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 집무실로 들어간 오세훈.

이 인간도 참 파란만장한 사나이다. 이부영 현역의원 시절에 국회 기후특위에서 처음 보았다. 목소리가 귀에 거슬린다는 첫 인상이었지만, 그 시절에 '반핵'을 집권당에서 얘기하는 국회의원이라 매우 인상적이었다. 환경운동연합에도 있었다는 얘기는 나중에 들었다.

10년만에 자기 자리 찾아간 시장의 얘기는 외국에서도 들어본 적이 없다. 집념과 의지가 보통 사람은 아니라고 말하지 않을 수 없다.

구체제의 화려한 복귀라..

예전 mb랑 오세훈 시절에는 서울환경연합, 문화연대, 이런 데랑 같이 죽어라고 싸웠던 것 같다. 그 사이에 시민단체는 무너지거나, 붕괴하거나, 때로는 부패하거나..

하여간 서울은 시장 바뀔 때마다, 광화문 일대를 자기 입맛대로 쓱쓱하는 게 어느덧 전통이 되었다. 이리 옮기고, 저리 옮기고. 이래저래 광화문은 좋든 싫든, 시대의 상징이 되었다.

강남 좋을 대로 서울을 뜯어 고칠 거면, 이번 기회에 시청도 아예 강남대로로 옮겨가는 게 어떨까 싶다. 불편하게 매번 한강 넘어다니면서 출퇴근하지 말고..

 

news.khan.co.kr/kh_news/khan_art_view.html?artid=202104080714001&code=940100

 

오세훈이 만든 '서울 신청사', 9년 만에 입성…집무실은 6층 그대로

서울 서소문 구청사에서 자진사퇴했던 오세훈 서울시장이 8일 자리에서 물러난지 10년만에 광화문 신청사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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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상조 선배, 문득 공수래 공수거란 말이 생각났다. 권력이 대체 뭔데, 거기에 그렇게 취해 사나, 그런 생각도 들었었고. 왠 돈이 그렇게 많아, 이런 생각도 들었었고.

그냥 후배들이 존경할 수 있는 그런 사람으로 남을 방법은 애당초 없었던 건가, 그런 착잡한 생각으로 하루를 보냈다.

삼성 주주총회장에서 고함치던 영웅으로 세상에 나와서, 양아치로 집으로 돌아가는 것, 이게 뭔 우스운 꼴인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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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민이라는 용어는 가급적이면 안 쓰는 게 좋은 정치 용어다. "저는 서민인데요", 그렇게 자기가 그 용어를 쓸 때에는 아무 문제 없다. "서민으로서 한 마디 하자면", 이런 게 대표적인 용법이다. 당당하게 자신이 서민이라고 밝힌다.

그렇지만 '서민을 위한 정치'와 같이 누군가 자신을 서민이라고 지칭할 때에는 180도 의미가 변한다. "듣는 서민 기분 나쁘네..", 요런 마음이 든다. 자기가 스스로 서민이라고 할 때에는 강한 용어지만, 다른 사람이 자기를 서민이라고 하면 기분 안 좋아진다. '서민 코스프레', 당장 마음 속에서 불편함이 든다.

'민생'이라는 용어도 아주 오묘한 용어다. 원래는 쑨원의 삼민주의에서 나온 용어다. "민생은 돌보지 않고", 집권층이나 정치인 욕할 때 쓰는 용어다. 이때는 직빵 효력이 있다.

그런데 상대방이 "민생 위주"로 하겠다고 하면, 갑자기 통치자가 뭐 하나 좀 퍼주겠다는 느낌이 들어 확 반감을 느끼는 경우가 많다. 자기 누릴 거 다 누리면서, 세금 가지고 뭐 좀 해주겠다, 그런 뉘앙스를 팍 풍긴다. "니 돈이라면 이렇게 쓰겠니?", 요런 말이 민생이라는 단어 밑에 깔린다.

정말로 민생을 생각하는 사람은 민생이라는 용어는 잘 안 쓰고, 분야별로 디테일 정책을 제시하거나, 실용적 같은 용어로 대체해서 사용한다. 우리 말에서 민생, 왠지 가난한 백성을 굽여 살피려는 제왕의 느낌을 준다.

정치 용어로서 서민과 민생이라는 말이 이런 딜레마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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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 정부가 정책적으로 무능하거나 무기력하다고 얘기할 수는 있지만, 독재자라고 하는 건 좀 그렇다. 원래 독재는 빠릿빠릿, 그렇게 움직이는 집단들이 하는 건데, 현 집권 세력은 그렇게는 아닌 것 같다.

원래 기분 좋을 때, 잠시 쉬었다 가지 않으면 아드레날린 과다 분배로 치명적 빽태클을 하게 된다. 정부 비판할 요소가 널리고 널렸는데, 왜 하필이면 그 중에서 '독재자 프레임'을 들었을까? 오세훈, 안철수 이기고 너무 기분 좋아서 그런 것 같다.

