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관 책 표지 시안 나왔다. "힘 내라 도서관"은 책 쓰는 내내, 제목 때문인지, 즐겁고 편안한 기분이었다. 그래서 쓰는 과정을 즐기게 하는 아주 희한한 경험을 하게 되기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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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란특별재판부, 이건 좀 아니다 싶다. 특검까지는 그렇다 치더라도, 재판부까지 별도로 만드는 건 좀 너무 가는 거 같다. 있는 제도를 가지고 서로 설득하고, 이해의 폭을 넓히는 것이 진짜로 내란 문제를 종식시키는 것이 아닌가 싶다. 서로 공유할 수 있는 이해가 넓어져야지, 모든 것을 다 그때 그때 특별한 법을 만들어서 임의적으로 하는 것은, 미래를 위해서도 그렇게 좋은 전통을 만드는 길은 아닌 것 같다. 다 감옥에 처넣어야 내란이 종식되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https://v.daum.net/v/20250829175212597

 

한덕수 기각에···與서 또 터진 '내란특별재판부 설치' 주장

[서울경제] 더불어민주당 강경파 의원들을 중심으로 ‘내란 특별재판부’ 설치 주장이 나오고 있다. 특별재판부는 현재 사법부 체계와 별도로 특정 사건만 담당하는 재판부를 뜻한다. 국민의힘

v.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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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도 남극기지가 있다. 윤석열 때 기초연구를 비롯한 연구기금을 대거 깎으면서, 매년 가던 남극 기지가 격년으로 바뀌었다는 얘기를 보고.. 기가 막혔다. 더욱 놀라운 것은, 이런 일이 벌어지기 전에 그걸 막으려고 한 사람들의 흔적이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다. 관리자들은 대체 뭘 하고 있었을까? 결국 그렇게 해서 남극을 격년으로 가게 된 실무자의 인터뷰가 나오기 전에 아무 일도 벌어지지 않았다는 사실이.. 

미국에서는 이런 일이 더 많이 벌어질 것 같다. 기후 연구라고 하는 곳이, 실무진 차원으로 가면 돈이 잘 안 도는 곳이기도 하다. 그렇다고 관심이 높으냐? 생각보다 관심이 높지는 않다. 기초 연구일수록 더 그렇다. 

남극 기지에는 국뽕 요소가 있다. 일본도 그랬다. 남극 기지 스토리가 영화는 물론이고 드라마로도 몇 번이나 나왔다. 드라마 <남극대륙>은 전쟁으로 침체한 일본 사회의 분위기 자체를 끓어올리기 위한 장치로 사용되기도 하였다. 우리가 이런 사람이야, 알간? 

윤석열 때는 그런 국뽕도 잘 못 지켰다. 임기를 다 마친 것도 아닌데, 이런 짧은 시간에 그렇게 많이 망쳐놓을 수 있다는 것이 놀랍기만 하다. 

한국 보수는 한국을 오랫동안 지배하고, 또 운영했던 세력이다. 좋으나 싫으나, 그 사람들의 실력으로 우리가 여기까지 왔다. 최근 도서관 역사를 다시 살펴보면서, 박정희 때 혹은 전두환 때, 놀라운 기록들이 좀 있었다. 통치 방식이 옳으냐, 그런 것과는 또 별도로, 나름대로는 사회에 대한 상식을 가진 사람들이라는 생각이 들 때가 좀 있었다. 

박근혜 그리고 윤석열 시대를 거치면서, 한국의 보수도 예전의 기민함은 물론이고, 한국의 지배자로서의 상식으로 아주 먼 곳에 온 것 같다. 이건 스타 몇 명의 문제가 아니라, 그 집단 자체가 그렇게 내려앉지 않았나, 그런 생각을 지울 수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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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만에 광주의 1인당 grdp를 찾아봤다. 낮기는 낮다. 전남에 비해서도 많이 낮다. 몇 년 전에 광주에 대한 고민을 잠시 해본 적이 있기는 했는데, 최근에는 살펴본 적이 없다. 좀 지난 일이기는 하지만, 애들 키우기 시작한지 얼마 안 되었을 때, 광주의 한 공기업 사장 제안이 온 적이 있었다. 고민을 좀 했지만, 할 형편이 되지가 않았다. 부인이 취업하기 위해서 분주히 여러 군데 서류를 내던 시절이었다. 

