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문화경제학을 준비하면서 영화계에 대한 현장 조사를 좀 했었다. 내가 잠정적으로 내린 결론은, 20대들이 영화감독으로 데뷔할 일은 없겠다... 생각보다 좀 처참했다.

스크린쿼터 축소 이후로 어려워질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그 이상이었다.

곽지균 감독의 자살 소식은, 올 게 왔다는 생각과, 짠한 마음 그리고 남은 자들의 무거움.

지난 달에 그의 영화 중 <청춘>을 아주 재밌게 본 적이 있다. 내가 지냈던 시간이지만, 90년대의 정서와 2010년의 정서를 비교하기 위해서 찾아본 영화인데, 다른 사람도 재밌게 생각할지는 모르겠지만, 나는 간만에 재밌게 본 영화였다.

진심으로 고인에게 애도를 보내고 싶다.

영화 <붉은 돼지>의 한 대사,

"좋은 놈들은 이미 죽었어..."

진짜로 그런가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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깐느에서 우리는 매번 상탄다매..

한국 영화는 배고플 일 없다는데, 왜 이 사람들은 맨날 배고픈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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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윤은 황윤 스타일의 영화가 있다.

한국에서 생태에 관한 영화를 위해서 논하기 위해서는, 정말 황윤의 영화는 '머스트 해브 아이템'이다.

한국의 생태 다큐멘타리를 대표하는, 그런 영화라면 결국 황윤의 <어느 날 그 길에서>를 꼽을 수밖에 없을 것 같다.

학생들한테 이 영화를 보여주었는데, 정확히 한 지점, 인간이라면 당연히 눈물을 흘리는, 정확히 한 포인트가 있다.

그닥 눈물이 날 것 같지 않은 흐름 속에서, 정확히 누구나 눈물을 흘리게 된다.

이 영화를 보고 울지 않을 사람이 있을까 생각해봤는데, 갑자기 머리 속에서,

엠비 리, 오만 오 메이어, 문수 킴 등등, 아 그런 사람들도 있기는 하겠구나 싶었다.

드디어 출시, 소장용 DVD 박스 셋트...

한국을 사랑하고, 생태를 사랑하고, 감성을 사랑한다면, 그리고 표현주의 영화의 대중 버전을 사랑한다면, <어느 날 그 길에서> 박스 셋트 정도는 소장하고 있어야.

다큐를 보다 말고 울까 싶었는데, 나도 눈물이 팍. 또 봐도 울까 싶었는데, 또 봐도 팍.

정말 제목 그대로이다. 어느 날 그 길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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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래 오늘은 딱 낯술 먹기에 좋은 날이었다.

날씨는 좋고, 점심 때부터 사람들 만나서 한바탕...

낯술용 날로는 딱이었지만, 그러나 나는 요즘 집중력 부족, 심하게 슬럼프를 겪는 중일 뿐더러,

어지간하면 조신하게 살려고 맘 먹은 터라...

조용히 집에 와서, 처박아 놓은 영화나 볼려고,

하다가 그것도 여의치 않아 그냥 손 가는 대로. 

<백야>, 이 반공영화를 그래도 춤이 너무 좋아서 보았는데, 

새삼 다시 보니 냉전이나 반공 같은 생각은 나지 않고, 춤이 너무 좋아...

그리고 <노인과 바다> 

헤밍웨이, 이 영감쟁이,

이렇게 보여주든 저렇게 보여주든,

그야말로 삶의 페이소스

그리고 살아있는 것들은 여전히 살아야 한다는...

(당분간, 또 옛날 영화들을 뒤지게 될 것 같다.)

예전 같으면 헤밍웨이 생각을 더 많이 했을 것 같은데,

간만에 본 안소니 퀸, 참 연기 잘 한다는 생각밖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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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경계도시>는 생각할 거리가 많은 영화이다. 그리고 앞으로 생각할 거리를 더 많이 만들어줄 것이다.