이겼을 때, 잠시 쉬고, 덕담도 하고, 그렇게 주변을 돌아보고 다음 발길을 떼어야 한다. 시장 시절에 종종 봤던 오세훈 왕자병 또 시작된 거 아닌가 싶다.

나도 현정부에 이것저것 지적 많이 하는 편이지만, 그래도 독재라고 하지는 않는다. 대화 부족과 독재는 좀 다르다고 생각한다..

www.ohmynews.com/NWS_Web/View/at_pg.aspx?CNTN_CD=A0002729673&PAGE_CD=ET001&BLCK_NO=1&CMPT_CD=T0016&fbclid=IwAR2FlCCyy2VCr2RTuPuyS4jyHKgatwsksKTmS7lnHIq9Ka3aR1a2-zwzVlI

 

오세훈, 문 대통령에 "최악의 대통령, 독재자 아닌가"

"화합 아니라 분열정치"... '태극기 집회 참여·연대' 질문엔 구체적 답변 안해

www.ohmy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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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 때에는 진정성이라는 단어가 크게 유행을 하더니, 문재인 때에는 적폐라는 단어가 크게 유행했다. 유행어이기는 하지만, 정권 속성이기도 한 것 같다.

진정성은 "좌회전 키고 우측 깜빡이 한다"는 정권의 속마음을 알아달라는 얘기 아니겠는가? 나를 믿어주세요, 그 말을 표현하는 단어다.

적폐는 박근혜가 세월호 때 처음 쓴 걸로 알고 있다. 뒤집어 말하면 초등학생들이 "쟤 때문에 그래요", 그 말과 다를 게 없다. 내가 잘 못 한 게 아니라, 원래 쟤네들이 잘 못 해서 이렇게 된 거예요.. 이 말 아니겠는가?

진정성의 시대를 넘어 10년만에 적폐의 시대가 되었다.

정권을 갖는다는 것은 많은 문제들을 미리 알아서 해결할 수밖에 없는 숙명과도 같은 것이다. 전쟁이 났는데, 적폐라고 하고 있을 것인가? 일단 막고 봐야지. 태풍이 왔는데, 이게 동북아시아에 사는 오래된 적폐와 같은 것이라고 하겠는가? 대책부터 세워야지.

진정성과 적폐라는 단어의 공통점이 한 가지가 있다. 자기 편에게 하는 말이다. 적이 나의 진심을 어찌 알겠는가? 그리고 적폐로 몰리는 적에게 무슨 메시지가 전달되겠는가?

진정성과 적폐가 단어로서 갖는 나쁜 점은 통합적이지 않고, 모두에게 메시지가 가지 않는다는 점이다. 듣자마자, "나는 너의 진정성을 알 수가 없다"라는 문장과 "그럼 내가 적폐란 말이냐?, 이런 말이 나오게 된다. 대통령이 직접 써서는 좋지 않은 용어들이다.

진정성이라는 단어도 이전 정권에서는 없던 말이었고, 적폐라는 단어도 이전 정권에서는 이 정도의 빈도수로 사용되지 않던 단어다.

경제는 의도를 구분하지 않고 행위만 본다. 경제는 오래된 일이든 아니든, 결과만 본다. 그리고 결국에는 구조가 영향을 미친다.

미안한 것을 미안하다고 말하는 게 그렇게 어려운 일인가 싶다. 미안하다고 말하면 나라 망하고, 지지율 급등으로 정권 붕괴하는가?

미안한 것을 미안하다고 말하지 않고, 다 쟤 때문이예요.. LH 사건에 대해서 대통령이 한 얘기는 요렇게 보인다.

미안하다, 최선을 다하겠다..

이렇게 말하지 않고, 적폐라고 말하는 것 때문에 참모 정치라는 얘기가 나오는 거다. 사람의 말로 얘기하지 않고, 정치, 그것도 참모들이 술자리에서나 할 법한 이상한 단어를 들이대는 언어. 그래서 참모 정치의 시대라고 이 시대를 보게 되는 것 아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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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창흠 국토부 장관이 결국 사의를 표명했다. 

개인적으로는 안타깝고, 안스럽다. 오랫동안 그를 지켜봤는데, 인생의 절정에서 이렇게 허무하게 끝날 거라고는 생각하지 않았다. 미안한 건 미안하다고 말하고, 잘 못 한 건 잘 못 했다고 말하고, 그랬더라면 결론이 좀 바뀌었을까? 

진보의 약점이 부동산이라는 것이 거의 정설처럼 되어버렸다. 변창흠을 굳이 구분을 하자면 마일드 개발주의자 정도.. 앙리 르페브르 이후 도시와 건축에서 좌파 패러다임이 결코 약하지는 않은데, 한국에서는 이게 이상하게 정립이 되었다. 

도시 빈민 운동에서 공간 문제로 넘어오게 된 한 시절이 있었는데, 변창흠의 사퇴는 그런 한 시대를 풍미했던 패러다임의 종말이 아닐까 그런 생각이 문득 들었다. 아파트를 사랑했던 사람들..

