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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23.05.15 내년까지 일정, 일단.. 2
  2. 2023.05.12 우둔살 육회.. 1
  3. 2023.05.10 공안 정국 거쳐 '공포 정국'으로 7
  4. 2023.05.05 노키즈 존.. 5
  5. 2023.05.04 시빌 액션.. 1
  6. 2023.05.03 모두의 문제.. 1
  7. 2023.04.17 간만에 야옹구.. 1
  8. 2023.04.14 둘째는 한 고비 넘어가고.. 1
  9. 2023.04.13 on the sunny side of the street 1
  10. 2023.04.12 경제와 인권, 약간의 생각.. 2

나도 조금 지나면 환갑이다. 환갑이 지나면 어떻게 살지는 아직 생각해둔 것이 없다. 어디에서 지내게 될지도 모른다. 어쨌든 ‘88만원 세대’ 스면서 시작한 경제 대장정이라고 불렀던 일련의 출간들은 환갑 전에 마무리하려고 한다. 50권째 책은 예전에 정해둔 게 있다. 윤석열이 ‘가짜 평화’라고 불렀던 바로 그 평화에 대한 얘기를 하려고 한다. 그리고 나면 아직 별 계획이 없다. 

아마 시민단체에 소소한 봉사활동 같은 거 하면서 노년을 마무리하는 삶을 살게 되지 않을까 싶다. 한 평생 아주 노곤하고 피곤한 삶을 살았다. 2005년에 첫 책을 내고, 대부분의 시간을 정말 사회 최전선에서 살았다. 한때는 격렬했고, 한때는 덜 격렬했고, 그런 차이만 있는 것 같다. 

그렇게 평생을 살 수는 없고, 그럴 생각도 없다. 그냥 내가 누리면서 살았던 많은 것들을 다시 사회와 자연에 돌려주고 사는 삶, 그런 정도만 생각한다. 생태 문제로 박사 논문을 썼고, 그런 문제 의식으로 평생을 살았는데.. 아마 노년은 인권에 대해서 생각하면서 살아가지 않을까 싶기도 하다. 

아마 평생 그랬던 것처럼 시대의 어려운 사람들이나 힘든 일 옆에 서 있으려고는 할 것 같다. 나는 높은 곳, 영광스러운 곳을 보면서 살지는 않았다. 거품 없이 살고 싶었고, 허세 없이 살고 싶었다. 그리고 행복하게 살고 싶었다. 아이들 둘 키우다 보니까. 문제가 없는 날은 하루도 없다. 정말로 머리 아프고 해결하기 어려운 문제가 있는 날 그리고 그보다 좀 덜 골치 아픈 게 있는 날, 그런 날들만 있다. 그 안에서 느끼는 게 행복이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행복은 모든 일이 다 끝나고 오는 것은 아니다. 그런 행복은 없다. 그냥 판타지일 뿐이다. 뒹굴면서 잠시 만나는 게 행복이라고 생각한다. 

작년에는 책을 못 냈다. 연초에 좌파 에세이가 나오기는 했는데, 그건 제작년에 썼던 책이 출간만 일정상 작년으로 넘어온 것이었고. 

아버지가 2년 전 겨울에 쓰러지시고, 몇 달 동안 병원에 누워 계시다가 돌아가셨다. 주로 주말에 병원에 몇 달간 있었고, 그게 끝나고 나서는 무리했던 막내 동생이 쓰러졌다. 진짜 한해에 두 번 상 치르게 될까봐 시껍했다. 다행히 막내 동생은 의식이 며칠만에 돌아왔다. 그리고 둘째가 병원에 입원했다. 그 와중에 씩씩하게 잘 버텨준 큰 애한테 고맙다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 집 어린이들에게 게임기 사준다고 약속한 것은 연초였다. 큰 애가 게임기 있는 친구 집에 놀러가고 싶어하고, 집에서는 틈만 나면 게임 유튜브 보다가 혼나고, 그런 게 이래저래 좀 안되었다 싶었다. 그러다가 둘째가 힘들어지고.. 결국 닌텐도 사줬다. 그게 행복을 줄까 싶지만, 우리 집 어린이들과 나 사이의 타협 같은 것 아니겠나 싶다. 

