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슨>, 이거 참 문제적 작품이다. 요즘 엄청 욕먹고 있지만, 폭스 TV는 여전히 재밌다. 늘 보는 건 아니고 가끔 보는데, 저론 또라이 방송이 있을까 싶을 정도로 황당하다. 물론 그 파격을 보며, 재미는 있다고 생각한다. 가끔 내가 자료로 쓸 때에는, 미국 5대호 지역의 중산층 경제 모델에 대해서 분석할 때, 그 이미지의 단초를 <심슨>에서 찾는다.

 

참 많은 나라를 돌아다녔는데, 아직까지 미국에 가 본 적이 없다. 나도 정말일까 싶은데, 진짜로 간 적이 없다.

 

회사 다니던 시절에는, 미국 출장건이 생기면 늘 위에 상납했다. 난 지나칠 정도로 해외출장을 많이 다녔는데, 나도 상사들 눈치 봐야 하는 처지라, 미국 출장을 양보하면 몇 달은 편하게 지낼 수 있다. 그 대신 나는 아프리카나 오지에 있는, 별로 사람들이 가고 싶어하지 않는 곳을 주로 갔다. 미국에 꼭 가야 할 일이 가끔 생기기도 했는데, 그 때마다 공교롭게 다른 일이 겹쳐서, 하여간 한 번도 간 적이 없다.

 

요즘도 매년 3~4번은 외국에 가는데, 여행으로 가는 해외여행은 꼭 내 돈으로 간다는 철칙이 있다. 당연히 기초 연구를 위한 곳을 가다보니까, 여전히 미국에 갈 일은 없다. 그렇다고 유럽에 자주 가느냐, 마흔이 넘고 나니 비행기 타는 게 너무 힘들어서, 진짜 꼭 가야 하는 경우 아니면 안 간다. 자연히 일본으로 몰아서 가게 된다.

 

이런저런 이유로 심슨을 재밌게 본다. 시리즈 일부는 사서 봤고, 일부는 빌려서 보기도 하고. 아직도 “I’m your father”, 에피소드는 이제 잘 기억나지 않지만 <스타워즈 2>를 패러디한 장면이 제일 재밌게 기억난다. 이 장면은 배우들도 실제 연기를 하기 전까지는 이 장면의 시나리오를 보지 못해서, 막상 촬영에 들어갈 때, 내가 맞게 하는 건지, 그런 생각을 했었다고 한다.

 

<삼국지-용의 부활>을 촬영할 때, 유덕화가 자신이 아는 삼국지 얘기와 많이 다르다고 당혹스러워할 때, 그런 느낌이라고 할까. 삼국지에서는 드물게 잘 먹고 잘 살았다, 이렇게 생애를 마쳐서 많은 사람들이 좋아했던 조자룡이, 사실은 조조의 손녀에게 대패하고 죽었다, 그 얘기를 유덕화한테 받아들이라고 하니, 아마 당황스러웠을 것이다. 지금에야 루크 스카이워커가 아나킨 스카이워커의 아들이라는 게 너무 당연한 일이지만, 다스 베이더의 입에서 내가 니 아비다”, 그 얘기가 처음 나올 때, 참 당혹스러웠을 것이다. 이 장면은 끝없이 패로디되고 또 된다. <심슨> 다음으로 이 장면의 패로디가 재밌었던 것은, 아직 마크 마이어스가 <슈렉>으로 대중에게 지금과 같이 알려지기 이전 시절. <오스틴 파워2>를 심야극장에서 <매트릭스>, <와일드 와일드 웨스트>와 한 방에 본 적이 있다. 그 때 반은 졸면서 보다가도, “내가 니 아비다하는 장면에서는 정신이 번떡.

 

(그 말 많던 <오스틴 파워>의 인트로는 <심슨 더 무비>에서 다시 패로디 되는데, 우리의 바트는, 하여간 얘들은 좀 달라…)

 

리사의 입을 통해서 환경에 대한 얘기가 나온 적이 한 두번이 아니지만, <심슨 더 무비> EPA와 카길의 대립을 축으로 하고 있다. 극장에서 이파, 이파할 때, 사실 웃느라고 죽는 줄 알았다.

 

EPA 고위직은 몇 사람 아는 사람들이 있었는데, 내가 진짜 재밌게 아는 EPA 사람은, NREL 팀장이었는데 DoE에서 계약직으로 일하던, 정말 파트너라고 해도 좋을 정도로 친하게 지냈던 친구의 부인. 우리 식으로 따지면, 환경 전공 대학원생 둘이 사랑을 해서, 결국 결혼을 했고, 남자는 에너지 쪽 정부 연구원으로 가고, 부인은 환경부 특채 공무원이 되고. 미국 공무원들도 상후하박이라, 그렇게 넉넉한 편은 아니었지만, 박사 진학하고 싶다고 하면서도 결국 삶이란 도니에 걸린 게 많아서, 초급 공무원 생활하던. 이 시절에 같이 친하게 지내던 국무성 공무원도 한 명 있었는데, 부시가 대통령 될 때, 자기는 환경 전공이라서 이 아저씨 밑에서 공무원 생활은 못 하겠다고 남들 다 부러워하는 국무성 자리에서 사표내고 민간인이 되어버린. , 성격 한 번 정말 끝내주었다.