나도 아직 방법은 잘 모르겠지만, 이번 달 서울신문 칼럼에는 광주에 대해서 쓰기로 마음을 먹었다. 이유는 간단하다. 민주당이 경제를 잘 한다는 얘기를 아무리 해봐야 사실 소용 없고.. 광주가 살만한 곳이 되고, 경제적으로 성과가 나면 그게 뭔가를 보여주는 가장 빠른 방법이 아니겠나 싶다. 

민주당의 지역 발전 모델이라는 게, 국민의힘과 크게 차이가 있냐, 그러면 사실 별 거 없다. 전북의 새만금, 부산의 가덕도, 공항으로 상징되는 지역 발전 모델이라는 게 여야 차이가 거의 없다. 국민의힘은 부산을 키운다고 하면서도 사실상 성과가 나지 않는 중이고, 민주당의 심장은 광주라고 하지만, 광주 역시 경제적으로 큰 성과가 나지 않는 것은 마찬가지다. 

그냥 내가 바라는 것은.. 이재명 집권기에 광주에서 많은 행정 실험과 경제적 실험과 혁신이 진행되면서, 더도 말고, 광주의 1인당 grdp가 전국 평균 수준이 되는 것이다. 그게 사실 이재명의 경제적 성과가 되는 게 밖에서 보기에도 제일 좋고, 논리적으로도 제일 말이 되는 것이다. 그리고 그것이 한국을 위해서도 가장 쉽고 편안한 방법이다. 

누가 자신의 고향을 잘 만들고 이끌어 나가느냐, 그게 진짜 정채 경쟁 아니겠나 싶다. 국민의힘과 대구 경제, 그렇게 질문하는 게 국민의힘이 가장 큰 약점이다. 뒤집으면, 민주당과 광주 지역경제, 역시 이것이 민주당의 가장 큰 약점이다. 

둘 다 서울에서 정치적으로 누가 힘을 쓰느냐, 이렇게 경쟁해왔다, 실제로 선거는 이 서울의 표들이 많이 결정을 한다. 나머지는 대체적으로 굳은자, 크게 변하지 않는다. 막말로, 서울은 누가 해도 어지간하게 한다. 당연한 게, 좋은 건 다 서울로 오고, 안 좋은 건 다 지방으로 가는데, 서울에 곤란한 일이 뭐가 생기겠나? 

나도 방법은 잘 모르겠지만, 장기적으로 정권의 승부를 건다면, 그건 광주가 되는 게 논리적으로 옳은 것 같다. 아직 시간이 있으니까, 이런 얘기들을 좀 정리해보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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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과의 관세협상은, 겉으로 보면 경제 협상처럼 보이지만, 속으로는 군사 협상에 더욱 가깝다. 한국이 뭘 했다기 보다는, 미국이 결정을 내린 것에 가깝다. 윤석열과 했던 전화 통화에서 트럼프가 처음 한 얘기가 그 얘기였다. 

결국은 중국과의 경제 갈등은 1차적인 문제고, 그 밑에는 바다에 대한 패권을 누가 가질 것인가, 그런 문제라고 본다. 한 때 미국이 해군도 강했고, 조선업도 강했다. 그 시절에는 유럽도 강했다. 그 시절이 끝났다. 

몇 년 지났지만, 야마토함을 만들었던 쿠레 조선소에 갔던 적이 있었다. 그 일대가 전부 늙어가고 있었다. 주민 체육관이나 보육 시설 등은 정말로 너무 잘 되었다고 할 정도로 놀라웠지만, 실제로는 세금 낼 여력이 없는 노인들과 아주 약간의 어린이들만 있는 도시 같았다. 일본 해군을 떠받드는 것 같은 쿠레의 노화를 보면서 아주 복잡한 심정이 들었던 적이 있다. 

그래도 일본은 조금은 버티고는 있었던 셈이다. 미국의 조선업은 정말로 뿌리까지 흔들려서 흔적도 보기 힘들다고 해야할까? 몇 년 전에 미국에 조선업 투자를 생각하던 사람들에게 그 상황을 아주 간략하게 했던 얘기가.. 다른 건 차지하고라도, 일단 용접할 수 있는 사람을 구할 방법이 없다는. 산업의 기반이 사라진다는 것은 그런 것이라는 생각을 했었다. 