나는 주로 에디터들과 오랜 기간 호흡을 맞추면서 책을 준비하는 편이다. 좋은 점도 있고, 나쁜 점도 있다. 최근에 에디터들이 회사를 옮기면서 몇 권이 중간에 붕 뜨게 되었다. 나도 정신이 없고, 준비도 덜 되고, 그래서 그냥 시간만 지나가게 되었다. 최근에야 정리를 좀 했다. 

이제는 나도 나이를 먹었다. 예전에는 책상에 앉아 있는 시간도 더 길었고, 움직이는 범위도 더 컸다. 이제는 그때처럼 술을 많이 마시지도 않고, 그렇게 새로운 사람들과 열정적으로 얘기하지도 않는다. 얻어걸리는 얘기도 줄어들었다. 그냥 할 수 있는 범위 내에서 필요한 얘기들을 정리할 뿐이다. 

저출생에 관한 책과 도서관 경제학은 순차적으로 붙여서 쓰는 중이다. 워낙 오랫동안 밀리기도 했고, 이제는 더 미루기도 그렇다. 

보통 진보와 보수가 모두 동의할 수 있는 일이 그렇게 많지는 않은데, 도서관이 거의 유일한 아이템이기도 하다. 그런데 윤석열 정권이 좀 묘한 게, 도서관 문 닫는 일에 열심이다. 도서관 만들기가 얼마나 힘든데, 그걸 그냥 문을 닫으려고 하나 싶다. 마포구에서 촉발된 논쟁인데, 생각보다는 본질적인 얘기인 것 같다. 도서관은 뭐고, 책은 뭐고, 그런 생각을 좀 정리해보려고 한다. 

원래는 도서관 경제학과 책에 대한 에세이 두 권으로 디자인을 했었다. 사회적 경제 준비하면서 같이 준비된 책이니까. 진짜 오래된 얘기다. 책에 관한 에세이는 안 쓰기로 했다. 내 책도 겨우겨우 팔면서 책이란 이런 거다, 이렇게 쓰면 도움이 된다, 그런 얘기할 처지가 아니다. 꽤 긴 시간 동안 여러 권의 책을 쓰면서 나도 일종의 작업 노하우나 루틴 같은 게 생겼다. 그런 얘기를 좀 차분하게 해볼까 했었는데, 내 문제도 제대로 못 푸는 형편이다. ‘바담 풍’ 하게 생겼다. 그래서 이 책은 없애기로 했고, 그 대신 최근에 많이 생각했던 죽음에 대한 에세이를 별도로 준비하기로 했다. 지난 몇 년간 국립정신건강센터 자문을 하면서, 우울증과 자살 특히 이런 문제의 행정적 절차에 꽤 깊이 관여하게 되었다. 그리고 나도 늙어가면서 생겨난 변화들이 좀 있다. 

많은 사람들이 노화를 부정한다. 아니 부정하려고 하는 것 같다. 한국에서는 경제적인 이유로 더 그렇다. 은퇴 준비가 안 된 경우가 태반이다. 그래서 좋든 싫든, 어떻게든 더 돈을 벌어야 한다. 그거야 어쩔 수 없는 경제적 상황이지만, 그렇다고 늙어가는 것 자체를 받아들이지 못하면, 그건 성숙이 아니라 미성숙으로 가는 길이라고 가끔 생각을 했다. 

올 하반기에는 인권연대랑 같이 ‘경제와 인권’에 대한 강의를 하기로 했다. 대학교 한 학기 준비하는 것과 비슷한 정도가 될 것 같다. 아마 이건 좀 손을 보고 내년에 나가게 될 것 같다. 

내년에는 그 외에도 두 권이 더 있다. 올해 도서관 경제학 자리에 있다가 내년으로 넘어간 것이 젠더 경제학이다. 벌써 몇 년째 계속 뒤로 미루어지고 있는데, 내년 상반기에는 정리하려고 한다. 그리고 계약상 밀려 있는 마지막 책이 10대를 위한 경제학책이다. 이것도 사연이 좀 많다. 안 해 본 출판사인 북멘토랑 하기로 했다. 