 

독립영화라고 사람들이 우습게 생각할지 몰라도, 이게 메인 카메라만 다섯 대인가가 들어간 영화이고, 이 때 여기에 같이 있었던 사람들 중 상당수는 나중에 아주 유명한 영화의 촬영감독들이 되었다.

 

요즘 같은 다큐 분위기에서, 그야말로 초대형 블록버스터인 셈이다. 이제 우리는 이렇게 큰 다큐를, 다시는 찍기가 어렵다. 유인촌과 함께, 우리는 다큐 공멸의 시대로 열심히 가는 중이다.

 

게다가 이 영화는 우연의 산물이다. 원래 기획했던 혹은 의도했던 플롯은 다 사라지고, 그야말로 사태의 추이에 따라서, 일딴 찍어두고 보자, 그렇게 만들어진 얘기이다. 연출도 기획도 없고, 카메라 안과 카메라 밖의 구분도 별로 없다. 우리 모두가 공동으로 참여해서 만들어낸 한 사건에 공등 출연인 셈이다.

 

만 명이라는 숫자를 보고, 이것저것 생각이 많이 든다.

 

사회과학에서, 만 권, 참 대단한 숫자이다. 내 책 중에 만 권 넘은게? 음, 몇 권 안되고, 최근 책들은, 만 권 택도 없다.

 

영화 <경계도시>에는 꽤 많은 사람들이 힘을 모았다. 영화평 숫자로는, 이게 기록이라고 할 정도로, 다양한 형태로 많은 사람들이 매체를 통해서든, 블로그를 통해서든, 힘을 모았었다.

 

하여간 생각할 거리를 여전히 많이 주고 있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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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亂)

영화 이야기 2010. 4. 27. 03:14

나도 꽤 영화를 많이 본 편이고, 아마 남들 안 본 영화도 적지 않게 본 것 같다. 상업 영화 아닌 영화도 많이 봤고, 기획 중인 영화, 그래서 결코 개봉되지 못한 슬픈 영화들도 꽤 본 것 같다.

 

그 중에서 정말 원형에 해당하는 영화가 뭘까, 잠깐 생각을 해봤다.

 

대학에 다니던 시절까지, 나도 내 주변 사람들보다 영화를 덜 본 편은 아니지만, 목숨 걸고 전문적으로 영화를 본 것은 아니다. 영화사 공부는 대학 2학년 때, 약간 집중적으로 한 것 같지만, 그 교과서 안에 있는 영화들을 볼 기회는 거의 없었다.

 

몰래 숨어서 봤던 <전함 포템킨호> 정도가 학부 시절까지 내가 봤던 영화의 거의 마지막 정도일 것 같다.

 

아키라 구로자와에 대해서는 말이 많다. 그가 군국주의 찬송자였다는 평이 늘 따라 붙는다.

 

하여간 그 시절에는 펠리니와 구로자와, 그렇게 두 사람을 표현주의 혹은 기타 등등의 사조에 대한 이름을 붙이면서 맨 앞의 사람으로 칭송하던 그런 시절이었던 것 같다.

 

<난>을 본 것은, 우연한 기회였다.

 

<난>을 보고 난 다음의 감상을 얘기하자면, 아마 그 때 내 나이가 스물 둘인가 했던 것 같은데, 세상에 뭐 이런 게 다 있나 싶었다. 얘기는 너무도 익숙한 '리어왕'의 일본 버전이라고 하지만, 스토리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이런 걸 표현할 수 있는 그런 방식이 있었나... 정말 촌놈이, 까박 넘어갔다.

 

지금까지도, 왕의 군대가 전멸하던 그 공성전의 충격을 잊지 못하고 있다. 그리고 약간 맥락은 다르지만, 혁명과도 또 다르고, 민란과도 또 다른, 바로 구로자와 영화에 있는 '난'의 느낌을 가슴 속에 가지고 살아간다.

 

<거미의 성>은 맥베드 , <난>은 리어왕이었다. 세익스피어의 5대 비극을 일본 버전으로 만든 것인데, 여기에서는 리메이크라는 느낌 보다는, 구로자와라는 사람을 바로 맞대어 보는 그런 느낌을 가지게 된다.