이제 미국은 더 이상 항공모함을 비롯한 군함을 만들 수 없는 것은 물론이고, 수리 등 유지보수도 하기 힘들다. 반면에 중국은 조선업이 한참 급성장 중이다. 두 나라 사이의 해군력이 역전될 것이라는 것은, 굳이 수치를 보지 않아도 누구나 생각할 수 있는 일이다. 

몇 년 전에 여수 등 조선업이 한참 위기일 때 논쟁을 한 적이 있었다. 이제 사양산업이 되었으니까, 적당히 정리해야 한다는 의견이 강했다. 나는 한 번 밀리면 다시는 회복할 수 없는데, 세계적으로 두세 번 더 사이클이 올 것이기 때문에 버텨야 한다는 의견을 냈었다. 어쨌든 한국 조선은 그 시절 제일 큰 위기를 넘겼다. 

이번 건은, 한국이 미국을 고른 게 아니라, 미국이 한국을 해군의 전략적 파트너로 고른 것이라고 보는 게 맞는 것 같다. 믿을 수 없는 상대에게, 그리고 능력이 딸리는 상대에게 군함을 맡기기는 어렵다. 대체적으로 트럼프가 후보 기간에 그런 선택을 한 것으로 보인다. 

이게 무슨 엄청난 비밀인 것은 아니고. 실제로 미국이 한국에게 원한 것은 조선업의 전략 파트너로의 약속과 투자고, 나머지는 모양 내기에 가까워 보인다. 농업이나 기타 분야까지 굳이 들어올  필요가 없었던 것은, 미국이 가장 원한 것은 해상 패권의 파트너로서의 한국의 선택, 그것도 매우 장기적이고 전략적인 선택. 한국 정부는 그 선택을 내렸다. 사실 그것 말고는 특별히 내걸 것이 없기도 했고. 

좋은 싫든, 한국은 중국과는 한 걸음 더 멀어지게 되었다. 경제적인 것으로 포장을 하고는 있지만, 사실은 군사 기반에 관한 것이다. 협상이라는 것은, 하나를 받으면 하나를 주게 되어있다. 우리가 받은 것은 다른 산업 분야에 대한 적당한 타협이고, 내준 것은 중국과의 경제적 관계의 손실이다. 물론 장기적 측면에서 그렇다. 

아주 큰 눈으로 보면.. 이번 정부의 관세 협상은, 한국이 처음으로 선진국이 되었다는 선언과 비슷해보인다. 70~80년대, 한국은 세계의 공장처럼 돌아갔었다. 그냥 하청공장 같은 것이었다. 그 사이에 여러 산업이 약진을 하였는데, 성과가 분명히 존재하기는 했었다. 그렇지만 지금처럼 세계 전체의 흐름에 주요한 한 축으로 한국이 기능한 적은 없었다. 

이번에는 다르다. 21세기 중반의 세계 질서의 모습을 결정지을 한 축이 이렇게 결정되었다. 19세기 이후로, 세계의 향방은 바다가 가장 큰 요소였다. 여전히 그렇다. 그리고 한국은 좋든, 싫든, 그 핵심적 요소가 되었다. 우리가 의식을 하든 못하든, 우리에게 처음으로 바다의 시대가 열렸다는 의미라고 생각한다. 

그게 이번 미국과의 관세협상의 의미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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척크 맨지오니가 죽었다. 한 시대가 끝난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고등학교 때 mbc fm에서 한 시간씩 해주는 영어 강좌를 매일 들었다. 아침 다섯시였다. 회화랑 스크린 영어 그리고 토플의 세 가지로 이루어져 있었다. 그 시절에 영어 공부로 그만한 게 없었다. 

다섯 시에 일어나는 게 문제인데, 그때는 fm이 24 시간 하지 않았다. 5시 한참 전에 방송조정 시간을 했는데, 그때 척 맨지오니의 '산체스의 아이들'을 끝도 없이 틀어주었다. 일제 타이머가 있었는데, 그걸 4시 반 정도에 맞추면, 라디오가 저절로 커지게 할 수 있었다. 그때는 그게 후르겔혼이라는 것도 모르고, 그냥 드럼의 타격음과 고음의 트럼펫이 잠 깨는 데 딱이라는 정도만 알았다. 