 

(나중에 이 친구가 미국 와서 같이 일하자고 했었는데, 나도 회사 그만두고 놀던 시절이라 도니가 터무니없이 없었지만, 그렇게는 못하겠더라는.)

 

EPA Agency라서 청이고, 한국은 Department, 부로 한 끗발 높다. EPA가 하면 전세계가 따라가는, 뭐 그런 건 아니고, 프랑스는 부총리급으로 오히려 한 끗발 더 높다. 에너지 정책의 전설이 된 오레곤주나 LA에서 뭘 하면 좀 따라가기는 하는데, EPA가 한다고 해서 따라가지는 않는다. 게다가 부시 시절의 EPA명박 시절의 환경부, 뭐 그 정도까지는 아니고, 한명숙 장관이 시절의 환경부 생각하면 비슷할 것 같다. 입으로는 뭔가 할 것 같은데, 결정적인 순간이 되면 꼬리 내리는. 명박 시절의 환경부는, 아예 입으로도, 대운하 좋아요, 4대강 좋아요, 그러니 국제적으로도 급으로 올려놓고 요지랄한 사례는 본 적이 없다. 하는 짓으로만 봐서는, 미국 EPA처럼 다시 청으로 격하시켜도 모자라고, 무슨무슨 본부 의미의 ‘Centre’ 정도 하면 딱 맞지 않을까 싶기도 하다.

 

하여간 미국 대통령은 아놀드 슈왈츠제네거, “터미네이터기 언제 글 읽는 거 봤어?”. 요렇고, 말만 환경청이지, 명박 시대의 환경부 모냥 대충 황당한 짓 하는 기관이 만들어낸 합작품에 결국 우리의 심슨이 해방군으로 나서게 된다, 그런 모티브이다.

 

미국 대통령과 독대도 하는 환경청장은 바로 카길, 바로 그 문제적 기업이다.

 

쌀 시장 가지고 대학원 논문 썼는데, 사실상 카길 가지고 쓴 셈이다. 그 때만 해도 카길은 좀 안다고 생각했는데, 여전히 카길은 잘 모르겠다. 물론 정색을 하고 들여다본 적이 없어서 잘 모르는 이유도 있는데, 이게 생각보다 복잡한 회사인 것 같다.

 

벌써 5~6년 되었나, 중앙일보 기자 한 명이 카길 기획기사를 다루고 싶다고 해서, 이것저것 내가 아는 대로 자문을 좀 해준 적이 있었다. 그 때도 진짜 실체에 잘 접근은 못했는데, 중앙일보가 원래 보수지라서 그렇쟎아, 그런 건 아니고 진짜로 이해하기도 어렵고 그 메커니즘을 알기도 어렵다.

 

농업 쪽에서 무시무시한 회사 거론할 때 늘 나오는 회사가 네슬레와 카길이다. 둘 다 무시무시한 회사이다.

 

6년 전인가, 7년 전인가, 프레시안하고 농업 문제를 진짜로 파고 들어가 보려고 한 적이 있었고, 그래서 약간 숨을 길게 잡고 해외 출장도 가고, 연구진이라도 좀 구성해서 해볼까 한 적이 있었다.

 

결국 그만둔 게, 그 때 걸러 걸러 돈을 대겠다고 나선 회사가, 결국 네슬레.

 

, 그 때는 나도 모골이 송연하게, 진짜 무서웠다. 범을 잡으려면 범의 입에 들어가야, 니가 들어가라, 난 무섭다.

 

쉽게 비유하면, 카길이 네슬레보다 무섭고, 네슬레가 삼성보다 무섭다. 물론 한국 내에서는 삼성이 더 무서울 수 있지만, 삼성은 너무 보이게 하고, 너무 뻔하게 한다. 그런 식으로는 티 안내고 국내 지배도 어렵고, 글로벌, 진짜 장난하나. 카길이나 네슬레 같은 데 움직이는 거 보면, 삼성이 무섭긴 뭐가 무섭냐.

 

IT 산업이 커지고 커져서, 돈 단위가 상상불가가 되었지만, 흔히 1차 산업으로 분류하는 아주 오래된 산업의 오래된 기업들의 끈끈한 시장 관리 방식, 요거 진짜 무섭다.

 

(범선 시절부터 했던 기업의 현대 모습을 보려면 영화 <인사이더>를 보면 약간 알 수 있고, 석유를 둘러싼 살발한 경쟁은 <시리아나>를 보면 된다.)

 

네슬레와 카길의 결정적 차이는, 네슬레는 주식회사이고 카길은 그렇지 않다는 점이다. 일종의 생협 같은 건데, 주식을 상장하지 않고 내부에서 모든 걸 결정한다. 주식회사가 되면, 경영정보를 공개해야 하고, 공공연하게 장부를 조작했다가는 엔론처럼 한 방에 날라간다. 주식회사가 규모도 크고, 음모도 많아서 무섭다고 하지만, 그래도 그렇게 하면 어느 정도는 관리 범위에 들어온다. 카길은 주시회사가 아니라서 공개된 게 별로 없다.