 

구로자와의 영화로 영화사에 남는 것은 <7인의 사무라이> 그리고 내가 종종 책에서 인용하는 <카케무샤> 같은 것들이 있고, 거의 마지막 영화이자 유일하다시피한 구로자와의 반전 영화인 <꿈> 같은 것들이 있다.

 

다 재밌다만...

 

<난>은 딱 그 나이 때 나의 감성을 팍 건드렸다.

 

간만에 다시 <난>을 틀어놓고, 스물 두 살의, 처음으로 일본식 스펙타클을 보면서 감탄하던, 그 시절의 촌놈으로 돌아가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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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동권에 관한 영화는, 예전에 <구로 아리랑>을 아주 재밌게 본 적이 있고, 얼마 전에 황석영 원작의 <오래된 정원>을, 아주 찝찝하고 무거운 마음으로 보았다.

 

지진희는 언제 봐도 멋지고, 염정아는 이 영화에서 처음 보았다.

 

(<이장과 군수>에도 나왔다고 하는데, 나는 도저히 기억이 나지가 않는다.)

 

한국에는 기업과 관련된 영화가 잘 없는데, 이제 역사 속의 한 장면으로 그런 것들도 영화로 만들면 재밌지 않을까 싶다.

 

현대와 관련되어 나는 세 가지 정도가 영화로 만들면 재밌을 것 같다는 생각을 했었다.

 

하나는, 소복 사건이다. 현대건설의 어두운 얘기를 할 때, 현대 있을 때 상사들에게 들었던 얘기이다. 현대건설 계동 본사에, 아침마다 소복을 입은 여인들이 줄을 서는데, 점심 때가 되면 싹 사라진다는 것이다. 물론 그 시간 동안에 어떻게든 해외 건설 현장 혹은 국내 건설 현장에서 생겨난 문제들을 해결해놓았다는 의미이다. 그리고 다음 날에는 또 새로운 소복의 여인들이... 현대의 어두운 면에 대해서 얘기할 때 하는 얘기들이다.

 

둘째는, IMF  경제위기. 몇 가지 재밌는 모티브들이 있는데, 명동 출근 사건, 프린스 사건 등등, 안에 있던 사람들, 물론 그것도 좀 상층부이기는 하지만, 그런 사람들이 기억하는 사건들이 있다. 이건 내가 현장에서 본 사건들이다. IMF 경제위기의 한 현장을 우리는 주로 명퇴 사건으로만 기억을 하지만, 그 안에는 반은 음모론 반은 현실론, 그런 아주 역동적인 모습들이 있다.

 

세째가... 현대에 있던 시절부터 지금까지 내가 가장 관심을 가지고 있는 사건이기는 한데, 바로 현대중공업에서 벌어진 구사대의 식칼 테러 사건이다. 노조로 재밌는 사건들은, 현대 자동차에도 있지만, 그래도 가장 짜릿하고 역사적인 사건은 식칼 테러 사건이 아닐까 싶다.

 

과연 이 사건의 전모가 어떻고, 누가 지시를 했고, 어떤 모습들로 진행되었을까, 혹은 이 사건의 의미는?

 

좀 알고는 싶었는데, 삼성 전자 수준은 아니지만, 현대 중공업도 어지간해서는 정보가 잘 나오지 않는 회사이기도 하고, 또 여전히 찝찝한 구석이나 우스운 구석도 많은 회사로 알고 있다.

 

아마 한나라당의 정몽준 선수가 이런 걸 영화로 만든다면 방방 거리겠지만...

 

역사적 주제라서 다루어보면 재밌을 것 같기도 하다.

 

아주 비극적인 사건이었는데.

 

이 사건을 경계로, 현대는 노조와 어느 정도는 대화하는 방향으로 진화했고, 이걸 지켜보던 삼성은, 아예 무조노를 더욱 강하게 하기 위해서.