이렇게 내년까지 가면 계약 해 놓고 아직 마무리 못한 책들이 다 끝난다. 중간에 시급한 책이 끼어들어 올 수는 있는데, 지금 상황으로서는 별로 그럴 것 같지는 않다. 아버지 상 등 이것저것 개인사가 많이 끼어들어서 뒤로 밀린 것들을 이제서야 정리할 일정을 짰다. 그냥 묵묵하게 그리고 아주 조용하게 살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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둘째가 요즘 이래저래 어려운 시간을 보내는 중이다. 어제 저녁 때는 호주산 우둔살이 싸서, 그걸로 육회 해주고, 남은 건 버터 구이 해줬다. 

오늘 아침에 학교 가는 둘째한테 뭐 먹고 싶은 게 있냐고 물어봤더니 한참 고민하다가 양고기라고 그랬다. 양고기 아니면 양갈비? 양갈비랜다. 양갈비 주문했다. 주말에는 양갈비 해주고, 다음 주에 육회 한 번 더 해주기로 했다. 

곰곰이 생각해보면, 인생에서 내 경쟁력은 딱 두 가지인 것 같다. 내가 먹고 싶은 건 어지간한 건 그냥 해먹고 사는 삶. 내가 해먹으면 재료 듬뿍듬뿍, 식당에서의 아쉬움 같은 것을 그렇게 해소한다. 그리고 모닝 타고 다녀도 전혀 불편하지 않은 것. 차 살 돈으로 우리 집 어린이들 먹고 싶어하는 거 해준다. 

별로 경쟁력 없는 인생인데, 그래도 경쟁력 두 가지는 있다고 생각하고, 더워지기 시작하는 오후를 그냥 버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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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정부 1년을 맞아, 공무원들에게 쓸 데 없는 생각하면 전부 인사 조치하라고 했다. 그렇게 할 거라고 생각한다. 

굳이 구분을 하자면, 검사들 동원했던 지난 1년간은 공안 국면이었고. 이제 그 힘을 바탕으로 범죄자 아닌 사람에게도 인사권을 기반으로 언제든지 칠 수 있다고 하는 지금부터는 공포 국면이 아닐까 한다. 골프장 가지 말라고 했던 적은 있어도, 이렇게 대놓고 공무원들에게 말 잘 들으라고 했던 대통령이 있는지, 잘 기억이 나지 않는다.

https://www.hani.co.kr/arti/politics/politics_general/1091141.html?_fr=mt2 

 

30%대 지지율 위기감…인사권 무기 ‘공직사회 충성’ 압박

[윤 대통령 취임 1년] 윤 대통령 “과감하게 인사” 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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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키즈 존..

잠시 생각을 2023. 5. 5. 02:05

용혜인 멋있다는 생각을 처음 했다. 

내가 세상에서 본 가장 황당한 혐오가 아동 혐오였다. 좀 이상했다.

한동안 연남동에 자주 갔었는데, 노키즈존이 늘어나면서 자연스럽게 안 가게 되었다. 

마지막으로 제주도 간 게, 국밥 집에서 우리 집 어린이들 받기가 좀 그렇다고 한 이후로.. 아직 제주도에 안 갔다. 그 사이 제주도에서 하는 행사가 아주 없지는 않았는데, 그냥 행사를 안 가고 말았다. 

노키즈 존에 대해서 저항할 수 있는 게, 현재로서는 그냥 안 가는 것 외에는 없었다.. 

 

https://www.hani.co.kr/arti/politics/assembly/1090582.html?fbclid=IwAR0jxI07SrKBsDW-q6T8diea0iXnfiShBviCOO_4BMSKJJ1Gk5MeSFPdYxo 

 

용혜인 “노키즈존 없애자”…두 살배기 아들과 국회 기자회견

“어린이 패스트트랙 제도도 추진”

www.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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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빌 액션..

영화 이야기 2023. 5. 4. 18:07

 

요즘 존 트라볼타가 나오는 영화 <시빌 액션>을 봤다. 시빌 액션은 시민 행동이라기 보다는 민사 소송의 의미가 더 강한 것 같다.  존 트라볼타도 인상적이었지만, 상대편 노회한 변호사가 존 트라볼타 갖고 놀면서 노련하게 자빠뜨리는 과정이 꽤 기억에 오래 남을 것 같다. 찾아보니까 로버트 듀발. 이게 누구야? 아이고, <지옥의 묵시록>에 나왔던 바로 그 중령이다. 