그렇게 3년을 보냈다. 그 시절에는 잘 몰랐는데, 대학에 가서 어휘력만 더 공부하고, 더는 영어 공부를 따로더 하지는 않았다. 아 물론, 대학에서 영어 소설을 좀 읽기는 했다. 우와, 겁나게 어려웠다. <파운데이션> 1권을 영어로 읽었는데, 그래서 이 소설의 셋업에 대해서 좀 이해하지 못하는 부분이 생겨나기도. 2권부터는 불어로 읽었다. 

단일 음악으로 가장 많이 들은 게, 여전히 <산체스의 아이들>이다. 지금도 스피커 위치를 바꾸거나 뭔가 변화가 생기면, 시스템의 소리를 보기 위해서 가장 먼저 듣는 게 이 노래다. 익숙하기 때문이다. 

그렇게 영어를 공부해서, 평생 도움을 받게 되었다. 졸면서 듣거나 외웠던 문장들을 지금도 요긴하게 써먹고 있다. 그 외에는 성문영어에 있던 미국 대통령 연설문들 외웠던 것들의 도움을 좀 받고. 

몇 년 전에 방한한 그의 콘서트에 갔던 사람에게, 이제는 나이 먹어서 키를 낮춰서 연주했다는 얘기를 들었다. 내 주변에 척 맨지오니의 음악을 듣는 유일한 사람이다. 그래서 남들에게 못하는 비밀 얘기를 같이 나누게 되었다. 척 맨지오니를 그 정도로 듣는다면, 다른 비밀을 못 나눌 게 없다는 생각이. 

한 시대가 지났다는 생각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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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10대용 경제학 책 쓰는 중인데, 악전고투 중이다. 가볍게 생각하고, 소프트 터치로 할 생각으로 시작한 건데.. 전주 등 고등학교 강연을 몇 번 가보고, 이렇게 가볍게 갈 게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시대가 많이 바뀌었고, 10대들도 변화하였다. 당연한 얘기인지도 모른다. 

그냥 난이도를 10대용으로 낮추는 것으로는 하나마나한 얘기들의 연속일 것이고.. 진짜로 우리 아들들이 본다는 생각으로, 그들에게 해주고 싶은 얘기를 정리한다는 걸 넘어서는 컨셉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좀 더 고민을 많이 하는 중이다. 

고민을 많이 한다고 꼭 더 좋은 책이 되거나, 더 잘 팔리는 것은 아니다. 속도감 있게, 가볍게 가는 게, 읽기에는 더 좋을 수도 있다. 그리고 그게 더 전달성과 수용성이 높을 수도 있다. 꼭 무겁고, 밀도가 높은 책이 좋은 것만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그렇지만 10대용 책에는 좀 더 많은 것을 갈아넣기로 마음을 먹었다. 그래야 내 맘이 편하다. 다른 데서는 못 들어본 얘기, 그래도 한 번 읽어두면 10년 후 혹은 20년 후에라도 다시 한 번 생각해보고, 인생에 조금이라도 도움이 될 얘기들, 그런 걸 갈아넣기로 마음을 먹었다. 

물론 마음을 그렇게 먹는다고, 이미 다 준비된 것처럼 모든 게 술술 풀리는 것은 아니다. 처음에 생각한 마지막 장면, 클라이막스, 이런 게 다 바뀌고.. 드리블해나가는 경로와 속도도 다 바뀌니까, 대가리 빡빡해진다. 오 마이 갓! 

10대용 책이 어려운 게, 예전에도 그랬는지 모르지만, 이제는 남학생과 여학생의 감성이 너무 달라져서.. 그 사이를 간다는 것은 아무 것오 아닌 얘기를 한다는 것이고, 두 집단 모두에게 일정한 수용성을 만든다는 것은.. 경제 성장론에서 흔히 얘기하는 것 같은 ‘면도날 궤적’을 가는 것과 같아서, 표적에 도달하기가 매우 어렵다. 그리고 쓰는 입장에서는, 그걸 미리 알기가 어렵다. 최선을 다 해서, 어지간해서는 책 안 읽는 집단에게 수용될 수 있는 것으로 만드는 노력을 할 뿐이다. 

