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대 에세이에서 뻔뻐니즘이라는 단어를 쓴 적이 있다. 책도 그렇지만 뭔가 만드는 일에는 다 공통적으로 이게 필요한 것 같다. 책은 대표적으로 그렇다. 공부해서 책을... 그렇게는 못 한다. 이미 아는 것을 쓰는 것이지, 그 때부터 공부해서, 그렇게는 못 한다. 공부는 평소에 그리고 작업 시작하기 전에. 책 쓰면서 할 수 있는 것은 몇 개 항목의 업데이트, 수치 작업과 확인 그리고 인터뷰를 통한 현실 검토, 그 정도다. 내 안에 이미 있고, 알고 있는 것을 쓰는 것이다. 책을 쓰면, 뭘 모르는지는 확실히 알게 된다. 쓸 수 없는 것은, 모르는 것이다. 아는 것만 쓰는 것이다. 아무도 모든 것을 다 알 수는 없다. 잠깐 뻔뻔해지는 수밖에 없다. 내가 제일 잘 알아, 뻔뻔하게. 만드는 것, 그것은 잠시 뻔뻐니즘 속으로 가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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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위, 직원 제재도 내규라서 힘들다... 장난하냐. 은행에서 남의 돈을 떼먹고 책임은 안 진다. 이건 사기다. 이래서 모피아 소리 나오는 거고. 금융위원장 사퇴가 기본, 은행장 사퇴, 결재라인 감봉, 이게 최소한의 조치다. 강 건너 불 보듯이, 이게 남의 일이냐? 그래서 화이트 칼러 경제 범죄를 더 엄벌해야 한다고 하는 것이다. 유전무죄, 은행 무죄? 이래서 관치 금융의 폐해 소리가 나오는 것이다.

http://m.news.naver.com/read.nhn?mode=LSD&sid1=101&sid2=263&oid=003&aid=00086774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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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로주

잠시 생각을 2018. 6. 27. 14:58

저녁 때는 선대인 낙선 위로주 사주기로 했다. 어느덧 별로 변화가 없는 삶을 살다보니, 사람들 위로해주고 위로하는 술 사주고, 이런 게 일상적인 일처럼 되었다. 누군가는 뭔가를 해보려고 하고, 누군가는 잘 안되고. 그리고 나는 그냥 그걸 지켜보고, 또 위로주 사고. 40대 때에는 그렇게 위로주 사줬던 사람이 잘 되었을 때 연락 안하면 좀 심통도 나고, 그랬던 것 같다. 그러다 별 일 아닌 걸로 전화했는데 바쁘다고 끊으면 완전 삐지고. 50이 되니까 좀 변하기는 했다. 잘 되었을 때 어려운 시절을 돌아보면서 고맙다고 얘기하는 사람은, 정말 100에 한 명 있을까 말까하다. 그래서 누군가 잘 되면 멀리서 마음 속으로 축하해주는 걸로 모든 것을 가름하는 정도의 지혜는 생겼다. 사람이... 원래 어려울 때에는 다 남들이 못해서 그런 것이고, 잘 되었을 때에는 자기가 잘 해서 그런 것이라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나만 해도 그렇다. 책 잘 안 팔리면 별의별 생각을 다 한다. 그러다 잘 팔리면? 아자, 나는 지는 법이 없지! 이 지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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꼭 쓰고 싶은데, 쓰지 못하는 책이 좀 있다. 그 중에 대표적인 것이 농업경제학이다. 1쇄 턴다는 보장만 있어도 벌써 썼을 것 같은데, 자신 없다. 게다가 농업 여건과 제도가 변하는 속도가 생각보다 빠르다. 10년 전에 정부에서 만든 농정로드맵 10개년 계획을 가지고 엄청나게 논쟁을 벌인 적이 있다. 결국 내가 이겼다. 그 시절에 정부와 벌인 논쟁들만 가지고도 책 한 권은 될 거다. 다른 건 몰라도, 농업에서 했던 논쟁들은 대부분 내가 이겼다. 그러나 지금 그게 무슨 의미가 있을까? 과거의 무용담, 이런 건 재미없다. 그리고 의미도 없다.

 

전체적으로 한 번 업데이트 한다고 하면, 어마무시한 분석 분량이다. 감히 엄두가 나지 않는다. 그 사이에 같이 뜻을 나누던 동료들도 다 뿔뿔이.