 

삼성의 내부는, 사실 나는 생각만큼 잘 알지는 못한다. 삼성 경제연구소 내부는, 회의실에도 가봤고, 꽤 많이 들어가보기도 했지만. 뭐, 그래봐야 껍딱만 본 거고.

 

예전에는 친한 사람들이 삼성 내부에도 꽤 많았었는데. 얘기가 통할만한 사람들을 살펴보니, 10여년이 지나는 동안에 나와 동료였던 사람 중, 아직도 삼성에서 근무하는 사람이, 세상에나, 한 사람도 없다.

 

일부는 교수가 되어 학교로 갔고, 일부는 짤린 다음에 아예 연락이 되지가 않고.

 

삼성경제연구소의 임원 중의 한 분이 새로 정권 바뀌면서 서울시정개발연구원장으로 가셨다는데... 연유는 모르겠지만, 연구원들 사이에서 요즘 곡소리 나는 중인가 보다.

 

운동권과 기업을 움직이는 사람들이 만나는 접점이 몇 가지가 있는데, 이런 얘기들이 영화로 만들면 아주 재밌을 것 같기는 한데, 그런 흐름이 가장 큰 접점이 바로 식칼 테러 사건이 아닐까 싶기도 하다.

 

삼성 전자 수준은 아니지만, 현대 중공업도 대한민국을 놀이터처럼 쓰는 회사 중의 하나이다.

 

이제 이런 큰 얘기들도, 영화의 소제로 만들어지면 좋지 않을까, 그런 생각이 든다.

 

(드라마로 하면 재밌겠지만, 아마 명박이 그랬던 것처럼, 드라마가 되면 몽준 만세!가 될 것 같다. 식칼 든 구사대의 선봉은, 장혁이 하면 딱일 것 같다는 의견이... 하긴, 정말 장혁이 잘 어울리기는 할 것 같다. 아저씨, 많이 아프지는 않을 거요, 잠깐만 참으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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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화문 교보가 문을 닫은 이후로, 괜히 실없이 돌아다니면서 돌 데가 없어졌다. 결국 강남 교보에 2년만에 가고야 말았다.

 

키모메 식당 DVD와 추노 ost 등, 영화 몇 편과 cd 몇 장을 샀다.

 

얼마 전부터 정진영 나오는 영화가 너무 좋아서 손에 잡히는대로 보는 중인데, <즐거운 인생> DVD는, 하여간 서울에서 DVD 파는 데는 용산까지 싹 뒤져봤는데, 도무지 팔지가 않는다.

 

<와일드 키드>에서 정진영이 심수봉의 '백만송이 장미'를 듣고 또 듣는 장면이 나온다. 좀 다른 이유지만, 나도 지난 한 달 동안 '백만송이 장미'만 지겹도록 들었다.

 

몇 주 전에, 홍세화 선생이랑 홍대 앞에서 소주 한 잔 할 일이 생겼었다. 근데 이 양반이, 노래방에 가자는 거다. 내가 마지막 가본 노래방이, 몇 년 전에 정태인 선배와 홍기빈 등, 그렇게 가본 적이 있었다. 정태인 선배, 하여간 노래 더럽게 못한다. 김광석 노래를 그렇게 못부르는 사람은, 보다보다 처음 본 것 같다. 홍기빈은, 카수다... 여기는 밴드 보컬 출신이라, 발성이 다르다.

 

홍세화 선생 노래는 조그만 연주회에서 들은 적이 있다만... 이 양반도 올드 버전, 카수다. 연극반 출신이라서...

 

그 때 백만송이 장미를 불렀는데, 이게 키가 잘 안맞아서 영 어색한데... 홍세화 선생이, 저런 똘아이가 있느냐는 표정으로.

 

하여간 너무 한 노래만 들었더니, 이제 지겨워서 추노 ost로 바꿀려고 한다.

 

영화나 드라마를 한참 보다가 ost를 들으면, 나름 재밌다. 아내는 이해를 못하지만, '대한민국 변호사' ost도 한참 들었었다. 예전에는 ost에 영화 대사도 조금씩 집어넣어서 나름대로 생동감이 있는데, 요즘은 그런 식으로는 잘 안하는 것 같다.