 

카길의 상황실에는, 뭐 국무성보다 더 넓게 전세계를 커버하는 각종 스크린으로 가득 차 있을 거라는이 방은 언론에 공개한 적이 있다.

 

봐요, 아무 것도 없쟎아요, 우린 그런 사람 아니예요

 

, 그렇다고 믿는 사람은 별로 없어 보였다.

 

사람들이 멋진 첨단, 그런 데 눈이 가 있지만, 진짜 끈적끈적한 일들은 IT 이런 거랑 상관없는 타이슨 푸드나 몬산토 같은 이름들이 나오는, 곡물회사, 화학회사, 이런 이름들이 나오는 곳이다.

 

타이에서 아프리카로 가는 곡물 유통 루트, 싱가포르 선물시장, GMO와 관련된 끈적끈적한 음모론, 요런 얘기들이 칙칙하다.

 

<심슨 더 무비>에서 모비트로 끌어낸 얘기는, 진짜인지 아닌지, 아무도 모르지만 카길 출신이 미국 환경청 청장이고, 청장 형편에 택도 없는 대통령과의 독대를 통해서, 진짜 무서운 거그런 거 한다는 얘기이다.

 

물론 우리와는 아무 상관없는 얘기이다.

 

영화가 나온 다음 해에, 우리 가카께서는 이파나 카길 통하지 않고, 바로 미국 대통령과 독대하셨으니.

 

상황이 이런 데, 좀 생각해 볼 것은,

 

원래의 심슨이 나왔던 폭스 TV, 우리 식으로 치면 중앙일보나 조선일보 종편 정도 되는 데인 거다.

 

예를 들면, 조선일보 종편에서, 성공한 에니메이션을 극장판으로 만들었는데, 여기에 환경부가 등장하고, 환경부 장관으로 예를 들면 4대강 추진 과정에서 미스터 삼성 혹은 미스터 현대 이런 사람들이 등장해서, 좀 살만한 동네를 쑥대밭으로 만들어놓은 영화를 상영하드라

 

그쯤 되는 얘기이다.

 

우린 이런 거 못하나? 지나치게 상업적이라서 문제라고 하는데, 우리는 상업적인 수준도 지금 못가고 딱 최시중 인식 수준에 서 있는 거 아닌가, 그런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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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전우치>

 

꽤 전에 <전우치> DVD를 사놓고 미처 못 봤었다.

 

요즘 날씨도 덥고, 집중도 잘 안 되어서 계속 <전우치>만 보는 중이다. 시대도 없고, 시기도 없다. 그래서 맥락도 별로 없는 것 같다. 그래도 재밌다. 내가 워낙 요괴 얘기들을 좋아해서 그런지 엄청 재밌다.

 

시대가 하수상해서 그런가, 요즘은 나도 별 생각 안 하고 볼 수 있는 게 땡긴다. TV, 한동안 재밌게 보던 드라마도 꼴 뵈기 싫고, 그냥 폴라리스, 놀티비, 이런 대 나오는 아웃도어 클럽 같은 거 주로 본다.

 

말은 전우치지만, 사실은 세 신선들하는 게 맞을 것 같다. 신선들의 대사가, 가히 예술이다. 아주 오랜만에 영화를 보면서, 저런 대사를 어떻게 만들었을까, 그런 생각이 들었다.

 

소설은 아직 생각 없는 소설을 보기에는, 잘 적응이 안 된다. 요즘처럼 한국 소설을 안 보고 지낸 적이 있었나 싶을 정도이다. 공지영의 도가니이후로는 별로 본 게 없다.

 

영화에 대해서는 왜 이렇게 관대하고 넉넉해졌는지 모르겠다. 나이를 먹으면서 소설에는 더 신경이 바짝바짝 서고, 영화에 대해서는 오히려 더 넉넉해진다.

 

한동안 그런 생각이 안 들었었는데, 전우치를 며칠 동안 열 번쯤 보고 나니, 갑자기 영화에 대한 생각이 머리에 가득 차게 되었다. 아주 오랜 만에 느껴보는, 묘한 창작욕이라고나 할까.

 

내가 요괴 얘기를 좋아하기는 좋아하는 듯 싶다. 답답한 시기에는, 신선 놀음이 최고라고 하더니, 과연 그렇기는 하다.

 

그나저나 화담이라는 캐릭터를 저렇게 써 먹을 생각은 어떻게 해서 튀어나온 것일까? 화담하면 거의 자동 빵으로 튀어나오는 황진이 얘기를 보다가 생각했을까? 아니면 정말로 유교 공부하다가?

 

요즘은, 입담 좋은 조연들의 시대인 듯 싶다. 신선들의 대화가 머리 속에서 떠나지를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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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에 나올 예정인 화폐경제학 준비하면서, 요즘 금융 문제들을 간만에 들여다보는 중입니다.

아, 이게 진짜 나라인가, 동네 친구들끼리 전방 차지하고 뒷돈 빼돌리는 장면 생각나더군요.

금융 민주화와 '강한 원화', 요 두 개의 개념을 가지고, 화폐 경제학 얘기들 다시 정리하는 중인데, 보면 볼수록 도대체 이런 나라에서 우리가 어떻게 살고 있었나, 그런 생각이 들더군요.

다음 대선에서, 어떤 식으로든 정권은 교체될 가능성이 아주 높습니다.