그나저나 대토를 둘러싼 논쟁도 복잡한데, 청년들의 공정 논쟁과 맞물려 마땅한 해법이 없는 상황이 되어버렸다. 그렇다고 새로운 청사진을 들고 “이렇게 합시다”, 그런 그룹이 있는 것도 아니고. 

한 시대는 지났는데, 새로운 시대는 오지 않은 그런 완벽한 진공 상태를 한동안 보게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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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합동조사에서 스무명 나왔다. 아무래도 변창흠은 못 버틸 것 같다. 임기말까지 가는 마지막 국토부 장관이면 모르겠는데, 이런 식으로 찔끔찔끔 나오는 거면 그때마다 우와.. 타격이 너무 심하다.

2008년 주공, 토공 합쳐서 lh 공사 만들 때에도 말 많았다. 이런 공사 자체가 택지개발촉진법, 택촉법 시절의 잔재다. 크게 보면 유신의 잔재라고 할 수 있다. 원형이 되었던 일본의 주택공사도 지금은 도시재생공사 등 임대주택과 인프라 등으로 전환된 것으로 알고 있다.

선분양 등 말도 안 되는 제도가 아직까지 남아있는 것도 이상하고. 이제는 선진국답게, 주택 시장을 어떻게 가지고 갈지 논의를 좀 하면 좋을 것 같다. 주택 시장에 정부 힘이 너무 세다. 그렇게 한다고 해서 집값이 잡힌 것도 아니고, 임대주택이 획기적으로 늘어난 것도 아니고.. 그냥 lh 공사만 공룡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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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가덕도 특별법이 국회 본회의 통과하는 날이다. 오전에 전화가 엄청 와서, 이 문제로만 한 시간 넘게 통화를 하게 되었다.

녹색평론의 김종철 선생의 빈 자리가 무척 크게 느껴지는 날이다. 살아계셨으면 뭐라도 한 소리 하셨을 것 같은데, 이제는 그런 원로가 한 분도 안 계신 것 같다는 생각이 문득.

"이게 말이 되느냐", 그런 사람들의 꼬장꼬장한 목소리가 공존하면서 한국이 그럭저럭 여기까지 온 것 같다.

우리는 지금 '질서정연한 바보짓'을 하고 있다..

h21.hani.co.kr/arti/society/society_general/50003.html

 

가덕도는 제2의 4대강이 될 것인가

국토부마저 반대한 가덕도 신공항 특별법, 국회 국토위 통과

h21.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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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년 전에 백기완 선생 집에 놀러가자고 한 사람들이 있었는데, 나는 애 봐야 해서..

집에 보일러가 망가지고, 등등 최근 사는 얘기들은 좀 들었었다. 어쩌면 늘 거기 계시는 것 같은, 그런 익숙함에 무뎌져서 살아가고 있던 것인지도 모른다.

87년부터 집회 때면 종종 뵙는, '민중'이라는 단어가 한국에서 가장 잘 어울리는 어른 아니었나 싶다.

이제 진짜 한 시대가 끝나는 것 같다.

같은 동네 사는 이재오는 아직도 펄펄한 것 같은데.

하늘 나라에서나마 한적하고 편안하게 지내실 수 있으면 좋겠다. 우리나라 걱정은 이제 그만 내려놓으시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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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날 인사..

잠시 생각을 2021. 2. 12. 17:40

설날이고, 마침 생일이라 많은 분들이 다양한 경로로 안부 인사를 전해주셨습니다.

어제 강화도에서 핸드폰으로 찍은 갈매기 사진으로, 고맙다는 마음을..

제가 살면서 요즘처럼 사회 통합에 대한 가치를 많이 생각해본 적이 없습니다.

며칠 전 우연히 본 오래된 경찰의 얘기가 마음에 계속 남습니다. 80년대 이후의 범죄인에 대한 특징이 계속 바뀌는데, 요즘 중대 범죄인의 특징이 죄의식이 없다는 겁니다. 이미 사회가 공동체로서 갖는 속성이 깨어져서, 너는 너, 나는 나, 범죄에서도 죄의식이 사라지는 상황이라고 하더군요.

예전에 재밌게 봤던 '야인시대' 후반부를 요즘 다시 봤습니다. 친구 정진영을 죽이게 된 김두한의 아픔도 그렇고, 좌우로 짝 갈려서 결국은 주먹질이 모든 것을 결정하게 되었던 이승만 시대에 대한 생각도 잠시 다시 해봤습니다.

코로나 한 가운데, 매우 많은 사람들이 어려워질 것이고, 수많은 사람들이 인생에서 지워버리고 싶은 한 순간처럼 올해를 지나게 될 것입니다. 무엇이 공동체이고, 지역이란 무엇인가, 그런 질문과 함께 저도 새로운 한 해를 맞습니다.

다들 명랑이 가득한 한 해를 만드시기를 기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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