그래서.. 몇 줄 쓰기가 어렵다. 몇 줄 나가는 데, 진짜 영혼을 갈아넣는 것 같은 기분이다. 하이고, 원고 한 줄 쓰기가 이렇게 힘들었나? 그냥 팍 내 팽개치고, 차라리 이제 책은 그만 쓰겠다고 하고 싶은 심정이 몇 번이나 들었다. 내가 쓴 책이 50권 넘었나, 안 넘었나, 이젠 기억도 가물가물하다. 몇 년 전에는 세어본 적도 있었는데, 그뒤로는 세어보지도 않았다. 이만큼 썼는데, 뭘 또 쓰나, 그런 생각이 10대용 경제학 책 쓰면서 몇 번 들었다. 

한 번 그런 생각이 들면, 며칠 동안 한 줄도 나가기 힘들다. 아니, 꼴도 보기 싫다. 원고 보면서 그만 쓰고 싶고, 꼴도 보기 싫다는 생각이 든 것은 진짜로 50권 가량 쓰면서 처음이다. 볼 생각이 전혀 없거나, 욕할 생각으로 무장된 집단을 위해서 책을 쓰는 것.. 딱 요런 심정이다. 게다가 남녀 차이가 가장 극단적으로 차이나는 집단이고. 한 발 한 발, 또랑으로 가득한 좁은 길을 걷는 것 같다. 

그러다 보니까, 시간도 많이 늦어졌다. 이런 게 그냥 빨리 하겠다고 마음 먹는다고 되는 일도 아니고. 주변 여건도 메롱이다. 이제부터는 아들들 여름 방학이다. 하이고, 지옥의 일정이다. 

일상에서 추가로 할 수 있는 게 거의 없어서, 한참 시즌 중이던 몇 주 전부터 야구를 안 보기 시작했다. 1996년에 학위 받고 한국에 돌아왔는데, 그 이후로는 처음이다. 야구 하루라도 안 보면 죽을 것 같았는데, 지금은 워낙 다른 거에 정신이 가 있어서, 그렇게까지 꼭 야구를 보고 싶지는 않다. 

사람들은 책에 영혼을 갈아넣는다는 표현을 쓰기도 하는데, 나는 그렇게 갈아넣을 멀쩡한 영혼이 없고. 그대신 야구를 갈아넣는다. 

하이고. 한 칸 한 칸, 새로운 논리를 만드는 게, 끝나지 않는 오딧세이의 항해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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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선우에 대해서는 아는 바가 없다. 그렇지만 갑질에 대해서는 좀 안다. 의원실 분위기에 대해서도 좀 안다. 특별히 분위기 안 좋은 의원 방이 있고, 좋은 의원 방이 있다. 좋았던 의원 중에서 3선에 실패한 경우를 좀 안다. 분위기 아주 안 좋은 방에서 초선 끝나고 재선을 못 한 방도 좀 안다. 국회 안 가본지 몇 년 되어서, 최근의 분위기는 잘 모른다. 

몇 년 전까지만 해도, 민주당은 의원실 분위기가 좋았던 당이다. 계파가 문제이기는 하지만, 계파 정치가 많던 시절에는 진짜로 의원과 보좌관 사이에 동지적 관계인 적도 많았고.. 그냥 지켜보기에는 하극상처럼 보일 정도로 보좌관들이 의원에게 말을 막 하는 것도 보았다. 당신, 이러면 정치 다시는 못해, 이보다 더 험한 얘기들이 오가는 것도 보았다. 최근에 워낙 민주당에 새로 당선된 다양한 분야의 의원도 많고, 또 목숨 걸고 자기들끼리 투쟁하는 계파 정치도 많이 둘어들어서, 요즘은 더 직장 관계랑 비슷해졌다는 느낌이 들었다. 

청문회 이후, 강선우의 갑질이 문제냐, 아니냐, 그런 상황은 지나간 것 같다. 다양한 이유로 강선우의 여성가족부 장관 취임을 반대하는 사람들과 그렇지 않은 사람으로 나뉘었고, 그 사이에서 험한 말들이 오가는 것 같다. 남은 건 대통령이 이 상황을 어떻게 받아들이냐는 건데, 그냥 묻고 가는 걸로 결정이 난 것 같다. 

