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는 끝났다. 결과에 제일 관심있었던 것은, 사실 나는 강화군수였다. 여기가 참 희한한 동네다. 이렇게 저렇게 설명을 한다고 하는데, 지금까지 나온 설명들은 제한적이고, 별 신통치도 않다. 하여간 인천이 다 민주당인데도, 강화군은 요번에도. 그렇게 큰 샘플 변수는 아닌데, 지금까지는 강남갑 성향과 강화군 성향이 같다고 보면 어느 정도는 비슷했다. 이번은 그것도 아니다.

노무현 탄핵 이후 '공포의 백드래프트'라는 표현을 썼던 적이 있었다. 많은 초선들이 국회로 들어왔는데, 그 의회가 엄청나게 반동적이기도 했지만, 토건적이기도 했다. 그리고 원전 찬성 분위기도 되게 높았다. 그야말로 민주당 버전, 토건의 시대였다. 온갖 골프장이 난리가 났고, 하다하다 골프장 특구니 골프장 클러스터 같은 것들도 그 때 나왔다. 그 시절에 이대 근처는 미용실 특구로 한다는 얘기도. 두고두고 문제가 되는 많은 제도들이 그 시절에 많이 나왔다. 그리고 결국 뉴타운 돌풍으로 그 흐름이 끝났다. 비극적 사건이었다.

이번 지방선거 이후가, 자칫하면 그 시절의 백드래프트 비슷하게 전개될 가능성이 높다. 원전 문제는 정책적으로 진도를 나간 건 별로 없지만, 그래도 어느 정도의 사회적 흐름은 생겼다. 그러나 토건의 문제는 좀 다르다. 이게 하나의 정치적 상식으로 자리잡은 적도 없고, 그렇게 논의된 적도 없다.

내가 모든 공사를 반대하는 것은 아니다. 그렇지만 '공사를 위한, 공사만을 위한, 공사에 의한', 이런 공사주의 정도로 격상된 토건에 반대하는 것이다. 최소한 새로 구성되는 지방 정부 전체가 같이 논의할 수 있는 '탈토건위원회' 같은 게 하나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한다.

우리는 민주주의를 중심으로 논의를 했다. 그리고 여성 인권을 비롯해서 최소한의 인권 논의는 자리를 잡은 것 같다. 에너지 문제도 마찬가지다. 각론으로, 실제 잘 하고 있느냐와는 별도로, 하나의 흐름이 구성되어 있다고 할 수 있다.

그렇지만 토건은 다르다. 최악의 상황은, '토건 포퓰리즘'으로 거대한 힘이 질주하는 것, 이건 폭망으로 가는 지름길이다. 제주가 아주 잘했다고 생각하지는 않지만, 원희룡이 가진 최소한의 힘이 상대적으로 그가 토건 포퓰리즘에 덜 적극적이었던 데에서 나온다고 생각한다.

지금까지 한국 민주주의는 토건으로 귀결했다. 모여서 결정해 보세요, 그러면 바로 공항이요, 골프장이요 그리고 ktx 역이요. 사람들의 마음을 모았는데, 그게 결론적으로 토건이 아닌 것, 이게 아직 우리가 넘지 못한 다음 허들이다.

민주당 밖에 적은 당분간 없다. 그 힘을 모아서 크고 작은 지방 토건으로 갈 것인가, 정말로 사람에 돈을 쓰고, 문화에 돈을 들이고, 복지 인프라로 갈 것인가? 민주당의 적은 민주당 내부에 있다. 아직까지 탈토건의 기치를 건 민주당 세력은 없었다.

이번은 그 허들을 넘어설 차례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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