영화는 미국 매사추세츠 한 작은 마을에 생겨난 백혈병으로 사망한 자녀들의 부모가 대기업 공장을 상대로 민사 소송을 걸면서 시작한다. 세척 과정에서 아세톤과 톨루엔 등을 강에 흘려보냈고, 공장은 이걸 은폐했다. 여기에 필요한 지질 조사 등 조사 비용을 작은 로펌에서 부담하기가 어려워서, 결국 재판은 지고, 열성적인 변호사는 물론 그의 동료들까지 집 등 모든 것을 차압당하고 결국 파산하게 된다. 나중에 파산한 변호사가 파산 법정에 불려가는데, 개인 소유물은 작은 트랜지스터 라디오가 전부인 상태. 그리고 재판은 제대로 해보지도 못하고 진다. 결정적 증거를 찾아서 항소하려고 하지만, 이미 망한 로펌은 그걸 감당하지 못한다. 뒷맛이 쓰다. 

결국은 미국 환경청(EPA)가 재판에 들어와서 증거 소각 등을 이유로 대기업 쪽에 섰던 변호사들 싹 다 발라버리고, 미국 최대의 환경정화 프로젝트가 시작되었다.. 요런 뒷얘기다. 

용산에서 토양 정화 과정 없이 공원을 만들어서 “어린이들 오세요” 하는 걸 보면서 영화 <시빌 액션>이 생겨났다. 결국은 한국에서도 부모들이 길고 긴 소송을 하게 될 것 같다는 생각이 잠시. 영화와의 차이점은 미국은 환경청이 결국 소송에 나서서 대역전극을 이루게 되지만, 한국에서는 국토부와 환경부를 상대로 재판을 해야 한다는 게 차이점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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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밀려 있는 거 생각하면 한숨부터 나기는 한다. 밀려도 너무 밀렸다. 내년까지는 꼼짝할 공간이 없다. 이게 뭔가 잘 되서 그런 게 아니라, 진작에 썼어야 하는 게 이래저래 밀려서 그렇다. 

2년 전 가을에 둘째가 병원에 입원했고, 좀 있다가 아버지 쓰러지시고. 아버지 상 치르고, 좀 있다 또 둘째 병원 입원하고, 이러다 보니까 지금 딱 이 형편이다. 도저히 시간 관리가 안 되어서 작년에는 학교도 그만두었다. 좀 낫다. 

미루고 미룬 책 두 권을 이제는 정리하려고 한다. 저출산에 관한 책이 하나 있고, 도서관 경제학도 이번에는 마무리하려고 한다. 

두 권 다 강연이 좀 필요한 책이기는 한데, 지난 가을부터 강연 일정은 거의 안 잡고 있다. 언제 둘째가 아플지도 모르고, 이래저래 곤란했다. 도서관 경제학 같은 경우도 강연이 자신이 없어서 내년으로 다시 넘길까 했는데.. 이게 그냥 미룬다고 해결될 일이 아닌 것 같아서 올해는 정리하려고 한다. 

먼저 할 건 저출생 얘기다. 사실 진작에 냈었어야 했는데, 앞의 일정들이 끝나지 않아서 많이 늦어진 책이다. 할 말이 없다. 이런저런 제목을 생각해보다가 거의 최종 버전으로 잡혔던 게 “모두의 문제는 아무의 문제도 아니다”였다. 느낌은 딱 이건데, 너무 길다. 그리고 문장이 입에도 잘 안 붙는다. 그래서 결국 한 발 양보, “모두의 문제”라고 줄이기로 했다. 

부제에는 ‘10대’라는 키워드를 넣을 생각이다. 사실 10대라는 말이 좀 애매하기는 하다. 중학교와 고등학교를 합친 건데, 그 사이에는 어마무시한 변화가 있다. 요즘은 고등학생과 대학생을 묶어서 하나의 집단으로 보기도 하는데, 그것도 좀 애매하고. 예전에는 고등학생과 대학생 사이에 엄청난 취향의 차이가 있었는데, 요즘에는 별로 그렇지도 않은 것 같다. 문화적 취향으로는 한 집단으로 묶는 게 더 효과적이라고 하는 것 같다. 

