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트렉 더 비기닝>이 나오면서 옛 극장판 스타트렉 10편짜리 박스본이 나왔다.

 

난, 박스본만 보면 가슴이 설래인다. 보자마자 질렀다.

 

이래저래 4편 정도는 가지고 있고, 그 중에 하나는 미국에 있는 후배가 보내준 거라서, 지역코드에 걸려있는.

 

개인적으로는 7편 <Generation>편을 가장 좋아한다. 샹젤리제에 있던 고몽에서 봤나, 하여간 한참 힘들 때, 이걸 보면서 마냥 신났던 20대 때의 기억이 담겨 있다.

 

린 마굴리스 여사가, 스타트렉, 5분 봤는데, 순 개뻥이라고 말한 걸 얼마 전에 읽은 적이 있다. 저렇게 우주여행을 하려면, 이런 밀실이 아니라 지구 생태계와 비슷한 유형이 되어야 여행이 가능할 것이라는...

 

그런 점에서는 계속 쓰레기를 내다버리는 <월 E>의 우주선은 어떻게 물질 순환계를 형성했을까, 때때로 의문이 드는.

 

아, 한 때 우리 모두는 스팍의 열렬한 팬이 아니었던가?

 

심통맞은 얼굴로 나오는 <스타트렉 더 비기닝>을 보면서, 스팍이 왜 저래! 충격 받았었다.

 

스팍, 참 많이 늙었다. <스타워즈> 4, 5, 6 나온 박스본에 보면, 루크 스카이워커가 중년의 아저씨가 되어서 인터뷰하는 장면이 길게 나온다. 뭐야, 루크 스카이워커가 왜 저렇게 되었어?

 

데이타의 죽음 이후, 이제 스타트렉 시리즈는 안 나오나? 가장 매력적으로 생각한 캐릭터였는데...

 

하여간 스타트렉 박스본, 이번이 아니면 다시 한국에서 발매될 기회는 없을 것 같다. 요즘 DVD 시장이 완전히 죽어서, 뭐든 나오면 보일 때 사지 않으면, 다시 살 길이 없는.

 

박스본만 보면, 나는 가슴이 뛴다.

 

앞으로 한동안, 심심할 일은 없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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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랫만에 영화 <슈퍼스타 감사용>을 다시 보았다.

 

그래, 우리가 이 영화에 열광했던 적이 있었다. 꼴찌 만세, 찌질이 만세, 마이너 만세... 한국에도 그런 것들이 아름다운 것이고, 하고 싶은 일을 최선을 다하면 그것만으로도 멋진 것이라고 박수 치던 시절이 있었다.

 

2004년, 불과 5년 전의 일이지만, 꼴찌에게 기꺼이 박수를 치던 우리의 모습이 너무 멀어보인다.

 

언제부터 우리가 지금과 같이 힘을 숭배하고, 대세론이 거대한 파도를 만드는, 그런 시기가 되었을까?

 

감사용과 박철순, 과연 우리는 누구에게 투사하고, 누구를 응원하면서 살고 있을까?

 

진짜 그랬는지 모르지만, 영화로 본 삼미슈퍼스타즈는, 분위기만큼은 괜찮았다. 비록 꼴찌 팀이지만 팀내 에이스가 패전처리 투수에게, 왜 자꾸 존대말 쓰냐고 얘기하는 것.

 

많은 사람들이 간절히 바라는 그 승리는 오지 않았다.

 

그래도 무슨 상관이랴.

 

우리는 꼴찌, 패배자, 그런 것들에게 너무 아무런 가치를 주지 않는다.

 

꼴찌들이 꼴찌를 응원하지 않고 승자만을 응원하는 이 기이하며 그로테스크한 2009년의 모습, 감사용을 돌아보면서 2009년을 살았던 우리들의 모습을 다시 떠올려본다.

 

처음 영화를 보았을 때, 박철순의 20승 게임이 끝나고 혼자 덕아웃에 앉아서 우는 감사용 아니 김범수의 모습을 보면서 정말 턱없이 울었던 기억이 난다.

 

"이기고 싶었어요, 나도 한 번 이기고 싶었어요. 이길 수 있었어요."

 

이 대사가 꽤 오랫동안 기억에 남았고, 펑펑 울었던 기억도 꽤 오래 갔다.

