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관 경제학 후반 작업을 위해 잠시 쉬는 동안 죽음 에세이의 맨 앞에 올 글을 새로 쓰는 중이다. 톤도 바꾸고, 거의 다시 쓰는 수준의 대대적인 전면 개편을 위해서는 새로운 스타일을 잡아야 한다. 그렇게 잠시 쉬면서 도서관 얘기들을 일단 털어놓으려고 하는 게 지금 하는 일의 목표다. 책을 쓰다 보면 너무 책 안으로 들어가게 된다. 평소 같으면 꼭 필요한 얘기라고 생각했을 것도 책에 과몰입하면 안 보이게 된다. 집중도가 너무 높으면, 다른 걸 더 열심히 하면 좀 해소가 된다.
첫 번째 글은 ‘개막장’을 모티브로 썼는데, 쓰다가 좀 아닌 것 같아서 날려버렸다. 스타일에 대한 얘기인데, 스타일을 스타일로 보여줘야지, 이렇게 하겠다. 이게 좀 불안한 접근 방식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럴 때는 과감하게 포기.
결국 40대의 이혼 얘기로 다시 출발을 했다. 원래 이거는 젠더 경제학에서 핵심으로 쓰려고 뒀던 얘기이고, 그 일부는 본문 중에 있기도 한데.. 모르겠다. 일단 빼서 쓰기로 했다. 이 얘기의 제대로 된 활용도는 지금 바로 여기라는 생각이 들었다.
요즘은 뒤에 책에서 쓸려고 꼬불친 얘기들을 앞에 책에서 당겨 쓰는 경우가 종종 생겨난다. 지금 하는 축음 에세이의 추가 작업도, 원래 여기의 클라이막스에 들어간 얘기들을 며칠 후에 나올 저출생 책에서 빼가서 생겨난 일이다. 그야말로 양꼬를 통째로 빼가는 일이 벌어졌다. 그렇다고 저출생 책에서 그 얘기가 결정적인 역할을 하는 것도 아니지만.. 일단 먼저 나올 책에 최선을 다 하고, 다음 책은 그때 가서 해결한다.. 이렇게 뭄부림을 치면서 벌어진 일이다.
어지간한 얘기로는 그 빈 공간이 메워지지는 않는다. 그야말로 영끌 하듯이 이것저것 다 긁어모아야.. 그러다보니까 다음 책에서 쓸 거를 일단 들고와서 채워넣게 된다. 글 한 덩어리가 몇 년에 걸쳐서 만들어낸 것이라서, 단기간에 고민한다고 해결될 일이 아니다. 얘기가 금방 만들어지지는 않는다. 몇 년 동안 같은 문제를 계속 생각하고 고민하면서 얘기 하나가 형성이 된다. 나는 절 단위로 고민을 하는데, 금방금방 새로운 생각이 나는 스타일은 아니라서, 하나가 만들어지는 데 꽤 오랜 시간이 걸린다.
그리하여.. 죽음 에세이의 첫 번째 글은 ‘40대 여성은 왜 이혼을 고민할까?”이런 제목을 달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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