 

얼마 전 어느 라디오에서 신청곡을 대라고 해서, 임재범의 추노 주제가를 댔다. 사실은 '민초의 난'을 신청하고 싶었는데, 가수가 누구인지를 잘 몰라서.

 

와, 이제 보니, 엠시 스나이퍼다. 군대 가기 전에는 MC 스나이퍼 노래 많이 들었었는데, 풍이 거의 같은데, 못 알아보다니.

 

추노의 최고의 장면을 뽑으라면, 사람들은 보통 대길이 죽는 장면을 뽑는데, 나는 업복의 마지막 사격을 꼽고 싶다. 정말 멋지다.

 

근데, 나의 이해력이 떨어져서 그런지.. 업복이 왜 좌승을 쐈는지는 아직도 잘 모르겠다. '그분' 말고는 더 위층을 업복이 알리가 없는데, 하여간 지겹게 얽히고 얽힌 음모의 끈을, 업복이 그냥 화승총으로 싹둑.

 

살면서 그렇게 시원하고 통쾌한 장면을 경험하는 적이 있을까? 우리가 사는 삶은, 보통은 술에 물탄듯, 물에 술탄듯, 이것도 아니고 저것도 아니고, 그냥 그렇게 유야무야해지는 것 같다.

 

용산 참사의 소식은, 동경에 가 있다가 마침 일본 어느 신문사에 가 있다가 일본 기자한테 건네 들었다. 뭔가 큰일이라는 생각이 들었지만. 결국 죽은 사람들만 슬프게, 아무 일도 벌어지지 않았다.

 

아들이 아버지의 살인자라는 이 엄청난 죄명 앞에. 추노가 따로 없다.

 

따지고 보면, 지금의 봉은사 사건도 다 봉은사에서 용산참사에 위로금을 갹출하면서 시작된 것 아닌가?

 

업복의 마지막 사격이, MC 스나이퍼의 '민초의 난' 속에서 주마등처럼 스쳐간다. 살면서, 이렇게 명쾌하고 통쾌한 일을 볼 가능성이 있을까?

 

생각 같아서는, 이 '민초의 난'이 공중파는 아니더라도 길보드 차트에서라도 올라가면 싶지만.

 

다음 번 원고료 받는 거 있으면, 이 CD나 10장 사서 주위에 돌려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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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만에 극장에 가서, 시간 되는대로 아무 거나 봤는데.

 

재수없게 <타이탄>이 걸렸다. 극장에서 영화보다가는 잘 안 조는데, 잠이 와서 죽는 줄 알았다.

 

이것저것 개짬뽕이기는 한데, 그리스 신화는 싹 잊고. 안드로메다는 원래 이디오피아 공주 아니야? 메두사는 원래 머리가 세 개 아냐? 아테네는 어디 갔어? 페가수스는 메두사의 피에서 자라난 말 아냐? 페르세우스가 말 타고 난 게 아니라, 날개달린 신발을 신고 난 거 아냐... 등등등, 하여간 신화에서는 모티브만 빌려왔고, 이래저래 개짬뽕이기는 한데.

 

대충 개빰뽕 영화로는 <적벽대전> 특히 2편이 완전 황당하기는 하지만, 그건 아주 재밌었다.

 

타이탄은 크로노스, 우라노스, 가이아 같이 제우스 아버지 대의 신들인데, 영화에서는 손자뻘들이 나와서 재목도 이해 불가.

 

다 좋은데, 얘기가 너무 앙상하고, 그냥 읽기만 해도 충분히 상상을 하면서 재밌을 얘기를, 내내 졸게 만들었다.

 

영화 보면서 자는 일은 거의 없는데...