 

힘에 대한 열광, 힘에 대한 집착, 이게 좋은 것은 아니다. 어쨌든 세상의 대부분은 패자이고, 이제 패자로 살아갈 수밖에 없는 사람들이 점점 늘어가는 것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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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불경스럽게도 내가 류승완 감독을 만날 날이 있었다.

 

이게 완전 동생 둔 형들의 얘기와 마찬가지이다.

 

류승완 감독이 해준 가장 재미있는 얘기는, 얼마 전에 그의 자식이 돼지 독감에 걸렸는데, 동생이 용한 의사를 소개시켜주겠다는 것이다.

 

그 의사, 내가 소개시켜준 사람인데...

 

장하준과 몇 달 전에 식사를 같이 한 적이 있는데, 그날도 진짜로 공들여서 애기한 건, 무슨 민주주의니 한국 경제니, 그런 얘기가 아니라 과학사 공부하는 장하준 동생에 관한 얘기였다.

 

이게 무슨 마누라 자랑하는 쪼다들도 아니고, 동생 얘기하는 형들이라니...

 

참 한심한 형들의 이야기인데, 사람 사는 게 결국 만나서 진심에 관한 애기들을 하다보면, 부인 얘기, 자식 애기 아니면 동생 얘기들인게 당연한가 보다.

 

나도 쪼다처럼 할 말 없으면, 동생 얘기나 한다.

 

형보다 잘 난 동생을 둔 사나들이 만나서 할 얘기 없으면 결국 동생 얘기나 한다. 진짜 쪼다 같은 사나들의 얘기이다.

 

장하준도 동생 얘기를 할 때면 눈에 생기가 돌고, 경제학자가 아니라 인간의 모습으로, 그리고 내 삶, 참 이거 아니다라는 모습을 보이는 것 같다.

 

류승완이 동생 얘기를 할 때의 그 눈빛, 그 때 나는 장하준의 눈빛에서 본 그 눈빛을 연상했다.

 

장하준의 동생은 가난한 적이 없었을 것이다. 그래도 장하준이 동생 생각하는 마음만은 그윽했던 것 같다.

 

류승완이 동생 얘기를 할 때, 결국 밥이나 먹고 살게 된 동생에 대한 자신감... 그 자부심은 마음 속에서 깊게 느껴졌다.

 

2.

영화 <라디오 데이즈>, 이것이야말로 류승완의 동생인 류승범을 위한 영화가 아니었던가!

 

참 이런 영화의 주인공으로 나선 류승범을 보면서 류승완이 무슨 마음이 들었을까? 내내 그런 생각을 하면서 영화를 보게 되었다.

 

얼마 전에 어떤 행사에 관계된 적이 있었다. 무조건 사람을 모아야 하는 행사인데, 류승범을 불러달라고 누군가 부탁을 했었다.

 

제기랄... 니가 류승완을 아니까, 부탁하면 될 거 아냐...

 

그 말을 뒤로 들었던 날. 그 날이 내가 처음으로 '팬심'이라는 단어를 생각한 날이었다. 난 그냥 류승완의 영화가 좋았을 뿐인데, 이렇게 저렇게 도와달라고 하는 말을 들으면서.

 

낸 못한다.

 

그 날 처음으로 '팬심'이라는 단어를 생각해냈다.

 

난 장하준의 팬은 아니고, 그의 동생의 팬이다. 사실 잠깐 장하준을 보면서 그의 동생의 얼굴이나 한 번 좋겠다는 생각을, 가슴에 손을 얹고 생각하면, 잠깐 한 적이 있다.

 

조선 최고의 천재라는 장하준의 동생, 나라고 왜 안 보고 싶겠는가. 살아있는 조선인 중 최고의 천재라고 내가 귀에 못이 박히도록 들었던 장하준의 동생, 나라고 왜 안 보고 싶었겠는가.

 

내가 정말 천재라고 생각한 외국에 있는 학자들이 내 귀에 못이 박히도록 한 얘기가 장하준 동생에 관한 얘기였다.

 

한국에 돌아오지 않는 혹은 돌아오지 못하는 학자들의 세계가 또 있기는 하다.

