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도 조금 지나면 환갑이다. 환갑이 지나면 어떻게 살지는 아직 생각해둔 것이 없다. 어디에서 지내게 될지도 모른다. 어쨌든 ‘88만원 세대’ 스면서 시작한 경제 대장정이라고 불렀던 일련의 출간들은 환갑 전에 마무리하려고 한다. 50권째 책은 예전에 정해둔 게 있다. 윤석열이 ‘가짜 평화’라고 불렀던 바로 그 평화에 대한 얘기를 하려고 한다. 그리고 나면 아직 별 계획이 없다. 

아마 시민단체에 소소한 봉사활동 같은 거 하면서 노년을 마무리하는 삶을 살게 되지 않을까 싶다. 한 평생 아주 노곤하고 피곤한 삶을 살았다. 2005년에 첫 책을 내고, 대부분의 시간을 정말 사회 최전선에서 살았다. 한때는 격렬했고, 한때는 덜 격렬했고, 그런 차이만 있는 것 같다. 

그렇게 평생을 살 수는 없고, 그럴 생각도 없다. 그냥 내가 누리면서 살았던 많은 것들을 다시 사회와 자연에 돌려주고 사는 삶, 그런 정도만 생각한다. 생태 문제로 박사 논문을 썼고, 그런 문제 의식으로 평생을 살았는데.. 아마 노년은 인권에 대해서 생각하면서 살아가지 않을까 싶기도 하다. 

아마 평생 그랬던 것처럼 시대의 어려운 사람들이나 힘든 일 옆에 서 있으려고는 할 것 같다. 나는 높은 곳, 영광스러운 곳을 보면서 살지는 않았다. 거품 없이 살고 싶었고, 허세 없이 살고 싶었다. 그리고 행복하게 살고 싶었다. 아이들 둘 키우다 보니까. 문제가 없는 날은 하루도 없다. 정말로 머리 아프고 해결하기 어려운 문제가 있는 날 그리고 그보다 좀 덜 골치 아픈 게 있는 날, 그런 날들만 있다. 그 안에서 느끼는 게 행복이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행복은 모든 일이 다 끝나고 오는 것은 아니다. 그런 행복은 없다. 그냥 판타지일 뿐이다. 뒹굴면서 잠시 만나는 게 행복이라고 생각한다. 

작년에는 책을 못 냈다. 연초에 좌파 에세이가 나오기는 했는데, 그건 제작년에 썼던 책이 출간만 일정상 작년으로 넘어온 것이었고. 

아버지가 2년 전 겨울에 쓰러지시고, 몇 달 동안 병원에 누워 계시다가 돌아가셨다. 주로 주말에 병원에 몇 달간 있었고, 그게 끝나고 나서는 무리했던 막내 동생이 쓰러졌다. 진짜 한해에 두 번 상 치르게 될까봐 시껍했다. 다행히 막내 동생은 의식이 며칠만에 돌아왔다. 그리고 둘째가 병원에 입원했다. 그 와중에 씩씩하게 잘 버텨준 큰 애한테 고맙다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 집 어린이들에게 게임기 사준다고 약속한 것은 연초였다. 큰 애가 게임기 있는 친구 집에 놀러가고 싶어하고, 집에서는 틈만 나면 게임 유튜브 보다가 혼나고, 그런 게 이래저래 좀 안되었다 싶었다. 그러다가 둘째가 힘들어지고.. 결국 닌텐도 사줬다. 그게 행복을 줄까 싶지만, 우리 집 어린이들과 나 사이의 타협 같은 것 아니겠나 싶다. 

나는 주로 에디터들과 오랜 기간 호흡을 맞추면서 책을 준비하는 편이다. 좋은 점도 있고, 나쁜 점도 있다. 최근에 에디터들이 회사를 옮기면서 몇 권이 중간에 붕 뜨게 되었다. 나도 정신이 없고, 준비도 덜 되고, 그래서 그냥 시간만 지나가게 되었다. 최근에야 정리를 좀 했다. 

