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은 확실히 4차원이다. 3차원 공간에서 살면서 3차원 방식으로 사유하는 사람이 이해하기에는 난이도가 너무 높다. 반면 홍준표는 전형적인 2차원이다. 직진과 후진이 대부분이다. 가끔 좌우로 움직인다. 4차원과 2차원의 격돌, 그야말로 '에일리언 vs 프리데이터', 누가 이겨도 인류는 망한다. (영화 막판에 영웅적인 프레데이터 용사가 나왔다가, 그의 죽음이 후편에 이어지는 충격적인 장면이 잠시 기억이 난다.)
kt가 황당하다고 느낀 것은 이번 사태가 처음은 아니다. 원래는 핸펀까지 전부 kt로 통합해서 쓰고 있었는데, 몇 가지 사건이 터질 때마다 다른 데로 옮기면서 지금은 인터넷만 kt로 남았다. 이게 공영기업도 아니면서, 공영 기업의 황당한 요소들을 잔뜩 가지고 있는. 그렇다고 독점 기업이냐 하면, 그렇지도 않은데, 독점 기업의 소소한 부패는 다 가지고 있는 것 같은.
공기업 부패와 관련해서 가장 마음 아프게 본 사태는 나프타 때 멕시코 대중들이 공공 부문에 대한 미국 기업의 진출을 오히려 환영하던 걸 보던 때. 공기업의 부패가 너무 심해서, 미국 기업의 악랄함을 알면서도 그래도 자기네 공기업보다는 나을 거 아니냐.. 나프타 체결을 위한 기본적 여론은 이렇게 형성되었었다.
kt야 이제는 민영회사 아니냐고 할 수도 있지만, 이게 공기업 전통과 틀이 남아서, 완전 민간회사도 아니고 그렇다고 공공회사도 아닌 어정쩡한 모습을 보여주는 경우가 많다. 독점은 아니더라도 독과점 회사로서 가지고 있는 경직성도 많고.
한전과 같은 큰 회사도 그 가운데에서 보면, 황당한 모습이 한두 개가 아니다. 얼마 전에 전화로 서비스 설문조사 와서 진짜 0점 줬다. 한전 사외이사 할 기회는 몇 번 있었는데, 내가 안 했었다. 그런 걸로 덕 봤다는 소리가 듣기 싫어서 안 했는데.. 제대로 정비를 하려고 하면, 한전 같은 경우는 좀 할 기회가 몇 번 있었던 거 아닌가 싶다.
정치인들이나 시민사회의 지도자들이 워낙 하시는 일들이 바빠서 그런지, 생활인들이 만나는 생활의 곤란함 같은 것들은 잘 모르는 것 같다.
생활에서 느낄 수 있는 소소한 부패와 근본적인 결함 같은 것들을 정치 영역에서 나서면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가끔 든다. 이게 그렇게 어려운 일도 아니다. 우리나라는 정부의 권한이 강하다. 지배구조를 완전히 뜯어고친다는 건 어려운 일이지만, 그렇게 한다고 해서 소소한 부패 같은 게 없어지는 건 아니다. 작은 것들을 고치는 것들이 사실은 거대한 구조의 부패와 무능을 줄이는 가장 빠른 방법이기도 하다.
이번 kt 사태를 계기로, kt는 물론이고 거대 공기업들의 경영의 위기에 대한 진단 작업 같은 것들이 있었으면 좋겠다. 누구 혼내고 책임지라고 하기 위한 것이 아니다. 어차피 이런 큰 조직은 혼자서 끌고 나갈 수가 없다. 긴장 관계를 사회적으로 형성시키는 것이 길게 보면 모두에게 도움이 될 것 같다.
처음 이재명 봤을 때 느낌은, 하따 이 아저씨 말 많네. 일도 몇 번 같이 했고, 절박한 순간에 도와준 적도 있다. 대법원 재판할 때 연판장이 돌았었는데, 그때 연명한 적도 있었고, 좀 말이 많고, 거칠기는 하지만, 그래도 사람들이 생각하는 그런 것처럼 험악하지는 않은 것 같다. 나는 대통령으로서는 나쁘지 않다고 생각한다. 그것도 하나의 스타일이다.
윤석열은 아는 게 너무 없어 보인다. 검사하는 친구가 한 명 있기는 한데, 그 친구가 보수기는 하지만 그렇게 무식하지는 않다. 정말 이렇게 아는 게 없나, 깜짝 놀랐다. 법조인들 가끔 보면 아는 거 아무 것도 없이 입만 달고 다니는 스타일들이 좀 있다. 절차만 알고 내용은 하나도 모르는. 변호사들 중에 진짜 날탕들이 맨날 무슨 절차 얘기만 하고, 절차 하자 있는 데에만 끼어드는. 딱 질색이다. 그래도 그 정도로 아무 것도 모르는 사람도 참 찾아보기 어렵다.
드라이하고 건조하면서 상식이 부족한 사람들은 종종 만나게 되는데, 점집까지 다니는 스타일은 영. 아마 결국은 이재명과 윤석열이 선거에서 만나게 될 것 같은데, 만약 윤석열이 대선에서 진다면 다른 주변 형편 문제가 아니라 점집 문제일 것 같다는 생각이. 그건 좀 너무하다 싶다.
근대, 현대를 지나 포스터모던 얘기하던 시절이 벌써 10년이나 지났는데, 난데 없이 튀어나온 점집 열풍. 윤석열이 대통령 안 되면 다 점집 때문이다. 점집 아이언맨은 너무 웃겼다.
이재용 가석방. 법이 있으면 뭐하고, 제도가 있으면 뭐하냐. 원래는 80%의 형기를 살아야 가석방 심사 대상이었는데, 지난 달에 50%로 낮추었단다. 눈 가리고 아웅도 이런 아웅이 없다. 삼성 공화국이라는 오명은 이번 정권에서도 나가리다.. 재난 자본주의라는 표현이 사용되기도 하는데, 삼성이야말로 재난을 최대한 잘 활용한, 전형적인 재난 자본주의 아닌가 싶다. 위기를 기회로 삼아, 재난을 약진의 발판으로 삼아, 이재용 가석방이다. 세계 재난사에 한 페이지 들어갈 것 같다. 수많은 재난 자본주의를 봤지만, 그걸 기회로 감옥의 총수가 가석방으로 나오는 새로운 유형의 재난 자본주의..
한국의 보수들이 원전에 꽂히기는 단단히 꽂힌 것 같다. 안보 보수, 경제 보수, 보통 보수를 이 두 가지로 많이 분류했었는데.. 이제 '원전 보수'라는 용어를 사용해도 좋을 정도로, 새로 등장하는 보수가 이마빡에 딱 붙이고 나오는 게 원전이다. 박정희 때에는 정치가 원전을 선택한 것인데, 이제 한국에서는 원전이 정치를 선택한다. 영국은 완전 보수인데, 원전에 대해서 이 정도로 공격적인 자세로 들어오지는 않는다.
이준석 이후로 정권 넘어갈 가능성이 높다고 생각했었는데, 원전 보수가 전면에 나오면서.. 정권 넘어갈 확률이 확연하게 떨어진 것 같다.
가끔 느끼는 건데, 한국의 보수는 생각이나 계산을 안 하고 너무 동물적으로 반응하는 경우가 많다. 원전의 경우가 그렇다. 정권 잡기 싫은가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