 

수의사 박상표는 자살. 농업의 아들, 송기호는 송파에서 탈락. 언제나 농업경제학 교수였던 윤석원 선생은 명박 정권과 함께 낙향. 그렇다고 나 혼자 농업 공부 모임 같은 것을 다시 만들어서 바닥부터 다시 시작하기에는 여력이 벅차다.

 

이런저런 이유로, 안 할 이유가 한 백 가지 정도 된다. 그런데도 이 주제를 붙잡고 있는 이유는? 내 양심이다. 나는 핸드폰 팔아 쌀 사 먹으면 된다고 생각한 적이 한 번도 없다.

 

이리하여

 

일단 잡아 놓은 형식은, 1이 된 아들에게 아빠가 보내는 편짓글 형식으로 하려고 한다. 물론 우리 큰 애는 아직 7살이라서 택도 없는 얘기이기는 한데.. 사실 상상력만 더 움직일 수 있으면 고1이 되는 딸에게 보내는 편지로 하고 싶다.

 

예전에 비슷한 시도를 한 적이 있었다. 그 때는 13세 소녀가 모델이었다. 실제 모델도 있었는데, 그 사이 시간이 흘러서 대학교 2학년인가? 엄청 커버렸다.

 

주변에 자주 볼 수 있는 고1 소녀가 있으면 좋겠는데, 현재로서는 없다.

 

이렇게 편지 형식으로 쓰는 것은 장단점이 명확하다.

 

단점은, 자세한 얘기는 할 수가 없다는. 아무래도 고1의 난이도에 맞추다 보면 정책적으로 엄청나게 복잡한 얘기를 하기는 어렵다.

 

장점은, 얕다는 게 바로 장점이다. 농업경제학 읽은 사람이 그걸 들고 바로 농사지으러 가라고 하는 것은 아니다. 상식선에서 그리고 현대를 살아가는 사람으로서의 최소한의 양심선에서, 이 정도는 좀 알았으면 좋겠다, 그런 정도에서 마무리할 수 있다.

 

, 맛만 좋으면 되지.

 

이런 얘기 좀 하지 않을 정도.

 

그래서 일단 50~60개 정도의 주제를 정하고, 조금씩 아들에게 보내는 편지를 써보려고 한다.

 

농업은 공단 그만두고 나와서 따로 공부를 했다. 생태경제학으로 박사 논문을 쓴 내 양심이었다. 아무래도 좀 더 한국 버전에서 공부를 해야 할 것 같았다. 내가 꼭 돈 되는 일만 하고, 폼 나는 일만 하고 살지는 않았다. 나와는 아무런 상관이 없어도 내 양심이 시키는 대로 움직인 것, 그게 나에게는 농업경제학이다.

 

지난 총선 때에도 농업 공약 총괄을 내가 했었다. 그 때 파트너로 일했던 사람이 이재수다. 쪼르르, 청와대로 가더니, 이번에 춘천 시장이 되었다. 그와 마지막으로 푸드 플랜에 대한 새로운 메커니즘 설계하던 게 불과 2년 전이었는데. 그렇다고 춘천 시장실에 가서, 같이 머리 맞대고 새로 메커니즘 검토할 수는 없는 것 아니냐이제는 더 늦기 전에, 나도 내가 아는 농업경제학 마무리할 시점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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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에서 하는 일들을 너무 이념적으로만 보려고 하면 간단한 것들도 놓치게 되는 경우가 많다. 이념 때문에 생기는 일도 있고, 무식해서 생기는 일도 있다. 우리나라 언론은 너무 많은 것들을 이념의 문제로 해석하려고 한다. 그렇지만 생각보다 많은 일들이 무식함으로 인하여 생겨나고, 그 무식함으로 더 커져간다. 가끔은 "나도 좀 먹고", 요렇게 삐딱선 타는 일들도 생기고. 자원외교를 해석할 때, 나도 좀 먹고, 너무 이걸 앞에 내세워서 보면 무식해서 생겨난 일들이 보이지 않는다. 연료전지 건도 그렇다. 생각보다 많은 일들이 무식함으로 인해서 생겨난다. 가끔은 이념의 눈을 좀 내려놓을 필요가 있을 것 같다. 황우석 사건이 이념 사건일까? 이념은 아주 조금이고, 무식함이 거의 대부분이 아니었나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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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권마다 대형 뻘타를 하나씩 한다. 그 중에 으뜸은 명박의 자원외교. 문재인 정부의 수소차는 신정부의 초대형 뻘타로 발전할 것 같다. 운이 좋으면 그냥 뻘타, 운 나쁘면 국감까지 가게 될 가능성이 높다. 하여간 이공계 너무 푸대접하고 문과쟁이들이 모든 권력을 쥔 문재인 정부, 결국은 대형 뻘타 날린다. 국감까지는 안 가면 좋겠는데, 지금 모양새로는 결국은 갈 것 같다. 안스러워서 못 보겠다...