그러나 지금 우리를 이꼬라지로 만든 사람들은, 그 안에서 여전히 잘 먹고 잘 살고, 은행 가지고 장난치는 일들도 계속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이렇게 된 이유를 곰곰 생각해보니, 금융이라는 곳이 아주 약간의 전문성을 가지고 엄폐된 골방에서 움직이기 때문에 그런 게 아닌가 싶습니다.

한국에서 글 좀 쓰고 말 좀 한다는 사람들이 주로 인문학적 배경을 가지신 분들이 많은데, 유독 금융 얘기를 어렵게 생각하시는 것 같더군요.

외환은행 사태, 우리은행 합병 등, 시간을 가지고 천천히 결정해도 괜찮은 것들을, 내년 4월이면 의석 과반수가 깨질 거라고, 지금 시급히 밀어붙이는 중입니다.

어차피 야당에서 의석수를 가진 건 민주당 밖에는 없는데, 김진표 원내대표가 실제로 그런 걸 견제할 생각이 있는 건지 없는 건지, 손학규 대표가 금융 시스템에 변화가 와야 한다고 생각하는 건지, 아닌 건지, 현재로서는 알 도리가 없습니다.

어쨌든 금융을 이대로 방치해서, 대통령 우리들의 대통령과 그 친구분들이 쌈지돈처럼 장난치고 있는 걸 그냥 두어서는, 우리의 미래도 없고, 복지 같은 건 꿈도 못 꾸어 봅니다.

3조원 가량이면 대학 등록금 문제를 상당히 해결할 수 있습니다. 그 돈 없다고 정부에서 난리치지요.

저축은행 부실로 당장 국가와 예금주들이 추가로 부담하게 될 돈이, 십조원 단위를 훌쩍 넘어갑니다.

<인사이드 잡>은 다큐 형식이지만, 맷 데이먼이 나레이션을 할 정도로, 오락적 요소를 많이 집어넣은 영화입니다.

두 가지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건 그냥 PD 수첩이나 KBS 스페셜 혹은 MBC 스페셜 같은 데에서 90짜리 방송으로 만들어도 되는데, 왜 이걸 굳이 영화로 만들었을까?

아, 참, 미국은 우리 식의 공영방송이라는 게 없지.

그 생각을 하자마자, 이미 방송이 막혀버린 우리의 상황에서는, 결국 이런 얘기를 하기 위해서는 미국과 마찬가지로 다큐를 만드는 수밖에 없는 길로 갈 수밖에 없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미국은 헐리우드가 지킨다는 통상적인 말, 그냥 괜히 생긴 말이 아니었던 것 같습니다.

한국은 공영방송들이 모여있는 여의도가 지켰나? 과거에는 모르지만, 지금은 여의도가 한국 망치지, 한국을 지키는 것은 아닌 것 같습니다.

공중파가 이지랄 하는 동안, 한국의 모피아들은 더더욱 견제없이, 대통령 감싸안고 자기 맘대로 제 세상을 누리는 중입니다.

그렇다면 왜 우리는 <인사이드 잡> 같은 다큐를 못 만드는가?

바로 우리가 시사 다큐들을 돈 내고 보는 데에 익숙하지 않아서 그럴 수도 있습니다.

이 시간에도 충무로의 누군가, 저런 걸 한국 버전으로 만들어보자, 그렇게 생각할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우리는 그걸 개봉하고, 같이 보게 할 다큐 시장이라는 게 아직 없습니다. 한국 다큐 시장의 상당 방송국 납품용으로 만들어집니다.

MBC 기준으로, 12%의 방송이 다큐이고, 이 중 외부 제작분은 40% 정도 됩니다.

그런 다큐 중에 한 개를 금융 문제와 같은, 우리가 잘 알기 어렵지만 꼭 해결해야 할 일들에 할애한다면, 여의도가 한국을 지키는 일이 가능할 수 있을 겁니다.

그러나 지금의 KBS 사장, MBC 사장, 그런 높으신 분들의 고매하신 문화적 소양을 만족시킬 수 있는 고품격 다큐는, 외국에서 가서 아름다운 자연을 찍는 것들 밖에는 없습니다.

구질구질하고 멋진 자연도 나오지 않지만, 진실이 담긴 다큐, 당분간 한국에서는 극장에서 개봉하는 수밖에 없습니다.

<인사이드 잡>은, 꼭 미국이나 외국이 우리보다 다큐를 잘 만들거나, 잘 분석한다는 그런 의미로 볼 필요는 없는 영화입니다.

다만, 현재의 이명박 시대에, 우리는 그런 걸 만들 수도 없고, 틀 수도 없다는 현실을 보여주는 영화입니다.

그게 가능하기 위해서는, 시민들의 지지와 지원이 필요합니다.

<인사이드 잡>이 국내에서 개봉될 수 있게 되기까지도, 우여곡절이 좀 있었던 걸로 알고 있습니다.

전주 영화제에서 이 작품을 틀기로 결정하는 과정, 작지만 숨막히는 과정들을 통해서 이명박 시대에 이게 겨우겨우 개봉관까지 오게 된 겁니다.

먼저 이 영화를 보신 분들께, 제가 정말이지 깊은 감사를 드리고 싶습니다.