 

장하준은 어떻게 생각할지 모르지만, 어쨌든 그 세계에서 장하준의 동생에 대한 명성이 자자하기는 하다. 나도 얼굴이라도 한 번 보고 싶어졌을 정도이니 말이다.

 

3.

그러나 현실적으로 내가 더 높게 치는 것은 류승완의 동생인 류승범이다.

 

형을 떠난 동생이, 한국을 어떻게 생각하는지, 우리를 어떻게 생각하는지, 그리고 예술을 어떻게 생각하는지...

 

그 고스란한 느낌이 영화 <라디오 데이즈>에 담겨 있었다.

 

그 날, 방송을 할 것인지 말 것인지, 그 질문, 그 속에 경성이라는 단어의 애환의 거의 대부분이 녹아있다.

 

우와, 영화 엄청 재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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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래 내가 주로  B급 영화 감성이라서, 우리 집에 와서 DVD 목록들을 본 사람들은 의아해하면서 간다. 명화 시리즈 혹은 고전, 이런 건 거의 없다.

 

영화 공부하는 학생들이 가끔 왔다가, 도저히 취향을 모르겠다고 고개를 젖고 간 적이 있었다.

 

취향이 아니라, 그냥 B급 정서라니까.

 

하여간 요즘 너무 책을 사댔더니 용돈이 간당간당해서 한동안 DVD를 못 사다가, 큰 맘 먹고 5천원씩 하는 영화 두편, <YMCA 야구단>과 <사하라>를 샀다. 오래 전에 보기는 한 건데, 그래도 가지고 싶은 것이라서...

 

<YMCA 야구단>은, 워낙 야구 얘기를 재밌게 생각해서 처음 볼 때에는 꽤 재밌게 봤던 것 같은데, 다시 보니까, 그새 감성이 변했는지, 음...

 

예전에는 "잘하세"라는 구호가 신선하게 느껴졌던 것 같은데, 다시 보니까 이미 내용을 알고 있어서 그런지, 좀 밋밋했다.

 

그냥, 스페셜판까지 같이 들어있는 두 장짜리, 요즘은 거의 제작되지 않는 DVD가 4,900원에 할인해서 팔린다는 게 가슴 아프다는 감성을 남겨놓았다.

 

<사하라>...

 

이건 광양의 포스코 사건을 연상하게 하여주었다. 이 얘기의 소제는 사하라에 산업 폐기물 처리시설을 유치하는 것과 UN 기구 - 아마 WHO가 아닐까 - 에서 전염병을 추적하는 과정에서 만나게 되는 환자들 그리고 여기에 미국 남북전쟁의 오래된 전설까지 뒤범벅이 되는 그런 얘기인데...

 

판데믹과 생태적 위기라는 생각을 요즘 많이 해보는 중이라서 그런지, 아주 재밌었다.

 

광양 주민들의 피부질환과 관련하여 역학조사를 하자, 말자, 그런 싸움에 개입한 적이 있었다. 그 때 내가 진저리를 떤 것은, 포스코에서 부탁을 하니까, 대부분의 신문에서 싹 기사를 뺐던, 벌써 수 년 전의 일이다. 요즘도 있는지 모르겠지만, 신문사 편집국장 회의가 실제로 있다는 걸 그 때 처음 알았다.

 

야, 세상에 이럴 수가 있느냐... 그런 생각을 했지만, 영화 <사하라>에서는 그 정도가 아니라 그냥 총 들고 와서 갈겨버리는.

 

그 후에도 몇 번 더 광양에서는 유사한 환경사고들이 발생했는데, 여전히 언론에서는 아주 조그맣게 혹은 거의 다루지 않고 넘어가는 것을 본 적이 있다.

 

광고주가 그렇게 무섭더냐, 한 마디 해주고 싶었는데, 나도 사실 한 마디도 못했다.

 

포스코에서는 주기적으로 발생하는 이 사고들을 왜 맨날 덮으려고만 할까, 그런 질문들을 몇 번 한 적이 있었다.

 

그 때의 기억이 영화 <사하라>를 보면서 다시 떠올랐다.

 

삼성 태평로 본관에 석면이 문제가 된 적이 있었다. 하여간 뭔가 조치를 하기는 했다는데, 삼성 내부에서도 별로 그 건물에 들어가고 싶어하는 회사가 없기는 없나보다.

