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출산 책은 이제 맨 뒤의 두 꼭지를 남겨놓고 있다. 봄에 끝낼 줄 알았는데, 집에 크고 작은 사건사고가 계속 있었다. 많이 늦어졌다. 이래저래 여러가지 일정들이 꼬였다. 하긴. 내 인생이 언제 꼬여 있지 않은 적이 있었나 싶다. 그냥 이렇게 버티면서 살아가는 수밖에 없다. 그래도 웃음을 잃었던 적은 별로 없는 것 같다. 아마 두 꼭지 마저 끝내고 나면 잠시 홀가분할 것 같다. 

도서관 경제학과 죽음 에세이는 순서를 바꾸기로 했다. 도서관 경제학도 아주 늦어진 책이기는 한데, 기왕 하는 거 조금 더 공을 들이기로 마음을 먹었다. 이 책의 앞부분은 원래는 필라델피아에서 쓸 생각이었다. 그런데 일정을 잡으려고 할 때 코로나가 시작되었다. 그리고 다시 일정을 잡지 못했다. 꼭 그래야 하는 건 아니지만, 그래도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은 다 하고 싶었다. 

겨울에서 봄 사이, 일정이 적당한 때를 잡아서 필라델피아에 가기로 했다. 돈이 좀 들기는 하고, 책으로 그 돈을 빼기는 쉽지 않지만.. 지금까지도 책 작업할 때 연구비를 아낌없이 털어 넣었었다. 이제 와서 본전 생각하는 건, 왠지 나답지 않아서.. 그냥 돈을 좀 쓰기로 했다. 이래저래 순서를 좀 바꾸어야 할 이유가 생겼다. 

책이 과연 이 시대에 무엇을 할 수 있을까, 그런 생각을 할 수도 있지만, 사실 책을 쓰는 게 내가 제일 잘 할 수 있는 일이다. 책은 혼자서는 아무 것도 못하고, 읽는 사람이 있어야 조그만 변화라도 시작할 수 있다. 그래도 새로운 생각을 만드는 데에는 아직은 책이 가장 유용한 수단인 것 같다. 

계단식 변화는 곤충들의 성장, 즉 탈피하는 동물들의 성장을 묘사할 때 많이 쓰는 용어다. 공룡은 직선 방향으로 성장하는데, 곤충들은 그렇지 않다. 내 경우에는 생각도 그런 것 같다. 조금씩 느는 게 아니라, 책을 한 권 정리할 때마다 커지는 것 같다. 워낙 집중적으로 하나의 일들을 계속해서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걸 괴롭다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는 것 같기는 한데, 내 경우에는 그렇게 괴롭지는 않다. 그렇다고 너무 즐거워서 자주 하고 싶다고 생각하는 것은 아니지만, 살면서 겪는 다른 종류의 어려움보다 더 힘들거나 괴롭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그리고 기왕에 하는 거라면, 좀 즐기려고 생각을 한다. 하루하루를 지워버리고 싶은 시간의 연속으로 이해하고, 삶의 일부를 피해가는 과정으로 생각하고 싶지는 않다. 그렇게 생각하면 20년 동안 책을 쓰면서 살지는 못한다. 그냥 내 삶의 일부일 뿐이다. 

책 쓸 때 가장 큰 건, 역시 보람이다. 안 해 본 생각을 하고, 안 해 본 방안을 생각하는 일은 보람있는 일이기는 하다. 그건 사회과학이라는 장르가 갖는 장점일 수도 있다. 사회과학의 경우는 자신을 위해서 쓰지는 않는다. 결국은 사회 속에 있고, 사회적인 일이다. 

그래도 그런 얘기를 너무 무겁게 하지 않고, 너무 각 잡고 하지 않으려고 노력하는 편이다. 어차피 다 사람이 살아가는 일이고, 사람이 살아가는 얘기일 뿐이다.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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