 

다음 주에는 이준익 감독의 <구르믈 버서난 달처럼>이 개봉한다. 곧 재밌는 영화들이 나올 게 많은데, 우와. 이제 극장 가서 아무 거나 잡히는 대로 보는 짓은, 그만 해야겠다. 간만에 개봉관에서 조는, 충격적인 경험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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줄리 앤드루스와 오드리 햅번은, 그렇게 생각하는 사람은 별로 없겠지만 경쟁자 관계였다. 당시 몇 개의 뮤지컬 영화에 주연 오디션을 통해서 서로 경쟁을 했었는데, 대체적으로 이 시기에 나온 영화들은 다 재밌다. 둘 다, 한 옥타브 정도의 음역을 가지고 있어서 요즘 같으며 황당하다 싶겠지만. 문 리버는 특히나 음역이 좁은 오디리 햅번을 위해서 특별 작곡한 노래인 것으로 알고 있다.

 

노래야 당연히 줄리 앤드루스가 잘 부른다고 생각을 하지만, 어디 뮤지칼이 노래만 가지고 하는 건가. 오드리 햅번은 발레리나 출신이라서 춤 하나는 정말 끝내준다. <화니 페이스>에서 본 오드리 햅번의 춤은 잘 잊혀지지가 않는다. 아마 영화사가 더 진행된다고 하더라도 이렇게 춤 잘추는 여배우가 다시 나올까 싶다.

 

이제 그들이 한참 경쟁하던 시기에서 다시 50년 가까와진다. 배우의 개인적 영광으로 본다면 오드리 햅번의 완승이다. 그는 이디오피아 등 기아 문제의 맨 앞에 서서 암으로 죽을 때까지, 그야말로 배우의 사회적 기여에 대한 새로운 길을 열었다. 수년 전 다보스 포럼에서 마돈나와 안젤리나 졸리가 누가 다음 세대의 햅번 역할을 하느냐를 가지고 신경전을 벌인 적도 있다만... 둘 다 분위기는 아니다.

 

그렇지만 흥행에서는 줄리 앤드루스의 매력이 가장 끝까지 나온 <사운드 어브 뮤직>의 완승이다.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가 역대 최대였는데, 이걸 넘어섰고, 여전히 잘 팔린다.

 

사운드 어브 뮤직, 예전에 LP만 두 장을 샀었고, 한 장은 지금도 가지고 있다. 디지탈로 전환된 이후 화질을 개선해서 새로 DVD를 냈는데, 이것도 샀다. 그리고 아직 CD라는 양식을 팔고 있을 때, ost도 다시 하나 살까 요즘 고민 중이다.

 

영화를 처음 본 건, 아마 6학년 때였다. 그 때 단짝 친구 중의 한 명과 요즘은 그냥 한국 유네스코  본부로 쓰는 건물에 있던 극장에서 봤었는데, 그 때도 재밌었지만 수 백번 본 요즘 봐도 재밌다.

 

주말에 아내가 출장을 갔었는데, 그 동안에 내내 이 영화만 보고 또 돌려보고.

 

어른이 되면 볼 일이 없을까 싶었는데, 몇 년 전부터 스위스 경제가 내 연구범위로 들어오면서 새로운 느낌으로 다가오게 되었다.

 

물론 영화 스토리는 좀 너무 낭만적이기는 하다.

 

그 당시 나온 꽤 많은 2차대전 영화가 오스트리아나 프랑스 같이 알프스를 접한 지역에서 스위스로 도망가면서 끝나는 것들이 좀 있다. 알려진 영화들도 있지만, 그냥 별 볼 일 없는 B급 전쟁 영화 중에서도 그런 스토리인 것들이 꽤 있었다.

 

많은 영화들은 스위스로 넘어가는 알프스의 아름다운 모습 아니면 눈 덮힌 만년설을 죽을 고생을 하면서 넘어가는... 거기에서 대개 끝난다.

 

내가 찾아본 역사책들에서는, 스위스는 당시 농업 생산량의 문제로 헐벗었는데, 워낙에도 가난하던 나라에 전쟁으로 무역이 끝나고, 일년의 6개월 밖에 농사지을 수 없던 이 지역에 유럽 난민들이 몰려드니까 문제가 생겨났다. 엄청나게들 배가 고팠던 것 같고, 밀려든 난민들을 추방한 얘기들도 많이 나온다.