영화는 취향에 따라서, 재밌게 생각하신 분도 있을 것이고, 별 거 없다고 생각하신 분도 있을 겁니다.

그러나 한 분 한 분들의 그런 작은 정성이 모여서, 우리는 금융 민주화로 가는 첫 번째 단추를 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개봉일날 영화 보신 분 10분께는, 제 책 중에서 가장 비싼 책인 '디버블링' 드리기로... 금요일 오후에 발송 예정입니다.)

거듭 고맙다는 말씀 드리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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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녁 때 연락을 받았는데, 민주당의 정동영 의원님도 <인사이드 잡> 보신답니다.

극장에서 관람객들과 토크 같은 거 해볼 수 있도록 약간 주선해볼 생각입니다.

일단 제가 아는 데 까지는, 이대의 시네마테크에서는 좀 길게 이 영화를 가지고 갈 계획이구요.

우선은 CGV 쪽 객석을 채우는 게 우선.

이대와는 달리, CGV는 객석이 차지 않으면 바로 내려갑니다.

어느 정도 객석을 채워서, 개봉관 수를 늘리는 게 보다 많은 분들이 이 영화를 보고, 지방에까지 내려갈 수 있는 길입니다.

한국 배급사에서는, 별도의 마케팅을 하기가 어려운 상황이라는 것 같구요.

전례를 보면, 입소문으로 사람들이 조금씩 극장에 가는 것 외에는 달리 수는 없어보입니다.

개봉 첫주 주말 극장 예매율이 중요한 지표이기는 한데, 그런 것까지 기대하기는 쉽지 않아 보이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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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책 10권 준비했습니다.

우선 순위 개봉편 보시는 편, 그 다음 순위는 오늘 보시는 분,

그렇게 보내드립니다.

알아먹을 수 있는 방법으로 주소 남겨주시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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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정세균 대표와, 태어나서 가장 길게 얘기하게 되었다.

전에도 뵌 적이 몇 번 있는데, 악수와 짧은 덕담, 그 정도.

한국에서 아무런 마케팅 없는 비운의 다큐, 인사이드 잡 보시겠다고...

새만금 해수유통 얘기도 했다.

답은... 없었다.

그외에도 몇 가지 얘기가 더 있었는데, 다음 총선에서 비례대표 1번을 20대 여성에게 주는 문제는,

아마 민주당에서 긍정적으로 받을 것 같고.

20대 국회의원을 만들어내는 게, 몇 년간 내 꿈이기도 했는데, 내년에는 드디어 볼 수 있을 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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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내가 가장 힘을 기울여서 하는 일이, 외환은행 문제를 해결하는 일이다.

마침 <인사이드 잡>이 다음 주에 개봉을 하면서, 전혀 아무런 마케팅도 없는, 그래도 개봉하는 게 얼마나 고마운 일이냐는, 그런 생각을 하고 있다.

일단 개봉관 1회 상영분을 본 사람 10분에게는, 내 책을 드릴 생각이다.

(전달 방법에 대해서는, 여전히 고민 중이다. 주소를 알면, 배송하는 방법을 써볼까...)

외환은행 노조에게, 다큐를 보기를 간청하는 편지를 썼다.

금융노조와 사무노조 쪽에도, 꼭 보시기를 간청하는 편지를 쓰려고 한다.

작은 힘이라도 보태볼려고 한다.

(개봉 첫회 보신 분 중, 어떻게든 알아먹을 방법으로 연락해주시는 10분께, 제 책 중 가장 비싼 책 보내드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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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사능 정국을 맞이하여, 핵잠수함에서의 방사능 유출 사건을 다룬 <K-19>을 같이 보게 되었다.

얼마 전 국보법 위반으로 한바탕 해프닝이 벌어졌던 '자본주의 연구회' 신입회원 모집 플랑이 있어서 잠깐.

 


목련이 흐드러지게 피어올랐다.

처음 해 본 행사라서, 몇 분이나 오실지 도무지 감을 잡을 수가 없었는데, 대체적으로 40분 정도.

자녀 두 분과 같이 오신 내외가 있었고, 회사원들이 생각보다 많이.

SK에서 오신 분이 김밥을 맞춰주셔서, 팝콘 대신 김밥과 함께.

원래 예약한 강의실은 행정 착오로 중복 예약이 되어, 급히 다른 방을 찾느라고 예정 시간보다 좀 늦게 시작하였고.

장비 맞추고, 자리 배열하느라고, 8시 반은 되서야 겨우 시작.

 


영화 <K-19>은, 초창기 키아누 리브스가 나왔던 <푹풍 속으로> 아주 유명해진 여성 감독이다.

헐리우드의 민주당 계열 영화 중 잠수함 영화가 좀 있다.

극우파라기 보다는 좀 희한하고도 그로테스크한 소설가, 톰 클랜시를 원작으로 하는 잭 라이언 시리즈가 <붉은 10월>에서 시작했다. 그리고 <패트리어트 게임>, <긴급 위험>, 최종본인 <섬 어브 올 피어즈>까지 가는데, 그 시작이 바로 <붉은 10월>이었다. 핵 잠수함이 소련으로부터 망명하는 얘기이고, 여기에서부터 CIA 분석관으로 근무하던 잭 라이언이 영화 세상에 등장하게 된다.

