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 일요일날 아버지 기일이라 봉안당에 갔었는데, 둘째가 땀을 흘리더니 결국 감기가 걸렸다. 병원 갔다왔고, 오늘은 학교 못 갔다. 학교 하루 안 가는 건 괜찮은데, 봄, 가을로 미세먼지 심해지는 때에 한 번씩 결국 입원을 해서, 다시 긴장감이 자욱하게 깔리는.. 

점심 간단히 챙겨주고, 오후에 감자 튀김 해줬다. 잠시 후 큰 애가 와서 배고프다고 해서 다시 한 번 더 감자튀김. 몇 년 전만 해도 후라이팬에 한 번 튀기면 둘이 다 먹었는데, 이제 그런 건 택도 없고, 한 번 튀기면 한 번 먹으면 끝이다. 

튀김기를 쓰고 싶은 마음은 굴뚝인데, 쓰고 난 식용유를 처리할 방법이 없다. 쇠고기 탕수육 같은 거 어린이들 해주고 싶은데, 포기.. 간단한 건 그냥 후라이팬에 기름 약간 넉넉하게 두르고 그냥 한다. 

유학 시절 초창기에 잠시 기숙사에 지냈는데, 여기가 요리를 할 수 있는 여건이 전혀 안 되었다. 나도 익숙하지 않았고. 결국 궁리 끝에 전기 튀김기를 사서 그걸로 밥 하던 시절이 있었다. 좀 그렇기는 한데, 밥이라는 게 결국 쌀 넣고 끓이면 되는 거라서, 그냥 먹을 수 있는 밥이 되었다. 이탈리아 쌀로 했는데, 사실 그 시절에 입맛이 바뀌어서 나는 긴 쌀을 더 맛있게 먹게 되었다. 훌훌 날린다고 싫어하는 사람은 엄청 싫어하는데, 버터 넣고 고추장에 비비면 상당히 맛있다. 반찬 좀 헐렁해도 맛있게 먹을 수 있다. 그 맛이 그리워서 요즘도 먹을 거 없으면 가끔 해먹는다. 그래도 쌀이 영 파이라.. 이탈리아 쌀로 튀김기에 밥하면, 그냥 해도 리조또 분위기다. 

인권연대랑 좀 상의를 했는데, 하반기에 ‘경제와 인권’ 정도의 제목으로 일종의 기획 강좌를 열기로 했다. 나도 안 해본 고민이라, 시간이 좀 필요하다. 원래 일정들이 있어서, 그 사이에 끼워넣기 위해서는 당장은 좀 어렵기도 하고. 

기본 가정은 그렇다. 선진국이 되면 인권이 중요해진다. 그런데 우리나라는 압축성장을 하느라 인권에 대한 강조가 자리잡기 전에 외형적으로 이미 선진국이 되었다. 그래서 덩치와 인권 사이에 불균형이 생겨났다. 그런데 검사 정권이 들어왔다. 검사는 인권과는 좀 거리가 먼 사람들이라서, 인권과는 아무 상관이 없는 통치가 벌어졌다… 

이런 가설하에 경제 문제를 살펴보고, 인권과 권리의 관점에서 지금 산적한 문제들을 재해석하는 일들을 좀 해보려고 한다. 대체적으로 지난 20년 동안 한국의 시민단체들은 신자유주의가 문제다, 그리고 그 문제를 풀기 위해서는 이렇게 해야 한다, 그런 반 신자유주의라는 광범위한 프로그램들을 제시했다. 그걸 외형적으로 축약한 개념이 복지다. 신자유주의는 복지를 줄이려고 한다, 그러니까 우리는 복지를 더욱 강화.. 

요랬는데, 검사 정권에서는 이게 문제를 일으키게 되었다. 애당초 보수도 아니고, 그렇다고 신자유주의는 더더욱 아닌, 그런 전통은 물론이고 계통도 없는 게 검사 정권의 특징이 아닌가 싶다. 이게 대체 계통이 없으니까, 신자유주의도 아니고, 뭣도 아니다. 신자유주의도 워싱턴 컨센서스로 불릴만큼, 워싱턴과 뉴욕 월가 사이에 광범위하게 퍼진 암묵적 동의 같은 것이고, 의외로 정교하다. 검사 정권은 정교함과는 좀 거리가 멀다. 그렇지만 그 특징 중의 하나가 인권에 대한 생각 자체가 없다는 것.

요런 간단한 틀을 가지고 한국 경제의 핵심적인 문제들을 살펴보는 게, 내가 해보려고 하는 거다. 

대학교 교양 과목 하나를 만든다고 생각하면 대체적으로 비슷하 분량의 작업이다. 10강 정도면 익숙한 분량이고, 한 학기 분량 정도 된다. 여기에 내 수업에서는 늘 하던 강의 끝의 쪽글 10개, 그렇게 구성하면.. 나한테는 익숙한 일이다. 

한국에서 인권을 얘기하면 보통 residual, ‘잉여항’ 정도로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일단 밥부터 먹고, 그리고 나서 다음 욕구를 해결하는. 인건 이전에 기본적으로 충족해야 하는 욕구 같은 게 존재한다는.. 그런 게 익숙한 사유일 것이다. 

이게 이론적으로나 역사적으로나, 전혀 검증된 적이 없는 개똥 철학이다. 실제 현실은 그렇게 전개되지 않았다. 그런 얘기들부터 한 학기짜리 강의를 한 번 구성해보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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