 

결국 어떤 회사가 들어가기로 했는가본데, 직원들이 과연 그 건물에 들어가면서까지 삼성에 다녀야 하는지, 아니면 그만둬야 하는지, 좀 고민하는 것 같다.

 

기술적 조취를 취했다는데, 노후한 건물에서 석면에 대해서 무슨 조치를 취한 건지, 나도 아직 잘 모르겠다. 직간접적으로 나한테 이것저것 물어보는데, 나도 정확한 내용을 잘 몰라서.

 

그냥 니 맘대로 하세요.

 

그런 몇 가지 장면들이 영화 <사하라>에 오버래핑되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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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극장에 갔다가 그냥 허탕치고 돌아왔다. 벌써 세 번째 허탕이다. 여름에 <코코 샤넬> 본 이후로 극장에서 영화를 제대로 못봤는데, 팀 버튼의 <디스트릭트> 아직도 하나 하고 나선 길인데, 여지없이 내려졌다.

 

너무 오랫동안 극장에 안 간 것 같아서, <청담보살>이라도 볼려고 했다. 정말 이걸 보다가는 손발이 오그라들면서 5톤 트럭 떠는 것처럼 떨다가 급살을 맞을 것 같았지만, 볼 게 그거 밖에는 없었다만.

 

9시 40분에 두 시간을 기다려서 11시 40분 걸 보기에는 시간이 너무 멀어서, 이것도 운명이다. 그냥 돌아왔다.

 

나는 주로 저녁 때 아니면 밤에 극장에 가는데, 어쩔 수 없이 멀티플렉스로 가는데, 걸려 있는 영화가 너무 없고, 또 종류도 너무 다 똑같다.

 

집에 와서, 결국은 쿡 티비에 돈 내고, <해리포터 혼혈왕자>를 보았다. 기다리다 기다려 내가 죽을. DVD는 12월 중순에나 출시된단다. 도대체 <레지던트 이블> 4편은 왜 안 나오는 거야?

 

요즘 1주일에 한 번씩 꼬박꼬박 보는 영화가 하나 있는데, 그게 바로 <황산벌>이다.

 

이 영화는 극장에서 아내와 봤는데, 처음 봤을 때에는 그렇게 강렬한 인상을 받지는 못했었다. 딱 꼬집어 설명하기는 어렵지만, 그야말로 뭔가 좀 아쉬운.

 

이것도 옛날 얘기이다. 요즘은 <황산벌>만한 영화도 지나가던 극장에서 가볍게 볼 수 있는 상황이 잘 없다.

 

아마 지난 몇 달 동안 <황산벌>을 내가 다시 본 횟수로는 이제 얼추 30번 정도 되는 것 같다. 나는 영화를 볼 때, 재밌다 싶으면 100번 채운다. 이렇게 100번 채우는 영화는 그렇게 많지는 않는데, 한국 영화 중에서는 <짝패>, <무사>, <엽기적인 그녀> 같은 것들이 100번 채워서 본 영화들이다.

 

100번 채우는 마음으로 영화를 보면, 열 번쯤 지나고 나면 정말로 영화가 재밌어지기 시작하고, 30번쯤 되면 대사 하나하나의 디테일들이 보이기 시작한다. 물론 머리가 좋고, 예술성이 좋은 사람들은 나같은 삽질을 할 필요는 없겠지만, 나는 별로 그렇게 예술적이지 않으니까, 그냥 때려보는 시간 투입으로 그 감성들을 잡아내는 편이다.

 

이렇게 100번을 보면...

 

냉정하게 감독이 무슨 생각을 했는지, 뭘 얘기하고 싶었는지 같은 것에서부터, 감독이나 촬영감독 같은 사람들이 생각해보지 못한 소소한 디테일까지 눈에 들어오기 시작한다.

 

게다가 어지간해서는 잠깐 스쳐지나가는 행인들의 대사 하나하나까지도 어지간해서는 외우게 된다.

 

그래도 재밌는 것들은 재밌는 것이다. 그리고 이렇게 봤을 때 재미없는 부분은, 재미없는 부분이다.