 

(요 표를 가만히 보면, 문제의 첫 출발점은 읽을 수 있다... 그 뒤로는, 훨씬 복잡하게 정치가 얽히고. 지지난 대선 공약 정도가 공식적인 분석의 출발점이고. 더 위로 올라가면 부시 때까지, 아주 복잡하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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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물주 얘기...

낸책, 낼책 2018. 6. 26. 16:24

건물주에 대한 걸 한 번 다루면 좋겠다는 얘기를 요 며칠 사이에 몇 번 들었다. 나도 간만에 필드 스터디 많이 하는 그런 작업 한 번 해보고 싶기는 하다. 우악스러운 건물주, 진짜 어떤 사람들인지 만나보고 싶기도 하고. 생각은 그런데, 출간 일정 사이에 찔러넣을 틈이 안 난다. 작업할 시간도 짬이 나지 않고... 하고 싶은 것과 할 수 있는 것 사이에서 언제나 갈등하게 된다. 이런 건 누가 르뽀 형식으로 준비하고 있지 않을까 싶기도 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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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삶은 이제 특별한 변동 없이, 거기서 거기인 인생이 될 것 같다. 뭐 엄청나게 해봐야 특별히 더 영광스러울 것 같지도 않고, 별 거 안 해도 소소한 일들은 하고 있을 것 같고. 워낙 특별한 일이 없을 거라서, 50권째 책 내고는 작은 잔치라도 한 번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직 출판기념회 같은 건 한 번도 한 적이 없고, 앞으로도 할 계획이 없다. 그래도 작은 잔치 정도는... 지금 속도로는 이번 정권에는 좀 어려울 것 같고, 다음 정권 초중반 정도에 걸릴 것 같다. 책 데뷔한지 15년은 넘어야 할 것 같고, 20년까지 가지는 않을 것 같다. 옆에서 사람들이 기왕 하는 거 백 권 채우라는데, 그렇게까지 하려면 정말 70까지 책 쓰는 건데, 그건 좀 어려울 것 같고. 그게 좋을 것 같지도 않고. 하여... 50권 째에는 조촐하게 잔치라도 한 번 하기로 했다. (더운 일요일 오후, 땀 찔찔 흘리면서 이상한 생각이나 하고 있다. 드랍아웃과 '워라밸'에 관한 항목들을 정리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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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양준혁이 가지고 있던 2318 안타 기록을 오늘 박용택이 넘어섰다. 사실 양준혁은 지금처럼 게임이 대폭 늘어날지 잘 몰랐을지도 모른다. 알았더라면 그렇게 일찍 은퇴하지는 않았을 것 같다. 무리해서라도 2~3 시즌은 더 했을 것 같다.

 

어쨌든 대단한 사람이라는 생각은 든다. 요즘 딱히 부럽거나 그런 사람이 없었는데, 박용택은 부럽기도 하고, 멋지다는 생각도 든다.

 

박용택이 막 데뷔하던 시절, 2002년은 나에게도 잊혀지지 않는 기억이 많다. 아마 에너지경제연구원에서 했던 회의에 갔다가 다시 총리실로 돌아오던 날이었을 것이다. 그해 코리안 시리즈에 삼성과 결승에서 만났다. 이상훈이 공을 던졌고, 이승엽이 홈런을 쳤다. 동점. 그리고 다시 마해영이 홈런.

 

그 때 막 한강 건너서 남산 1호 터널 지날 때였는데, 눈물이 너무 많이 나서 운전을 할 수 없었다. 아마 이것저것, 생각이 겹쳐서 그렇게 많이 울었던 것 같다. 하여간 그 시절, 나는 내 인생의 최악의 순간들을 지내고 있었다. 아마 아무리 더 힘들어져도 그 때만큼 힘들지는 않을 것 같다.

 

그 때 박용택이 데뷔를 했다. 그게 한국 시리즈에 그가 올라가보는 마지막이었던 것을 그는 몰랐던 것 같다. 아무도 몰랐다. 우승은 못해도, 그 언저리에 계속 있었다. 그리고 흑역사가 시작되었다.