10대에게 얘기하기, 이게 참 어려운 일이다. 몇 번 시도해봤는데, 별로 효과는 없었다. <생태요괴전> 낼 때만 해도, 10대 대상의 책으로도 만 부 넘기는 건 일도 아니었었다. 그렇지만 그건 정말 오래 전 일이다. 

책에서 누구랑 얘기할 것인가, 이걸 정하는 건 꽤 중요한 일이다. 난의도와 깊이 이런 것들이 많이 결정된다. 

이 책의 청자를 10대로 정한 건, 이제 우리 집 어린이들도 10대에 들어섰기 때문이기도 하다. 자식에게 해주는 얘기 같은 톤으로 이 복잡한 얘기들을 풀어보려고 한다. 아무려면 아비가 자식에게 해로운 얘기들을 해주겠느냐.. 나도 그런 심정이다. 

대략적으로 10여년 전에 탈계몽의 시대에 대한 얘기를 많이 했던 것 같다. 계몽.. 그딴 거 통하지 않은지 이미 좀 된다. 누가 이래라 저래라 한다고 해서 들을 사람은 없는 시대가 아닌가 싶다. 나도 그런 계몽에 대한 얘기를 하고 싶은 건 아니다. 앞으로 우리는 어떻게 될 것인가, 무슨 변화가 올 것인가, 이런 얘기들을 좀 차분하게 해보고 싶다. 

인구가 줄면 더 많은 사랑이 생겨날 것 같지만, 우리의 경우는 더 많은 혐오가 생겨난 것 같다. 

경쟁압에 대한 얘기를 이번에 본격적으로 해보려고 하고, 북유럽 국가들과 한국과의 차이점에 대해서 좀 더 진지하게 들여다보려고 한다. 

왜 우리는 누군가 사라졌으면 좋겠다고 생각하게 되었는가? 그런 질문들을 좀 던져볼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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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만에 야옹구. 깔개를 좀 큰 걸로 바꿔줬더니, 그 위에서 산다. 몇 달 전에 캣타워 치우고 깔개 사줬을 때는 한 달 정도 본 척도 안 했다. 그냥 둬 봤더니, 한 달 지나니까 그 위에 올라가기 시작. 

같이 살면서 나도 참 많은 것을 배웠다. 사랑하는 것이 무엇인지, 그걸 가진 것 같다. 사람은 사랑하면서, 특히 자식의 경우는 소유하고 싶어진다. 고양이는, 같이는 살아도, 소유할 수는 없는 존재가 아닌가 한다. 말 드럽게 안 처먹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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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집 둘째는 오늘 꼼짝 없이 입원하게 되는 줄 알았는데, 지난 밤에 잘 잤는지, 좀 상태가 나아졌다. 여전히 기침은 많이 하지만, 그래도 소리는 좀 나아졌다. 이제는 월요일날 학교 갈 수 있는 게 또 큰 도전이다. 사흘째 집에 있었다. 

저녁 때에는 둘째가 좀 나아져서 동네 식당에 가서 밥 먹고 왔다. 안 그러면 둘째는 정말 하루 종일 집에만 있게 되어서. 둘째는 간만에 크게 웃었다. 

둘째는 태어날 때 숨을 못 쉬었다. 세 살 때 봄, 연거푸 병원에 입원하면서 나는 하던 일들을 모두 그만두었다. 둘째가 계속 아파서 짧은 육아 휴직 후에 복직을 하지 못한 아내는 회사와 소송을 하는 것도 검토했는데, 이게 대법원까지 가고 워낙 힘들다고 해서 그냥 있었다. 나는 애들을 보기 시작했고, 아내는 취업 준비를 했다. 지금 생각해도 그게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의 선택이었다. 

나는 아무 일도 하지 않았고, 둘째는 초등학교 3학년이 되었다. 아직은 봄, 가을에 미세먼지 심할 때쯤이면 병원에 입원을 한다. 작년 가을에는 정말 자다가 호흡곤란으로 죽을 뻔했다. 응급실에서 괜찮아지기는 했는데, 입원할 병동이 없어서 애를 좀 먹었다. 사람들은 호흡기 질환이라고 하면 뭐, 뭐 잘 먹으면 된다고 말한다. 그렇기는 할텐데, 빨리 병원에 못 가면 정말 호흡곤란으로 위험해진다. 원래 그렇게 태어났다. 물론 병원에 빨리 가면 사실 별 일은 아니다. 병원 호흡기 치료는 좀 독한 약을 쓰는데, 가정에서 하는 치료약은 그렇게 독한 걸 주지는 않는다. 병원에 입원해서 2~3일 치료하면 정말 거짓말처럼 금방 낫는다. 물론 후유증이 한두 달은 간다. 