5년 후에 나온 <크림슨 타이드>는 백인 마초풍의 함장과 흑인 엘리트의 부함장 사이의 갈등을 그린, 평화파와 강경파 사이의 조직론에 관한 얘기.

이 두 영화의 사이에 낀 게 2001년에 나온 <K-19>.

잠수함이라는 좁은 공간에서 나온 조직론과 관련된 영화로 주로 해석이 되었는데, 여기서는 전임 함장이 부함장이 되고, 당서열 높은 새로운 장교가 함장이 되어, 전직 함장과 신임 함장의 두 개의 명령 라인이 그려내는 갈등이 주요 내용이다.

쿠데타와 친위 쿠데타가 벌어지는 것은 <크림슨 타이드>와 <K-19>이 유사하고.

그러나 진짜로 <K-19>과 짝을 이루는 영화는 2000년에 나온 <D-13>이라는, 쿠바 위기를 다룬 영화이다. 그리고 바로 그 직전의 상황을 보기 위해서는 <굿 쉐퍼드>, 이렇게 세 편의 영화가 사실상 같은 시기를 서로 다른 눈으로 다른 영화들이다.

후르시쵸프와 케네디의 시대... <굿 쉐퍼드>는 쿠바 위기 이전에 케네디가 쿠바 침공을 시도하는 때에 관한 얘기이다.

여기에 대한 멍군 격으로, <K-19>은 후르시쵸프가 미국 본토로 바로 날릴 수 있는 대륙간 탄도 미사일을 탑재한 핵잠수함을 확보하려다 발생한 사건에 관한 얘기.

그리고 <D-13>은 이도저도 생각대로 안된 후르시쵸프가 쿠바에 직접 핵 미사일을 반입하면서 생겨난, 인류 최고의 위기였던 1962년의 쿠바 해상봉쇄 사건을 다룬 것.

전통적 잠수함 영화 계열이 하나 있고, 후루시쵸프-케네디의 핵 미사일을 둘러싼 시소 게임이 또 하나 있는 셈이다.

참고로, 젊은 시절 즉 스탈리그라드 전투를 직접 지휘하던 후르시초프의 얘기는, <에너미 앳 더 게이츠>라는, 유럽 합작 영화가 잘 보여준다.

(당시의 어느 병사가, <D-13>에서 후루시쵸프가 케네디에게 보낸 비밀 메신저로 설정되어 있다.)

대체적으로 영화는 민주당이 생각하는 핵은 안돼, 그런 평화 버전에 여성의 눈으로 본 살벌한 원자로가 주요 모티브로 끼어들면서, 나름대로는 원자로 영화의 길을 걷고 있다고 할 수 있다.

<닥터 스트레인지 러브>로부터 시작되는, 냉전 시대의 핵 미사일 발사에 관한 얘기들은 또 나름대로의 자기 역사를 가지고.

한국에서는 잠수함 영화로 <유령>을 만든 적이 있는데, 얘는 좀.

그냥 한국 버전의 쇼비니즘 영화 정도로 분류할 수 있을 것 같다.

하여간 구 소련 시대의 냉전에서, 핵 잠수함에서 원자로 누출이 생기면 어떻게 될까, 그런 질문을 영화는 정면으로 제기한다.

원자로를 가장 많이 보여주는 영화이기도 하다.

누가 원자로에 들어갈 것인가, 이런 질문에서 reactor officer들이 들어가야 하는 거 아니냐, 그런 기계적인 답대로 진행된다만...

영화에서는 결국 함장인 해리슨 포드까지 원자로에 들어가게 된다.

소련의 부패...

원래는 원자로 앞에 비치되어 있어야 할 방호복은 재고가 없고, 화학 방재를 위한, 영화에서는 rain coat라고 표현되는, 그런 걸 그냥 입고 들어간다. 원자로 근무자들은, 그런 사실을 모르고...

10분간, 이게 최대한의 안전 시간이라고 설정되어 있지만, 사실은 방호복이 제대로 된 게 아니라서, 일단 들어가서 냉각수 용접 작업을 한 사람은 죽을 수 밖에 없다는 게 설정이다.

사건이 나고 바로 현장에 투입된 7명은 며칠 내로 사망하고, 그 후에도 20명이 더 사망하게 된다.

평소에 이 영화를 보면, 조직론의 관점에서 보거나, 냉전 시대의 소련 내부의 분위기라는 눈으로 보거나, 아니면 핵 미사일을 둘러싼 '공격이 최고의 수비이다'는, 미국 극우파들의 핵 우산의 눈으로 보게 되지만.

시국이 시국이라, 이 영화를 원자로 누출 사건으로 보게 될 줄은, 정말 몰랐다.

보통 사람들이 최고의 장면으로 꼽는 건,

어느 수병이 애완용으로 기르던 쥐가 방사능 누출로 죽어가는 장면, 긴 샷은 아니지만 정말 섬세하게 처리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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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작이 늦어져서 영화가 너무 늦게 끝나서, 예정되었던 간담회는 못했다.

시간이 있는 사람들은 짧게 차 한 잔 할 시간은 되었는데, 하고 싶은 얘기들을 다 할 수는 없었고.