 

나는 그 다음 해 봄, 노무현 정권에서 인수위랑 첫 인선 명단 보고 바로 사직서 냈다. 그 즈음에 청와대에서 일하면 좋겠다는 얘기랑 조금만 더 기다리면 외국 근무 보내준다는 얘기가 있기는 했다. 글쎄, 그렇게 아쉬움을 조금 더 연장하고 싶은 생각이 들지 않았다. 나는 내 이름을 되찾고 싶었다.

 

2.

막 데뷔한 박용택이 야구하는 기간이 이상훈을 너무 좋아했던 나의 청춘이 완전히 끝난 시점과 이래저래 맞물린다. 그리고 그가 오늘 대기록을 세웠다.

 

나는 이제 그런 건 잘 모르는 사람이 되었다. 나는 아주 평범하고 일상적인 하루하루를 보낸다.

 

요 몇 주 기분이 아주 좋다. 좀 생각해봤는데, 한 달 전부터 산책을 좀 늘렸고, 몇 주 전부터 줄넘기를 시작했다. 그 외에는 크게 잘 되는 것도 없고, 크게 망하는 것도 없고, 그냥 비슷비슷한 하루의 연속이다. 그냥, 줄넘기를 시작해서, 매일 조금씩 하는 정도로도 나는 기분이 좀 더 좋아졌다.

 

오늘 점심 때 윤호중 의원하고 밥을 먹었다. 그도 좀 고민이 있나 보다. 오늘은 내 얘기도 좀 했다.

 

그렇게 이것저것 다 안 한다고 하면 어떻게?”

 

지난 2년 동안 벌어진 일들을 그동안은 조각조각만 얘기를 해줬는데, 오늘은 따로 할 급한 얘기가 있는 것도 아니라서, 약간 모아서.

 

저는, 그냥 이러구 살래요.”

 

요즘 내가 편한 것은, 크게 영광을 구하는 게 없으니까, 크게 망할 것도 없고, 크게 실망할 것도 없어서 그럴지도 모른다. 그래도 아이들이 좀 커서, 주말 오후 내내 집안에서 웃음 소리가 끊이지가 않았다. 방안에 있는 고양이도 아무 문제 없고, 마당 고양이 강북도 요즘은 저녁이면 집에서 쉰다. 가끔 다른 고양이랑 시비가 붙기는 한다. 오늘은 검은 고양이랑 기싸움이 붙어서 내가 개입을 해서, 검은 고양이 쫓아냈다.

 

내 삶은 이만하면 더 바랄 것은 없다. 크게 아픈 데 없고, 30대 이후 처음으로 수영 말고 다른 운동을 조금씩 한다. 스테리칭 운동도 하면서 오매오매, 이 장작대기”, 혼자 웃는다. 유학 시절에는 혼자서 운동을 많이 했다. “죽을 수 없다”, 그냥 이를 악물고 버티고 버텼다. 지금은 그런 이를 악무는 일은 나에게 벌어지지 않는다. 되면 되고, 안 되면 말고. 그렇다고 내가 혼자 뭔가를 다 하냐? 그런 것도 아니다.

 

어제는 전체 회식이 있었다. 1차 끝나고 마무리하면서 기획팀 대표로 아주 짧게, 한 마디 했다. 어느덧 같이 일하는 사람이 50명도 넘었다. 그냥 나는, 티 나지 않게 내가 맡은 역할만 하면 된다.

 

3.

박용택이 한 마디를 했다. 이제는 우승을 해보고 싶다고.

 

생각해보니, 나는 그런 목표도 없다. “하고 싶은 것도 없고, 되고 싶은 것도 없고.” 실제로 그렇다. 요즘은 내가 지금 쓰는 책이 마지막 책이 된다고 해도 별 상관 없다는 생각을 많이 한다. 억지로 뭔가 목표를 세우고, 그걸 위해서 기를 쓰는 것, 덜 재밌는 방식이다.

 

요즘은 프로야구에 절절함이 키워드다. 나는 그런 절절함이 없다. 절절함이 의미가 없다는 건 아니지만, 그렇게 하기보다는 좀 더 즐기면서 지내고 싶다.

 

50대 에세이를 쓰면서 내가 많이 변했다. 제일 큰 건, 이제 덜 괴로워하면서 책을 쓰게 되었다. , 그렇다고 해서 엄청나게 갑자기 책이 더 팔리거나 그런 건 아니다. 그렇지만 내 책을 10년 가까이 계속 읽어준 동료들이 이번 책은 처음으로 잡자마자 한 번에 다 읽었다는 얘기를 한다. 그거면 된 거다.