이번은 이렇게 넘어간 것 같은데, 앞으로도 몇 번은 더 이렇게 버텨야 할 것 같다. 아픈 애가 있어서 감기라도 걸리면 초비상 상태가 된다. 가끔 “애는 부인이 보는 거 아니냐”고 말하는 사람들이 있기는 하다. 물론 웃고 “곤란하다”고 대답하기는 하는데, 세상 물정 모르는 사람이라는 생각이 속으로 들기는 한다. 

그런 시간을 거치면서 내 삶도 좀 변하기는 했다. 그냥 나는 내 호흡대로 살아간다. 할 수 있는 것만 하고, 그것도 최소한만 한다. 그나마도 제 시간에 하기가 어렵다. 그래도 할 수 없다. 별로 흔들림이 없는 삶이 되었다. 그게, 별로 흔드는 사람도 없고, 흔들릴 것도 없어서 그렇다. 딱히 하는 일이 없으니까 말이다. 우리 집 어린이들과 시간을 보내면서, 살살 아주 살살 살아간다. 그런 삶도 나쁘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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둘째가 감기라서 오늘 학교에 못 갔는데, 내일도 못 갈 것 같다. 지난 가을에도 천식으로 입원을 했었는데, 그냥 잘 버티기를 바랄 뿐이다. 내일 오전에는 큰 병원 가서 호흡기 치료하고 올 예정이다. 둘째 아프면 이런저런 일정들이 아무 의미가 없어진다. 

내일은 아내가 지방 출장이고, 하루 자고 온다. 그 사이에 응급실에 가야 하고, 입원할 일 생기면 아주 곤란하다. 애가 둘이라서 입원한다고 병원에만 매달려 있을 수도 없다. 지난 번 입원할 때에는 병실이 없어서 아주 애를 먹었었다. 원래 다니던 병원에서 결국 바꾸게 되었다. 

그냥 밥만 먹고 사는 데도 해결해야 할 일이 적지 않다. 

저녁 먹고 잠깐 쉬려고 하는데, 후배들이 술 마시다가 전화 왔다. 다들 모여 있다고 나오라고 하는데, 가고 싶은 마음은 굴뚝이지만.. 그럴 형편이 안 된다. 오랫동안 못 본 후배들이기는 한데, 내가 요즘 사는 게 좀 그렇다.. 

그래도 늘 웃으면서 지내려고 한다. 그렇게 유명한 가수는 아니지만, 목소리가 너무 좋아서 틈틈이 듣는 할리 로렌의 on the sunny side of the street를 들었다. 기분이 다시 좋아졌다..

https://youtu.be/SizLYsIhor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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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주 일요일날 아버지 기일이라 봉안당에 갔었는데, 둘째가 땀을 흘리더니 결국 감기가 걸렸다. 병원 갔다왔고, 오늘은 학교 못 갔다. 학교 하루 안 가는 건 괜찮은데, 봄, 가을로 미세먼지 심해지는 때에 한 번씩 결국 입원을 해서, 다시 긴장감이 자욱하게 깔리는.. 

점심 간단히 챙겨주고, 오후에 감자 튀김 해줬다. 잠시 후 큰 애가 와서 배고프다고 해서 다시 한 번 더 감자튀김. 몇 년 전만 해도 후라이팬에 한 번 튀기면 둘이 다 먹었는데, 이제 그런 건 택도 없고, 한 번 튀기면 한 번 먹으면 끝이다. 

튀김기를 쓰고 싶은 마음은 굴뚝인데, 쓰고 난 식용유를 처리할 방법이 없다. 쇠고기 탕수육 같은 거 어린이들 해주고 싶은데, 포기.. 간단한 건 그냥 후라이팬에 기름 약간 넉넉하게 두르고 그냥 한다. 