 

영화를 볼 때 절대 하지 말아야 할 것은, 보고 싶은 부분만 찾아넘기는 것이다.

 

일단은 만든 사람에 대한 예의가 아닐 뿐더러, 그렇게 보고 싶은 것만 넘겨가면서 보면, 100번을 봐도 디테일을 보는 눈을 생겨나지 않는 것 같다.

 

어쨌든 이준기 감독의 <황산벌>을 30번쯤 보고 나니, 주옥 같은 명대사들이 남는다.

 

"우린 한끼 밥을 먹어도 반찬이 40가지야"라는 벌교 병사의 외침은 극장에서도 좋았고, 그게 가장 오래 기억에 남은 대사였지만.

 

각본을 찾아보니, 최석환, 조철현, 그렇다. 조철현, 음, 내가 만났던 그 분이 이 분인지는 잘 모르겠다. 도대체 누가 이 맛갈나는 대사들을 만들어낸 것인지 찾아보고는 싶지만, 그건 팬심에 어긋난다. 주어진 자료로, 최대한 찾아보면서 이해를 해야지, 대뜸 찾아가서 물어보는 것은, 영 팬심 아니다.

 

(그러나 인터뷰나 취재 작업을 할 때는, 나도 불쑥, 이런 걸 질문하기는 한다.)

 

김유신이 관창을 비롯한 화백들을 황산벌로 보내면서 마지막에 하는 대사가 있다.

 

"전쟁은 미친기라, 미친 넘들이 하는 짓인기라"라는 대사 조금 뒤에 나온다.

 

"꽃은 화려할 때 지는기야!"

 

난설헌의 시를 읽다가 아주 유명한 시인데, <강남 노래>라는 시를 다시 읽었다.

 

2.

남들은 강남이 좋다지만

나는야 강남이 서럽기만 해요

해마다 모래밭 포구에 나가

돌아오는 배가 있나 애태게 바라만 보니

 

4.

강남 마을에서 낳고 자랐기에

어렸을 적엔 이별이 없었지요

어찌 알았겠어요, 열다섯 나이에

뱃사람에게 시집갈 줄이야...

 

5.

붉은 연꽃으로 치마 만들고

새하얀 마름꽃으로 노리개를 만들었죠

배를 세우고 물가로 내려가

둘이서 물 빠지기를 기다렸었죠

 

 

이 시를 읽으면서 마음 속에 드는 생각을 가만히 생각해보니... 영, 나도 창피한 일이지만.

 

정지영의 "꽃은 화려할 때 지는기야!"라는 대사가 떠올랐다.

 

마흔 하나, 여전히 이 말이 가슴을 찌른다.

 

꽃은 화려할 때 지는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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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승완 감독의 Timeless라는 단편영화 시사회에 다녀왔다.

 

20분짜리 단편 영화였지만, 나야 류승완 감독의 무조건 팬, 게다가 그는 그런 단편 영화에서 더욱 빛을 발하는데, 안 갈 이유가 없었다.

 

아, 정두홍!

 

씨바.

 

정두홍은 요즘은 볼 때마다 눈물 난다. 언제 하반신 마비가 올지 모른다고 얼핏 들었는데, 연골이 빈 자리를 근육의 힘으로 버티는 중이라고 한다.

 

여전히 정두홍은  "너 왜 그래"라고 한 마디가 입에서 자꾸 튀어나올려고 하지만, 어쨌든 아주 조금, 짝패보다 아주 조금, 연기가 나아지기는 했다... 고 믿으려고 한다.

 

정두홍을 잘 알고 있으면, 정두홍을 본다는 이유만으로도 영화는 재밌게 볼 수 있고, 정두홍표 액션을 원껏 볼 수 있다. 그 날 것.

 

하여간 예전에 BMW가 그렇게 한 것처럼 모토로라에서 홍보용 영화에 대한 지원을 해준 것인데, 이게 해석이 좀 어렵다.

 

류승완 감독이 요즘 경제적으로 아주 어렵다고 들었는데, 모토로라 측에서는 영화 제작 과정에서 별로 신경 쓰이게 하지는 않았다는 후일담이고, 모토로라 측에서 들은 얘기로는 최대한 류승완 감독이 불편하지 않게 하도록 상당한 배려하려고 노력했다고 한다.