비슷한 상황을 생각해봤는데, 문재인 때 동계올림픽 북한과의 납북단일팀 구성할 때가 딱 이렇지 않았나 싶다. 대체적으로 청와대에 있던 사람들은 이게 무슨 사건인지 이해를 못했다 북한 문제에 대한 중대한 진전이고 엄청난 성과라고 생각들을 했는데, 여기에서 그 동안 대표팀 준비를 했던 선수들은 어떻게 되는 거냐, 이런 공정 문제가 터져나왔다. 지켜보기에 따라서는 어이가 없는 일이기는 하지만, 이 이슈는 작은 소수의 목소리로 묻히지 않았다. 그걸 위해서 수 년간 준비한 선수들에게는 불공정한 일이라는 이 일부의 목소리가..

나중에 인천공항공사의 비정규직 채용 문제에서 폭발을 했다. 그렇게 공정은 큰 에너지가 되어서 결국 조국 사태에서 터져나왔다. 광화문과 서초동으로 집회가 나뉘어서 열렸고, 문재인 정권은 정권 창출에 실패했다. 

맞냐, 틀리냐, 그런 얘기를 하려고 하는 것은 아니다. 그냥 버티고 밀면 된다고 생각했던 것이, 2018년의 평창 동계올림픽 때랑 유사하다. 의원실의 갑질은 직장 관계와 다르다는 얘기는, 사실 그냥 개소리다. 위계에 의한 불공정한 관계, 그게 의원실이나 공무원 특히 국회직 공무원이라고 다를 게 없다. 이상한 얘기들 만들어봐야 나중에 좋을 게 하나도 없다. 

정권을 관리하는 것은, 잘 하는 것도 좋아하지만, 덜 못하는 것도 중요하다. 문재인 정권은 시작한지 1년도 지나기 전에 평창 남북단일팀 문제를 잘 대처하지 못하면서 흔들리기 시작했다. 꼭 단일팀을 만들어야 한다고 결정을 했더라도, 그래야 하는 이유, 선발되지 못한 선수들에 대한 미안함, 그런 메시지 같은 게 있었어야 했다. 근데, 이렇게 중요한 일에, 사소한 이유로 시비 건다고 기분 나빠하기만 했다. 그게 결국 정권을 무너뜨렸다. 

지금의 강선우 사건이 그때랑 비슷한 상황이 아닌가, 그런 생각이 들었다. 탄핵 정국이 크게 있었고, 대선은 물론 지금의 특검까지 탄핵 정국의 연속이다. 특히나 윤석열이 저렇게 앞뒤 생각 안 하고 황당 블루스 중이라, 생각보다 오래 갈 것 같았다. 

그렇지만 이런 탄핵 국면이 강선우 임명과 함께 공정 국면으로 넘어갈 가능성이 크다. 실용을 내세운 이번 정부는 너무 잘 살고, 너무 높은 사람들을 대거 전면에 배치했다. 한국의 엘리트들의 문제라면, 변칙과 반칙 그리고 특권의식이 쩐다는 점이다. 그런 게 ‘유능’인 나라에서 우리가 살고 있다. 아직은 그런 나라인데 어쩌겠냐. 강선우 사건과는 비교도 되기 어려운 ‘본격’ 퇴행이 더 터져나올 가능성이 농후하고, 공정 국면 속으로 더 깊숙이 들어갈 위험이 크다. 

젠더 문제에서는 남녀가 갈리지만, 공정에서는 남녀가 갈리지 않고, 한 방향으로 움직인다. 그래서 한국의 공정 이슈가 폭발력이 높은 것이다. 