이제는 나도 나이를 먹었다. 예전에는 책상에 앉아 있는 시간도 더 길었고, 움직이는 범위도 더 컸다. 이제는 그때처럼 술을 많이 마시지도 않고, 그렇게 새로운 사람들과 열정적으로 얘기하지도 않는다. 얻어걸리는 얘기도 줄어들었다. 그냥 할 수 있는 범위 내에서 필요한 얘기들을 정리할 뿐이다. 

저출생에 관한 책과 도서관 경제학은 순차적으로 붙여서 쓰는 중이다. 워낙 오랫동안 밀리기도 했고, 이제는 더 미루기도 그렇다. 

보통 진보와 보수가 모두 동의할 수 있는 일이 그렇게 많지는 않은데, 도서관이 거의 유일한 아이템이기도 하다. 그런데 윤석열 정권이 좀 묘한 게, 도서관 문 닫는 일에 열심이다. 도서관 만들기가 얼마나 힘든데, 그걸 그냥 문을 닫으려고 하나 싶다. 마포구에서 촉발된 논쟁인데, 생각보다는 본질적인 얘기인 것 같다. 도서관은 뭐고, 책은 뭐고, 그런 생각을 좀 정리해보려고 한다. 

원래는 도서관 경제학과 책에 대한 에세이 두 권으로 디자인을 했었다. 사회적 경제 준비하면서 같이 준비된 책이니까. 진짜 오래된 얘기다. 책에 관한 에세이는 안 쓰기로 했다. 내 책도 겨우겨우 팔면서 책이란 이런 거다, 이렇게 쓰면 도움이 된다, 그런 얘기할 처지가 아니다. 꽤 긴 시간 동안 여러 권의 책을 쓰면서 나도 일종의 작업 노하우나 루틴 같은 게 생겼다. 그런 얘기를 좀 차분하게 해볼까 했었는데, 내 문제도 제대로 못 푸는 형편이다. ‘바담 풍’ 하게 생겼다. 그래서 이 책은 없애기로 했고, 그 대신 최근에 많이 생각했던 죽음에 대한 에세이를 별도로 준비하기로 했다. 지난 몇 년간 국립정신건강센터 자문을 하면서, 우울증과 자살 특히 이런 문제의 행정적 절차에 꽤 깊이 관여하게 되었다. 그리고 나도 늙어가면서 생겨난 변화들이 좀 있다. 

많은 사람들이 노화를 부정한다. 아니 부정하려고 하는 것 같다. 한국에서는 경제적인 이유로 더 그렇다. 은퇴 준비가 안 된 경우가 태반이다. 그래서 좋든 싫든, 어떻게든 더 돈을 벌어야 한다. 그거야 어쩔 수 없는 경제적 상황이지만, 그렇다고 늙어가는 것 자체를 받아들이지 못하면, 그건 성숙이 아니라 미성숙으로 가는 길이라고 가끔 생각을 했다. 

올 하반기에는 인권연대랑 같이 ‘경제와 인권’에 대한 강의를 하기로 했다. 대학교 한 학기 준비하는 것과 비슷한 정도가 될 것 같다. 아마 이건 좀 손을 보고 내년에 나가게 될 것 같다. 

내년에는 그 외에도 두 권이 더 있다. 올해 도서관 경제학 자리에 있다가 내년으로 넘어간 것이 젠더 경제학이다. 벌써 몇 년째 계속 뒤로 미루어지고 있는데, 내년 상반기에는 정리하려고 한다. 그리고 계약상 밀려 있는 마지막 책이 10대를 위한 경제학책이다. 이것도 사연이 좀 많다. 안 해 본 출판사인 북멘토랑 하기로 했다. 

이렇게 내년까지 가면 계약 해 놓고 아직 마무리 못한 책들이 다 끝난다. 중간에 시급한 책이 끼어들어 올 수는 있는데, 지금 상황으로서는 별로 그럴 것 같지는 않다. 아버지 상 등 이것저것 개인사가 많이 끼어들어서 뒤로 밀린 것들을 이제서야 정리할 일정을 짰다. 그냥 묵묵하게 그리고 아주 조용하게 살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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