 

<짝패>에 나오는 대사대로, 강한 놈이 살아남는 것이 아니라, 살아남는 것이 강한 것일지도 모른다. 한국 영화, 줄줄이 무너지는 소리가 들리고 사방에서 곡소리 튀어나오는 이즈음, 사무실 경상비를 대기 위해서 모토로라 손이라도 잡아야 하는 것에 대해서 뭐라고 할 처지는 아니고.

 

나는 극장에서 봤기 때문에 영화 감과 질은 아주 좋았고, 또 몇 가지 형식 실험 같은 것들도 생각할 거리를 던져주었다. 돈 주고 봤으면 봤겠냐고 물으면. 대답이 애매할 수밖에 없는데, 나는 B급 영화나 보는 사람이라서, 아마 봤을 거고, 정두홍 나오면 또 무조건 본다.

 

일단은 나쁘지 않은 합작이라는 생각이 들기는 하는데.

 

이런 식의 모델이 어느 정도 일반화되고 보편화될 수 있을까, 그야말로 문화경제학이라는 눈에서 좀 복잡하게 생각을 해봤지만. 아직은 조금 더 지켜볼 일일 것 같다.

 

모토로라 클래식이라는 모델이 출시되면서, 모토로라를 모티브로 만들어본 영화인 셈이다.

 

(모토로라 홈페이지에서 공개되어 있어서 누구나 바로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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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로스 포만이라는 이름은 몰라도 그가 만든 영화를 모를 수는 없다. <아마데우스>가 좀 오래된 영화라서 못 봤더라도, <뻐꾸기 둥지 위로 날아간 사나이>라는 영화의 이름도 모른다고 할 수는 없다.

 

체코 출신의 이 영화 감독은, 그 자체로 영화사이기도 하다. 물론 나는 B급 영화를 주로 보니까, 그의 예술 영화들과는 좀 거리가 멀다고 할 수 있기는 하지만. 하여간 고백하자면, <래리 플린트>를 이제야 보았다.

 

미국 수정헌법 제 1조 (종교, 언론 및 출판의 자유와 집회 및 청원의 권리) 연방 의회는 국교를 정하거나 또한 자유로운 신앙행위를 금지하는 법률을 제정할 수 없다. 또한 언론, 출판의 자유나 국민이 평화로이 집회할 수 있는 권리 및 불만사항의 구제를 위하여 정부에게 청원할 수 있는 권리를 제한하는 법률을 제정할 수 없다.

 

영화 <래리 플린트>는 표현의 자유와 집회의 자유 중, 표현의 자유에 관한 것이다. 이미 10년도 더 된 일이지만, 우리에게 무엇이 문제인지, 정말로 잘 보여주는 영화이다.

 

영화는 재미있다. 정말로 겁나게 재미있다. 그리고 싸워야 할 것이 무엇인지, 지금 우리가 얼마나 비상식적인 상황에서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는 것들을 받아들이고 있는지, 그것에 대해서 제대로 볼 수 있다.

 

정말 할 수만 있다면, 온 국민 <래리 필린트> 보기라도 하면 좋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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쿡 티브 때문에 어지간해서는 볼 것 같지 않은 지난 10년 동안의 한국 영화들을 섭렵하는 중이다. 어쨌거나... 참 좋은 시절이었다.

 

영화의 성공과는 상관없이, 소재도 다양하고, 주제도 생각보다는 다양해보였다.

 

이제 그 시절도 끝나간다고 생각하면, 마음 한구석이 좀 아련하기는 하다.

 

그야말로 있을 때 잘해...

 

DVD 시장은 완전히 죽은 듯. 나오는 게 없다. 미국의 주요 메이저사가 한국에서 대부분 철수했다고 하더니, 정말로 그런가보다. 해리포터는 극장에서 아차 하다 놓쳤는데, DVD 출시가 안된다. 이미 샀던 옛날 거만 계속 묶어서 패키지로 팔고, 정작 혼혈왕자는 출시될 시간을 훨 넘겨서 안 나온다.

 

야, 이제 정말 한국은 망했구나!

 

이제 간단한 영화도 DVD로 구하려면 일본 가서 사야하는, 그 암흑 시대가 다시 오겠구나, 싶다.