 

스위스는 농업 지키기를 국민투표로 결정했는데, 이 때의 논쟁들을 뒤져보면 2차세계대전 때의 배고픔, 그리고 그 시기가 언제 또 올지도 모른다는. 우리는 그 시기에 그렇게 배고팠다고 하면서도 농업의 중요성은 애시당초 안드로메다로 보낸 것 같기도 하다.

 

스위스가 어느 정도 먹고 살만하게 된 것은 60년대 이후의 일이고, 대체적으로 유럽의 최빈민 국가 중의 하나였다.

 

어쨌든 스위스에 대한 연구를 하다보니, "우리는 스위스로 간다"는 간단한 모티브를 가지고 있는 이 영화가 또 조금은 다른 의미로 다가오게 되었다.

 

영화 내에서 노래는 수녀들의 노래와 폰 트래프 대령일가의 노래, 그렇게 크게 두 가지로 나뉜다.

 

나는 수녀들의 노래 쪽을 훨씬 좋아한다. 도레미송 하나만 기억하는 사람들에게 이 영화를 다시 본다거나 아니면 ost를 내내 걸어놓고 있으면 좀 지겹겠지만, 수녀들의 노래를 좋아하면 정말 한 곡도 그냥 넘어가기 싫을 정도로...

 

요즘은 <매리 포핀스>를 보는 사람이 별로 없는 것 같다. 어린이용 뮤지칼이라고 그냥 넘어가기 쉽지만, 생각보다 재밌고, 요즘 명박네 사람들이 보면 "뭐, 이런 좌파 영화가 다 있어" 할 정도로 선동적이고 투쟁적이다. 첫 장면이, 당시 막 시작한 여성주의자들이 집회에 나가기 위해서 결의를 다지는 장면이다. 디즈니가 본격적으로 생난리를 치기 전에는 어린이용 뮤지칼 같은 것들에도 어른들이 열심히 나름대로 자신의 코드들을 숨겨놓았던 적이 있었다. 그게 70~80년대 지나면서 미국의 건국신화들과 엮이면서 '접경' 그리고 '가족', 두 가지 정도의 코드로 진짜 이념 영화들이 되었다.

 

가끔 팀 버튼이 삐딱선을 타기도 하지만, 그도 돈을 벌어야 다음 작품을 하는지라,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처럼 다시 전형적인 디즈니풍의 영화도 만든다.

 

줄리 앤드루스는 보이기는 그렇게 안 보이지만, 단순하게 "미국 만세"를 외치는 그런 바비인형풍 배우는 아니다.

 

아내는 도대체 왜 그걸 보고 있느냐고 했지만, <프린세스 다이어리> 1편, 2편, 전부 다 재밌게 보았다. 여전히 여배우들이 춤과 노래에 달통했던 60년대의 기본 가락꾸를 잘 보여준다. <프린세스 다이어리> 1편은 DVD를 구할 수가 없었고, 2편은 막 살려고 하는데, 아내가 도끼눈을 뜨고 봐서 못 샀다. 상징이라는 눈으로만 본다면, 이 2편은 B급 영화로서는 아주 우수한 비판의 삐딱선을 잘 타고 있다.

 

여기에서 왕비가 줄리 앤드루스였다. 슈렉의 왕비 목소리도 줄리 앤드루스이다.

 

상상을 해보자. 만약 고현정이 노래도 부를 수 있고, 춤도 출 수 있다면...

 

최근에 비타민이라는 가수가 피아노치면서 노래 부르는 걸 바로 옆에서 들을 기회가 있었다. 간만에 보는 미성이고, 드물게 느낌있는 목소리였다. 그가 춤추면서 연기도 할 수 있다면...

 

그런 걸 다 모았던 게 오드리 햅번과 줄리 앤드루스가 활동하던 시기였다.

 

얼마 전에 브로드웨이쇼를 정식으로 본 적이 있었는데, 최근 브로드웨이에서의 활동을 기반으로 헐리우드 진출이 확정되어있다는 어느 여가수의 노래는... 우와, 잘 부르기는 정말 잘 부른다... 할 말이 없을 정도로, 똑 소리나게 불렀다.