유학 시절 초창기에 잠시 기숙사에 지냈는데, 여기가 요리를 할 수 있는 여건이 전혀 안 되었다. 나도 익숙하지 않았고. 결국 궁리 끝에 전기 튀김기를 사서 그걸로 밥 하던 시절이 있었다. 좀 그렇기는 한데, 밥이라는 게 결국 쌀 넣고 끓이면 되는 거라서, 그냥 먹을 수 있는 밥이 되었다. 이탈리아 쌀로 했는데, 사실 그 시절에 입맛이 바뀌어서 나는 긴 쌀을 더 맛있게 먹게 되었다. 훌훌 날린다고 싫어하는 사람은 엄청 싫어하는데, 버터 넣고 고추장에 비비면 상당히 맛있다. 반찬 좀 헐렁해도 맛있게 먹을 수 있다. 그 맛이 그리워서 요즘도 먹을 거 없으면 가끔 해먹는다. 그래도 쌀이 영 파이라.. 이탈리아 쌀로 튀김기에 밥하면, 그냥 해도 리조또 분위기다. 

인권연대랑 좀 상의를 했는데, 하반기에 ‘경제와 인권’ 정도의 제목으로 일종의 기획 강좌를 열기로 했다. 나도 안 해본 고민이라, 시간이 좀 필요하다. 원래 일정들이 있어서, 그 사이에 끼워넣기 위해서는 당장은 좀 어렵기도 하고. 

기본 가정은 그렇다. 선진국이 되면 인권이 중요해진다. 그런데 우리나라는 압축성장을 하느라 인권에 대한 강조가 자리잡기 전에 외형적으로 이미 선진국이 되었다. 그래서 덩치와 인권 사이에 불균형이 생겨났다. 그런데 검사 정권이 들어왔다. 검사는 인권과는 좀 거리가 먼 사람들이라서, 인권과는 아무 상관이 없는 통치가 벌어졌다… 

이런 가설하에 경제 문제를 살펴보고, 인권과 권리의 관점에서 지금 산적한 문제들을 재해석하는 일들을 좀 해보려고 한다. 대체적으로 지난 20년 동안 한국의 시민단체들은 신자유주의가 문제다, 그리고 그 문제를 풀기 위해서는 이렇게 해야 한다, 그런 반 신자유주의라는 광범위한 프로그램들을 제시했다. 그걸 외형적으로 축약한 개념이 복지다. 신자유주의는 복지를 줄이려고 한다, 그러니까 우리는 복지를 더욱 강화.. 

요랬는데, 검사 정권에서는 이게 문제를 일으키게 되었다. 애당초 보수도 아니고, 그렇다고 신자유주의는 더더욱 아닌, 그런 전통은 물론이고 계통도 없는 게 검사 정권의 특징이 아닌가 싶다. 이게 대체 계통이 없으니까, 신자유주의도 아니고, 뭣도 아니다. 신자유주의도 워싱턴 컨센서스로 불릴만큼, 워싱턴과 뉴욕 월가 사이에 광범위하게 퍼진 암묵적 동의 같은 것이고, 의외로 정교하다. 검사 정권은 정교함과는 좀 거리가 멀다. 그렇지만 그 특징 중의 하나가 인권에 대한 생각 자체가 없다는 것.

요런 간단한 틀을 가지고 한국 경제의 핵심적인 문제들을 살펴보는 게, 내가 해보려고 하는 거다. 

대학교 교양 과목 하나를 만든다고 생각하면 대체적으로 비슷하 분량의 작업이다. 10강 정도면 익숙한 분량이고, 한 학기 분량 정도 된다. 여기에 내 수업에서는 늘 하던 강의 끝의 쪽글 10개, 그렇게 구성하면.. 나한테는 익숙한 일이다. 

한국에서 인권을 얘기하면 보통 residual, ‘잉여항’ 정도로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일단 밥부터 먹고, 그리고 나서 다음 욕구를 해결하는. 인건 이전에 기본적으로 충족해야 하는 욕구 같은 게 존재한다는.. 그런 게 익숙한 사유일 것이다. 

이게 이론적으로나 역사적으로나, 전혀 검증된 적이 없는 개똥 철학이다. 실제 현실은 그렇게 전개되지 않았다. 그런 얘기들부터 한 학기짜리 강의를 한 번 구성해보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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