 

하여간 극장에서 상여할 때에는 정말 볼 것 같지 않은 영화들도 10년 지나서 다시 보니, 소록소록 하고, 맛도 새롭다.

 

예전에 아내가 질색해서 별로 말도 못했던 <친구>도 새로 봤다. 뭐, 이걸 볼 수 있다는 게 그냥 고마울 뿐이고, 그냥 재밌을 뿐이다.

 

팬덤이라고 하면, 좀 쑥스러울 나이이지만, 그래도 팬질만큼 재밌는 것도 없다. 류승완의 영화 짝패는 DVD, ost 다 샀고, 이건 100번도 넘게 봐서 그야말로 본전 완전 뽑은 드물게 성공한 DVD였다.

 

팬은 원래 뒤에서 눈치 보지 않게 응원하면서, 하여간 나오는 족족 사주는 게 진정한 팬이다... 라는 작은 믿음이 있다.

 

이상은 CD는 이래저래 선물용으로 50개 정도는 사주지 않았나 싶고, 장기하는 팬은 아니더라도 외국에서 손님들 올 때마다, 요즘 한국에서는 이게 유행이야... 하면서 하나씩 사서 주었다.

 

그래도 직접 만나지는 않는다. 내가 생각하는 팬으로서의 에티켓이다. 그저 열심히 사주고, 열심히 선물로 돌리는 게, 진정한 팬의 완성!

 

별로 성실하게 사는 편은 아니지만, 팬질만큼은 성실하게 하려는 편이다.

 

그리하여...

 

이상은이나 류승완이나, 한 번도 본 적이 없다. 얼굴을 알고, 직접 인사하면, 팬으로서의 격이 떨어진다는, 그런 이상한 믿음을.

 

얼마 전에 정태춘 근처에 있다가 누가 인사시켜준다고 해서, 허겁지겁 도망갔다. 한 달에 한 두번은 정태춘 CD를 걸어놓고, 새로 살았던 80년대, 내가 살았던 90년대, 그런 센티멘탈 블루스 놀이 같은 것도 한다.

 

한 때... 희한하게 연애인들 많이 만날 기회가 생겨서, 멋도 모르고 인사시켜주는 대로 다 인사하고 살았던 적이 있었다. 된장... 돌아보니 그 시절이 화려해 보이기는 했어도, 내 인생에서 가장 어렵던 시기였다.

 

팬은 팬답게, 열심히 사주고, 먼 발치에서 보는 것만으로도 가슴이 콩당콩당.

 

그래야 팬이라는 믿음을.

 

(아, 그래도 류현진 왼손, 그 손이라도 한 번 잡아보면 소원이 없겠다! 카스트로도 극찬한 류현진!)

 

하여간 이런 이유로 류승완을 만날 자리 같은 게 있으면 일부러 피하기도 하고 그랬다.

 

(나는 아직도 선덕여왕의 칠숙을 오왕재로만 알고 있다. 내가 왕재여, 왕재!, 바로 그 오왕재 말이다.)

 

 

하여간 그랬던 류승완인데.

 

이번 학기의 생태인류학 수업에서 류승완, 장정일, 이런 사람들을 텍스트로 좀 다루는 일이 생긴 관계로, 학생들의 희망을 받아 생태인류학 공개특강 같은 것을 한 번 하기로 했다. 물론 류승완은 자기 영화가 이런 수업에서 이런 희한한 맥락의 텍스트로 사용되는 줄 알면 기겁을 할지도 모르겠지만. 내 맘이다.

 

9월 29일 오후 3시부터 5시까지 연세대학교에서 할 예정인데, 이 시간에 대형강의실을 구하기가 어려워서 장소는 아직 미정이다. 오실 분은 오셔도 된다.

 

아마 입구 쪽에 플랭카드도 하나 걸어놓을 생각이니.

 

혹시 올 분은 <아라한 장풍대작전>과 <짝패>를 보고 오시면 고맙겠다. <다찌마와 리>도 생태적 맥락에서 해석을 해볼까 시도를 했는데, 내 능력으로는 불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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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우스 시즌 3가 지난 주에 끝났다. 그리고 이번 주에 딴 거 한다.

 

아, 슬프다. 저녁 때마다 뭘 하란 말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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