 

전에는 책 쓰면서 괴로워하고, 몸부림을 하면서 썼다. 50대 에세이 때, 즐기면서까지는 아닌데, 그래도 그렇게 괴로워하면서 쓰지는 않았다.

 

직장 민주주의는, 보람은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참고 써보려고 한 건데, 막상 시작하니까, 내가 얘기에 빠져든다. 독자들도 그렇게 느낄지는 모르겠지만, 나는 쓰면서 재밌기도 할 뿐더러, 내가 빠져든다. 보람이 문제가 아니다. 이건, 돈 주고도 하고 싶은 일이다.

 

내년도 출간 리스트를 잠시 살펴봤다. 10년을 넘게 책을 썼는데, 아직도 우리나라에서 나만 쓸 수 있거나, 나만 쓰려고 하는 주제가 남았다는 게 신기할 정도다. 물론 잘 팔기도 하면 좋겠지만, 그건 내 힘만으로 할 수 있는 건 아니고. 그래도 최소한의 체면 치례 정도라도 할 수 있다는 게 고맙기만 하다.

 

나도 언제까지 책을 쓸 수 있을지 모른다. 짧으면 3~4, 길면 10년 정도 쓸 것 같다. 환갑이 넘어서도 책을 쓰고 있을까? 깊게 생각해본 적은 없는데, 별로 그럴 것 같지는 않다. 이미 10년짜리 한 턴을 돌았는데, 또 한 턴을 돌기도 어려울 뿐더러, 하지 않은 주제가 남아있을 것 같지도 않다. 더 할 새로운 얘기가 없으면, 언제든지 펜을 내려놓겠다고 생각하고 산다. 기록? 몇 년 전부터, 그런 것의 의미는 없어졌다. 영광과 화려함, 잠시의 일이다. 시간이 지나고, 다음 흐름이 오면 기억할 사람도 없다. 기억할 의미도 없고.

 

그냥 내가 지키려고 하는 것은, 내 책을 산 사람들이 보기에 저건 아니지”, 그런 아주 이상한 모습을 보이지 않는 것이 정도 아닐까 싶다. , 특별히 하는 게 없어서, 특별히 이상해지기도 어렵다. 잘 못하는 것, 그거야 어쩔 수 없는 것이고.

 

얼마 전 청와대에 있는 어떤 아저씨랑 잠시 통화할 일이 있었다. 언제까지 쉴 거냐고 물어본다. 워낙 친한 사람이라, 그냥 있는 그대로 얘기했다. 그냥 이렇게 살 거라고. “그래요, 지금은 잠시 쉬는 것도 나쁘지 않은 선택일 것 같네요.” 요런 애기를 들으면서 전화를 끊었다.

 

나는 지금 쉬는 것은 아니다. 내 능력이 되는 대로, 내 나름의 방식으로, 열심히 그리고 행복하게 사는 중이다. 야구 용어를 하면, 나는 지금 내 게임 뛰는 중이다. 그거면 충분하다.

 

가끔 책 새로 내면 나에게 몇 권 냈냐고 사람들이 물어본다. 글쎄, 잘 모른다. 10권 때까지는 세었던 것 같은데, 나도 세어보지 않은지 좀 된다. 몇 권 내느냐가 중요한 게 아니라, 지금 쓰고 있는 직장 민주주의가 얼마나 이 사회에 유의미하게 만들어질 것인가, 그게 제일 중요한 일이다.

 

그나저나 박용택, 참 대단한 사람이라는 생각이 든다. 우승하고, 막 신나는 분위기에서 잘 하는 것은 상대적으로 쉽다. 그렇지만 꼴쥐소리 들으면서 꼴지 언저리를 헤매는 팀에서 자기 흐름대로 하는 것은 정말로 어렵다. 박용택의 많은 별명 중에서 내가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광고택이다. 하다 보면 잘 될 때도 있고, 안 될 때도 있다. 안 될 때, 잘 참으면서 기본 정도라도 하는 것, 그게 사실 어렵다. 그걸 잘 참고 이겨낸 사람이라서, 대단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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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간에 수없이 고치기는 할 거지만, 일단은 직장 민주주의는 익숙한 4장 구조 대신, 5장 구조로 잡았다. 일단 시작하고, 또 수없이 고치게 될 것이다...

들어가는 말
1장, 가족이라고 우기는 군대
2장. 사장님 나빠요
3장. 부장님 나빠요
4장. 고통의 외주화
5장. 더 많은 뮤턴트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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