 

브로드웨이에서 대충 뒤에서 춤추다가 가끔 노래부르는 사람들이 1대 초반부터 활동을 시작해서 10대 후반이 되면 무대의 전면에 나서게 된다. 너무 기능인 위주로 브로드웨이가 가는 것 같다는 느낌을 좀 받앗었다. 그러니 영혼없는 마네킹이니, 바비인형이니, 그런 볼멘 소리들이 비평가들 목소리가 들리는 것일까?

 

사운드 어브 뮤직이 세계적으로 아직도 힘을 쓰는 것은, 이게 65년 영화이지만 당시 그 냉전의 한 가운데에서 자본주의냐 사회주의냐, 혹은 소비에트냐 미국이냐를 선택하라는 그 논쟁에서 오스트리아를 배경으로 나찌와 나찌가 아닌 것, 그 사이의 갈등을 모티브로 하고 있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어쨌든 독재는 아직도 사라지지 않는 인류 최후의 질문일테니까.

 

영화의 마지막 장면은 합창 대회이다. 집단적으로 박수를 치고 즐거워하던 그 사람들도, 어떻게 보면 본 트래프 대령의 탈출을 희망하며 도와주던, 일종의 공범과도 같은 대중이다. 수녀들만이 아니라 같이 대회에 참가했던 다른 합창단도 일종의 공범들이기는 하다. 시간 끌기...

 

요즘의 KBS는, 어떻게 보면 찰츠부르그에 열렸던 합창대회와 같은 구조일지도 모른다.

 

명박을 위한, 명박만을 위한, 그리고 명박만을 위한.

 

그게 요즘 KBS 아닌가? 그 와중에 본 트래프 대령 일가들이 가끔 나와서, So long, fare well, aufwiedersehn, 그런 노래들을 부르면서 다른 메시지를 던지고.

 

혹은 에델바이스 같은 노래들을.

 

시청자들은 알아서 박수치는 것 외에는 할 일이 별로 없지만, 사실은 탈출을 은근히 도와주려고 하는 그런 공범 구도?

 

도레미송과 에델바이스는 사운드 어브 뮤직이 세계에 남긴 두 개의 대표적인 곡이다.

 

우리 시대의 에델바이스는? 가끔 그런 생각을 해본다.

 

얼마 전에 어느 라디오에 꽤 길게 나간 적이 있었는데, 신청곡을 틀어준다고 해서...

 

보통 라디오에서 신청곡을 받을 때에 내가 늘 쓰던 음악은 이상은의 '슈퍼소닉'이라는 곡이었다. 얼마 전에 마포 FM에서도 그 노래를 들었었다.

 

사장님이, 아주 유명한 명박네 분이라서...

 

고를 곡이 너무 없어서, 결국 임재범 노래를 틀어달라고 했다. <추노> 주제가이다. 진짜 꼬투리 안 잡힐려고 나도 별 걸 다 신경쓰는 경향이 있다. KBS 드라마 아냐? 추노를 비롯한 KBS 몇 개의 드라마가 시청률이 상당히 잘 나오면서 명박네 사장님들의 경영성적표가 꽤 좋게 나와서, 입들이 찢어지실 지경이라는 얘기를 들었다.

 

에델바이스는, 결과적으로 파시즘을 반대하는 대표적인 노래가 되었다. 30년 이상은, 파시즘과 싸웠던 제 3세계에서 이 노래가 울려퍼졌었다. 나는 박정희 시절에 초등학교를, 전또깡 시절에 중고등학교를 다녔었는데, 소풍 같은데 가면 에델바이스를 부르는 선생님들이 꼭 한 분씩은 계셨다.

 

영어 선생님도 부르고, 국어 선생님도 부르고.

 

말하고 싶지만...

 

그 애뜻함의 의미를 어른이 되어서야 알았다.

 

은유가 가지는 힘... 사운드 어브 뮤직은 그런 것을 보여주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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