문재인에 이어 또 다른 민주당 정부가 공정 이슈 안으로 깊숙이 끌려들어가는 것을 보면서, 기분이 개운치는 않다. 한국의 공정 에너지의 폭발력은 아직 다 소진되지 않았다. 그게 폭발하는 것을 보고 싶지는 않다. 그렇지만 지금 현 정권 들어서 처음으로 그 에너지가 응집되기 시작하는 것을 우리가 보고 있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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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20대 때, 좌파라고 말하는 것은 매우 두려운 일이었다. 그래도 나는 좌파라고 말하면서 살았다. 취직을 하게 되면서, 나는 대부분 보수들만 있는 세상에서 살게 되었다. 집을 강남으로 옮기면서, 일상 생활에서도 생전 본 적도 없던, 그야말로 원단 경상도 보수들과도 삶을 나누게 되었다. 그 시절에 한국의 보수는 유능이니 무능이니, 그런 얘기를 할 것도 없이 그냥 그게 한국이었다. 진보라고 말하는 사람들은, 그래도 자신이 설 공간들을 조금 가질 수 있었지만, 사실 한국의 대부분은 그냥 보수였다. 

민주당 정권이 몇 번 지나갔다. 여전히 비즈니스는 물론이고, 금융계, 에너지계, 이런 데는 보수가 절대 다수다. 이런 데의 특징은, 간부들 중에서 여성을 보기가 아주 힘들다는 점이다. 

윤석열의 시대가 끝나고, 보수는 경제계에서는 숫자로는 많다. 여전히 절대 다수이기는 하지만, 유능하다고 말하기는 좀 어렵다. 

이재명이 인간적으로는 잘 모르겠지만, 일을 전혀 못 하는 그런 스타일은 아니다. 정면 승부하는 스타일은 아닐지는 몰라도, 대체적으로 해법을 만드는 스타일이다. 박근혜는 정면 승부하지만, 해법을 만드는 스타일은 아니었던 것 같다. 윤석열은.. 아무 것도 안 했다. 욕만 하고, 술만 마셨던 것 같다. 

보수는 지금 근본적으로 문제에 부딪혔다. 한국에서 그들은 절대 다수도 아니고, 그렇다고 다수의 힘으로 해법을 만들어내는 그런 한국 보수 특유의 유능함도 잃었다. 

별로 좋아하는 말은 아니지만, '찌질하다'는 형용사가 지금 국민의힘을 축으로 하는 한국 보수의 속성을 더 잘 표현하는 것 같다. 

이 시기가 얼마나 갈까? 잘은 모르겠지만, 꽤 간다. 한국의 보수들은 책과는 이제 거리가 너무 멀어졌고, 연구하고 고민하는 것과도 좀 멀리간 것 같다. 욕만 한다. 생각보다 보수들의 '찌질이 시대'가 꽤 오래 갈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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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소년 경제학 책은 3장 끝나고 잠시 길을 잃었다. 4장은 원래 직업 선택에 관한 얘기를 하려고 했던 것인데, 3장이 너무 재밌게 써지는 바람에.. 원래 생각한 얘기가 그 포맷 그대로는 뒤에 붙지 않게 되었다. 3장이 오프닝 정도로 생각한 고양이 얘기가, 국민경제 전체를 관통할 정도의 얘기로 커져 버렸다. 이게, 생각지도 않은 욕심이 좀 생겼다. 뻔한 얘기는 하지도 말고, 뒤가 뻔히 보이는 식으로는 절대로 전개하지 않겠다는. 10대용 책이지만, 그냥 1, 3, 5, 7, 9 스타일로, 그렇게 뻔하게 얘기를 이어나가고 싶지는 않았다. 

그래서 꽤 고민을 하다가.. 내가 경제학을 배우면서 가장 도움이 된 개념이 뭔가 생각해봤다. 이건 더 고민할  필요가 없다. 모딜리아니의 평생소득가설. 여러 번 배우기는 하는데, 화폐경제학에서 가장 극적으로 이 개념을 배우게 되고, 모닐리아니에 대해서도 더 배우게 된다. 마지막 순간에 생태경제학으로 박사 논문 주제를 바꾸지 않았으면, 화폐경제학으로 박사 논문을 썼을 것이다. 

물론 거시경제학이나 화폐경제학에서 다루는 방식으로 평생소득가설을 다룰 생각은 없다. 

이 소제가 좋은 것은, 내가 가슴이 뛰기 시작했다는 점이다. 기계적으로 혹은 기능적으로 글을 쓰면, 가슴이 뛰는 일은 벌어지지 않는다. 시간이 좀 더 걸리더라도.. 청소년 경제학 책은, 내가 가슴이 뛰는 방식으로 끝까지 갈 수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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