그 때 그 때 상황 봐서, 매달 영화 같이 봤으면 좋겠다고 하신 분들이 좀 있었는데...

맘 편하게 볼 수 있는 곳은 하자 센터 정도인데, 여긴 영등포라서 좀 너무 먼 것 같은 느낌이 좀 있고.

형식은 여전히 좀 고민스럽다.

인권위원회에서 영화 보기 프로그램을 운영한 적이 있었는데,

그 때는 내가 마이크를 들고, 이 장면은 어떤 의미이고, 이 장면은 어떻게 봐야 하고, 그렇게 떠들면서 본 적도 있기는 한데.

영화 자체에 몰입하는 데에는 방해스럽다는 느낌을 받았고. 또 영화가 다양한 해석의 여지가 있는데, 그렇게 누군가가 해석을 하는 게 꼭 좋은 거냐는 생각도 좀 있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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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평양성>과 <신기전>은 메시지도 그렇고 스타일도 그렇고, 정반대에 서 있는 영화이다.

카메라 워크와 빛을 사용하는 방법, 그런 소소한 스타일도 극단적으로 반대이다.

김유진 감독의 영화는 <와일드 카드>를 아주 재밌게 봤던 기억이 있다.

진짜 김유진 감독의 생각이 어떤지는 잘 모르겠지만, <신기전>은 계산에 의한 영화이고, <평양성>은 너무 계산 없는 영화이기도 하다.

(<평양성>과 관련된 제작 상의 뒷얘기들은, DVD 발매 다 끝나고, 이제 곧 제작에 들어갈 <화차>까지 어느 정도 지나가면 조용하게 할 기회가 있을 것 같다.)

<신기전>을 보면서 떠올렸던 영화는, 철저하게 계산에 의해서 만들어진 <대부 3편>. 1, 2편의 재밌는 요소와 시퀀스 배치를 계산해서, 딱 그렇게 만들었다고 한다.

그 얘기를 들을 때마다, 아니 1, 2편에는 소피아 코폴라가 안 나왔쟎아, 도대체 무슨 계산을 했다는 거지?

<신기전>은 쇼비니즘, 신무기, 기타 등등, 그런 흥행의 요소를 적나라하게 계산한 영화인 셈이다. 반면 <평양성>은, 계산이 없어도 좀 너무 없었던.

겉으로 드러난 얘기로만 보면, '신무기 가지고 나라 지키는 거 아니다' vs '신무기가 꼭 필요하다', 이런 국가를 지키는 두 가지 방법에 관한 서로 다른 견해에 관한 얘기이다.

고구려는 신무기를 가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나당 연합군으로부터 스스로를 지키지 못했다.

반면, 세종은 신기전을 가지고, 잘 살고 부강한 나라를 만들고, 명나라도 깨갱 시켰다는 가슴 훈훈하고 풋풋한 얘기.

그거야 눈을 가지고 영화를 보면 누구나 알 수 있는 얘기이고.

과연 그게 다인가, 그런 뭔가 감독에게 뒤통수 맞은 듯한 찝찝한 마음이.

아니, 김유진 감독 정도 되면 그 정도는 충분히 알 수 있을만한 사람이쟎아?

요게 당분간 풀어보고 싶은 미스테리 퍼즐인데, 한동안 25억에서 30억 기준으로 오던 영화 기본 펀딩이, 요 <신기전> 나오던 기점을 경계로, 팍팍 줄기 시작해서 요즘은 15억원에서 걸린다.

잘 하면 터질 수도 있는 영화인데, 어쩌면 그냥 힘 못 쓰고 죽을지도 모르는.

물론 70억에서 100억 넘어가는 영화들이 지금도 제작되기는 하지만, 몇 년 전에 25억 정도를 모을 수 있었던 영화라면, 요즘은 15억 기준이 된다.

그 10억만큼? 영화 스탭들 코피 터지는 거고, 제작 기간 2달짜리 영화로 생계를 꾸려가야 하니, 메뚜기 전략을 쓸 수 밖에 없다.

영화 <신기전>을 보면서, 뭐 이렇게 속 보이는 신무기형 쇼비니즘 영화를 만들었을까, 그런 생각이 팍 드는 게 아니라 충무로와 제작사 사이의 관계,

그리고 빠르면 올해, 아니면 내년부터 선 보이게 될, 미국 영화사 직접 제작 시스템, 그런 게 더 눈에 들어왔다.

한국 감독, 한국 배우, 사무실 장소 충무로, 이런 건 그대로인데, 돈을 대는 제작사 측이 그냥 미국 영화사인 낯 선 시스템.

멕시코가 수 년 전에 이미 걸어간 그 길을 우리도 차곡차곡 밟아가는 중인데.

그 전환점에서 뭘 선택할 수 있었을까, 그런 생각이 영화 <신기전>과 <평양성>을 비교하면서 생겨난 찝찝한 마음의 한 구석에 깔려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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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틴 기어의 귀향(1982년)>이라는 실화를 다룬 프랑스 영화가 있다.

아쉽게도 난 못 봤다. 프랑스의 국민 배우라고 할만한 제랄드 데파뜌 버전이다.

