇴출을 면하려면 오늘도 모기를 잡아야 한다. 그런 궁상이 삶의 본질이다. 삶은 누구에게나, 궁상덩어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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