이 영화를 리차드 기어 버전으로 다시 만든 영화가 <서머스비>이다.

다른 사람 취향에는 어떨지 모르겠지만, 난 진짜 재밌었다.

남편 바꿔치기라는 포맷인데, 돌아온 가짜 남편이 원래 남편보다 훨씬 좋거나 다정한 사람이라는 그런 모티브이다.

리들리 스콧의 <로빈 후드>는 전혀 아무런 정보 없이 그냥 봤는데, 이번에는 러셀 크로우 버전의 '서버스비'인 셈이다.

로빈과 마리안의, 아주 익숙한 풋풋한 틴 에이지형 로맨스가 '마틴 기어의 귀향'의 포맷을 만나면서, 40대 중년의 가슴 설레는 불륜 버전으로 바뀌었다.

정서적으로 불안한 사이코 드라마이기도 하고, 가정생활 백서의 느낌을 주기도 하고, 철 들지 않는 아저씨들의 얘기이기도 하다.

영화에서 유일하게 철 든 사람은 할아버지 두 명.

프레임은, 남편이 바뀌다는 썸머스비 포맷인데, 영화를 끌고 나가는 모티브는 마그나 카르텔이다.

실제로 마그나 카르텔이 재정되는 순간이 바로 존 왕 때이니까, 어떻게 해서 영국에서 입헌군주제의 제도적 틀이 생기게 되었나, 그 순간을 다룬 셈이다.

그리고 그 마그나 카르텔의 첫 초고를 만든 사람이 바로 로빈 후드의 아버지였더라, 요런 전설 같은 얘기이다.

리들리 스콧은 가끔 좌파 감독으로 분류되기도 하는데, 영화만을 놓고 볼 때는 진짜 그런지는 잘 모르겠다.

<에일리언>에서 마지막으로 에일리언이 가득 찬 행성을 파괴하는 핵 미사일 그리고 언제나 상존할 수 있는 '우리 안의 외부자' 즉 전염성 강한 공산주의라는 사상, 이 두 가지의 모티브를 가지고 지독할 정도로 냉전 시대에 소련을 연상시키는 상업적 감독일 뿐이라는 신랄한 평들이 좀 있다.

<블랙 호크 다운>은, 클린턴 시절의 첫 군사적 외교, 그리고 실패, 이 과정을 그린 건데.

미국의 평과는 달리, 나는 좀 배운 게 많았던 영화였다.

<로빈 후드>는 정치적으로 해석하면 얼마든지 그렇게 해석할 수 있는 요소들이 있기는 하지만, 나는 그냥 홈 로멘스 시트콤을 영화로 바꾼 것, 그런 말랑말랑하고 근쩍근쩍한 느낌을 더 많이 받았다.

결혼 7일만에 십자군으로 떠난 남편 그리고 그의 칼을 들고 다시 돌아온 어느 병사.

이를 대하는 아내의 심경이 재밌었다.

1215년 마그나 카르타를 통해서 영국이 민주주의의 역사를 걸었다, 요건 좀 지나치게 과장된 해석이라는 생각이 있지만.

어쨌든 로빈 후드가 활약하던 시기가 바로 그 시기이니, "자, 왕이여, 자유를 달라"는 로빈 후드의 대사가 아주 개뻥은 아닐 수도 있다.

분위기는 장중하지만, 만약에 나한테 이 영화 장르를 잡아보라면, 로맨스 코메디 정도로.

영화 <미스터 빈의 홀리데이>에서 연결되는, 프랑스 국왕이 석굴 먹는 장면에서, 배꼽을 뱄다.

미스터 빈이 샹젤리제에 있는 레스토랑에 들어가서 석굴을 먹던 장면과 연결되서, 굴을 먹느냐 먹지 않느냐로 영국 사람과 프랑스 사람을 구분할 수 있다는.

영화에서는 사이코 패스처럼 그려지는 고프리에게, 프랑스 국왕이 생굴을 까주면서 자기 피까지 살짝 묻혀서, 먹어...

존 왕과 같은 유모에게 자라난 고프리가 어떤 사연으로 프랑스 국왕에게 협조하게 되는지는, 영화 내에서는 잘 이해하지 못했다. 그냥 애가 원래 좀 맛탱이가 살짝 간, 그 정도로 그린 것 같다.

자기 피까지 발라서, 배신자인지, 이중 첩자인지 알 수 없는 복합적인 상황에서 굴을 먹여보는 프랑스 국왕도, 살짝 맛탱이 간 인간으로 그려진다.

싫은 거 알지만, 먹어, 그럼 믿을께.

고프리가 고뇌에 찬 표정으로, 프랑스에 협조할 자신의 심경을 보여주는 장면으로 피 묻은 석굴 신이 사용되는데, 난 자꾸 미스터 빈이 굴 먹던 장면이 생각나서, ㅋㅋㅋ.

생굴먹는 영국인의 괴로움은 미스터 빈이 더 훨씬 실감나게 그렸다.

좀 괴로웠을 것이다.

그나저나 엄청 길다. 140분. 큰 맘 먹고 봐야 하는.

이거 보고 나서 아쉬워서 보너스 트랙의 deleted scene까지 다 봤는데, deleted scene이 더 재밌다고 느꼈던 드문 영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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